한 주간

잡기장

A/S 기록을 쓰기로 해놓고 또 그새 게을러졌다.

내가 한걸 스스로 자랑하는 건 미덕이다.

내가 재수없어지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내가 한 일을 갖고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으니까.

내 자랑은 내 자기 만족과, 다른 사람의 참고만 되면 좋다 이거니까

그러니 제발 더 자랑하자.

 

아놔

술먹고 쓰면 왜 이러냐는 거지. -_-

 

애초에 "돌, 찾, 작"을 쓴 것도

그 전부터 생각만 하던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야, 사람들 앞에서 떠벌려야

내 스스로도 뭔가 허둥지둥 움직이게 될 것 같아서 쓴 것이고

실제로 내가 그걸 쓴 이래 "오늘은 무엇을 했나"를 계속 의식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어떤 분은 그 글, 생각, 결심 자체만으로도 선물이라 하신 분도 있다. 내게 이보다 더 큰 좋은 말이 없을 정도다.

 

흠.. 그러니까. 요즘 한주간 한 일이 뭐냔 말야.

사실 술먹고 나서, 또 내 얘기, 징징거리는 얘기가 하고 싶어져서

얼마 전에 사고 쳤으니 누구 붙잡고 하소연하기도 뭐하고

그러니 블로그를.. 아 이제는 본론으로 ㅜㅜ

 

-----

 

* 발칙한님이 워낙 찬양을 해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발칙한 컴퓨터를 일요일, 오늘 아침까지 고쳤다. 자료를 백업한 후 포맷하고 윈도우 재설치.

샘터분식 보러 가자고 꼬드기고, 후기 써달라 했더니 새벽에도 써준것이 고맙고 미안해서

집에서 나오기 전에, 원래 안하던 서비스 - "즐겨쓰던 응용프로그램" 설치까지 해주고 건네줬다.

이것으로 나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간접적으로 지원한거고.. 흠. 하여간 앞으로 발칙한님이 할 모든 일에 내가 미리 지원했다고 생각하련다.

 

또 딴얘기.

예전엔 환경 단체에서 컴퓨터 백날 고쳐도 환경 이야기 별로 모른다고, 남들에게 떠벌릴 수 없다고 스스로 자괴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기술인을 도구화하지 마라" 이러고 다녔다. 그 생각이야 분명 여전한 내 생각이긴 한데, 그래도 그때 나 스스로도 정책위주의, 남에게 떠벌리는 식의 활동을 기술보다 높이 뒀거나 열등감을 느꼈던 점도 있다. 난 소모될 뿐이야. 내게 남는 것 뭐지. 넌 좀 닥치고.. 내 말 좀 들어봐. 이런거지.

근데.. 그냥 그게 내 방식이다 생각하면 이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 내게 뭐가 남아야 한다 이 생각 자체에 담겨있는 껄끄러운 점들이 많이 있잖아?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알아주나 아니나, 기억하던가 잊어버렸던가간에,

내 스스로 만족스럽게 다양한 활동가, 단체들을 지원해주고 다녔다. 그것으로 됐다.

그것에 바탕을 둬 뭔가 더 활발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조직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고, 일단 스스로 만족하자. 만족한다. 이제는. 흠.

 

* 오늘은 작은나무카페에 갔다.

라브의 SOS. 간단히 스스로 응급조치하기 어려울 것 같아 컴을 들고 온다길래 작은나무카페에서 보기로 했고, 보는 김에 그곳 컴퓨터도 고치기로 한다.

바이러스가 걸려 시스템 파일이 삭제되서 부팅하다 멎는 증상.

언제나처럼 일단 우분투 Live CD 를 만들어 먼저 부팅. 그 다음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이전 하드디스크에 있는 자료들을 외장하드로 백업한다.

백업을 걸어놓고 집에 김장하러 갔다. 빈집은 어제 김장을 했고, 오늘은 부모님 집에서 하는 날.

라브 & 작-카 컴 만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그것도 중간에 두고 집으로 왔는데

이미 상황이 거의 종료. 엄니가 거의 혼자서 김장을.

김치 냉장고 청소하고 김치 넣고, 이후 뒷정리를 하고 다시 8시에 작-카로 왔다.

 

라브 컴은 윈도우 복원으로 안되서 결국 포맷하고 다시 설치.

10시까지 붙잡고 있으니 제법 쌩쌩 잘 돌아가게 됐다.

라브가 계속 이것저것 만들어줬다. 핫초코, 마늘빵, 귤 아이스크림.

하도 많이 먹어서 제법 배가 찼는데, 저녁에 다시 떡볶이를 만들어준다.

모든 곳이 이렇게 해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 정도다. 대만족. 그래서 라브는 퇴근해야 했지만 나는 남아서 11시까지 작-카의 컴퓨터를 만진다.

대체로 모든 걸 마치고 윈도우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 상황. 시간이 너무 늦어 빈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랫집에 남자 생물 한 명이 투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환영환영대환영.

라브가 떡볶이 재료까지 만들어줬는데 와보니 다른 안주가 있어 오늘은 쓰지 않았다.

 

* 목요일에는 노동넷 일을 좀 해줬는데

예전 서버를 새로 이전했는데, 그 전부터 관리 소홀로 지저분했던 것을 좀 정리하고 문제가 생긴 부분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다행히 문제는 거의 해결 됐지만 예전의 자료들, 계정들을 지우는게 보통이 아니다. 이건 아무래도 뭐 받고 해야겠다... -_- 그러지 않기로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업량. 결국 여기까지.

게다가.. 이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나 혼자 해야 했다고. 이런 건 싫은 거지.

 

* 그리고 금요일은 시네마달 가서 간단한 상담.

부질없을지모르지만 일단 희망을 갖게 하고 돌아왔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줘볼 만한 것 같은데 어찌 될지 실제로 하게 될지 어떨지는 내년 가봐야지.

 

예전에 이런 쪽에도 뭔가 기술지원을 해준 기술인들이 꽤 있었을 건데 지금까지 쭉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 주고받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게 제일 아깝다. 예전에 누군가가 해준것이 지금 남아 있지 않고, 그 사람과의 관계도 끊겨버린것들.

 

* 그래서.. 이제 다음은?

일단 이번주는 상태 안좋은 노조 수습과, 빈집 일, 그리고 개인적 일들로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내서, 원래 내가 하려던 모양에 좀 더 가까운 바로 그 모습으로.

내가 단체들의 사이트를 살펴보고 제안할 점들을 찾은 후 먼저 연락하고 돌아다니는 걸 좀 할건데

우선 빈민활동 단체들을 첫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 민우회에서도 요청이 이번주에는 들어오겠구나.

 

바쁘다 해도 지각생은 분신술과 축지법이 있으니 개의치 말고 S.O.S 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새 4시. 자야하는데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니 어쩌나.

술을 더 먹고 자야겠다.

 

기분 좋은 하루. 마무리는 조금 그래도. 어쨌든 오늘 하루는 제법 괜찮은 날.

내게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를 시험한 날. 뭐 이정도면 나름 잘 바뀌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2/01 04:13 2009/12/01 04:13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669
발칙한 2009/12/01 11:45 URL EDIT REPLY
앞으로 발칙한님이 할 모든 일에 내가 미리 지원했다고 생각하련다.

짱짱 조은 생각ㅋㅋㅋㅋㅋㅋㅋ제가 하는 모든 일은 어차피 이 컴터를 통해서+지각생에게서 얻은 나눔의 영감으로부터 꺆꺆 지각생 만세만세♡
지각생 | 2009/12/01 17:41 URL EDIT
발칙한님의 활발한 피드백이 앞으로 제가 계속 할일에 큰 지원이 되겠죠 :)
Lovefoxxx: 라브♡ 2009/12/01 14:00 URL EDIT REPLY
현물로 지급(?)해서 미안 ㅎㅎ 쌩쌩잘돌아간다니 이런 경사가~내 하드에 있는
they live 가져가지 그랬소~
지각생 | 2009/12/01 17:42 URL EDIT
미안할게 아니라 내가 사실 원하는 대로 거의 해준거심 ㅋㅋ 고맙삼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2009/11/24

비영리단체 IT지원

오늘은

 

* "공동체 라디오 만들기" 포럼에 갔다.

빈집에서 다큐를 만드는 작업에 주로 함께하던 사람들이 "영상팀"이 됐고, 그들이 다시 "공작빈"이 되어, 영상만이 아니라 오디오 작업도 하고 잡다 그랬는데. 토크쇼나 라디오 방송 등 뭔가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오던차, 이 포럼이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국의 공동체 라디오 단체인 "라디오리젠( http://radioregen.org )"에서 만든 "공동체 라디오 만들기"라는 기찬 안내서가 있는 모양이다. 미디액트에서 그걸 이번에 번역해서 내놓고 발간기념 포럼을 열었다. 아직 책을 읽진 못했지만 예전에 세진이 번역할때 감탄하던 모습을 본 것도 있고, 사람들의 말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재밌고 알찬 매뉴얼인가보다. 한국에는 뭔가 최신의, 획기적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그것을 접하고 활용하기 위한 좋은 매뉴얼은 잘 만들지 못한다. 일단 책을 보고 이 점에 대한 생각을 쓰겠음. 포럼 후기도 같이.

 

이게 오늘 낮 시간인지 모르고 노동넷을 방문하려 했다가 2시부터 5시라길래 허벌떡 움직여 5분만 늦게 도착했다. 지각생 시간으로 따지면 많이 일찍 간거지.. 포럼 끝나고 전화해보니 다들 일찍 퇴근할 기세라 담으로 미루고 포럼 뒷풀이에 갔다. 절대 뒷풀이에 가기 위해 미룬 것이 아님. 포럼도 그렇고 뒷풀이도 그렇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향연이다. 그리고 여전히 잔반 처리와 손님 유치에 여념이 없는 지각생.

 

 

* 뒷풀이를 마치고 이주노조 사무실에 왔다.

내일 "길" 수업 준비를 해야 하지만 오늘 어딘가에 가서 A/S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서대문까지 걸었다. IT노조와 이주노조, 일반노조는 같은 사무실을 쓰는데, 그동안 자주 못가기도 했지만, 가도 컴퓨터를 고쳐줄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사무실 같이 쓰기 시작할 때부터 서울본부에서도 컴퓨터 고쳐달라는 주문이 있긴 했는데, 그때는 IT노조가 그런 식으로 다른 노조들과 관계 맺게 될까봐, 그렇게 보일까봐 천천히 하자고 하고 미뤘다. 그리곤 지금까지 바로 뒷자리에 있는 이주노조의 컴 건강조차 신경을 안쓰고 살았다.

 

이주노조는 밤에도 항상 사람들이 여럿 있다. 퇴근 후, 주말에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이주노동자. 사무실에는 다섯대의 컴퓨터가 있는데 뭐 문제 없냐고 물었더니 컴퓨터가 느리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냐, 함 보겠다 했더니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하려는데 사올 시간이 없다고 그걸 부탁하고픈 분위기다. 메모리가 얼만데요. 512인데요 1기가로 업그레이드 하려구요. 흠. 512면 인터넷과 워드등 대부분의 작업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텐데요. 바이러스가 문제라면 1기가로 업그레이드해도 나중엔 또 느려질거에요. 업글은 나중에.

 

보니 다섯대의 컴퓨터 중 두대가 아주 느리다. 한 대는 아주 느린건 아닌데 가끔 툭 꺼진다. 다른 두 대는 비교적 멀쩡하다. 가장 느린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니 모래시계가 뜨더니 천처언히 돌아간다. ... 욱. 이걸 지금껏 어떻게 쓴걸까. 살펴보니 윈도우가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고, 방화벽도 꺼져 있다. 모든 걸 강제종료하는데만 10분은 걸린 것 같다. 성능 향상을 위한 설정들을 여럿 해주고 자동 업데이트, 방화벽 사용하게 하고 윈도우 업데이트 시작. 윈도우 깔고 한번도 업데이트 안했나보다. 54개의 업데이트를 수행하고 바이러스 잡아내니 컴이 휙휙 난다.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반응. 다른 컴퓨터도 업데이트가 문제. 역시 성능 향상을 위한 설정들을 해주고 나니 컴이 훨 빨라졌다.

 

그냥 감탄만 하고 말았으면 내가 12시 넘어까지 붙잡고 있진 않았겠는데, 옆에서 계속 물어보면서 메모를 하고 알아두려고 애썼다. S는 곧 네팔로 돌아갈거라는데, 가기 전에 컴퓨터 교육을 해주기로 했다. 부품 사서 조립하는 건 할 줄 아는데 소프트웨어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주변에 많지 않고 활동하느라 바쁜, 심지어 한국어로 된 자료를 쉽게 접하고 활용하기도 어려운 이주노동자 활동가다.

 

몇달동안 그 느린 컴퓨터를 그냥 쓰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역시 있었는데 소통을 못한 탓이다. 어느 쪽이던 먼저 물어보면 될 일이긴 하지만 역시 내쪽에서 먼저 물어보는게 좋은 경우가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보통 그렇게 그냥 느린대로 쓰다가 정 못견디면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고, A/S를 맡기고 하는데 그게 다 쌩돈이 드는 일이고, 조금 쓰다보면 다시 그런일이 반복된다.

 

* 넷빈집에 돌아오니 벌써 1시 반. 수업준비는 오늘도 당일치기구나... 미안하다 얘들아 ㅜㅜ 이번엔 정말 미리 미리 하려고 했다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1/25 00:09 2009/11/25 00:0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668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2009/11/23

비영리단체 IT지원

오늘은 무엇을 했나.

 

* 오전은 숙취로 고생하고, 아주 조금 기억나는 내 술주정이 떠올라 괴로워했고, 윗집에 들러보니 역시나 내가 기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암시를 받음. 잊을만하면 술먹고 사고치는 지각생. 위험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심한 상처를 준거만 아니면 좋겠다.

 

* 낮에는 MWTV에 갔다. 미누가 쓰던 MWTV의 놋북이 있는데, 망가져서 오래 방치되던 것을, 미누의 방에서 찾아내서 고치려 시도. 

윈도우를 다시 깔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컴이 자꾸 멎는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것일까? 다른 사람들도 여러번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하는데...

내가 건드리기만 하면 컴퓨터가 멀쩡해지는 현상이 예전부터 있었지만(지저스), 이번에도 놀라운 우연이 일어났다. 숨 넘어가는 컴을 포근히 감싸고 어루만지다보니 멈췄던 컴이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놀라 다시 곳곳을 쓰다듬다 보니 어느 한부분에 손을 대면 멈췄던 컴이 그때마다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발견. 이젠 가히 명의라 할만하다. (준이라 불러준)

 

어제 아랫집에서 놋북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다시 조이니, 이젠 손으로 누르고 있지 않아도 컴이 잘돌아간다. 윈도우도 무사히 설치하고... 드라이버를 하나씩 설치하는데 그래픽카드가 안잡힌다. 이것때문에 오늘 MWTV 에서 씨름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된다.  도시바 satellite A80 모델인데, 이상하게 인터넷에 있는 여러 드라이버를 받아 설치하면 다 에러가 난다.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함. 슈아가 왔다갔다.

 

* 저녁을 수유+너머에서 먹고 동자동 사랑방에 갔다.

사랑방 활동가가 쓰는 놋북이 있는데 원래 Vista 가 깔려 있었다. 근데 겁나게 느려 속을 터뜨리다 결국 XP로 돌아가기로 하고 내게 구원요청을 했고, 며칠 전에 XP를 깔아준적이 있다. 근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이 자꾸 끊긴다는 것이다. 무선 인터넷이 그냥 끊긴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 이런 경우도 직접 가서 같이 보면서 얘길 듣는게 낫다. 그래서 갔다.

 

증상을 알아보니 무선 인터넷 자체가 끊기는게 아니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면 금방 에러가 나서 익스플로러가 재시작되고, 그러다 멎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보넷 웹강좌를 들을때 su 가 모질라 불여우(Mozilla Firefox)를 깔아줬다는데, 그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오래, 이곳저곳 인터넷을 떠돌아도 전혀 멎는 증상이 없다. 역시 파폭의 우월함? 백신을 돌려보니 바이러스는 없고.. 흠 뭘까. 알고보니 인터넷 익스플로러 8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을 지우고 6으로 돌아가니 아무 문제 없이 인터넷이 자~알 된다.

 

사무실 책상을 버젓이 돌아다니는 바퀴벌레의 압박이 좀 심했다. 어릴적 모래내시장 지하에서 살때 이후 그렇게 당당히 사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바퀴벌레는 거의 처음 보는듯. 어이 어이 해치진 않을테니 내 손 가까이에만 오지마. 이런 거기 있으면 내가 마우스 움직일때 너와 스킨십을 할지 모른다고! 신기하게 죽진 않았는데 한 곳에 가만히 있는 바퀴벌레. 혹시 사색중? 아니면 교신중?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여전히 징그럽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보면 확실히 흠칫부르르 하는 증상은 줄어들것 같다. 헤이. 잠은 니 집 가서자.

 

* 밤에는 용산에 갔다.

이건 출장 A/S는 아니고 뭔가 갖다주러 갔다. 잠깐 한국에 돌아왔다 나간 디디홍진이 자전거 메신저와 용산 레아, 빈농집에 선물하는 "훈훈이". 2개를 돕에게 전달하러 갔다. 가니까 회의중이길래 훈훈이를 건네주고, 도영과 얘기 좀 하다가 나왔다. 직위가 좀 있어보이는 경찰 둘이 태평하게 어슬렁거린다. 췟.

 

오늘처럼, 그래 오늘처럼만 좀 따뜻해라. 추우면 가장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든다. 중국에서 온 훈훈이가 레아 사람들의 몸을 조금이라도 훈훈하게 유지해주길 바랄뿐.

 

* 그리고, 빈마을에 돌아왔다.

어제 술자리에서 내가 기억하는 점이라면, 내가 아랫집 거실관 쇼파에서 자는 것을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물론 그 불편함에는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 아니 그게 대부분이지. 나는 이미 그때 취해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한 것이 기억나는데, 나를 걱정해주는 분위기, 아랫집에 지각생이 필요하다(맥락은 기억 안난다) 이런 말을 듣고는 내가 감동해서 그때부터 막 이 얘기 저 얘기한 것 같다. 그런데 역시나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진 않다. 에혀. 잊을만하면 주사 부리는 습관, 없애자!

 

어쨌든 그런 이유로 방바꾸기도 얘기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일단 넷빈집에 왔다. 미누방이 아직 비어있는데 이곳으로 세진이 옮겨올 거다. 그러면 세진이 지금 쓰고 있는 가장 작은 방에 누구던 와서 잘 수 있을 거다. 그 방은 창문도 없고 좁아서 (고시원보단 낫지만) 하루 종일 나가 있고 거의 잠만 잘 사람들이 쓰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아직 옮기지 않았으니 오늘밤은 미누방에서 내가 자기로 한다. 오늘 미누 물건들을 디온이 MWTV 가져다 준다고 했는데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 옷은 보내지 않기로 해서 여기엔 아직 미누 옷이 많이 남아 있다. 미누의 사진과 여러 흔적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열심히 고친 노트북이 사실은 MWTV 재산이라 보내진 않게 될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떻게든 거기서 필요한 것들을 구해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 그리고...

이제 다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활동을 하게 될텐데, 지각생은 빈집에 이미 푹 녹아 있다. 애정이 집착으로 치닫기도 하고, 뭐 그것이 꼭 나쁜 건 아니라해도, 왠지 오늘은 이때쯤 내 스스로 거리를 좀 둬볼 필요가 있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에 대해, 세상에 대해, 자신에 대해 부끄러운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상적이 된 것 같긴 한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난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인가. 꽃을 좋아하되 꺾지 않을, 뭉개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둘 수 있을까. 요즘 같아선, 내가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아서. 공허함이 더 깊어진 것도 같아서 내 스스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던지, 누구던지 쉽게 빠져들고, 그러다 상처주고, 받고 그렇게 되기 쉬울 것 같다. 뭐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지만.

 

난 역시.. 정말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 같아. 흑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1/23 23:39 2009/11/23 23:3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667
발칙한 2009/11/23 23:46 URL EDIT REPLY
나 지각생 팬 될듯<ㅋㅋㅋㅋㅋㅋㅋㅋ바퀴벌레 얘기에 공감해버렷쎀ㅋㅋㅋㅋㅋㅋ트위터로 한줄 긁어감:)
지각생 | 2009/11/23 23:53 URL EDIT
그 바퀴벌레가 나를 치유해준게 아닐까? ㅎㅎ
팬클럽 회장 지금 공석이니(언제는?) 뜻대로 하삼
발칙한 | 2009/11/23 23:59 URL EDIT
웅 아싸ㅋㅋㅋㅋ 역시 지각이 진리얌 훗<
지각생 | 2009/11/24 10:39 URL EDIT
내 이름을 세번..
2009/11/24 01:23 URL EDIT REPLY
훈훈이 정말 짱이야!! 감동의 눈물 주르륵....... 지각생 디디 홍진 모두 너무너무 고마워!!!!!!!!!!!!!!!!!!!!!!!!!!
지각생 | 2009/11/24 10:39 URL EDIT
디디 홍진이 이번 방한 중 짜증 만땅이었다는데 돕이 좋다고 하니 그들의 억울함?이 적잖이 달래지겠소. 디디홍진, 당신들의 방한은 헛되지 않았다!
디디 2009/11/24 10:52 URL EDIT REPLY
흠 -_- 우리는 지금 결혼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지만, 아무튼 헛되진 않았던 것이냐. 크
지각생 | 2009/11/25 01:53 URL EDIT
저런 최초의 대위기라고 생각하고 잘 풀어보씨요. 무튼 그대들 헛되지 않았다 ㅎㅎ
동치미 2009/11/24 13:56 URL EDIT REPLY
바퀴벌레요.... ㅡ.ㅡ; 요즘어딜가나 저렇나보네 ㅋㅋㅋㅋ 아흐~ 바퀴벌레 ㅠㅠ
지각생 | 2009/11/25 01:54 URL EDIT
근데 고놈이 아주 크고 시커멓진 않아서 좀 견딜만했던듯 ㅎㅎ 빈집엔 언제 놀러오심?
스머프 2009/11/24 17:16 URL EDIT REPLY
그 바퀴벌레도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고 걍 동거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징그러워....죽이진 말자고 하면서도 자꾸....윽~ 암튼, 지각생의 손과 마음은 컴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듯해...땡큐였음..^^
지각생 | 2009/11/25 01:56 URL EDIT
죽이지 않으려해도 곳곳에 밟혀 죽어 있더만 -_- 괜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바퀴들이 발을 끊게 만드는게 어떨까?
디온 2009/12/04 12:14 URL EDIT REPLY
아악, 나 아까 글보고 윈도우8 자동업데이트 걸어놨는데!! ㅜ,.ㅜ 머, 내 컴은 아니니까. ㅎㅎ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