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적 있던가. 기타를 대학교때 배웠는데, 수업을 째고 과방에 죽돌이하면서 내게 밥사줄 선배, 놀아줄 동기를 기다리며 놀기에 적합하다 싶었다. 흠 사실은 누가 장기를 두면 장기를 같이 두며 밥 사달라고 했고, 책을 읽고 있으면 책에 대해 얘기하며 밥 사달라고 했고, 기타를 치고 있으면 기타를 가르쳐달라 조르며 밥 사달라고 했고.. -_- 그랬다.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꽤 괜찮지 않은가.
여러 선배가 기타를 조금씩 전수했지만 제대로 좀 가르쳐주며 격려해준 동기가 있었다. 요즘은 연락도 안되는데, 뭐 잘 살고 있다 언제던 다시 만나겠지. 그 친구가 내 생일 선물로 준 것이 "김광석 다시부르기2" 테이프. 지금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고 왠지 신나지 않은 노래가 있을 것 같아서 안 들었다. 3월 중순이라 생일 선물 받기가 힘들어 말 안했는데 챙겨준 녀석이 고마워 한번 카세트에 넣고 틀어놓고는 금방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계속 구석에 쳐박아뒀었지. 그러다 나중에 김광석 노래를 조금씩 듣고, 감동 먹게 되면서는 이 테이프를 계속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김광석을 좋아하게 됐을때는 이미 그가 죽은 지 2년후.
그때는 과방에 노래책들이 있으면 대부분 민중가요집 정도이고, 또 민중가요들이 코드가 쉬운 것들이 많다보니, 또 내 감성에 맞는다 생각해서 기타를 배울때 연습은 거의 그런 노래들로 했다. 단순하고 낙천적인 20대 초반 남자는 그 노래 자체보다는 그걸 부르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있곤 했는데..
민중가요집에 수록된 김광석 노래는 대개 "나의 노래" 아니면 "외사랑" 정도였다. 외사랑이 실린 이유는 아마 "공장의 하얀 불빛은 오늘도 그렇게 쓸쓸했지요"로 시작하는 2절 가사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나도 그래서 김광석도 좋고, 민중가요집에 실려 있기도 하니 한때 꽤나 많이 불렀다. 대신 이 노래는 밤이 깊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 건물이, 과방이 모인 층이 텅비기 시작할때, 그러니까 끝물에 욕 덜 먹을만할때 부르는 노래였다. 기분 낸다고 목소리 높여 부르곤 했거든 지금 그 모습을 떠올리면 우습다. ㅋ
내 사랑 외로운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지만
마음 하나로는 안되나 봐요
눈물 고인 내 눈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내 사랑
공장의 하얀 불빛은
오늘도 그렇게 쓸쓸했지요
밤 하늘에는 작은 별 하나가
내 마음같이 울고 있네요
눈물 고인 내 눈속에
별 하나가 깜박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서글픈 사랑
이룰 수 없는 내 사랑
아..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싶은데 지금 작업하러 와 있는 곳은 절대 시끄럽게 할 수 없는 곳이다. 얼른 일을 끝내고 아랫집 옥상에서 노래나 불러야겠다.
감정이 얼굴과 몸짓에 다 드러나는 지각생인지라, 항상 짝사랑만 하다 결국 제대로 고백도 못했는데 그 사람은 다 알고 있어서 불편해하다 결국 외사랑으로 끝난 것이 초등학교때부터 계속 되고 있다. 아마 무슨 저주라도 걸린걸까. 혹 초등학교때 날 좋아하던 애 마음을 내가 몰라준 일이라도 있었을까 ㅎㅎ
사람들이 그런다. 내게 무언가가 없다고.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그 무언가가 알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그게 정말 내게 없는 걸까
왜 다들 내게 아예 그게 없는 거라고 생각할까.
어이쿠. 이러다 오늘도 밤샐라. 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는 오직 "마음 하나로는 안되나 봐요"란 가사가 불현듯 떠올라서 ㅎㅎ
노래를 업하려다가.. 관두련다. 저 노래 감성만큼 내가 슬프다던가 한건 아니니까. 그냥 좀 쓸쓸하긴 하지만.. 슬픈 노래를 떡 올려놓을 만큼은 아니다. 지금은 쿨해질때 -_- 오늘 밤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