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나로'라는 청소년 단체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많이 들어보았다. 그런데 오늘 다음 메인 뉴스에 올라온 "청소년 단체 진보-보수 이념싸움? '그래도 우리는 순수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http://kaya.or.kr/)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중고등학생들의 단체이고 홈페이지도 있기에 찾아 보았다. 메인 화면에 큼지막한 플래쉬 베너가 인상적이었다.


청색 교복을 입은 예쁜 여학생이 태극기를 오른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여학생의 왼쪽에 "대한민국의 가치,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이어 빨간 교복을 입은 다른 여학생이 지구본을 양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합니다.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라는 글자가 떠 오른다.

배너 아래에 '공지사항'과 '성명서/논평' 등이 있는데 읽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들, 소위 청소년들에 대해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애들은 애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애였던 때가 있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지나온다. 어떤 애들은 순풍에 돛단듯 부드럽게, 어떤 애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 세차게 몰아치는 한겨울 북풍에 헐벗은 겨울 나무처럼, 또 어떤 애들은 시커먼 시궁창 쓰레기 바닥을 기듯이 그 불운한 시절을 통과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평지같은 평이한 과정이든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이든 여튼 그 시절을 지내는 것이다. 나는 어떤 경우냐 하면 순풍에 돛단듯 파도를 타는 그런 시절은 아니었다.

아마 나의 유년 시절의 경험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이라는 청소년 단체의 홈페이지 배너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웬만하면 허허 쓴웃음을 지었겠지만 그냥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 이런 류의 슬로건은 요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참 헷갈리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씁쓸했다.

애들이 대한민국의 가치가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애들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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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6 14:25 2011/11/26 14:25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원전은 불가피하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녹색당을 선택했다. 생활 방식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생각이 바뀌면 삶이 달라진다. 온 산과 들판이 붉게 물들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은 쉽게 붉게 물들지 않는 것 같다. 녹색은 생명이다. 그러나 생명의 피는 붉다.

 

[목수정의 파리통신]에바 졸리, 원전 감축의 ‘녹색요정’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의존국 프랑스가 비로소 탈핵으로 가는 첫 궤도에 들어서게 됐다. 지난 주, 프랑스 사회당과 녹색당이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공조에 합의한 것이다. 이들은 2025년까지 원자로 24기를 폐쇄해 프랑스의 원전 의존도를 현재의 75% 수준에서 50%까지 낮추기로 했다. 비록 원전의 전면 폐쇄를 주장해 온 녹색당의 기존 입장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변함없이 기존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천명해 온 프랑스가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의미심장한 합의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이들의 합의가 발효되려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62%가 원자력 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원하며, 원전정책 불변을 외치는 사르코지보다 사회당 대선후보 올랑드의 지지도가 앞서는 상황에서, 이는 실천 의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원전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 자체가 터부시돼오던 상황에서, 이를 대선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프랑스 녹색당의 대선 후보 에바 졸리다. 그녀는 11월19일까지 프랑스 내 원자력 발전소 폐쇄에 사회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대선을 위한 그 어떤 정책연대도 없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사회당을 압박했다.

에바 졸리. 노르웨이 출신인 그녀는 프랑스 정가에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말, 프랑스 거대 석유회사 엘프사의 뇌물사건을 포함한 잇따른 대형 사건들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해 부패척결에 앞장선 청렴 판사로 이름을 날린 바 있으나, 사건 해결 직후인 2002년 법복을 벗고 프랑스를 떠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프랑스에 다시 돌아온 건 지난 해. 1년 만에 녹색당 내의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로 당선된다.

후보가 되자마자 그녀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군대의 행진을 걷어치우고 대신 혁명의 주체인 시민들이 행진을 하도록 하자”는 발언을 던져,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그녀의 발언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실체를 지적하는 소년의 목소리처럼 너무도 정확하게 프랑스의 기만을 조준했다.

민주사회의 첫 씨앗을 뿌린 1789혁명의 주체는 농민과 노동자, 수공업자 등 소시민들이었다. 군인들은 그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로 지배권력의 충복으로, 반란세력이었을 혁명세력들을 탄압했던 집단이 아니던가. 모두가 아는 이 명백한 기만을 건드린 그녀. 피용 총리는 그녀가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발끈했고, 은근히 그녀가 노르웨이 출신임을 공격했다. 하지만 헝가리 출신의 대통령을 모시는 총리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이 맹랑한 여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삯바느질, 세탁소, 빵집, 조선소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학교를 다녔고, 18세에 미스 노르웨이로 선발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뒤 프랑스로 떠난다. 프랑스에서도 베이비시터, 옷수선 등으로 생계를 해결하며 법학을 공부하다가 38세에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판사가 된다.

에바 졸리의 인생은 매순간 믿을 수 없는 동화적 장면으로 가득하다. 유럽 최고, 최후의 원전국가 프랑스가 그 어리석은 국운의 향방을 돌리게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놓고, 잠시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있는 에바 졸리. 바로 옆집에서 일어난 참상을 적나라하게 지켜보면서도 대표 수출산업으로 원전을 육성하겠다고, 당당히 발표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인류애적 충고를 한마디 날려주시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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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13:54 2011/11/23 13:54

지금 여기서 녹색당을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는 생명, 그리고 평화의 걸음을 내 딛습니다.

우리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고 자립과 자치가 가능한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여기에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의 실천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뭇 생명이 공존하는 더 나은 내일을 일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새만금과 4대강에서 자행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아름답던 생태계가 파괴되고 우리 삶의 뿌리가 상처 입고 병드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더욱이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반생명.비윤리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장지상주의와 개발만능주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곪을 만큼 곪아 기후변화와 핵 사고에서부터,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금융위기 등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지리멸렬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행복과 성숙을 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부터,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 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으로 환경, 생명, 풀뿌리, 여성, 인권, 평화 등의 운동이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대안에너지, 대안교육, 대안경제 등 대안사회의 모습들도 만들어져 왔습니다. 협동조합, 귀농ㆍ귀촌운동, 도시농업 등 대안적 삶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을 막아서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끝 모를 토건사업, 핵발전소 확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위협받는 평화.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우리의 장벽은 정치입니다. 여기에 녹색당의 창당 이유가 있습니다.

녹색당은 단지 환경분야에 국한된 정당이 아니고, 국가의 틀에 갇힌 정당도 아닙니다. 기존 정치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녹색정치를 위한 전 지구적?범시민적 열망이 밀려듭니다. 우리는 국제연대를 표방하는 정당으로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인들과 연대하고자 합니다.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한 발전,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표명한 ‘지구녹색당헌장’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풀뿌리사람들의 힘으로 정치의 변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그동안 중앙집권적이고 기득권 위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지역과 여성, 청년, 청소년, 소수자, 비정규직 그리고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소수의 부유층과 특권층을 위한 정치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녹색전환을 꿈꾸며 실천해 온 사람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우리의 평화적 힘입니다. 녹색의 가치가 더 이상 미루어지거나 부차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신념은 우리의 연대를 더욱 강하게 할 것입니다.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과 행동은 우리를 춤추게 할 것입니다.

미래의 시간은 녹색의 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을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우리의 우정과 믿음을 키워, 끝내 멈출 수 없는 환희로 서로를 북돋을 것이며, 즐거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11년 10월 30일

녹색당 창당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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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6 14:54 2011/11/16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