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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찰칵찰칵'에서 비가 쏟아지는 날 북한산엘 갔었다.
위의 [비]는 그때 산 중턱에서 비를 뚫고 찍은 서울 사진들.
그 중 하나 리바이벌.
이 사진을 다시 손 봤다.
이게 진정 같은 사진이란 말인가?
지난 주에 프린트 특강을 들었는데 RAW 포맷 파일의 활용법을 하나 배웠다.
아래 사진은 원본 RAW에서 노출과 계조를 제각각 조절한 다섯 개의 이미지를 조합한 것이다.
콘트라스트가 강해져서 집들의 윤곽이 훨씬 잘 잡혔다.
한강 건너 아파트와 산의 형체도 복원되었다.
하지만 좀 더 미학적인 연구가 필요하긴 하다.
북촌 한옥마을 주변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더워서 오후 내내 차나 마시며 노닥거렸다.
해가 기울어 재동초교 맞은 편으로 어슬렁 기어 나왔더니 이번엔 비가 쏟아졌다.
남의 집 대문 위에 붙은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이때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건축 자재상이 파란 덮개로 시멘트 따위를 덮었다.
파란 덮개와 노란 자동차.
파란색과 노란색이 눈에 확 들어와서 비를 맞으며 횡단보도를 건너 두 색을 찍었다.
찍어 놓고 보니 색을 찍었다기 보다는 자재상을 찍은 꼴이 되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살리기 위해 이 두 색을 띤 다른 사물을 주변에서 찾았다.
횡단보도임을 알리는 노란 보도블럭과 차량진입을 막는 파란 기둥을 함께 찍었다.
스티로폼, 행인들의 하얀 우산, 횡단보도가 하얗게 화면 안으로 들어왔지만
행인들의 옷이 원색이 아니라 여전히 어색했다.
횡단보도 녹색불이 들어올 때마다 인도에서 튀어나와 찍어 봤지만 별개 없었다.
포기하고 다시 애초에 비를 피하던 곳으로 건너는데 횡단보도 앞에 빨간 자동차가 섰다.
뒤돌아서 무작정 찍었다.
화면 안에 빨강색이 들어오니 색들이 더 강렬해졌다.
의도하지 않게 행인이 웃는 얼굴도 함께 찍혀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화면 안이 너무 산만하다.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와 붉은 색 자동차를 기다리기 위해 자리를 찾다가
구멍가게 앞에 놓인 색들을 발견했다.
녹색 마을버스가 멈춰 섰길래 찍었는데 녹색은 의외 강렬하지 않았다.
이편과 건너편의 색들을 함께 담으려고 구멍가게 앞에 쭈구리고 앉아
색을 지닌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파란색과 각각의 주황색, 그리고 녹색이 재미나게 포착되었다.
하지만 오른쪽이 심히 잘린 듯하고 왼쪽 아래 노란 PT병이 눈에 거슬린다.
가게 앞 물건들 때문에 프레임을 잡기 어려웠지만 다시 시도하려는 순간 가게 주인한테 쫓겨났다.
(이 장대비에 누가 가게에 온다고... ㅠㅠ)
다시 횡단보도 앞 남의 집 대문 지붕 아래로 돌아가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쪽 편 노란 보도블럭이 눈에 들어왔다.
녹색 마을버스가 지나길래 나란해진 두 색을 찍었다.
단순한 듯 재밌긴 한데 강렬함이 부족한 듯하다.
건너편에도 색들이 있으니 이쪽 노란색과 건너편 색들에 지나는 자동차나 행인을 넣어보고자 했다.
자동차가 너무 멀다.
파란색 자동차도 별로다.
게다가 은색 차가 범퍼까지 들이밀었으니 더욱 별로다.
가운데는 너무 훵하다.
이번엔 건너편에서 파란색 옷을 입은 행인이 건너 오길래 파란색이 가장 커졌을 때를 기다렸다가 찍었다.
하지만 광각렌즈에 행인의 파란색이 커져봤자다.
그래도 모양새는 정리가 되었다.
자, 화면을 정리했으니 저 빨간 신호등과 호응할 빨간 승용차만 기다리면 된다.
빨간 승용차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차로로 달려야 한다.
화면 가운데보다는 왼쪽 지점을 지나칠 때 셔터를 누르면 된다.
대한민국에는 왜 이리 칙칙한 무채색의 자동차만 많은 지 모르겠다.
쭈구리고 앉아 오래도 기다렸다.
행인도 많지 않은 이 편 보도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지나쳤다.
길을 비켜야 할 것 같아 살짝 일어나 한 발 뒤로 물러섰는데...
그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찾기 힘든 빨간 승용차가 휙 지나갔다...ㅡ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차로를 달리는 빨간 승용차... ㅠㅠ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지만 자리를 떠야만 해서 포기하고 몇 걸음을 뗐다.
그때 빨간 오토바이가 지나길래 뷰파인더도 안 보고 허벅지에 카메라 대고 찰칵.
다시 화면 속이 산만해졌다.
빨간 자동차가 제 때 지나가 줬다고 해서 좋은 사진이 되었을 리는 없다.
선명한 색들이 화면 안에서 호응하는 걸 찍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색을 찍을려고 한 건 너무 쉽게 찍으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거리의 색을 찍으려면 장소를 잘 찾아야 하지만 비 때문에 멈춰선 우연한 곳일 뿐이었다.
장소를 찾기 귀찮다면 다음에는 횡단보도를 빨갛게 칠해버리든가...
뭐, 이런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걸기의 [바탕화면용 이미지(1)]에 관련된 글.
찰칵찰칵 출사에 토토로 데리고 가서 한 컷.
토토로 팬들을 위해 바탕화면용 이미지를 배포.
■ 비오는 날 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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