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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얼마 전에 실로 부러움을 살 만한 득템을 하였다.

TOYO 대형카메라와 중형카메라인 마미야 RB67을 얻은 것이다.

이들을 얹어 놓을 수 있는 삼각대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이 카메라들을 넣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삼각대는 고장이 나서 고쳐야 했다.

이거 뭐시기 이용해 먹을 수가 없구먼.

 

알미늄으로 된 가방을 사려고 요전에 돌아다녔던 적이 있는데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다.

용산에서는 제작해 주겠다는 데가 있었는데 두 개에 45만 원을 부른다. 켁~

네이버에게 물어 봤다.

가방은 알미늄 케이스를 주문 제작해 주는 어디어디로 가란다.

삼각대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누가 종로쪽 카메라 수리상에 가면 된단다.

 

자~ 출발.

금요일 업무는 언능언능 끝내고 싸장님 외근 나가신 틈을 타

오후 4시가  넘어 우선 종로로 출발.

네이버가 알려준 카메라 수리점을 찾았다.

 

"맨프로토네요. 음... 세운상가에 있는 모모 카메라점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

"혹시 알미늄 가방 제작해 주는 데 아시나요?"

네이버가 알려준 곳 말고도 보험 차 물어봤더니,

"그 카메라점으로 가면 잘 알 겁니다."

 

정말로, "될 겁니다"와 "잘 알 겁니다"였다.

모모 카메라점은 정말로 시큰둥한 태도로 삼각대도 안 고치고 가방 제작하는 데는 모른단다.

우이~

 

그렇다면 일단 삼각대 고치는 건 뒤로 미루고 네이버가 알려준 케이스 제작사를 찾았다.

종로3가역과 세운상가 사이 골목길 안은 왜 이리 복잡한 걸까.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가방은 제작 안한단다.

ㅠㅠ 진짜 더운데... ㅇㅇ금속으로 찾아가란다.

 

다시 골목을 뒤져 ㅇㅇ금속을 찾았다.

오케이~ 만들어 준단다.

가격은 두 개에 30만원. 흠~

그래도 용산에서 만들어 준다거나 가방가게에서 파는 것보다는 쌌다.

하지만 여기 사장님 말씀, 말걸기에게는 언제 올 지 모르는 휴가를 떠나 제작에 열흘은 걸린단다.

에궁. 다음 주 주말 촬영은 물 건너 가버렸군. ㅡㅜ

어쨌는 하나는 해결했다.

 

아참, 필름과 사진을 찾으러 충무로를 가야 하니 그 동네에서 삼각대 고치는 데를 알아보자.

사진점 직원들은 모른다 하나 어떤 손님이 알려준다.

카메라 수리점이 조기 있는데 가보란다.

위험한 계단을 올라 삼각대 고쳐주냐고 물어보니,

"이거 맨프로토 고쳐주는 데 가야 해요. 저 골목으로 가면 XX카메라 있어요. 그리 가세요."

 

그 XX가 말이지, 말은 한국언데 간판에는 로마자로만 써 있는 것이었다.

그걸 못 알아보고 골목 안을 뱅글뱅글.

헥헥 찾아갔더니 3층이 A/S 센터.

이 동네는 계단이라도 멀쩡하면 다행이고 엘리베이터는 찾지를 말아야 한다.

 

다행이 고쳐준다며 직원이 가져가더니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란다.

싹 고쳤는데 2만원... 엥? 다리 조이는 부품 두 개 갈고 헤드의 고무판 붙인 게 다인데?

 

자, 이제 미션 두 개를 끝냈으니 뺑뺑이는 고만 끝낼까... 싶었으나...

요전에 종이보드 두 개를 샀다가 저 멀리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사야했다.

사무실 근처에는 팔지 않으니 문고에나 가서 사자.

다시 종로로 나와 최소 20%나 비싼 보드를 사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거금 들여 고친 삼각대를 두고 와 버렸네...

정신 없이 달려가 손에 들고선...밥이나 먹자!

 

그래 맞아. 요 문고 옆에 괜찮은 칼국수집이 있었지.

들어가 무거운 짐들을 예쁘게도 내려놓고 앉으려는데...

"오래 기다리셔야 해요."

나가란 얘기네?

 

그래 맞아. 요 길 건너에 괜찮은 메밀국수집이 있었지.

저 멀리 횡단보도 녹색불을 보고선 배고픈 마음에 냅다 뛰어 길을 건넜다.

메밀집? 왜 이리 줄이 길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골목길을 채우네.

아무거나 먹자며 눈에 보이는 함흥냉면집에 들어가 주문을 했는데...

배고파서 주문한 사리까지 합쳐 나온 게 왜 주먹만큼 뿐이냐... ㅠㅜ

 

어쨌는 돌아댕길 일은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8시가 다 된 시각에...

그럼 왜 이 시간에 사무실로 왔냐고?

숙제할 게 태산이다.

언제 끝나려나... 뱅글뱅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