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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 태어난 지 14일 째가 된 지난 18일(수)에 출생 신고를 하였다.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 한 장 딸랑 동사무소에 들고 가서 출생 신고 양식에 끄적 대었더니 한 명의 대한민국민이 생겨났다.
홍아의 국가등록명은 결국 말걸기가 지은 이름이 되었다. 홍아의 할머니가 말걸기를 데리고 '백운선생'을 찾았는데, 작명가가 그 이름이 너무 좋다 하여 홍아의 할머니가 지어주고자 했던 이름과의 경쟁은 그 자리에서 끝냈다.
작명소에 다녀온 후 몇 일을 두고 생각해 보았지만 더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가를 돌보는 데에 지쳐 있어서 파란꼬리도 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다 했다. 좋은 이름이라 생각해서 지어주었는데 막상 출생 신고를 하려니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출생 신고를 할 때 말걸기 성씨의 본과 파란꼬리 이름, 파란꼬리 성씨의 본을 모두 한자로 적어야 했는데 하도 한자와 멀리 산 세월이 길다 보니 제대로 기억을 못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한자 정도는 조회해 줄 터이니 다른 칸을 채우라 했다. 왠지 창피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여느 업무와는 달리 무척 신중하고 꼼꼼하게 출생 신고를 처리했다. 사람은 병원이 아니라 그곳에서 태어나는 듯했다.
홍아 출생 신고를 했더니 주민등록등본에 홍아 이름이 찍혀 나온다.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생겨났을 터이다. 그리고 홍아에게 '주민번호'가 발급되었다.
주민번호... 아이가 태어났다고 국가에 신고했더니 처음 주는 것이라고는 평생 따라다니며, 언제나 실존을 증명할 때마다 튀어나올 강력한 숫자 13 자리이다. 이 땅에 태어났으니 이제 다 자랄 동안 의료와 교육은 국가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못해주고, 심지어 예방 접종을 공짜로 못 해주는 국가가 꼬리표나 붙인다. 서글픈 일이다.
출생 신고를 하니 홍아도 속박의 그늘을 피할 수 없는 현세의 인간이 된 듯하다. 살아가면서 별별 불쾌한 경험을 하겠지만 적절히 견뎌내길 바랄 뿐이다. 말걸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말걸기가 국가에게 홍아가 태어났다고 일러바친 날, 홍아는 여전히 파란꼬리 품에서 젖을 빨았고 기저귀 차림으로 몸부림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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