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뛰어다니는 윗층 아이들
- 2016
-
- 정의당 상무위원회 사태
- 2016
-
- 부족함과 초라함(2)
- 2014
-
- 오랜만에 홍아(2)
- 2014
-
- 다정한 모녀(4)
- 2011
한국 최고의 비평가로 인정받는 최모 선생께서 말걸기더러 게으르다고 하였다. 맞다. 포트폴리오라고 맞추어 놓은 게 고작 6컷이니 말 다했다. 어쨌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러니 10컷 20컷 만들어 낸 사람들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진 텍스트와 마찬가지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구상하고 대상을 캐스팅한 후 촬영을 해야 하는데, 대상을 캐스팅하는 것 자체가 노가다다. 게다가 실제로 어떻게 찍히는 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일단 찍어보아야 애초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찍어야 제대로 된 구상인지 알고, 구상이 제대로 되어야 찍는 돌고도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을 줄이는 자가 바로 노련한 작가일 것이다.
말걸기의 게으름은 캐스팅에 있다 할 수 있다. 더 많은 나무들을 담았어야 한다. 몇 시간 돌아다니면 몇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하나도 캐스팅하지 못한다. 100 컷을 만들어 냈다면 그 중 20 컷을 대략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100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하려면 몇 개월을 밤마다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말걸기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이 모양이다.
나무를 찍게 된 이유는 이렇다. 예전에 [나무들①]에서 밝혔다시피 일산의 나무들을 보고선 타협을 잘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길거리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참으로 불쌍히 여기게 되었다. 인간들이 심어놓은 자리에 스스로 생식도 못하는 저 나무들이 안타까왔다. 그러다가 자꾸 바라보니까 잘도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오 놀라운 타협의 능력이여!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서 밤을 택했다. 낮은 아무래도 밋밋한 나무들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주얼한 사진을 낳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유혹이기도 했다. 시각적 유혹만으로는 타협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고서 누가 타협을 연상하겠는가.
아래 사진 중 앞의 셋은 이미 공개한 사진이다. 봄에 찍은 사진들이다. 아래의 셋은 늦 가을에 찍은 사진들이다. 이 중 맨 마지막 둘이 전시된다. 이 포트폴리오는 전시장에 마련된, 하루 사이에 입구에서 안으로 자리를 옮겨버린 열람대에서 볼 수 있다. 작은 카드형으로 제작했다. 전시하고 있는 두 사진은 '디아섹'이라고 불리는 사이텍으로 제작되었다. 아크릴 압축으로 이미지 보존성을 높이고 강렬한 채도를 보인다. 겁나 비싼 거다. ㅠㅠ.
다섯째 사진은 파란꼬리가 '계시 받는 나무'라고 했다. 그래 보인다. 역시 타협과는 멀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