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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하고픈 관계

 

예전에는 이기적이면 나쁘다고 착각하고 살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이기적이어야 한다. 그게 자신을 위해서 좋다. 하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이란 피곤한 존재로 만든다. 결국 잘 살려면 '적당히 이기적'이어야 한다.

 

1.

 

얼마 전에 누구네 사무실엘 놀러 갔다.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왕창 인사하기 마련. 그 중, 말걸기는 그래도 좋게 지내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소원하게 구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컨디션 좋지 못한 날인가 여겼지만 방문할 때마다 그러길래 말걸기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나 싶었다. 적절한 때 얘기나 해봐야지 하면서도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있던 그날도 여전히 반가운 말 한 마디 없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야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걸기에게 말을 붙였다. 나쁜 감정은 없어 보였다. 혼자서 괜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게로군... 추측이 빗나간 건 사실이었지만 내막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토록 여러 번 마주쳤어도 반가운 기색 한 번 없었다가 갑작스레 태도가 바뀐 이유는 돈이었다. 말걸기로서는 꽤 큰 돈을 쥐어주었다. 그 사람에게는 말걸기가 여전히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확인해 준 돈이었겠지만 그건 관계가 끝났다는 통보였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신뢰는 없다.

 

언제부턴가는 별로 이해관계도 없는 사이라서 친한 척 안 하다가 돈 때문에 잠시 친한 척 한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로 말걸기에게 서운하거나 불쾌한 일이 있어서 한 동안 냉랭했을 수도 있다. 그 감정은 숨기고 웃는 얼굴로 돈 달라고 했다면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2.

 

'적당히'를 넘어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엔 여러 종류가 있는 듯하다. 앞에서처럼 이해관계를 계산해서 방긋방긋 웃는 그런 이기심도 있지만 인정과 사랑에 목말라서 자기만 봐달라고 안달복달하는 이기심도 있다.

 

이해관계에 매달리는 사람이야 생까면 끝이다. 왜냐면 그 사람에게도 생까는 말걸기가 도움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관계를 청산된다. 하지만 자기만 봐달라고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사람은 쉽게 청산하지도 못한다.

 

말걸기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몇 있는데, 처음에는 진심으로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아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이다. 인정과 사랑에 목말라서 주변 사람에게 인정과 사랑을 사정없이 요구한다. 그런데 그들의 요구는 서로가 서로를 향한 게 아니다. 일방적인 요구이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할 틈이 없다. 상대의 눈치를 살피기도 하지만 그건 자기 목적만을 위한 것이다. 이건 확실히 병이다.

 

아픈 사람들에게 한참을 괴롭힘 당했다. 이들이 말걸기를 괴롭힌 이유는 하나다. 친절함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친절함은 더 큰 친절과 인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친절함이 바닥났다. 더 이상은 없다.

 

그들에게 아픈 마음을 치유할 것을 여러 번 조언했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말걸기에게는 그들을 치유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책임도 없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온전히 그들 책임이다. 그러니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그들은 아픈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나쁜 사람들이기도 하다.

 

말걸기도 이들에게는 이기적으로 굴기로 했다. 그들은 확실히 말걸기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이들이니 생까기로 했다. 말걸기가 그들을 버린 이유를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마음의 병이 깊어서 자기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정받고 싶어지면 말걸기를 또 다시 괴롭힐 것이다. 아마도 자꾸 그러면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말걸기에게서 멀어지게 할 지도 모르겠다.

 

3.

 

사람이 어느 정도로 이기적이어야 적당한 건지는 모르겠다.

 

공동의 이익을 찾아서 노력하는 건 훌륭한 미덕이자 바람직한 사회를 위한 전략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공동의 이익에 관심이 없는 자에게 배려를 베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주변의 이기적이기만 한 인간들에 치이다 보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음흉해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