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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특별 당비

 

어제 낮에 출력소에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번호를 보니 당사인 듯하여 누가 말걸기를 찾는 줄 알고 냉큼 받았는데... 자원활동하는 당원이라면서 대선 특별당비 5만 원 이상을 당비 계좌에서 인출하도록 동의해 달라는 전화였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요즘 벌이가 없어서 특별 당비를 내지 못하겠네요."

 

라고 말걸기 또한 친절한 태도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정말 맘에도 없는, 전화줘서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까지 했다. 특별당비를 내지 않는 이유는 참으로 불쾌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특별당비 내달라는 전화통에까지 냉담할 필요는 없잖은가. 전화한 사람이 누구건 간에.

 

 

97년 이후 2004년까지는 여유돈이 있는 만큼 선거에다가 부었다. 물론 얼마 되지는 않는 돈이었지만 항상 '약정된 금액'은 훨씬 넘겼다. 그러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약정된 금액', 그러니까 당대회 등 의결기관이 결의한 만큼만 특별당비를 냈다. 원래 그 선거를 위해 모아두었던 돈은 몽땅 레디앙으로 갔다.

 

이번에는 최소한의 특별당비 납부도 거부했다. 물론 당장 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니니 핑계거리도 있다. 애초에는 아무리 당 꼬라지가 지랄같아도 기본적인 의무는 다하고자 했으나 현 지도부에게는 절대 돈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 납부를 거부했다.

 

 

레디앙에서 있을 때부터 취재 차 사정을 알아보던 일이 있다. 참으로 거시기해서 결국 기사로 쓰지는 않았지만 정말 지저분한 일이다.

 

선거를 치를 때는 당과 후보의 지지도 뿐만 아니라 당과 후보의 어떤 발언 내용이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한다. 결국 여론조사를 통해서 전술의 변화를 꾀한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 개뿔 먹히지 않는다는 게 여론조사로 확인되면, 다른 카드, 비정규직 어쩌구를 들이민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을 보고 제대로 질렀나 다시 확인하는 게 여론조사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선거, 특히 미디어 영향을 많이 받는 작금의 선거에서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물론 한계는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 설계를 제대로 하고 조사도 제대로 하고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제대로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여론조사를 할 요량으로 당은 예산을 8천 만 원 정도를 책정했단다(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까먹었다). 이는 연초부터 선거전까지 예산이고 선거 시기에는 별도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이것도 확실한 금액은 모른다). 어쨌거나 1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한 해 동안 여론 조사를 한다는 건 아주 적은 비용임에는 분명하다. 그래도 당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하는 수밖에.

 

그런데 이 여론조사를 위해서 여론조사 회사를 선택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작년부터 기조실의 여론조사 담당자는 중견 여론조사 회사들과 관계를 트고 이 중 3개 회사와 함께 올해 대선 여론조사 사업을 하려 했고 그 일환으로 올봄 첫 여론조사 사업을 이들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지도부의 승인에 따라.

 

각 회사의 담당자들은 당사까지 와서 사무총장과 "잘 해봅시다"까지 했다. 그런데 올봄에 하기로 한 사업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두어달 기다린 끝에 여론조사 회사들이 민주노동당이랑 못 해먹겠다고 쨌다. 그 와중에 총무실장이 아주 기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니까 여론조사 예산 규모로 보아 이 사업을 위해서는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총무실장의 지적은 옳았다. 애초에 일정 금액 이상의 사업을 집행할 때는 공개입찰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조실 여론조사 담당자에서부터 기조실장, 사무총장, 그리고 대선 전략기획단장까지 아무 생각 없다가 총무실장 한 마디에 "어, 그래?" 그러고는 공개입찰을 내게 되었다.

 

여론조사 회사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일 잘 해보자고 총장까지 면담했는데 그제서야 공개입찰이라니. 게다가 총무실장은 놀랍고도 황당한 '꿍꿍이'가 있어서 여론조사 담당자와는 상의도 없이 공개입찰 공고를 냈다. 그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어 여기저기서 욕을 먹었는데, 이를 테면 회사 직원으로 당원을 얼마나 고용했느냐가 점수에 반영된다는 따위.

 

이로써 중견 여론조사 회사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고 경기동부연합 계열사인 CNP가 작지만 능력있는 모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공개입찰에 응했다. 그리고 실력은 고만고만하고 좀 문제가 있는 작은 회사도 공개입찰에 응했다. 공개입찰은 두 개 회사와 계약하겠다고 냈으니 결국 이들과 함께 여론조사 사업을 하게 된 것.

 

경기동부연합의 계열사는 통계의 기본도 몰라 일을 하도 이상하게 해댔다. 여론조사 담당자가 클라이언트로서 조사의 문제를 지적하자 그 회사는 당지도부에 담당자를 혼내주라고까지 한 모양이다.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공문까지 날라댕기고.

 

그러다가 경기동부연합 조직원인 총무실장이 갑자기 여론조사 담당자에게 여론조사 사업예산이 5억 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단다. 그러니까 애초 사업계획보다 3배 가량은 뻥튀기한 예산을 집행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실무자' 주제에 예산 편성까지 마구 부풀리다니. 그것도 경기동부연합 조직원이라고 그 계열사 회사에게 줄 돈을 늘이겠다니.

 

여론조사 담당자는 처음에는 왤까 싶다가 이내 눈치를 채고선 여론조사 사업으로 최소한의 비용만 지출하려고 무지 애쓰고 있단다.

 

 

일 못하는 것들 상대로 돈 쓰는 게 참으로 아깝다. 돈 아까운 것도 아까운 것이지만 결정적으로 특별당비를 못내겠는 이유는, 당지도부의 비호 아래 당직자가 거액의 당 재산을 자기 조직으로 흘리는 짓거리 때문이다. 사실은 그 조직의 기획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멍청해서 돈을 잘 못 쓰는 건 지적을 해서라도 바로 잡으면 되지만 작정하고 공금을 사조직으로 세탁하는 건 못 봐준다. 한 번은 좌절했지만 계속해서 그런 짓을 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