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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 이안)>을 보다.
금융비적규직 사업 일환으로 발간하는 월간 <금비>라는 잡지가 있다. 이 잡지에 '영화보고 수다떨기'라는 꼭지가 있는데, 공짜로 영화보고 수다만 떨면 되는지라, 얼씨구나 좋다구나 무작정 영화를 보겠다고 나섰다. 3월호가 찍은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 이안)>이었다.
게이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리고 이안의 작품이라는 얘길 듣고 그의 또 다른 작품 <결혼 피로연, 1993>을 떠올렸다. 이 영화에서는 갈등하지만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동성애를 보여주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기 위해 상암CGV로 가던 길에서도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티>은 슬픈 영화다. 이 영화를 두고, '아름다운 사랑', '위대한 러브스토리'라는 수사를 붙이는 건 영화 팔아먹기 위한 비평에 불과하다. '슬프고 억울한 사랑'이라 해야 한다.
- 에니스 : "내가 너무 재미 없었지?"
- 캐시 : "여자는 재미로 사랑을 하지 않아요."
- 알마 : "난 바보가 아냐. 내가 모르는 줄 알아?"
- 잭 : "네게 난 가끔 만나는 친구일 뿐이지만, 난 널 20년이나 그리워했어."
- 로린 : "희한하게도 남편들은 자기 아내에게는 춤을 청하지 않지요."
부모를 잃고 누나와 형도 결혼한 후에 떠돌이 신세가 된 에니스 델 마와, 부모의 목장일을 도우며 사는 잭 트위스트는 어느 해 여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 방목일을 하게 되었다. 둘은 짧은 사랑을 했고 가슴 속으로만 타들어가는 이별을 했다. 에니스 델 마는 알마와 결혼해서 딸 둘을 낳았고 여전히 가난한 품팔이 인생을 살았다. 잭 트위스트는 농기계상의 딸 로린 뉴섬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으며 장인의 사업을 이은 로린을 도우며 살았다. 이렇게 4년이 지났고 에니스와 잭은 다시 만났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한 그들은 매년 한 두번씩 휴가가듯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에니스의 아내인 알마는 에니스와 잭의 첫 재회서부터 그들이 연인이라는 걸 알았다. 몇 년 후 에니스와 알마는 이혼을 했다. 이혼 후 에니스는 캐시와 사귀기도 했다. 캐시도 떠났다. 잭은, 갑부인 장인이 이혼만 한다면 주겠다는 위자료로 에니스와 목장을 가꾸길 원했다.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자기에게 춤을 청하지 않는 남편'을 둔 로린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돈 버는 일에만 몰두했다. '춤을 청하지 않은 이유'는 훗날 깨닫는다.
여느 연인과 부부가 그렇듯이 에니스와 잭의 사랑도 대칭을 이루지는 않았다. 사랑을 양으로 잴 수는 없으니 각자의 사랑 중 누구의 것이 큰 지는 비교할 수는 없고, 단지 그 관계에 대한 생각이나 표현 방식, 삶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음으로 에니스와 잭은 사랑하지만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잭은 에니스의 이혼을 반가워했다.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니스는 잭의 인생 설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에니스가 잭을 '가끔 만나는 친구'로만 생각했을까? 에니스가 잭과 함께 살기를 거부한 건 잭인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운명을 거스르는 남녀의 사랑은 '낭만적'이고 '아름답고' '순수하며' '위대'하다. 그러나 두 게이의 사랑은 운명을 거스를 힘도 없었다. 그들만의 공간인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 듯 일년에 한두번 '밀회'를 가질 뿐이었다. 자연 빼고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둘만의 공간에서는 행복하지만 따지고 보면 슬프고 억울할 따름이다. 캐시에게서 "여자는 재미로 사랑을 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에니스의 마음은 어땠을까. 캐시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을 설명할 수도 없는 에니스, 슬프고 억울하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통상의 가족을 이룬 동성애자들이 있다. 이성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들이 겪었을, 겪게 될 지도 모르는, 어쩌면 겪길 바라는 동성과의 사랑을, 통상의 결혼에서의 '외도'나 '로맨스'로 보아야 할까? 나같은 헤테로야 이 영화를 보고 슬퍼하면 끝이지만, 동성애자들은 사무치는 아픔을 느껴야 할 지 모르겠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오히려 '분개'할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한 그들의 느낌을 듣길 바라는 것조차 해서는 안될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일상에서 사랑을 누릴 권리도 없는 에니스와 잭이 사랑을 이룬 결말은 슬플 따름이다. 에니스와 잭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랑이 가능했다면 함께 살다가 성격차이로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사랑이었다. 나는 20년이란 세월에서 쌓인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겠다. 그냥 가슴이 아플 뿐이다.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한 사람들은 에니스와 잭으로 그치지 않는다. 알마와 로린 또한 배신감과 허무함으로 수십년을 살았고, 죽음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에니스와 잭의 관계를 알고 있던 알마와 알 수 없는 느낌으로 살아가던 로린. 그들이 불행한 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받지 못함을 표현할 수도 없고 관계를 쉽게 떨칠 수도 없었다. 금기는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첫 장면에서 동양화가 연상된다. 아름다운 산과 숲, 양떼를 담은 화면은 아름답다. 두 개의 노래가 흐르는 마지막 크레딧에서는 눈물이 난다. 영화 어디에서도 에니스와 잭은 '사랑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는 게 더욱 슬프다. "He Was a Friend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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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얼마 안된 영화를 두고 이런저런 감정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그 장면에서, 그 사건에서 어쨌다 저쨌다를 다 풀어버리면 글 읽는 사람은 김샐 것 같아서다. 시간이 더 지나면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글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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