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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들 진짜 개념 없다.

 

궁금이의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당 지도부 제소 기각되었습니다.]에 관련된 글.

 

 

민주노동당 퇴직자 중 하나인 궁금이가 당 지도부와 총무실장을 당기위에 제소한 사건이 있었다. 당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와 협의도 없이 퇴직금의 반액을 아무때나 입금해 놓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돈 없다'를 반복했다. 법에 따라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 시기를 협의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당기위는 제소를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다음과 같다.

 

"피제소인들이 고의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퇴직금이 미리 확보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점, 어려운 재정상황 속에서도 퇴직금의 50%를 지급하여 퇴직자의 처지를 무조건 외면했던 것은 아닌 점, 퇴직금 지급 독촉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은 총무부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이 업무과중에 시달리며 그에 대한 담당자가 명확치 않았다는 점, 피제소인들이 퇴직자들에 대한 퇴직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점 등으로 피제소인들에게 당규위반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됨."

 

이 사유에 진실이 하나라도 있을까? 죄다 거짓 투성이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또 다른 판결이 있다. 궁금이가 위 게시물에도 올렸듯이 대한민국 대법원은 10년 전인 1997년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했다. 퇴직 후 14일이 지난 다음에 퇴직금 지급이 늦는 것에 대해 사측이 협의를 하고 퇴직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범죄'라는 것이다.

 

"사용자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 후에는 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운동권들 진짜 개념 없다. 서울시당 당기위원회는 말도 안되는 기각 사유를 들어 당 지도부의 책임을 사면해 주었다.

 

국가의 법률과 사적 정치결사체인 정당의 당규는 다르다. '범죄'로 규정하는 것도 다르고 그에 대한 처벌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가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칭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에서 '일한 댓가'에 대한 태도가 부르조아 국가 기관보다 후진적이라니 참으로 우습다.

 

퇴직금은 생계를 위한 것이다. 사람 목숨, 혹은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 문제다. 이게 그렇게 가볍게 다루어질 수 있다니...

 

 

서울시당 당기위원들 하나하나는 나름 '당성'을 갖춘 자들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그들의 당성이 확인되었다. 그들의 당성은 '당의 가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온 게 아니다. 그들의 당성은 그 같잖은 '운동권 보위'에 불과함이 밝혀졌다.

 

서울시당 당기위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오프 더 레코드'라며 변명할 얘기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당 당기위원들은 당 지도부의 책임을 묻자니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이 따위 말도 안되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명백하게 잘못했다고 판단해 버리면 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그러면 당 지도부의 권위가 손상된다.

 

대한민국 운동권들은 정파가 달라도 지도부 권위가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사실은 싫어한다. 아무리 서로 혐오를 해도 지도부가 잘못한 것이 확정되면 그 조직의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동권들은 지독하게 '윤리적'인데, 이게 '우리 조직은 윤리적이어야 한다'가 되고 '윤리적이 되도록 조작'하는 데로 빠진다.

 

그래서 운동권은 한솥밥 먹는 조직원들 감싸주기에 있어서는 지독하게 보수적인 부류의 인간들, 판검사, 관료, 각종 이권조직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이런 식의 '조직 보위'는 결정적 순간, 내부 권력 다툼에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조직 보위의 이유는 그 자체라기보기 다른 데에 있다.

 

 

만약 당기위가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었다면 어느 누가 지도부가 되었든지 간에 퇴직자가 생겼을 경우 바로바로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 징계받는다는 판례를 남기게 된다. 그러나 당기위원들은 제소를 기각하므로써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 지도부에게 그들의 책임 일부를 면해 주었다. 이는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책임없이 권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를 모른다. 책임을 면해 주고 권한은 그대로 두는 것, 이것이 바로 '독재'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극단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다.

 

자, 책임없는 권한, 권력이 하는 짓을 보라. 퇴직금은 생계를 위한 것이다. 생계를 짓밟는 짓을 한 당 지도부의 행위를 서울시당 당기위가 보호해 주었다. 이 공범들.

 

당내 정파들이 '보편적 룰'을 결정적 순간에 저버리는 이유는 자기들이 당권을 장악했을 때 책임없이 권한만 행사하고 싶어서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운동물 먹은 개개인에게도 잘 스며들어 있다.

 

 

요즘 민주노동당은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권이라고 진보적이지 않으며, 진보적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실제의 가치가 진보적이지는 않다는 것. 민주노동당의 지속적인 민주노동당 노조 탄압에서처럼 아주 잘 드러난다.

 

진보의 가치가 수사에 불과한 자들. 내면화된 비민주성. 운동권들 진짜 개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