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땡이 모드로 쓰는 아침 일기
간만의 아침운동으로 기분이 좋아,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옷 입고, 밥 먹고, 양치질하고, 가방 싸고, 화장하고, 선글라스 쓰고, 가방 멘 다음... 또 노트북 앞에 주저않아 봄노래 따라 부르며 쓰는 아침 일기. 이미 9시인데... 후딱 쓰고 휘리릭 회사로 날아가야지 .
봄이 되니까 해가 일찍 뜨고, 그래서 계속 아침에 6시 반이면 귀신같이 눈이 떠져서 아주 미칠 지경이었는데... 왜냐하면 살짝 불면증이 생겨서 암만 일찍 누워도 새벽 1시 전에 잠드는 일도 별로 없고, 수면 품질도 별로라서 3시쯤 깼다가 다시 잠드는 일도 자주 있어서... 그러면 늦잠이나마 자야(8시에 일어나도 출근에는 전혀 지장이 없단 말이다) 회사 가서 강도 높게 일할 수 있는데... 아침에 늘 찌부둥하니... 뭐 그랬단 말이다.
어제도 낮부터 골골해서 저녁때 보도자료 쓰는 진쿤한테 1차 코멘트만 해주고, 마무리하라고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초저녁에 또 심장이 오그라드는 제작사고-나의 경험이 좀더 풍부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지도 몰랐을-가 일어나서 몸에 기운이 쭉 빠진 다음) 집에 와선... 또 그냥 바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좋겠다만 그러지는 못하고, 주말에 교정 본다고 제낀 방청소하고, 빨래 개고, 그 와중에 아프니까 비타민 섭취한다고 오렌지 두 개씩이나 먹어주고, 쉽답시고 <내조의 여왕> 잠깐 봐주고... 그러고 자야지 자야지 하다가 왜 잠이 안 오나 생각했더니.... 하루 종일 뭘 빼내기만 했지, 넣은 건 없더라(먹을 거 얘기가 아니다). 아... 맞다. 마감이 아니니까 책을 읽을 수 있구나.... 읽던 단편소설 책은... 음~ 오늘은 소설책 필이 아니야...
뭐 그러면서 이 책 저 책 뭐 볼지 마음 정하는 데만 또 한참 걸리고... 서문이 마음에 들어 읽어야지 하고 4월이 지나가 버린 <폭력의 예감> 1장 읽다가(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주제가 환기하는 느낌이... 침대에서 누워 볼 책은 아니었다) 1시 다 되어서 불 끄고 누었는데... 잠이 정말 한 개도 안 오는 건 아니고... 피곤해서 가사 상태인데 사념들은 머릿속을 막 헤집고 다니는.... 책의 중심 주제인 오키나와라는 지명이 자꾸 울리고, 처형 장면이 묘사되어서 그런지... <색/계> 마지막 장면에 인물들 즉결처형되는 장면도 생각나고... 내가 자는지 깨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내가 잠이 들었다가 평소처럼 3시~3시 반쯤 깬 줄 알았다.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잠을 청할까 하고 일어나 보니... 겨우 2시... 한 시간 동안 뻘짓했구먼.
음악이나 들으며 긴장이 풀리면 잠이 좀 올까 하고... 모터 소리 없는 라디오를 틀었더니... 아뿔사... 하필이면 오늘이 전파 정리하는 날이라 클래식 채널 안 나온다. 다른 채널은 말 많아서 수면에는 방해되는데... T T
뭐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방황하다가 겨우 3시쯤 잠들었는데.. 오늘도 6시 반에 어김없이 눈이 뜬 것이다. 엄마가 2주 전에... 무슨 땀복인지.. 운동복 비슷한 것도 한 벌 주셨고 해서... 그동안 몇 번 망설였던 아침 운동을 나갔다... 극동방송국 옆골목인 집에서 산울림극장 앞 삼거리까지 걸어갔다가 와우산 공원 아래까지 언덕을 올라가 다시 산중턱을 돌아 홍대 남문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길. 30분쯤 걸렸다. 와우산엔 아카시아꽃이 피었더라. 꽃향기에 기분이 꽤 산뜻.
예전에 평촌 살 때는 봄에 우울하다가도... 사당역에서 평촌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남태령 넘을 때 창문을 열어두면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특히나 학교에 있기 싫어서 초저녁부터 집에 들어가는 날에... 그렇게 기분이 좀 좋아진 다음에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고는 긴장을 풀어서 잠을 잘 자곤 했다.
아카시아가 지기 전까진... 아침운동을 다녀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결심하면 내일부터 8시에 잠이 깰 수도....- -;;
메이데이에도 진짜 재밌었는데 말이지. H양도 간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그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