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불균형
갑자기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가고 싶어진 지는 몇 년째이지만... 이상하게도 제주도에 가려고 하면, 아프다거나 집안에 일이 생긴다거나 다른 데 갈 껀수가 발생해서 결국 못 간다. 제주도 무료 숙박권, 제주도 무료 비행기표 등이 있었는데도 다 날짜를 넘기고.... 매양 그러면서..... 오늘은 불현듯 갑갑해지고, 뭐 또 안 해본 일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Y군이 자당 모시고 제주도 여행 간다는 말에.... 부러움이 왈칵~ 치밀어오르며.... 나도 가고 싶어진다.
버뜨, 그러나... 회사엔 할 일이 천지고, 원고 읽고 코멘트해 달라는 필자들도 여럿이요, 엄마는 팔수술 하시고 집에만 계신데... 퇴원 후엔 들여다보지도 못했고, 다음달부터는 영어 공부도 목적 의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또 쇠약해진 몸을 위해 요가도 열심히 다녀야 하고, 철학아카데미 강의도 2주나 남았고... 내가 지금 어딜 갈 처지가 아니란 말이다. 나도 물론 하나하나 일상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보람을 얻고 싶은데... 도무지 이 일상이란 게 나에게는 넘치기만 하지, 딱 요만큼(내 능력에서 조금 힘들지만 영~차 해서 해내고는... 스스로 잘했어! 하고 칭찬할 수 있는 정도)이 안 된단 말이다. 이러니 또 도망이 가고 싶어진다. 사는 데 도시 樂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전 찍어놓고 까먹고 있던 셀카 사진 중에서 눈물이 잔뜩 고인 사진을 발견했다. 뭐 그도 찍을 때는 설정이었겠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까... 그 눈물이 또 진심인 것 같아서... 나 대신 사진이 울어주는 것 같아서... 잠깐 또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