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트롯전국체전과 준결승전에서 나타난 문제점
-간단한 건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KBS 트롯전국체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상한 점을 말하는 것일 뿐이니까. 그런데 말하면 할 수 있는데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진실이다. 쉽지만 어려운 것 그 몇 가지를 짚어본다.
‘트롯트전국체전’은 오디션 프로이니 가볍게 보고 즐기면 그뿐이다. 재미있으면 보고 아니면 말고, 그러니 왜곡이니 편파적이니 말하는 것이 남사스럽다. 자연히 “아서라 잠자코 있자!“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서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정책이나,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이고도 세계적인 담론도 아니다. 더구나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혹은 살인적으로 오르기만 하는 집값으로 인해 집을 살 꿈을 포기하고 인간관계 마저 포기해야 하는 5포 세대나, 더 많은 것을 포기하는 7포 세대의 애환에 대해서도 아니다.
사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케치 프레이를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서 유독 미친 집값, 영끌 구매 등의 말마디가 회자되고 있는 마당이고, ‘남의 자식은 붕어나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된다면서 ‘내 자식만은 반드시 용’이 돼야 한다는 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 식 특권질과 반칙질이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다. 생애의 대부분을 남북문제와 반독재 운동에 투신하며 온몸을 불사르던 한국 진보운동의 거목, 백기완 선생이 세상을 뜨셨는데도 진솔한 조사(弔辭) 한마디 헌정하지 못하면서 일개 오디션 프로에 불과한 ‘kbs트롯전국체전’에 대해서 말해야 하다니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나 어쩌랴.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의 반대편 저쪽에서는 회오리바람이 되는 것을, 그래서다. 나비의 날갯짓이라고 해서 미약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삼성비자금이 폭로되고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김 변호사의 편에 서서 ’정의가 없다면 국가도 거대한 강도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을 들려줄 때 바로 잡았어야 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14년 전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염려했던 바로 그 부조리와 불공정이 만연해 있는 세상이 돼버렸다. 제때 바로잡지 않아서다.
방송계도 그렇다. 요즘 ’KBS트로트전국체전‘을 보면 방송권을 남용하여 시청자들을 얼빠진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단 한 사람일망정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거나 ’임금님은 지금 벌거벗었어요.‘라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트전‘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는 이유다. 3위를 달리던 신모 가수가 10위권으로 밀려난 이야기는 이미 많은 이들이 언급하였다. 그런데 시청자 평가점수 산출방법이 참 희한하다. 무대면 청중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좋았다‘와 ’아쉬웠다‘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것을 kbs에서 점수로 환산하여 시청자점수 명목으로 발표한다는 식이다. 무늬만 시청자점수, 보정이 가능한 계산법이 아닌지 수상쩍기 이를데 없는 계산법이지만 이 부분은 건너뛰기로 한다.
출전 가수들의 노출빈도와 노출 분량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참고로 필자는 공정한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2시간이 넘는 11회차 방송분을 재시청하는 수고를 감행했다. 필자의 관심은 진모 가수를 비롯한 우승 후보군에 드는 몇몇 사람이었다. 신미래 씨와 반가희 씨는 10회 방송분에서 지정곡 미션을 끝낸 상태라서 11회 차 방송에서는 열외 인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첫 부분에서 내보낸 두 가수의 미용실 장면은 평가점수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2차 미션곡을 부르기 전에 무대 밖 동정을 전하는 다른 참가 가수들의 노출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최향, 민수현, 정주형, 박예슬 등은 대략 2분 정도고, 한강, 재하, 신승태에게는 4분가량 할애되고 있었다. 문제는 오모 가수와 진모 가수다. 진모 가수는 오모 양의 6분가량의 영상에서부터 거의 동반 출연한 상태였고, 본인 소개 분량의 4분 영상까지 합산하면 총 10여 이상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는 상황이었다. 본 무대 직전에 비춰준 영상이라서 시청자 평가점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으리라 본다.
진모 가수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상호,상민이 2차 미션곡을 부를 때도 자주 등장하는 행운을 안았다. 조항조 씨가 심사위원 미션곡으로 진모 가수의 ’사랑 반 눈물 반‘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이를 상호,상민 팀이 2차 미션곡으로 선택하여 부르면서 진모 가수는 원곡자로 소개되며 카메라 세례를 연이어 받는 구조로 짜여진 거다. KBS는 진모 가수가 (방송가에서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레전드) 소위 ’레전드‘인지 경연참가자인지 구분하려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경연 참가 선수인 사람의 곡을 팀 미션곡으로 올린 조항조 씨나 담당 PD나 개념 없기는 도긴개긴이 아닌가 싶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인지, 이런 것을 편파적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떤 것을 편파적이라 할 수 있을까?
속된 말로 ’x 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이뿐이 아니었다. 진모 가수는 자신의 2차 경연곡을 끝내고 난 뒤에도 넉넉하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누르는데 돈 안 드니까 팍팍 많이 좀 눌러달라’는 식으로 넉살을 과시했다. 사회자나 심사위원들의 그 어떤 질문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그때 대기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참가자가 ”저래도 되나?“하고 말했다. 경연 참가자에 따라서 2분, 4분, 6분, 10분 혹은 10분 이상의 무대 밖 모습을 비춰줬다. 이 마저도 조선족 가수 김윤길 씨에게는 달랑 1분 정도를 허락했을 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탱하는 당신들, 돈없고 힘없고 빽없는 가수 지망생들에게 오만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