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를 위시한 단일화 주창자들에게

-47일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부쳐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운이 좋으면 쇠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역설의 미학이 느껴지는 말이다. 꽃이 피고 나무가 생장하려면 분명히 흙 위에서나 가능한데도 쇠에서 꽃이 핀다고 비유해 놓은 것은 불가능하거나 흔치 않은 행운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를 찬탄하는 표현임에 틀림없다 

딴은 그렇다. 세상사는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원치 않는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0여 년 전에 초. 중생들의 무상급식 실시 여부로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여 사퇴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지지율 5%였던 박원순 씨가 당선된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아 쇠나무에서 꽃이 핀 경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다. 재보궐선거로 정치를 시작한 박원순 씨가 미투 문제로 재보궐선거를 낳게 한 장본인이 됐으니 말이다. 문제는 47일 재보선 정국에서 현 집권 여당은 눈에 띄는 후보자가 보이는데 반해 야권에서는 모처럼 올라간 지지율을 믿고 자천타천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 점이다. 그런데 안철수 씨는 왜 출마를 하는 것일까?’ 금태섭 씨는 왜 또 나오는 것이고. 피선거권이 있으니 출마하는 것은 자유고 야권 단일화는 좋은 것이야!”하고 접어준다 해도 처음부터 안철수 씨는 본인으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풍기고, 금태섭 전 의원 역시 너무나 뻔한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선거철마다 무한 반복하는 익숙한 모습이다. 물론 기회를 이용하여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서다. 아직은 후안무치한 짓을 한 적도 없고 한국 정치사에 크게 해악을 끼친 적도 없는 전직 의원에게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그렇더라도 안철수 씨를 놓고 볼 때는 짚어 볼 일이 없지 않고, 유권자도 사람인 이상 단일화라는 판박이 공식을 대입하려는 수 순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안철수 씨의 출마 일성을 보자. ‘야권 단일화를 이루겠다.’ 또한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제가 입당했을 경우 중도층의 파이(지지층)’가 줄어드는 게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는 말을 쏟아냈다. 아하! 필자는 이 지점에서 저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속 주인공 저만 알던 거인이 연상된다. 저만 알던 거인은 아집과 오만으로 세상을 얼음 공화국으로 만들었던 문제의 인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염증을 느끼거나 1, 2당에 실망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본인의 지지자라는 투로 일관하는 지점에서 그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했는데 또 양보를 하라고 한다그런데도 누군가는 제게 더 양보하고, 더 물러서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그런데도 누군가는 제게 더 양보하고, 더 물러서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는 제법 고난도의 수사법(?)을 구사하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헛웃음을 넘어 쓴웃음마저 나올 지경이다.

묻자! 안철수 씨가 현재 제1당이나 2당에 속해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제3지대를 온통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가. 예컨대 안철수 당이 20204월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 누구의 강요에서 생긴 일이었던가. 또 그 누군가를 위한 희생의 일환으로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아니지 않은가. 안철수 씨에 대한 거부 정서 때문에 후보를 낼 엄두도 못 냈으면서 왜 희생자이자 착한 양보를 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것인가.

14대 총선에서 4당 체재의 합의제 민주주의를 경험한 국민들이 다당제의 필요성을 통감하고서 20대 총선에서 38명이라는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줬다. 이는 30여 년의 정성과 인고의 세월 끝에 만들어진 금쪽같은 제3지대였다. 이러한 다당제 구도를 안철수 씨가 1년도 안 되어 깨부쉈다. 안철수 씨는 제3지대를 초토화시킨 역사의 죄인임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이런 사람이 제3지대를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우며 제3지대 장사를 하고 있으니 형용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안철수 버전의 내로남불역시 여타의 내로남불 못지않게 치가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3지대는 오로지 내 거야!“라고 부르댈 터인가. 어불성설이다.

개인이 아닌, 정치인이 저지르는 잘못은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해를 끼친다. 더구나 자신의 존재감 부각과 카메라 세례가 고파서 습관적으로 뛰어드는 정치연습생들의 단일화 놀음은 결코 건전하지 않다. 이들이 유발하는 피해와 기회비용은 어디서 보상받는단 말인가.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1/02/12 19:16 2021/02/12 19:16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8434pjr/trackback/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