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갈무리분류없음 2013/02/24 13:18 한 달에 서너 번, 많으면 대여섯 번 일하는 어떤 곳은 정신질환과 이에 의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삼십여 일간 머무르도록 하면서 사회복귀(?)를 돕는 데다. 삼시 세끼, 잠자리를 제공하고 더불어 상담과 일대일 케이스 메니지먼트까지 서비스하는 곳이니 이런저런 일들을 참으로 다양하게 겪는다. / 커피와 우유는 이 나라 사람들의 머스트해브아이템이니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예산 탓인지 원두가 나온다. 이걸 때맞춰 갈아대는 일이 생각보다 귀찮다. 사실 꼭 워커가 그 일을 하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지만 때로 내가 마시고 싶어 갈 때도 있고 때론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갈기도 하는데 그 기계진동음과 찔끔찔끔 하는 양이 참으로 갈구치는 거다. / 원두를 갈며 향을 음미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이걸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고역이다. 그러나 또 꾸역꾸역 갈아댄다. 이것저것 분별하려니 어쩐지 대가리만 굵어지는 것 같아 저어스럽기도 하고 같잖은 연민, 이런 건 아니지만서도 이것으로나마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다, 그런 자위가 필요하다, 내겐. / 사는 것이 이토록 잔인하고 처절하고, 때로는 모욕적인 것이었다면 이 삶을 살아내진 않았을 거다. 그렇게 모르면서 살아가고 나이들어가는 게 어쩌면 진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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