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프레임
분류없음 2016/11/23 02:48
1.
미국 정부와 경찰이 선주민 보호구역 Standing Rock 에서 자신의 땅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 water cannon. 한국인들에겐 낯설지 않다. 바로 백남기 농민이 이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Standing Rock 은 North Dakota 에 있고 내륙 지방인 그 곳은 겨울이 빨리 온다. 추운 날씨에 시위대에게 워터캐논을 발사한 미국 경찰. 그것을 허가한 미국 정부.
백인집단이 왜 그렇게 선주민 압살에 골몰하는지 이유를 밝힌 좋은 아티클을 읽었다. 이것을 공유해준 분에게 감사말씀을. 그리고 이 글은 일제시대에 일제가 조선인들을 어떤 관점에서 다뤘는지, 그리고 여전히 강정과 밀양 등 선주민들을 폭압적으로 다루는 한국 지배계급의 관점이 무엇인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하면 한국에서든 어디서든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비이주계급의 시선이 담지한 정치적 맥락을 짚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 뭐 다 아는 얘기잖아,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2.
한국에선 이른바 "순수" 프레임의 일환인 "비폭력" "평화시위" 가 박근혜-최순실 테마를 압도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유독 "순수"한 것을 좋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뭔가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다. 거리에 나선 민중이 직접 그들의 힘을 드러내는 것, "직접 민주주의" 를 싫어하고 경계하는 부류가 어디엔가 있다. 그들은 조선일보일 수도, 검찰일 수도, 재벌일 수도, 청와대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 그 자체일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은-민중은 책임을 지는 것을 원체적으로 싫어한다. 부담스럽다. 그렇게 훈련받고 교육받은 적이 없거나 드물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라, 고 하면 가만히 있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킬 것도 없으면서 잃을 것도 없으면서 뭔가 대격변 (upheaval) 이 일어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주입받고 자랐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폭력적으로 하자는 거냐? 다치면 누가 책임질 건데? 따위의 반응이 영락없이 돌아온다. 비폭력 프레임을 벗어나자는 말이 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들린다면 그것은 듣는 이의 귀나 머리가 모자란 탓을 먼저 해야 한다. 바로 그런 전근대의 사고방식, 모 아니면 도 따위의 사고방식이 작금의 혼란을 가져왔고 그게 바로 박근혜 식 사고이자 화법이다.
In order for nonviolence to work, your opponent must have a conscience.
- Stokely Carmichael, aka Kwame Ture
흑인 인권운동가 크와메의 일갈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상대는 떡 줄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드링킹이나 하고 앉았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상대가 누군지 제대로 알고 진지전을 준비해할 것 같다. 박근혜-최순실-복어지리 ㄱㄱㅊ-우갑우-좃선일보-삼성, 그리고 2mb 는 비폭력 평화시위를 아주 좋아하는 집단이고, 시민-민중이 "비폭력 평화시위" 프레임에 의문을 갖는 순간 얼씨구나 합체하여 공격을 개시할 집단이다. 그들에겐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양심" 이라는 것 따위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이 근본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덕목이다. 원래부터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강요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김치국드링킹은 이제 그만. 많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