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트윈스
분류없음 2016/10/18 00:11
밤근무 뒤 퇴근길 지하철. 거의 소리지를 뻔.
새벽에 인터넷 접속. 0-4로 지고 있어서 이거 뭐야 5차전까지 가는 거야. 아니야. 불펜을 믿어보자. 이른 아침에 다시 접속. 2-4. 옳지 잘하고 있어. 퇴근 뒤 접속, 4-4. 듁흔듁흔. 꽃개를 죽였다 살렸다 아이고 이 희발놈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시키들. 동시간문자중계를 볼 순 없다. 이 도시에서는 지하철이 지하로 들어가면 인터넷을 할 수 없다. 다운타운 근방의 지하철 역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는 하는데 대단히 불안정하다.
동네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스마트폰을 신주단지처럼 부여잡고 리셉션이 다시 뜨기를 앙망하다가 두두둥 결과 확인. 아아아아아아아 5-4로 이겼어!!!!!!!!!!!
와일드카드에서 타이거즈를 무찌른 것은 뭐 보다시피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고 (이 시점에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넥센 히어로즈는 어쩐지 콩라인 -트윈스를 1등에 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에 영원히 머무를 것 같은 기분이 심히 드는 팀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귤민이 속절없이 무너질 때 아차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는 사실상 거기까지, 거기까지가 최선인 팀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맹세코 염감독이 내년 시즌을 맡지 못할 거라는 데에 나의 10달러를 건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오늘의 경기를 지배한 오지배-오지환 선수도 아니고 드디어 살아난 히요미도 아니고 결승득점을 뽑아낸 처눙이도 아니다. 바로 중간계투로 나와 씩씩하게 던져준 정찬헌. 그래, 음주운전의 그 선수 정찬헌. 차넌이는 서울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에 들른 직관에서 선발로 나와 당당히 패전투수가 된 그 양반. 그 때도 히어로즈를 상대로 던졌다. 군대가기 전 약간 어리고 마른 차너니. 나의 파트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른 직관. 경기가 잘 안풀려 벙벙 뛰었는데 역시나 차분한 나의 파트너님께서는 야구 일년만 하는 거 아니니까 멀리 넓게 봅시다, 하셨는데 역시 그 분의 말씀은 진리. 오늘 경기에서 차넌이 너무 멋있었다. (아 나 이거 요약본-하이라이트-만 보고 이렇게 씨부려도 되는거야? 응 괜찮아)
오지환의 마지막 결승타는 만약 배트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더 멀리 뻗어가 택근브이의 장갑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그런 타구였다. 역시 행운의 여신남신노인신어린이신 모두 트윈스의 편이었다는었다는었다는 것을.
이 기세 그대로 마산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로 가져오도록 하자꾸자. 스릉한다. 트윈스 그대들.
* 염감독은 히어로즈 수장을 때려치고 수도권 모팀의 감독을 맡을 것인지 아닌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타.
** 허프가 만약에 마산에서 다시 한번 투피치 투구로 승리를 따낸다면 그리하여 한국시리즈 진출을 가능하게 하고 역시 또 서울지하철시리즈에서 눈에 뜨이는 성과를 보인다면 그는 아마도 2017년에는 일본시리즈에서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됐든 일단 계약을 해두는 게 어떨까 싶은데.
*** 류제국 선수는 그냥 뭐랄까. 제2의 봉타나 (봉미미) 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무엇보다 우리의 리더, 김성큰 감독님의 동향이 제일 궁금한 것은 사실. 지금으로선 계약기간을 채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글스 팬들이 만약 진심으로 감독교체를 원한다면 그들이 김감독 선임을 강조하던 시절에 보여줬던 행동 이상의 것을 보이지 않는다면 김승연 회장은 그냥 심드렁 가만히 계실 가능성이 높다. 그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김승연 회장에게도 명분이 필요하다. 조직세계에선 명분이 제일이드라. 드러누워라. 청계천 본사에 가서. 보도자료도 미리 돌리고. 그 영감 제 발로는 절대 안 나가신다. 그럴 이유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