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총선
분류없음 2015/10/22 02:00
캐나다 총선이 끝났다. 장장 십년동안 (2006-2015) 군림했던 보수당 정부가 자유당 정부로 대체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은 보수당이 아닌 정당 그룹이나 진영을 "좌파" 혹은 "사회주의자"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나마 대놓고 중도를 표방하는 자유당 (Liberal) 이 있지만 역시 중도보수나 보수 입장에선 자유당도 마찬가지로 좌파 (Lefts)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 어쨌든 그 리버럴이 다수당이 되어 차기 집권 정당이 되었다.
몇 주간 지켜보며 한국과 비슷한 경향들을 발견했다.
- 여당 (보수당) 의 물량공세. 11주라는 어마어마한 선거운동 기간.
- 여당 (보수당) 의 공포정치 프레임. 역시 안티테제로는 이길 수 없다.
- 중도보수 및 사민당 지지자들의 투표전술. 사표는 싫다. 투표라는 기제가 갖는 허위의식.
- 보통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 사람들은 며칠이나마 '희망'을 품어본다. 그 힘으로 사는 건가?
여당 프리미엄을 갖고 있던 보수당은 애초에 선거운동 기간을 11주로 정했다. 대개 한 달 안팎이던 선거캠페인이 두 배가량 늘어난 거다. 왜 그랬을까. 다 이유가 있다. "돈"
선거전술을 안티테제에서 진테제로 옮아가도록 (자유당의 당수는 어리고 정치경험이 짧고 준비가 안됐다 -> 십년의 집권경험이 있는 보수당이 여전히 대안이다) 짰던 보수당은 선거운동 후반 좀처럼 여론이 변하지 않자 극도의 신경질적인, 공포를 가하는 전술을 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이 전술은 일정 도를 넘어섰는데 투표일 바로 전날 주말, 전국 방방골골 신문 1면에 아래와 같은 정치광고가 실렸다.
"자유당 찍으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혜택도 사라져. 보통 가구는 일 년 $4, 028, 시니어 부부는 일 년 $4,086 을 더 내야 돼. 살 수 있겠냐. 이래도 찍을래?"
일요일, 집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광고를 통해 계속 현직 총리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이전엔 미처 몰랐다. 보수당이 이토록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은지. 그러니까 진작에 좀 잘하지.
새누리당이 툭하면 공포전술을 들고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고정 지지자를 제외한 유동층이 이번엔 안 속았다는 점이다. 안 속았다기보다는 그간 십년에 넌덜머리가 났다고 해야 하나.
한편 주변의 사민주의 정당 (NDP) 지지자들 가운데 투표전술로 자유당을 지지하자고 호소했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마치 반한나라당/반새누리당 전술로 민주당이나 새정연을 지지하자고 하는 것처럼. 실제 많은 신민주당 (NDP) 지지자들이 이탈해 자유당을 찍었고 그 결과, 제1야당이었던 신민주당이 현격히 쪼그라들었다 (103석, 30.63%->44석, 19.71%). 개인적으로 사민주의 정당 실험을 관찰하고픈 욕심이 있어서 NDP의 약진, 적어도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것을 바랐지만...
어쨌든 자유당이 됐다. 자유당->보수당->자유당->보수당->자유당의 무한루프를 밟는 캐나디언들의 중도적 성향이 다시 재현됐다고 해냐 하나.
matthewbr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