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술고프고 배고플때 가는 곳(2)
- 2012
-
- 입장.
- 2012
미역국이 싫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미끌미끌한 그것이 왜그렇게 싫었는지...
어쩌다 그것을 입속에 넣고 우걱우걱 씹을때면
나는 되도록 미역은 먹지 않고, 국물만 홀짝 거리기도 했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인지
따뜻한 국물이 마시고 싶어서 인지,
그보다도 며칠전 TV에서 했다던,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역이 사람몸에 좋다고 나왔다는 말을 듣고
미역을 한웅큼 꺼내어 물에 불리고 미역국을 끓였다.
다행이 냉장고속에는 지난 추석때 쓰다 남은 쇠고기도 있고..
미역을 잘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쇠고기와 마늘을
참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적당량의 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좋아한다. 거기다 너무 맨숭맨숭하지 않게
약간의 쇠고기 양념 조미료도 넣고.. 이번엔 언제 사 놓았는지도
모를 새우가루도 한번 넣어봤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맛을 보는데...
캬~~ 아무리 내가 끓인 미역국이라지만 맛이 죽여준다!
오늘 따라 미역국 끓는소리는 왜 또 그렇게 듣기가 좋은지.
보글보글 하면서 끓는 그 소리는 마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수다 떠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면서 줄기차게 그것을 먹으면서 부터다.
산후조리를 하면서 미역국을 하루 세끼나 먹는데도
지겹지 않았던 것은 그때 난, 사실 너무도 배가 고팠다.
뱃속에 있던 무엇이 빠져나가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뱃속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가시질 않았는데...
부엌에서 계속해서 끓고 있는 미역국은 그 소리만 들어도
저절로 행복해 지면서 구미가 당기는 거였다.
한대접을 다 먹고도 또 한대접이 저절로 당기는 구미...
그제서야 나는 미역국의 백미를 알아 차렸던거다.
아마도 사람에 비유하자면, 한두번 보았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두번 세번 보아 가면서 새록새록 발견하는 진미 같다고나 할까??
꿀맛과도 비교 할 수 없는 그 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날이 스산해지면서 이제 곧, 겨울이 닥칠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나면서 그 아련한 허전함과 산고를 겪은후의
뿌듯함보다는 괜한 '부담'으로 밀려오는 중압감이
오늘 다시 새록새록 기억속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기나 한 걸까...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알수 없는 물음들이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하는게,
갑자기 몰아치는 우울함이 가슴 한켠을 짓누르기도 한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저 미역국 연기가
다가올 매서운 우리들의 겨울을, 조금만 더 훈훈하게
데워 주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후루루룩~!
미역국 한사발을 맛있게 먹는다...
남은 쐬주 한병과 함께.. ㅡㅡ;
댓글 목록
염둥이
관리 메뉴
본문
훔.. 보니깐 미역국 먹고 싶네요. 날도 쌀쌀하니까. 저는 조개가튼 걸 넣고 끓인 게 좋던데. 성게알같은 거... 넘 호사시럽나?부가 정보
re
관리 메뉴
본문
충무로 대한극장 뒤에.. 해산물 따위따위(신선하고 맛남)와 쏘주 맛나게 파는 집이 있는데... 어째 딱 ㅤㅁㅓㅍ 분위길것같은 생각이 ㅋㅋ쫌 더 추워지면 거서 한잔 하죠~~
부가 정보
말걸기
관리 메뉴
본문
말걸기는 일요일 저녁에 미역국을 끓여 먹었지. 쇠고기 넣은 미역국을 좋아하지만 이번엔 굴을 넣은 미역국. 하지만 쐬주 말고 밥과 김치와 먹었징.최근에 미역국이 좋아졌는데... 음... 아마도 끓이기 쉬워서인 듯... 물론 맛도 좋고...
부가 정보
ScanPlease
관리 메뉴
본문
미역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도대체 면적이 얼마인지...?)적당량의 물을 붓고 (이건 또 몇 cc?)
적당량의 고기가 들어간 (이건 또 어떻게 썰어서 얼만큼 넣는지?)
가르쳐주삼. 미역국 하나라도 제대로 끓여 먹어야지.
부가 정보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염둥이// 조개 가튼거 넣고 끓여도 물론 훌륭한 미역국이 되죠. 근데, 성게알 넣고 끓인 미역국은 먹어 보지 못했삼.^^re//염장만 질르지 말고, 한번 땡깁시다! 충무로 대한극장 뒤 어디요, 어디???
말걸기// 굴을 넣은 미역국도 매우 맛있지. 나도 담엔 굴을 넣고 한번 끓여봐야 겠당...ㅎ
스캔풀// 아우....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하면 어쩐다? 대략난감인데....일단, 적당한 크기라 함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는 거고,(면적은 자로 안재봤음.) 적당량의 물이라 함은, 미역량과 비례하게(이것도 몇 cc 인지 안 따졌음) 넣으면 됨.. 고기 역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모르겠으면 정육점에서 썰어달라고 하면 됨) 먹고 싶은 만큼 넣으면 됨.. 이 정도면 됐나??
그리고 음식을 자주 해보는 사람은 '대략' 량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므로, 자주 해보면 언젠가는 '제대로'에 가까워 짐. 휴~~~~ 힘들다....
부가 정보
곰탱이
관리 메뉴
본문
오늘 아침에 미역국 먹고 나왔는데, 이 글을 읽으니 집에 있는 미역국이 보고프당^^... ㅎ...부가 정보
azrael
관리 메뉴
본문
으..소주에 미역국이라니...부가 정보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곰탱이//미역국이 먹고 싶은게 아니라, 보고 싶다는 말은 첨 듣습니당..ㅎ야옹이// 소주에 미역국이 아니라, "미역국에 쐬주" 였다오...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