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을 가고 나서..

1. 올 가을에 본 영화들..

 

가을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가을 핑계대고 영화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올 가을 만큼은 영화에 굶주린 사람처럼 보아댔다.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댈러웨이 부인'과, '귀향'을 보았고,

인디다큐 페스티벌에서 벼르고 벼르던 '쇼킹패밀리'를 보고,

'우리 학교', '얼굴들', '타워크래인 노동자', '스위치 오프'를 보았다.

그리고 어제, 잘 알지도 못하는 켄로치 감독 특별전이라나 뭐라나

사람들이 하도 관심을 보이기에 나도 한번 봐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인지

뭔지 하튼, 그걸 보러 처음으로 동숭 아트센터라는 곳에도 가보았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진짜 한계절에 본 영화 치고는 꽤 많이 보기도 했네..

술 먹을 돈도 없는데, 영화 볼 돈은 어디서 났는지 원~

(인디다큐는 거의 '초대권'으로 철판 깔고 보았음..)

 

 



어제 보았던, 켄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대해서만 간략히 쓴다.

내 머릿속 의식(?)이 워낙 한쪽길로 치우쳐 있다보니 영화도 그쪽(?) 영화를 보게

되어서 반가웠나고나 할까?

초반부에 군인들이 민간인 학살하는 장면과, 고문하는 장면들은 너무나 끔찍해서

눈을 감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아일랜드의 독립과 독립을 위해서

치열히 싸우는 무장군에 대한 것인데, 그 무장군 안에서 또다른 대립을

맞게 되는 군상이 '형제'라는것.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내용이긴 한데, 사실 중간에 보다가 좀

졸기도 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졸음이 밀려 오는걸 참을수가 없어서..

 

이 영화에 대해서 굳이 평을 해달라고 하면,

감독의 평이 가장 잘 어울릴것 같다. 

이렇게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젊은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는

내용의 작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구성이나 내용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낼 부분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켄로치 감독의 영화는 이 영화 하나밖에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른 영화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내가 어제 본 보리밭은 좀 딱딱한 장면이 많았고, 음악도 특별히

와 닿는건 없었다.  그냥 어떻게 끝나나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테니까..

감독은 꽤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2. 가을이 길었다.

 

가을 날씨 답지 않은 날씨들이 계속적으로 이어 지는데

사실, 짜증이 많이 났었다.  빨리 서늘하고 추워졌으면 하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소통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술에 대해서,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밀려오면서 압박을 주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압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압박의 무게만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정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것 같다.

 

3.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나를 발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거의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나의 까칠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진정한 '배려'와 '유연함'이 무엇인지와 

한치의 '여백 없음'에도 한심스러워 하게 되었고...

특별히 이번 가을엔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많이 생겨서 더욱 구체적으로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아직도 많은 의지부족으로 한강을 헤매고 다닐 정도지만,

한가지만 고백하자면, 내겐 여전히 팔딱거리는 생선의 그것처럼

자제하기 힘든 '열정'이 남아 있다는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좀 주책인것 같기는 하지만...)

 

4. 어느새 겨울..

 

겨울은 길다.  긴 겨울동안 어떤일이 닥칠까를 벌써 부터

고민하는것도 우습지만,  이번 가을을 자양분 삼아 겨울은 

조금더 조용히 보냈으면 한다.  딱 한달간만 이라도 내게 '휴가'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하기도 하면서..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