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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거 보다는 추운걸 상대적으로 훨씬 잘 받아 들이는 나는,
가을이 오면서 부터 오늘같은 날씨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랬다.
그런데 날씨가 추우면서 생기는 문제는 역시나 따뜻한 온기를 내기위해 틀어야 하는 보일러 문제이다. 그 따뜻한 기운은 역시 보일러라는 기계를 통해서 얻어 질 수 있는데...
따라서 이때가 되면 우리집은 보일러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집의 보일러는 하루에 열댓번도 더 수시로 꺼졌다 커졌다 한다.
그게 자동으로 꺼졌다 켜졌다 하는거라면 얼마나 신기하고 난방비도 절약되고 좋은일이랴만...
그건 절대 아니다. 보일러비 아끼자고 켜놓기만 하면 부랴부랴 꺼대는 무식한 룸메때문이다. 천성이 그런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무조건' '모든걸' '절대적'으로 "절약"해야 하는 그는 왠만하면 안틀고 살자는 주의이다. 그것에 반기를 들기라도 하듯 나는 추우면 무조건 틀어야 하는 그가 보기엔 절대적으로 반동분자에 속하는 행위이다. 나는 보일러 지가 실내온도 높아지면 알아서 돌아가지 않기때매 전원은 안건드린다. 그러나 룸메는 무조건 꼭 전원까지 꺼야 직성이 풀리는가보다..(켜져 있으면 전기세 나온다고..젠장~)그러다 보니 당연 보일러 전원은 수도 없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면서 몸싸움(?)에까지 이르게 된다. 둘다 서로의 주장만이 옳다고 내세우기에 급급해서...
어느날, 룸메가 안들어오는 일이 생기자 아이가 그런다. '엄마, 아빠 안와서 좋겠다. 그치?' '왜?'하고 물으니 '아빠는 보일러 맨날 끄는데 이제는 안꺼도 되잖아..' 헉~ 아이까지 대략 그 전쟁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이런말을 한다. 실로 놀랐다. 쪽팔리기도 하고...
하튼 별거 아닌거 가지고 왜 그렇게 한치의 양보도 안하고 사는지..그리고 도대체 추운날 보일러도 안켜고 어찌 살라는 말인지..추운데 어떡하냐고 하면, 옷 한개씩 더 껴입고, 발 시려우면 양말 신고 그렇게 살란다. 미친...
너나 그렇게 살아라~ 난, 죽어도 따뜻하지 않는 방바닥엔 발도 안들일테니..이러면서 집이라도 나온다면??? 아주 나오는 짓은 못하고.. 날씨만 추워지면 그 지겹디 지겨운 '보일러 전쟁'의 시작과 함께 우리집의 시끄러운 겨울은 찾아온다. 자다가도 추워서 일어나 보면 어느새 보일러는 꺼진 상태고..쩝~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겨우 이의없이 켜기는 하지만..)
내가 정말 이지경으로 룸메 시집살이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 팔자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그러면서 왜 사는 걸까..인생을..인생이란게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방탕하기도 하며, 또 어쩔때는 실수도 하고 어쩔때는 굶기도 하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기도 하는거지..돈이란것도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그런거 아니냐구..우리가 돈을 번다는게 사실 쓸려고 버는거 아닌감?? 이런 사소한 정황 하나만 보더라도 나는 룸메만 보면 그가 도대체 왜 살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도 모르겠다.(돈이 아까워서 어떻게 살고나 있는지..) 그렇게 안쓰고 안즐기고 안입고(덜입고)살려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도대체 사는 의미를 어디다 두고 사는지 알수가 없는 정말 괴상한 사람.. 그런 사람하고 같이 사는 나는 오늘도 집에 가면 꺼져 있는 보일러 때문에 싸늘한 방바닥에 발을 디뎌야 한다. 서글픈 현실이다. 그리하여 보일러 전쟁은 오늘도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보일러를 키고 방안에 온기가 돌아오듯 룸메에게서도 그런 따뜻하고 열린 '온기'가 느껴지길 바라는건 한낮 꿈에 불과한 것일까....
차라리 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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