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법인세 인하 1%p도 양보 못 한다는 대통령실…‘답정너’ 정치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1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25%→24%)하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표류하게 된 데는 대통령실의 완고한 태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의장의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한때 나왔으나, ‘단 1%포인트도 양보 못 한다’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여야의 막판 협상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협상의 주체(국민의힘)를 봐달라”며 김 의장 중재안에 공식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김 의장의 중재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법인세 1%포인트는 깎으나 마나다. (그렇게 깎는 게) 경쟁력이 있나”라며 “우리가 1%포인트 받으려고 이러고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중재안은 안 된다.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건 중재안이 아니고 ‘중재 참칭안’”이라며 대통령실의 완강한 기류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 법인세 실효세율과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의 법인세 차이가 10.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이 ‘법인세 3%포인트 인하’를 그렇게 해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1%포인트 인하로는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법인세 인하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최대 쟁점인 법인세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법인세 낙수효과론을 거론하며 여당을 향해 ‘양보 불가’ 지침을 내린 셈이다.

 

대통령실이 법인세 등 타협에 불가 태도를 보이면서, 예산안 합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실은 김 의장이 중재안으로 함께 제시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비를 일정기간 예비비로 지출하도록 한 방안에도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조직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조직인데, 마치 불법 조직인 양 예비비에서 꺼내 쓰라는 제안은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예산안 협상이 길어지면서, 여야가 예산안 처리 뒤 본격 진행하기로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1월7일 종료)는 더욱 활동 기간이 줄어들게 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예산안 합의를 늦추는 데에는 국정조사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향, 국정점검회의에 "대통령 하고 싶은 얘기 전달 일방적 소통"

국민 100명 함께한 점검회의, ‘일부 이슈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 지적 이어져

이태원 참사 49재, 동아 “정쟁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윤 정부 120개 국정과제 중 경제·민생, 지방시대,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해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가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16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에서 국정과제점검회의 내용을 다뤘다. 언론사마다의 평가는 달랐지만, 지적의 목소리가 컸다. 3대 계획의 이행 계획 구체성이 떨어지고, 야당과의 협치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태원 참사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 16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 ‘협치는 빠진 개혁 청사진’


한겨레·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의지를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았고 일방향 정책 설명회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각 정책 방향성이 ‘반문재인’으로 요약됐다고 했다.

한겨레 1면 ‘협치는 빠진 개혁 청사진’

경향신문 3면 ‘정책 방향 ‘문재인 지우기’로 요약…협치 없인 실현 어렵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들 과제 대부분은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이 필수적이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 의지나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은 채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국민 패널을 참여시키는 등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시간도 길었지만, 내용은 빈약한 ‘정책 홍보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협력을 청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실에서는 만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야당과 협치를 적극 시도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정책 뒤집기 기조를 재차 못 박았다”며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을 포함한 각 정책 방향성은 ‘반문재인’으로 요약됐다. 국민 직접 소통의 문을 넓히고 국정과제 문제점을 함께 점검한다는 취지를 담았지만 156분간 기존 기조를 강화하는 일방향 정책 설명회에 가깝게 진행됐다. 사실상 실종된 여야 협치 회복 과제를 풀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 정책 과제 대부분이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설에서는 “민생위기를 타개할 구체적 청사진 제시나 이태원 참사 등 실정(失政)에 대한 자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최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기자회견이나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일방적 소통’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 해가 바뀌는 대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진짜 소통’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인기 없는 개혁 욕먹으며 하겠다는 정부, 나라에 기회 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3대 과제의 진척 속도는 지지부진하다”며 “노동 분야만 주 52시간제 유연화, 직무급 전환, 파견 근로 확대 같은 초보적 개혁 시안이 제시됐을 뿐 다른 분야는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야 논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아직 그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제시해 공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점검회의’라는 행사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진척된 사항이나 실행 계획 없이 3대 개혁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라며 “3대 개혁을 선언한 지 7개월이 되도록 무엇을 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국정 과제와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입법 관문을 넘어서려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나만 옳다는 독선을 경계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점을 반드시 끌어내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또한 “노동 개혁안 정도를 제외하면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과제를 ‘국정운영 규범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규정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엔 이행할 도리가 없다. 연금·노동 개혁부터가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일들이다. ‘야당과 협치하겠다’던 대통령의 당선 직후 약속은 여태 지켜지지 않았고, 악화일로인 여야 관계 또한 대통령의 ‘불통’ 책임이 크다”고 했다. 

국민 100명 함께한 점검회의, ‘일부 이슈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 


국정과제점검회의에는 정부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국민 100명이 함께했다. 각 부처에서 정책 관련 수요자들을 추천받아서 선정한 패널들이었다. 이날 회의는 국민패널들의 분야별 질문에 윤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부·자영업자·대학생·사회복지사·마약중독 재활단체 활동가·노조위원장·교수 등 총 14명이 질문을 던졌다. 

국민 100명이 함께한 점검회의였지만 정부 홍보 맞춤형 질문들이 많았다는 것이 대다수 아침신문들의 평가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 패널 100명 중 사회자의 지명을 받은 사람이 돌아가며 직접 질문에 나섰다. 다만 연령·계층·지역 등 일반 국민 대표성을 고려해 패널을 선정한 게 아니라 각 부처가 ‘엄선’한 탓인지, 정부가 홍보하고 싶어 하는 정책에 대한 ‘맞춤형’ 질문들이 적잖았다”며 “그나마도 국민 패널에게 돌아간 질문 기회는 10여차례에 불과했다. 가장 오랜 시간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의 답변은 소신의 재확인이나 기초적 원론 수준에 머물러 ‘국정과제 점검’이라는 회의 주제에서 종종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경향 ‘화물연대 파업 등엔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에서 “일부 이슈에서는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국민 패널들 발언만 나왔다”며 “40대 주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크다고 들었을 때 안타깝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 대응을 강조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서울교통공사 파업에 대해 ‘무조건적 파업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정부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무난한 수준의 질의응답으로 채워지는 자리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여론까지 포함해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필요할 경우 국정 방향을 수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기회로 삼는, 그런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정쟁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은 16일 종교계와 시민들이 추모제를 열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한다. 

하지만 참사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치유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가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참사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참사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치유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선 외려 트라우마를 키우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성동 의원은 유가족협의회를 겨냥해 ‘정쟁’ 운운했지만, 사실 참사마저 정쟁화해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참사에 큰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됐다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고, 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국정조사를 공전시킨 게 누구인가.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 온전한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걸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위원은 칼럼 ‘政爭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에서 “이태원 참사는 정쟁 단계로 진입했다”며 “진정한 수습을 원한다면 여야도 시민단체도 제발 뒤로 빠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용관 논설위원은 “한쪽은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탄핵을 앞세워 정권 흔들기에 나서고 한쪽은 세월호 재판을 우려한 듯 방어에 급급하다. 민노총, 참여연대 등이 주도해 만든 좌파 시민대책회의가 발족됐고, 극우 단체들은 맞불 행동에 돌입했다”며 “대체 민노총 같은 조직은 왜 여기에 끼어드는 걸까. 피켓 들고 집회하고 구호 외치고 할 게 아니라, 지옥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의 지지와 위로를 보내는 게 상식이고 도리 아닌가. 유가족들의 슬픔을 반정부 깃발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결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정략적 사심(邪心)을 가진 이들이 분탕질에 나서면 유가족들의 ‘지옥의 시간’은 끝없이 이어질 뿐”이라며 “누가 뭐래도 위험을 상상하고 예측하지 못한 정부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실무자급이 아니라 정부의 최고위급 총괄 대표와 유족 대표가 단일화된 대화 채널을 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인간적 연민 노리는 ‘나쁜 정치’’라는 제목의 조선칼럼을 내보냈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은 칼럼에서 “인간적 연민의 가치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오직 인간적 연민만이 도덕적이라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유가족들 앞에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약속했던 일을 우리는 가장 나쁜 사례로 떠올려볼 수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칼럼 갈무리.

노 위원은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침몰 과정, 그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모두 드러난 다음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일부 유가족과 사참위 위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있었다면 그는 공허한 진상 규명 약속을 더 이상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정권이 과시했던 인간적 연민은 인격적 존중을 결여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적 연민조차 아닐지 모른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인간적 연민을 앞세워 투쟁의 도구로 삼는 나쁜 정치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식이법 3년... 또 통학로에서 아이가 죽었다

[분석]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왜 생겼나... 흩어진 관련 부서 통합-맞춤형 대책 필요

22.12.16 05:33l최종 업데이트 22.12.16 05:33l


우리 마을은 처음 건물들이 지어질 때만해도 '부천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길도 넓고 번듯한 곳이었다고 한다. 시간은 흐르고 현재 일부 구역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이 됐고, 일부 구역엔 신축빌라들이 들어서며 마을에 사람과 차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길에는 늘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고, 특히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등굣길에는 길 양쪽으로 차들이 세워져 있다. 차가 양방향으로 오가는 길을 아이들과 걷다보면 아슬아슬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2021년 봄, 마을 양육자들이 모였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함께 '집콕'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 슬슬 바깥 활동을 하려다 보니 걷는 길 곳곳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등굣길 개선에 한 시의원이 함께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걸어 다니기엔 길이 위험하다고 호소하며 함께 그 길을 걸었다.

100미터도 안 되는 길을 걷는데도, 차들은 비키라며 위협적으로 달려왔고 경적을 울렸다. 사거리 중 마주보는 두 길이 일방통행, 그것도 차량의 통행방향이 학교 가는 방향으로 합쳐져 나오도록 돼 있는 길이다. 길모퉁이엔 늘 주차가 돼 있고, 그 모퉁이부터 학교 가는 길까지 차들이 양쪽으로 주차돼 있었다.

마을 여기저기에서 학교로 걸어오는 중에 위험한 길이 많다. 그래도 학교 앞 인도에 다다르기 전 250m는 특히 차도 사람도 많아 보행자에게 너무 위험한 길이라는 걸 시의원도 인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가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한 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여기 애들이 어디 있다고 그래!"

매일 유치원과 학교를 오가던 아이들이 있는데, 그분 눈엔 왜 아이들이 안 보일까. 안 보인다는 말이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 규정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통학로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미 통학로가 있었다?
 
양육자들이 상가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통학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얻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통학로 위에 차들이 주차되어있어 몇 년 동안 통학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 통학로를 만들려니 통학로가 있었다 양육자들이 상가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통학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얻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통학로 위에 차들이 주차되어있어 몇 년 동안 통학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 곽지현

관련사진보기

 
화가 나는 일은 또 있었다. 주차된 차들 아래로 이미 노랗게 표시된 80m 길이의 통학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3년 전 위험한 등굣길을 참다못한 양육자들이 상가를 한 곳씩 방문하며, 상가 주인들의 동의를 구해 만들었단다.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멈춰' '피해' '조심해'라고 몇 번이고 소리치던 부모들은 있으나 마나 한 통학로를 보며 허탈했다.

우리는 학교 양육자를 대상으로 통학로 개선에 대한 설문을 시작했다. 200명에 가까운 설문 응답을 보면서 통학로 개선이 정말 필요한 것임을 재확인했다. 시청·시의회·경찰서와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마을 양육자들의 의견을 담아 진정서를 넣기로 했다. 동시에 지역 방송국에 취재요청을 했다. 통학로 개선에 대한 진정서의 내용은 이랬다.

1.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 제3조⑥에 "해당 보호구역 지정대상시설의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이내의 도로 중 일정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또 "필요한 경우 보호구역 지정대상시설의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 이내의 도로에 대해서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해당 통학 구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을 요청한다.

2. 인도로 차와 보행자를 구분하고, 인도가 끝나는 곳에는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를 요청한다.

 
통학로가 너무 위험하니 개선을 호소하는 양육자들이 많았다. 진정서에 함께 제출한 양육자들의 호소.
▲ 양육자들의 호소 통학로가 너무 위험하니 개선을 호소하는 양육자들이 많았다. 진정서에 함께 제출한 양육자들의 호소.
ⓒ 곽지현

관련사진보기

  
부천시와 경찰서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확대지정에 대한 내용을 현수막으로 게시하였다.
▲ 드디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부천시와 경찰서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확대지정에 대한 내용을 현수막으로 게시하였다.
ⓒ 곽지현

관련사진보기

 
노력의 결과는 '다시 원점'

부천시 관련 부서, 경찰 관련 부서, 학교 관계자와 통학로를 둘러봤다. 하나같이 '위험한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통정책과에서 학교에 어린이보호구역 신청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후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지정'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했고, 모퉁이엔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30km/h가 써진 표지판도 세워졌다.

우리가 처음 요청했던 구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간이었지만, 그 정도라도 만족하며 이제 모두 끝났다고 여겼다. 이제 아이들은 안전이 보장된 도로로 통행할 수 있겠고, 아쉽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이 된 이 길만큼은 안전할 수 있겠구나 안도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그 길에 있던 부동산과 상가주인, 건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학교로 찾아와 큰소리로 항의했다. 그 사이 시 관련 부서 담당자는 바뀌어 있었다. 결국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지정은 무산됐고, 이미 황색 실선으로 그려져 있던 통학로에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볼라드를 설치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행로에 색칠을 하는 것으로 조치가 끝났다. 아쉬움은 컸고, 좌절감도 상당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도로정책과, 도로관리과, 경찰서,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국장, 시의원 2명, 마을자치위원장을 만났다. 시청과 시의회, 경찰서와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수차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수없이 시청과 경찰서에 문의했다. 그러면서 마을 양육자들과 시간 나는 대로 논의했다. 생업과 육아를 소화하며, 시간을 맞춰가며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요구사항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함없는 사회, 반복되는 사고
 
지난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추모 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12월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  지난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추모 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12월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에서 일어난 스쿨존 사고를 보며, 안타까운 아이의 죽음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내 아이 또래가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감히 그 부모의 참담함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더 억울하고 마음 아픈 건 이번 스쿨존 사고를 막을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번은 2019년 11월,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와 합동으로 '서울시교육청 관할 교통안전시설 점검' 대상에 포함됐었다. "언북초교 후문은 동서 방면으로 차량이 많이 통행하고, 급경사로 이루어져 보차(보행자-차 충돌)사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올해 2월이었다. 당시 수립된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 대상으로 선정됐고, 포장 보행로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결국 보도는 생기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 강남구청, 경찰 모두 위험을 예견했지만 우리는 왜 스쿨존 사고로 아이를 또 떠나보내야 했을까(관련 기사 보기).

반복되는 스쿨존 사망사고에서 보행안전 관계 부처와 관련 부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남 스쿨존 사고 사례를 보면 아이들 보행안전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주민의 반대로 인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사람이 죽었지만, 사고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과 사과를 하는 곳은 없다. 주민들에게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도로교통법에 따라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위험한 곳을 살피고 개선했다면 이번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스쿨존에 대해 논의해야 할 곳이 한 부서로 통합되지 않고 산재해 있는 것도, 스쿨존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우리 마을에서의 일을 돌이켜 보면, 도로 상황을 논의하려면 도로정책과를 만나고, 통학로에 필요한 도로정비는 도로관리과에 문의해야 했으며, 횡단보도는 경찰서와 논의해야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하는 것은 또 학교가 논의 대상이다. 그러다 문제해결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면 시의원에게 전화까지 해야 했다. 진행 상황을 여기저기 확인하느라 전화를 붙잡고 살았다. 스쿨존의 모든 과정을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부서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학교별로 다른 특성을 고려하며 스쿨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연구원 '어린이 보호구역 강화에 따른 서울시 스쿨존 제도 운영 개선방안' 보고서(2022년 9월)에서는 교통사고 분석시스템 자료를 활용해 2011~2020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파악했다.

그 결과, 넓은 도로보다는 좁은 도로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초등학교 스쿨존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스쿨존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구도 범위와 스쿨존 범위가 유사할 경우 기존 제도 적용방식과 동일 적용하되, 어린이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추가시설을 설치하고 주변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관련 내용 보기).

스쿨존 사망사고, 더 이상은 안 된다
 
지난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형광색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멘 학생이 하교하고 있다.
▲  지난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형광색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멘 학생이 하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스쿨존에서 12세 이하 어린이의 사고건수는 523건,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563명이다. 통계자료는 아이들이 아직도 스쿨존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안전속도 5030'과 '스쿨존 제한속도'를 '국민의 편의를 위한 개편'을 운운한다. 속도가 줄어들면 부상·사망 사고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말이다.

일단, 스쿨존에서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스쿨존에서는 절대 서행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운전자들의 인식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을테지만, '개인의 불편'을 호소하며 과태료가 얼마인지 보험료가 얼마인지를 따지기 보다 '아이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법'이란 인식이 확대되면 더 없이 좋겠다.

그러려면 앞서 언급한 관계 부처의 적극행정, 스쿨존 전담기구 신설, 학교별 특성을 고려한 스쿨존 운영 등 스쿨존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탄탄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스쿨존에서 만큼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자'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돼 간다. '더 이상은 학교에서 집까지 오가는 길에서 목숨을 잃지 않게 하겠다'던 이 법이, '내 아이는 지키지 못했으나 남아있는 많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귀한 이름을 내줘' 만들어진 이 법이 그 진가를 발휘하며 빛을 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곽지현씨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깃발 들고, 횃불 들고 서울로 온다”..17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준비하는 사람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2/15 [21:22]
  •  
  •  
  •  
  •  
  •  
  •  
 

▲ 지난 11월 19일 열린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모습.  ©김영란 기자

 

오는 17일 서울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아래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이 열린다. 지난 10월 22일, 11월 19일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전국 집중 대회이다. 

 

촛불대행진을 주최하는 촛불행동은 경기도 3개 지역, 강원도 4개 지역, 충청도 11개 지역, 전라도 15개 지역, 경상도 15개 지역 그리고 제주까지 총 49개 지역의 참가자가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과 전라북도의 군산과 김제·부안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보성·곡성에서도 참여합니다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홍보 선전물에는 광주광역시, 목포, 순천, 광양, 여수 지역의 담당자가 소개됐다.

 

광주전남촛불행동의 유창민 씨는 “이번에는 광주에서 약 100여 명, 목포에서 약 30명, 순천·광양·여수에서 25명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에 보성과 곡성에서도 참가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보성에서 모여 버스 1대가 출발한다”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에서 참가하는 지역이 확대된 것이다.

 

유창민 씨는 “지난 10월과 11월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참가하셨던 분들이 대화방을 유지하며 이번에도 참여하신다. 그리고 광주전남촛불행동의 운영위원, 자봉단, 회원들은 현수막을 걸고 명함과 선전물을 나눠주며 상경하실 분들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못 오시는 분들은 후원금을 보내며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촛불행동은 12월 첫째 주부터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아래 범국민선언)을 적극적으로 받았는데 매일 장터에 가서 서명을 받는 분이 있었다고 한다.

 

광주전남촛불행동의 나규복 씨는 “서울로 갈 때 매번 집회 하루 이틀 전에 참여 문의가 많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라면서 “참가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1월 19일 열린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전남동부권 참가자의 선전물.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퇴진’ 노란 깃발을 들고 올라갑니다

 

지난 7월 세 명의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다가 시작된 군산촛불은 지난주 20차까지 진행됐다. 처음에는 토요일, 일요일 1인 시위라도 하자는 것이었는데 군산의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촛불행동과 연계해 군산촛불행동을 만들었고 매주 토요일 촛불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군산촛불행동의 장숙경 씨는 “이번에는 약 20여 명이 서울에 간다. 비록 숫자는 적어도 열의는 높다.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라 지난 11월 20일에 있었던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보다 참여하는 인원이 줄었다. 하지만 군산 참가자들은 일당백”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촛불대행진을 하면 지나가는 시민이 음료수를 보내주며 ‘윤석열 퇴진’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군산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함께하지 못하는 서예가는 재능으로 마음을 보탰다고 한다. 노란색 깃발에 ‘윤석열 퇴진’, ‘군산촛불행동’이라는 글귀를 직접 적어주었고, 군산 참가자들은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이 깃발을 든다고 한다. 

 

그리고 군산의 한 시민은 2백여 명이 훨씬 넘는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을 받으셔서 전달해줬다고 한다. 장숙경 씨는 이 선언 용지를 촛불행동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횃불을 전국에 퍼트린 김제·부안

 

▲ 지난 11월 19일 열린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김제·부안 참가자들이 든 횃불.  © 이호

 

촛불대행진에는 다양한 초가 등장한다. 그중 지난 11월 19일 열렸던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김제·부안의 참가자들이 들었던 횃불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김제촛불행동의 김창화 씨는 “지난 11월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이후로 우리가 든 횃불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이번에도 김제·부안에서 올라가는 참가자들은 이 횃불을 들고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김제·부안의 참가자들이 들었던 횃불은 태양광으로 자동충전되는 솔라 횃불이다. 충전이 필요 없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기가 커서 눈에 확 띈다.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40여 명이 참여하는데 깃발, 핫팩 등 만반의 준비를 해서 서울에 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선전물에 매달 끈을 갖고 온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횃불도 들고 구호도 외쳐야 하는데, 겨울이라 손이 시릴 것 같다. 그래서 ‘윤석열 퇴진’ 선전물에 끈을 달아 목에 걸면 참가자들이 번갈아 가며 손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김창화 씨는 말했다.

 

참가자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애쓴 마음이 느껴진다. 

 

김제와 부안은 가깝고 부안은 매주 촛불대행진를 하지만 김제는 매주 하지 않아, 김제 시민들이 부안 촛불대행진에 자주 원정 간다고 한다. 김제는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다음 주인 12월 23일 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대한 김제·부안의 반향은 어떤지 물어봤다. 

 

김창화 씨는 촛불집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면서 “지금 당장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공무원이라 드러내놓고 활동하기 어렵다는 여성이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창화 씨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오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전국에서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에 힘을 받는다. 사람들과 함께 ‘윤석열 퇴진’의 함성을 목청껏 내야 쌓였던 화가 그나마 풀린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많은 사람이 화병 걸려 죽을 것 같다. 화병 풀러 서울에 간다.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창화 씨는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전라북도 지역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구속, 전북 촛불’이라는 등자보를 부착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 오는 17일 열릴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전북 지역 참가자들의 등에 부착할 등자보. [사진제공-김창화]  


한편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 6번 출구에서 서울 태평로의 본 무대까지 행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다양한 선전물을 들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을 외치며 한파를 날려버릴 것으로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충남대 소녀상 찾은 독일 소녀상 지킴이 한정화 대표



 

기습설치에 대해 “세워야 할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인정해줘야”

독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독일 시민 단체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가 12월 14일 충남대학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소녀상 옆에 앉아 소녀상 손을 잡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개원기자]

독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독일 시민 단체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가 12월 14일 충남대학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코리아협의회의는 지난 2020년 9월 25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단체다.

본래 1년 기한으로 설치된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항의로 설치 2주 만인 10월 7일 미테구청으로부터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즉시 ’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명 운동과 항의 시위도 시작했다.

독일 언론과 시민도 코리아협의회에 지지를 보내며 미테구청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결국 미테구청은 철거 명령을 취소했다. 지난해 베를린 소녀상 설치 기한이 1년 더 연장됐고, 지난 11월에 또다시 2년 더 연장되면서 영구 존치의 길이 열렸다.

독일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와 간담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개원기자]

한정화 대표는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을 찾기 전에 문화유산회복재단 대전지부 주최로 충남대 학생회관 2층 커피숍에서 대전지역 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정화 대표는 베를린에 소녀상을 설치하면서 일본의 압력이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일본 정부가 독일 내 소녀상 설치는 한일 간의 갈등을 키워서 독일을 불편하게 만들고, 독일의 이익을 훼손한다거나 일본인 들이 불편해 하고, 평화가 깨진다 등의 이유를 들며 독일정부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본 이름으로부터 시작해, 독일 이름 급기야는 한국 사람의 이름까지 동원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논조의 이메일이 소녀상이 설치된 공간과 관련자들에게 보내지고 있다며, 이 또한 소녀상을 철거시키기 위한 일종의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유산회복재단 대전지부 주최로 진행된 독일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한정화 대표(가운데)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개원기자]

독일 베를린은 일본 도쿄와 자매결연 도시 협정을 맺었고, 베를린 미테구는 도쿄 신주쿠의 자매구임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미테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한정화 대표는 30년 이상 독일에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해 왔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활동 속에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소녀상 철거명령이 떨어졌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거대한 여론을 만들었고,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남대학교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소녀상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 한 대표는 “소녀상을 국가나 학교 당국에서 세워주지 않다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소녀상은 세워야 할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인정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소녀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남대학교 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학생들은 건립 추진 5년 동안 학교 측과 협상이 지지부진되면서 더 이상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 8월 15일 밤 9시 충남대학교 서문 인근 잔디밭에 기습적으로 소녀상 건립을 강행했다.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에서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왼쪽)와 충남대학교민주동문회 주정봉 회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개원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충남대학교민주동문회 주정봉 회장은 “독일에서의 소녀상 설치 과정과 지킴이 과정을 상세히 들으며 향후 충남대 소녀상 지킴이 활동 방향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겨레하나 박희인 공동대표는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고, 충남대학교 학교 당국이 소녀상 철거하려고 할 때 독일 카셀대학교에서는 학교 당국이 소녀상 설치를 보장해주는 대비되는 모습을 봤다”며, “충남대학교 당국이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에는 충남대학교 로고를 배경으로 손을 맞잡으려는 형상이 의자 위에 붙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개원기자]

독일에서는 2017년 3월에는 유럽 최초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2020년 3월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한인교회(라인마인한인교회)에, 같은 해 9월 25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2022년 7월 8일에는 독일 중부 카셀 주립대학의 본관 앞에서 학교 학생 의회의 의결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면서 독일에는 현재 4개의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한편,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하고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인권과 평화 실현을 위한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 기준금리 0.5%P 인상, 내년 5.1% 전망...침체 우려 확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2/15 09:58
  • 수정일
    2022/12/15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미 금리차 최대 1.25%P로 벌어져…미 GDP 0.7% 성장 전망, 경기 침체 골 깊어질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는 0.50%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네 번 연속 0.75%포인트를 올렸던데 비하면 인상폭을 다소 낮춘 것이지만, 내년으로 예상되는 금리인상 싸이클 정점은 더 높게 잡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4.25~4.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기준금리 추이 ⓒ제공 : 뉴시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제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종 금리, 즉 금리 인상 싸이클의 정점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된 점도표(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정 금리 수준을 표시한 도표)는 내년 말 5.00~5.25%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금리 수준을 맞추려면 내년에도 0.75%포인트가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내년 말 금리 인하 단행’은 섣부른 기대이며, 최소한 내년 내내 혹은 그 이후에도 상당기간 고금리 시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FOMC에 앞서 발표된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1%를 기록했다. 전달 7.7%나 6월 9%대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진정된 수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내년 인플레이션을 3.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에 비해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긴축 기조에도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 금리 인하가 아니다.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 ⓒ제공 : 뉴시스


한미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 4.50%와 비교하면 금리차는 최대 1.25%로 벌어졌다. 최근 22년간 최대 폭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금리 인상 폭은 당초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조치들을 재차 부연하며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실었다. 추 부총리는 “최근 현안인 기업 자금조달, 금융기관 유동성, 부동산 금융 분야 등에 대해서는 기존 ‘50조원+α’ 대책과 분야별 집중 점검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탈콜을 내년 1월 중 완료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부터 5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해 기업들의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안 조짐을 보여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서는 “사업자 보증규모를 5조원 추가 확대한 데 이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PF 대출보증도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다. 연준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가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치 1.2%포인트보다 0.7%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13일 공개된 지난달 한은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하향하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경기 하방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9개 투자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전망 1.7%에 비해 0.6p 낮은 수치다.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애니씽 벗 문재인'?…尹대통령 "전 정권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폐기"

전날 52시간제, 文케어 되돌리기 이어 이번엔 탈원전…연일 'AB 文' 행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무분별한 탈원전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2022년은 원전(핵발전) 산업이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행사에서 "정부 출범 이후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파로 인한 지자체 비상근무 상황 등과 관련, 당초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했으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통령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1호기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APR1400노형으로 계측제어설비와 같은 주요 기자재 핵심기술을 완전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가 각국 정상을 만날 때에도 APR1400 브로슈어를 들고 원전 시공의 신속성, 건설 비용의 합리성,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원전 업계를 위해 올해 1조 원 이상의 일감과 금융, R&D를 긴급 지원했다"며 "내년에는 그 규모를 2조 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4천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약이 체결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원전건설 시장이 더욱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총 4천억 원을 투자해 미래 원전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울진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개시된다"며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줄여 2024년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핵발전 안전성 논란을 의식한 듯 "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특별법 제정과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겠다"며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모든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는 주 52시간제 무력화와 '문재인 케어' 되돌리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애니싱 벗 문재인(Anything but Moon), 즉 전 정권 부정 말고 대통령이 돼서 뭘 하겠다는 목표가 있기는 했는지 의문"(조응천 민주당 의원. 이날자 <한겨레> 인터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당선인 대변인 시절이던 지난 3월 28일 윤 당시 당선인의 인수위 워크숍 발언을 소개하며 "'ABM' 같은 가르기는 않겠다"고 했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유족들이 정치꾼? 너무 억울해서 모였어요"

[유족 인터뷰] 고 송채림씨 부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송진영 부대표

22.12.14 20:10l최종 업데이트 22.12.14 20:10l
큰사진보기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경 서울의 이태원 한 골목에서 158명이 압사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유가족의 삶은 그 날짜에 아직 멈춰있다. 해가 뜨고 지기를 반복할 뿐 여전히 10월 29일이다. 참사 발생 이후 40여일이 지나는 동안 유가족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대통령은 끝내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누구 한명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유가족을 향한 공격과 가짜뉴스마저 횡행했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풀기위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일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그들은 모이고 보니 놀랍게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고인이 된 송채림씨의 방에서 그의 부친이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인 송진영씨를 만났다. 대전 지역 집, 고인의 방은 생전 채림씨가 사용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음은 송진영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아이... 그 방을 정리할 수가 없다" 
 

다재다능하고 꿈 많은 청년이었던 고 송채림씨
▲  다재다능하고 꿈 많은 청년이었던 고 송채림씨
ⓒ 송진영제공

관련사진보기

 
- 고인이 된 송채림씨는 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둥이에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다재다능한 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셨어요. 채림씨는 어떤 딸이었습니까?

"세상 어느 부모가 다르겠어요. 가장 귀하고, 가장 예쁘고, 내 목숨을 주어도 바꾸기 싫은 아이입니다.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데요. 우리 채림이는 2002년 4강 신화를 썼던 그 해에 태어난 아이였어요. 만으로 스무 살, 우리 나이로 스물 한 살이죠. 하고 싶은 게 진짜 너무 많은 아이였어요. 벌써 자기가 쇼핑몰을 만들어서 운영하고요. 또 짬이 나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주말에는 도예 공방 가서 도예를 배우고, 시간 나는 대로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댄스(교습)도 하고요. 21살짜리인데 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 혹시 이 방이 채림씨가 쓰던 방인가요? 작품들이 정말 많네요. 그림도 있고요.

"여기 저기 창가에 놓여 있는 도자기는 다 우리 애가 만든 거예요. 여기 옷이 고등학교 다닐 때 첫 작품이고요. 저쪽 방 작업실에 가면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도 있고요. 쇼핑몰을 운영하니까... 정리 못한 재고들이 그냥 있어요. 이 공간이 다 우리 애가 쓰던 공간이에요. 하나도 정리를 못 하고 있어요."
   
-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갈 때 많이 힘드셨죠.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설마 설마 했어요. 어느 부모가 믿을 수 있겠어요. 축제에 놀러 갔던 애가... 어떻게, 어떤 부모가 그걸 인정할 수 있겠어요.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눈물이 쏟아지면 꼼짝도 못하고 한 10분씩 그냥 서 있어요. 이런 걸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정부에서 이렇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저희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행태가 그거 못지않게 더 가슴 아픕니다. 왜 우리 유족들을 정치꾼으로 몰아가면서 왜곡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유족이 되고 싶어서 유족이 됐습니까?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들한테 한다는 얘기는 '정부에서 조치하고 있다. 유족들을 만나고 있다. 대화하고 있다'예요. 그 중에 진실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와 함께 하는 유족들이 170여 분 되는데, 그중에 정부와 그런 대화를 나눠본 분이 한 명도 없어요."

"대통령 사과가 시작... 그래야 이상민·오세훈 등도 자세 바꿀 것" 
  
큰사진보기2022년 12월 12일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 출범 대전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송진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  2022년 12월 12일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 출범 대전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송진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 임재근

관련사진보기

 
- 참사 이후 유가족분들께서 모이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유가족분들 모으는 데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기사 난 거 보고, 유족들이 알음알음 알아봐서 열 분 정도가 지난달 15일에 모였어요. 그리고 성명서를 냈어요. 유가족 성명서를 민변하고 같이 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알음알음 또 찾아 오셨어요. 현재 돌아가신 분 기준으로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이 모인 거예요. 그동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겠어요. 

근데 '명단 공개하면 패륜이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 유족들을 못 만나게 했어요. 시신을 40군데가 넘는 곳에 다 뿔뿔이 흩어놨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억울함이 심하니까 모이는 거예요. 내 새끼 내 자식들 억울함 풀어주려고요. 언젠가 다 공개가 되겠지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 채림이도 친구들과 함께 있었어요. 애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채림이는) 그때 이미 주검으로 변했는데, 그 옆을 지켜주던 친구들을 당국이 귀가 조치해서 내쫓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12시간 동안 이리저리 돌다가, 결국 경기도 평택에서 채림이를 찾았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요. 알려주지도 않고요. 

돌아가신 어떤 다른 분은 그 옆에 같이 있던 친구가 '얘 살아있다고, 숨 쉰다고 도와달라'고 그랬는데도 현장에서 분리시켰다고 해요. 결국에 한 시간이 넘어서 사망한 경우도 있어요. 조치를 못 받고 사망했어요. 이런 사연들 아마 국민은 전혀 모를 거예요."
  
큰사진보기고인이 된 송채림님의 방에는 생전에 쓰던 물건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고인이 생전에 직접 그린 그림들
▲  고인이 된 송채림님의 방에는 생전에 쓰던 물건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고인이 생전에 직접 그린 그림들
ⓒ 김선재

관련사진보기

 
- 마약 의혹 부검을 하자고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마약 부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 많아요. 이게 애초부터 마약 수사에 초점이 잡히면서, 그래서 통제하는 경찰이 투입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잖아요. 그런데 그 유가족들한테 와서 마약 부검을 하자는 게 인간이 할 말입니까?"

- 정부가 유가족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나요. 

"공무원이 연락하던 것은 장례식과 동시에 끝났어요. 지난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도 종료됐어요. 그걸 없애려면 당연히 유족들한테 의견을 물어봐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말을 들어본 사람도 없고요. 종이 한 장 날아온 적이 없어요. 우리 유족들은 다른 것보다도 대통령의 사과, 정부의 사과, 진심 어린 사과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상민 해임 건의안은 대통령이 거부하면 끝입니다.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도 정치적인 책임, 도의적인 책임 이런 거를 가지고는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가 힘들어요."
  
큰사진보기스무살이었지만 직접 쇼핑몰을 운영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했던 故 송채림님
▲  스무살이었지만 직접 쇼핑몰을 운영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했던 故 송채림님
ⓒ 송진영

관련사진보기

 
-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제가 보기엔) 뻔뻔한 거짓말들을 하고 있어요. 사고 나고 바로 이틀 후에 서울시에서는 행안부에다 희생자 명단을 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행안부 장관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명단이 절대 없다고 했죠. 왜 장관인 자기 말을 못 믿느냐면서요.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 거짓말, 거짓말, 모두 다 국민을 호도하는 거짓말이에요.

국민들은 원스톱 지원이니 다 지원된다고 알고 계시잖아요. 전혀 아닙니다. 심지어 보상금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것도 정치적인 거예요. 여론을 호도해서 아주 악질적인 유가족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처음 기자회견을 한 날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됐어요.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보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아주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 중 누구 한 명도 보상 얘기 꺼낸 사람 없습니다."

"당해보니 알겠다, 세월호 유족에 내가 무심했구나" 

-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평범한 소시민들이에요. 정치도 잘 몰라요. 우리 지역에 해당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데 어떻게 저희가 정치색을 띠고 뭐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억울함을 좀 밝혀달라고 얘기를 하면 (그걸로) 정치적이라고 하고, 그쪽으로 몰고 가요. 그러면 우리 유족들은 아무 말도 말라는 건데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됐는데, 그렇게 억울한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가만히 있습니까?

답답해서 소리 내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정치적이라는 식으로 몰고 갑니까? 어제도 권성동 의원이 '세월호의 길을 따라가지 마라' 말했지요. 세월호가 어떻게 됐는데요? 저희는 그것도 몰라요. 얘기를 한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유족들도 세월호 유족들이 지금 어떻게 하고 계신지 몰라요. 원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잖아요. 뉴스 한 번 나오면 그걸로 그냥 끝이잖아요. 저희도 다 그런 시민이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뭘 그동안 했는지도 몰라요. 우리가 너무 무심했구나. 당해 보니까 알겠어요."
  
큰사진보기고인의 방은 생전에 쓰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인이 직접 빚은 도자기
▲  고인의 방은 생전에 쓰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인이 직접 빚은 도자기
ⓒ 김선재

관련사진보기

 
- 정치권의 대응에 많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장례가 끝남과 동시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명단 공개는 패륜', 그 말에 언론까지 취재도 안 해요. 그게 왜 패륜입니까?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들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서 못 나오셨던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공개하자고 그랬어요. 우리 채림이가 나는 너무 자랑스러우니까요. 누구든지 볼 수 있게 공개한다고요. 여기저기 공개하고 다 했습니다. 나한테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그런 자식인데, 왜 창피해 하고 왜 숨겨야 됩니까? 그런 프레임 자체가 너무 정치적인 거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처음 찾아갔더니 앞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다 들어드리겠다. 정부와 협상해보겠다'라고 했어요. 이러고서는 그 다음 날 나와서는 '유족을 대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렇게 말을 바꿨어요. 너무 뻔뻔하지 않아요?

우리 유족들이 그때 10여 분 계셨는데요. 우리 중 누가 유족을 대표한다고 그랬습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그 말에 분노해서 이제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이제 정 비대위원장이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건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 
 
큰사진보기패션디자인으로 상을 받은 생전 송채림씨 모습
▲  패션디자인으로 상을 받은 생전 송채림씨 모습
ⓒ 송진영

관련사진보기

 
- 유가족분들께서 현재 원하는 것이 있다면요?

"저희가 원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사과와 그날 그 현장에서 있었던 우리 아이들이 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원합니다. 잘못한 사람들이 있으면 벌을 받는 게 기본 상식 아닙니까? 이상민 장관 지금도 뻔뻔하게 헛소리들 하고 다닙니다. 서울시장은 들어가서 숨어가지고 나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렇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닙니까?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에요.

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열심히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길바닥에서 주검이 됐습니다. 유족이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그날 있었던 진상을 밝혀주고,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처벌해 주고, 우리나라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느 인터뷰든 들어보세요. 그거 외에는 바라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 49재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 날 유가족분들과 시민대책위에서 추모제를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16일 금요일이 아이들 49재입니다. 서울 이태원 앞에서 모두 모여서 49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 국민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진짜 절실합니다. 저희 유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거 하나뿐입니다."

- 진상규명의 길을 결심하셨습니다.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힘든 일인데요. 두렵거나 막막하지는 않으세요. 

"어제(10일) 출범식 기자회견하면서도 결국 119구급차가 왔었어요. 어머니 한 분이 쓰러지셔서요. 기자회견 자리 자체가 아비규환이었어요. 어머니들 울음 때문에요. 하지만 억울하기 때문에, (진상규명 시일이) 언제가 되더라도 끝까지 갈 겁니다. 자식 잃은 부모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모이셨던 170분 모두 다 같은 의지, 같은 생각이에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강남 직장인들…“너도나도 윤석열 퇴진 선언 참여”

김영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2/12/14 [22:25]
  •  
  •  
  •  
  •  
  •  
  •  
 

▲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에 참여하는 시민들.  © 김영선 통신원


최근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아래 범국민선언)에 참여하는 국민이 느는 속에서 직장인들의 높은 참여가 눈길을 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14일, 강남촛불행동(아래 강남촛불)은 퇴근 시간에 맞춰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선릉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강남촛불의 김지선 씨는 “불과 한 시간 만에 3백여 명이 범국민선언에 참여하는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다. 집회와 행사를 정리하는 순간조차도 선언에 참여하려는 분들이 계속 오셨다”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열심히 범국민선언과 촛불집회를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영선 통신원

 

한편 범국민선언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17만 3천 명을 넘어서며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에서는 강남촛불을 비롯해 강북과 용산 등지에서 활발하게 범국민선언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 각 지역에서도 촛불집회와 함께 범국민선언 참여 열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 김영선 통신원

 

  © 김영선 통신원

 

  © 김영선 통신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죽음 경향·한국·한겨레 “정치의 책임”

[아침신문 솎아보기] 청소년 생존자 죽음…“생전 2차가해 발언에 분노” 유가족들, 영정과 위패 놓고 분향소 설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인 합동분향소가 14일 서울 녹사평역 앞 광장에 차려졌다. 참사 47일 만이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청소년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피해자 중심의 참사 수습과 심리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일부 신문은 이들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서울지하철 녹사평역 3번출구 앞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에는 유족이 동의 뜻을 밝힌 희생자 70여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숨진 158명 중 76명의 영정사진과 이름이 분향소에 놓였고, 16명은 이름만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출범한 유가족 협의회는 창립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참사 피해자들끼리 소통할 통로와 희생자 추모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고, 이에 유가족협의회가 자체적으로 분향소 설치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한국일보

▲15일 아침신문 갈무리

경향신문은 “정부는 참사 이튿날인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5일 밤 12시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서울 시내에는 30여곳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며 유가족들의 의사 확인 없이 분향소를 차렸고, 명칭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 밝혔다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에야 ‘사고’를 ‘참사’로 바꿨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시민들이 추모했다. 한 유족은 “우리들이 아이들 찾아 헤맬 때 용산구청, 경찰서, 행안부, 대통령실, 저 아이들 158명 얼굴 눈동자 똑바로 보십시오.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극우단체 회원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분향 도중 보수단체 회원 등 일부 시민이 욕설을 퍼붓다 격분한 유족 측 관계자와 언성을 높였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15일 동아일보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A군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범죄 혐의점, 유서는 업었다. A군은 10월29일 참사 당일 친구 두 명을 잃었다. 서울시교육청은 A군이 교내 심리 상담과 병행해 매주 두 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후 학교에 복귀했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가적 비극을 정쟁화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2차가해도 독약”이라며 “이태원 참사 역시 이태껏 책임지는 고위 공직자 하나 없는 데다, ”나라 구하다 죽었느냐“며 희생자들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 정치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15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A군은 특히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어머니는 이날 MBC와 인터뷰하며 ‘아들이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연예인 보러 갔다가 죽은 것 아니냐고 모욕하는 댓글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내더라’고 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사건을 다루며 “생존자 및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와 상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은 치료·상담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데, 국민의힘에서 쏟아지는 막말과 2차 가해가 오히려 상처만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수도권을 관할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경우 심리상담을 제안한 유족·부상자·목격자 620여명 가운데 12%가 상담을 거절했다. 한겨레는 “정신건강 ‘고위험군’인 생존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아무런 치료와 상담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락처가 없는 이들한테는 상담 권유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도 “참사를 정쟁적 사안으로 대하는 여권의 태도, 거기에서 비롯된 일부 여권 인사들의 막말이 제대로 된 수습과 치유를 저해하고 유족과 생존자의 심리적 외상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권성동·송언석 의원의 막말을 비판하며 “최근의 막말이 국민의힘 공식 입장인지”를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유족들이 협의회를 꾸리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막말을 했다. 송언석 의원은 근거 없이 참사 희생자와 마약 관련성을 언급해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의 죽음, ‘애도 없는 정치’의 책임’에서 “온전한 회복에는 사회의 지지가 필요하고, 진정한 애도는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사과에서 출발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158명이 숨진 참사가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적 후폭풍을 낳을 것을 우려한 정부·여당은 파장 축소에만 급급했다. 유족들이 모이는 것을 극구 꺼리던 정부는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러한 2차 가해가 노리는 것은 피해자를 침묵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라며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가 답할 차례다.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고, 책임자를 경질하고,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참사 49재를 맞아 오후 6시부터 참사 현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불교조계종도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한다.

윤 “문케어 폐기”에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한 것을 놓고 신문들이 전날에 이어 사설을 냈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가 100% 부담하던 3800여개 진료 항목에 단계적으로 건보를 적용하는 정책이다. 일부 신문은 ‘건보 지출 증가’를 이유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출이 곧 환자 입장에선 보장성 강화이자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폐기를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15일 한겨레

한겨레는 사설에서 “보장성 강화(보장률 상승)는 곧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한다며 “지금처럼 ‘지출 효율화’만 강조하다가는 가뜩이나 취약한 건보 보장성을 더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적잖다”고 했다.

한겨레는 “2017년 62.7%였던 건보 보장률(총 진료비 대비 건보 부담 비율)이 2020년 65.3%로 높아졌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과 아동·노인·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보장률을 70%까지 올리는 것이었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가) ‘지출 조정’만 내세울 뿐, 건보 재정 확충을 통해 보장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재정 위기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건보 국고 지원’(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 의무 이행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게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과 견줘 여전히 낮다. ‘재정 효율’을 이유로 보장성을 낮출 때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팩트체크’ 코너에서 윤 대통령의 건보 재정 파탄 발언을 검증했다. 한겨레는 재정 누수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감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문케어로 인한 재정 누수 금액을 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건보 재정에서 한해 진료비로 지출하는 약 100조원의 0.2%에 불과하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서울신문은 문재인 케어가 건보 근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근거로 ‘건보 지출 증가’를 들었다. 건보 지출 증가가 국민들에게는 곧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15일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문케어 추진 이후 건보 지출 증가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만 건보 가입자의 진료비 총액이 50조원을 넘었고 연말까지 100조원을 넘길 게 확실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장성 확대로 불필요한 검사가 남용되고 의료쇼핑이 횡행한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예리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위드 코로나' 시작한 중국 대혼돈…때아닌 '황도 통조림' 사재기도

'의료 자원 부족' 호소에도 발열 진료소 긴 줄…전문가 추정 확진자 수 中 공식 통계 4배 달해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2.12.13. 17:22:46 최종수정 2022.12.14. 08:02:44  

 

중국이 '백지 시위' 뒤 엄격한 방역 조치를 빠르게 해제하고 있는 가운데 급격히 전환된 메시지에 진료소 방문이 폭증하고 황도 통조림 사재기가 횡행하는 등 주민들은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감하며 당국의 공식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고위험 지역 방문 여부를 식별하고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자 방역 통행증' 애플리케이션을 13일부터 비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제로 코로나' 폐지를 요구하며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곳곳에서 시위가 열린 뒤 지난주 상시 PCR 전수 검사 폐지, 경증 감염자 자가 격리 허용 조치를 발표하는 등 빠르게 방역 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시위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의 빠른 방역 완화 속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12일 베이징 차오양에 위치한 한 발열 진료소에 80명 가량이 줄을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11일 발열 진료소 방문자 수가 한 주 전 일일 평균에 비해 16배나 증가한 2만20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최대 6시간 가량 줄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셜미디어(SNS)에 일부 병원은 경증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 수가 급증하며 의료 기관은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진료소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지방 당국이 주민들에게 증상이 심각하지 않을 경우 응급 서비스를 부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중국 관영 언론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의료시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가벼운 증상은 집에서 치료하거나 진료를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중증 환자를 위해 의료 자원을 남겨둘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중국이 확보한 중환자 병상 수는 13만8000개에 불과해 인구 1만 명 당 1명 미만인 데다 의료 자원이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워싱턴포스트>는 12일 병원에 환자가 폭증하며 의료진 감염도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성을 얀이라고 밝힌 베이징의 한 의사는 매체에 "병원들이 전례 없는 발병에 압도당하고 있다. 발열 진료소를 찾는 환자가 지난 주보다 몇 배는 늘었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될 것 같다"며 지난주 자신의 병원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확진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방역 완화 뒤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자가 치료에 대한 부담감 탓에 마스크·감기약·자가검사키트 등 의료 용품을 대거 사들인 데 이어 황도 통조림까지 사재기 중이다. 13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평소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황도 통조림이 최근 며칠 간 중국 전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설탕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보존성이 높은 이 통조림이 코로나19 감염 대비책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일부 온라인 상점에서 품절됐다고 전했다. 광저우 주민인 한 여성은 매체에 황도 통조림이 "감기와 발열이 효과적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됐을 경우를 대비해 몇 캔을 샀다"고 말했다. 매체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제조사가 해당 통조림은 약이 아니라는 공지를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 현상에 주목하며 한 때 황도 통조림이 중국 동북부와 북부 지역에선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먹는 '특별식'이었지만 '약'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주민들의 사재기 열풍 배경엔 다시 봉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광저우의 한 주민은 매체에 "감염자가 너무 많아서 무섭다. 왜 정부가 갑자기 (방역 정책을) 전환했는지 모르겠다"며 봉쇄에 대비해 감자 5kg을 비롯해 많은 고기와 채소를 사들여 비축했다고 말했다.

 

의료 자원 부족 호소에 더해 중국 각지의 사업체에서 직원 감염이 속출한다는 보고가 잇따르며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 감염이 늘고 있다는 정황이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말 4만 명을 넘어섰고 대대적 방역 완화 조치가 발표됐던 지난 7일 기준 2만 명이 넘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12일 7679명으로 줄었다. 방역 완화 조치 뒤 일주일도 안 돼 일일 확진자 수가 거의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방역 완화로 검사 자체가 줄었고 주민들이 자가 검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 일부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외신은 오히려 지난달 말 '백지 시위' 뒤 방역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이후 감염자가 훨씬 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에 중점을 둔 거시경제 자문업체 위그램캐피털자문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8일 기준 중국의 일일 확진자 수가 8만6141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8일 기준 1만6797명이었던 중국 정부 공식 발표 수치와 괴리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 상황은 코로나 발병 초기 공식 정보가 부족했던 우한에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로드니 존스 위그램캐피털자문 대표는 "우리가 실제 사례 데이터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진자 수의) 급격한 감소가 검사 수가 줄어든 것을 반영하는 것인지 혹은 사례 데이터에 정치적 관리가 작동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매체에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검찰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브라질 경우와 윤석열의 닮은 꼴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탄생과 세차 작전의 시작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 룰라를 겨누다

룰라의 구속, 호세프 대통령 탄핵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쿠데타

모루와 윤석열의 닮은 꼴

브라질 룰라가 2023년 1월 1일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룰라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1975년 금속노조위원장, 1979년 브라질노동자당 창당, 그 후 수 차례 대선 도전과 낙마, 2002년 역대 최다득표로 대통령 당선, 2006년 재선 성공 등 룰라의 정치 인생은 브라질 진보정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룰라 집권 8년 동안 브라질의 빈민계층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3연임 금지법에 따라 2010년 대선에 출마를 못했지만, 그의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브라질 진보정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이 2010년 1월 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에게 대통령 휘장을 걸어주고 있다.

그러나 룰라 퇴임 이후 브라질의 정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우마 호세프가 탄핵을 당하고, 위기를 느낀 룰라는 탄핵 직후 열린 대선에 출마하여 진보정치를 부활시키려 했다. 그러나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구속되고, 대선 출마는 좌절되었다. 룰라에게는 ‘브라질 부패의 최고사령관’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그 후 독재 시절 고문과 암살로 악명높았던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진보정치가 무너지고 독재정치가 부활한 것이다. 도대체 룰라 퇴임 이후 브라질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탄생과 세차 작전의 시작

호세프가 첫 임기를 시작하던 2011년부터 브라질은 경제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한 해 동안 22%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교통 요금과 식료품 요금이 인상되는 등 민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대개 대중들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집권여당에게 그 일차적 책임을 묻는다. 호세프와 집권여당인 브라질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3월 브라질의 거대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매개로 하여 다수의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연루된 초대형 부패사건이 적발된 것이다.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이 건설업체와 공급업체를 상대로 뇌물을 요구하여 비자금을 마련하고, 로비스트와 환전상을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정치인들과 여러 정당에게 뇌물로 건네고,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은 다시 페트로브라스 간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였다.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정치개혁과 부패세력 척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었다. 위기에 처한 호세프 정부는 강력한 반부패캠페인을 벌였고, 일명 ‘세차(라바 자투, Laba Jato) 작전’을 시작했다. ‘라바 자투’는 세차용 고압 분사기를 의미한다. 고압 분사기로 자동차에 있는 오물을 씻어내듯이 부패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취지였다.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 룰라를 겨누다

세차 작전은 브라질의 수사 판사인 세르지오 모루라는 인물이 진두지휘했다. 수사 판사(investigative judge)는 검찰의 역할을 일부분 담당한다. 즉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유무죄를 판결하는 판사가 동일인물인 셈이다.

모루는 대중의 분노를 파악하고 대중이 환호하는 요소를 포착하는 데 능수능란했다. 그는 예비구금 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를 펼쳤으며, 수사 중인 내용을 언론에 흘려 여론화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모루에 의해 주도되는 기습적이며 대대적인 체포 장면은 언론사와 TV를 통해 생중계되었고, 각 수사 단계마다 ‘카사블랑카’, ‘최후의 심판’과 같은 코드명을 붙임으로써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모루 검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브라질 대중들은 모루를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모루의 지지가 올라가는 만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지수는 높아졌다.

그러나 모루가 척결하고자 했던 것은 부패 정치보다는 브라질 진보정치였다. 브라질은 1964년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독재정권이 20년 넘게 지배하는 곳이었다.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이 그러했듯이, 브라질 군사독재세력과 기업은 광범위한 부패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시 부패 스캔들에 가장 많이 연루된 정치인들은 브라질노동당이 아니라 부통령 미셰우 테메르가 소속된 브라질민주운동당이었다. 이 당은 군사정권 시절 여당을 제외한 유일한 합법정당이었다. 그만큼 군사정권에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부패한 정당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루의 수사는 룰라에게 집중되었다.

룰라의 구속, 호세프 대통령 탄핵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

2016년 3월 모루 검사는 룰라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페트로브라스로부터 800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룰라는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은 룰라와 호세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수사의 방향과 여론의 동향을 감지한 야당은 야합하여 대통령 탄핵을 결행한다.

여기서 부통령을 배출함으로서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브라질민주운동당(가장 부패했다는 그 정당!)의 탄핵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은 수사의 칼날이 본인들에게 집중될 것을 우려해 탄핵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2016년 8월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된다.

2018년 대선은 진보정치가 살아남느냐 과거 독재정치가 부활하느냐 중대 갈림길이었다. 룰라는 이미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룰라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다. 그러나 세차 작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루수사팀과 연방대법원은 2018년 4월 룰라를 구속시킨다.

룰라는 2017년 1심에서 9년 6개월, 2018년 1월 2심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룰라는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 중이었다. 상고 중에 있던 룰라를 구속시킨 것은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룰라의 대선 출마는 좌절되고 브라질 노동자당은 대선 후보를 교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2018년 대선에서 브라질노동자당은 패배하고,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되었다. 보우소나루는 군사독재를 옹호하고, 사형제 부활 등 포퓰리즘정치를 표방했다. 정당을 8번이나 옮긴 브라질의 대표적인 철새정치인이다. 동성애자, 여성, 흑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치않는 차별주의자였으며, 범죄자를 사살할 경찰의 권리를 옹호하는 파시스트였다. 그런 자격 미달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로 세차 작전은 탈정치, 정치혐오를 부추겼던 것이다.

정치검사 모루가 주도하는 세차 작전은 반부패 캠페인이 아니라 정치혐오 캠페인이었던 셈이다. 세차 작전이 무너뜨린 것은 부패정치세력이 아니라 브라질 민주주의였다. 이 모든 것은 정치검사 모루의 기획에서 나왔다. 보우소나루 당선의 일등공신은 정치검사 모루와 세차작전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루를 법무부 장관에 앉힘으로써 보은한다.

▲ 2019년 11월 석방된 룰라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쿠데타

2019년 11월 룰라는 580일 만에 석방되었다. 연방대법원이 2심 결과만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룰라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고, 상대후보인 현직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제치고 당선된다. 이로써 브라질의 진보정치는 다시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같은 결과는 세차 작전의 종료와 함께 예견된 것이었다. 세차 작전은 2021년 2월에 종료되는데, 종료됨과 동시에 무리한 정치수사였다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룰라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2018년의 재판이 편파적이었으므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룰라에게 유죄를 선고한 모루의 재판이 부당하다는 판결인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수집한 룰라 관련 증거를 향후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도 내렸다. 룰라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판 자체를 취소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결국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은 진보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사법 쿠데타였던 셈이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쓰고 룰라와 호세프라는 대표적인 진보정치인을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고, 무리하게 구속하고 유죄판결을 내려 대선 출마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였다.

모루와 윤석열의 닮은 꼴

브라질 검사 모루와 한국 검사 윤석열은 닮았다. 두 검사는 ‘수사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그러나 수사권이라는 칼날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모루는 진보정치세력을 제거하는 데 검찰의 권력을 집중시켰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무력화시키는데 검찰의 권력을 집중시켰다. 두 검사 모두 사실상 사법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모루의 사법쿠데타는 브라질 진보정치 죽이기에 집중되었다. 윤석열 사법쿠데타는 민주당 정부를 죽이는데 집중되었다. 두 검사는 ‘법치’의 가면을 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파괴했다. 검찰이 작심하면 민주주의는 무참히 짓밟히고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과감한 수사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두 검사는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도전했다. 모루는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하다가 보우소나루를 배신하고 2022년 대선에 독자 출마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다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모루와 윤석열은 큰 차이가 있다. 모루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따라서 모루의 민주주의 파괴는 완료형이지만 윤석열의 민주주의 파괴는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윤석열의 사법 쿠데타는 계속되고 있다. 아니 이제는 그가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에 사법 쿠데타는 옛말이다. 검찰독재라고 불러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끝나지 않은 질문, 그래서 화물기사는 사업자인가 노동자인가?

[화물연대 파업 자세히 보기 ⑦] 사업자 간 계약 맺었어도, 전속·종속 관계면 노동자

 

운행을 멈춘 화물차 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수십명이 화물연대본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사업자로보고, 이들이 공정거래를 위협하는 담합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상식적인 일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몰상식한 일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식당 위생을 점검하겠다고 소방 공무원이 출동한 꼴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다. 멀리 국제노동기구와의 협약까지 갈 일도 아니다. 한국 법원은 화물자동차 운전자가 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는 판결을 꾸준히 내려왔다.  

 

 

 

대법원이 ‘사업자 같은 화물운송 노동자’라고 판결한 이유


2018년 대법원의 ‘나라손 화물기사’ 판결이 대표적이다. 운송사 나라손은 깨끗한나라 물류를 담당했다. 차모 씨는 2.5톤 화물차를 구입해, 나라손으로부터 깨끗한나라 화물을 배차 받아 운송했다. 

출근 중 교통사고로 십자인대파열 등 부상을 당한 차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거절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차 씨를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나라손 노동자로 인정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차 씨 손을 들었다. 차 씨는 운송사업자로 등록해 표면상 사업자이나, 실질적으로는 나라손 소속 노동자로 보는 게 합당하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노동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태, 즉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를 따지기보다, 종속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다.

법원 판결에서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지입차주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각급 법원의 20여개 사건에서 인용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월 선고한 이른바 ‘나라손 화물기사’ 사건이다. 재판부는 지입계약을 맺은 화물기사도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입제는 화물차를 소유한 기사가 운송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운송 업무를 위탁받아 일하는 형태다. 서류상으로는 사업자 간 계약이지만, 화물기사는 전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작업한다.

재판부는 차 씨가 나라손 지시에 따라 업무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라손이 지정하는 물품 외에는 운송할 수 없었다. 차 씨의 배송 횟수와 휴가 일수도 나라손이 결정했다. 나라손이 유류비, 도로통행비, 주차비 등 차량 운영비를 부담했다는 점도 차 씨 노동자성을 뒷받침했다. 차 씨는 운송 물량과 관계없이 고정급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고(차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소외 회사(나라손)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가 영업용 화물차의 소유자로서 사업자등록을 했다거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 등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4년 1심 판결 이후 근로복지공단 측은 항소와 상고로 법정 다툼을 이어갔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나라손 화물기사’ 사건은 2021년 4월 대법원의 ‘삼표 화물기사’ 사건 판결에서도 인용됐다. 구조는 비슷하다. 화물기사 ㄱ 씨는 삼표로부터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임대보증금 200만원에 빌려, 삼표피앤씨 제천공장 제품을 삼표가 지정한 공사 현장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맺었다. 화물차를 회사가 소유한다는 정도가 다르다. 화물기사의 노동자성 판단 여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재판부는 ㄱ 씨가 삼표 통제하에 작업해야 했다는 점을 근거로 전속적·종속적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해, ㄱ 씨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노동자성 여부 입장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강행된 졸속행정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도 화물기사를 명확하게 노동자라고 규정한다. 나아가 노동자로서 화물기사 파업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ILO 제87호(결사의 자유),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은 화물기사를 협약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비준하면서,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됐다.

ILO는 지난 10여년간 수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화물차 차주 겸 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권익 증진, 방어를 위해 결사의 자유를 전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해왔다.

정부는 ILO 협약을 무시하면서 원칙 없는 졸속행정이 자행했다. 화물연대 파업 국면에서 화물기사 노동자성에 대한 정부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화물기사 정체성은 정부의 노동 탄압 유불리에 따라, 노동자에서 사업자로 바뀌었다. 국토교통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때는 노동자로 규정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추진할 때는 사업자로 규정했다.

불과 보름 전만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사안을 놓고 ‘노동문제’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 국무회의 심의가 있던 지난달 28일,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며 “노동문제는 노측의 불법행위든 사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ILO 협약대로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면 화물연대 파업은 단체행동권에 기반한 정당한 행위가 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거부할 때 발동할 수 있다.

ILO는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 긴급개입에 돌입했다. 노동계의 개입 요청 나흘 만으로, 유례없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ILO는 한국 정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운송 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 복귀 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며,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13 ⓒ뉴시스

‘화물기사 파업권 보장하라’ 명확히 권고한 ILO

정부는 ILO 긴급개입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ILO 사무국은 ‘개입(intervention)’이 ILO 공식 감독기구의 절차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카렌 커티스 ILO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의 성명을 인용했다. 커티스 부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운수노동자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의 개입 요청에 따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며 “이는 비공식 절차로 ‘결사의자유위원회’나 ‘협약적용·해석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등 ILO 감독기구 절차를 대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공식’ 운운하며 축소 해석했지만, ILO는 공문에 화물기사 파업권 보장의 당위성을 명백하게 강조했다. 공문에는 “파업권은 노동자와 그들의 조직이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고 지킬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명시됐다.

노동부 설명자료를 두고 “동문서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에서 “누구도 긴급개입이 감독기구 절차를 대신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다만, 긴급개입은 감독 절차와 같이 ILO가 권리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안내하고 있는 권위 있는 절차”라고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ILO 담당자가 노동분쟁 해결 가이드를 소개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강경하면서도 외교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커티스 부국장이 이번달 중 방안 일정에서 한국 정부와 비공식 면담을 갖고 ILO 감독기구가 제시하는 노동분쟁 해결 가이드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ILO 협약에 따르면, 공정위 조사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졸속행정이다. 화물연대는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하겠다고 하는 건, ILO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이자, ILO 감독기구의 십수년 동안의 권고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지난 2일 시작됐다. 경찰 경비병력(버스 3대)을 동원한 공정위 조사관 17명이 화물연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을 들이닥쳤다.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의 적용 대상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다. 이번에는 화물기사와 화물연대를 노동자와 노종조합이 아닌,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철회 이후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위반 여부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에서 “향후 파업이 종료될 시에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일 화물연대 파업을 조사하겠다며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에 진입하려고 하자 공공운수노조 간부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페이스북

‘화물기사=사업자’ 주장 이면의 정부 속내

화물연대 파업 철회에도 윤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언급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두 차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에야 파업이 끝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파업 기간 발생한 불법행위에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정부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복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화물연대 사안을 실질적으로는 노동문제로 인식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로 규정하면서 왜곡된 행정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황규수 변호사는 “정부는 노동조합을 탄압해 사회적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화물연대 사안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공정위 조사를 보면 화물기사를 사업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법원이 화물기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판례 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상황과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공정위가 개입해 ‘화물기사는 사업자니까 공동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면, 화물기사가 결집해 교섭할 수 없다”며 “공정위를 앞세워 노조법상 노동자로서 교섭을 막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법에 공정거래법을 들이대면, 노조법의 규범력이 훼손된다”며 “이런 식으로 법 운용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한국의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경쟁법을 노동관계법에 적용하는 사례는 없다”며 “정부 행태는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 관저 천공 개입설, 내 취재는 이랬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2/14 10:19
  • 수정일
    2022/12/14 10: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성식의 통찰] 허위라 속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

22.12.14 05:07최종 업데이트 22.12.14 05:40
 
사실과 진실은 늘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실은 진실의 전제조건이자 부분집합이다. 하지만 사실 너머에 진실이 기다린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은 진실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사실이지만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진실이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진실이 사실에 앞서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4월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곧바로 발설자를 고발했다. 이 의혹의 퍼즐을 맞추려 꾸준히 취재해온 처지에서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으로 다뤄져야 할 의제가 일방의 힘이 우세해 보이는 법적 공간으로 이동함으로써 사실과 진실을 연결할 다리가 자칫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논쟁이 법적 논쟁, 나아가 정치 논쟁으로 변질하면 논란만 남고 진실은 희석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중대한 논쟁이 사실과 추측, 오인과 과장이 뒤섞인 상태에서 촉발됐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둘째, 미확인 사실이 확인된 사실로, 미완성 진실이 완성된 진실로 유포된 점이 안타깝다. 셋째, 정돈되지 않은 의혹을 자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사실과 진실보다는 진영주의에 복무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정당화하는 데 이 사건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두 개의 관문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 권우성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 진실도 아니다. 현 단계에서는 그저 의혹일 뿐이다. 다만 근거가 없는 의혹은 아니기에 언제든 사실로 바뀌거나 진실로 직행할 가능성이 있다. 

의혹의 출발점은 대통령 관저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뀐 사실이다.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집무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는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으로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 육참총장 공관이 낡아서 물이 샌다는 둥 석연찮은 이유로 관저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비밀리에 현장을 답사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의혹을 키웠다. 

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려면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관문은 천공 관련 군 내부 보고의 실체다. 관저로 지정된 육참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윤 당선인 쪽 고위관계자와 함께 나타났다는 내용이 군 고위관계자에게 보고됐다는 의혹이다. 두 번째 관문은 현장 확인이다. 보고내용대로 천공이 실제로 현장을 답사해 관저 선정에 영향을 끼쳤는지다. 그게 그 얘기 같지만 엄밀하게 보면 차이가 있다. 

두 관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각자 독립된 영역이기도 하다. 즉 첫 번째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도, 두 번째 의혹이 자동으로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합리적 추론은 가능하지만, 추론은 추론일 뿐이다. 진실에 가까울지는 몰라도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군 내부 보고 의혹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의혹의 진위는 당장 판별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실에서 강력히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한 마당이라 진실 공방이 불가피하다. 

첫 번째 의혹과 관련해서는 신분이 확실한 증언자 A씨가 있다. A씨는 당시 천공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군 고위관계자 B씨와 직무상 밀접한 관계였다. 증언 내용은 구체적이다. B씨로부터 '천공 보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는 일시와 장소도 선명하다. 증언과 관련된 '간접증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씨가 한때 가까웠던 A씨의 증언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나는 이 문제로 B씨와 몇 차례 통화했는데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비켜 갔다. 최근에는 좀 더 논쟁적인 대화가 오갔다. 그는 내게 "소설 쓰지 말고 그만하라"고 했다. 내가 "OO님(B씨)에게 직접 그 얘기를 들은 사람(A씨)을 유령 취급하려는 거냐"고 따지자 더는 답하지 않았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고 두 번째 관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건 아니다. 천공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것과 실제로 천공이 나타났다는 것은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군 조직의 특성상 확인되지 않은 엉터리 보고가 지휘부에 올라갈 개연성은 작다는 점에서 두 가지 의혹은 거의 한 몸으로 보인다. 

그렇긴 해도 증언,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전문(傳聞) 증거이기에 증거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어떤 사정에서든 발설자가 이를 시인하지 않는다면 섣불리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 

보고가 이뤄졌다면 보고자가 있게 마련이다. 보고자와 목격자가 일치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나는 군 주변을 수소문해 보고자로 추정되거나 보고내용을 알 만한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다. 현역 신분임을 감안해 별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A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이 육군본부의 입장문이다.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가 이뤄진 날 당사자도 아닌 육군본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거짓주장으로 군에 대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해당 부사관과 군의 명예를 실추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천공과 함께 현장에 나타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부 고위관계자에게는 오래전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보도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나는 그의 말이 거짓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했기에 그의 답변과 상관없이 보도를 유예하고 보완취재를 계속했다. 

논란의 주인공인 천공은 거듭된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용산에 있는 정법시대 사무실 직원과 통화하고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낸 다음 수신을 확인한 것이 몇 달 전 일이다. 답은 오지 않았다. 천공 측 내부사정을 잘 알 만한 사람한테 '천공 답사'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으나 역시 전언이라 내세울 정도는 아니었다. 

이후 어떤 일을 계기로 천공 측 고위관계자와 연결된 후 정법시대 법무팀장에게 질의서를 다시 보냈다. 법무팀장은 몇 차례 "스승님을 직접 만나 질의서를 건네고 답변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대화의 끈이 이어졌는데, 법무팀장의 마지막 답변은 "스승님이 답변하지 않을 것 같으니 편하게 보도하시라"였다. 

정보공개 거부한 군
 

▲ 천공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jungbub2013'에 올린 영상 갈무리. ⓒ jungbub2013 갈무리

 
천공 관련 의혹을 허위사실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반대로 진실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치밀한 검증을 통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면 사건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1단계의 사실이 2단계의 진실로 나아가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가짜뉴스의 오명을 벗지 못하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도대체 그때 왜 그런 보고가 군 고위층에 올라갔다는 거지? 

11월 하순 정보공개 포털을 이용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 대상은 옛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과 외교부 장관 공관(현 대통령 관저) 및 육군 서울사무소의 출입자 명부와 CCTV 영상. 시점은 '보고일'을 기준 삼아 일정 기간으로 특정했다. 

12월 11일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결정통지서가 날아왔다. 답변 기관은 육참총장 공관을 관리하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아래와 같은 내용인데, 날짜는 가렸다. 
 
2022. *.**. ~ *.**. 중 국방부 청사 내 육군서울사무소/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외교부 장관 공관의 출입기록 및 CCTV 영상은 개인정보 보호법, 국방 정보공개 운영 훈령,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공개가 제한됨을 안내 드립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권영세, "내년 北 도발중지 설득하면서 당국간 접촉 여건 만들겠다"

기자단 간담회서, '내년 초 민간 협력 바탕' 계획 주목..양립 가능할지 의문

  • 기자명 강화=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2.13 20:04
  •  
  •  수정 2022.12.13 20:54
  •  
  •  댓글 1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13일 강화도에서 진행된 통일부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꾸준히 설득하면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시작되도록 하겠다'는 등 내년 중점 업무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13일 강화도에서 진행된 통일부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꾸준히 설득하면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시작되도록 하겠다'는 등 내년 중점 업무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꾸준히 설득하면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시작되도록 만드는 일"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밝힌 2023년도 중점 업무추진 방향이다. 

권 장관은 13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진행된 통일부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립이 쉽지 않아 보이는 두가지 업무를 2023년에 중점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북한이 만약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전례없는 수준의, 되돌리기 어려운 억제와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거듭된 경고와 함께 "정부는 아주 소소하고 낮은 단계라고 해도 북한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찾아나가면서, 북한이 대화를 선택하고 당국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병행조치가 언급됐다.

여건 조성과 관련해서는 "특히 내년 초에 사회문화, 인도교역 부분의 민간단체 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여 당국간 협력 여건을 조성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간 협력을 바탕으로 하여 당국간 접촉으로 확대되는 기대할만한 구체적인 진척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린다.

권 장관은 "현재 북한이 소위 강대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이고, 북한도 내부 정세나 각종 군사훈련 등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향후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측 정책 기조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한반도의 향후 정세를 특정하여 예단하기 보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견지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거부의사를 명백히 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내년에도 '정책 추진 동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행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집중력을 높여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정책추진 환경에 대해서는 올해 '대북정책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한 시간'이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언제든 북한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오기만 하면 즉각 힘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북측이 지금까지 강력한 무력대응으로 거부의사를 반복적으로 분명히 해온데 대해 안일하게 판단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우리의 정당한 방어훈련에 도발을 해 오더라도 우리가 끊임없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밝히고 이에 북한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계속 대화의 문을 두드린다면 언젠가 열릴 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우리가 여태까지 해왔던 부분인데, 상대 요구에 따라 흔들리면 원칙이 무너지기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말부터 11월까지 북측이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응해 강력한 군사대응을 전개한데 대해서는 '핑계', '다분히 의도적으로 계산한 도발', '변칙적 대응' 등 부정평가로 일관했다.

또 북에서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을 요구할 경우 한미 당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목표는 북한 비핵화이지 군축 이런 건 아니"라고 일축하고는 "미국 고위 관료 중 한 분이 군축 얘기를 해서 언론의 관심을 끈 적이 있는데, 미국 정부에서 그 부분은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장관은 내년에 '윤석열표 탈북민 정책'이라고 불릴만한 수준까지 탈북민 정착제도를 본격 정비해 추진해 나가고, '10~30년을 내다보는 통일미래비전 전략을 재정립'하는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표 탈북민 정책에 대해서는 '분절적으로 관리되던 탈북민 관련 정보를 취합해서 위기징후를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분석시스템을 개발하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즉각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남과 북에서 관련 사안을 하나로 묶어 보다 근본적이고 큰 틀에서 해결을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국제정세의 근본적인 변화와 기후변화, 질병 등 새로운 안보환경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통일부는 '자유, 인권 등 가치와 원칙에 기반해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하면서 신설을 추진하는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은 세부사항을 가다듬어 내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공식화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