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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나토 향하는 한미일 군사 공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2/15 08:48
  • 수정일
    2023/02/15 08: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미일, 한미 회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 회담(11일), 정상회담(13일)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1월 31일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2월 3일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상반기 개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의 이런 연쇄적인 회담은 프놈펜 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아시아 정세 격화시키는 미일, 한미 연쇄 회담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를 2025년까지 연안작전부대로 재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이 부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 이동 거리에 적합한 신속 기동부대라고 설명했다. 적의 세력권에 들어간 최전선의 도서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돼 상대국 함정과 전투기 진출을 억제하고 바다를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적의 세력권이란 북, 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의미한다.

이틀 뒤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지역은 댜오위다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일 안보 공약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특별히 덧붙였다.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사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냉전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기시다는 14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해 12월 일본은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는데, 반격 능력을 위한 공격용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었다.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미일 안보회의(DTT: Defense Trilateral Talk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지향하는 것은 중국과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 안보 체제 강화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내세워 중국, 북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켜 아시아판 나포를 구축하려 한다.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계획의 하나였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된 직후 중국을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미국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한일 관계가 지속해 악화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군사 대국화, 보수화의 길을 선택한 일본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식민지 미화 발언, 역사 왜곡 발언, 독도 영토 발언 등으로 인해 좋아지던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쿼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쿼드’ 가입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미국의 바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자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쿼드’였다.

쿼드의 전신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로 구성된 ‘4자 안보대화’이다. 2007년에 시작된 ‘4자 안보대화’는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자 ‘4자 안보대화’는 다시 재활성화되기 시작했다. ‘4자 안보대화’는 2020년 쿼드(QUAD)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동맹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의 구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쿼드를 모태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로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는 쿼드를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 2021년 3월과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22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쿼드는 무력해졌다. 중국의 위협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했던 인도가 미국의 대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쿼드를 모태로 하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결합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냉전기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지난 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초청’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초청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였다. 따라서 지난 해 나토 정상회의는 더 엄밀히 표현하면 ‘나토+4 정상회의’였던 셈이다. 미국은 쿼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8월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모두 아시아판 나토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만을 끌어들여겠다는 계산이다.

신냉전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 관계, 특히 한국의 대일 정책이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오래전부터 일치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중 관계,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타결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2019년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는 다시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 선봉장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쿼드’라는 카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뒷북 치기였던 셈이다. 출범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돌격대가 되었다. 그 결과 신냉전 국제질서가 확립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지향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 구축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에서 관건이 되는 장애는 한일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내세우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동맹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최근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미국의 기획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미국이 가는 곳에 공작이 있고 파괴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를 잇는 중국의 방어선)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말 반격 능력 보유 선언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한일 관계만 해결되면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장애물은 제거되는 셈이다.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결속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아시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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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운운 윤석열 정부, 정작 '꼼수'로 흑산공항 짓는다"

[인터뷰]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흑산도. 목포에서 92km 떨어진 곳으로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있는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이 섬이 최근 공항 논란으로 또다시 시끄럽다. 정확히는 흑산도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산간지역을 활주로가 남북으로 이분화하는 건설 사업이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1833억 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대 68만3000㎡에 활주로(길이 1200m·폭 30m)와 계류장, 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져 섬 지역민들의 교통 편리와 관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서울과 부산·인천·광주 등 주요 도시를 1시간 안에 연결할 수 있어 주민 응급상황 대처와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환경부는 2010년, 그리고 2011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 국립공원 내 공항을, 즉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 내에 소형 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짓는 것을 심의했으나 여러 문제로 통과도, 부결도 아닌 안건 자체가 '철회'됐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흘러온 흑산공항 건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그렇게 되면 흑산공항은 언제든지 건설이 가능하다.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남았으나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흑산공항을 짓기 위해 흑산도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는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입만 열면 법치를 늘어놓는 정권에서 정작 바탕을 만들어가는 절차적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활동한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흑산공항 사업부지의 국립공원 해체 결정을 "그간 지켜왔던 절차조차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년 동안 흑산공항의 경제성, 안전성 등을 논의해왔으나 이러한 절차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곧바로 사업착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흑산공항건설 사업이 진행될 경우,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도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국립공원 해제 결정은 꼼수로 흑산공항 짓겠다는 것"
 

프레시안 :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흑산도에서 흑산공항을 만들려는 부지만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한 것이다. 사업타당성 심의를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인철 : 한마디로 수험생(흑산도)이 수능 정시로는 실력이 모자라  들어갈 수 없으니 기부 입학(국립공원 해체)이라는 꼼수로 대학(흑산공항)에 들어가겠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흑산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스톱됐다.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인철 :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공간에 어떤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원시설로 지정된 것만 설치가 가능하다.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에 함부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근거다. 그러다가 MB정부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국립공원에도 여러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 수 있나. 

 

정인철 : 호텔을 설치할 수 있다거나 탐방로,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대폭 늘려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립공원에 공항까지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프레시안 : 국립공원에는 산과 바다가 많다. 이런 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게 가능한가 싶다.

 

정인철 : 그래서 활주로가 1.2km로 제한된 소형 공항만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사업 계획을 준비해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첫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심의를 하는 주체는 어디인가.  

 

정인철 : 국립공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부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프레시안 : 심의 결과는 어땠나. 

 

정인철 : 심의가 보류됐다. 흑산공원 사업 자료가 너무나 부실했다. 그래서 자료를 보완해오라고 하면서 보류했다. 이후 보완된 것을 2017년 다시 가져와서 2018년에야 심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몇 차례 회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들은 분야별로 차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각 분야로 나눠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아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거기서 정리된 것으로 본격적인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정인철 : 아무리 들여다봐도 사업이 비현실적이었다. 대다수 위원들이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 흑산도 공항이 건설되는 지역 모습. ⓒ연합뉴스

 

"지역 주민 위해서라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정인철 : 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계획하는 공항은 소형 공항이다. 그렇다보니 50명 정도의 소형 비행기밖에 착륙하지 못한다. 대략 50명 정도가 승객으로 탑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비행기가 존재하나. 

 

정인철 : ATR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프로펠러를 동력으로 하는 소형 항공기로 우리나라에는 3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종은 얼마 전에 네팔에서 사고가 났던 기종이다. 탑승한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보통 외국에서 ATR 기종은 빈민국가에서 오지를 가는 데 이용된다. 그게 아니면 화물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관광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흑산도는 우리나라 공항의 평균 기상 일수보다 거의 두 배 넘게 기상이 흐림으로 나타난다. ATR의 가장 취약점은 물이다. 하중이 아래 있는 프로펠러 항공이기에 바퀴가 물과 만나면 미끄러지기 쉽다. 오버런이라고 하는데, 항공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면 상승을 못하고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활주로 앞으로 항공기가 꼬꾸라진다. 흑산도에서 ATR은 오버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개가 자주 끼는 흑산도와는 맞지 않는 비행기인 셈이다.

 

프레시안 :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이 들어서는 곳은 산이다. 공항이 지어지면 활주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러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태풍 피해를 직격으로 받을 수도 있다. 여름에 오는 태풍의 강풍을 산이 막아주는데, 공항이 들어서면서 '보호 장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소음 이야기도 했는데, 그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 사업비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정인철 : 현재 활주로 공사비로 1833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과거 이야기다. 현재 금리 인상분 등을 따지면 총 사업비는 2500억~3000억 원에 가까워졌다. 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더 문제는 공항을 짓고 나서의 항공운용이다. 항공기 구매 또는 임차비용뿐만 아니라 조종사, 승무원 및 기타 운영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피크 시 운항횟수를 기준으로 항공기 구매비용만 2888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했다. 결국, 총 사업비가 5000억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항공운용비는 민자 유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어떤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레시안 : 흑산공항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긴 하다. 지방공항 이용률은 매우 낮다. 무안공항의 경우 수요예측 대비 실제 이용률은 3.8%, 양양공항은 5.3%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지역 주민에게는 공항 건설이 기존 불편했던 교통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인철 : 실제 주민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들이 주장하듯 주민들 교통 편의를 위해 공항이 지어져야 한다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한다. 흑산도에는 1800명 정도가 거주한다. 그런데 실제 살고 있는 분들은 1000명도 안 된다. 문제는 이분들 생활권의 80%가 목포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분들이 서울에 갈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배타고 목포 가는 게 전부다. 

 

그런데 흑산도-목포를 왕복하는 배편은 형편없다. 우리나라 여객선은 공영제가 안 돼 있어 특정 업체가 독점으로 운영한다. 그렇다보니 자기들이 배를 띄우고 싶지 않으면 안 띄운다. 경쟁이 없으니 서비스도 매우 낮다. 관광객 기준 사업자 구상대로 공항이 운영되면 선박수요는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불편함은 주민들의 몫이 된다.

 

프레시안 : 흑산도로 관광 오는 이들을 위해서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년에 55만 명 정도가 흑산도를 찾는다고 한다. 

 

정인철 : 그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인원이 흑산도를 찾는 건 맞지만, 대부분 흑산도를 경유해서 홍도로 간다. 그래서 마치 흑산도를 관광하는 인원으로 착각하게 한다. 경유를 위해 공항을 만들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흑산도 특성을 브랜드화하고, 어업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섬으로 가꿔야 한다. 

 

▲ 정인철 사무국장이 흑산공항이 건설되는 곳을 화면에 띄워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검증 없는 흑산공항,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나" 

 

프레시안 : 흑산공항은 할 이유도, 해서도 안 되는 사업인 듯하다. 다시 2018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정인철 : 여러 문제가 분명했다. 그래서 2018년 당시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에게 표결로 심의를 정리하자고 했다. 당시 상황상 부결될 게 뻔했고, 그러면 흑산공항안은 다시 심의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환경부 차관이 당연직)이 표결에 부치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프레시안 : 왜 그런 것인가. 

 

정인철 :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부결만은 시키지 말라는 '오더'를 받지 않았겠나. 그러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이대로는 부결된다고 판단한 국토부가 심의를 철회했다. 

 

프레시안 : 그때 이후로는 별다른 심의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진행된 지난 31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심의와 결정이 내려진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 관련한 논의가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 행정이 들어가고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그 기간을 무시하지 못했다. 흑산공항을 만들고 싶어 했으나, 절차를 지키려 나름 노력했다. 국립공원 내부에 공항을 설치할 수 있는 공원계획 변경 절차라고 하는 행정 절차를 밟아왔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업 적법성을 검토했다. 어쨌든 단계를 밟아갔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절차조차도 깡그리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 아예 흑산도에서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진행되었던 행정 절차 전체를 그냥 없었던 일처럼 소멸시켜 버렸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애초 10년 동안 논의할 것도 없이 이런 방식을 취하면 한 방에 끝나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건너뛸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인철 : 2018년도에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다 모여 검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우려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그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패싱됐다. 그럼 그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안전성과 경제성과 환경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 사업이 정식으로 통과되면 혹여나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편의성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안전도 담보된다. 

 

프레시안 : 공정과 절차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절차를 건너뛰다 보니 논란이 더 되는 듯하다.

 

정인철 : 지금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공정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것이 확보되어야만 내용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흑산공항이 절차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됐다면 내용이 일부 부실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 검증 과정에서 절차가 부실해버렸기에 둘 다 놓친 꼴이 됐다.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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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 오래 못 가지... 거듭되는 대통령의 무리수

[소셜 코리아]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만의 것인가... 겁박 효과 오래 가지 않아

23.02.14 06:53ㅣ최종 업데이트 23.02.14 06:53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2022년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거리였다.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아는 것이 빈약한 데다 말투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다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대중을 의식한 정치적인 화법을 구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를 고려한다면 발언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인 모습을 보건대,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비속어 파문을 자초하더니, 특정 국가나 특정 세력, 특정인을 '위협'이나 '적'이라 규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내 탓'은 결단코 없고 '사과'도 없다. 알아듣기도, 수습하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는 것도 여전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그 말들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껏 누리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자신들의 부적절한 언사를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처럼 대응한다.

얼마 전 대통령실은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한 정치인을 고발했다. 무속인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하는 등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나 보도한 이들도 고발했다. 대통령의 권위에 흠이 되거나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 지나치리만큼 발끈한다.

급기야 여당의 당 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통령실의 이진복 정무수석이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니.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겨냥한 대상에게 어떻게든 일이 생기게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마치 조폭 영화의 대사 같은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형사처벌을 시도하는 것을 포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대단히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이 겨냥하는 것이 비단 안철수만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여당 대표를 자기 뜻대로 세우려 한다면 과연 국정운영 방식인들 다를까.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
 

▲ 2022년 11월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부부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는 가운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뒷모습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실제 겁박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각종 매체는 분주히 자기 검열을 하고 입단속을 한다. 합리적인 의혹 제기조차 망설인다.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들이 대통령실로부터 공격당하다 주저앉는 사례가 줄 잇는다. 전무후무한 잔혹극 앞에서 당내 정치인들도 죄다 말을 잃어버린 듯 납작 엎드려 있거나 줄 서기에 여념이 없다.

돌이켜보면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당시 윤석열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라"는 말까지 듣던 이였다. 그런데도 당선 이후 집권 여당에서는 내내 윤심을 둘러싼 권력다툼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당대회는 윤심 자랑대회로 전락했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지지율은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이 대통령 부부에 관한 의혹 제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배경에는 다른 것이 있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검찰을 위시한 사정기관이 언제든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법 리스크'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 권력이라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거기에다 권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감사원이 있고,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엄청난 공권력이 존재한다.

참고로 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정보 조사 감독의 권한이 있는 자리에는 이미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그리고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비웃듯 향후 5년간 검사 정원을 22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건희 의혹, 해명이나 조치 없어
 

▲ 2022년 4월 1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현수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촉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겁박의 효과가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과거 불법행위 의혹으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김건희씨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김건희씨에 관한 의혹들은 사실에 근거한 해명이나 걸맞은 조치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형사고발로 되돌아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그것이다. 김건희씨 모녀의 불법행위 혐의 등을 제기하는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명예훼손 고발을 사주한 것이다. 검찰은 고발장을 전달받은 검찰 출신 김웅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보고서를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이 김건희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의겸 의원을 고발했다. 전형적인 입막음 조치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되기 전의 불법행위 혐의에 대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조직인 대통령실이 나서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볼 문제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재판에서는 김건희씨가 연루되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들이 나왔다. 그 내용은 대통령의 해명과도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오로지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선거 기간 카메라에 찍힐까 목덜미를 잡히면서까지 꼭꼭 숨으려 했던 대통령의 배우자가 정치인 뺨치게 자신을 과시하는 행보에 나설 정도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막을 수 있고 강제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다. 팽팽해진 줄을 언제까지 계속 잡아당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러다가 오래 못 가지." 검찰을 행동대장으로 두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무리수가 거듭되고 있으니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국이다.
 

▲ 박정은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박정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박정은은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며 <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2000년부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평화군축, 국제연대 활동에서부터 정치개혁, 검찰개혁 활동, 사회정책 관련 연대 활동 등에 주력했습니다. 2018년부터 4년간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맡았고, 정치개혁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직을 수행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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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건희 여사 수사 계속 뭉개면 특검 요구 높아질 것”

[아침신문 솎아보기] 판결문에 37차례 실명 명시, ‘2차 주가조작’ 혐의 인정 적시도

김건희 여사 의혹에 침묵한 보수신문, 조선일보는 정의당 행보 부각

‘은행 돈잔치’ 비판한 대통령… 챗GPT 허위정보 우려한 전문가들

14일 아침신문은 2가지 정치 이슈에 주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정의당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와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판결문이다. 보수신문은 민주당의 주장을 ‘방탄 특검’이라 칭하며 정의당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를 정치면 상단에 배치했고, 진보신문은 1심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판결문을 분석해 김건희 여사의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 14일자 아침신문 1면.

정의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연일 민주당과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김건희 특검’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 정의당의 당론”이라며 “영장실질심사에 가서 그것(구속 여부)을 다투는 과정을 국회의원이라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라고 정의당은 판단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김건희 특검에 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의당은 대장동 특혜 의혹 특검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민주당과 달리 ‘50억 클럽 특검’으로 한정했다. 특검 대상으로 아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만을 겨냥한 것이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검 후보자는 양당이 아닌 비교섭단체 3개 정당의 합의로 추천할 것”이라며 추천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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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의당까지 체포동의안 찬성하면 민주당 비판 커질 것”

▲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정의당 행보에 주목하며 민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14일 정치면 머리기사로 <정의당,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영장심사 받아라”>를 내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꼼수’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며 “체포동의안은 국회 과반 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만 반대해도 부결되지만, 국민의힘에 정의당까지 찬성하면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의당이 이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데는 최근 진행 중인 ‘재창당 작업’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의당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와 지난해 ‘검수완박’ 때 민주당에 동조한 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이후 재창당 작업에 착수했다”며 “옳지 않은 사안에서 민주당과 정치적 목적으로 협력하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있다”는 정의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 14일자 세계일보 사설.

정의당의 ‘홀로서기’ 행보를 환영하는 사설도 잇따라 나왔다. 세계일보는 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 소신행보 보인 정의당>에서 “정의당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은 정치혐오를 느끼는 국민에게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라며 “정의당이 모처럼 소신행보를 보이면서 온라인선상에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른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정의당 ‘50억 클럽 특검’ 추진, 명분 있다>에서 “정의당이 특검 수사의 초점을 ‘50억 클럽’에만 맞추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이재명 방탄’ 의심을 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쌍특검’ 요구와 달리 불필요한 정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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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침묵한 다수 아침신문과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관련 기사를 냈다. 1심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 실명이 다수 등장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 14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 기사 <권오수 판결문에 “김건희 계좌 시세조종 활용” 적시>에서 “재판부는 2010년 10월20일 이후(2단계 주가조작) 김 여사와 최씨 계좌를 통해 이뤄진 의심거래들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며 “사건 범행에 이용된 김 여사의 계좌 5개(이 중 1개 계좌는 공소시효 만료) 가운데 최소 2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이나 자산관리사 블랙펄인베스트(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가 운용하며 시세조종과 통정·가장매매에 활용됐다고 판결문에 남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런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그간 윤 대통령 쪽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선 대통령 선거 과정에 ‘(김 여사가) 2010년 (1단계 선수) 이씨에게 위탁관리를 4개월간 맡겼는데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했다. 주가조작이 일어났던 시기는 2011년, 2012년인데 그때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김 여사의 계좌를 통해 2단계 시기 이후로도 통정·가장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재판을 통해 인정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1면 기사 <“김건희 계좌, 1·2차 작전 활용”>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7차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하라는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설에서 두 신문은 검찰의 수사를 강하게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판결이 나온 뒤에도 검찰은 이렇다 할 수사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수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김 여사 수사를 계속 뭉갠다면 특검 요구는 더 높아지리라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있다. 단순한 전주(錢主)인지, 불법행위의 공범인지 신속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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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잔치” 대통령 발언 호응해 ‘은행 때리기’ 나선 신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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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이 늘어나면서 대중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가 공개적으로 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며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 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 14일자 세계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는 1면 기사 <“국민은 고금리 고통 은행들은 돈잔치” 윤 대통령, 대책 지시>에서 “4대 금융사(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지난해 고금리 속 예대금리차 확대 등으로 16조원에 달하는 최대 순이익을 냈고, 그만큼 많은 성과급과 퇴직금을 풀었다”며 “최근 시중은행의 행보는 고금리로 고통받는 일반 국민의 삶과는 정반대였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며 정부에 호응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서민은 고금리에 죽을 지경, 은행은 10억 퇴직금 돈 잔치>에서 “고금리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시중은행들이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씩, 합계 수천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버는 한국의 은행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은 심각한 집단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야 할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서민들에게서 번 돈으로 ‘퇴직금 돈잔치’를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구두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6면 <윤 대통령 “은행 돈 잔치” 대책 지시…은행들 숨죽이고 ‘관망’>기사에서 “성과급이나 희망퇴직은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금융당국의 ‘구두개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라며 “특히 정부가 금리 등 금융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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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민주주의 위협… 챗GPT가 확산시킬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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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중앙일보 중앙시평 칼럼.

챗GPT 열풍에 허위조작정보 확산 우려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발언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글을 쓴다면> 칼럼에서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더 큰 문제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챗봇을 사용할 가능성”이라며 “이를 챗봇에 시킨다면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할 수 있다. 범람하는 허위 정보는 이미 서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했다.

장하석 교수는 “(일반적인 챗봇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사람과 구분이 잘 안 되는 차세대 챗봇을 악용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올 것”이라며 “일이 커지기 전에 고기능 챗봇의 개발, 판매,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 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잘 모르는 이야기다. 여러 다른 분야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적합한 규제가 당연시되고 있다”고 했다.

이성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역시 동아일보 칼럼 <챗GPT와 혁신의 명암>에서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 이성주 교수는 “다른 한편에서는 챗GPT의 한계와 오용 가능성을 걱정한다. 챗GPT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까지는 학습되지 않아 정작 우리가 궁금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못하며, 간혹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며 “혁신이 가져올 긍정적 파급효과 외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성주 교수는 “기술 혁신은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보복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에어컨이 외부 온도를 높이거나, 도로를 확장하면 교통량이 늘어나 오히려 도로가 더 혼잡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챗GPT로 실감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도 마찬가지다. 챗GPT의 개발자조차 이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악성코드 제작이나 피싱 사이트로의 유도가 좀 더 쉬워지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싶다면 이러한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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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가족은 왜 녹사평역 지하4층 아닌 서울광장이 필요할까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1층에서 내려보면 지하4층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히 내려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자꾸 지하공간으로 호도하면서 어둠의 공간인양 말하는데, 시민들이 열차를 타는 플랫폼 광장의 공간입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목소리가 한껏 격앙됐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두고 유가족이 강하게 반발하자, 억울하다는 듯 항변한 것이다.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다는데 서울시가 고집할 만큼 녹사평역 지하 4층이 추모 공간으로 적합한 공간일까.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으로 향했다.

13일 월요일 오전 8시경. 직장인의 혼을 쏙 빼놓는 출근 시간이지만 녹사평역 주변은 한산했다. 다른 역에 비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지상에는 넓은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빼곡했지만, 유동 인구는 적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산책하는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음식점과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곳을 가려면 육교를 통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녹사평역 인근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녹사평역 지하 1층으로 향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높이가 눈에 들어왔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아득한 깊이에 어지럼증을 느껴 난간을 잡아야 할 정도다. 지하 4층은 쉽게 내려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깊이를 한참 내려가야 다다를 수 있다. 층마다 설치된 길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지하 4층에 도착한다.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개찰구가 있고, 개찰구를 통해 한 층 더 내려가면 승강장에 이르는 구조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의 모습. ⓒ민중의소리


이곳이 지하 4층이 맞는지, 추모 공간은 대체 어디에 마련한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양옆으로 뻗어 있는 작은 공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시가 제안한 추모 공간 후보지다. 에스컬레이터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오른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녹사평 용산공원플랫폼 사무실'과 세미나실이, 반대편에는 빈 사무실과 세미나실이 있다. 양쪽 공간 모두 천장 조명이 켜져 있었음에도 지하공간 특유의 답답함과 어두컴컴함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시는 천장 유리 돔을 통해 지하 4층까지 자연채광이 든다고 강조했지만 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들었다.

바닥 마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이곳이 시민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라는 방증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시민들은 개찰구를 통과해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바로 개찰구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직접 본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추모 공간이라기보다 참사를 가리기에 최적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에 국가의 부재가 있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기 위한 추모다. 지난해 12월 유가족들이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 설치했던 분향소는 참사 현장과 가깝다는 상징성이 있긴 하지만, 시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오히려 유가족과 희생자를 공격하는 혐오세력만 난무했다. 온전한 추모를 위한 별도의 추모 공간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가족들이 원한 곳은 서울 광화문 광장 한켠에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봉쇄했다. 결국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대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통행하면서 추모하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짬을 내 분향소를 찾는 시민부터 전국 곳곳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서울로 놀러 온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한결 쉽게 추모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15일 이렇게 조성된 추모 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면서 현재의 갈등을 모두 유가족 책임으로 돌리고,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의 요구를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유가족의 요구사항인 '광화문 광장 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유가족을 시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한다. 여기에는 '법과 원칙'으로 포장한 행정만 있을 뿐, 유가족을 위한 행정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유가족을 기만하는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수용하라고 협박할 게 아니라 유가족의 요구에 적합한 추모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유가족과 수많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광장 추모 공간을 일방적으로 허문다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서울시는 하루빨리 아집을 버려야 한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의 모습. 개찰구에서 나오면 추모 공간 후보지는 제대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구석에 위치해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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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북한식 ‘백두산 8경’은?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3.02.14 00:30
  •  
  •  댓글 0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의 경치는 어떠할까? 명승지나 멋진 산에는 ‘단양 8경’, ‘지리산 8경’처럼 통상 ‘8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덟 편의 풍치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이 지난 2월 2일부터 12일까지 8회에 걸쳐 ‘백두산 8경’을 연재했다.

사이트는 “태양민족의 넋이 깃들어있고 조선혁명의 깊고도 억센 뿌리가 내린 조종의 산 백두산의 천하절경이 위대한 태양의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전해갈 주체조선의 ‘백두산 8경’으로 명명되어 천만의 심장을 끝없는 격정으로 끓어 번지게 하고 있다”며 백두산의 경치와 관련 이른바 북한식의 ‘백두산 8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제1경은 ‘백두일출’, 즉 ‘백두산의 해돋이’이다.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천하제일 명산 백두산의 일만 경치 가운데서도 제일먼저 손꼽히는 것은 ‘백두산의 해돋이’(백두일출)”이라면서 “이른 새벽 조종의 산, 혁명의 성산 백두산 마루에 올라 캄캄한 어둠을 밀어내며 눈부시게 떠올라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는 것은 참으로 장쾌함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사이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 마루에서 해돋이를 볼 때 제일 빨리 시작되는 시간은 새벽 4시 23분”이라면서 “백두산의 해돋이는 신비로움과 우아함, 장엄함의 극치를 이루어 붉고 강렬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계절과 날씨, 장소에 따라 그 멋이 서로 다르고 느낌이 다채로워 변화무쌍한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하여 세계에서 제일가는 해돋이로 자랑 높다”고 평가했다.

사이트는 ‘백두산 해돋이’의 다양한 사진 네  편을 게재했다.

제2경은 ‘향봉친필’, 즉 ‘향도봉의 친필 글발’이다.

백두산 2경 ‘향봉친필’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2경 ‘향봉친필’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사람들은 무두봉을 지나 산림한계선에 이르면 처음에는 마주 바라보이는 높은 산들 가운데서 어느 것이 백두산인지 분간하기 어려워한다”면서 “그러다가 안개나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향도봉의 친필 글발이 바라보이면 누구나가 저도 모르게 ‘백두산이다!’라는 탄성을 터뜨리며 억제할 수 없는 크나큰 격정과 환희에 휩싸이게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즉 백두산에 오르면서 제일먼저 눈에 뜨이는 ‘백두산 8경’의 하나가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이라는 “향도봉에 새겨진 활달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필 글발”이라는 것.

사이트는 “해발 높이가 2,712m인 향도봉은 백두산의 영봉들 가운데서 세 번째로 높고 웅장한 봉우리”라면서 “향도봉은 수직에 가까운 벼랑과 일정한 각도의 등성이로 이루어져있다. 그 경사면과 마루는 붉은색 화산용암의 슬라크형 응회암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척 보면 마치도 힘차게 휘날리는 대형의 붉은 기폭을 연상시킨다”고 알렸다.

제3경은 ‘연봉웅자’, 즉 ‘백두연봉의 웅장한 자태’이다.

백두산 3경 ‘연봉웅자’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3경 ‘연봉웅자’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조선의 근본 지맥인 백두대산 줄기가 시작되는 곳이며 장군봉, 향도봉, 해발봉을 비롯한 21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급한 절벽을 이루고 병풍처럼 둘러싼 백두연봉의 기이한 자연조화는 그 모양 또한 형형색색인 것으로 하여 백두산의 만물상으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트는 “백두산에 올라 연봉들을 둘러보면 해발고가 2,700m 이상인 장군봉, 향도봉, 해발봉을 주봉으로 한 10여개의 기본 봉우리와 함께 경관학적으로 볼 때 상대높이가 20m 이상 되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수많이 솟아있다”면서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과 함께 14개의 봉우리가, 향도봉, 해발봉과 함께 각각 15개의 봉우리가 장군을 옹위하는 근위병들 마냥 솟아있다”고 알렸다.

제4경은 ‘백두열풍’, 즉 ‘백두의 칼바람’이다.

백두산 4경 ‘백두열풍’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4경 ‘백두열풍’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백두대지의 진짜 자태는 엄혹한 겨울에 드러난다”고는 “금시까지 잠풍 하다가도 어디서 생겨나는지 강풍이 일어나면 천지얼음 위에 쌓여진 눈이 휘말려 오르기도 하고 백두영봉의 능선과 계곡에 쌓여있던 수십m의 눈도 순간에 저 멀리 밀림 속으로 날려가 버린다”며 백두산 바람의 변화무쌍을 강조했다.

백두산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은 연중 230여일이나 되는데 장군봉에서의 최대 바람속도는 60m/s이고 순간 최대 바람속도는 78.6m/s”라는 것.

사이트는 “만리창공에 백설을 휘뿜어 올리고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격랑을 일으켜 바위를 치고 절벽을 들부시며 천심을 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백두의 칼바람은 백두산의 진짜맛, 백두산의 진짜매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실감나게 설명했다.

제5경은 ‘장봉전망’, 즉 ‘삼천리 조국땅이 바라보이는 장군봉’이다.

백두산 5경 ‘장봉전망’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5경 ‘장봉전망’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해발높이가 2,750m로서 한반도에서 제일 높은 장군봉은 지난날 백두봉, 대장봉이라고 불렸다면서 “백두산의 장군봉에 오르면 높고 낮은 산발들과 끝간데없이 연연히 뻗어간 밀림의 바다를 지나 저 멀리 남해에 이르기까지 삼천리 조국땅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듯하다”고 과장되게 묘사했다.

장군봉의 제일 높은 곳은 천지 쪽으로 약 45m 돌출되어있고, 돌출된 곳의 앞부분은 폭이 약 5m를 이루는 절벽으로 되어있으며, 남쪽 비탈면은 40°, 남동쪽 비탈면은 30~35°로 급하며 서쪽은 높이 100~150m의 벼랑으로 되어있어, “장군봉의 형태를 정면으로 보면 정점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가 다 급한 경사면으로 되어있다”는 것.

사이트는 “장군봉 정점에는 ‘장군봉’이라고 새긴 화강석 표식비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제6경은 ‘천지절경’, 즉 ‘장쾌하고 우아한 천지’이다.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천지수면의 해발높이는 2,190.15m이며 면적은 9.16㎢이고 최대 물깊이는 384m, 평균 물깊이는 213.3m, 물량은 19억5천5백만㎥에 달하며, 천지물은 한해에 7개월 얼어있으며 얼음두께는 1.5m.

사이트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백두산 천지처럼 높은 지대에 크고 깊은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는 호수는 없다”면서 △“분화구 벽과 외륜산 봉우리들이 하나로 어울려 독특한 절경을 펼친 천지의 풍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혹을 금할 수 없게” 하며 △“새파란 맑은 물에 백두연봉의 천태만상을 비껴안고 백두산의 특유한 기후로 천변만화하는 자연조화를 일으키는 천지는 정녕 끝없는 경탄을 자아낸다”고 감탄했다.

아울러, 사이트는 “천지호반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는데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꽃바다를 이룬 절경은 백두산의 풍치, 천지의 풍치를 한껏 돋구어준다”고는 “천지의 절경에서 더욱 특이한 것은 겨울의 설경이다. 세찬 눈보라가 멎고 햇빛이 비쳐들면 비루봉 기슭에서는 얼음채양을 겹겹이 쓴 얼음만물상이 이채를 띠고 얼음이 터갈라질 때 나는 독특한 음향이 분화구 안을 채운다”며 연신 감탄했다.

사이트는 ‘천지절경’의 다양한 사진 세 편을 게재했다.

제7경은 ‘설중개화’, 즉 ‘눈 속에 핀 만병초’이다.

백두산 7경 ‘설중개화’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7경 ‘설중개화’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만병초는 진달래과의 사철 푸른 넓은잎떨기나무로서 노란만병초, 백두산만병초, 노란뚝갈나무라고도 불려왔으며, 그 이름은 만 가지 병을 다 낫게 해주는 약재로 쓰인다는 데로부터 유래되었다.

만병초의 높이는 20~50cm이고 줄기는 옆으로 자라며 많은 가지를 치며, 2월 중순부터 물이 오르기 시작하여 3월부터는 움이 튼다고 한다.

사이트는 “백두산 천지호반에 피어나는 만병초는 줄기에 비하여 꽃송이가 크고 색이 매우 선명하며 그 향기로움이 독특하다”면서 “눈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만병초의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만 사람의 경탄을 자아내는 백두산의 황홀하고 뛰어난 절경”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끝으로 제8경은 ‘군유가어’, 즉 ‘떼지어 노는 천지산천어’이다.

백두산 8경 ‘군유가어’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8경 ‘군유가어’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백두산 천지는 그 둘레에 높은 외륜산들이 절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그 어떤 물줄기도 흘러드는 것이 없으며 오랜 기간 몇 종류의 하등생물들만이 있었는데, 수십 년 전 삼지연군(당시)사람들과 협동하여 백두산천지종합탐험대원들이 산천어를 환경 순응시킨 다음 천지에 놓아주어 번식시키는데 성공하였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의 산천어를 ‘천지산천어’라고 이름지어주었는데, 천지산천어는 9~10월에 천지연안의 부석모래판을 약간 우묵하게 밀어제끼고 1마리가 600~700개 지어 1,000개 이상까지의 알을 낳으며, 얼음 밑에서 100일 이상 걸려야 알에서 새끼가 까난다고 한다.

사이트는 “천지산천어는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제정되었으며 국제생물권보호구의 보호대상으로 철저히 보호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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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결사보위와 핵전투무력 8축 체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13 09:44
  • 수정일
    2023/02/13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527] 백두혈통 결사보위와 핵전투무력 8축 체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2/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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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와 백두혈통 계승자의 출현

2. 엄청난 핵전투무력 보유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3. 6탄 1성 1기 핵전투무력 구축과 우주전략부 창설

 

 

1.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와 ‘백두혈통 계승자’의 출현  

 

2023년 2월 8일 평양에 있는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1948년 2월 8일 말 한 필이 끄는 허술한 나무마차 위에 중기관총 한 정을 탑재하고 창건 열병식장에 나갔던 조선인민군은 오늘 세계 최강의 핵전투무력을 시위하며 창건 75돐 열병식을 진행하였다. 조선인민군이 일흔 다섯 갈래의 긴 연륜을 자기의 혁명무력 건설사에 아로새기기까지 최고사령관과 군사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간고분투의 피땀을 흘리며 세계 최강의 군대를 건설하기 위해 줄기차게 투쟁해왔다. 2023년 2월 8일 성대히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은 그들이 흘린 간고분투의 피땀이 얼마나 진한 것이며, 그들이 건설한 혁명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8천만 민족과 전 세계 앞에 보여준 거대한 사변이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방영한 녹화 실황 영상을 통해 열병식 소식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12명 항공륙전대 전투원들의 절묘한 집체 강하로 시작된 열병식은 종합 군악대 의식, 전투기 축하 비행, 화려한 조명, 축포 발사, 음악 연주, 군중 집체 활동이 서로 어우러지며 야간열병식의 극적인 장면들을 수없이 연출했다. 열병 행진에서는 6개 상징종대가 맨 앞에 등장하여 조선인민군의 건군사와 계승사를 펼쳐보였고, 40개 도보종대와 3개 기계화종대가 조선인민군의 사상정신적 기풍과 무장력을 시위했다. 그리고 6개 핵전투종대는 김정은시대에 완성된 핵전투무력의 엄청난 위용을 과시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두 가지 사실을 고찰하려고 한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전략적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을 촬영한 녹화 실황 영상은 불빛 밝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를 가장 먼저 비춰주었다.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를 출발한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차는 모터사이클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열병식장으로 향했다. 열병식장에 도착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하고,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의 영접을 받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의 손을 잡고 조선인민군 군기들이 양옆으로 길게 도렬한 통로를 걸어간 것이다. 리설주 녀사는 김정은 총비서와 자제보다 한 걸음 뒤에 따라 섰고, 고위급 군사 지휘관들과 고위급 당간부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열병식 광장에 인산인해를 이룬 수만 명 군중이 터쳐 올리는 폭발적인 환호성을 받으며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할 때도 김정은 총비서는 자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리설주 녀사와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했었는데, 이번 열병식에서 리설주 녀사는 다른 통로로 주석단에 등단하여 녹화 실황영 상에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할 때, 열병식 진행책임자로 보이는 고위급 군사 지휘관이 자제의 곁에서 함께 걸으면서 설명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녹화 실황 영상에 비춰 졌다. 최고령도자의 자제가 고위급 군사 지휘관의 안내를 받으며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한 것은 조선이 건국한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사변이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할 때 자제와 동행했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1월 26일 화성포-17형 개발사업 및 시험발사에 참가한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자제와 동행했었다. 2023년 1월 1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와 함께 어느 지하 핵미사일 보관소를 시찰하는 보도 영상을 방영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열병식 전날인 2023년 2월 7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기념연회에 참석할 때도 자제와 동행했다. 그날 기념연회에서 만찬 식탁 중앙에 자제가 자리를 잡았고, 오른쪽에 김정은 총비서가 앉았고, 왼쪽에 리설주 녀사가 앉았다. 그 영상이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었고, 그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열병식 녹화 실황 영상을 보면, 주석단에 등단한 자제가 환호성을 터쳐 올리는 수만 명 군중과 함께 김정은 총비서를 열렬히 환영하면서 박수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질 때, 녹화 실황 해설원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기 리설주 녀사가 중요한 국가행사에 참석하였을 때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이 리설주 녀사를 모시고 참석하였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김정은 총비서가 “존경하는 리설주 녀사와 함께 국가행사에 참석하시였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는 매우 특별한 표현을 썼다. 이것은 “존경하는 자제분”의 지위가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보다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열병식 주석단 귀빈석 맨 앞줄 정중앙에 자제가 자리를 잡았고, 왼쪽에 리설주 녀사가 앉았으며, 오른쪽에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앉았는데, 바로 그 순간 세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열병식 광장에 도렬한 조선인민군 장병 10,000여 명이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시기 조선의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그 구호와 더불어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새로운 구호를 외친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회주의국가에서 사용되는 정치구호는 그 나라의 사회주의 집권당이 가장 중시하는 정치 과업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구호는 사회주의 집권당의 정치적 의사가 집약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회주의 집권당인 조선로동당도 예외로 되지 않는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주체혁명 발전의 새로운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혁명의 발전 방향을 가리키는 새로운 정치구호를 군대와 인민에게 제시해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결사옹위”라는 기존 구호에 더하여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한 것이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구호에 들어있는 ‘백두혈통’이라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를 지칭한다. 백두혈통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주체사상)에 나오는 ‘주체의 혁명관’을 살펴보아야 한다. 

 

‘주체의 혁명관’에서 말하는 백두혈통은 인체생물학적 혈연개념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에 의하면, 백두혈통은 “항일혁명 투쟁시기 백두산에서 시작된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하고 완성하는 사상정신적 결속”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만일 백두혈통이 끊어지면, 조선로동당은 자기의 주체혁명 위업을 계승 완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백두혈통을 보위하는 것은 수령을 옹위하는 것과 더불어 주체혁명의 존망 문제에 직결되는 가장 중대한 혁명과업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열병식 광장에 운집한, 조선인민군을 대표하는 10,000여 명의 장병들은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 완성하는 사상정신적 결속”을 의미하는 백두혈통을 무장으로 결사보위한다는 새로운 구호를 외친 것이다. 

 

최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고위 간부들과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이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를 극진히 예우하는 것을 보면, 2022년 하반기 어느 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중요 회의에서 그 자제가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은 수령의 후계자로 추대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을 알지 못하는 남측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의 계승자와 주체혁명의 후계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이번에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추대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는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지,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추대된 것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에 의하면, 주체혁명의 수령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육성하게 된다. 주체혁명의 수령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육성하고, 더 나아가서 후계자의 영도체계를 세움으로써 후계 위업을 완성하게 된다. 백두혈통의 계승자가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참고로 ‘주체의 혁명관’에서 말하는 후계자의 4대 징표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갖추어야 한다.  

2)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사상을 체현해야 한다. 

3)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령도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4)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특출한 인민성을 체현해야 한다.  

 

위에 열거한 4대 징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제1징표는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를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내세운 것은 그에게서 수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제1징표를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김정은 총비서는 자제를 백두혈동의 계승자로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자제는 지금 10대 연령이므로, 다른 세 가지 징표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2022년 7월 중에 악성 전염병에 감염되는 위기가 김정은 총비서에게 닥쳐왔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제는 그처럼 엄중한 방역 위기 속에서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는 헌신적이고 비범한 간호 활동으로 방역 위기에 처한 김정은 총비서의 신변안전을 지켜드림으로써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을 실천했기에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공인하는 중대 과업이 군사 부문에서 시작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고한 투쟁 속에서 혁명무력을 건설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을 제1중대사로 삼았던 선대 수령들의 혁명업적을 계승하여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공인하는 중대한 과업도 혁명무력을 강화하는 제1중대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엄청난 핵전투무력 보유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 후반부에 기계화 종대가 등장했다. 기계화 종대는 비핵무력(재래식 무력)을 시위한 3개 종대와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6개 종대로 구분되었다. 

 

비핵무력을 시위한 3개 종대는 주력땅크 종대, 152mm 자행포 종대, 240mm 22관 방사포 종대로 구성되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는 비핵무력을 시위한 7개 열병종대가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3개만 참가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6개 열병종대가 참가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는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14개 열병종대가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6개만 참가했다.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열병종대가 지난해 열병식에 비해 크게 줄어든 대신에, 핵전투무력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이 이번에 강조되었다. 미국의 북침 전쟁 도발을 억제하는 최강의 핵억제력을 시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2종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0km인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사거리가 14,000km인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11축22륜 발사대차 12대가 이번 열병식에 참가했다. 12대 중에서 11대는 열병 행진에 참가했고, 나머지 1대는 예비차량으로 후방에 대기했다. 

 

 

그런데 이번 열병 행진에 참가한 11축22륜 발사대차 11대 중에서 숫자가 가장 낮은 차량번호는 321호였고, 숫자가 가장 높은 차량번호는 361호였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화성포-17형 11축22륜 발사대차는 4대였는데, 차량번호는 321호, 327호, 328호, 329호였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11축22륜 발사대차들에 새겨진 차량번호가 321호에서 361호까지 늘어난 것을 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운용하는 11축22륜 발사대차가 적어도 40대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운용하는 11축22륜 발사대차를 전부 이번 열병식에 참가시킨 것은 아니므로, 11축22륜 발사대차는 총 50대로 추정된다. 또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보유한 화성포-17형을 전부 발사대차에 탑재한 것이 아니라, 화성포-17형 10발을 예비로 비축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화성포-17형은 발사대차에 탑재한 40발과 예비로 비축한 20발을 합쳐 총 60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사거리가 15,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60발이나 보유한 것은 조선의 전략핵무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열병 행진에 참가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5대였다. 발사대차들의 차량번호가 571호부터 575호까지이므로, 5대가 참가한 것이 분명하다.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140톤포스의 강한 출력을 내는 엄청난 로켓엔진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미니트맨-3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80톤포스 출력밖에 내지 못하는데, 조선이 최근에 개발 완성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무려 140톤포스의 출력을 낸다. 조선은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엄청나게 강한 출력을 내는 초특급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만들어냈다. 이런 사실만 봐도,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억제하는 압도적인 힘의 실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2022년 12월 15일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상분출시험을 처음 실시한 것이므로, 지난 2개월 동안 5대 정도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2023년 2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총 5발로 추정된다. 물론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앞으로 더 많이 증산될 것이 분명하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4대였는데, 차량번호는 311호부터 314호까지였다. 그날 화성-15형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전부 열병식에 참가한 것은 아니므로, 화성-15형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총 20대로 추정된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20발을 실전 배치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보유한 화성-15형을 전부 발사대차에 탑재한 것이 아니라, 화성-15형 10발을 예비로 비축해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총 30발로 추정된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2023년 2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량은 다음과 같다.

 

화성-15형 30발

화성포-17형 60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5발

총 95발

 

다른 핵강국들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량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95발이 엄청난 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그처럼 엄청난 양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했으므로, 그것을 보관하는 시설을 대폭 확장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월 10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자강도 전역을 ‘전략군 특구’로 지정하는 것과 함께 자강도 성간군, 전천군, 룡림군에 각종 전략미사일을 보관하는 대규모 지하 보관시설을 건설하라는 명령을 전략군에 하달했다고 한다. 자강도 성간군, 전천군, 룡림군에는 이미 미사일을 보관하는 지하 시설들이 있으므로,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공사만 하면 3개 군에 방대한 규모의 지하 요새를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2023년 1월 26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월 2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차들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지하 기동로를 자강도 우시군, 초산군, 고풍군에 건설하라는 명령을 전략군에 하달했다고 한다. 

 

이번 열병식 녹화실황영상을 보면, 전략군 열병종대가 7개의 군기를 휘날리며 열병 행진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녹화실황영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전략군 군기들에 새겨진 조선인민군 제80훈련소, 조선인민군 제95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5개의 군기들에도 훈련소라고 표시된 부대 명칭들이 새겨진 것이 확실한 데, 녹화 실황 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전략군 군기에 새겨진 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은 여단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단을 뜻하는 것인가? 남측 국방부가 2020년 2월에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의하면, 2019년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13개 미사일여단이 편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략군은 이번 열병 행진에 7개 군기를 들고 참가했다. 만일 7개의 전략군 군기가 여단기라면, 13개 미사일여단이 3년 만에 7개 미사일여단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전략군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대폭 증대되었으므로, 13개 미사일여단이 3년 만에 7개로 축소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7개의 전략군 군기에 새겨진 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은 미사일여단이 아니라 미사일사단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사단을 훈련소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7개 미사일사단이 편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13개 미사일여단이 지난 3년 동안 7개 미사일사단으로 증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6탄 1성 1기 핵전투무력 구축과 우주전략부 창설

 

조선인민군의 핵전투무력은 6탄 1성 1기로 이루어진 8축 체계로 편성되었다. 8축 체계를 이루는 6탄 1성 1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변칙궤도비행미사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600mm 초대형 방사포, 군사정찰위성, 전략무인기다. 6탄 1성 1기 중에서 6탄과 1기는 이미 완성되었고, 지금은 1성(군사정찰위성) 개발사업이 완성단계에서 추진되는 중이다. 2022년 12월 19일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준비를 2023년 4월까지 끝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제출된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군사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 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2022년 11월 7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국가핵전투무력을 무한대로,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신 명령 ‘전략군 지휘부 부서 편제를 개편할 데 대하여’를 2022년 10월 중순에 하달했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의 핵전투무력을 ”무한대로 발전시킨다“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한대’는 무한대한 우주공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2022년 10월부터 우주군사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추진하는 새로운 우주군사 전략의 중심부에는 군사정찰위성 체계가 있다. 위에서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최근 전략군사령부에 우주전략부를 신설했는데, 신설된 우주전략부는 ”향후 대량 배치될 군사정찰위성을 이용한 우주공간의 군사화 및 무기화와 전략적 운용지휘를 사명으로 하는 지휘부서“라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창군 75년 만에 우주군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 제191지휘정보려단이라는 명칭을 가진 여단급 부대가 자기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제191지휘정보려단은 전략무인기를 운용하는 야전부대인 것으로 생각된다. 제191지휘정보려단이 운용하는 전략무인기는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에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줌으로써 그들의 정밀타격 능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들이 전시에 초정밀타격 수단을 사용하여 타격 대상을 외과수술식으로 순식간에 제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안겨준다. 

 

2023년 2월 10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열병식에 참가한 각급 부대 지휘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날로 더욱 포악해지는 제국주의 폭제를 결단코 힘으로 제압평정해야“ 한다고 언명했다. 조선인민군이 6탄 1성 1기로 이루어진 막강한 핵전투무력 8축 체계 중에서 마지막 남은 군사정찰위성체계를 가동라고, 우주전략부와 제191지휘정보려단이 본격적인 작전을 벌이면, 조선인민군은 제국주의 폭제를 제압평정할 사상 최강의 힘을 완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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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검색하니 온통 서울의사만…주변서도 “일단 빅5 가라” [영상]

 
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③ 지역 ‘암 명의’ 찾지 않는 이유
지난해 12월28일 밤 11시께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가 쪽잠을 자고 있다. 지역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다음날 진료나 검사를 위해 밤을 새우며 대기하기도 한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난해 12월28일 밤 11시께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가 쪽잠을 자고 있다. 지역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다음날 진료나 검사를 위해 밤을 새우며 대기하기도 한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2021년 4월 김현우(가명·35)씨 어머니의 자궁경부암이 재발했다. 아버지를 혈액암으로 떠나보낸 지 2년도 안 된 때였다. “최고로 좋은 곳에서 치료받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첫 발병 뒤 가족의 거주지인 경북 상주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김씨는 ‘이번만큼은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지역 명의’ 정보 부족…무작정 서울로

 

서울로 갈 결심은 섰지만, ‘최고 좋은 병원’이 어딘지 막막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궁경부암 명의’를 검색했더니, 서울 ‘빅5’ 대형병원 의사들 이름이 빼곡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서둘러 빅5 예약부터 걸어두라”는 글이 많았다. 서울 큰 병원이 5개나 있어도 선택권은 없었다. 그해 6월 초 예약일이 가장 빠른 삼성서울병원에 외래진료를 잡았고, 수술은 그달 말에나 가능했다. 어머니는 수술 뒤에도 항암 치료 등을 위해 몇번이나 서울행을 감내했지만, 지난 8일 끝내 김씨 곁을 떠났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암 환자 대상 소셜리스닝 결과’를 보면, 암 환자 10명 중 약 6명은 김씨처럼 암 관련 정보를 동료 환자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 퍼져 있는 암 관련 정보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포털사이트나 암 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암 명의’, ‘암 권위자’ 등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서울 대형병원 의사다. 아버지의 대장암 치료를 위해 강원도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안진섭(가명·32)씨는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할지 모르니 보호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주위 권고에 의지하게 된다”며 “그렇게 추천받은 서울 명의는 예약에만 3개월이 걸린다고 해서 너무 막막했다”고 말했다.

 

 

 

 

 

2021년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낸 ‘암 적정성 평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암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복수응답) 가운데 ‘주위의 평판과 추천’이 38.3%로 가장 많았다. 가까운 거리와 적당한 병원 시설과 규모는 26.6%로 뒤를 이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누리집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받은 2015∼2022년 8월 ‘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보면 국내 암 환자의 68%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그중 ‘빅5’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이 평균 44곳인 점을 고려하면, 약 9분의 1에 해당하는 빅5가 절반가량의 암 환자를 치료한 셈이다.

 

 

 발병 많은 암은 치료법 표준화

 

사실 일부 희귀암이나 난치암을 제외하고 발생률이 높은 대부분의 암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한다. 암 연구와 임상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요법, 가령 수술,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 등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 경우 서울과 지역 상급종합병원 간에 치료 방법이나 치료 효과에 별 차이가 없고, 일정 수준 이상 의학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면 국가별 차이도 미미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의 분석(2013~2017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보면, 지역에도 암 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이 적지 않았다. 가령 위암 환자 사망률이 낮은 순으로 20곳의 상급종합병원을 꼽아보니, 9곳이 비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제외) 소재 병원이었다. 사망률이 낮은 10곳 중 5곳이 비수도권 병원이었으며, 가장 사망률이 낮은 곳은 전남대병원이었다.

 

 

서울과 지역 간 암 치료 격차가 클 거란 인식 탓에 암 환자가 서울 큰 병원으로 쏠리면서, 진료와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겨레>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12월15~18일 서울로 간 비수도권 암 환자(보호자 대리 응답 가능) 2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김영애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부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유효 응답자(이하 응답자) 188명의 답변을 분석해보니, 절반이 넘는 101명이 최초 암 진단 후 서울 의료기관에서 암 치료를 받기 위해 ‘1개월 이상’ 대기했다고 답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응답자도 약 30%(30명)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2021년 지역 암 환자들이 서울의 병원에서 진단부터 수술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전국 17개 시·도 환자 거주지 기준 최소 109일(제주)∼최대 130일(경기)로 집계됐다.

 

 

문제는 서울 병원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암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종별로 다르지만 확진 당시엔 식도암 2기였는데, 서울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 일정을 두달 정도 기다리다 보니 암세포 전이가 심해 결국 수술을 못하는 등 치료 적기를 놓쳐 상태가 나빠지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진료 대기 뒤 항암 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서울 대형병원 대기 기간이 길어져도 세게 항의할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선택 도울 정보창구 시급”

 

김영애 부센터장은 “위암이나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암 진단 후 첫 수술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은 암종은 수도권보단 거주지 지역 대형병원에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 예후에 좋다”며 “암은 치료 이후에도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 등을 위해서도 환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심평원이나 암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암종과 병기별로 최소한 이 기간 안에는 수술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암이 의심돼 진료를 받은 이후 2개월(62일) 이내에, 암 환자가 임상진단을 받은 이후 1개월(31일) 이내에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이 기간 안에 치료를 받는지 추적관리도 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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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취약계층 더 보호? 서울 마지막 달동네는 무방비였다

정부 잇따른 대책에도 등유 쓰는 차상위가구는 배제…지원 대상자여도 제도 몰라 할인 못 받는 사례 수두룩

한양도성 성곽 옆에 성북구 북정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마을 중심부를 둘러싼 성북로 23길 바깥쪽으로 뻗은 골목길부터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8일 만난 최 씨 할머니(76)는 골목길로 50미터 남짓 들어간 곳에 산다. 기름보일러를 쓴다.

 

성북구 북정마을에 사는 최 할머니의 집. 지붕 아래로 기름보일러 연통이 삐져나와 있다. ⓒ민중의소리


북정마을 독거노인의 불안한 겨울나기

최 씨 할머니는 기름이 떨어질까 맘껏 씻지도 못한다. 교회를 가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만 따뜻한 물을 틀어 머리를 감는다. 그는 “가끔 친척 집 가서나 샤워하지. 목욕탕에 가기도 하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아껴 쓴다고 썼는데 기름이 다 떨어져 간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무작정 기름을 아끼자고 이불로만 버틸 수도 없다. 몸도 못 버티고, 집도 못 버틴다. 난방을 오랫동안 틀지 않으면 바닥 밑에 깔린 배관이 얼어버린다. “배관이 얼어 터지면 다 뜯어내고 공사해야 하는데, 몇십만원씩 드니까, 안 틀 수가 없다”고 최 할머니는 말했다.

두 달 전쯤 등유 두 드럼을 샀다. 겨울을 나기 위한 최소한이다. 마음 졸이지 않고 쓰려면 세 드럼은 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어마어마하다. 여름 장마철에는 곰팡이가피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은 난방을 떼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다.

등유는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도시가스보다 효율이 낮고, 비싸다. 기초생활급여로 한 달에 약 50만원을 받는 최 할머니에게 등윳값은 큰 부담이다. 한 드럼(200리터)에 32만원씩, 총 64만원을 줬다. 에너지바우처 12만 4,100원을 받았지만, 그래도 한 달 생활비를 온전히 들여야 했다. 그마저도 등유 가격이 내리길 기다렸다가 산 것이다. 최 할머니는 “원래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사려고 했는데, 한 드럼에 34만원이라고 하더라. 조금 기다려보라고 해서 열흘인가 늦게 넣었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에 더해 등윳값이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등유 1리터는 1,500원 정도로 1년 전보다 400원가량 올랐다. 한 드럼으로 치면 10만원 차이다.

최 할머니는 “다 빚”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배달해주는 아저씨한테 외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정 급하면 누구한테 빌리지”라며 “생활비를 아껴서 몇 달에 걸쳐서 갚아 나가는 거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디 기름뿐인가. 전기세도 무섭다. 집이 얼지 않도록 전기난로를 동원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화장실이 얼어서 벽을 다 뜯어내야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 최 할머니는 “좌변기를 두꺼운 이불로 싸고, 수도관도 수건으로 둘둘 싸고, 그러면서도 세탁기에서 내려가는 배관이 얼까봐 전기난로를 켜놓는다”며 “영하 5도를 기준으로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밤 9시부터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새벽 기도 나가는 4시 10분에 빼놓는다”고 설명했다. 동파는 막을 수 있었지만, 평소 6천원 정도 하던 전기요금이 지난달에는 5만원이나 나왔다.

가스레인지에 쓰는 LPG도 따로 사야 한다. 한 통(20kg)에 5만원 가까이한다. 에너지 급등의 충격이 피부로 다가온다.

난방비 폭탄이 전국을 뒤덮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대비 2배 인상했다. 최 할머니가 받는 금액은 약 25만원이 된다. 최 할머니는 “나라에서 지원을 더 해주면 다른 것보다 돈을 좀 더 보태서 석유를 먼저 넣어야지”라고 했다.
 

한양도성 성곽 너머로 보이는 성북구 북정마을. ⓒ민중의소리


잇따른 정부 대책에서 여전한 사각지대 ‘등유·차상위’

북정경로당에서 만난 김 할아버지(85)도 등유를 쓴다. 차상위계층인데, 기초생활수급자에는 지급되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없다. 가계가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초노령연금 24만원에 공원 청소를 하는 공공일자리로 27만원을 받는다. 한 달 수입 절반을 등윳값으로 쓰는 셈이다.

등유는 소득이 적을수록 사용 비중이 높다. 산업부의 ‘에너지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등유 사용 가구 비중은 평균 8.3%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1.2%에 불과하지만, 100만원 미만 가구는 18.8%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취약계층 난방비 대책을 내놨다. 도시가스가 깔리지 않은 차상위가구는 번번이 배제됐다.

등유바우처 지원 금액을 64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렸지만, 지원 대상은 극히 제한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한부모가족이나 소년소녀가정에 해당하는 5,400가구뿐이다. 에너지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 대상은 각각 160만, 117만 가구다.

올해 들어서는 에너지바우처를 비롯해, 차상위계층에도 적용되는 가스요금 할인 금액을 인상하고, 도시가스뿐 아니라 지역난방 할인 대책도 마련했지만, 등유를 쓰는 김 할아버지는 해당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게 살피라”는 주문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벌써 2월인데, 정부는 아직도 무대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차상위계층 지원책을 묻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성북구 북정마을 골목에 배치된 LPG 가스통.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취사용으로 LPG를 쓴다. ⓒ민중의소리


난방비 지원 ‘신청제’의 허점

도시가스를 쓰는 독거노인에게도 난방비는 무섭다. 조종인(84세) 할머니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25만원 가까이 나왔다. 지난겨울에는 15만원 정도였다. 조 할머니는 “도둑맞은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외출이 잦지 않아 난방을 켜놓는 시간이 길다. “끄고 못 살지는 못하고, 나올 때는 외출로 돌려놓고 나온다”는 조 할머니에게 ‘가스요금이 싸서 국민이 펑펑 쓴다’는 문제의식보다 이 겨울을 버티는 게 우선이다.

차상위계층인 조 할머니는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할인 적용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기존 14만 4천원이던 가스요금 할인 금액을 최대 59만 2천원으로 인상했다. 조 할머니는 “TV에서 난방비 깎아준다고 하는 거 보긴 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만 되는 거라고 해서 신경 안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상이면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오겠거니 했다”며 “내일이라도 동사무소에 가봐야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기민하게 챙기지 못해 지원을 놓치는 사례는 많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요금 할인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은 가구는 지난해 전국 41만 가구 이상이었다. 전년 36만명보다 늘었다. 복지부는 매년 한국가스공사 자료를 받아 요금을 감면받지 못한 가구들에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스요금 할인과 마찬가지로 신청제로 운영되는 에너지바우처도 지난해 미신청 가구가 13만 가구를 넘었다. 두 제도 모두 신청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사하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기면 신규 신청을 해야 한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산업부는 홍보를 강화하고 신청률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일부 지자체는 적극 행정으로 가스요금 할인 신청률을 끌어올렸다.

광산구는 지난 2021년 1~2월 누락 대상자를 발굴하고, 담당 부서가 직접 방문해 신청을 도왔다. 그 결과 미신청 1만 3천여 가구 가운데 약 1,800가구가 새로이 가스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신청 처리가 불가한 가구는 주로 다른 가구원 이름으로 이미 할인받고 있거나,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은 사례였다. 광산구는 신규 대상자와 기존 대상자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등 미신청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은평구도 같은 해 사각지대 발굴 사업을 통해 가스요금 할인을 신청하지 않은 5,830가구를 찾아 이 중 약 2천 가구의 신청을 도왔다. 이후 동주민센터와 연계한 매뉴얼을 확정해 100% 신청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가 대상자의 신청을 대신 수행해 줄 수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린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권신청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이용·제공 허용 조건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용빈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검토 당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자체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는데, 적극행정 사례에서 보듯 동 단위로 쪼개서 직권신청을 진행하면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평구는 미신청자 발굴 조사에 공공일자리 인력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이용선 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의 에너지바우처 직권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에너지법을 발의했다.

이용빈 의원실 관계자는 “대상자가 신청하도록 기다리겠다는 정도에서 나아가 정치권이 적극 나서 사각지대 해소를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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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한국일보 “진흙탕 협박전”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2.13 07:39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기현 후보, 안철수 비판하며 “대통령 탄핵” 거론

한국 “진흙탕 협박전… 볼썽사나운 윤심 다툼”

국민 “발언 자체가 자칫 당을 깰 수도”

동아일보 정치부장 “국민의힘 의원들, 공천받지 못할까 침묵”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본격화되면서 ‘탄핵 공방’이 벌어져 논란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3일 “진흙탕 협박전”(한국일보),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지나치다”(국민일보), “갈수록 태산”(한겨레) 등 비판을 내놨다.

김기현 후보는 11일 경기도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정 불화가 생길 수 있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곤란하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했다. 과거 안 후보가 이끈 국민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동참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는 12일 SNS에서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어떤 정신상태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고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위)와 안철수 후보의 SNS 글. ⓒ연합뉴스

한국 “본선도 진흙탕”… 한겨레 “정치사에 보기 드문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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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 탄핵 우려”... 여당 전당대회 본선도 진흙탕> 사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예비경선(컷오프) 후 본선에 진입해서도 여전히 진흙탕 협박전으로 얼룩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당대회는 윤심 줄서기와 비윤 찍어내기로 점철됐는데 달라진 게 없다. 끝까지 당의 미래에 대한 비전 경쟁 없이 볼썽사나운 윤심 다툼만 하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또 한국일보는 친윤계로 꼽히는 박성중, 이만희, 이용 등이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점을 거론하면서 “친윤 세력은 10일 예비경선 결과가 시사하는 바도 살피기 바란다. 당원들 마음을 잡으려면 윤심 이상의 자질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2월13일 한국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5면 <金 “대선주자 당선 땐 尹 탄핵 우려”…安·千 “당원 협박”> 보도에서 “여당 전당대회가 대통령 탈당과 분당에 이어 탄핵까지 언급되는 등 진흙탕 싸움이 되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김기현 후보 발언은) 구체적 설명은 없었지만 대선 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분열되고 상황에 따라 야당과 손을 잡고 대통령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각 후보의 입장을 전했다.

▲2월13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 역시 사설 <느닷없는 ‘대통령 탄핵’ 논란… 이게 여당 대표 선거인가>를 내고 “예비경선이 끝나자마자 당대표 후보들 간에 벌어진 ‘대통령 탄핵’ 논란은 실망스럽다”며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탄핵이 올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너무 지나쳤다”고 했다. 이어 “발언 자체가 자칫 당을 깰 수도 있다. 자극적 언어로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면 집권당 대표를 뽑는 선거답게 품격과 비전을 갖춘 경쟁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2월13일 동아일보 칼럼.

윤완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칼럼 <“내년 총선 공천 때 살생부 등장할지도”>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내분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갈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부장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을 직할하면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의 정책 방향을 통제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며 “국민의힘 내 적지 않은 의원들도 전당대회 분란에 ‘이건 정말 아니다’라면서도 내년 공천을 받지 못할까 침묵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당대표 되겠다고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인 ‘윤심’ 후보>에서 “국민의힘 경선에선 지금껏 ‘친윤’ 대 ‘반윤’의 경쟁구도와 줄세우기, 갈라치기만 횡행할 뿐 당의 미래, 보수의 비전을 놓고 다투는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당대표가 뽑힌다면,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퇴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2월13일 한겨레 칼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 칼럼 <증오의 명분으로 이용되는 당파성>에서 “최근 국민의힘에서 당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은 ‘누가 더 잘할 수 있나’ 경쟁이 아니라 ‘누구는 절대 안 돼’라며 찍어내는 제거 ‘경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 걸까. 아직 정권 출범 1년도 안 됐는데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한심한 모습은 당파성이 증오의 명분으로 이용돼온 역사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2월13일 경향신문 8면.

윤미향 벌금형, 경향 “정부가 진보 시민단체의 ‘돈줄’을 죄는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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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후원금 횡령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횡령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경향신문은 8면 <진보 시민단체 ‘돈줄 죄기’ 명분…극우 먹잇감 된 수요시위> 보도에서 윤미향 의원의 잘못이 작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보수진영은 (정의연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과 운동권 엘리트의 부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로 활용했다”며 “정의연 사태는 정부가 진보 시민단체의 ‘돈줄’을 죄는 명분이 됐다. 지난해 12월 전국 243개 지자체는 자체 계획을 수립해 이달까지 시민단체에 지원한 지방보조금 사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세금 누수를 줄인다는 명분을 들었으나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정의연 사태 이후 30년 역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알리기 운동의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극우단체들은 2020년 6월부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신고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2월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윤미향 판결 이용하는 李 대표, 매사가 이런 식>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했다”며 “마치 무죄이고 횡령 범죄가 별것 아닌 것처럼 윤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판결은) 윤 의원이 결백하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입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라며 “인정된 사실엔 눈을 감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부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9일 NYT 튀르키예 대지진 기사(Earthquake in Turkey and Syria One of the Deadliest in Decades) 갈무리.

튀르키예 강진에 종합일간지 특파원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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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피해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튀르키예에 특파원을 보내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2면 <한밤중 댐 터졌단 말에 대피 소동…가짜뉴스·약탈 등 치안 악화> 보도에서 튀르키예 현지 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강진 일주일째를 바라보는 튀르키예 재난 지역에서 가짜뉴스 성행과 약탈 등 치안이 악화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호대는 치안 불안을 이유로 구조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했다.

▲2월13일 경향신문 2면.

경향신문은 치안 불안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약탈에 나선 주민들 또한 이번 지진의 이재민인 만큼 일부는 ‘상황이 절박해 약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아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는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 물을 약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2월13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카흐라만마라시의 텐트촌을 찾았다. 한겨레는 2면 <이재민들 낮에는 자원봉사, 밤에는 텐트촌서 맹추위 버텨>에서 “해가 뜨면 이재민들은 ‘스스로를 돕는’ 자원봉사자가 된다. 음식이나 물 같은 외부 지원을 배급하는 과정에 손을 보태고 남는 시간엔 구조적업을 돕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약탈 등을 이유로 현지 치안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지 주민은) ‘아이들이 있으니까 힘든 얘기, 절망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고 했다.

▲2월13일 한겨레 2면.

암 진단 받으면 수도권으로 찾아가는 지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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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암 진단을 받은 지역민들이 치료를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찾아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인터넷에 ‘명의’ 치면 온통 서울의사… 치료대기 길어 암 악화도> 기사를 8면에 게재했다. 한겨레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5곳이 암 환자 절반을 치료했다면서 “서울과 지역 간 암 치료 격차가 클 거란 인식 탓에 암 환자가 서울 큰 병원으로 쏠리면서, 진료와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또 한겨레는 상경치료 대기기간이 평균 3개월이 넘는 만큼 대기 기간이 길어져 암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향후 지역 필수의료 해법에 대해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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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세계 경제는 '해도에 없는 바다'…윤석열 '감세' 위험"

[경제, 묻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2.13. 06:30:04 최종수정 2023.02.13. 07:34:23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 이로 인한 원자재 및 에너지 문제,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상황까지 몰아닥치면서 2023년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해도(海圖)에 없는 바다(Uncharted Territory)'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거의 1년이 다 됐지만,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최근 불거진 '정찰 풍선' 사태를 보면, 경쟁을 넘어서 갈등과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홍기빈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냉전시대 이후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며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군사 행동이 벌어졌을 때 3개월 안에 수습이 되면 그 전쟁은 끝나지만 3개월을 넘게 되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 세력이 개입하고 이와 관련한 이권이 어떻게 배분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익이 관철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가 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현상 유지 차원에서 '스타트 스코어(start score, 득점 시작)'가 된다. 20년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9년 이상 벌어진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홍 소장은 미중관계에 대해선 '2025년 전쟁설'과 같은 비관적 전망이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 관계이고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1930년대 파시즘 때처럼 완전히 갈라져서 블록화된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튀르키예나 인도,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홍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에서 가치를 얘기하는 주체로서 '국가'가 될 때, 정책적 유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 정책"을 문제로 꼽았다. 홍 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감세 정책'을 들고나왔다가 45일 만에 물러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엄청난 증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정부를 비교하며 "감세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20년 전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윤석열 정부가 정말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홍 소장과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2023년, 우리는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IMF가 1월 말 '세계 경제 전망(WEO) 수정 보고서'에서 석 달 전에 비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2%p 상향했지만, 전 세계 경제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올해 세계 전망 경제 전망을 큰 틀에서 전망한다면?

 

홍기빈 :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로 '활황은 아닐 것이다'라는 예견을 한 것 같다. 에너지·원자재·식량 시장 등 이 세 가지가 비용 부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근원적 요인인데, 세 가지 모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경제가 활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프레시안 : 유튜브 방송 <홍기빈 클럽> 에서 현 상황에 대해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홍기빈 :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프레시안과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로 한 6개 정도 큰 기둥이 흔들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관련 기사 : '목숨 걸고 일터 나와!'로 버티던 체제, 코로나가 박살 냈다)맨 아래에 있는 두 개의 기둥은 '지정학적 구조'와 '생태위기'라는 두 개의 문제고, 그 위에 4개의 층위가 있는데, 하나는 '지구적인 가치 사슬망', '지구적 산업화'라는 것이고, 그 위로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 그 위로 '도시화 문제', 그리고 맨 위에 '민주주의 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최근 2~3년간 생태위기 중에서도 기후위기가 제일 급박한 문제가 됐다. 기후위기는 지정학적 구조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인데, 코로나19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30년간 유지되어 왔던 '미국의 일극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 협조 체제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일극 체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지구적인 가치 사슬도 교란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때는 단기적인 무역 문제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구상한 반도체 공급망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 등으로 배타적인 산업 정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및 에너지 문제 등 지정학적 구조가 가치 사슬망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정학적인 갈등에 제일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이 에너지·원자재·식량인데, 이 세 개의 시장은 수요 공급에 의해 작동되기보다는 지정학적 안정성에 따라 관리된다.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외부적인 비용 요인에 따른 결과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정학적 불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인상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우리가 알다시피 급격하게 올렸다.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이 나타났고, 금융 시스템을 작동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금리, 연준 금리를 역사적으로 보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계속 올랐다. 이후 2021년까지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게 지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5% 초반 때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준 금리가 5%가 넘는 상황은 지난 30년과는 전혀 다른 '뉴노멀'이 되는 셈이다. 즉, 금융 시스템의 작동 규범이나 룰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지정학적인 구조가 바뀌었고, 이에 따른 지구적 가치 사슬과 고금리라고 하는 금융 시스템의 변화까지, 지금 크게 보면 이런 흐름이다. 

 

▲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민들이 부상을 입은 모습. ⓒAP=연합뉴스

 

모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공모자' 

 

프레시안 : 지정학적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이 크게 두 가지인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다. 두 가지 모두 쉬 끝날 것 같지 않다. 

 

홍기빈 : 지정학적인 구조 변동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담론이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성격을 갖는다. '러시아 쪽이 이긴다, 러시아 쪽이 정당하다'는 것도 프로파간다고, '러시아가 악마고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것도 하나의 프로파간다다. 이때 프로파간다는 뭐가 옳다거나 그르다는 게 아니고, 상황을 객관화해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프로파간다가 아닌 얘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사건을 예측해 '언제 끝난다'라고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여파를 끼치고 어떤 충격을 가져오고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이 냉전시대 이후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하고 소련,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전 지구 모든 영역에서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더 큰 갈등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있어 일정 정도에서 '이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어떤 힘이 작동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전쟁의 양상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쉽게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떤 갈등 즉, 군사 행동이 벌어졌을 때 3개월 안에 수습이 되면 그 전쟁은 끝난다. 그런데 3개월을 넘게 되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 세력이 개입하고 이와 관련한 이권이 어떻게 배분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익이 관철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가 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현상 유지 차원에서 '스타트 스코어(start score, 득점 시작)'가 된다. 20년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9년 이상 벌어진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전쟁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려고 하는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모두가 '컨스파이어(conspire)'가 된다. 음모는 없지만 공모는 있는 상황. 명시적으로 공모하지 않았지만 힘을 가진 사람 중에는 불행한 사람은 없는, 그저 죽어나가는 러시아 청년들과 우크라이나 사람들만 희생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그런 상황이 됐다. 이해관계 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내일 당장 끝날 수도 있고, 한없이 계속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원자재·식량에 대한 불안이 가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끝난다고 해도 전 세계 경제에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기빈 : 미국의 인플레이션, 물가 인상률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것 같다. 파월 의장 또한 '디스인플레이션이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때가 됐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건 어디까지나 외생적인 충격이 더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 이야기다. 

 

그러나 어떤 충격으로 또다시 유가가 급등하고 천연가스 공급이 막힐지 알 수 없다.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한 공격성을 띤 채 무역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고 반대 진영에서도 그럴 수 있다. 따라서 근원적인 불확실성 요인은 계속 남은 채 전쟁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7차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는 모습. ⓒ발리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전쟁설' 또한 프로파간다…튀르키예·인도·일본의 움직임에 주목하라! 

 

프레시안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러 관계뿐 아니라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이어 중국의 '정찰 풍선' 논란까지 미중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 미중 전쟁설'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 

 

홍기빈 : 그런 '설' 자체가 프로파간다다. 2025년의 일을 어떻게 예측하나. 

 

러시아와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기본적인 사고 틀이 바로 해묵은 지정학 이론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하트랜드(Heartland Theory)', 즉 '심장지대'에 걸쳐 있는 두 나라가 연합을 하면 미국은 섬이 된다는 주장 아닌가.('심장지대' 혹은 '심장부' 이론은 지정학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해퍼드 존 매킨더(Halford John Mackinder)가 1904년에 출간한 <The Geographical Pivot of History>에 처음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심장지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출판됐다.) 100년 된 얘기를 또 들고나와서 중국하고 러시아가 유착하면 미국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 관계이고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1930년대 파시즘 때처럼 완전히 갈라져서 블록화된 상황과는 다르다. 1934~5년에는 '파시즘 세력과 영미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팽배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힘을 가진 두 나라 간의 갈등과 견제는 국제정치에서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세계대전 때처럼 블록화 될 것이라는 건 너무 앞선 얘기다. 이런 갈등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최대한 전략적인 유리함을 얻어내겠다는 작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튀르키예나 인도 같은 나라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튀르키예는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일원이고,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일원이다. 이 나라들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하고 일정하게 관계를 맺고, 또 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이다. 만약 튀르키예나 인도가 어느 한쪽으로 붙어버리면, 끝난다. 그러면 진짜 블록이 돼 중립국가가 거의 없는 1930년대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튀르키예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미국이나 중국 혹은 러시아와도 일정 부분 관계를 가진 채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일본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나라들은 하나의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나라들이 중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세력 균형이 바뀔 수가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가치외교'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아찔하다" 

 

프레시안 : 지금과 같은 예측불허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은 '미국 일변도'라는 점에서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홍기빈 : 제일 불안한 말이 '가치외교'다. 외교에서 '가치'는 중요하다. 전쟁을 불사하면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걸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가치를 얘기해야 하는 발화자, 즉 주체는 대부분의 경우 국가는 아니다.

 

시민사회라든가 각종 세력은 자기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가지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어떤 외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게 외교에서의 '가치'에 대한 입장이다. 다시 말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민간 집단이나 학계에서는 러시아를 저주하고 푸틴을 정죄하고 하는 걸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된다. 반대로 러시아도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 가치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는 게 아니라 굉장히 유동적이 돼서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대한 탄력적이고 유연한 어떤 포지션을 점하는 게 중요한데, 왜 국가가 나서서 '가치외교'를 말하고 있는 건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외교적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가치외교' 같은 얘기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치외교' 다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정말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행동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과 중국의 양국 체제를 가리키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말이 있다. 차이메리카 시절에 제일 큰 수혜를 본 나라 중의 하나가 한국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기회를 활용해 자유무역 질서에 적극 편입하고 이를 통해 남북 관계의 긴장도 완화하자는 게 김대중 정부의 노선이었다. 지난 20~30년 동안 민주당 세력의 변하지 않는 외교 노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바뀌었고 아시아-태평양의 질서라는 것도 불안해졌다. 또 산업적인 면에서 반도체 수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완전히 갈라서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지금의 외교 노선은 하나의 색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냉전시대 외교 정책도 안 되고, 김대중 정부의 외교 노선을 고수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외교 정책은 하나의 노선으로 일관하는, 단순한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군사 안보 등 군사적인 협력 문제도 따로, 경제적인 통상 문제도 따로, 인권이나 가치 문제도 따로다. 다층적인 차원에서 외교를 다변화해야 한다. 쟁점과 문제에 따라서 스탠스를 달리하는 복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교무대에서의 실수도 잦은 편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의문이 들 정도다. 

 

홍기빈 :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 정책도 공무원과 관료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치인들이 방향을 정해 '이렇게 해라' 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책임질 일을 안 했다. 

 

결국은 정당 정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지금 외교 정책을 어떤 노선으로 할 건지? 인플레이션이나 고금리 상황에서 경제 정책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치인들이 책임을 갖고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여도 야도 그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가 마비된 상황이다. 언론도 '김건희 특검' 같은 쓸데없는 얘기로만 지면을 채우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감세 정책' 내세운 윤석열 정부…"난감하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잡긴 했지만, 이렇다 할 정책 방향이라든가 뚜렷한 어젠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홍기빈 : 윤석열 정부가 하는 경제 정책 중 걱정되는 것은 감세 정책이다. '감세가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은 근거가 굉장히 미약한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 요인이 클 때는 더 그렇다. 재정을 튼튼하게 해놔도 부족한 상황인데, 감세를 통해 투자를 일으켜 경제를 살리겠다? 이건 20년 전 교과서에 나온 얘기다. 20년 전 교과서에 나온 얘기를 가지고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 들이대고 있다는 게 굉장히 난감하다. 

 

반면교사가 될 두 개의 예시가 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지난해 9월 '미니 예산안'을 들고나왔다가 45일 만에 쫓겨났다. 반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한국에서 전기자동차 보조금 문제만 이슈가 됐지만 사실은 엄청난 증세 법안이다. 증세를 통해 놀고 있는 유동성을 세금으로 흡수해 산업에 투자한 뒤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약값을 내려서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똑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영국은 감세를, 미국은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20년 전 교과서에 나오는 감세 정책을 하겠다는 건지. 윤석열 정부가 정말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문제다.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문제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계층 불균형 문제만 해도, 부부 합산 3억 이상의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부터 100만 원 이하에 불과한 아주 낮은 저부가 가치 노동을 하는 사람까지 다 있다. 한국이 지구적인 가치 사슬망에 깊이 편입된 결과다. 이 같은 격차는 사회경제적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유일한 부의 저축 수단이라는 점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부동산 외에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경제 전체가 지속적인 '투기적 경제'가 된다. 투자가 활성화된다기보다도 투기적 자산 거품만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는 하나의 원인 때문이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복합적으로 나타난 여러 가지 원인 때문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 번 크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외적인 변수도 있는 데다가 국내적인 복합적인 문제까지,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경제적인 강자들은 어떻게 살아나겠지만 경제적 약자들은 당분간 고생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든 모습. ⓒ연합뉴스

 

"마비된 '정당 정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선거 플랫폼'에 불과하다" 

 

프레시안 :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진보와 보수라는 두 개의 대립축이 깨지고 있다. 힘을 잃었다"라고 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언급한 것 같은데, 어떤 뜻인가. 

 

홍기빈 : '진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수진영은 '이승만'이라든가 '박정희-박근혜'라는 아이콘이 있고, '시장주의'와 '부동산 활성화', '대북 강경책' 및 '친미 외교' 같은 가치가 공유되고 있다. 범민주진영에서도 '복지를 강조한다'와 같은 합의가 있고. 사실 진영이라는 것은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뭉친 큰 캠프 같은 것이다. 개개인이 다르듯이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진영이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무너졌다. 이쪽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없어졌다.

 

지금 상황을 봐라. 국민의힘 이준석·나경원·김기현·안철수 등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태다. 중심이 되는 아이콘도 없고 가치도 없다. 윤석열 정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는 알 길이 없고, 그게 이준석의 가치와 뭐가 다른지도 알 수 없다. 지지세력 역시 태극기부대부터 중도우파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까지 다 섞여 있는데 서로 서로를 싫어한다.

 

범민주진영 같은 경우도 '조국 사태'에서 '이재명의 대장동 사태'를 거치면서 무슨 공통점이 있나. 또 정의당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내건 쟁점들, '기후위기 막아야 한다, 성평등 이루어야 한다, 소수자들 보호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 등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도 얘기하는 내용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이슈라는 말이다. 

 

프레시안 : 문제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각자 도생해야 하는구나' 이런 느낌만 받는 것 같다. 

 

홍기빈 : 정당 정치가 마비됐다. 한국 같은 양당 체제에서는 최종적으로는 '이당이냐, 저당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의사를 표현을 해야 하는데, 어떤 당이든 '나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정당 정치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의민주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벌어진다. 정치인들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100% 자유를 얻게 된다. 그리고는 이익 정치, 차기 당선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아주 좁은 의미의 이익 정치에만 골몰한다.

 

비록 정당 정치가 불만족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집단적 토론의 한 형태로 숙의가 가능한 틀인데, 지금의 정당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자영업자들의 플랫폼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당선만을 위한 '선거 플랫폼'이라고 보는 게 맞다. 

 

프레시안 : 이런 결과로 민생 어젠다가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더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홍기빈 : 지난 30년 동안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담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 결과가 집약된, 최악의 책이 2011년에 나온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똑같다. 그래서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정권 쟁취에 쏟는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은 뒤에는 엉뚱한 데 책임을 돌린다. '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사회적인 지지 세력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사회 탓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한다.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 이게 '닥치고 정치'의 한계다.

 

다르게 말하면, 정치적·사회적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이 잘못된 건데, '정권을 잡으면 세상이 바뀐다. 세상을 바꾸려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한 하나의 신화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무슨 패싸움이 되어 버렸다. 

 

정권을 잡는 게 먼저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어젠다가 무엇이고, 그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힘을 모으고 조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정치로 나가야 한다. 무조건 정권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 다른 세력, 시민·사회 역시 반성해야 한다. 보수진영이든 범민주진영이든 마찬가지다. 지금 시민단체를 보고 정당과 무관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정당 정치는 망했고, 시민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해도에 없는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스톤'을 찾아라! 

 

프레시안 : 이 험난한, '해도에 없는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기빈 : 바이킹들이 배를 타고 가다 해도에 없는 바다에 이르렀을 때는 '선스톤(Sun Stone)'이라고 하는 반투명의 장석류인데, 이 썬스톤을 이용해 해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한다. 지금이 해도에도 없는 바다 위에 표류한 바이킹과 같은 상황이다. 살아남기 위한 좌표를 찾아야 한다. 

 

특히 '선스톤'과 같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신만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내 마음'. 그러니까 '내 마음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선스톤'이다. '나'를 확장하면 '우리'가 된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도 소중한 무엇이 되지 않겠는가. 가장 근본적인 가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허무·고독·불안으로 산업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비인간화가 돼 서로 싸우는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때 해야 하는 고민은 '어떻게 사는 게 정말 좋은 삶이냐?'라고 하는 질문이다. 그 결과를 놓고서 미중 갈등 및 우크라이나 문제, 그리고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문제를 바라봐야 자신의 길이 나온다.

 

▲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홍기빈 클럽>. 홍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구독'과 '좋아요' 버튼을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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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의 기원과 신냉전 독재의 탄생

매카시즘 열풍과 냉전 체제

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007’ 시리즈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의 간첩질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간첩과 스파이, 같은 말인데 어감은 참 다르다. 러시아어로는 프락치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특히 민주노총에 스파이가 대거 출현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불가”라고 한 발언이 신호가 되어 스파이 색출이 시작되었다. 제주와 창원 그리고 전주에 스파이가 있다며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단행한 결과 지난달 4명의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선일보는 17명의 간첩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건설노조 그리고 인천과 전주지역 노동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이어간다. 공안몰이 대상도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 노점상, 시민단체 인사 등을 가리지 않는다. 명실상부한 공안정국의 도래다.

공안정국의 사전적 의미는 ‘집권 세력 내지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을 위하여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과장하여 조성한 보수적 국면의 정치’이다.

일단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집권 세력에 빌붙거나, 탄압에 맞서 싸우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중간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제1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세력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눈 밖에 난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이 쫓겨나고 안철수마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 것은 공안정국과 무관치 않다. 하물며 직전 선거의 정적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찍어내려는 것이야 어쩌면 공안정국의 당연한 수순 아닐까.

경찰독재 이승만은 1959년 진보당을 해산하고, 직전 대선 경쟁자였던 조봉암을 사형시켰다. 군사독재 박정희는 1973년 유력한 야당 대선주자 김대중을 납치해 암살을 시도했다. 국정원독재 박근혜는 대선에서 ‘다카기 마사오(박정희)의 딸’을 폭로한 이정희 후보에 앙심을 품고, 통합진보당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해산시켜버렸다.

윤석열 검찰독재도 역대 독재정권에 결코 밑지지 않는다.

공안정국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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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봉건제하에서는 마녀사냥을 비롯해 공안정국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민주공화제가 일반화된 20세기에 조성된 공안정국은 미국이 주도한 냉전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차대전 연합군이던 미·소·영·중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의 묘한 결합체였다. 자연히 전후 미국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에 자본가가 집권한 미국 행정부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1950년 2월,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낸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이 터지고 매카시는 공산주의자 명단을 공개한다.

비미 활동 위원회(HUAC, 비미국적 활동을 조사하고 탄핵하기 위해 설치된 하원 상임위원회)는 고발된 사람을 청문회에 소환해 조사한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결국 고발된 인물은 지위나 명예를 잃고 추방되거나 활동을 중단한다.

매카시의 등장 이후 1년 새 청문회에 소환된 인물은 609명에 이른다. 하루에 두 명꼴로 청문회를 한 셈이며, 1년 내내 반공주의는 뉴스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 중 간첩 행위가 드러나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대들은 당시의 공안정국을 매카시즘 열풍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매카시즘 열풍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를 악마화함으로써 냉전 체제 수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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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최근 국제 질서를 신냉전에 비유한다. 북·중·러를 포위 압박하는 신냉전은 쇠락하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북·중·러 악마화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공정이다. 미국은 북·중·러 악마화를 ‘자유 가치 연대’라고 명명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자유 가치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 말이 좋아 연대지 실상은 미국식 가치에 복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5배 비싼 가격으로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와야 하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차단에 동조해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대북 전쟁위기 고조를 위해 ‘선제공격’, ‘확전 불사’ 같은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미국의 가치가 한국의 국익’이나 되는 마냥 국민을 세뇌시켜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세뇌 작업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은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반공반북이 절대 선이라는 선동을 믿지 않게 되었고, 한미동맹이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현 공안정국이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이를 추종하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도 꿰뚫고 있다.

백주대낮에 공안정국을 획책하는 것을 보면 미국과 윤석열 정권은 과거 냉전 때처럼 우리 국민이 아직도 개돼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주4.3, 4.19혁명, 5.18광주항쟁, 87년6월항쟁 그리고 ‘박근혜퇴진촛불’이 남긴 아쉬움을 이번엔 깔끔하게 끝장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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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 윤미향에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등 혐의와 관련해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미향 의원을 악마로 만든 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8개 혐의 징역 5년 구형, 2년 반 재판 후 7개 무죄 1개 벌금.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썼다.

이어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 의원은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애초 검찰 조사 전후 피해 할머니들을 기만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여론몰이를 당했던 것과는 달리 업무상 횡령죄만 일부 인정됐을 뿐 나머진 전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기소 과정에 무리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선고 이후 강민정, 정춘숙 등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명 대표까지 사과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사안으로 당에서 제명됐던 윤 의원의 복당 절차가 가시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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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계좌' 동원 거래 유죄 인정... 더 커진 김 여사 수사 필요성

[해설] 법원, 2010년 10월 21일 이후 포괄일죄 적용.. 공범들 유죄판결, 공소시효 남아

23.02.10 18:28l최종 업데이트 23.02.11 01:37l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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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들에 대해 1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주가조작 거래에 김 여사의 주식계좌가 동원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다른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차 주가조작 선수 이씨 공소시효 지나 무죄... 검건희 여사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심 선고에서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2009년 12월부터 3년동안 이어진 주가조작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아직 기소되지 않은 공범들의 공소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선 공소시효가 남아있어야 한다.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전체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로 봤다. 또한 이 전체 기간을, 주가조작을 위한 거래가 집중된 시기를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9월 20일까지, 2단계는 2010년 9월 24일부터 2011년 4월 18일까지다. 2011년 4월 19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가 3~5단계 구간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 5단계가 하나로 연결된 '하나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검찰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면 마지막 범행이 끝난 시점이 2012년 12월 7일이므로 이로부터 10년 후인 2022년 12월 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특히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사건 관련자 중 한 사람만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검찰이 지난 2021년 12월 3일 권 전 회장 등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니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이어진 5단계의 주가조작 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2단계 일부부터 5단계)까지 이뤄진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포괄일죄, 즉 하나의 범죄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주가조작 1단계(2009년 12월 23일~2010년 9월 20일)와 2단계 일부(2010년 9월 24일~2010년 10월 20일) 시기에 이뤄진 주가조작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1단계 등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주가조작 '선수'로 가담한 이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면소 및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이씨에 대한 무죄 판결에 주목하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을 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이아무개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이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우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시기에 주가조작 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시세조정 거래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여럿 드러났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에서 드러난 김건희-2차 작전 세력 연관 정황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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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 2일 공판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의심 거래 관련 정황이다. 해당 거래는 2010년 11월 1일 이뤄졌다. 이 공판에서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이상 나왔다. 공판 당일 있었던 검사와 민씨의 대화 중 일부다. 

검사 : "2010년 11월 1일 문자메시지다. (주가조작 선수)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하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민OO : "네."

검사 :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수 성명은 민OO 등.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냐?"
민OO : "추정밖에 할 수 없다. 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검사 : "하나만 추가로 더 묻자. 당시에 김건희 명의 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거다.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민OO : "그건 잘 모른다."


주가조작 선수들의 지시 후 7초 뒤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수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한 주문이 나왔는데 이 거래를 한 인물이 김 여사 본인이거나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 검찰 심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거래가 이뤄진 2010년 11월 1일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선수' 이아무개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 2010년 5월 이후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2차 시기에 가담한 이들과 연관이 있다는 정황은 또 있다. 지난해 4월 8일 공판 때 공개된 '김건희.xlsx'라는 이름의 파일이다. 해당 파일은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것으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해당 파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시기 핵심으로 활동한 작전세력이 임원으로 있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경리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됐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26일 <뉴스타파>는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바탕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세력이 1차 주가조작이 종료된 2010년 9월부터 10월 말 사이 김 여사의 '우리기술' 종목도 관리했고, 여기엔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이름과 거래량도 기록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소시효' 논란에 대해 민주당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포괄일죄가 되면 결국 마지막 주가조작 행위를 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전인수와 침소봉대다.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됐다는 정황은 공판과정에서 계속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 시세조종 3083건 중에 연루됐는지가 핵심 

이날 1심 선고 내용 중 김건희 여사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만한 부분도 있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비슷하게 주가조작 자금을 댄 혐의를 받았던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2010년 8월 11일경부터 2012년 9월 5일께까지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통해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 인위적인 대량매수세를 형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손씨의) 투자종목 선정 경향 비춰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다른 피고인과 연락 하에 시세 조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정 행위를 가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봤다.

재판부가 "그 누구하고도 결탁이나 공모하지 않고 저의 주관으로 매수매도했다"는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본인의 주식계좌가 1심 재판부가 주가조작 거래로 결론낸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개와 현실거래 시세조종 3083건 일부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조작 공범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여사가 단순히 자산을 불릴 의도로 주식계좌를 맡겨 거래한 것인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인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 수사 부실 꼬집은 재판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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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판부는 10일 선고공판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히 알리거나 주가조작 등을 통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을 내 '비정상적 매수 유도 행위'를 했거나 대량매집계좌를 동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권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주면서 투자를 권유해 주식을 산 것으로 본 계좌들에는 김건희 여사 계좌 2개가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언제, 어느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어떤 비밀정보를 유포 내지 유출하였다는 것이지에 대해 아무런 특정이 없다"라며 "불가피한 개괄적 기재라고 이해하더라도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 매수유도행위에 대한 개념도 특정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매수하면 '대량 매집'인지도 불특정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 수사가 일부 부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때문에 1심 재판부가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도 세력 및 가담자들에 대해 대거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제 검찰의 추가 수사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소유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며 "실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을 지적하면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특검법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사위에서 5개월째 계류 중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불공정한 검찰의 잣대는 특검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국민 앞에 공정하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면 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것과 똑같이 검사 60명을 동원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계속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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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위기탈출 국면전환 공안탄압” 강력 규탄

각계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 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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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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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참가자들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대책위원회, 전국민중행동 등은 11일 낮 12시 국정원(본원) 앞에서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를 열고 정권위기의 국면전환을 위해 공안탄압을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국정원의 공안몰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진보민중단체들의 자주권, 평화와 통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활동들이 모두 북의 지령에 의한 활동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마지막 관문인 국정원을 해체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모두의 사상과 양심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마지막 관문인 국정원을 해체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모두의 사상과 양심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현재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는 4명의 진보활동가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피의사실,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면서 자백강요를 위한 강제인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정권과 공안기관이 이렇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이태원 참사와 정부의 무능, 강제징용문제의 굴욕적 해결,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연이은 외교 참사,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터져 나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권지은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이 그동안 국정원의 반인륜적인 폭압만행을 폭로 규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지은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이 그동안 국정원의 반인륜적인 폭압만행을 폭로 규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계속해서 독재정권 반대자들을 공안탄압했던 과거 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끝은 국민들의 항쟁이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더 큰 항쟁에 직면하기 전에 작금의 실정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권의 위기와 실정을 가리고,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 “반민주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고 국정원을 해체시키자”는 등 굳센 결의를 표명했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창원간첩단 조작사건 대표변호인)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단식과 묵비권행사로 국정원의 낡은 수사관행과 윤석열정권의 공안몰이 광풍에 당당히 맞서 싸워서 수사를 끝냈다고 전하면서, 이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검찰송치에서도 맞서 이 저열한 검찰과 윤석열 정권의 공안몰이를 끝끝내 파탄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경욱 민변 변호사(창원간첩단 조작사건 대표변호인)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단식과 묵비권행사로 국정원의 낡은 수사관행과 윤석열정권의 공안몰이 광풍에 당당히 맞서 싸워서 수사를 끝냈다고 전하면서, 이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검찰송치에서도 맞서 이 저열한 검찰과 윤석열 정권의 공안몰이를 끝끝내 파탄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청년학생들이 ‘우리는 더’/개사 노래를 부르면서 패기에 넘쳐 힘찬 율동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청년학생들이 ‘우리는 더’/개사 노래를 부르면서 패기에 넘쳐 힘찬 율동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오늘의 파쇼폭압만행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되어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반인권 반민주 반민족 악법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를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오늘의 파쇼폭압만행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되어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반인권 반민주 반민족 악법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를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래패 맥박은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를 기타반주하였고, 연대투쟁가로 참가자들의 투쟁의지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래패 맥박은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를 기타반주하였고, 연대투쟁가로 참가자들의 투쟁의지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월 18일 09시05분경 국정원이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는 동시간대에 09시06분경 조선일보가 특종이라면서 ‘민주노총 간부들 북공작원과 해외접선, 민주노총 내부에 북지하조직이 드나든 것이 사실인가’라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극우보수언론들의 악랄한 여론매도를 신랄히 폭로규탄했다. 또한 지난 7일, 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폭정에 맞서 앞장서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면서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열렬히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월 18일 09시05분경 국정원이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는 동시간대에 09시06분경 조선일보가 특종이라면서 ‘민주노총 간부들 북공작원과 해외접선, 민주노총 내부에 북지하조직이 드나든 것이 사실인가’라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극우보수언론들의 악랄한 여론매도를 신랄히 폭로규탄했다. 또한 지난 7일, 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폭정에 맞서 앞장서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면서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열렬히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결의문을 힘차게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결의문을 힘차게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래패 맥박이 노래 국가보안법 철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래패 맥박이 노래 국가보안법 철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을 규탄한다'는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을 규탄한다'는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 어린이가 국정원 규탄대회를 관심깊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 어린이가 국정원 규탄대회를 관심깊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안탄압 중단하라' 손팻말을 든 박희성 비전향 장기수가 국정권 규탄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안탄압 중단하라' 손팻말을 든 박희성 비전향 장기수가 국정권 규탄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폐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폐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다음은 결의문 전문이다. 

[결의문]

윤석열 정권과 국정원의 공안몰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창원, 제주에 이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지역과 단체를 가리지 않고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으며, 518민족통일학교, 통일로 등 영장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단체명이 버젓이 뉴스에 명시되고 있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은 피의사실,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고, 언론에서는 이를 가공하여 마치 나라가 통째로 넘어간 것처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가의 자주권, 평화와 통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진보민중단체의 활동들이 모두 북의 지령에 의한 활동이라고 매도되고 있다. 

정권과 공안기관이 이렇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태원 참사와 정부의 무능, 강제징용문제의 굴욕적 해결,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연이은 외교 참사,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터져 나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 정권의 실정을 가릴 수 있는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늘 이러한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정권의 위기탈출과 국면전환을 위해 공안 탄압을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

공안 탄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틀어막는다고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공안 탄압으로 반대자들을 탄압했던 과거 이승만 정권과 군부 독재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끝은 국민들의 항쟁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공안몰이, 간첩조작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더 큰 항쟁에 직면하기 전에 지금의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외교 참사와 전쟁 위기 국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해야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정원을 해체하라.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는 법으로, 해방 이후에는 정권의 반대자를 탄압하고 민주주의,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정원과 같은 공안기관과 합심하여 수많은 인권 유린 피해자와 양심수, 억울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는 법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구속되어 있는 4명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의 조력 하에서만 조사를 받겠다고 국정원에 거듭 밝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자백강요를 위한 강제인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가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의 시작점이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권의 위기와 실정을 가리고,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 반민주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고 국정원을 해체시키자.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즉각 중단하라!
국정원 생존위한 공안사건 조작놀음 중단하라!
마녀사냥 공안탄압 국정원은 해체하라!
반인권 반민주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2023년 2월 11일
위기탈출용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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