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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출입 의혹’ 위병소 기록도 안 보고 “전혀 사실 아니”라고 한 국방부장관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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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2/18 07:39
  • 수정일
    2023/02/18 07:3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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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8일부터 요구한 출입기록, 1년 지난 뒤에야 “당사자 동의 구하면 가능할지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2023.2.17. ⓒ뉴스1
“전혀 사실이 아니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 중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봤다는 의혹’에 관해 묻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답변은 위병소 출입기록조차 확인하지 않고 내놓은 답변이었다.

 

 

 

의원 “누구로부터 들었냐?”
장관 “하나는 언론보도, 하나는 당사자 말”
의원 “그게 유일한 근거냐?”
장관 “그렇다”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송갑석 의원 ⓒMBC 유튜브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날 전체회의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한 근거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특히 송 의원은, “당사자들이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 장관의 답변에 “누구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말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언론을 통해서 한 개는 알았고, 주임원사 문제는 (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의 입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당시 공관을 관리하던 원사의 입장은 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게 유일한 근거냐”라는 송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경호처에서도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앞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권력과 안보’라는 책을 통해 천공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책에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육군총장(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는데, 너무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라며 “총장 공관을 관리하는 모 부사관이 ‘최근 인수위 소속 ○○○과 천공이 (한남동) 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들렀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부승찬 전 대변인이 방송이나 책에서 경호처장이 천공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갔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언론에 “김용현 경호처장이 천공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음에도 가짜뉴스를 반복해서 재생산하는 행위는 예외 없이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송 의원은 재차 “두 당사자가 그런 일 없다고 한 게 장관의 근거냐?”라고 물었고, 이 장관은 “그렇다”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장관은 누가 그런 일 없다고 말하면 다 믿느냐?”라며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전혀”라는 말까지 더해서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외부에서 방문하려면 위병소를 거쳐야 하고, 위병소는 이를 기록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CCTV와 출입차량 자동인식시스템 등이 있으니 기록을 살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왜 기록을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고 기록을 살피지도 않았냐고 지적한 것이다.

송 의원은 이어 공관·서울사무소 외부출입과 관련해 이곳을 지키는 부대가 지켜야 할 지침 및 예규를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근무지원단 예규 공관 출입통제 지침에 따르면, 공관 방문 계획은 사전출입 신청 및 승인된 경우에만 신원확인 후 조치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는 출입을 불허해야 한다. 또 국방청사 출입 관련 예규에 따르면, 방문자 인적 사항과 방문 목적을 사전에 입력한 경우 및 사전 공문 조치한 경우 출입을 승인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에는 출입을 불허해야 한다.

송 의원은 무속인 천공이 정말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는지 여부를 떠나,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면, 이 같은 지침과 예규에 맞게 군부대가 근무했는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뒤, ‘우리가 조사해봤더니 관련된 자료엔 그 기간에 이러이러한 사람들만 왔다 갔을 뿐 나머지는 왔다 가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천공이 방문했는지 방문 안 했는지는 관심 없으니, 3월 20일 전후로 이 기록에 등재된 사람들 자료를 제출해 달라”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병주 의원, 천공 출입 관련 자료 요구 기록 ⓒMBC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위병소 출입기록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3월 말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무속인 문제 관련해서 이런 제보를 많이 받아서 작년 3월 23일 하고 4월 8일 자료를 요구했다”며 지난해 3월 20일 국방부 CCTV 등 여러 자료를 요구한 기록을 보여줬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요구에, 당시 국방부 근무지원단은 “육군 참모총장 공관은 당시 관저 예정지역으로 선정되어 경호목적 상 출입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이나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또 국방부 운영지원과는 “육군 서울사무소는 당시 대통령실 예정지역으로 선정되어 경호 목적상 출입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이나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국방부는 여러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CCTV 영상은) 보존기간이 30일이라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며 영상 기록 제출을 거부했고, 차량 및 사람 출입 기록에 대해서는 “경호처로 (관리가) 이관된 상태”라며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소관이 바뀌기 이전까지의 기록은 국회에 제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이날 드러났다.

이날 오후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3월 20일 이후는 관리를 넘겼기 때문에 어렵고, 이전 국방부 출입기록은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은 협조될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육군참모총장 공관은 본인과 무관한 사인의 정보도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그 과정을 거쳐서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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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에 국회의원 88명 서명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2.16 23:56
  •  
  •  수정 2023.02.16 23:58
  •  
  •  댓글 0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늘 출범한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의 입장이 반영된 올바른 해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의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1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가진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의 대표를 맡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의당, 무소속 의원 51명이 끝까지 피해자분들과 함께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일본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무능한 정부에게 어떻게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 해법을 맡길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이고 그리고 매국적인 반역사적인 강제 동원 해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대표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대표의원, 김홍걸 무소속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미쓰비시 강제노동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미쓰비시 강제노동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회를 맡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출범 취지와 경과를 설명하면서 “오늘 출범식전 개최된 의원모임에서 의원모임의 운영진을 추인했다”며 “회의 결과 대표 의원은 4선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간사위원은 무소속 김홍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선임되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대표의원 김상희, 간사의원 김홍걸, 강은미를 비롯해 강득구, 강민정, 고민정, 권인숙, 김경협, 김한정, 남인순, 도종환, 류호정, 박상희, 박정, 박주민, 박홍근, 배진교, 서삼석, 서영교, 송재호, 신영대, 심상정, 양경숙, 양기대, 양이원영, 양정속, 어기구, 우원식, 유기홍, 유정주, 윤관석, 윤미향, 윤영덕, 윤호중, 이개호, 이수진(비), 이요입ㄴ, 이용선, 이원욱, 이재정, 이탄희, 임종성, 전해철, 조오섭, 조정식,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홍익표, 홍정민, 황운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오늘 출범식을 시작으로 향후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이 포함된 올바른 강제동원 해법안이 나올 때까지 국회 내 초당적 협력은 물론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등과 연계하여 활동을 진행하겠다”며 오는 3.1절 오후 2시 서울시청광장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굴욕외교 규탄 및 일본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 이행 촉구 결의안’을 준비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 총 88인의 의원들이 뜻을 함께 모아주었다”며 “국회에서도 관련된 결의안을 모은 만큼 정부가 올바른 외교적 해법을 내놓을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모을 것이고 정부도 이것을 외면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이 아닌 제3자변제 방식의 해법은 대한민국 최고 심급법원인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하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일본 기업의 배상”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배 당시 이뤄진 자국 기업의 강제동원 인권유린에 대해 인정하고 일본 기업이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강제동원 의원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 나서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마저 왜곡하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은 오로지 진실과 정의 위에서 과거사를 해결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한일 정부간의 합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일본 전범 기업의 사죄나 출연 없는 배상금 지급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의 과오를 기억하 바란다”고 경고하고 “국회가 나서서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을 대변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 출범식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윤영덕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 공동낭독한 출범선언문을 통해 “강제동원 의원모임 소속 51인은 정부안을 포함해 강제동원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어떠한 해법안도 수용할 수 없음을 천명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전범기업의 직접적인 출연, 배상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피해자가 동의하는 올바른 강제동원 해법안이 마련되어,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피해자, 시민사회단체와 굳건히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특별간담회를 진행했다.

출범식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출범식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양금덕 할머니, 김상희 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등이 발언했으며, 양금덕 할머니의 삶을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양금덕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강제동원 의원모임에 △국회 차원의 강제동원 정부 해법안 철회 결의안을 내줄 것 △3.1절 104주년 행사 공동주최와 참가 △(가칭) 강제동원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공동행동’으로 제안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400여명이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와 인증샷 찍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국회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외교부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6일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외교부앞 1인 시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이날 오후 3시 외신기자클럽은 양금덕 할머니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제동원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사실 일본 미쓰비시 가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일본놈들 다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내가 사죄나 한 번 받고 죽으면 원이 없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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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록히드마틴 등에 제재 가한다…'풍선 갈등' 어디까지?

中, 록히드마틴.레이시온에 벌금·제재…포드·CATL 합작도 조사키로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02.17. 08:08:39 최종수정 2023.02.17. 09:02:10

 

미국과 중국간 '정찰풍선'을 둘러싼 갈등이 경제 영역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 4일 자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의 지름 60미터 크기의 거대한 풍선을 격추시킨 뒤 중국의 정찰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자,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맞불 작전'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이 격추시킨 풍선이 정찰이나 감시용이 아니라 민간의 "기상 관측용"이라며 실수로 미국 영토에 들어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또 지난 주말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서 발견된 비행물체들을 연이어 격추시켰는데, 결국 이는 중국의 '정찰풍선'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16일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기업과 개인)' 명단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가 밝힌 제재 이유는 이들 업체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두 기업에 대해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 조사, 중국 국내 신규 투자를 금지하며, 두 기업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하거나 근무하는 것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허가한 것은 취소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또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규정' 시행(2020년 9월19일) 이후 두 업체가 대만에 판매한 금액의 2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면서 향후 15일 안에 규정에 따라 납부하지 않으면 추가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로 관련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베이징 난장 우주 기술, 차이나 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 그룹 등 중국의 정찰 풍선 개발과 관련된 5개 기업과 1개 연구소를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은 이같은 제재에 대해 "국제 고객에 대한 군사 판매에 대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그러한 거래에서 정부 정책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냈고, 레이시온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재가 두 회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 제재에서 제트 엔진, 항법 장비 및 기타 부품 등 중국에도 수출하는 상업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개로 중국 당국은 최근 이뤄진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간 합작 공장 신설과 관련해서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포드와 CATL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35억 달러를 들여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은 CATL의 배터리 핵심 기술이 미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중국 고위 지도자들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추가적인 정밀 조사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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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탄용 대표직 결말" 한겨레 "정치적 탄압 수단"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 ‘북한은 적’…경향 “말만 강하다고 안보 갖춰지지 않아”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LG유플러스 사과·보상방안 밝혀…한겨레 “불안·불신 키운 LG”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4895억 원 배임’(대장동 사건), ‘133억 원 제3자 뇌물’(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 5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에서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헌정사 처음이라는 사실을 제목으로 뽑았다. 반면 조선일보는 “천문학적 개발이익 챙겨준 토착비리”라며 검찰이 판단하는 이 대표 혐의 내용을 제목에 올렸다.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6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 도발 등 지속적인 남북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가 적시됐으며,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 움직임이 강조되는 등 이번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칭은 ‘국무위원장’을 빼고 ‘김정은’으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연설에서 윤 대통령을 ‘윤석열’로 표현하며 비난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가까운 이웃 국가’로 명시해 ‘가까운’이 추가됐다. 

LG유플러스가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모바일 가입자 모두의 유심을 무상 교체하기로 했다.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영업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겐 ‘피해지원센터를 개설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안과 불신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17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이재명 구속영장, 불체포특권 내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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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8월부터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게 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 이익 1830억 원만 배당받게 해 올해 1월까지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진상·유동규씨 등 측근을 통해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 관련 비밀을 알려줘 총 7886억 원의 이익을 챙기게 해준 혐의(이해충돌방지법)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과 관련 2013년 11월 민간 사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2018년 1월까지 211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해준 혐의(부패방지법) 등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이 있다. 법원이 이 대표를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구인하는데 필요한 영장을 발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은 이달 말로 예상된다. 이에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검찰, 이재명 영장…이젠 국회의 시간>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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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영장 청구에 대해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고 한 것을 두고 중앙일보는 사설 <초유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특권 내려놓고 진실 가려야>에서 “지지자들을 선동해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그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혐의를 반박하는 게 마땅하다. 앞서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만 제출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불체포특권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 야당 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인데 비리 혐의자가 ‘방탄 국회’에 숨어 체포를 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제라도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사설 <헌정사 첫 ‘방탄용 대표직’의 결말, 사상 첫 野 대표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가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에 대해 “누과 봐도 대장동 수사에 대처하는데 의원직을 갖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이후 2개월 뒤 당대표에 출마한 것을 두고 “이런 ‘방탄 올인’이 없었다면 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장동 등 각종 불법 혐의는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모든 일을 방탄에만 연결시키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여야 간, 심지어 야당 내부에서도 또 한 차례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 대표 개인 불법 혐의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국가적 갈등과 낭비가 벌어져야 하나”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권 ‘블랙홀’이 된 영장청구에 대해 여야가 지나치게 갈등에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설에서 “무엇보다 구속영장 대상자가 야당 대표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밟아 나가되, 다른 현안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도록 여야 모두 절제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했다. 

▲ 17일자 한겨레 1면

 

국방백서 ‘북한은 적’ 6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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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명시한 가운데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 표현을 사용했다. 백서는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했다. ‘가치공유’, ‘공동이익’, ‘가까운’ 등 긍정적 표현이 추가됐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수시로 깨고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한 점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고 대비태세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러나 ‘적’ 표현을 넣는다고 안보가 강화되고, 뺀다고 안보 불안과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북한은 우리에게 단순히 적이기만 하지 않는다”며 “대화의 상대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의 국방백서들도 특정국에 대해 ‘지속적 위협’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쓰지 ‘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말만 강하게 한다고 안보 태세가 갖춰지는 게 아님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17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정반대 입장의 사설을 내놨다. 사설 <‘주적’ 명시한 국방백서, 퇴행적 안보관 다잡는 계기 삼아야>에서 “적 개념을 분명히 한 국방백서 발간이 느슨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정권이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고, 군이 정권의 ‘코드’를 맞추는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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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안·불신 키운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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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전화 가입자 18만명의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외부에 유출됐다고 공개하고 사과했다. 개인정보를 빼돌렸다고 주장하는 해커가 텔레그램 채널 등에 이를 팔겠다고 공지한 뒤 일이다. 처음에는 피해규모가 18만명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29만명으로 수정했다. 또한 피해사고를 알리기 전에 해커와 접촉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 17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사설에서 “고객들은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해주기 전까지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며 “허술한 보안과 어설픈 사고 대응 모두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는 2020년에도 개인정보 취급 관련 대리점 관리 감독 소홀로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도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네트워크 폴더에 공유한 일로 과태료를 문 적이 있다”며 “이번 사고도 그런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또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가운데 유독 정보보호 투자액이 적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LG유플러스는 영역별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보안과 품질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000억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사이버 안전 혁신안’을 발표했다. 계획은 아무리 거창해도 곧 잊힌다. 사고 재발을 막는 것만이 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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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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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고소·고발사주” 변호사도 놀란 경찰의 건설노조 ‘표적수사’

노조에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서 미리 작성해 서명 강요, 억지로 피해사실 만들어 조사하기도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들. (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민중의소리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별안간 경찰이 찾아와 '노동조합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현장소장에게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뒤이어 광역수사대도 찾아오더니 현장소장을 붙잡아 놓고 수시간 동안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또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고용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이 없었던 곳이었지만 경찰이 찾아왔고, 사측 관계자에게 교섭 과정에 협박은 없었는지를 캐물었다. 그러고선 미리 작성해 온 진술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이런 일들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듯 보였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경찰이) 경북에 있는 현장에 대해 진술 좀 해달라고 해서 진술을 해주고 왔고, 경기지방경찰청도 와달라고 하더라"라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는 경찰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 과정 중 벌어진 일들이라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법률가단체는 16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포함한 일부 사례를 공개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제시한 주요 단속 대상에는 건설사의 불법행위는 빠진 채, 노조 활동에 대한 내용만 나열돼 있다. 최근 단속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을 구속하는 등 '성과'를 낸 경찰관들은 대거 특진했으며 윤희근 경찰청장은 충북 충주, 울산 등을 찾아 보란듯이 특진 임용장을 전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혐의를 덧씌우기 위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건설노조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일 공개한 서울, 인천 지역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배포한 고발양식. ⓒ민주노총 건설노조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전하며, "거의 고소, 고발사주 아니냐"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서울, 인천지역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배포했다는 고발 양식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문서에는 건설노조에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예시가 적혀 있다. '민주노총 교섭위원이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을 경우 어려운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며 채용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민주노총 노조원을 채용할 경우 일반팀 공사 진행 생산성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현장 운영에 있어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있고, 회사의 존립 여부가 걸려 있으므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등 사측 관계자가 진술할 법한 내용을 경찰이 대신 작성해 배포한 것이다. 여기에 "노조원들이 겁을 준 내용을 작성해 주시면 좋습니다"라는 친절한 주문도 덧붙였다. 이 양식에 맞춰 인적 사항과 숫자 몇 개만 고치면 '건설노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진술서가 뚝딱 만들어진다.

권 변호사는 "이건 인적 사항만 찍어서 내라는 것"이라며 "채용 강요 등의 내용을 아예 예시문을 첨부해서, 이렇게 작성해 내라는 것인데 (이건) 거의 고소, 고발사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건설현장 관행처럼 굳어진 '타워크레인 월례비' 수사의 경우, 월례비를 준 건설업체가 오히려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 방향과 달리 월례비는 건설노조 협박에 의해 지급된 것이 아니라, 타워크레인 조정사와 건설업체의 자발적인 협의에 따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월례비가 공갈이 되려면 어떤 내용으로 건설업체를 협박한 것인지를 물어봐야 하는데, 3~4시간 조사하는 동안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다"며 "'월례비 관행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만 주구장창했다는데, 이건 수사기관이 할 일이 아니지 않나.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이 같은 경찰 수사는 경찰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포착하기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은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며 "그런데 경찰은 고소 사유에 준하는 수준으로 건설현장을 단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 민주노총-법률가단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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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경수, 2023 민주노총은? '정치총파업' 그리고

[연속 대담] 2023년 투쟁계획, 대표자에게 듣는다 (3)

-공안탄압, 왜 민주노총에 집중될까?

-7월 정치총파업의 상과 경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창당발기인 10만 명, 300억 총선 재원 마련

사진: 노동과 세계

갓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을 찾았다. 대대 성과에 대해 양경수 위원장은 “7월 총파업과 모든 투쟁을 반윤석열 투쟁으로 집중시키자”를 결의한 것이라고 했다.

2023년 민주노총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에도 “반윤 투쟁이죠”라고 직답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10년을 미뤄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겠다는 포부와 청사진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대에서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예고했다. 바야흐로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제2의 촛불항쟁,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불길을 지핀 것이다.

사진: 노동과 세계

공안정국, 민주노총 탄압으로 진보의 싹을 자르고, 이재명 공격해 민주당 분열 시도.

Q. 공안탄압, 왜 민주노총에 집중될까?

▲ 양경수 : 민주당과 민주노총을 빼면 정권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그래서 이재명을 정점으로 민주당을 공격해 야당을 분열시키고, 민주노총을 탄압해 진보의 싹을 자르려는 것. 한국 사회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적할 힘을 가진 집단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겠나.

Q. 민주노총은 왜 윤석열 퇴진이 아니라 아직도 규탄, 심판에 머물러 있나?

▲ 양경수 : 우리도 시원하게 ‘퇴진 구호’ 걸고 나가면 속 편하다. 하지만 각개약진하면 각개격파되고 만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 총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그래서 반윤 투쟁을 최저임금, 청년 일자리, 난방비, 가계부채 등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에 맞추고 있다. 총파업 의제도 그렇게 잡았고, 2월과 3월 집중 교육을 통해 기세를 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반윤 투쟁을 민중진영에서 시민사회로까지 확대하고, 윤석열 퇴진투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통해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

Q. 간부 파업이나 쟁의권이 확보된 임단협 시기 집중 투쟁을 정치총파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 양경수 : 정치총파업은 쟁의권을 확보했느냐 아니냐보다 의제의 정치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은 궁극적으로는 반윤석열 투쟁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수위 높은 정치 총파업이 될 수밖에 없다. 쟁의권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파업이라고 정치총파업이 아니라거나 전투력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Q. 7월 정치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나?

▲ 양경수 : 윤석열 정권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느냐는 투쟁 방식과 규모의 문제이다. 정치총파업을 7월에 잡은 이유는 이즈음이면 단위노조가 임단협 쟁의권을 확보한 시기이므로 더 많은 조합원이 총파업 대오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작년부터 반윤 총파업을 준비해 왔고, 단위 노조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그 시기를 7월로 맞춰왔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Q. 예년과 구별되는 2023년 7월 정치총파업의 상을 그려본다면?

▲ 양경수 : 하루 10만 명 모으는 것보다 2주간 총파업하는 것이 훨씬 센 투쟁이다. 2주간 파업 대오가 서울 시내에서 위력적인 가두 투쟁을 매일 이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도 총파업이 임단협에 매몰되지 않고 반윤석열 투쟁 전면화로 이어지고, 현장의 투쟁이 거리의 투쟁으로 바뀐다면 예년에 없던 규모와 방식의 투쟁이 될 것이다.

Q. 2015년 민중총궐기가 박근혜 퇴진 촛불로 이어진 것처럼 7월 정치총파업이 윤석열 퇴진투쟁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도 될까?

▲ 양경수 :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가 퇴진촛불로 이어진 것은 맞지만,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결과라고 봐야 더 정확한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7월과 11월 노동자대회, 12월 민중대회,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대우조선 투쟁, 화물연대 투쟁 등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간을 최대한 압축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해왔다.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이런 사정의 반영이라고 본다. 2023년 민주노총은 3월 총파업 선포, 4월 정치방침 수립, 5월 총궐기, 6월 국민임단투, 7월 정치총파업을 거쳐 하반기 민중총궐기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윤석열 퇴진 투쟁의 시점과 경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노동과 세계

노동자 정치세력화, 창당발기인 10만 명으로 시작해 총선까지 300억 재원 마련할 터.

Q. 4월 임시대대에서 정치방침을 수립한다던데?

▲ 양경수 : 투쟁 앞두고 분열을 우려해 하반기로 연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의 찬성으로 정치방침 결정을 위한 임시대대를 열기로 했다. 사실 올해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고, 총파업 투쟁도 무망해진다.

Q. 기존 진보정당들이 현존하는 조건에서 연대연합이든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든 쉽지 않은 과제일 텐데?

▲ 양경수 : 진보 정당이 분열한 이유는 민주노총 내부에 다양한 정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분열돼 있다는 소리다. 반대로 민주노총 내부가 정리가 되면 당이 정리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당을 만들자는 이야기와 전체 진보정당이 단결하자는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Q.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10년만에 배타적 지지 정당을 가지게 되나?

▲ 양경수 : 진보대연합정당을 완성하든 민주노총당을 건설하든 내년에 단일한 정당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결심은 확고하다. 그렇다고 당장 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현 조건에서 진보대연합정당을 통해서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이것을 하나의 기폭제로 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대의원대회의 결정이라기 보다 조합원이 나의 당 우리의 당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전폭적으로 지지하는가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Q. 4월 임시대대 이후 노동자정치세력화 경로는 어떻게 되나?

▲ 양경수 : 대대에서 정치방침이 통과되면 중집 논의를 거쳐 10만 명 정도의 추진위원을 모을 생각이다. 이들 추진위원이 창당 발기인이 되어 10만 당원으로 출발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민주노총이 10만원 세액공제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해 올해 15만 내년 15만 해서 300억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로 설립된 정당이 300억을 가지고 총선을 한다고 하는 건 우리 진보 정당 역사에 유례가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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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나토 향하는 한미일 군사 공조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미일, 한미 회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 회담(11일), 정상회담(13일)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1월 31일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2월 3일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상반기 개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의 이런 연쇄적인 회담은 프놈펜 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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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세 격화시키는 미일, 한미 연쇄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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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를 2025년까지 연안작전부대로 재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이 부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 이동 거리에 적합한 신속 기동부대라고 설명했다. 적의 세력권에 들어간 최전선의 도서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돼 상대국 함정과 전투기 진출을 억제하고 바다를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적의 세력권이란 북, 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의미한다.

이틀 뒤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지역은 댜오위다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일 안보 공약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특별히 덧붙였다.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사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냉전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기시다는 14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해 12월 일본은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는데, 반격 능력을 위한 공격용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었다.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미일 안보회의(DTT: Defense Trilateral Talk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지향하는 것은 중국과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 안보 체제 강화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내세워 중국, 북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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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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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계획의 하나였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된 직후 중국을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미국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한일 관계가 지속해 악화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군사 대국화, 보수화의 길을 선택한 일본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식민지 미화 발언, 역사 왜곡 발언, 독도 영토 발언 등으로 인해 좋아지던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쿼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쿼드’ 가입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미국의 바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자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쿼드’였다.

쿼드의 전신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로 구성된 ‘4자 안보대화’이다. 2007년에 시작된 ‘4자 안보대화’는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자 ‘4자 안보대화’는 다시 재활성화되기 시작했다. ‘4자 안보대화’는 2020년 쿼드(QUAD)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동맹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의 구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쿼드를 모태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로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는 쿼드를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 2021년 3월과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22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쿼드는 무력해졌다. 중국의 위협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했던 인도가 미국의 대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쿼드를 모태로 하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결합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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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기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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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초청’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초청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였다. 따라서 지난 해 나토 정상회의는 더 엄밀히 표현하면 ‘나토+4 정상회의’였던 셈이다. 미국은 쿼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8월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모두 아시아판 나토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만을 끌어들여겠다는 계산이다.

신냉전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 관계, 특히 한국의 대일 정책이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오래전부터 일치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중 관계,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타결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2019년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는 다시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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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판 나토 구축 선봉장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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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쿼드’라는 카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뒷북 치기였던 셈이다. 출범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돌격대가 되었다. 그 결과 신냉전 국제질서가 확립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지향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 구축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에서 관건이 되는 장애는 한일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내세우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동맹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최근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미국의 기획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미국이 가는 곳에 공작이 있고 파괴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를 잇는 중국의 방어선)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말 반격 능력 보유 선언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한일 관계만 해결되면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장애물은 제거되는 셈이다.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결속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아시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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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 구속영장 청구···헌정사상 처음

이혜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이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성남시 관련 정책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협약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면서 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았고, 그 대신 민간사업자들이 4895억원의 이익을 얻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성남시 내부 비밀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려 이들이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적용했다.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는 성남시 내부 비밀을 이용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하는 등 민간사업자들이 211억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구 부패방지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의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4개 기업이 성남FC에 총 133억5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이다. 검찰은 성남FC가 네이버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임에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넣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검찰에 세 차례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헌법에 의해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청구서를 접수하면 영장 담당 판사는 체포동의 요구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고, 윤 대통령 결재를 받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에 들어간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입장을 내고 “지방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을 통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지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라며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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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시대의 尹정부, 주요 선진국과 거꾸로 간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16 10:40
  • 수정일
    2023/02/16 10: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창비 주간 논평] 인간 중심의 규제와 헌법적 가치 보장되는 규율 필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3.02.16. 06:09:18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경기회복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021년 초반부터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 이후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 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2022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다른 선진국 역시 동시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였고 전세계적인 경기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작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쟁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 그리고 중국경제의 저성장이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연료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비용상승과 공급망 제약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까지 가중되었다. 긴축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2분기 8%대에서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적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작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올라 고금리-고물가의 여건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경제는 작년 2.7%(세계은행 2023년 1월 추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과 미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 고조 역시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에 있어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고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건을 목표로 하는 산업‧무역 정책의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자유무역의 후퇴와 미국 및 우방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의 재편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23년 세계 경제는 팬데믹 위기, 고물가-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전쟁과 초강대국의 패권 전략이 만드는 정치경제적 긴장과 불확실성 등이 가중된 복합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1월 발표를 통해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특히 선진국 진영의 경제성장률을 0.5%로 매우 낮게 전망하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과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세계 무역성장률은 1.6%로 경제성장률보다 그 하락폭이 더 크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발 중 국가의 경기회복은 더뎌서 팬데믹 이전의 추세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복합위기에 대비한 주요 선진국들의 위기대응 정책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취약한 부문 및 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과 보조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위기 속에서 이득을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거나 과세를 강화하여 정부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를 강화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위기대응 및 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복합위기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폐해를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날로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의 위험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역시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여 사회계층, 산업부문 및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제적 정책과 중재자로서의 역할 역시 긴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선진국의 위기대응 노력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에너지전환과 기술안보를 위한 산업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중장기적 계획, 사회복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 그리고 이런 지출 재원의 확충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 방안 등으로 구성되었다. 금리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과 부자증세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EU와 일본 역시 이와 큰 틀에서 일치하는 포용적 경제정책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작년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바이든 정부와 정반대의 위기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대규모 부자감세안이 발표되자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금융시장에 확산되었고 국채가격 급락, 금리 급등,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취임 45일 만에 트러스 총리는 사임하고, 새로 수립된 리시 수낙 내각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영국경제는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낙 총리의 정책은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제에서 부자증세를 통해 정부 수입을 확대하고, 가계 및 공공서비스 지원 등 사회복지를 강화하며, 영국의 미래 번영을 위한 선도적 투자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작년 5월 임기가 시작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영국경제를 위기에 이르게 했던 트러스 총리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감세와 기업규제 완화 그리고 시장의 자율 및 작은 정부의 추구가 핵심을 이룬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재분배보다는 경제성장과 낙수효과에 의존하여 소득분배의 개선을 추구하는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골자로 한다. 건전재정 기조와 재정준칙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반하여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종부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구하고 있다. 전력, 가스,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는 공공부문의 자산을 매각하고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민간사업자의 진출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분야는 보건의료, 교육, 언론, 공공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까지 미친다.

 

새 정부의 정책은 앞서 살펴보았던 다른 선진국들의 포용적 경제정책과 상반되고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최근 전력과 가스 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의해 야기된 서민생활의 불안정은 정부 정책 기조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에너지 요금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담의 문제가 예견되었지만 정부는 작년 내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복합위기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 상이한 충격을 준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경기침체 속에서 협상력이 약한 영세 중소기업과 그 종업원,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등 취약부문의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심각한 고충이 전가되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 민간가스 및 발전사업자 등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건 속에서 오히려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불평등한 경기침체의 충격을 고르게 재분배할 정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나라의 위기는 국가 간 경쟁과 추격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복합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위기대응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과감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한 지대추구와 착취를 엄중히 견제하고 약자를 포용하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미분양주택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규제완화로 건설회사와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는데 몰두할 때가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의 충격을 대기업과 강자들에게 전가하여 서민생활의 안정을 지키면서도 에너지소비 저감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는 중장기적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을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개악으로 가고 있다. 고질적인 노동 양극화의 원인이 기업과 자본 중심의 정책 그리고 '자율'이 만드는 약육강식의 질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이 정글이 되지 않도록 인간 중심의 규제와 헌법적 가치가 보장되는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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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판결에 "세상에 이런 판사" 격노한 신문은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3.02.16 08:00
  •  
  •  수정 2023.02.16 09:47
  •  
  •  댓글 3
  •  

[아침 신문 솎아보기] 공공요금 동결 방침, 방향 맞으나 실효성 의문 제기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필요성 인정하고 무죄 선고한 법원

경향 “실체적 정의 중시” vs 조선 “판결, 놀라울 따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긴급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도로·철도·우편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대부분 1면으로 보도했다. 급격하게 오른 공공요금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향 자체는 옳으나 실효성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 일명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해당 안건을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와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촉발, 시민 4만7547명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지원한 것이 법 개정 요구로 이어졌다. 이후 재계 반발로 폐기됐으나 다시 입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의미에 대해 짚고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는 신문도 있었으나 재계의 반발을 전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신문도 있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언론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이라는 입장과 목적만 정당하면 불법이어도 괜찮냐는 반응으로 나뉜다.

▲16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공요금 인상 늦추고 에너지 지원 늘린다>

국민일보 <尹 “공공요금 억제…금융·통신 과점 깨야”>

동아일보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

서울신문 <尹 “공공요금 동결”…금융·통신 전방위 압박>

세계일보 <‘고통분담 외면’ 금융·통신 과점 깬다>

조선일보 <제조업 취업마저 감소 공공요금은 긴급 동결>

중앙일보 <물가 잡으려 ‘3대 민생요금’ 조절 택했다>

한겨레 <공분산 은행·통신 ‘과점체제’ 손본다>

한국일보 <“서민 고통 분담을” 은행·통신 꼬집은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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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동결 방침, 방향 맞으나 실효성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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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민생물가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난방비 급등에 문제에 대해서도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중교통금액 소득공제도 늘리고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통신업체들은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16일 국민일보 1면.

신문들은 이 이슈를 다루면서 정부가 고물가 시대에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은 맞지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수혜자는 19만가구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그 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해 가며 내놓은 회의 결과가 얼마나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줄지는 의문이 든다”며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통신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들 기관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기업 자율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놓은 것이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그사이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전력 적자가 지난해만 30조원인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가 24조원이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로는 민생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삼모사식 미봉책으로는 서민들을 살릴 수 없고 물가도 잡을 수 없다”며 “재정 건전성과 감세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2면.

한겨레도 사설에서 “당장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시장 경쟁이 활성화돼야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만큼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적실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 경쟁 촉진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현실성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잠깐의 혜택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더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뒤늦은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 정밀한 정책 필요>에서 “에너지, 교통 등 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 가스비만 해도 대외적 요인으로 원가가 급상승해 언제까지나 가스공사 적자를 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상의 여파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물가가 서민 고통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을 인식한다면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좀 더 정밀하게 대책을 세우고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은행·통신 과점 해소”… ‘시장경쟁 촉진’ 방향은 맞다>에서 “은행과 통신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사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번 진입하면 쉽게 퇴출되지도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은행, 통신사들이 저렴하고 더 나은 서비스의 제공을 자발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당 산업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참가자를 육성해 경쟁을 유발하는 게 맞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공공요금 동결 불가피하지만 文정부 닮진 말아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서민 고통을 덜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공공요금 동결은 불가피하다. 물론 마냥 찍어 누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랬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계속 쌓이는데도 문 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을 묶었다. 그 ‘폭탄’이 지금 윤 정부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16일 서울신문 사설.

노란봉투법 소위 처리에 갈라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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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동자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이 법안 처리에 그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로만 봤던 사용자를 간접고용·특수고용·하청 노동자를 지휘하는 원청까지 넓힌 것이고, 파업을 탄압·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손배폭탄’을 제한했다는 의미를 짚은 신문도 있지만 국민의힘이나 재계가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꺼내들었다.

▲16일 경향신문 2면.

동아일보는 5면 기사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도 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단체교섭의 경우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파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5면.

반면 경향신문 사설은 “노동자를 과도하게 옥죄어 온 손배소와 불법파업 딱지를 제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첫발을 뗀 셈”이라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파업에서마저 남용된 손배소에 첫 제동장치를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법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경향신문 사설은 “국회와 정부는 입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폭력·파괴 행위나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더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사설 <찬반 팽팽 ‘노란봉투법’ 野 강행, 이제라도 치열한 논의를>에서 “노동 관련 법과 제도를 국내 근로현장과 국제규범에 맞게 현실화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에 대해 여당은 논의조차 거부하고 야당은 강행 처리로 맞서면서 사회 중대 사안에 대한 국회 합의기능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재계 주장처럼 파업이 일상화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물론 노사가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필요성 인정하고 무죄 선고한 법원

경향 “실체적 정의 중시” vs 조선 “판결,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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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5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의 공소사실 중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는 유죄 판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16일 중앙일보 12면.

경향신문 사설은 “절차적 흠결보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로 평가한다”며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직후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은 단죄됐을 것. 10년 동안 이어지며 국민을 공분케 한 부조리는 모두 검찰의 원죄 탓이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무죄받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검찰 수사 과도했다>라는 사설에서 “ 이번 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확인된 셈”이라며 “물론 이 검사가 절차적 흠결을 남긴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 사설은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며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떻게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법원이 이성윤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들이 압력을 받았다고 하는 데도 압력 행사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서울신문도 <김학의 출국 금지, 위법하다면서 ‘무죄’라니>라는 사설에서 “아무리 긴급 상황이라고는 하나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게 명확한 마당에 법원이 지나치게 느슨한 잣대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과거 대부분의 권한 남용 사례들이 적법절차를 어긴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국민과 권력자들에게 합법 절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지는 않을까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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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해외측위, ‘2023 신년모임’ 개최

정전 70년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를 향한 집중행동 결의

  • 기자명 최은아 통신원 
  •  
  •  입력 2023.02.15 16:56
  •  
  •  댓글 0
 

최은아 통신원 /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

 

간토 대학살 100주기 진상규명과 추모활동에도 힘을 쏟기로

2023년 새해를 맞아 지난 2월 9일, 6.15남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는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2023 신년모임’을 가졌다.

이번 신년모임은 새로이 선출된 6.15남측위원회 10기 상임대표단과 6.15해외측위원회 의장단이 새해 인사를 나누고, 2023년 남측-해외측의 주요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결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6.15남측위원회는 1월 18일 총회를 개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신임 상임대표의장으로 선임하고 올해 사업방향을 확정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6.15남측위원회는 1월 18일 총회를 개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신임 상임대표의장으로 선임하고 올해 사업방향을 확정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번 신년 모임에 남측위에서는 10기 총회를 통해 선출된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을 비롯한 상임대표단과 노동본부, 청년학생본부 등 부문 대표들을 비롯하여 6.15남측위 상임집행위원들이 함께 하였다.

해외측위에서는 위원장인 손형근 일본지역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일본지역위원회 부위원장단, 미국위원회 신임 김수복 대표의장, 유럽위원회 선경석 상임대표, 대양주위원회 김광일 위원장, 중남미위원회 정갑환 위원장 등이 참석하였고, 해외측위,일본위,미국위,유럽위 사무국 성원들이 함께 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적으로 신냉전 대결이 강화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전쟁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면서 엄혹한 상황일수록 자주적 평화공조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서 남측과 해외측 위원회에 주어진 과제가 크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평화 행동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길을 만들어 나갈수 있도록 각계대표들을 섬기며 낮은 자세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평화의 주권자로서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함께 전진해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서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서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6.15해외측위원회 손형근 위원장은 먼저 남측위원회 새 상임대표의장 선출과 10기의 출발을 축하하면서, 남측위 상임대표들의 활동과 사업에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유례없이 심각해진 미국과 남측 정부의 대북적대정책, 일본의 군국주의정책에 의하여 전쟁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남측의 민주세력들이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을 받고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아울러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비롯한 적대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연대연합투쟁을 대중적으로 펼치자는 데 공감을 표하는 한편, 특히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년과 관련한 운동을 함께 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모임에 참가한 남측과 해외측 대표들은 올해 안팎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남북해외의 단결된 힘으로 전쟁위기를 막고 평화의 새 시대를 함께 열자는 결심을 나누었다.

신년모임에서는 2023년 몇 가지 중심적인 공동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3.1절 104주년에 즈음하여,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과 일본정부의 군사대국화를 규탄하며 한미일군사동맹을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남측과 해외측이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아 각계각층 민족역량을 총결집하여 전쟁종식 평화실현을 위한 집중행동을 펼기로 하면서, 3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 반대 활동을 비롯하여, 7.27 시기까지 남측의 시군구 200곳, 해외 주요 100개 도시 등 《전세계 300곳 평화행동》을 광범위하게 펼치기로 하였다.

또한 해외측과 남측의 지속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오월 정신을 평화,통일로 발전시키는 방향아래 《오월에서 통일로》 민족평화포럼을 개최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올해 100주기를 맞이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문제와 관련하여, 진상규명 활동과 추모행사 등을 각계와 함께 규모 있게 개최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본에서 진행되는 100주기 추도식에 남측도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또한 4.27, 6.15, 9.19, 10.4 등을 계기로 남북해외 온겨레가 공동선언 실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예년보다 더욱 적극적인 공동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올해, 각 위원회의 활동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다짐과 함께, 남북해외 3자의 만남을 기약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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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만 따질 수 없는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핵심 쟁점은?

 등록 :2023-02-15 05:00

수정 :2023-02-15 09:14

 

손지민 기자 사진

“노인교통복지 사회적 효과 커” VS “기준 연령 높여 지하철 손실 메워야”
지하철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하철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백세 시대'가 될 터인데, 이대로 미래 세대에게 버거운 부담을 지게 할 수 없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백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합니다.”(홍준표 대구시장)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연초부터 ‘노인 연령 기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 문제가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지하철의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없지만 비슷하게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업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하면 적자를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는 점, 고령화로 인해 사회구조가 달라졌다는 점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 무임승차는 해묵은 논란이다. 13년 전인 2010년에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지하철이 적자인데 왜 65살 이상이라고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며 노인 무임승차를 ‘과잉 복지’로 규정해 대한노인회의 반발을 사 결국 사과한 바 있다.

 

이번엔 달라질까. 이미 홍준표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을 65살에서 70살로 올렸다. 대구는 도시철도 무상 이용 기준을 65살에서 내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한살씩 높인다. 대신 버스도 무상 이용 대상에 포함한 뒤 올해 75살로 시작해 해마다 한살씩 낮춰 2028년 도시철도와 동일하게 70살 이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겨레>는 적절한 노인 연령 기준, 바람직한 노인 교통 복지 등 앞으로 확장될 논의에 앞서 쟁점을 짚어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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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불려나온 이유는

 

 

노인 무임승차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하철공사 적자 보전 문제에서 출발했다. 인구도 많고, 지하철 노선도 많은 서울시에서 운을 띄웠다. 서울 지하철 대부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영업손실이 크게 늘었다. 철도통계연보를 보면 2017~2019년 해마다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1조902억원, 2021년 9385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약 17조원이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1년 2311억원, 2020년 2161억원, 2019년 3049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구조를 일부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연구원의 2021년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관련 보고서를 보면 노인 연령을 현행 65살에서 70살로 올릴 경우 연간 무임승차 손실 비용의 25~34%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2020년 전국 노인실태조사와 지난해 서울 노인실태조사에서 65살 이상 노인이 생각하는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이 각각 평균 70.5살, 72.6살로 집계됐다는 점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인 무임승차 제도 문제를 단순히 서울교통공사의 손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임승차는 노인 교통 복지이며,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4년 펴낸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는 노인 무임승차의 편익을 3136억~3361억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한 덕에 경제활동을 통한 의료비 절감(230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908억원), 관광산업 활성화(131억원), 극단적 선택 감소(617억원), 우울증 감소(322억원), 교통사고 감소(1152억원) 등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650억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 노인은 빈곤율이 높아 무임승차는 노인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건강하게 활동하다 보면 건강보험비도 줄고, 노인 우울증도 감소한다. 노인들이 돌아다니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도 “지하철 운영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적정한 수송원가에 비해 낮은 운임을 징수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이 원인이 아니”라고 짚었다.

 

 

어떻게 비용을 분배할 것인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70살 이상의 노인에게 요금을 50% 할인해준 데서 출발했다. 1년 뒤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 연령은 65살로 낮아지고, 1984년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요금을 전액 면제하는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으며,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국가 사무”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시작한 복지에 대한 비용을 지자체와 시민이 부담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역할은 빠져 있다는 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중앙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의 지자체 사무이므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며 “균형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중앙정부가 빚을 내 가장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나, 대도시에만 있는 지하철을 위해 국비를 투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다.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풀어갈 방안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노인도 명목적으로 교통 요금을 부담하되, 노인 교통비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교통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며 “소득수준, 대중교통 의존도 등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정욱 한국교통대 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는 “지방 공기업의 적자가 크다고 해서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은 방만 경영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모든 교통 복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하게 지하철만 경로 무임승차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동 복지’에 대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동 복지에 대해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근거를 만들면, 지하철에만 주는 특혜가 아니라 시내버스 이용자 등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봤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상향은 정년, 연금 등 전 사회에 적용되기 때문에 교통 분야 논리만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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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냉전과 다극화’로 새로운 기회 맞아

[신년인터뷰 ③]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2.14 08:59
  •  
  •  수정 2023.02.14 1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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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와 야외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조천현]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와 야외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조천현]

손꼽히는 국제관계 전문가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미중 패권 경쟁이 잠정 봉합된 지금 시점이 중국이 그동안 미뤄놓은 한국을 손볼 수 있는 때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연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 자체가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이어받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 반중전선에 편승하는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작년 10월 한 달 빼고는 계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것은 어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시 봉합했다”며 “휴지기를 이용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대한 손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2023년도가 한중 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위험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칩4(Chip4)에 가입을 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거꾸로 중국으로서는 희토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예시했다.

나아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는 표현을 넣어 한국의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다”며 “이것은 만약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전력이 대만 해협에 집중되는 틈을 타서 한반도에서의 어떤 무력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과 다른 면으로 본다면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서 오히려 먼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여기에 주한미군과 일본자위대의 발목을 잡은 뒤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조 전 총영사는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노태우 정부시기부터 추진한 북방외교의 주 대상인 ‘유라시아’가 빠져있고, 아세안과의 관계에서도 경제협력을 중시한 ‘아세안의 관점’이 아니라 ‘해상 교통로의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신냉전과 다극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북한으로선 신뢰할 수 없는 한국, 미국, 일본보다 중국, 러시아나 유라시아 경제연합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 나섰고 노동신문은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국위제고,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위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였다”고 1월 1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총영사는 “북한이 저위력의 핵무력을 갖춘 현 단계에서 증강된 재래식 전력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되, 북한이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기 이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서 이런 상황 악화를 막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배치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거나 “윤석열 정부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거나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 전 총영사는 “일방적인 군사 훈련의 축소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조건부, 다시 말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든지 이럴 경우 어느 정도 충분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북한도 어느 정도 도발적인 자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뭔가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힘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6월에 주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해 2022년 9월까지 재직한 그는 “지금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며 “1,20대뿐만 아니라 3,40대까지 올라간다고 보는데 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정부간 막바지 협상이 한창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내용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실제 전범 기업들의 구체적인 배상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은 우리 정부가 촉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서 일본이 어느 정도 화답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 결과에 대해 “거의 일본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처럼 하다가 뜻밖에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하고 그걸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외교부가 국내의 강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건 박진 장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진 장관도 고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와 야외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한류와 혐한, 민단과 총련의 공존

국제관계 전문가인 조성렬 박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 오사카 총영사로 발탁됐다. [사진 - 조천현]
국제관계 전문가인 조성렬 박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 오사카 총영사로 발탁됐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 : 오사카 총영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나?

■ 조성렬 전 총영사 :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있었다. 약 1년 한 4개월 정도 있었다.

□ 주로 연구직에 있다가 처음으로 공직, 그것도 공관장을 맡았는데, 해보니까 어땠나?

■ 그동안에 정부 쪽 사람들하고 일은 여러 차례 같이 했지만 주로 정책 자문 쪽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실무책임을 맡아서 일하게 된 거다. 특히 재외공관이 외교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외교부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 경찰, 국가정보원,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여러 부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까 그들과 일을 같이 하면서 각 부처의 특징을 파악하고 업무조율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 오사카라는 지역이 우리와 역사적으로 매우 관계가 깊은 곳으로 안다. 일본 안에 있는 동포들의 실상, 흐름은 어떠했나?

■ 오사카는 통상적으로 얘기할 때 재일동포의 고향, 재일동포의 수도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올드커머’(Oldcomer) 재일동포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재일동포를 보통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에 온 사람들을 ‘뉴커머’(Newcomer), 그 이전에 온 사람들을 ‘올드커머’라고 부른다.

오사카를 재일동포의 수도라고도 얘기하는데, 이분들은 이미 4세대에서 5대까지 넘어가다 보니까 일부는 상당 부분 일본에 동화된 분들도 많고 또 일부는 여전히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한국이 국력이 신장되면서 재일동포들이 과거와 달리 자신이 한국계라고 하는 것을 밝히면서 떳떳하게 사는 이런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재일동포들이 성공한 사람 위주로 한국에서 소개가 많이 돼 있지만 사실은 한국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또 일본 사회 내에서도 하층민으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동안에 우리 정부에서 이런 소외계층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이런 재일동포 소외층들을 위해서 뭔가 의미 있는 사업을 준비를 쭉 해왔는데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마무리 못 지은 것이 좀 아쉽다.

□ 총영사 재직 중에 우토로 마을 평화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것을 봤다.

■ 내가 있을 때 우토로 평화기념관 준공식이 있었고, 그 이전에 입주한 1차 시영주택에 이어 2차 시영주택의 착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하나 의미 있는 것은 일본 내에 보통 세 개의 코리아타운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하나가 도쿄에 있는 신오쿠보와 교도의 히가시쿠조, 그리고 오사카 이쿠노에 있는 코리아타운이다.

그동안에는 한국사람들이 모여 장사하는 거리라는 의미였지만, 작년 4월에 공식적으로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오사카시가 인정하는 법적 기구로서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정식 발족함으로써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 보장 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일본 오사카에 관광객들이 오지 않았는데 코리아타운이 오사카의 3대 명소 중 하나로까지 불릴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일본인들이 한류 영향 때문에 코리아타운을 찾아왔다.

□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이제 한류가 등장을 하는데, 한일 관계를 보면 쭉 오랜 역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최근에는 한류가 상당히 특징적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류가 어떠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 지금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1,20대뿐만 아니라 3,40대까지 올라간다고 보는데 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코로나 기간에도 한국에 오지 못하면서 한국 드라마나 한국 음악, 한국의 여러 문학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사카, 교토, 나라에 설치돼 있는 문화원이나 교육원에 한국어를 배운다든지 한국 문화를 익히기 위해서 많이 찾아왔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우리가 비유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혐한단체로 알려지는 ‘재특회’다. 재특회의 정식 명칭은 ‘재일 특권을 반대하는 일본인 모임’인데 그 이름에서 알리다시피 단순히 한국을 폄하하는 의미를 넘어 한국이 이미 잘 살게 됐는데 왜 재일동포들한테, 한국인한테 특혜를 주느냐하는 문제제기다. 재특회라는 이름은 한편으로는 한국인에 대한 삐뚤어진 차별의식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큰 서점들에 ‘혐한 코너’가 있다고 하던데, 지금 분위기는 어떤지?

■ 오사카에 있는 대형서점에 여러 차례 가봤는데, 거기엔 혐한 서적도 상당히 많고 혐중 서적도 굉장히 많다. 일본인들은 보통 자기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특성이 있다 보니까 한국 사람을 만날 때는 상당히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혐한 서적들을 즐겨 탐독하는 것 같다. 일부 일본인들의 정서에 편승해 혐한 서적들이 판치고 있고 또 상당한 독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이중적인 것 같다. 한류를 좋아하고 부러워하면서도 혐한 정서를 갖는다는 게.

■ 약간 세대 차이가 있는데, 특히 5,60대 정도 되는 중년 남성들의 경우는 혐한 감정이 상당히 높다. 이 사람들은 과거에 한국이 식민지 국가였고 일본보다 훨씬 못산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한국이 바짝 쫓아오고 일부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욘사마’로 알려진 [겨울 연가]를 비롯해서 사실 한류의 독자들은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7,80%가 여성이다 보니까 반대로 일본의 중년 남성들은 여기에 반발하는 모습을 띠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재특회나 혐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중추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세대차가 느껴지는 것 같다.

■ 일본에 있는 기존의 댄스 교습소가 K팝 커버댄스 교습소들로 상당 부분 바뀌었다. 그리고 교육원에 한글 배우러 오는 여성들이 많고, 중년층들도 한글을 배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 총영사관 활동이 예전에 비하면 조건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 많이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위상이 높다. 현지에 있는 공관장 중에서는 가장 톱이다. 일본 전체의 외국인 수로 보면 중국이 제일 많지만 대부분 도쿄 쪽에 몰려 있고 특별영주권을 가진 재일동포의 수가 제일 많은 곳은 오사카 지역의 한국이다. 그러다 보니까 오사카 간사이 지역에서는 한국 총영사관이 위상도 높고 또 직원들도 제일 많다.

□ 재일동포 하면 조선적 또는 총련계가 중요한데, 오사카 지역 상황은 어떤가?

■ 실제로 총련계 활동이 제일 활발한 데가 역시 오사카 지역이다. 지금은 크게 위축이 돼 있다. 특히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까. 조선학교도 하나둘씩 없어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선학교 매각대금들이 다른 조선학교 발전을 위해서 쓰여지지 못하고 총련의 부채탕감이나 교사들의 밀린 월급을 주고나면 다 없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사회의 저출산이 일본인뿐만 아니라 재일동포들에도 만연돼 있다. 조선학교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인 학교도 학생수가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

□ 요즘 총련과 민단 내지는 한국계와 갈등은 어느 정도인가?

■ 실제로 드러나는 갈등은 없는 것 같다. 나도 특별히 총련 쪽하고 공식 접촉은 하지는 않지만 공동행사나 추념식이나 이런 걸 하면 참석한다. 4.3추도식도 있었고, 우토로 평화기념관 준공식, 우키시마호 침몰 위령제의 경우도 우리 총영사관과 총련계가 같이 행사에 참석했다. 공동주최는 아니고, 주최기관이 따로 있고 거기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

■ 드러난 갈등은 없고 다만 공동주최하는 행사는 없어졌다. 예전에 ‘원 코리아 페스티발’ 같은 게 있었는데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원 코리아 페스티발’은 민단계와 총련계가 같이 하는 행사인데 없어졌다. 기구는 남아 있는데 재정지원들이 안 되니까 실제로 행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어쨌든 큰 경험을 했다.

■ 어떻게 보면 총련계 조선학교가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을 사실이다. 재일동포 ‘올드커머’ 중에서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은 대체로 조선학교 출신자들이다. 현재 민단계에서 활동하는 조선학교 졸업생들도 꽤 된다.

□ 재일 조선학교는 굉장히 특이하다. 남의 나라에서 민족교육을 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학교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보통 한국학교가 있고, 일본에만 있는 민족학교가 있다. 민족학교는 현지에 있는 한국국적의 재일동포들이 만든 학교고, 한국학교는 한국입시를 지향하는, 그러니까 한국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만든 학교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국국적을 유지하는 민족학교가 있는 곳은 일본밖에 없다. 조선족 민족학교도 있긴 하지만 이들의 국적은 모두 중국국적이다.

강제동원 협상, “제2의 ‘위안부’합의 사태 일어날 수 있다”

오사카 총영사로서 4.3추모제에 참석했다. 이같은 행사와 추모제 등은 민단과 총련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오사카 총영사로서 4.3추모제에 참석했다. 이같은 행사와 추모제 등은 민단과 총련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 지금 최대 현안은 크게 봐서 강제동원, 구체적으로 대법원 판결 집행 문제다. 전체적으로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 일본의 정치인들이나 외교관 또 언론인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 경험과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의원내각제고 실제로 사법부가 반(半)독립적이다. 그러니까 통치행위로 이루어진 행정부의 국제합의에 위반되는 판결은 안 내린다는 거다.

일본에 있는 전직 외교관하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이른바 통치행위 이론을 내걸면서 “정부가 어떤 통치행위로써 한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법원이 거기에 반대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내가 “그것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의원내각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 기능도 있고 사법부도 완전히 독립돼 있다. 실제로 2012년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정부하고 양승태 대법원장하고 나름대로 이걸 뒤엎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발각돼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사법농단 사태까지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뜻을 반영하지도 않지만 이처럼 행정부가 사법 판단에 개입하려고 할 경우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한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굉장히 이상하게 보인다. 마치 행정부가 사법 판단에 개입하라는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은 그야말로 일본적인 사고다.

이런 설명을 했더니 “아, 다르군요” 하더라. 그런데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 자기중심, 자기식 대로 생각하는 그리고 그것을 전체로 해석하는 이런 경향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 민족마다 특성도 있고 다 그런데 어쨌든 제국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대체로 그렇다. ‘미국 예외주의’처럼.

키신저는 ‘중국 예외주의’라는 말도 썼는데 중국도 다른 나라가 하는 건 아주 냉정하게 보지만 자기네가 하는 건 다 합리화시킨다. 일본도 그런 잔재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네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 적어도 식민지 피해국가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네 입장에서만 판단하려고 하는 그런 데 굉장히 젖어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사람들은 ‘한국의 민주당은 반일, 국민의힘은 친일’ 이런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내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에 이른 것은 사실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하고 일왕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더 결정적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에 반일‧반파쇼 전쟁승리 기념식장에서 천안문 망루에 올라간 부분이다. 오히려 진보 정부에서 보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서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일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친일, 반일 프레임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 시각으로, 그 잣대로 보기 때문에 사실 문재인 정부 때 한일 관계가 어려웠던 상당 부분은 일본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현안은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집행을 연기해 주고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3~4월에 일본을 방문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그래서 일본을 먼저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구상인 것 같다.

그 배경을 보면 우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시기가 올해 여름 이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정부는 그 이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만약에 오염수 방류가 일어났을 때 한국 내 반일 여론들이 고조될 수가 있기 때문에 이걸 피하려고 굉장히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현재는 이른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이라는 안을 가지고 지금 일본 측과 세부 조정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이것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기금을 가지고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돈을 대신 지급하는 것인데, 다만 일본 정부의 사과와 성의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아직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에서는 지원재단을 통해서 지급하려면 법적 채무자인 일본기업이 지원재단에게 대신 변제해달라는 의향서 내지는 채무 인계서 이런 걸 써줘야 하는데 그걸 과연 미쓰비시나 신일본제철이 쓸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배상 책임을 지운 판결을 인정한 것으로 될 테니까.

■ 핵심적인 내용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실제 전범 기업들의 구체적인 배상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에 논의됐던 ‘대위변제 방안’은 강제동원피해자인 채권자가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산됐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채무자가 그 방안에 의향서를 제출해야 되는데 채무자인 일본 전범기업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 문제다.

지원재단이 자신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건 일본으로선 고맙겠지만 그러한 사실에 동의를 안 하면 여전히 일본 전범기업들의 채무는 남아 있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본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본기업들이 의향서를 내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럴 경우에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본의 우익 집단들의 싱크탱크에서는 일본 전범기업들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방식이 이루어지면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이 통용되겠지만 만약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결국은 다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나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보장을 받아라’ 이렇게 요구를 하고 있다. 마치 지난 한일‘위안부’합의 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더 이상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에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굉장히 굴욕적인 외교가 될 수 있고, 제2의 ‘위안부’합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지금 양쪽 다 문제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법기업이 뭔가 써줘야 되는데 쓰느냐 문제가 있고, 일본 쪽은 설사 해결했다 한들 한국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서 또 뒤집으면 하나마나한 일이 된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그런 거다. ‘위안부’합의도 처음에 그 자체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검토해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지만 결국은 문재인 정부도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그런 걸 노리는 거다. 그러니까 설사 한국 국내적인 부담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지만 적어도 일본한테는 다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하는 게 일본 측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우리의 경우는 새로운 ‘고노 담화’라든지 ‘무라야마 담화’, 기존에 있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나왔던 사죄 발언, 이런 내용들로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표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기존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정도로 해서 그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도 이견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의 아베 정부가 사실상 무라야마 담화라든지 고노 담화를 무효화하는 성격의 내용들을 계속 발표했기 때문에 새로운 담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기존 담화가 공식적으로 파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기존 담화를 계승한다’ 이런 정도로 하려고 하는 게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어쨌든 아직 디테일한 건 남아있지만 큰 틀에서는 상당히 접근했다고 볼 수 있겠다.

■ 그렇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촉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서 일본이 어느 정도 화답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실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일정 정도의 돈을 내놔라. 또 하나는 전범기업들이 직접 내놔라. 일본의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이 대신 지급하는 건 받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반면에 일본은 내놓더라도 이것이 배상금 성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왜냐하면 만약에 배상금 성격의 자금이라고 한다면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 이행의 성격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는 형식을 갖추고 싶어 하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윤 정부가 동의한다면 이 정부 기간에는 통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법원 판결은 아직 이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에 따른 위로금 지급의 경우도 이번에 재판에 참여했던 30여 명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 재판에 참여하지는 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불공정성을 제기하면 또다시 소송이 제기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이번에 합의하더라도 일회적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사실 신일본제철하고 미쓰비시 두 군데에 관련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내용이다.

□ 외교부 출입하면서 보니까 국장급 협의에서는 이야기할 거 다 했고, 이견이 확인됐고, 결국 고위급에서 정치적 타결을 하고,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결국 정치적 합의와 피해자 설득 두 가지로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면 정치적 합의라는 건 어느 정도는 일본측에 양보를 한다는 뜻 아니겠나?

■ 그럴 것이다. 합의 내용에서 우리가 양보하는 대신에 일본 기시다 정부가 어떤 새로운 담화 형태를 통해서 포괄적인 식민지배를 사과하는 게 필요한데, 현재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사실 그런 동력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만약에 그런 것도 없이 합의한다면 상당히 큰 반발이 예상되는데.

■ 큰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관련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이라든지 시민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는 5년짜리고 자기 치적을 내세우면 좋겠지만 박진 장관은 정치인이지 않나. 장관직 해봐야 1,2년일 거고 이런 데 서명을 하면 상당히 부담이 클 텐데.

■ 그래서 아마 외교부에 있는 관료들도 그렇고 박진 외교부 장관도 완전한 타결 형태로 해서 정상회담에 임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꾸로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면서 공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마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실무 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끝내고 만나야 하는데 끝까지 합의가 안 되다 보니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담판짓도록 했다, 하지만 이게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의 위기를 가져왔다. 그래서 어떤 형태든 간에 실무적으로 먼저 합의를 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교체하고 싶어 한다는 전언도 들리고 외교부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 지난달 16일 일본에서 국장급 협의를 하는데, 원래는 거의 합의가 된 것처럼 얘기를 했는데 막판에 가서 갑자기 우리측이 ‘성의있는 호응조치’를 얘기하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경단련 방식이 아닌 전범기업들의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바람에 일본 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거의 일본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처럼 하다가 뜻밖에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하고 그걸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외교부가 국내의 강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장관을 포함해 실무선까지 외교부가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 외교부는 박진 장관이 책임자인데.

■ 박진 장관과 조현동 1차관, 서민정 아태국장이 어쨌든 책임자인데,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건 박진 장관이다.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진 장관도 고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전에 윤병세 장관만 해도 전문 관료이기 때문에 그걸로 끝나는 거지만 박진 장관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국민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판 인태전략, “반중전선에 편승,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오른쪽 흰색 상의)와 코로나 관련 협의를 갖고 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오사카 주재 여러 나라 공관 중 위상이 높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오른쪽 흰색 상의)와 코로나 관련 협의를 갖고 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오사카 주재 여러 나라 공관 중 위상이 높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 최근 들어서 일본이 북한하고 상당히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예전에는 북일 관계 개선도 이슈였다. 최근 기류는 어떤가?

■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얘기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에 있었던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제의하면서 ‘관계 정상화 용의’가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은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대중(對中)전선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오는 미사일과 같은 안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발언이나 대화 제스처는 진정성이 있기보다는 하나의 어떤 상황 관리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 실제로 일본 내부 분위기는 북한에 대해서 험악한가?

■ 삭막하다. 특히 일본 내에 있는 총련 또는 조선학교에 대한 탄압, 차별은 심하게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너무 북일 관계가 나쁘고 또 총련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탄압이 심하다 보니까 오히려 “북한에 대한 통로가 막힌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아주 작게 들릴 수밖에 없다. 대체로 북한에 대한 강경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 그렇다면 당분간 북일 관계를 크게 염두에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그렇다. 크게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 한반도에서 지금 미중 패권 경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미동맹 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달리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그동안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래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외교는 한편으로는 한미동맹, 서방을 겨냥한 외교와 또 한편으로는 북방정책이라고 하는 주로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좀 더 넓게 본다면 중국도 포함하는 북방외교 두 갈래로 이어져 왔다.

반드시 균형외교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한미동맹의 비중이 더 크고 북방외교라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전략적 협력관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북방외교, 특히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외교는 굉장히 체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북방 정책과 신남방 정책을 취해서 한미동맹 위주에서 이제는 아세안이라든지 인도로까지 우리의 외교 범위를 확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유라시아가 보이지 않는다.

주로 인도‧태평양 쪽으로 치중하게 됐는데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의 핵심은 이른바 ‘아세안의 관점’, 바로 경제 협력이다. 안보 분야는 아세안 10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입장을 취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경제협력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주로 해상 교통로의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얘기는 결국은 우리가 말로는 아세안의 관점을 수용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아세안 관점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이어받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 반중전선에 편승하는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닌가?

■ 우크라이나 전쟁이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전에 터졌다. 그러다 보니까 러시아와의 관계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우리가 더 주의해서 봐야 할 건 중국과의 관계이다.

중국의 경우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작년 10월 한 달 빼고는 계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폭락에 의한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반도체 문제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대중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이것은 어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한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 중국과의 관계가 걱정이다. 그리고 북한은 러시아 편을 들고,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간접적인 제3지대에서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 지금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로 굉장히 고립이 돼 있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북방 삼각과 남방 삼각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북한으로서는 안보적으로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작년에 있었던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안이나 의장 비난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가 있다.

앞으로도 이런 것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그동안에 추구했던 대북 국제공조가 사실상 금이 갔다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지 않나 생각한다.

□ 지난해 ‘화성-17’형, 미국 본토까지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유엔 안보리의 규탄결의가 안 나왔다. 만약 7차 핵시험을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나?

■ 차이가 있다면, 원래 NPT(핵무기 비확산조약) 조약에 따르면 위반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하기로 이미 국제법상에 규정이 돼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됐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됐든 이 자체는 사실 국제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초기에는 중국 유엔대사가 “이것은 지역 정세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반대 입장을 취했다가 결국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서 북중 관계가 더욱 악화됐고 이런 과정에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재에 동의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는 NPT에 위반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로서 상당히 난처해질 수도 있다.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면서도 핵실험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봐가면서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을 미룬 것 같다.

다만 일부에서 기술적으로만 보면 7차 핵실험이 필요 없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맞춤형 핵탄두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7차 핵실험의 필요성이 있긴 하다.

남북 대화, “공식, 비공식 대화 채널 확보가 중요”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해박하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 - 조천현]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해박하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 - 조천현]

□ 지난 3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보면, 우리 정부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부터 한다 한다 했는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 7차 핵실험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작년에 북한이 핵실험장을 복구한 것은 어떻게 보면 지난 2018년 6월에 있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미국이 계속 깼기 때문에 북한도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7차 핵실험 결단 여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세에 유리한 타이밍을 보는 게 있고 또 하나는 기술적 준비다. 그러니까 핵실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국은 북한이 다종화하고 경량화, 소형화한 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 되기 전에 최종 점검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 준비가 갖춰졌을 때 핵실험을 할 거라고 본다. 이 두 가지가 맞아야 되기 때문에 무조건 올 봄이라든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

□ 작년에 ‘북한 7차 핵실험 임박’으로 ‘장사’를 많이 했지 않나?

■ 그랬다. 작년에는 쏠 거라고 ‘예상’했다기보다는 쏠 것을 ‘기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당시만 해도 윤석열 정부가 초기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었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핵 실험하게 되면 국민여론이 그리로 쏠리게 되어 국면전환에 유리하다는 정략적인 판단이 그런 ‘기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 국내용 필요성도 있었겠지만 한미일 삼각 구도를 구축하는데 명분으로 썼던 것 같다. 북한이 작년에 실제로 군사행동도 많이 했고.

■ 그렇다. 북한으로서는 굳이 핵 실험까지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 어찌됐든 북한이 작년에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고 미국 본토까지 가는 ICBM을 시험발사도 했고, 상황이 바뀌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접점이 없는 것 같다.

■ 내가 볼 때는 현재 비핵화 협상이 중단됐고 재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가 비핵화 협상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대북 억제력을 구축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모색하는 두 개의 노력이 병행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핵무장론이라든지 또는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이런 부분들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서 세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데 하나는 증강된 재래식 전력, 두 번째는 저위력의 핵무장, 세 번째가 고위력의 핵무장, 이 세 가지 케이스가 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핵능력을 고려했을 때는 미국은 확장 억제력 하에서 한국의 대량보복 능력을 키워서 억제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것 같다. 현 단계에서는 3축 체계의 구축만으로도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셋 중 ‘증강된 재래식 전력’에 해당하는 건가?

■ 그렇다.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이 ‘저위력의 핵무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태를 방치하게 될 경우 북한이 실제로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배치하게 된다면 3축 체계와 같은 증강된 재래식 전력 갖고는 핵억제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저위력의 핵무력을 갖춘 현 단계에서 증강된 재래식 전력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되, 북한이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기 이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서 이런 상황 악화를 막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대화 재개를 해야 하는데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 쉽지는 않더라도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미국의 태도도 그렇고 얼마 전에 있었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외교적 노력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 것은 바로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 문제는 실제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지금 흐름으로 봐서는 대북 압박책 위주인데다 북한도 별로 응할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조건, 어떤 과정을 거쳐야 외교적 노력이 가능할까?

■ 내가 볼 때는 현재 즉각적으로 대화를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북한이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말하면 핵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배치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실제로 한미일의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경우도 비공개로 전환해 한다든지 또 3축 체제에 대해서 ‘킬체인’이라든지 ‘참수작전’ 이런 자극적인 용어들을 회피하고 ‘전략적 타격 체제’라고 해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 왔다. 이런 것은 북한 눈치보기라기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서 나온 불가피한 노력이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이런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당장 관건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인 것 같다. 더구나 규모도 더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북한도 상응하는 일을 벌일 것 같고 올 봄의 한반도 위기가 회자되는데 어떻게 보나?

■ 현재 한미군사훈련 자체를 전면 중단하거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제로 북한에 대한 대북억제력이라고 하는 부분이 한미군사훈련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현재처럼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부분들은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난관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탄력적이라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군사 훈련의 축소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조건부, 다시 말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든지 이럴 경우 어느 정도 충분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북한도 어느 정도 도발적인 자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 공식, 비공식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그러나 실제로 보기에는 공식은 당연히 없고 비공식 채널도 안 보이는 것 같다.

■ 그런 것이 당면한 문제다. 사실은 우리가 전쟁 중에도 비공식 채널은 유지가 돼야 되는데 지금 남북 간의 비공식 채널 자체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한반도에서의 안보 딜레마는 이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뭔가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힘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 ‘신냉전과 다극화’에서 활로 찾으려 할 것

[사진 - 조천현]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올해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위기리고 진단하고 우리 정부의 각별한 노력을 당부했다. [사진 - 조천현]

□ 북한을 보면 ‘하노이 노딜’ 이후에 독자노선을 가고 있고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 북한의 현 입장을 어떻게 보는지?

■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2018년, 2019년에 있었던 남북 대화 또 북미 대화 노력이 결코 쉽지 않다고 판단할 것 같다.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 미국은 어떤 대화를 해도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고 지금까지 그렇게 추진해 왔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제재가 계속되는 한 경제회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북한은 오히려 신냉전과 다극화하는 국제정세를 활용해 나름대로 경제 회생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장기전의 관점에서 미국하고 대립하면서도 끊임없이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에 대해서는 100% 신뢰하기 어려운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해서 미국과 정면충돌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및 유라시아 경제연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앞으로 경제 활로를 모색해 나갈 거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단일 경제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거기에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결합된 하나의 별도의 경제권이 만들어지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하나의 이른바 다극화 체제 속에서 안정적인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

□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북한도 어쨌든 남한과 미국과 관계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가 있었다고 본다.

■ 그런 부담이 확 줄어든 거다. 일단 중국, 러시아가 기본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약간의 경계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아예 (미국과) 정면 대립을 하고 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신냉전과 다극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으로선 신뢰할 수 없는 한국, 미국, 일본보다 중국, 러시아나 유라시아 경제연합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가 이란 주적 발언과 대만 해협 발언 같은 상당히 외교안보적으로 개념이 부족한 행보들을 거듭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된다고 보나?

■ ‘이란 주적’ 발언은 어떻게 보면 몇 차례 있었던 외교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국제정치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윤 대통령의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지 전략적 구도에서 나온 얘기는 아닐 것이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하는 입장은 사실은 2021년 5월에 있었던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이미 나온 바가 있다. 그리고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되풀이됐고 작년 5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또 작년 11월에 있었던 한미일 프놈펜 정상회담에서도 모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다 얘기했다.

문제는 작년 12월에 한국판 인태 전략이 발표됐는데 여기에선 한 발 더 나갔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는 표현을 넣어 한국의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다. 대만의 평화와 안전이 단순히 우리의 평화와 안전의 외부 환경이 아니라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만약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만약에 중국의 대만 침공이 일어날 경우 아마 한반도에서 제2 전선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전력이 대만 해협에 집중되는 틈을 타서 한반도에서의 어떤 무력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과 다른 면으로 본다면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서 오히려 먼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여기에 주한미군과 일본자위대의 발목을 잡은 뒤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전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을 때는 굉장한 우리 안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반드시 시정해야 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중국이 거기에 대해서 왜 직접 언급을 하지 않느냐? 중국의 판단으로는 한국이 말은 반중적으로 해도 현실적인 국익을 고려할 때 행동은 말과 일치시키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시 봉합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패권 경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일종의 휴지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휴지기 때가 한반도에 굉장히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본다. 휴지기를 이용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대한 손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면에서 2023년도가 한중 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위험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손보려고 마음먹으면 많은 수단이 있을 것 같다.

■ 그동안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조치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 정찰 풍선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다시 미중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지만,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풀리고 나면 한국과 일본, 특히 좀더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든 손댈 가능성이 높다.

□ 만약에 손댄다면 어떤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 아무래도 지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무역 제재가 있지만 최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인의 중국 입국을 제한한다든지 이런 조치를 연장을 해서 여러 가지 한중 관계에서 특히 경제적인 조치를 통해서 제한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한국이 칩4(Chip4)에 가입을 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거꾸로 중국으로서는 희토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이 2차전지나 반도체에 필요한 희토류를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런 위험성들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진입 횟수를 늘린다거나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선박의 대규모 진입과 같은 회색지대갈등(Gray Zone Conflict)을 야기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회색지대갈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단독역량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 버틸 힘도 없는데 우리 정부가 지금 큰소리만 치고 있는 셈인가?

■ 윤석열 정부가 아직은 말의 단계에 그치고 있으니까 당장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아직은 급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미중 관계가 잠정 봉합되고 한국의 반중 태도가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중국의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군사합의 위반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해도 중국이 중재 역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북한을 두둔한 입장으로 들어설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풀기가 어려워진다. 북한에 대한 통로가 다 막혀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이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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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관련 판결 대통령실 해명에 경향 “수사 가이드라인”

[아침신문 솎아보기] 여야 원내대표 ‘네 탓’ 공방에 중앙 “질 낮은 싸움만 지속”

금리 상승 이자 이익 급증, 은행 1조4000억원 성과급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이 공개된 후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언론들은 판결문 내용을 일제히 기사화했다. 14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관련 내용을 다뤘다.

14일 경향신문은 <“김건희 계좌, 1·2차 작전 활용”> 1면 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직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7차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15일자 아침신문들 1면.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이 특검을 요구하고 나서자, 14일 대통령실은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판결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용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습니다> 제목의 대변인실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다.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48회 등장한다며 마치 범죄에 관여한 듯이 거짓 해석하고 있으나, 48회 모두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돼 있고 차명계좌가 전혀 아니다” 등의 내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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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판결 대통령실 해명에 한겨레·경향 “상식에 어긋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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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비판했다. 15일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진상 규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별다른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했는데, 법조계에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15일자 경향신문 3면.

▲1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도 3면 기사에서 “검찰은 이 사건 고발 뒤 2년10개월이 지나도록 김 여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직접 김 여사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검찰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김건희 해명’, 수사 가이드라인 아닌가> 사설에서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물론 공인이라고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해명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하다니. 법관이라도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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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이어 “이는 검찰을 향한 ‘수사 가이드라인’이자, 여당을 향한 ‘김건희 특검 저지’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2부속실 같은 공적 조직을 통한 체계적 보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외면해왔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도이치모터스 의혹 앞에선 마치 사법부라도 된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통장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을 경우 수사기관이 명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통상적 수사 관행이다. 대통령 배우자라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이 계속 미적거리면 대통령실의 ‘지침’에 따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사설.

▲15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사설.

15일자 한겨레도 <대통령실 과도한 ‘김건희’ 대응, 검찰 수사지휘하는 건가> 사설에서 “지난 10일 판결이 나온 뒤 닷새 동안 대통령실은 세 차례나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반복해 내는 것은 자칫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수사지휘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입장문에 대해 “정작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김 여사가 검찰에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김 여사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여론에는 걸핏하면 ‘가짜 뉴스’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사인 시절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개인 변호인을 선임해 처리할 일이다. 더욱이 남편인 윤셕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함께 일한 후배들이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두루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수사지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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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 ‘네 탓’ 공방에 중앙일보 “질 낮은 싸움만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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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13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최악의 리더십, 최악의 무능 정권” “눈 떠 보니 후진국,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에 대한 총평”이라고 말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내로남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15일 중앙일보는 <원내대표들의 ‘네 탓’ 릴레이... 국회가 이 지경인 이유> 사설에서 “모든 잘못을 상대방에게서만 찾으니 해법도 정반대”라며 “두 사람의 ‘네 탓’ 연설을 들으니 국회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더 명확해진다. 이런 원내대표들이 이끄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질 낮은 네 탓 싸움만 지속하고 있기엔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엄중하다”고 했다.

▲15일자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

▲15일자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내로남불” “무능정권” ... 삿대질하다 끝난 여야(與野) 원내대표> 사설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복합위기 상황인 만큼 여야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했지만 연설의 대부분은 ‘상대 탓과 비난’으로 채워졌다. 적대적 대치만 거듭하는 여야의 실망스러운 모습만 재확인하고 끝난 것”이라며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대통령 탓만 하는 사이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될 주요 경제 민생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회의 책임은 방기한 채 삿대짓만 반복하는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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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이자 이익 급증, 은행 1조4000억원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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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리 상승으로 시중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조4000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향신문 1면 기사를 보면 14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1조193억 원보다 35.6% 증가했다.

▲15일자 경향신문 3면 만평.

이에 경향신문은 3면에 만평을 냈다. 또 사설에서 “금융사들이 혁신 등으로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거뒀다면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근래 금융사들의 수익은 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리 덕에 앉은 자리에서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것”이라며 “금융은 공공성이 강한 정부 면허 사업이다. 은행이 부실해져서도 안 되지만 수익만 좇아 고리대금업자 같은 행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은행 돈 잔치, 은행 탓만 할 수 없다> 칼럼에서 “하지만 은행의 이자 장사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정한 건 금융당국이었다”며 “은행의 이자 장사가 걱정이라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시차를 초래하는 금리 산정 체계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정비한다면서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고 했다.

▲15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이어 “군기 잡기는 그때뿐이다. 은행의 돈 잔치가 마뜩잖으면 금리 인상기에 큰돈을 벌지 못하도록 시장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게 근본 해법이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더 높게 주고, 대출금리를 더 낮게 받으면 이자수익은 자연스럽게 준다.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기존 은행의 특권적 지위를 낮추고 과점적 시장을 경쟁 체제로 바꾸면 은행들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예금이자는 높아지고, 대출이자는 낮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 진입장벽은 아직도 높다. 오히려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역주행을 했다. 예금이자는 뚝 떨어졌고, 예금자의 불만은 고조됐다. 은행들은 덕분에 이자 장사를 할 기회를 또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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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민의 분노, 현실 파악 못하는 대통령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튀르키예 대지진, 드러나는 정권의 무능과 부패

23.02.15 06:46ㅣ최종 업데이트 23.02.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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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예방과 대응은 정치의 첫 번째 존재 이유다. 흔히 민생이 정치 행위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이에 대한 공권력의 역할은 평시적이고 상당 부분 시장 권력과 분담된다. 반면 비상 상황에서 정치 권력에 부여된 역할과 의무는 절대적이며 다른 어떤 사회적 조직과도 분담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국민 인식도 그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창궐과 함께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3.5%가 그에 대한 정부 대처에 관심있다고 답했다.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있다는 답변은 86.4%로 나타났다(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재난이 당장 우리 삶에 미칠 영향보다 그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더 관심이 모인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 인식이  4월 15일 총선 결과에 반영돼 나타났다. 이처럼 재난 시국에 정치권의 대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무엇보다 크고 그만큼 정치권의 역할은 중요하다.
   

▲ 6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규모 7.5에 달하는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EMSC에 따르면 지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라고 EMSC는 분석했다. ⓒ 연합뉴스

 
지진으로 국가 이념이 바뀐 나라

지난 6일 발생한 대지진 이후 튀르키예에 조성된 국민 여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재난 직후 한 현지 언론이 밝힌 것처럼 "국가가 재난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방할 수는 있다." 자연재해에 해당하는 지진의 발생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는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튀르키예가 자리잡고 있는 아나톨리아 지역의 지진 위험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랍-아프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만나는 곳에서 두 판(板, plate)의 충돌이 늘 발생하는 곳으로 대지진의 위험이 어느 곳보다 많은 곳이다. 

1999년에도 아나톨리아 판 서북쪽의 이즈미트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1만 7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의 지진으로 인명 피해뿐 아니라 튀르키예 국가 경제도 치명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국민총생산(GDP) 3.4% 역성장의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당시 튀르키예에서는 부실 공사가 문제가 됐고 정부는 건축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부랴부랴 뒤늦은 조치를 취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후 조사 결과 불법 건축,  기준미달 설계, 자재 횡령 등 수많은 건축 비리가 드러나 큰 규모의 소송과 처벌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사후의 사법적 판단만이 아니었다. 사전에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 구성과 감시 권력은 행정부에 부여돼 있으며 더 엄격하고 철저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됐다. 뒤늦게 '지진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러한 민심은 3년 후 있었던 총선에서 나타났다. 연정을 통해 내각을 이끌던 민주좌파당은 사회 혼란과 경제 수습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려놓았을 뿐 아니라 136석의 제1당에서 단 한 석도 못 건지는 소수당으로 몰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때 정권을 장악한 것이 현재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었다. 2002년 총선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정의개발당이 집권당으로 서게 됐고 그때부터 튀르키예의 국시(國是)는 급격히 이슬람에 기반한 보수주의로 전환된다. 

아직까지도 튀르키예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일궈 놓은 세속주의적 사민주의는 서서히 기울고 보수 이슬람주의가 튀르키예의 20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재난 예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정치권의 무능이 국가 이념의 향방까지 바꾸게 된 셈이다. 
  

▲ 잔해에 깔려 숨진 딸 손 놓지 못하는 아버지 (현지시각)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메수트 한제르씨가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 이르마크 한제르의 손을 붙잡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던 이르마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창문, 벽돌 등 잔해에 깔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 ⓒ AFP=연합뉴스


지진세의 묘연한 행방

하지만 과연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그 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국가를 이끌었을까? 이번 지진 이후 피해 지역의 상당 건물이 최근 20년 사이 지어진 것들이라는 것이 차츰 알려지게 됐다. 내진 설계와 거리가 먼 건축물들이 가족, 친지, 이웃을 매몰시켰다는 사실을 안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지진세 징수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1999년 만들어진 지진세는 당초 2003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징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 세금의 기한을 없애 영구적 세금으로 전환했다. 

튀르키예가 지진 위험 국가였기에 국민들은 지진세의 무기한 징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징수된 세금이 총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진세 징수 후에도 여전히 내진 설계와 거리가 먼 건물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게 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높았던 튀르키예는 한국과 달리 산업구조의 체질 변화에 성공하지 못해 제조업 분야는 여전히 가공조립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물가에 연동하는 명목 GDP는 안정적인 반면 실질 GDP는 국제경제 동향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에도 이렇게 불안정한 튀르키예 경제의 버팀목을 한 것은 건설과 부동산이었다. 환율은 악화돼도 국내 실물 경제가 그럭저럭 유지된 것은 충분한 인구조건 하에 내수 경제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경제의 근간인 건설업이 이처럼 부실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지진세의 묘연한 행방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다. 

이쯤 되면 튀르키예 국민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 '그 많던 지진세는 누가 다 먹었을까' 누가 다 먹어버려서 이 정권은 20년 무병 장수하는 동안 국민은 무너진 잔해 속에 깔리게 됐을까.

더욱이 현지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현 집권 여당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2018년 이후 터키 의회에 제출된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은 총 75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 법으로 공표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념에서 출발한 진보 야당 인민공화당(CHP)은 4년 동안 총 36건의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진보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이 제출한 관련 법안은 17건이었다. 

반면 케말주의 우파 이념의 야당, 좋은당(İYİ)이 제출한 관련 법안은 8건, 극우 성향의 국민운동당(MHP)은 3건을 제출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이 제출한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은 4년 동안 단 한 건에 불과했다. 

  

▲ (이스탄불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돼 입원해 있는 아기의 손을 잡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옆에는 부인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튀르키예 대통령실이 찍어 제공했다. 2023.02.14 ⓒ 연합뉴스


대통령의 엉뚱한 말

최근 낮은 지지율에 고심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5월 14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러 30년 집권을 꿈꿨지만 6일 발생한 대지진과 함께 그 꿈이 수포가 될 수 있게 됐다. 

현실 파악을 못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이런 재난에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이런 말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참혹한 나날을 뒤로하고 국가와 민족의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더 커진 재앙 앞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따로 있는 듯 싶다. "대통령과 정부가 더 철저하게 재난에 대비했어야 했다", "정부는 참혹한 나날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 국민은 화합과 단결을 부탁한다." 

이런 말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대선과 총선을 걱정한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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