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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초라하게 만드는 대통령..."민주주의 퇴행"

[이슈] 용산, 쟁점법안마다 '거부권' 예고... 헌정사상 '재의 가결' 첫 사례 생기나

23.02.24 07:09l최종 업데이트 23.02.24 07:09l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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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2월 21일)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협박에 흔들리지 않겠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2월 22일)


'대통령 거부권'이 가벼워지고 있다. 최근 정가에서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말이 남용되는 탓이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집권여당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야당들은 "입법권 무력화"이자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의 거부권 관련 보도들도 매일 쏟아진다.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혹은 27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통과를 예고했다. 여야 쟁점 법안이지만,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은 손쉽게 해당 법안들을 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자구 심사권한을 활용해 이들 법안을 저지하려 했으나, '직회부' 카드에 막혔다.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회수해 본회의로 바로 상정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역시 정의당과 손잡고 직회부할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해온 법사위마저 저지선이 되지 못하자, 여당이 기댈 곳은 여의도가 아니라 용산이 됐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앞장 서서 거부권 행사를 천명하는 이유이다.

거부권 카드 만지작하는 윤 대통령, 사실상의 선전 포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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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요구권, 이른바 대통령 거부권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이자 최후의 무기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총 66번 발동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회와 갈등을 빚으며 45회나 거부권을 남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후 11명의 대통령을 더 거치면서 21번 발동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통령 거부권은 집권 정부의 이념적 지향성보다는 국회 내 여야 구도에 따라 그 빈도가 결정됐다.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쓰지 않았고,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각 1번과 2번 썼을 뿐이다. 반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행정부를 이끌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6차례,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는 7차례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역시, 지금의 여소야대 국면 탓이다. 야당이 안건조정심의 같은 숙의 제도를 무력화하면서까지 여당을 '패싱'하고 추진한 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을 쓰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은커녕 상임위원회에 법안이 머물러 있는 단계에서부터 '거부권'을 시사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사실상 '해볼 테면 해봐라' 수준의 선전포고다.

야당은 야당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간호법은 지난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여야 공통의 공약이었다. 양곡관리법은 농민 단체의 숙원 중 하나일뿐더러, 노란봉투법을 논의하는 과정에는 애초에 국민의힘이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언제까지 여당의 '지연 전술'에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을 발목 잡힐 수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되어 다수 의석을 점한 원내 제1당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권과 야권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토론과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게 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역시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는 대신, 힘으로 입법부를 맞상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의사당 내 갈등이 용산과 여의도의 갈등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민생을 챙기겠다'라며 임시국회를 계속 열고 있지만, 이러한 대결 구도 탓에 정작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여당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력"이라더니... "사실상 국회 무시 처사"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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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거부권' 언급을 남발할수록, 거부권의 중량감은 떨어지고 정치적 함의는 옅어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력이 있고, 칼을 꺼내서 휘두르면 효과가 떨어진다"라며 민주당의 장관 해임 건의안 발의를 비판한 바 있다. "해임건의안을 전가보도처럼 휘두르면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아지고 자칫 잘못하면 해임 건의가 희화화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는 것. 국회의 고유 권한인 해임건의안에 대해서 '남용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던 여당의 논리가 '대통령 거부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려 보낸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를 거쳐 가결된 사례는 헌정사상 아직 한 번도 없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만 통과된다는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정부의 견제 권한을 입법부가 그간 존중해 온 영향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거부권이 '희화화'된다면, 헌정 사상 첫 사례가 이번 국회에서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169석의 민주당이 무소속 친민주당 성향 의원들, 기본소득당 같은 위성정당 소속 의원들, 그리고 정의당과 손잡는다면 '3분의 2' 벽을 넘을 수 있다. 국회가 재의한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다.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공포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일단락되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까지 쟁점 법안들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며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정치가 실종된 자리를 혐오가 채우게 되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양극화되면서 퇴행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며 "양측이 자신들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국민의힘과 협상을 진행할 생각이 없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강화되면서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특히 "과거 DJ나 YS 같은 전임 대통령들 같은 경우, 여야 경색 국면에서 타협안을 만들어 내거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모습이 실종됐다"라며 "국무회의에 안건이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재의 요구를 운운하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뉘앙스를 계속 풍기는 건 사실상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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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금 절반 비노조 지원에 한겨레 “노조 길들이기”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2.24 07:37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노조 갈라치기 통한 길들이기”

로톡 반대 변호사 단체들 20억 과징금에 언론들 “전문직 기득권 깨야”

24일 대부분의 아침종합신문 1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로톡 탈퇴를 종용한 변호사 단체들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세계일보 등은 정부가 기존 노동조합에 지원하던 국고보조금 절반을 비(非)노조와 MZ노조에 준다는 소식도 1면에 다뤘다. 이에 한겨레는 노조 갈라치기를 통한 길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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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 보조금 절반 비(非)노조 지원에 동아일보 “선정 절차 투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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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 예산은 44억 원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 지원금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에만 지원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두 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 단체(배달플랫폼노조 등)나 MZ노조 등에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24일 아침신문들 1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노동조합 사무실에 회계 장부를 비치했음을 증빙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정부가 올해부터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 방안’은 노동조합 국고보조금 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소수가 가입한 한국노총, 민노총 등 대형 노조가 정부의 지원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지원 범위를 넓혔고, ‘깜깜이 사업’ ‘눈먼 돈’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지원 대상에 대한 선정 기준과 검증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원금 사용 내역 관리도 강화한다. 그동안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고용부가 자체 검증해 왔지만 올해부터 회계 전문기관에 맡겨 검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부 노조에 한해서만 실시했던 현장점검도 전수 점검으로 확대한다.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도 바뀐다. 다른 목적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높았던 간부 교육, 국제 교류 사업은 앞으로 지원하지 않고 취약 근로자 권익 보호, 산업안전 중심 내용으로 재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4일자 동아일보 4면.

이와 같은 지원금 개편에 한국노총은 동아일보에 “회계장부와 보조금을 엮어 마치 노조가 지원금을 부정 유용한 듯 엮으려는 치졸한 계략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받은 돈의 사용 내역을 다 보고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정부는 지원금을 빌미로 노조를 겁박하는 졸렬한 짓을 관두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비(非)노조도 보조금… ‘깜깜이’ 개선하되 ‘줄 세우기’ 시비 없어야> 사설에서 “양대 노총은 국고 보조금 사용 내역은 이미 지원 기관에 보고하고 있으며 조합비로 운영되는 일반회계 자료는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노동조합법이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보존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조합비도 세액 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합비 사용 실태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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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기업에는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회계 자료 공개를 꺼리는 것은 이중 잣대다. 정부의 요구와 관계없이 노조 스스로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이번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4일자 동아일보 사설.

비노조 지원에 대한 선정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노조 가입 비율이 14,2%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을 비노조 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노동 단체가 4400개, 비영리법인이 1130개나 된다. 정부가 지원을 명분으로 노동계를 길들이거나 줄 세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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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체들 지원에 한겨레 “노조 갈라치기를 통한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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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억원의 절반을 양대 노조가 아닌 비노조나 MZ노조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편을 앞두고 ‘노조 갈라치기를 통한 길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정부는 ‘취약한 노동자에게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보조금의 애초 성격과 최근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공세를 고려할 때, 양대노총의 고립을 꾀하는데 국가 재정을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24일자 한겨레 1면.

▲24일자 한겨레 4면.

한겨레는 이어 “노동단체에 주는 보조금은 44억7200만원으로, 양대노총의 한해 예산에 견줘 큰 규모는 아니다. 노동단체 지원 사업은 노동조합이 노동자 권익 보호와 법률 상담, 연구, 교육 사업 등에 쓰는 예산을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해주는 제도다. 보조금을 받는 노조의 사업 가운데에는 조합원 교육 등 조합원을 위한 사업도 있지만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연구 활동처럼 노동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들도 있다. 노조 살림을 위해 주는 지원금이라기보다 노조가 노동자 권익을 실현하는 데 드는 사업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에 가까운 셈이다. 지난해 보조금 35억 원의 대부분은 한국 한국노총이 받았고, 민주노총은 지역 본부 등에서 3억 원 정도 지원받았다. 청년유니온 등 양대노총에 속하지 않은 노조도 일부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새로운 노동단체로 노동부가 꼽은 ‘근로자 협의체’는 법으로 규정된 조직이 아닌 모호한 형태라 예산 지원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한겨레에 “근로자 협의체는 노조처럼 법적인 등록 단체가 아니고 마치 동아리 같은 임의적인 조직이다. 정부가 겉으로 미조직 노동자를 강조하지만 예산을 사용하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식으로 노동자를 갈라치는 데 국가 재정을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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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단체들 20억 과징금에 언론들 “전문직 기득권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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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변호사들에게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각각 10억 원씩 총 20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2014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은 변호사들이 광고료를 내면 사건 의뢰를 요청한 고객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당시 변협은 해당 플랫폼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소개 및 알선’에 해당해 사실상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부터 로톡은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8년 만에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나왔음에도 변호사 단체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24일자 한국일보 8면.

한국일보는 8면 기사에서 “로앤컴퍼니가 법적 다툼에선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변협이 ‘로톡 변호사 징계’를 일성으로 내걸면서 이미 변호사 회원 절반을 잃었고, 막대한 법률 대응 비용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앤컴퍼니는 직원 절반 감원을 목표로 21일 희망퇴직 접수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에서도 철수할 방침이다. 로톡 입장에선 변협 징계 조치를 심의하는 법무부의 신속한 결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 청년변호사는 한국일보에 “변협은 로톡을 반대하는 이유로 변호사의 자본 종속 방지를 들지만, 이미 대형 포털에선 대형 로펌들이 사건을 독식하고 있다. 징계 절차도 독선적이라 변협 행태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4일자 한국일보 사설.

▲24일자 조선일보 칼럼.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지금 거대 노조, 은행, 통신 등을 상대로 ‘과점 기득권’을 허물겠다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의 기득권은 그보다 훨씬 막강하고 노골적이다. 혁신 플랫폼을 막고, 원격 의료를 봉쇄하고, 증원에 결사 반대한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 편익을 가로막는 행동들”이라며 “로톡처럼 개별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한 나 홀로 사투를 벌이기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먼저 나서 전문직종의 기득권을 허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정부가 나서달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늦었지만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IT 강국인 국가에서 법률시장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그때마다 이익 단체와 스타트업 사이의 문제라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 피해는 플랫폼 이용자인 일반인들에게 전가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변협 논리가 맞는다면 그에 맞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라. 그러나 그 반대라면 다시는 이익 단체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의 새싹 같은 스타트업을 이리저리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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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의 날’에 독도 부근서 한미일 군사훈련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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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2/24 09:09
  • 수정일
    2023/02/24 09:0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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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훈련 일자, 한 나라의 그런 행사 고려해 정한 것 아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2.23 09:16
  •  
  •  수정 2023.02.23 10:46
  •  
  •  댓글 1
 
22일 독도 부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탄도미사일방어훈련. [사진제공-합참]
22일 독도 부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탄도미사일방어훈련. [사진제공-합참]

한·미·일이 22일 동해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만이다.

22일 오후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한국 측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측 이지스구축함 배리함(Barry), 일본 측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이 참가했다. 

“탄도미사일 표적 정보를 공유하고,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실시하였다”면서 “한·미·일은 이번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통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대응체계를 더욱 확고히 하였다”고 알렸다.

3국 훈련 자체도 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훈련 시기와 장소다.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최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일본 중앙정부의 차관급 인사까지 참석하여,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제멋대로 바꿔부르고 ‘일본 땅’이라고 우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독도 부근 해상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2일 보도자료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이 열린 동해를 버젓이 “the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표기했다.  

이에 대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2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일본해’라고 표기하였고 아직 그것을 변경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하였다”면서 “한국은 미 측에 그러한 사실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결과를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어제 공교롭게도 일본에서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성준 실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우리 한·미·일이 협력하여서 훈련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훈련)일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요성, 긴급성을 판단하여서 정한 거지 한 나라의 그런 행사를 고려해서 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한편, 한미는 22일 워싱턴 DC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제8차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했다. 한국 측 허태근 국방정책실장과 미국 측 싯다르트 모한다스 동아시아 부차관보, 리차드 존슨 핵·WMD 대응 부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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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방첩사 이틀째 압수수색, 부승찬 “역린 천공 건드려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19일 오후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2.19. ⓒ뉴시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국군방첩사령부의 압수수색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압수수색에 대해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24일 아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전화인터뷰에서 “압수수색이 아직 안 끝났다. 포렌식 확인 작업 등 5~6시간 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부 전 대변인은 최근 출간한 저서에 기록된 내용을 이유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2021년 12월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군사기밀을 수집, 기록하고 이 내용을 책 출간에 포함시켜서 누출했다는 혐의라는 것이다.

그는 군사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두 번, 세 번 읽어도 군사기밀이라 할 만한 것은 없다”며 “군사보안도 다뤄봤고 점검도 나갔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부 전 대변인은 “압수수색을 예측하고 있었다”며 “책을 출간하고 형사고발 됐을 때 군사기밀 유출(혐의)에 따른 저서의 신뢰도 추락 (시도) 등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페이스북에도 이미 기록했다”고 밝혔다. 방첩사의 이례적인 민간인 압수수색의 원인으로 “천공 등 (윤석열 대통령의) 일종의 역린을 건드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방첩사는 전날부터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부 전 대변인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라며 “부승찬 전 대변인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방첩사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권이 있기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3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는 지난해 4월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무속인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사무소를 다녀갔다는 말을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내용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논란으로 커졌으나 대통령실과 정부는 반박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이 다른 빌미를 잡아 부 전 대변인을 압박하거나 사법처리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 
 

“ 이승빈 기자 lsb@vop.co.kr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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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못하면 국민이 한다”… ‘굴욕외교 중단’ 3.1함성 예고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2.22 1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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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주년 3.1절 범시민대회… 양금덕 할머니 ‘평화인권훈장’ 수여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식민지배 사죄배상 촉구’ 집중행동

“양금덕 할머니의 싸움은 13살, ‘중학교에 보내주겠다’는 일제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가셨을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9년 처음으로 일본 재판부에 미쓰비시사를 고발하며 25년의 긴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할머니의 훈장을 빼앗긴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우리 국민 모두의 훈장을 빼앗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훈장을 빼앗은 이유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고, 다시 나라를 팔아먹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할머니의 승리가 곧 우리 모두의 승리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외교 장·차관 회담을 잇달아 진행하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의 기부를 받아 지급)을 추진 중이다. 굴욕적인 정부 해법에 대한 전국민적 반발로 정부가 계획한 ‘설 전 합의’. ‘2월 말 합의’는 파탄이 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5월 초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 전까지 한일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1~2일 인도 뉴델리에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여기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 22일, 외교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 일본 식민지배 사죄배상 촉구! 집중 행동주간 선포’ 기자회견.

굴욕외교에 빠진 정부와 외교부를 대신해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 “일본 식민지배 사죄배상” 등을 요구하며 자주외교·평화외교의 목소리를 터친 건 국민들이다.

지난 1월12일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이 공식화된 후 967개 단체와 3,173명의 시민은 비상시국선언을 내놨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습니다” 1인시위에 전국 각지 598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정부 해법안 폐기 여론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국민 분노에 긴장한 50여 명의 국회의원도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을 결성하며 뜻을 같이했다.

104주년 3.1절을 앞두고 국민 분노와 항의행동은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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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일본과 내선일체” 규탄… 3.1범시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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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윤 정부를 향해 “일본과 한 통 속인 내선일체 정권”이라고 쏘아붙였다.

“전범 대기업이 돈이 없어서 배상을 못 하는 게 아닌데, 제국주의 착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셈임을 뻔히 알면서도 일본에 애걸하는 윤 정부에 분노한다”면서 “박근혜가 강제동원 대법 판결을 막으려던 공작을 그대로 이어받아, 판결은 깡그리 무시하고 국민의 자존감과 나라의 자주성을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배상이 없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적기지 반격 능력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미일 정상회담을 열어 이에 대한 환영 입장을 표했다. 군국주의 부활과 한반도 재침야욕에 불타는 일본,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해 ‘한미일 전쟁동맹’에 목메는 미국을 위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지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반대!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1.12. [사진 : 뉴시스]

이들은 104주년 3.1절을 앞두고 ‘굴욕외교 중단’ 집중 행동을 벌인다.

22일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3,100인이 1인시위를 벌이고, 3월 1일엔 서울시청 광장에서 ‘104주년 3.1절 범시민대회’ 열어 “굴욕외교 중단”의 함성을 높일 예정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도 참석한다.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외교부가 빼앗아 간 국민훈장을 대신해 ‘평화인권훈장’을 달게 된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 오가며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투쟁해 온 할머님의 굳센 모습을 보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양금덕 할머니 평화인권훈장 수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 양금덕 할머니 ‘평화인권훈장’ 추진위원 함께 하기)

앞서, 강제동원 굴욕 해법을 내놓은 외교부는 일본 눈치를 보며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을 취소시켰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달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열린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3.01.17. [사진 : 뉴시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할머니의 빼앗긴 훈장을 되찾고,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3.1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국회에서, 거리에서 ‘굴욕적인 한일합의 중단’, ‘식민지배 사죄배상’을 위한 3,100인 1인시위에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27~28일 양일간 16개 가맹조직이 강제동원 노동자상과 함께 1인시위를 벌인다. 또 한국노총과 함께 3월1일 ‘강제동원 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들과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안 폐기’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습니다.” 시민 598명 1인시위 사진이 담긴 현수막.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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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78명’에 화들짝 놀란 언론

  • 기자명 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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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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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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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임·여성가족부 폐지 논의

종합일간지, 정부에 저출산 대책 마련 요구… “행동으로 저출산 극복 나서야”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합계출산율)가 0.78명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23일 이 소식을 1면에 내걸고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7년 저출산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부위원장을 해임시키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하는 등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평균 1.59명) 중 꼴찌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 16년간 지출한 저출산 대응 예산은 280조 원에 달한다.

▲2월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갈무리.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23일 이 소식을 1면에 내걸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2면 <대책 없는 저출산위, 정부 출범 9개월 만에야 첫 회의> 보도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 모두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도 출산율 상승에 실패한 터라, 윤석열 정부에만 저출산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일각에선 유승민 전 의원 지적처럼 현 정부가 과거 정부보다 저출산 해소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서 “임기 1년이 지나는 윤석열 정부는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프랑스, 일본이 성공한 출산율 반등을 한국이 못 해낼 리 없다. 문제는 지도자의 철학, 의지, 행동”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2월23일 한국일보 2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상징적 장면은 전날 열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의 1차 운영위원회”라며 “저출산 대책 지휘 본부 격인 저출산위가 1차 운영위를 실시한 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저출산위 회의를 주재한 모습과 비교된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로 꼽혔던 나경원 전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해임한 결정 역시 저출산을 대하는 정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3면 <16년간 280조 투입 ‘백약이 무효’…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 강화해야> 기사를 통해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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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3일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국민일보는 “(저출산위는)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나경원 부위원장이 교체되는 등 위원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이에 따라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위원회가 현금지급식의 단기대책이 아닌 고용과 주거, 보육과 교육 등 전 생애를 유기적으로 고려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0.78명까지 추락한 출산율,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에서 “사태가 심각해진 지 오래인데, 정부 정책은 게으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나경원 전 부위원장을 정치적 이유를 들어 해임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그 정도인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임신·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이 입는 불이익, 가사와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문제도 심각한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하는 것도 앞날을 어둡게 한다”고 밝혔다.

▲2월23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 <‘출산율 0.78’ 국가 소멸 위기, 대통령이 나서야>를 내고 “초저출산에 대한 한국 사회의 위기의식은 지나칠 만큼 안이하다”며 “그간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원인과 대책 또한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회복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계속 떨어진다는 건 아무도 근본 원인을 해소할 행동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2월23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국가 소멸의 위기라면 저출산 대책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하지만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관련 정책의 최전선에 서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치를 위한 장식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말 아닌 행동으로 저출산 극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핀란드처럼 미래 이슈를 현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는 국회 미래상임위원회와 같은 시스템적 대안도 적극 생각해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어스테핑 중단 100일 “독백 수준의 일방적 메시지만 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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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의 갈등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한겨레는 4면 <문 닫은 도어스테핑, 편안하십니까>를 통해 “윤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이 공을 들였던 새해 기자회견이나 순방길 기내 간담회 등을 모두 건너뛰며 언론 접촉을 최소화했다. 대신 보수 언론·외신과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고, 공개회의 발언 전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했다고 대통령실은 자평한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이전을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 1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용산시대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2월23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또 한겨레는 사설 <출근길 문답 중단 100일, ‘질문받는 대통령’ 약속 잊었나>를 내고 “윤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쌍방향 소통 대신 독백 수준의 일방적 메시지만 발신해왔다. 언론의 질문 기회는 차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남은 것은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언뿐이다.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한다던 각 부처 업무보고는 윤 대통령의 20~30분에 이르는 장황한 연설로 마무리됐다”며 “출근길 문답 재개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23일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 동성 배우자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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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세계일보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 체계에 어긋나는 위헌적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등법원은 동성 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위헌적 ‘동성 결합’ 건보 인정 판결, 대법원이 바로잡아야>에서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면서 사실혼 관계와 같다고도 하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 판단은 건강보험 취지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함으로써 상위법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며 “재판부가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의 소수자 권리 보호와 법원 책무를 거론함으로써 헌법과 법률보다 판사 개인의 신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가족 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에 섣불리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는 일이다. 건보공단이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세계일보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효정글로벌통일재단 등 통일교 관련 단체들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문사다. 통일교는 보수적인 가족관을 중시하는 등 동성혼을 반대하는 교리를 갖고 있다.

▲2월23일 서울신문 칼럼 갈무리.

반면 서울신문의 박록삼 논설위원은 칼럼 <법 밖의 부부>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가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면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건강보험 외에도 충돌할 법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민연금, 납세 문제, 상속 문제, 병원 보호자권 등은 현실의 높고 낮은 벽”이라고 했다. 박 논설위원은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는 세계적인 추세에 가깝다. 또 다양성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작동 원리”라고 밝혔다.

박록삼 논설위원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등의 동반자등록법 형식 동성혼 합법화를 비롯해 아시아의 대만과 일본 24개 지자체 등의 사례가 있다”며 “우리가 허락해 주거나 동의해 줄 영역의 문제가 아님을 뜻한다. 이것을 선제적으로 개선해 갈 것인지, 아니면 항소와 많은 법적 쟁송 뒤로 미뤘다가 바꿔 나갈 것인지만 남은 셈”이라고 했다.

▲2월23일 경향신문 10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0면 <“동성혼 인정 판결 기다리기보다 입법적 대안 시급”> 보도에서 “‘혼인’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변경이 관건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며 “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입법적·행정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성소수자가족구성원네트워크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한 가족구성권 보장,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2월23일 파이낸셜뉴스 사설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한상혁·전현희에 “자진사퇴 선례 남기는 것이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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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과거 정권에서 코드인사로 임명된 두 위원장은 정권이 교체된 만큼 자진사퇴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설 <한상혁 방통, 전현희 권익위원장 그만 물러날 때>에서 “두 장관급 정무직 기관장은 그동안 국무회의 참석과 대통령 대면 업무보고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고도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텨왔다”며 “새 정부와 국정철학이나 정책 노선이 다른데도 임기제를 구실로 자리를 지키는 건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장 본인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은 물론 몸담은 조직마저 만신창이로 만들어 직원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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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선소→건설사 관리직→건설노동자, 그가 말하는 ‘건설노조’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④] 30대 청년 건설노동자 제치성 씨 “건설노조는 제게 하나뿐인 희망”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① [인터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비정상적 건설업계 놔두고 노조만 때려잡나”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원인은 건설사에 있는데 노조만 때리는 정부
③ 건설현장 고용문제 외면한 정부, 대신 나선 노조에 이제 와서 “조폭”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청년 건설노동자 제치성 씨가 18일 서울 중구 서울역 근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18 ⓒ민중의소리

30대 건설노동자 제치성 씨(34)의 바람은 소박했다. 안전하게 일하고, 월급이 밀리지 않고,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일터. 조선소 하청노동자로, 건설사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겪은 '아픈 경험'들 때문이었다.

"곪을 대로 곪은 상태"였던 제 씨의 삶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만나면서 달라졌다. 올해로 5년 차 건설노동자인 그는 건설노조를 "하나밖에 없는 희망"이라고 얘기했다.


 

저임금에 임금체불까지 있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 생활,
'기회'인 줄 알았던 건설사 관리직도 절망적이었다


제 씨는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23살의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컴퓨터 공학도였던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로 일했다. 용접 가스에 중독돼 응급실에 실려 가고, 밀폐된 곳에서 작업하다 기절하기도 했다. 훈계라는 이름으로 온갖 폭언과 폭행도 시달렸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그가 받은 월급은 200만원 남짓. 설상가상 조선업 불황기가 시작되자 이 적은 임금마저 받지 못한 달이 늘어났다.

"같이 일하던 형님들도 '3개월이 넘어가면 회사가 망했다고 봐야 한다, 접어라'고 하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었죠. 다른 조선소에 경력직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아버지가 하시던 옷 수선 가게를 물려받을지. 당시에 부산이나 경남에도 일할 곳이 없었거든요. 주변에 300만원을 버는 친구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러다 군대 선임이 '나랑 건물 지을 생각 없냐, 아버지가 소장이니까 일 배우기 쉬울 거다'라고 제안해서 바로 정리하고 올라간 거죠."

제 씨가 새롭게 일하게 된 곳은 경기도에 위치한 한 전문건설업체 회사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 도면을 그리고, 건설노동자들의 근태를 관리·감독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건설노동자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평균 데이터를 뽑고 평균 작업량에 미치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를 채근했다.

제 씨가 처음부터 노조에 우호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제 씨가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관리하는 시공팀이 어떻게든 공사를 빨리 마쳐야 한다. 제 씨는 현장에서 주로 건설노조 조합원들로만 구성된 일명 '노조팀'을 담당했다. 노조팀이 집회라도 열 때면 '일 좀 하자'고 멱살 잡고 싸우는 게 제 씨의 역할이었다.

"건설사에서 일할 때는 노조가 집회하고 있으면 욕도 하고 심하게 대했죠. 저는 회사에서 어떻게든 자리 잡아야 했던 때였거든요. 나중에 들어보니, 노조팀이 저를 부르던 별명이 '미친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악랄하게 일을 시키고, 집착적으로 괴롭히는 관리자가 없었다고. 지금은 부끄러운 흑역사죠."

당시만 해도 제 씨는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과장'이라는 직책에 오르면 넉넉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 자리는 제 씨가 건설노동자를 쥐어짜고, 회사는 제 씨를 쥐어짜야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제 씨의 희망이 산산조각이 난 순간이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는데 갑작스러운 하혈로 수술을 해야 했어요. 회사에 급하게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네가 꼭 가야 하냐. 일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거였어요.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고 '회사를 그만두고 가겠다'고 하고 나왔죠.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제시간에 도착을 못 해 수술 날짜도 미뤄졌어요. 이후 다시 출근했는데 '네가 그러니까 아이가 잘못됐다'면서 듣기 힘든 말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 씨는 '과장'이라는 자리만 바라보면서 참았다. 마음속으로 "조금만 버텨보자"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때도 노조팀을 관리하던 중이었는데, 회사는 '왜 작업자들을 제대로 컨트롤 못 하냐', '물량이 왜 빨리 안 나오냐'고 다그치더라고요. 당시 노조팀장님은 제가 회사 문제로 힘들 때마다 제 하소연을 다 들어주셨던 분이셨어요. 사석에서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좋아했던 분이었고요. 그런 분에게 차마 그렇게 하기가…. 명절에 고향으로 내려가 회사를 관둬야 할지 고민할 때 노조팀장님이 제가 걱정되셨는지 '명절 잘 쇠고, 올라오면 술 한잔하자'고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잡았죠. '저 노조 들어갈게요. 팀 한자리만 알려주세요. 바닥부터 일하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바로 건설노조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관리직에서 현장 노동자로 전환해 일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형틀목수로 처음 건설현장에 발 들인 제 씨는 "내가 목수 망치질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동료 건설노동자들의 응원과 도움 덕분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제 씨는 고마워했다. 그는 어느덧 한 팀을 운영하는 '팀장'을 맡을 정도로 건설기능인으로 성장했다.


 

열풍기 쟁취하고, 쉼터·화장실 개선까지
위험하고 불합리한 건설현장 바꾼 건설노조


비계공인 건설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자료사진. ⓒ건설노동자 제치성 씨 제공

제 씨는 '비계공'이다. 비계란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이다. 건설현장을 보면 쇠 파이프를 가로세로로 연결해 건물 외벽을 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구조물을 설치하는 게 비계공이 하는 일이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로 꼽힌다. 힘이 필요한 일이 많아 여러 공정 중 청년 건설노동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형틀목수였던 제 씨가 비계공으로 공정을 바꾼 이유는 위험하고 불합리한 공정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비계공이 모인 '시스템팀'은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팀'으로 구성돼 있어, 사측의 부당한 작업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게 제 씨의 설명이다. 

제 씨는 한 예로, 실제 일반 비계공들이 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는 한 노동자가 본인 키의 4배가 넘는 쇠 파이프를 연결해 들고 휘청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현장 용어로는 '지주 꽂기'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사람 키만한 기둥 4개를 높이 연결해 이동하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아슬아슬해 보였다.

"17지주(1m 70cm 쇠기둥)라고 불리는 걸 4단, 5단씩 이어서 들고 중심 잡으려 비틀거리면서 일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헤드라고 불리는 고정장치가 떨어질 때도 많아요. 운 좋으면 쇄골 골절로 끝나고요, 최악의 경우는 팔을 못 쓰게 됩니다.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위험하게 일해야 할까.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건설사의 압박 때문이었다.

"이렇게 일하면 위험하단 걸 모두 알고 있죠. 그런데 건설사는 '며칠 안에 끝내라'는 식으로 통보하니까, 노조가 아닌 일반팀은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오히려 건설사가 '기한을 맞추면 내가 단가를 올려주겠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한 층에 4세대가 있는 아파트 한 동을 기준으로 보면, 이 구조물을 설치하기까지 보통 4~5일 정도 걸려요. 그런데 일반팀에게 이틀 만에 끝내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노조팀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2단까지만 연결해서 하자고 요구합니다."

제 씨는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의 문화를 많이 개선해오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번 겨울에 벌어진 일이었다. 체감온도 영하 21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찾아온 날, 손이 오므라들지 않을 정도로 추웠지만 현장에는 난로 하나 없었다. 노조팀이 "이 추운 날 다 죽으라는 것이냐, 열풍기라도 달라"고 요구하자, 사측은 '이미 현장에 다 지급했다'며 회피하기만 했다. 사측이 지급했다는 열풍기는 건설노동자 몫이 아닌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열풍기뿐이었다.

노조팀의 거듭된 요구에도 사측의 무시는 계속됐다. 결국 건설노조 경기지부의 노동안전위원들이 건설사와 협상하면서 열풍기를 하나씩 확보하기 시작했다. 비조합원으로 구성된 일반팀 건설노동자들도 "노조팀 덕분에 우리가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쉼터나 화장실 문제도 이렇게 하나씩 개선해가고 있다. 건설현장이 개설되면 쉼터나 화장실 문제가 자주 불거진다. 열악한 시설도 문제지만 개수도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노조팀이 나서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실제 개선까지 이끌어낸다.

이런 사례는 '건설노조'라는 이름으로 뭉치고, 싸워서 만든 변화였다. 특히 제 씨는 단체협약을 통해 보장받게 된 '유급휴일 보장'에 대해선 "혁명 같은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반 회사원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명절이나 민방위·예비군 소집일도 유급휴일이 적용된다는 사실이요. 그런데 저한테는 혁명과도 같았어요. 여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돈을 못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건설노조가 단협을 통해 만들어 준 거죠. 물론 하루 일당도 저에겐 큰돈이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던 건 '다른 사람들처럼 기본적인 존중을 받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일터서 쫓겨나는 건설노동자들,
"건설사들만 날개 달았다…윤 대통령, 생각 좀 깊게 하고 말하길"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청년 건설노동자 제치성 씨가 18일 서울 중구 서울역 근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18 ⓒ민중의소리

최근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선봉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건설노조를 악마화했다. 지난 21일에는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행위"라며 노조와 청년세대를 대립 구도로 몰아갔다.

제 씨 역시 자신의 또래들이 건설현장에서 더 많이 일할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는 청년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노조 기득권이 아니라 건설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현장에서 이를 개선해가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었다.

"보통 대학생들이 방학 때 인력사무소를 통해 건설현장에서 일하기도 해요. 제가 한 번씩 물어봐요.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임금 수준이나 일만 보면 할 만한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거예요. 그런 환경을 개선하는 게 건설노조가 현장에서 실제 하는 일이죠."

이전까지 청년 건설노동자들은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전세자금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사들이 일용직인 건설노동자를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건설노조 청년 조합원들은 2019년 '청춘버스'를 운영하고, 건설근로자공제회를 찾아가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노동자 공제 사업과 고용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다.

정부는 그제야 움직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퇴직공제금 적립내역서'를 건설노동자의 '소득 증빙서류'로 인정해 대출 이용에 제한이 없도록 은행과 협의한 것이다. 그러자 바로 다음 해인 2020년부터 건설노동자도 은행에서 원활하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 씨는 이 일을 노조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았다.

최근 현장에서 청년 건설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건 다름 아닌 정부다. 제 씨는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 탄압이 시작되자 건설사들은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건설노조 조합원 채용을 거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제 씨는 지난 18일 서울역에서 열린 청년 건설노동자 집회에 참석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한다"는 피켓 문구를 적었다. 

"정부 탄압이 건설노조에만 집중돼 있으니까 건설사들은 날개를 단 격이에요. 요즘에는 노조와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요. 보통 겨울에는 건설현장이 많이 쉬다 보니까 노조팀 중 많으면 10개 팀 정도가 (일이 없어서) 쉬고 다른 팀에 지원 나가는 식으로 버텨왔는데, 이번에는 형틀팀 기준으로 30팀이 놀고 있어요. 노조팀을 안 쓰고,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상황이 더 심해진 거죠."

제 씨는 '노조가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 간다'는 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윤 대통령에게 청년은 누구냐고.

"건설노조는 이제 저에게 희망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희망.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과 불안전한 환경 모두 노동조합이 바꾸고 있어요. 지금까지 방치했던 건 정부였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건설노조가 귀족 노조라고요? 청년 희망을 뺏어간다고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저도 청년입니다. 생각 좀 깊게 하고 말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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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출산율 0.7명대까지 추락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23 08:45
  • 수정일
    2023/02/23 08: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작년 한국 출산율 0.78명…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쳐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2.22. 15:04:58 

 

우려했던 대로 한국의 출산율이 0.7명대까지 떨어졌다. 인구 동태가 재앙적인 붕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자료를 보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의 예상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1명대가 붕괴(0.98명)했다. 이어 2020년 0.8명대(0.84명)로 떨어졌고,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꼴찌이자,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내내 OECD에서 출산율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출산율, 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쳐 

 

통계청의 참고 자료를 보면,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이다. OECD에서 한국처럼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회원국은 없다. 

 

통상 국가가 인구 구조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명은 돼야 한다. 부부가 2명의 아이를 낳으면 재생산 수준이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상 합계출산율이 1.8명대까지 내려가면 국가적 문제로 취급된다. 

 

OECD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일본에서는 초소자화로 지칭)길목에 들어선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절정을 향해가던 1989년 출산율이 1.57명까지 떨어지자 이를 '쇼크'(1.57 쇼크)로 규정해 본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일본은 출산율이 2005년 1.26명까지 내려가 국가 붕괴와 지방소멸이 국가적 화두가 됐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상황도 지금 한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한국의 연도별 합계출산율. ⓒ통계청 

서울이 꼴찌, 세종만 1명 넘어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서울이 0.59명을 기록해 전국 시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0.6명대 이하의 시도 지자체는 서울이 유일했다. 서울로의 인구 유입은 계속되지만 삶의 질이 떨어져 인구 재생산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세종이 출산율 1.12명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시도 지자체에서 출산율이 1명을 넘어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강원과 전남(이상 0.97명), 경북(0.93명), 제주(0.92명), 충남(0.91명)이 0.9명을 웃돌아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였다.

 

출생아 수를 보면 지난해 총 24만9000명의 신생아가 탄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만1500명(4.4%) 감소한 수치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 출생률은 전년 대비 0.2명 감소한 4.9명으로 집계됐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전년 대비 0.2세 오른 33.5세였다. 산모의 연령별 출산율은 30대 초반 73.5명, 30대 후반 44.0명, 20대 후반 24.0명 순이었다. 전년 대비 20대 후반이 3.5명 감소하고 30대 초반은 2.6명 감소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산모의 고령화 현상이 지난해에도 역시 이어졌다.

 

▲OECD 회원국의 출산율 통계. 한국은 부동의 꼴찌다. ⓒ통계청

 

인구 감소 3년째 이어져 

 

급감하는 출생아 수로 인해 인구의 자연 감소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인구는 전년 대비 12만3800명 자연 감소했다. 2020년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관측된 후 3년 연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2020년 3만2000명이던 자연 감소 규모는 다음해 5만7000명이 돼 두 배가량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증가세가 두 배를 넘었다. 

 

이 같이 엽기적이라 할 만큼 빠른 인구 감소로 인해 한국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히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이미 지난 2006년 한국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고 전망했다.

 

▲22일 통계청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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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위기로 가는 중... 국민들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창간 23주년 기획]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에게 듣는 검찰위기론

23.02.22 13:52l최종 업데이트 23.02.22 20:14l
사진·영상: 이희훈(lhh)

그래픽: 이은영(ohmyey)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런 식이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또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을 지낸 김남준 변호사가 2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내부적으로 검찰이 위기라고 스스로 인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저런 식으로 권한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남준 변호사의 진단이다. 위기론의 근거는 '국민들 눈에도 점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지금 검찰은 정권의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하고 있다"면서 "검찰과 여권이 한 몸인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뿐 아니라 1기(위원)에도 참여했다. 그 기간이 정권 초반 박상기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조국 장관을 거쳐 중반 추미애 장관 시기까지 걸쳐 있다. 그 이전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아 정책을 구상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다. 검찰개혁에 대한 고민의 뿌리가 꽤 깊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정책을 '권고'하는 역할까지만 했지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문 정부의 검찰개혁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면서 그가 내놨던 여러 개혁안들이 "어떤 건 무시되고, 어떤 건 쪼그라들고, 제대로 된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그 결과보고서를 들고 서울 서초동의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여론조사에 담겨있는 민심을 같이 해석하는 한편, 검찰개혁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과거를 평가하며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또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문 정부 검찰개혁의 교훈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시기의 문제, 다른 하나의 내용과 방식의 문제. 지금부터 일문일답을 통해 검찰개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자.

"윤석열 정부 검찰, 피아 구분해서 수사하는 게 눈에 보여" 
 
2022년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 2022년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창간 23주년 기념 국민인식 조사에서 검찰에 대한 독립성, 중립성, 신뢰성 모두 부정 평가가 과반 이상 높게 나왔다.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더 좋아졌냐 나빠졌냐고 물었을 때도 역시 더 나빠졌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다. 이 결과를 총평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본적으로 검찰 조직이 전 정부 조직을 장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선택적 표적 수사가 굉장히 심해지지 않았나. 과거부터 검찰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았던 것에 더해 최근 현상적으로 드러난 부분으로 인해 구조적인 것까지 잘 모르던 국민들도 점점 판단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본다."

- 이론적으로는 독립성, 중립성, 신뢰성이 서로 연관 있을지는 모르지만 각각 고유 영역이다. 예를 들어 독립성이 낮다고 해도 신뢰성은 높을 수 있고, 중립성이 높다 해도 신뢰성이 낮을 수 있고.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도, 결과를 보면 세 가지가 마치 한 영역처럼 숫자가 비슷하게 나왔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독립성, 신뢰성, 중립성을 한 덩어리로 생각하는 듯하다. 굳이 구분하지 않고 검찰의 전체적인 인상에 대한 평가한 것 같다." 

- 여러 문항 중 그나마 가장 긍·부정이 비등한 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과잉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느냐 아니냐는 건데, 그것 역시 검찰에 부정적인 의견이 53.5%로 절반 이상이다(비공감 43.1%).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 초반에 실시된 정치권 수사는 전반적으로 국민적 지지가 꽤 높았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 정치자금 수사 같은 경우는 '국민 검사'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새로 출범한지 1년이 채 안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예를 잘 들어줬는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한 대선자금수사 같은 경우는 목표가 어디였나. 모든 정치권의 잘못된 점이었다. 즉, 여야 피아 구분 않고 정치권 전체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사는 어떤가. 정적 제거라는 게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지금은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 검찰이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한다?

"그렇다. 검찰이 정권의 피아를 구분해서. 그렇기에 편파적이란 인식이 분명히 국민들에게 있는 거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 전체적으로 검찰에 대한 평가 수치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부정 평가 수치와 규모가 비슷하게 나온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한국 사회에서 진영 논리가 굉장히 강화되는 측면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정치권과 검찰 인기도가 다른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운명공동체처럼 국민들이 인식하는 것 같다."

-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검찰에 대해 사람들은 정치권과 달리 그래도 불편부당하고, 공정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공정한 척이라도 하든가, 또는 정치 논리에서 한 발 떨어져 법률 논리에 따라 움직이든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온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서서 정치의 주체가 된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 검찰과 정치는, 특히 여권과는 한 몸인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동조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검찰총장 대통령 시대'의 역설

- 그렇다면 지금 검찰이 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나. 

"내부적으로 검찰이 위기라고 스스로 인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정권 초반이고, 아주 강력한 수사력을 가지고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외부에서는 저런 식으로 권한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지식인층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다."

- 위기로 가고 있다?

"그렇다."

- 좀 아이러니하다. 검찰총장 출신이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검찰은 위기로 가고 있다. 그동안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검찰 측 논리는 '정치권력이 너무 간섭하고 부당하게 이용하고 그래서 검찰이 위기가 오는 거다. 우리 간섭하지 말고,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다 주고, 수사지휘권 같은 거 폐지하고, 그렇게 우리를 가만히 놔두면 굉장히 잘할 거다' 이런 거였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주장했던 조직의 수장 출신이 대통령인데 검찰은 위기로 가고 있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안하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두 가지 다다. 우선 대통령 자신이 검찰 출신이니, 그 검찰을 이용해서, 정치를 검찰을 통해서 하는 상황 때문에 오히려 검찰이 더 정치를 하게 되는 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건 특수한 상황인 거 같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검찰과 정치가 더 유착되는 특수한 상황.

특수성을 벗어나 보다 일반적으로는, 검찰의 그 논리 자체가 틀렸다.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성을 가진 정치권력이 관료권력을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다.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 말이다. 그런데 검찰의 논리는 잘못하면 민주적 통제를 안 받아도 우린 잘 할 거라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검찰처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수사 인력도 가장 많은 관료 권력이 아주 독립이 돼버리면, 통제 불가능한 권력이 된다. 검찰의 논리는 전형적인 기득권 카르텔의 논리다. 점점 엘리트 카르텔화, 기득권 카르텔화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제일 조심해야 되는 논리다."

- 검찰이 위기인 근본 이유는 정치권력의 개입이나 유착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검찰 권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너무 강한 힘, 그게 더 문제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희훈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지난 정부의 법무·검찰 개혁 작업에 일정 정도 관여한 사람으로서 평가하기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성공했나, 실패했나.

"나는 실패했다고 본다."

- 왜 그렇게 평가하는가.

"음... 일단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목표, 즉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볼 때 검찰이 정권을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제도적 개혁은 후반부에 검찰이 두 가지 영역 정도, 부패와 경제 범죄 정도만 수사하는 식으로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현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통해서 어쨌든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하려면 다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달성한 부분이 너무 적다.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의 대답은? ⓒ 이희훈
 
- 노력했으나 절반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

-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지금 국민의 60% 가까이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결국은 권력 기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생겨났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 지금은 법 조문의 '등' 자 해석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부당한 시행령 통치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검찰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계속 공론의 장에 나오면서 제도적으로 검찰의 수사 영역을 부패와 경제 범죄 정도로 제한한 현재 법이 어떤 기준점이 될 것이다."

- 방금 언급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당시(2022년 4월)에는 이미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돼 취임만 하지 않았지 정권이 넘어간 상황인데, 그때 가서야 법을 그렇게 바꾸는 게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한 분들이 어느 정도 목표를 가졌느냐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문 정권 내부의)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원래 목표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범죄) 정도로 줄이는 거였다고. 왜냐하면 해방 이후부터 형성된 긴 사법 제도, 수사 제도를 5년 만에 크게 바꾸는 건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6대 범죄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 정부에서 다시 좀더 정리하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 글쎄 그런데…"

-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수사-기소의 좀더 확실한 분리로 목표를 잡았어야 했다?

"그렇다. 결과론적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서, 즉 목표를 100으로 잡으면 50은 달성할 텐데, 목표를 50으로 잡으니까 아예 제대로 못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되짚어보면 검찰 개혁의 관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글쎄... 수위를 그렇게 조절하는 부분은 나와 의견이 다른 건데 그래도 방법론으로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 2년 동안 적폐 수사를 너무 오래 하니, 검찰 권력이 국민적인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이 생겨버렸다.

또 검찰개혁을 전담하는, 그 일만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던 게 안타깝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한다고 했는데, 인원 자체가 그걸 할 수 있는 인원이 아니었다. 또한 국민들에게 검찰 개혁을 해나간다고 대외적으로 알리고, 내부적으론 그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보였다."

검찰개혁 2라운드의 교훈과 3라운드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
 
 
- 역사적으로 검찰개혁 1라운드는 노무현 대통령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의 교훈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놔주면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개혁될 것이라는, 너무 선의에 기댔다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문재인 정권 때는 검찰개혁 2라운드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교훈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시기다. 우리나라는 소위 기득권 카르텔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권력이 관료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시기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일 경우 초기 2년 정도다. 그래서 일단 초기에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빨리 집행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정쟁화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검찰 안의 검사들 개개인이 뭐 어떻고 저떻고 악마화 하는 식으로 해서는 개혁이 아니라 자꾸 정쟁화 되는 측면이 있다. 플랜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도개혁에 맞춰 가야 한다."

- 남은 제도개혁의 방향은?

"일단 시행령 통치로 무력화 되어있는 수사·기소 분리 부분을 좀더 정확히, 국민들 동의를 얻어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검찰 권력이 계속 강할 거 같으면 공수처를 좀더 키워야 한다. 지금은 너무 약하니까. 그런데 예를 들어 수사·기소 분리가 정확하게 되고 검찰의 권력이 제대로 분산된다면 공수처의 권한도 좀더 조정해야 할 거다. 장기적으로는 공수처가 (기소권은 빼고) 수사만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어쨌든 현 단계에서는 좀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권력기관 전체로 말하자면 자치경찰 부분이 강화되고, 경찰위원회가 좀 실질화되고 하는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권력기관은 정보, 수사, 기소, 재판이 기본적으로 분리된 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

- 수사·기소 분리는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지금 법적으로는 2개 분야 수사권만 검찰에 남아있고, 나머지 수사권은 경찰로 많이 간 상황이다. 정확하게 분리돼야 한다는 것은 중수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중수청을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경찰이 다 수사 하게끔 하거나, 그건 방향을 정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수청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어쨌든 큰 틀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 그런 구도에서는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기소 기관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그렇다."

-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수처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외국에도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하는 기관들이, 예를 들어 영국 등에 있기는 한데, 그런 기관도 언제든지 권한을 남용하기 쉽게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그게 국민 인권을 침해한다고 여겨지는 시점에선 분리시켜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희훈
 
-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검찰 측은, 예를 들어 한동훈 법무부장관 같은 사람은 그럼 수사하지 말란 소리냐,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다, 거대 권력에 대한 수사가 힘들어진다고 반론을 편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기소권까지 가진 검찰이 수사하지 말라는 거다. 다른 기관이 하라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에서 FBI가 힘이 없나? 그런데 FBI는 기소권은 안 갖고 있다. 그렇다고 수사 안 되는 거 아니다. 실제 일할 때는 연방검찰과 협력해서 서로 조정·통제해가면서 한다. 현재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하려고 하는 거다."

-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 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를까? 3라운드가 올까?

"지금 검찰이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마치 검찰공화국인지 제국인지 왕국인지 잘 모르겠는 상황까지 와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이듯이 국민 인식도 더 나빠지고 있다. 결국 선거는 국민의 뜻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창간 23주년 기획] 윤석열 정부 검찰 국민인식조사
[① 독립성] "검찰, 독립적이지 않다" 56.5%... "더 나빠져" 52.8%
[② 중립성] "검찰, 중립적이지 않다" 56.7%... "더 나빠져" 56.1%
[③ 신뢰성] "현 검찰 신뢰하지 않는다" 56.4%... 강한 불신층 46.2%
[④ 검찰공화국·검언유착 공감도] "현 정부는 검찰공화국" 57.5%... "검·언유착 공감" 56.8%
[⑤ 제1야당 대표 과잉수사 공감도] 이재명 수사 과잉? "공감" 53.5% - "비공감" 43.1%
[⑥ 대장동·주가조작 특검 필요성] "50억 클럽 특검해야" 74.4%... "김건희 특검" 60.0%

태그:#김남준, #검찰개혁,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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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경찰 규탄한다”..범국민 농성단원 연행 규탄 기자회견 열려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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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서울역 일대에서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 경찰 규탄한다!” 등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8시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불법연행 규탄! 연행자 석방!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경찰의 불법연행 규탄! 연행자 석방!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행동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전면 거부! 윤석열 타도 범국민 단식농성단’을 꾸린 후 집회신고가 된 숭례문 인근 인도에 농성장을 차렸다. 현재 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21일 오후 4시경 농성장에 필요한 물품을 들이려다 경찰이 이를 가로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하기연 촛불행동 상황실 부실장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연행한 데 이어 이를 말리던 홍덕범, 리무진 씨 등 촛불행동 집행부를 연행했다.

 

이를 규탄하며 먼저 오후 7시 농성장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 농성장 인근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다 같이 촛불행동 관계자들을 연행해간 남대문 경찰서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농성장에 난방과 바닥 정비를 위해 업체와 계약까지 하고 관련 물품을 농성장 인근에 배치해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어떠한 사전 통지도 없이 이 차량을 에워싸고 저희 물품을 내리려고 하는 우리 상황실 상근자들을 강제적으로 진압하고 막았다”라며 “저희가 명명백백하게 말씀을 드렸다. 저희는 인도와 도로를 24시간, 한 달 내내 집회할 수 있도록 집회신고를 내놓은 상황이고 그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똑똑히 얘기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권오혁 사무처장은 “저희가 계속 항의했고 그 과정에 경찰들과 논의를 한 게 있다. 중구청 직원이 와서 설명하기 전까지 물품을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경찰이 그 물품을 실은 차량을 끌고 가버렸다”라며 “지금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다. 저희가 국민이 모아준 그 비용을 가지고 계약한 그 물품을 아무런 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탈해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항의했던 3명을 연행해갔다”라고 말했다.

 

▲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난방비를 올리더니 난방 물품까지 강탈해가는 그런 정권이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젊은 청년들이 갑자기 몰아친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들여오려던 물품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도둑질한 것 아닌가!”라며 “경찰이 어느새 이 나라에 국민의 물건을 훔쳐 가는 도둑이 되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웅 상임대표는 또한 “이와 같은 불법적인 공권력에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이 있다는 것, 이 자체가 바로 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라며 경찰을 향해 매섭게 경고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끝으로 연행자들을 만나고 온 강문대 촛불행동 법률자문단장이 현 상황을 공유하며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른 조치들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볼 때는 위법한 점이 없다. 집회는 정당하고 경찰의 이러한 행태는 법적으로 분명히 단절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촛불행동 측에 따르면 현재 연행자들은 남대문서에 유치장이 없다는 이유로 용산서 유치장으로 이감되었다고 한다. 촛불행동은 다음날(22일) 조사를 위해 남대문서로 다시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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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단독인터뷰①] 1심 선고의 소회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명예회복 다행”

 

  • 발행 2023-02-21 14:25:53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 한동안 ‘마녀’로 살았던 윤미향 의원과 ‘드디어’ 마주 앉게 됐다. 2020년 5월 정의기억연대와 윤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을 때, 윤 의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윤 의원의 여러 혐의가 대부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의원은 1심 판결 후 일주일가량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예전에 인터뷰를 한 번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상기시키자, 윤 의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 제가 아무런 반응을 안 보였죠? 제가 죽을 곳을 찾을 때였거든요.”

    윤 의원은 자신이 속했던 정당도, 자신의 활동을 응원해주던 진보 인사와 언론도, 모두 자신에게 등을 돌렸을 때, 법정에서 고군분투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는 1심 판결을 통해 누명을 벗게 되어서야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30년 동안 거리에서 담대하게 싸워왔지만,
    2년 8개월 간 벌어진 한국사회의 공격은 충격”


    윤 의원이 2020년 4월에 열렸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조선일보는 연일 윤 의원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며 그의 출마를 경계하고 있었다. 윤 의원이 대표로 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연대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신청한 모든 것이 마치 ‘범죄’인양 보도를 하기도 했고, ‘反美(반미) 구호 외친 시민당 비례, 자녀는 미국 유학’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내기도 했다.

    윤 의원이 당선된 직후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내부 갈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그 불씨를 당겼다. 이후 윤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로 지출하고 아파트를 사들였다거나 안성힐링센터에 부친을 형식상 등재해 임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 장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나 피해자에게 화해치유재단 위로금 1억원을 수령하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진 이런 의혹들은 시민단체의 고발과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황당한 내용들이라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걸러져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인 끝에, 2020년 9월 윤 의원과 실무책임자였던 김 모 정의연 이사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7개 혐의로 기어코 기소했다. 나아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공소장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을 통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윤 의원은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이미 ‘파렴치한’이 돼있었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은 당시 상황이 억울한 듯이 말했다. “저에게는 어떤 방어권도 주어지지 않았어요. 일방적이었어요.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기자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그 모습에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윤미향을 공격한 것으로 일단 목표를 달성했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벌였던 그에게 난관은 숱하게 많았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극우세력의 괴롭힘에 늘 시달려야 했다. 국가정보원과 일본 극우세력이 유착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를 왜곡하는데 앞장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윤 의원은 의연하게 싸워왔지만, 최근 겪었던 공격은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가혹했다고 한다.

    “제가 사실은 30년 동안 거리에서 굉장히 담대하게 싸워온 사람이에요.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아도, 바로 눈앞에서 일본 우익들이 막 욕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내가 운동을 하면 받을 수밖에 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우리의 운동이 일본 우익에게 방해가 되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2년 8개월 동안 한국사회로부터 받은 그 공격은 목적이 대체 뭔지 처음에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의혹이 불거지던 초기에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대응했더라면 나아질 수 있지 않았겠나’라는 질문에 윤 의원은 고개를 저였다. “아니요. 사실은 그때 일부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대응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또 일파만파로 논란이 커지니까 대응을 더 할 수가 없었어요.”

    윤 의원은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었던 진보언론마저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내는 것을 보면서, 더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갇히게 됐다. “정의연 후원금으로 딸을 유학 보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보도가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러자 저와 친했던 진보매체의 모 기자가 연락이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딸 유학비가 언론에 보도된 만큼 많이 들지 않았다고 구체적으로 답해줬어요. 그런데 그걸 그대로 기사로 써서 내보내더라고요.” 자신의 해명이 의혹의 근거로 갑자기 바뀌어 언론에 보도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딸 유학비와 관련된 의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성힐링센터 관련 혐의도 언론보도로 시작된 것이었다. 윤 의원은 “그 보도가 나왔을 때 충격이 컸다. 사실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시가보다 비싸게 샀다면서 뭔가 뒷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였어요. 그때는 배임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었어요. 검찰이 주변 사람들을 소환해 물었던 것도 ‘윤미향에게 리베이트를 안 줬냐’는 거였어요. 그런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단체이고, 이사회가 있고 운영위원회가 있고 재정 담당 기구가 있는데 어떻게 제가 현금을 들고 뒷거래를 할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이미 시끄럽게 떠들었으니 검찰 입장에선 뭐라도 잡아 기소를 해야 하니까 엉뚱하게 배임 혐의로 기소를 한 거예요. 그런데 부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산 건 배임이고, 싸게 판 건 무혐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지를 판 건 제가 대표를 그만 둔 다음에 벌어진 일이거든요. 그것도 웃기지 않나요?”

    일방적인 언론보도에 윤 의원은 점점 무력해졌다. “그때 진보언론만이 아니라 진보인사, 진보단체도 다 의심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다 그랬어요. 그들이 SNS에 내뱉는 말들이 다 보였어요. 그때는 너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포기했죠. 내가 뭐라고 해도 소용이 없구나. 그러니까 제가 대응을 안 한 게 아니에요. 제가 대응을 못하게 만들었던 거죠. 제가 대응을 하더라도 그걸 제대로 썼을까요? 이미 기사의 흐름은 다 정해져 있었잖아요. 윤미향은 보조금도 먹고, 아버지를 안성힐링센터에 앉혀 놓고 돈을 받아먹고, 후원금으로 딸을 유학 보낸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지난 2020년 6월 7일 페이스북에 추모사와 함께 올린 사진. 윤 의원이 과거 평화의우리집 손영미 소장과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이다. ⓒ윤미향 페이스북
     

    ‘동지’ 손영미 소장의 죽음, 그리고 자책 


    윤 의원은 자신이 기소되기 전 사무실과 집 앞에 진을 치고 앉아 불빛이 번쩍이는 카메라를 들이대던 취재진의 모습이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잊으려고 해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날로 다시 그를 이끌었다. 윤 의원이 말했다. “우리는 최루탄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최루탄 쏘는 소리에 트라우마가 좀 있거든요. 저를 향해 터지는 카메라 셔터소리, 그리고 커다란 렌즈가 저한테는 총구같이 느껴졌어요. 무서움과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런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요.”

    그때 윤 의원은 피신해있었다. 한동안 집에도 가지 못했다. 그런 그를 걱정해주던 사람이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었다. 손 소장은 2004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으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인물이다. 윤 의원에겐 ‘오랜 동지’였다. 하지만 손 소장은 윤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검찰의 마녀사냥식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고통스러워하다 2020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 의원이 힘겹게 고인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팠던 손 소장님이 오히려 나를 걱정했어요. 내가 그렇게 사느라 우리 손 소장님이 힘들었던 걸 사실 못 본 거죠. 손 소장님이 돌아가셨을 때, 비로소 제가 정신을 좀 차렸어요.”

    윤 의원은 손 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2020년 6월 6일 토요일이었다. ‘피신처’에 있다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미국에서 잠시 돌아온 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열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공황장애로 휴직을 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를 보고 윤 의원은 ‘나도 공황장애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침대에 물이 흥건하게 있었다고 했는데, 저와 너무나 똑같았어요. 그럼 우리 (손영미) 소장님은 어떨까, 소장님도 마찬가지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어요. 그게 아마 아침 10시 10분 정도였던 거 같아요. 그때 왜 그렇게 전화를 하고 싶었는지...사람이 그럴 때가 있나 봐요. 그때 소장님이 굉장히 힘들어 했었어요. 막 사람들을 보면 안아달라고 그러고 무섭다고 그랬어요. 저한테 ‘카메라가 총구 같다’고 말할 때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해서 ‘소장님 우리 잘 버팁시다. 우리 둘이 가기로 했던 오로라 여행 나중에 진짜 갑시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소장님은 ‘너무 버티기가 힘들다’고 했어요. 당시 소장님이 운전 중이셨나봐요.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어요. 주차를 했다고요. 소장님이 ‘저 조금만 울다가 들어갈게요. 좀 울고 나면 시원할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세요. 제 치료 방법도 우는 거예요’라고 답해줬죠.”

    그게 윤 의원과 손 소장의 마지막 대화였다. 오후 3시쯤 손 소장이 ‘평화의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가 왔고, 오후 5시쯤 손 소장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전화가 왔다. 그때부터 윤 의원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간 저녁에 비보가 들려왔다. 손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분이 가셨습니다’라고 문자가 왔어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는 걸 알게 되고나서 그냥 정신이 나가버렸죠.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어요. 오히려 내가 그 길을 먼저 떠났다면 우리 소장님은 살 수 있었을 텐데...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때도 윤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윤미향이 죽인 거다’, ‘윤미향이 배후에 있다’는 글들 계속 봐야 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심지어 그날조차도 기자들이 저를 찍으러 왔거든요. 제가 그전까지는 그걸 그냥 당했는데, 처음으로 기자들을 정면으로 보고 ‘나 죽는 거 찍으러 왔냐’고 했어요. 집에 들어와서 ‘내가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죠.”

    윤 의원은 주변에서 ‘이제 그만두면 안 되냐’는 말을 할 때마다 “제가 지금 그만두면 저들의 논리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제가 그만둘 수 없다. 그리고 할머니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뒤를 돌아서면 ‘내가 버티면 또 다른 누군가 희생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하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수없이 갈등을 했던 윤 의원은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복동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을 거 같다’는 말에 윤 의원은 “제가 지금 살아있는 이유”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평화운동가였던 김 할머니는 2019년 1월 별세했다. 정의연 사태가 터지기 불과 1년여 전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14살에 끌려가서 22살 때 집으로 돌아와요. 그 뒤로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살다가 1992년에 저를 만나 ‘함께 싸웁시다’ 해서 운동을 시작했죠. 그렇게 ‘평생 동지’가 됐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늘 당신이 저와 남편을 ‘중매’ 했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감옥을 간 것도 우리가 운동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제 딸도 그냥 딸로 안 봤어요. 할머니는 늘 ‘나에게 참 아픈 손녀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딸이 대학에 들어갈 때도 등록금 낼 때 보태라며 용돈을 쥐어주시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와 남편, 딸에게 김복동 할머니는 친할머니 같은 관계를 넘어서서 굉장히 소중하고 멋진 분이세요. 그런 삶을 살아온 분을 두고서, 제가 이까짓 공격을 받고 나약한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였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 ‘우리 참 열심히 살았구나’


    윤 의원은 1심 재판을 준비하면서 지난 30년간 벌여온 활동 내역을 다시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공소시효로 인해 최근 10년간 활동에 대해서만 기소가 됐지만, 그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서는 정대협부터 정의연까지 이어진 모든 활동을 다시 돌아봐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혐의를 반박할 증빙 자료가 많이 남아 있었다. 윤 의원은 “이번에 하나하나 다시 보면서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확인하고 성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힘들게 활동하면서도 기록을 참 열심히 했구나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깨달았던 건 기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다른 기관들은 보통 규정상 회계 장부도 5년이 지난 건 다 폐기할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딱 한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30년 기록이 다 남아 있었어요. 할머니들 지장을 찍어서 지원금을 받아간 것까지 다 보관하고 있었거든요. 1992년에 모금해서 할머니들께 250만원씩 나눠드린 영수증도 남아있고, 1997년에 할머니들 계좌로 입금한 자료까지 다 가지고 있었어요. 심지어 미국에 살고 계시던 피해자에게도 돈을 보낸 송금증까지 다 남아 있었어요. 그게 다 역사라고 생각해서 보관해뒀던 거예요.”

    뿐만 아니라 활동 내역도 꼼꼼하게 기록해뒀다. “제가 주간 소식도 일일이 다 써서 보냈거든요. 이번 주에는 누가 후원회원이 됐다는 것부터 오늘은 누구를 방문했다는 것까지 길게 썼더라고요. 그게 재판 과정에서 증거 자료로 많이 활용됐어요. 그리고 우리는 활동 일지도 꼭 정리했어요. 사실 꼼꼼히 썼다고 하더라도 다시 보니까 빠진 것도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이 정성을 들여 기록을 하고 있었어요. 돌아가신 손영미 소장님도 쉼터에 계신 할머니들에 대한 기록을 빼곡히 써놨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실무자들이 이런 기록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구나, 나중에 역사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실무자가 4명밖에 없던 탓에 회계자료상 미숙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다시 보게 되고, 실수했던 것들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일각에선 정의연 사태를 두고 “정대협은 사실상 윤미향 1인이 이끌어온 체제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각종 의혹이 윤 의원이 정보를 독점한 채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단체를 운영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윤 의원은 황당해했다. “윤미향 1인 조직이라고요? 우리도 이번에 재판 증빙 자료를 찾으면서 그동안 정말 민주적으로 일을 했구나를 새삼 깨달았어요. 회의를 열심히 했는데, 그 회의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거든요. 정의연의 이사만 30명이 넘었어요. 한 기관에 이사를 30명이나 둔 곳은 거의 없어요. 그렇게 한다는 건 결정을 하지 않고 토론만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수많은 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함께 운동을 해나가기 위해서였어요. 다름을 조정해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윤 의원은 “우리를 보면 ‘수요시위만 했겠지’라고 많이 생각할 텐데, 돌아보면 다양한 일들을 굉장히 열심히 해왔더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해자들 집에 직접 방문하고, 세계를 돌며 연대 조직을 만들고, 곳곳에 소녀상을 세우고, ‘위안부’ 문제 해법을 연구하고,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로 법률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30년을 한결같이 활동한 결과 수요시위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운동으로 점차 커져 나갔다. ‘윤미향 1인 조직’이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중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1심 무죄에 안도의 한숨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명예회복 다행”


    1심 법원은 윤 의원에게 벌금형 1천500만 원을 선고했다. 윤 의원은 업무상 횡령죄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업무상 횡령죄도 애초 검찰이 기소한 1억원 가운데, 5분의 1도 되지 않는 1천700만원가량만 인정됐다. 이마저도 윤 의원은 “횡령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통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김복동 할머니의 ‘단짝’인 길원옥 할머니에 관한 자신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고 공판 도중 그가 눈물을 훔친 대목도 김 할머니에 관한 부분이었다. 검찰은 길 할머니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절반을 정의연에 기부한 행위 등이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한 윤 의원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며 준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길원옥 할머니에 대한 부분이 걱정이 많이 됐어요. 제 사건으로 인해 정말 존경스럽게 운동을 하셨던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에 의해서 윤미향에게 끌려다닌 할머니, 아무 인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킨대로 인터뷰를 하고, 기부를 한 할머니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어요. 할머니가 당신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서 힘겹게 노력하셨던 삶이 수포로 돌아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 그로 인한 고통이 저한테 굉장히 깊었어요. 게다가 검찰은 윤미향뿐만 아니라 손영미도 공모했다고 봤기 때문에 더 고통이 컸죠. 길원옥 할머니는 손영미 소장님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준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제가 보기에도 그분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시면 깨끗이 목욕을 해드리고, 그리고 나서 할머니에게 뽀뽀를 해요.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할머니들을 모신 분이 소장님이세요. 그런 분에게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돈을 갈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다니요.”

    윤 의원은 개인 계좌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를 모집했다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이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그 선고 과정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살아생전 여성인권가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일조선학교, 남북통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처럼 재판부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준 부분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앞이 잘 안 보이는 김복동 할머니를 제가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건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엄청난 공격이었어요. 아마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그건 용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당신의 평생을, 당신의 자존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재판부에서 김복동 할머니를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남북평화 운동가라고 얘기해주었어요. 그 순간 김복동 할머니가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살포시 떠오르더라고요.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가 판결문에서 고귀한 존재로, 우리보다 훨씬 멋진 운동가로 자리매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선고 직후 이재명 대표의 사과, “서운함 싹 잊었다”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극우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 의원을 계속 공격했다. 1심 선고 직후 법원 앞에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도 몰려와 있었다. 유튜버들은 윤 의원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윤 의원이 웃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건 이 순간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 주변에서 저보고 왜 웃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웃으려고 웃은 게 아니었어요. 취재진이 갑자기 몰려와 저한테 뭔가를 들이댔고, 그 왼쪽에선 덩치가 아주 큰 유튜버가 ‘윤미향 죽여라’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이없다’는 웃음이었어요. 사실은 굉장히 아픈 웃음이었습니다.”

    윤 의원은 오히려 “너무 허탈했다”고 밝혔다. “지나간 2년 8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주말 내내 멍하게 있었어요. 참 희한하죠? 뭔가 기쁘고 그래야 할 거 같은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땐 의원실 차원에서 논평 하나만 내고 저는 한마디도 못 했어요. 적어도 일주일 간은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해 추모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지내자, 그리고 저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활동가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자는 심정으로 있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동안 향후 활동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판결이 그렇게 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언론과 방송이 그만큼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날 집에서 멍하게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윤미향이 악마화된 인식들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윤미향이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임기 내에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시 윤미향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의원을 향한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라며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저에겐 만병통치약이었다. 지난 서운함을 싹 잊게 만들었다”며 이 대표의 사과를 반겼다. 윤 의원은 “무언가를 따지거나 저울질 하지 않고 저한테 즉각적으로 미안하다고 한 게 바로 이 대표의 마음이자 삶의 자세인 것 같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양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검찰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만 안타까운 건 저와 함께 기소돼 완전 무죄를 받은 동료는 검찰의 항소로 인해 여전히 자유를 얻지 못하고 똑같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공권력을 동원해서 정의로운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 의원의 1심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정말 무서운 정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판사의 판결에 대해서 무슨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하는 한편, “항소심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일부 유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마저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증빙 자료가 남아있거나 공적으로 분명히 사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판결이 난 부분이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비라든지, 사무실 간식비라든지, 수요시위 끝난 뒤 할머니들과 한 식사비라든지, 이런 게 사진이나 SNS 활동으로 확인된 것은 무죄로 판단됐는데,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유죄로 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좀 더 열심히 충분히 찾고,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수정 2023-02-22 06: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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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호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인류사에도 유래 없던 일"

[인터뷰] 下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3.02.22. 06:02:25 최종수정 2023.02.22. 08:52:30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개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특례를 주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용적률도 기존보다 더 높여주면서 사업성도 끌어올렸다.

 

특별법에 적용받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30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안전진단을 20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비사업에서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할 경우 안전진단마저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용적률은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300%까지 높이고 역세권 등은 최대 5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에만 이러한 특혜를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적용 대상을 1기 신도시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은 ‘노후계획도시'로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가 여기에 속한다.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지구 등이 해당된다. 

 

더구나 국토부는 택지지구가 100만㎡에 못 미쳐도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 택지 크기가 100만㎡ 이상이면 이 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되면 노후 구도심도 이번 특별법에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논란도 예상된다. 30만 이상 주택이 존재하는 1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노후 구도심까지도 포함하는 이번 특별법이 진행될 경우, 전국이 건설현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기존 정비사업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것도 문제다. 비대해진 집적 효과로 발생할 교통 문제와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 등이 지적된다. 더구나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렇게 용적률을 높인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는 어쩌면 인류사에도 유례가 없던 일"이라며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소장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기존 용적률을 높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닌, 리모델링 등을 통한 수리·보수 방식으로 가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기회라는 것이다.  

 

최 소장은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최경호 소장과의 진행한 인터뷰를 둘로 나눠 게재한다. 그 두 번째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인터뷰] 上 "과거 MB가 만든 '뉴타운 악몽' 재림할까 두렵다") 

 

▲ 최경호 소장. ⓒ프레시안  
 
"재건축 기준,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주변 지역 전월세 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규모로 나눠서 정비를 해야 할 듯싶다. 한 번에 2만호씩 한다고 해도 30만호를 하려면 15번에 나눠서 해야 하니, 전체적으로는 2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순서가 뒤로 밀리는 지역은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순서대로 하려면 어떤 원칙으로 해야 할지 생각한 부분이 있나.

 

최경호 : 현재의 재건축 판정 기준은 개별 정비사업을 대상으로 ‘재건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순서를 정하는 데에 쓰기엔 한계가 있다. 구조안전이나 설비노후도, 주거환경의 열악함 등이 주요 채점 항목인데, 이 기준으로 순서를 정할 것 같으면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하느냐를 정해야 할 것이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집부터 할 것인지, 녹물이 나오는 집부터 할 것인지, 주차장이 부족한 집부터 할 것인지. 안전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안전진단 결과 가장 위험한 집부터 하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건축하는 집들 중에서 구조적으로 위험해서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 그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최경호 :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면 어떨까 싶다. 바로 주택의 ‘에너지 성능’이다.

 

프레시안 : 에너지 성능이 낮은 집부터 하자는 이야기인가? 최근 난방비가 오른 것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것인가? 

 

최경호 :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하지만 녹물이 나오는 집에서 계속 사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 설비 노후도를 우선순위로 할 수도 있고, 배관만 고치는 리모델링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건물을 허무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집부터 먼저 에너지성능이 좋은 집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허물어 탄소를 좀 배출하더라도 향후 몇 십 년간 감소시키는 탄소배출량이 더 많다면 허무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이러한 부분도 판단기준에 넣자는 것이다. 건물의 전체 생애주기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이라면,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이라도 먼저 철거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고, 개별 가구들에게는 난방비를 줄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복지, 에너지 복지 문제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난방이 취약하다는 의미는 집을 지은 지 오래됐고, 낡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한 단열재 등 보온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지 못한 빈곤층이 사는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그런 주택이 밀집한 지역부터 재개발을 한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는 듯하다. 

 

최경호 :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건설폐기물이다. 30만 채보다 더 많은 집을 이제는 부수고 새로 지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우리가 처리할 역량이 되는지에 대해서 지금의 국토부는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매립은 환경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토부 혼자 해결할 일이 아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수도권 매립지 잔여용량이 1.5년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신설‧증설 한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할뿐더러, 기적이 일어나서 계획대로 늘린다 해도 17년 어치를 더 확보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정비사업은 20년 이상 걸린다. 여전히 매립지 용량은 부족한 셈이다. 폐기물을 묻을 곳도 만들어놓지 않고 어떻게 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콘크리트 잔해를 쌓아 놓을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경호 : 새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죄악시 할 수 없다. 다만, 새 집을 짓기 위해 헌 집을 부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도 같이 만들자는 이야기다.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을 굳이 허물겠다면 ‘매립지 확보 증명제’라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직접 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나. 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가야 한다. 1980~1990년대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더는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다.

 

▲ 노후계획도시와 특별정비구역 개념도. 파란 실선은 특별정비구역의 예시다. 이 구역이 어떻게 정해질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이번 특별법이 제공하는 특례는 받지 못하고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들이 어떻게 이합집산하여 구역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특별정비구역 지정의 유불리함이 달라지게 되면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소지도 있다. ⓒ최경호 제공

 

"정부, 손 안대고 코 풀려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기존 방식을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하다. 다른 방식이 가능하겠나.

 

최경호 : 차량 보유 대수가 늘어나면서 차고지 증명제 같은 것도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봤자 미분양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주거환경을 개선해야겠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지난 대선 전까지 1기 신도시의 많은 주민들은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선 때 유력한 두 후보 모두 대단한 특혜를 줄 것처럼 약속하니, 리모델링 조합 추진이 유야무야되고 재건축 조합으로 방향을 바꾼 곳들이 많다.

 

프레시안 : 난방에 취약한 낡은 주택의 경우, 단열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곳은 배관을 교체하는 식으로 하자는 말인가. 그러면 폐기물은 덜 나오긴 하겠다. 

 

최경호 : 사실 그래도 문제가 있긴 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대규모 폐콘크리트가 나오진 않는다. 그런데 건설폐기물 세부 내역 중에서 재활용이 제일 어려워 매립해야 하는 분야가 ‘혼합폐기물’이다. 이는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애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제 앞으로 집을 지을 때는 최대한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그리고 '장수명주택'으로, 또 '유연 평면 설계'로 지어야 한다.

 

프레시안 : 낯선 용어들이다. 제로에너지빌딩, 장수명주택, 유연 평면 설계는 무슨 개념인가?

 

최경호 : 제로에너지빌딩은 쉽게 말해 드나드는 에너지를 합치면 ‘0’이 된다는 개념이다. 단열이 잘 되어 에너지를 절약하는 ‘패시브 하우스’,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는 ‘액티브 하우스’가 합쳐진 것으로 보면 된다. 에너지를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심지어 외부로 송전해서 팔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체계도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고 드나드는 에너지를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신축이나 1기 신도시 정비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장수명 주택은 말 그대로 오래 쓰는 집으로, 수명이 긴 구조체는 그대로 두더라도 수명이 짧은 배관 같은 것은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 수명이 50년을 넘어 100년도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십 수번 바뀔지 모른다. 4인 가구가 살다가 1인 가구가 살게 될 수도 있다. 또 몇 십 년 뒤 후손들이 살 때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떨지 지금 예측하긴 힘들다. 그러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서 방의 크기나 개수, 설비의 교체가 쉽도록 하는 것이 가변 평면, 혹은 유연평면 주택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건설비가 더 비싸지는 것 아닌가. 용적률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합의 부담이 커질테니 사업 진행이 더 어렵고 원주민 재정착이 어려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생길 듯 하다. 

 

최경호 : 그래서 그런 주택으로 바꾸면 기후위기대응 차원에서 국가가 파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벨기에의 에코팩 프로그램 같은 경우, 30년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죽을 때까지 살다가 집을 팔아서 갚아도 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건물을 허물고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바꾸는 그린-재건축에도 정부가 파격적으로 보조금, 융자, 출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용적률을 늘려준 뒤 '알아서 팔라'고 하면서 손 안대고 코 풀려 하지 말고, 필요한 돈을 마련해서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출자는 생소한 이야기다. 개인의 사유재산에 국가가 투자한다는 것인가? 

 

최경호 : 비용이 부담되는 원주민에게는 공공과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공유형 주택으로 공급해서, 원하는 기간만큼 살다가 나중에 공공과 시세차익을 나누는 개념이다. 이미 '공공주택특별법'에 있는 '이익공유형'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것도 일종의 특혜라는 논란은 없겠나? '왜 재건축 재개발하는 사유재산에 돈을 보태주나'라는 지적이 나올 듯하다. 

 

최경호 : 지금 우리가 전기차를 사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다 같이 살아남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공공 지원의 명분이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줘서 일반분양하는 돈으로 사업성을 개선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사실 더 큰 특혜다. 인구가 늘어나서 생기는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은 다 같이 나눠지는데 말이다. 물론 정부는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기반시설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그 개발이익 환수에도 반발하는 힘이 막강하다. 선거 때 출마하는 정치인들 중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서 종합적 관점에서 올바로 사용하겠다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용적률 늘려서 정비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용적률은 정말 더 이상 늘릴 수 없는가?

 

최경호 :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둔촌 주공’의 용적률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전에 90%였다. 이것을 3배 늘렸다. 그래도 조합원 분담금이 많이 든다고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다가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270%로 공급하는데도 분양 측면에서 고전 중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이렇게 세 배씩 올리지는 못할 듯하다. 그래도 조금 더 올릴 순 있지 않나?

 

최경호 : 5층이 15층이 될 때에는 10개층만 채우면 되지만 15층이 45층이 되면 30개층을 더 팔아야 한다. 그리고 전에는 그런 아파트가 한 동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많아졌다. 10동이라고 쳐 보자. 전에는 한 개 동을 3배 늘려도 10개층 어치만 채우면 되는데, 지금은 10개 동이니 한 동을 3배가 아닌 2배만 늘려도 15개 층씩 총 150개 층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과거에 10개층을 늘릴 때는 인구가 자연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늘어날 때였지만, 지금 그 15배인 150층 어치를 채울 수 있을까? 이미 2019년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과반을 넘었고, 2021년부터는 전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15배를 채운다? 아무리 1인가구가 늘고 1인당 필요 면적이 늘고 외국 인구가 들어와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프레시안 : 과거에 지어진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이 이번에 지어진 둔촌주공에 근접한 수준 같다.

 

최경호 : 지금 1기 신도시 용적률은 가장 낮은 일산은 170%가 안 되지만 중동은 220%가 넘는다. 이들의 용적률을 과연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줄어드는 인구를 놓고 누가 먼저 용적률을 키우냐는 건 제로섬 게임, 어쩌면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물론 역세권은 용적률을 키워도 분양에 성공할 수도 있다. 먼저 하는 곳이 용적률을 키워놔야 다음에 정비하는 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 전월세 물량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특별정비구역 선도지구 지정’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래도 미래에 다시 인구가 늘어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수도권 인구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최경호 : 설령 인구가 늘어나서 수도권의 용적률 증가를 감당해도 문제는 여러 가지가 남는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 교통 문제는 심각하다. 여기에 전기나 도시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구해오나. 또한 생활쓰레기는 어디에 버릴 건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람들을 다 빼 내고 지방에는 쓰레기장과 발전소만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프레시안 :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금 살기 불편해져도 용적률 1000%를 넘는 홍콩처럼 가야하고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최경호 : 홍콩이나 뉴욕의 용적률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인구와 경제가 작동하는 배후지가 있다. 국제정치 측면은 잘 모르는 분야지만, 홍콩은 전력 공급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만으로도 독립이 어렵지 않겠나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는 기후가 다르다. 겨울철에도 난방비 걱정이 없는 곳이다. 한국에서 집을 그렇게 촘촘히 지으면 일조시간이 줄어서, 지금도 난리가 난 난방비가 더욱 폭등할 것이다. 기후의 차이를 무시하고 도시계획을 베껴오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자원순환이나 기후하고도 관련이 있으니, 용적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런데 국토부나 지자체들은 다 용적률 완화만 유일한 인센티브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최경호 : 설령 에너지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도 끝이 아니다. 지상이 고밀해지면 그만큼 지하도 많이 파야한다. 사람들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는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이유도 있다. 마냥 주차대수를 늘려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세대 별 1대가 안 되는 단지 같으면 주차문제도 심각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주차대수를 늘리지 못하는 단지는 용적률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프레시안 : 뒤집으면, 주차장을 지하에 확보하려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최경호 : 그런데 지하를 팔 수 있으면 파더라도, 이것 역시 공짜가 아니다. 깊게 들어갈수록 지하수 때문에 생기는 부력이 커져서 건물을 밀어올린다. 잘못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앵커로 붙들어 매어 고정하든가 펌프로 물을 퍼내야 한다. 그러면 공사비나 관리비가 비싸진다. 개별 단지에서야 그런 비용을 감수하겠다고 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단지가 많아져서 스케일이 커지면 지하수의 수위나 흐름이 변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싱크홀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최경호 : 2018년에 지하안전법을 시행하고 지하안전평가를 수행하게 돼 있지만 아직 지하 상황을 제대로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기반시설과 관련해서는 지하공간통합지도가 없는 곳도 아직도 많다. 거칠게 말하면, 어디를 파면 어디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그냥 '깜깜이'로 공사하고, 싱크홀이 생기면 그때그때 메우는 식이다,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발생한 싱크홀이 230개가 넘었다. 모 택지지구에는 면적이 100제곱미터가 넘고 깊이는 18미터나 되는 싱크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저기에 용적률을 다 올리고 지하를 다 파헤치겠다? 도박을 하는 것이다. 지하안전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과다 지정후에 지지부진하면 뉴타운의 악몽이 반복되는 것이고, 그대로 지어지면 과밀화의 문제, 지하안전의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 같다. 대안은 무엇인가? 

 

최경호 : 구체적인 것은 시행령에서 정해진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막상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특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선도지구에서 늘어난 용적률은 이후 순환 정비과정에서 이주민을 받을 임대주택으로 쓰겠다고 하면, 생각보다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발표에 경기도의 제안도 어느정도 반영되었다고 들었다. 

 

최경호 : 사실 노후 도심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주변지역과의 형평성을 그나마 고민한 경기도가 제시한 것이라 들었다. 경기도의 제안 중에는 단계별 인허가 총량제를 도입하여,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정비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고 아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국토부 안에는 빠졌다. 중앙에서 방침만 세우는 국토부나, 자기 지역을 먼저 챙길 수 밖에 없는 시장·군수가 아닌 ‘광역의 눈’으로 보는 경기도의 안목이 드러난 부분인데, 이후 이런 취지가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관계 당국에서 제반 문제들을 잘 검토해서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시행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이런 사례가 해외에는 없는가. 

 

최경호 : 한국은 단시일내에 대량 공급에 성공한 몇 안되는 경우다. 사실 분배측면이 좀 실패해서 그랬지, 이 정도 공급한 것도 세계사적으로 대단하긴 하다. 따라서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도 인류사에서 유래가 없던 일이다.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이고, 기후위기 대응의 차원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는 기회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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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와이운동 전통..'좌우 날개로 난다'

[신년인터뷰 ④]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2.21 18:08
  •  
  •  수정 2023.02.22 09:37
  •  
  •  댓글 0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난 14일 전국연맹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민주화운동, 시민사회, 진보단체, 종교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간 연대와 단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난 14일 전국연맹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민주화운동, 시민사회, 진보단체, 종교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간 연대와 단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달 초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로 규정한 1970년대 민주화운동 원로들의 '비상시국회의' 제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분석, 미래 전망에 대한 고민이 새삼 깊어지고 있다.

기존 질서가 허물어진 가운데 새로운 국제관계는 신냉전과 다극화, 각자 도생의 특성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지만 낡은 국제관계의 구심력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지배담론은 급격한 시대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맹목적인 냉전동맹과 반북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로부터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불안이 발생한다.

정부가 표방하는 '법과 원칙에 의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반대의견을 눌러버리는 자의적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들끓고 있다.

'정치개혁'에 실패한 대가는 엄중한 것이어서 대의 대표성을 상실한 기득권 양당체제의 고착화, 나아가 총체적 민주주의의 위기로 돌아왔다.

'10.29 이태원 참사', '퇴행적 공안통치', '반노동, 반시민 유사 파시즘', '미중패권이 격돌하는 한반도 대리전장화', '평화공존을 거부하는 전쟁추구'를 비롯해 벼랑끝에 메달린 이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위기가 숨가쁘지만, 피흘리지 않고 촛불항쟁의 정치적 결실을 가져간 169석의 제1야당은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가 도전받는 시기에도 자신들의 이권을 고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된 듯하다.

민주, 시민, 진보단체들은 당면한 현실의 엄중함에 대해 생각은 같이 하지만 쉽사리 함께 행동으로 옮기는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9일까지 182일간 23차례의 범국민행동을 밝힌 1,700만의 촛불이 절박하게 외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한반도평화'의 과제가 무참히 흩날려진 지난 경험때문이리라.

'윤석열 검찰독재 반대의 기치아래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이 깃발아래 모여야 한다'는 비상시국회의 제안 원로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진보단체들은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전국연맹)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은 현실에 대해 묻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경민 사무총장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시민사회와 조직화된 진보대중운동의 경계를 부단히 넘나들며 한국사회의 미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표적인 활동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대구와이엠씨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사무총장 13년을 포함해 대구에서만 34년을 활동하고 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5년째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평생 직업은 '와이엠씨에이 간사'이다.

그가 만들어 왔고, 그의 지금을 만든 전국연맹이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다. 평생을 해 온 와이엠씨에이(이하 와이) 운동에 대해서는 "민족해방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해왔고, 그 와중에 와이라는 공간내에서 좌우간 갈등으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운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것이 100년 와이의 굳건한 전통이라고 소개한다.

반독재투쟁이라는게 원래 주체로 보아서는 '국민연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시민사회나 진보세력, 종교, 나아가 제 정당까지 모여서 '반독재민주화 국민연합' 정도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 선배들의 1970년대 민주화운동은 저평가되어 있고, 시민운동은 근원적으로 진보의 보완이어야 하며, 진보진영만의 진리가 아닌 진보성을 담지한 보편적 진리여야 한다는 언급도 '좌우합작이 민족해방운동 100년의 뿌리'라는 오랜 확신으로부터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너무 많은 반칙을 했고 민중의 성과를 수없이 독점적으로 취했다.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못참고 나오긴 하지만 '로열티'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나"라고 하면서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스스로와 우리 모두에게 아쉬운 점은 '우리 사회의 현상과 미래 과제에 대한 총체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이론적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긴 시간 말을 이어갔다.

장소를 바꿔가며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전화가 울릴만큼 바쁜 일정이었지만 매사 성심성의로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소년같은 천진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입에서 담배가 떨어지지 않을만큼 '진정한 끽연가'를 자처하지만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한다.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일에 몰두하면 보름이고 한달이고 누워 잠을 자지 않을 만큼 끝장을 볼 정도로 강골이다. 그래도 미진한 일은 후배들을 다그치기 보다 놓쳤겠거니 하고 조용히 스스로 해버리는 스타일.

아래는 일문일답.

김경민 총장은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명제가 100년 와이운동사의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총장은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명제가 100년 와이운동사의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

□ 통일뉴스 :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시민-민주-진보진영을 넘나들며 맹활약중이신데, 먼저 독자들을 위해 와이엠씨에(YMCA,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 김경민 사무총장 : YMCA는 처음에 1844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기독청년들이고 노동청년들이었죠. 그게 이제 1855년도에 세계동맹을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한국은, 조금 이론이 있긴 하지만 1903년도에 황성기독교청년회가 생긴 거죠. 이게 현 서울YMCA입니다. 황성기독교청년회는 독립협회가 해산되면서 독립협회 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됐다가 국가의 국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를 갖고 의논을 하다가 와이엠씨에를 만들자는 결정을 합니다. 그때는 국권수호투쟁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으니까요. 중요한 사람들로는 고려공산당(상해파)를 이끌었던 이동휘이라던가, 이상재, 윤치호, 이승만, 남궁억 같은 분들이 있죠. 이런 독립운동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와이를 만들었고. 사실은 지금 우리도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1895년에 협성회가 생겼어요.  

미션스쿨인 배재학당에 만들어진 서클이었는데 이게 와이의 전신이 아니냐, 원래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번역어가 협성회다라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그리고 이 협성회가 만민공동회를 개최했잖아요. 이렇게 한국와이엠씨에이는 당시에 세계적으로도 조금 유별나게 운동중심적인 전통을 가지고 탄생을 한 거죠. 학생운동의 정신이나 시 청년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나 모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민회 같은 곳에도 와이멤버들이 많이 관여를 했었고, 그 다음 1914년도에 '조선기독교청년회연합회'라는 명칭으로 연맹이 생겼죠. 여기에 와이 멤버들이 굉장히 많이 관여를 했어요. 그러니까 내년 2014년이 한국YMCA전국연맹 110주년이에요.

이후 대구, 평양, 함흥같은 곳에도 지회들이 쭉 생겼고요, 와이가 아무래도 민족독립운동에 깊게 관여를 해왔잖아요. 3.1운동 34명중 7명이 와이에서 굉장히 활동을 열심히 한 멤버들이고, 3.1운동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여운형도 이상재 선생의 밀서를 가지고 학생와이 대표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기독학생대회에 참여를 했어요. 여운형은 이상재 선생이 제일 아꼈던 애제자이기도 했죠.

그렇게 와이운동의 역사안에는 좌우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전통이 많습니다. 신간회 의장이 조선일보 4대 사장이었던 이상재 선생인데 그 당시 와이를 대표하는 지도자였거든요.

이후 와이는 70, 80년대를 쭉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아무튼 운동사 안에서 와이는 교육운동이라든가, 풀뿌리 차원에서 다양한 농민운동을 벌이는 등 현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운동들을 굉장히 넓게 펼쳐 온거죠.

그리고 2.8독립선언도 재일본 한국와이에서 했어요. 나름대로 와이는 민족해방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 와중에 와이라는 운동공간안에서 좌우간 갈등으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운 그런 사례는 거의 없어요.  

거의 다 같이 이렇게 통합해서 운동을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구와이 사무총장을 했는데, 신간회가 제일 오랫동안 있었던 곳이 대구거든요.

1927년부터 시작한 신간회가 1935년에 제일 마지막으로 해소된 곳이 대구입니다. 아무튼 그런 전통이 가장 세게 남아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에도 와이를 대표하는 어른이 계시고, 와이와 관련된 좌파운동 리더들이 현장과 실무를 맡는 이런 시스템으로 가 있더라구요. 굉장히 전형적인 경우에요.

좌우가 멱살잡고 싸우는 건 본적이 없어요. 와이운동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어요.

20년 이후에는 좌우가 굉장히 극렬하게 대립했거든요. 이건 역사적으로 충분히 정리는 안됐지만, 당시 '적극신앙단'(30년대 전반 기독교 개혁운동을 표방하면서 독립인재 양성응ㄹ 목적으로 설립)운동이라고 해서 농민운동같은 걸 열심히 했던 이대위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분이 와이운동에서는 기독교 사회주의자라고 되어 있는데, 이대위와 박헌영이 굉장히 친한 사이라는 거죠. 박헌영이 북에서 사형당한 사유중에 와이 경력이 있어요.

그래서 이대위와 박헌영의 협의에 따라 신간회가 만들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얘긴 역사적 근거는 없어요. 하여튼 이래서 'YMCA는 좌우의 날개로 간다'는 것이 그냥 우리 안에 있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어 있죠.


□ 네, 대단하군요. 독립운동 과정에서 좌우는 늘 대립하고 갈등이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일부 그렇게 서술한 시각이 있기도 하겠지만 당시의 운동을 다시 잘 구성해서 보면 꼭 그렇진 않을 거에요. 조선시대는 당파갈등, 민족해방 당시에는 이념투쟁이라는 식으로 계속 분열하는 한국사를 서술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너무나 많은 다른 사실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 유독 와이운동에서 이런 전통이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었던 비결같은 것 무엇이었을까요.

■ 유럽만해도 그렇지 않은데, 한국 와이는 에큐메니컬 기독교운동의 전통이 있어요. 교단이나 뭐 이런 거 안따집니다. 가톨릭이나 정교회 같은 것도 다 크리스찬으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에큐매니컬 전통을 조금만 확대하면 민주화운동, 사회주의 운동 다 합쳐서 다 모든 선한 세력이 일하는 걸로 개념이 확대되고, 모든 선한 세력과는 연대하는 이런 개념으로 넓혀져 왔던 것 아닐까 싶네요.

 
□ 와이 운동을 하시던 분들중에 에큐매니컬 전통이라는 것과 조금 상반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장투쟁의 길로 나가신 분들도 계시나요.

■ 무장투쟁도 많았겠죠. 원래 무장투쟁론은 사실은 영남쪽이 주류였잖아요. 이회영 선생도 계시지만 안동쪽에 있던 이상룡 등이 신흥무관학교를 만들고 한 건데... 제가 보기에는 노선상으로 국내 와이운동에 개량주의 운동이라는 개념은 없었어요. 영남쪽에서 와이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3.1운동이 좌절한 이후 광복군에 들어가거나 광복군을 모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남쪽은 기본적으로 무력항쟁 노선이 주류 노선이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는 노동운동과도 결합하고 계몽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3.1운동이 큰 좌절로 다가오니까 와이운동하던 사람들 중에 광복군을 모아가지고 신흥무관학교로 보내거나 군자금 모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노선상 와이운동은 무력항쟁 노선과 결을 달리한 건 아니구요. 제가 알기로는 내부에서도 무력항쟁노선이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니었어요. 당시에도 무장투쟁은 당연히 받아들였다는 거죠.

이동휘 선생이 와이 멤버였는데, 이분이 원래 만주에서 개척교회를 마흔개나 만든 전도사였어요. 그러다가 레닌을 만나면서 고려공산당이 되는 거잖아요. 이 분들 사이에는 소위 말하는 '비폭력투쟁' 같은 개념은 없었어요. 대표적인 게 명동학교잖아요. 명동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신흥무관학교와 얼마나 깊게 관련이 있습니까. 와이 활동하는 사람중에 명동학교나 만주쪽 무장투쟁세력과 내면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이상재가 이동휘를 만나는 것도 여운형을 매개로 해서 국경에서 만나거든요.

제 생각엔 문제가 되는 건 자치파죠. 이승만류의 자치파 흐름이 와이 안에도 있었지만 이게 주류는 아니었고 와이 운동의 중심에는 민족주의 전통과 사회주의 지향이 있었어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긴 하는데, 그럼 이런 전통이 어떻게 기교와 연결되느냐는 거죠. 대구 경북고등학교의 전신인 대구교보는 당시 굉장히 과격한 운동의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그럼 이게 기독교와 어떻게 연결되느냐하면, 대구에 보면 경고등학교 전신인 대구고보 이런 데가 이렇게 굉장히 과격한 운동의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은 미션스쿨인 계성학교가 그 중심이었어요.

이 학교의 교사가 3.1운동 대구 대표였구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인 김단야도 계성학교 출신이에요. 고려공산당 청년위원장을 했던 신철, 남로당 군사총책이었던 이재복 같은 사람들이 계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재복은 박정희를 남로당 당원으로 추천한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다 크리스챤들이었어요.

이재복은 10.1항쟁의 주축이잖아요. 대구 인민당 간부인 최문식과 이재복이 10.1항쟁의 중심인물인데, 이재복은 효시됐고 최문식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 국군이 퇴거할 때 서울구치소에서 사살됐죠. 최문식은 해방전에 일곱번이나 투옥된 굉장한 투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남로당이었던 흔적은 못찾았고 여운형계인 인민당이었더라구요. 와이 내부에는 인민당계, 남로당계, 조선공산당계가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회주의는 뭐 기본적으로 무력투쟁이잖아요.

그래서 무력투쟁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최소한 일제하 와이엠씨에이 운동때는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애요.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와이 운동이 한결같이 지켜온 '민족해방의 과제'


□ 흥미로운데,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말씀 듣겠습니다.

■ 이게 다에요. 여기까지는 팩트가 확인된거고 최근에는 하여튼 그런 자료들이 계속 공개되고 있으니까요. 


□ 이렇게 와이 운동의 역사나 전통이 그동안 큰 굴절없이 쭉 이어져 온 것으로 보면 되겠군요.

■ 그렇진 않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와이 내부의 중심 계보는 학도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과 보수기독교 중심으로 계보가 살아남습니다. 또 이승만이 와이 활동을 했으니까 시 청년회가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물론 학생 화이는 좀 다르죠.

제가 보기엔 그러다가 1960년대 중반부터 운동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가고,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깊게 관여를 하죠.

대개 지금의 시민운동을 경실련에서 주창했다고 알고 있는데, 시민운동이라는 걸 주창한 건 와이에요.

와이에서 시민운동을 주창하고 그 운동을 추진하려고 하다보니까 와이로는 의결구조가 복잡해서 힘들고 거추장스러운게 많다보니까 와이에 있는 리더십들이 다른 사회 엘리트들과 함께 경실련을 창립하게 된 거에요.


□ 주로 대구 와이에서 활동하신 거죠.

■ 그렇죠. 대구 경실련 창립에도 관여했어요. 원래는 1985년도에 대구로 내려갔는데 5년간 자원봉사를 하다가 1990년도에 간사를 했어요. 그러다 대구 와이 사무총장 13년을 포함해 다 합쳐 34년간 대구에서 활동했죠. 직업이 딱 말하는거죠. 와이엠씨에이 간사.


□ 그러고는 서울에 올라오신 게 2018년이군요.

■ 네. 2018년 6월 9일부터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거죠.


□ 와이에서는 사무총장이 최고 결정권자인가요.

■ 실무자로는 최고위 자리이고 이사회의 이사장이 있어요. 우리는 미국식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나 와이는 사무총장이 사실은 대표에요. 총무라고도 하는데 NCCK에도 이홍정 총무말고 이사회 의장이 있거든요. 그런데 총무가 대표하잖아요. 와이도 그래요. 유엔에도 의장이 있지만 사무총장이 대표하잖아요. 대륙형 조직이라고도 하는 것 같애요. 우리도 사실은 법적으로는 이사장이 대표이신데, 관행과 운영전통에 따라서 대외적으로 사무총장이 와이를 대표하고 사무는 모든 인사권 전권을 가진 사무총장이 총괄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무총장 인사권은 이사회가 갖고 있어요. 


□ 사무총장 임기가 따로 있나요.

■ 임기를 정해줘요. 보통 4년이에요. 4년동안 계속 신임을 묻는 경우도 있고, 4년에 한번 신임을 묻고 난 후 중임하면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중임하면 끝입니다. 제 경우는 2018년부터 2022년 6월까지 한번 했고 두번째 임기를 조금 지났으니까 3년 6월 정도 남았네요. 그렇지만 임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와이는 레짐이라는 것이 있어서 누가 사무총장이냐, 이사냐 하는 것보다도 선배로부터 시작한 넓은 체제가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일부라고 봐야죠. 내가 혼자 잘나서 연맹 사무총장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양한 레짐들의 합의와 조정과 투쟁을 통해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 전임자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

■ 전임은 이충재라는 분이었는데, 뇌출혈때문에 좀 짧게 했고 그 앞이 남부원 총장이셨는데 이분은 지금 아시아태평양 와이엠씨에이 사무총장으로 가셨어요. 두 분다 4년씩 하셨죠. 그 앞이 이학영 선배가 연임으로 사무총장을 하셨죠.


□ 대구에서 하셨던 일에 대해 말씀 좀 해주십시오.
 
■ 제일 대표적인 일이라면 페놀오염수 사건 당시에 시민단체 대책회의 사무국장을 했어요. 또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사무국장, 신남네거리 지하철붕괴사고 진상조사위원장, 중앙로역 화재참사 진상조사위원장 등 뭐 이런 일을 했고. 그 다음에 하나는 마을만들기, 담장허물기를 했죠.

 
□ 마을만들기, 담장허물기가 전국적으로 반향이 컸었죠.

■ 그게요. 참. 버스 요금투쟁을 했는데 2년을 싸워서 10원을 내렸어요. 그 와중에 보수조합 이사장의 비자금 노트가 어떻게 발견이 됐는데, 그것때문에 공무원 두분이 자살을 했어요. 그때 조금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흐름을 바꾼게 그 일이에요.

 
□ 매우 독특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YMCA운동의 특징이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 와이엠씨에이는 하여튼 민족운동의 역사 안에 있는데 좌우가 굉장히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기독교와의 관계에서 그런 역사적 경험과 구별되는 주체성에 대한 굉장히 강한 강조가 있어요. 반면 회원 규정은 무한 개방이에요. 인종, 나이, 종교, 국적, 성을 가리지 않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 섹슈얼 오리엔테이션, 성적 취향이 어떻든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은 못넣었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다 회원으로 받습니다.

그러니까 기독교 주체성에 대한 엄청난 강조도 있지만 또 이렇게 완전한 개방성을 갖고 있는 이 두가지가 와이엠씨에이를 운영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 와이 운동사에 대해 공부를 하려면 어떤 자료가 있을까요.

■ 송건호 선생님이 쓴 YMCA80년사가 있습니다. 와이 멤버쉽은 아니셨는데, 반민족사전 편찬하셨던 윤경로 교수님도 와이에서부터 운동을 시작하신 중요한 분이고 이번에도 한국YMCA전국연맹 백년사 공동편찬위원장이 되실거에요. 신용하 교수님이나 이만열 교수님도 와이 운동에 대해서 관심이 많죠.

특히 이만열 교수님은 한국 근대와 민족해방운동에서 기독교가 가졌던 종교적 역할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아주 초기에 연구를 하신 분이잖아요.

의외로 동학쪽 자료가 기독교와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동학에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나쁜 건 아닌데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안그렇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사상적 문맥이나 형식적 문맥에서 동학이나 기독교가 상당히 공유하는 점이 있는데 내용에서 그 실질을 가지지 못했다라고 하는 게 동학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와이도 1976년도에 한번 '목적물'이 만들어졌어요. 그 목적물에 따른 와이 운동의 과제가 세 개에요.
 
첫 번째가 '민중의 복지 향상',  그 다음이 '민족의 통일', '새 문화 창조' 이렇게 세가지거든요.

그 다음에 '청년들 속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실은 와이엠씨에이 운동의 목적 안에 민족 통일이나 이런 게 이제 정확하게 명기돼 있는데 이걸 전문에는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동학농민전쟁과 3.1운동 정신을 넣자, 말자는 논쟁이 있어요.

지난 2014년 개정 목적물에는 못 들어갔어요.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삶을 따라' 그 다음에 '동학농민전쟁과 3.1 운동의 민중의 전통을 계승하여...' 이렇게 들어가야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아직 넣지는 못했는데 와이 운동 사가들은 동학농민전쟁과 3.1운동은 무조건 와이 운동의 정신사안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죠. 


□ 처음에 어떻게 와이 운동을 하게 되신 건가요.

■ 난 '스카'(SCA) 잖아요. 연세대학교 '스카'는 원래 대학 와이에요. 내가 69기거든요. 1969년도에 서울대에서 주로 안병무 교수를 중심으로 활동한 SCM 계열, 연세대는 대학 와이, 대학YWCA가 있었는데, 이 세 흐름을 합쳐서 통일된 기독학생조직을 만들자고 해서 이름을 다 SCA로 다 바꾸기로 한거에요. 그러니까 연세대 대학 와이도 SCA로 바뀌게 된 거고, 그 전신은 대학 와이였죠.

연희전문이 생기면서 대학 와이가 생긴거고 제가 1981년도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하면서 가입한 SCA는 역사적으로 연희전문 시절부터 계승하다보니까 SCA 69기가 되는 거에요. 연세대에서는 제일 오래된 학생 서클이 SCA일거에요. 그 다음이 목하회.


□ 대학 와이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평생 해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저는 크리스챤이었으니까 기독교에 대한 질문이 깊었던 거죠. 모태신앙으로 시작한 크리스챤의 입장에서 보면 '유물론자', '사탄'이고, 유물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관념론자'인 그런 자기 분열이 있었잖아요.

운동에서도 그렇죠. 기독교라는게 부르조아 운동인데, 이런 부분을 정리하고 싶었죠. 그래서 난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골간을 공개적으로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예를들어 종교개혁을 놓고보면, 종교개혁 우파인 마틴 루터의 슬로건은 '내면의 왕국은 사제에게, 세속의 왕국은 제후가'라는 거에요.

쉽게 말하면 정신과 육체를 별개의 것으로 본 정물이원론(精物二原論)이죠.

루터에게 실망감을 느껴 농민들의 편에서 독일농민전쟁을 주도한 토마스 뮌처(Tomas Muntzer)나 츠빙글리(Zwingli), 후스(Hus)같은 사람도 있어요.

농민이단전통에 있던 사람들인데, 이들은 그냥 쿨합니다. "아담이 밭갈고 이브가 베짤때 영주가 어디 있었느냐"는 입장이거든요.

'교회없는 혁명'(Revolution without church) 노선인 거죠. 교회를 개혁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세계를 혁명한다는 것이죠.

유럽에는 그런 전통이 굉장히 강하게 있어요. 한국에서는 기독교를 이해하는 폭이 아주 협소하니까 루터 계보의 프로테스탄티즘만 갖고 온 거고 좌파 전통이나 소정파 전통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저에게는 '기독교는 사회 역사적으로 무엇이냐' 것이 평생의 질문이었어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YMCA전국연맹 건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YMCA전국연맹 건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보운동, 세계를 읽은 이론의 혁신과 세공 아쉬워 

이후에도 김 총장은 '헤겔로 라캉을 읽고 라캉으로 헤겔을 읽어 변증법적 유물론을 새로 정리하려는 철학사'의 흐름에 대해서 꽤 긴 시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냥 진리여야지, 좌파의 진리여서는 안되지 않느냐는 것', '유물 변증법을 진리의 체계에서 해석하려면 세계를 재인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운동이 만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이론의 좌절'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우리 사회운동이 어떤 이론적인 기반을 가지고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있다'는 자성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래서 요구하는 바는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 평화문제, 작게는 남한의 사회혁신에 대해 지금 어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으로부터 하나의 답을 찾고 거기서 다시 질문을 뽑아내어 앞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다. 

"전술적 상상력과 그 적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분야 고유의 영역별 행위들이 통합되는 지점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것, 다시 말하면 "보편적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각 영역들과 부분을 통합해 나가는 통일적 사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가 보기에 다소 교조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80년대에 빛나는 성과를 거둔 집단도 있었다. 그런 전통을 지금도 유지하는 진보운동단체들은 지금 자기 이론을 좀 더 혁신하고 세공할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 시민운동은 "이론적인 틀을 세우다 중간에 멈춰버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헤겔의 보편과 특수 검증을 예로 들어 "각 영역과 보편이라는 게 어떻게 서로 물리고 또 나눠지는가를 고민하는 사유의 틀을 통해서 우리 운동을 새롭게 조정하는 일, 각 영역의 주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보편적인 운동적 의지 안으로 통합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지 않나"라고 문제제기했다.

'시민운동의 분절'이라는 뼈 아픈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아주 철학적인 고민부터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력을 보니 철학과 출신이시네요. 

■ 운동이 무엇이며,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가지고 고민한거죠. 그걸 그래도 한 40년 했으니까.(웃음) 아무튼 운동적으로는 그런 약간의 좌절이 있는 것 같애요.

지금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어디로 가야 된다라는 주장을 해도 논리적인 기반과 근거가 없거든요. 그저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지금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가자는, 현상에서 현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애요.

지금 우리나라의 좌파 교수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이론적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이 분들의 문제는 뭐냐하면 실천하고 완전히 유리돼 있잖아요.

스터디도 깊게 하는데 자기들끼리 하니까 한국 사회의 문맥과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이분들도 이야기를 못하는 거애요.

 
□ 그동안 주목할 만한 단서라도 발견한게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 저는 지금 한국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사회운동의 종합적인 분석을 해낼만한 이론가가 없다고 봅니다. 교수들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거애요. 비정부기구(NGO)라는 틀에서 분석하는 게 운동체인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전위정당의 내적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외적 형식은 갖추지 못한 거잖아요.

그런데 어쨌든 전위정당의 역동성없이 움직이지 않고 사회운동이 승리할 수는 없죠. 우리 사회의 정치구조나 여러가지 현실 때문에 전위정당의 내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적형식을 전위정당으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민주당이나 일부 진보당이든 정의당에서 그런 정치적 실험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운동의 기원과 연속성을 계속해서 놓치잖아요. 이론적고 개념적인 견고함이 없으니까 그런 거에요.

정의당의 경우 매우 아쉬운데, 지금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 탐색은 하지 않고 각론과 정책 토론만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건 경실련같은 초기 시민운동이 한국사회운동에 남긴 커다란 기여이면서 동시에 폐해에요.

운동에서 정책적 합리성을 제안한 정당함은 있지만 사실은 시민들이나 민중들의 사회적 발언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거죠.

 
□ 와이의 제안이라면 어떤 내용일까요.

■ 우리가 최소한 시민운동이라는 걸 제안할 때는 나름대로 기독교 사회운동의 보편적 형식, 시민운동을 제안하는데, 영어로는 '피플스 파워링'(People's Powering)으로 정리했습니다.

'인민 주체'라는 건데, 피플이라는 영어를 인민으로 번역하는데 한계가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과학의 왜곡은 정말 심각하죠.

와이는 세계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열려 있잖아요. 동구권의 붕괴 이전에 그런 사실을 이미 폭넓게 감지하면서 민주주의적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운동 기조가 나와야 된다고 하면서 시민운동을 한번 제안하자고 했던 건데, 그때도 결국은 맥락에서는 민중운동을 함께 하자는 것이고 이름을 '피플스 파워링'으로 한 것이죠.

우리가 투쟁을 할때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을 어떻게 사회에, 제도로 담을 것이냐는 고민을 하지만 실제로 다 담지는 못하죠. 그건 일종의 잉여로 남아서 계속 운동적 동력으로 회수되어야 하거든요.

저는 시민운동이 당분간 자기의 내용을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하기 위해 독자적인 경로를 갖겠다는 생각은 맞지만 기존 기층운동, 진보운동의 안티테제로 스스로를 성립시킨 것은 진짜 큰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진보운동이 담지 못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걸 사회적 실험으로 해서 그 다음에 합류하자고 할 수는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안티테제로 성립시키면 이게 다 큰틀에서 분열이 되는 거죠.

진보운동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좀더 풍성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계속 통합적으로 가야된다는 지향이 와이 운동 내부에서 흔들렸던 적은 한번도 없어요.
 
서울에 와서 진보쪽에 자꾸 가니까 시민쪽에서 조금 문제제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어차피 다 같이 합니다. 시민의 삶의 양식이 노동자인데 시민과 노동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거죠.

직장에 가면 노동자고 집에 돌아오거나 공론장에 참여하면 시민인데, 그게 어떻게 다릅니까. 똑같은 주체죠. 시민과 진보가 혹은 시민과 민중이 따로 가야된다는 건 조금 스타일이 조금 다르고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궁극적으로 이론적 지평이 다르거나 민주주의 원론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반독재투쟁의 성격은 '국민연합전선'으로 구체화될 것

□ 주로 대구에서 오래 활동하던 경험으로 비추어보더라도 시민과 민중, 시민과 진보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 벽이 있는 것 같은 부분이 일부 있었지만 그래도 촛불같은 것들이 다 같이 해왔잖아요. 제가 보기에 큰 국면에서는 항상 연대의 원칙을 잘 만들어 왔고 그래서 역사적으로 큰 고비를 같이 넘어온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미시적이거나 세밀한 영역에서 의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서 생긴 골들이 있긴 했다는 정도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애요.

각자의 스타일로 운동을 해 가더라도 큰 틀에서는 서로 공동행동과 공동의 지향점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되잖아요. 예를들어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같은 건 공동 행동의 지향점을 다 공유한 거잖아요.

지난번 코로나비상시국대책위원회때에도 전국민중행동과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같이 만들었잖아요. 그때도 시민운동 일각에서 따로 만들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게 국민전선은 아니더라도 넓은 의미의 시민전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단체 일부가 그냥 만드는 것 보다는 진보와 시민이 같이 의논해서 틀을 짜자고 한거죠. 행동에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같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영역하고 이번 이태원 참가같은 경우에도 부드럽게 서로 잘 되더라구요. 큰틀에서는 시민과 민중이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상호존중하면서 다른 건 다른대로, 같은 건 같은대로 해서 기조를 함께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함께 행동하는게 최종 목표는 아니고, 한국사회의 미래비전을 위해서 훨씬 더 깊게 연대할 필요가 있죠.

결국 핵심은 정치권력, 특히 민주당과의 문제겠죠. 촛불이 이룬 성과를 민주당이 5년만에 다 뺏기고 정치개혁 요구는 위성정당으로 훼손하는 이런 정치적 문제를 만나고 있잖아요.

한국의 정치공간이 절대적 공존체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걸 깨뜨리기 위해서 정치생태계의 다원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워 정치개혁공동행동을 하려고 했는데, 민주당이 결국 이걸 위성정당이라는 형태로 완전히 죽쑤어버렸잖아요.


□ 결국 정치개혁과 맞닥드리게 되는데요, 조금 더 말씀해 주시죠.

■ 문재인 정부는 정치개혁한게 하나도 없어요. 다른 말로 문재인도 이렇게 역사의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치개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고 다른 말로 하면 이런 정치개혁이야말로 촛불의 명령이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500여개의 단체가 모여서 정치개혁공동행동을 만들었는데 그 성과를 이렇게 말아 먹는 법이 있느냐라는 거죠. 
지금 민생 문제와 함께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일 중요한 게 정치개혁의 문제인 거죠. 그 다음이 지금부터의 고민이죠.


□ 이달 초에 70년대 민주화원로들이 '검찰독재, 민생파탄, 전쟁위기에 맞서는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셨는데, 다소 이견도 노출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저는 80년대 학번이지만 70년대에 사실은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이 동시에 성장했고 종교운동도 아주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70년대 운동사가 저평가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70년대 선배들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분들이 지금 윤석열 정권을 놓고 검찰독재로 규정했거든요. 그런 규정에 대해서는 면밀히 따져봐야 겠지만 저도 검찰독재로 규정할만한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문제가 이렇게 하나 딱 생긴 거고, 또 민생문제가 있죠. 그 다음에 평화 문제가 있고 기후문제는 여전히 실종입니다. 기후 문제는 실종이고. 이렇게 네가지 프레임에서 보면 큰틀에서 유능한 독재는 아닌 것 같고 무능한 독재 같애요.

어디와도 소통하지 않고 실정법도 이렇게 편안하게(?) 편법으로 넘어서서 온갖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독재라고 규정할만한 여지가 충분하죠.

그렇게 되면 반독재투쟁이라는게 원래 국민연합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연합 투쟁을 하는 거에 대한 요청이 지금 이미 있다고 하면서 독재정권 타도 입장을 제안하신 거 잖아요. 

또 퇴진 촛불이 있죠. 시민사회 등에서 제일 우려하는 건 결국 '위성정당 버전 2'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이게 당을 만들고 뭐 하다가 선거법과 적절히 타협하면 다시 위성정당 버전 2'가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평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퇴진 촛불도 대단하죠. 불을 지폈고 어쨌든 헌신적이잖아요. 반면에 민주당을 끌어들여서 저렇게 하는게 또 '조국' 유령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동의는 하면서도 선명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는 상태 같애요. 잘 품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론이 없지만 반면 어떻게 품을 것이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민주당과 어떻게 관계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있죠.

퇴진 촛불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민주당의 비민주적 행동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인 셈이에요. 그렇지만 그것도 조율될 수 있을 것이고 어쨌든 합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세력은 세곳이 더 있습니다.

시민, 민중, 그 다음 종교가 있죠. 또 반독재투쟁을 하려면 제 정당을 합류시켜야 하거든요. 이 투쟁을 해가면서 반독재투쟁인지에 대해서는 개념 규정이 선명해 질 거에요.

그럼 제 정당과 연대하는 거냐, 아니냐의 문제가 밝혀질건데 지금 분위기로 보아서는 연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당, 정의당은 늘 같이 하니까 그건 문제가 없을텐데, 민주당은 중요하니까 들어왔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고민이죠. 딱히 해줄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민주당은 어쨌든 진보정치를 위한 공간을 내놔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정치가 받는 지지에 비해 지금 의석이 너무 적잖아요.

민주당도 아쉬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비용지불없이 그저 '우리 아파요. 도와주세요'라고만 하면 우리는 몸대줘야 하는 방식보다는 최소한의 약속은 하면서 서로 연대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죠.

그게 연대의 조건은 아니지만 민주당도 의미있게 결합하면 좋겠습니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노총같은 곳에서는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어요.

민주노총은 결국 윤석열정부 주요 국정과제중 하나가 노동개혁인데, 이게 민주노총 때리기잖아요. 혼자 싸워서는 안되겠죠. 한품에서 싸우길 바랍니다. MBC도 언론노조하고만 연대해서 싸우고 그럴 사안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2월 14일)도 이야기가 있었지만 통일문제에서 제 정당을 빨리 합류시키는 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우려는 매우 깊었다.
민주당에 대한 우려는 매우 깊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나"라고 하면서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당, 협치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남겨줘야


□ 이제 시작단계이고 조정할 여지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말씀을 들어도 여전히 아리송하네요.

■ 지금 비상시국회의는 전국 조직을 만들고 있고 퇴진 촛불과 연합하는 흐름이 없는 건 아니죠. 본 진영과 만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뭐 순서가 꼭 논리적으로 되는 법은 없으니까요. 시민사회나 진보세력도 큰틀에서 이렇게 보여서 반독재민주화 국민연합 정도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시민사회쪽에서는 민주당으로 결실이 넘어가는데 대한 견제같은 게 있죠.

민주당은 최소한 그 전에 정치개혁 요구를 배신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의 의지를 확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민주당에 몸대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으니까요.


□ 조직된 단체들에서는 훨씬 강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운동이 좀 상설적인 수준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도 중요한 요구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결국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이 수렴점이 있겠죠. 그냥 각자 알아서 자연스럽게 갈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다고 갑자기 모여야 된다는 것도 아닌 것 같애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운동의 내적인 동력이 반독재투쟁이라는 기조안으로 모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모이도록 전선을 국민전선의 양상으로 전망을 넓게 펼쳐 놓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제안을 해 봅니다.

또 다른 한축으로는 내년 4월 총선이 있잖습니까.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과정도 그렇고 민주당 사정도 만만치 않아보이잖아요. 

이런 과정도 잘 살펴봐야겠지만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나 비상시국회의가 제안한 '민주주의 민생 국민연합'과 같은 시민적 저항의 흐름들이 총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겁니다.

직접적인 정치현안은 아니더라도 큰틀에서 기저를 만드는 흐름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공안정국이라든지, 야당 당대표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와 같은 변수들이 섞여 혼돈중이지만 큰틀에서는 많이 기울었다고 판단합니다.


□ 일각에서는 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행동의 정치적 성과를 민주당이 거져 가게된데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조건 단결'하자는 주장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런 지적은 받아야 하는데, 사실은 당시의 촛불행동이 시민적 요구에 운동단체들의 리더들이 합류한 거잖아요. 전체적인 형국을 보면.

시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읽어내고 담아내서 집회를 이끌어 갔던 것인데, 당시에는 정파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점에서 굉장히 주의깊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퇴진촛불이 가지는 하나의 성과거든요.

반면에 그 동력을 탄핵과 함께 해소해버린 것이 옳았는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토론해야 할 것 같아요. 당시에도 그런 토론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다양한 직업적 지향과 사회적 관심을 갖고 있던 촛불광장의 촛불들이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결합되었던 거잖아요.

그런 다양한 주체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서 퇴진으로 끌고 간 건 굉장히 세련되고 성숙한 리더십이라고 평가합니다. 이걸 당적 체계와 전략적 기능을 가지고 역할을 분담해서 하기에는 현장조직에 가까운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촛불 해소이후에 그 운동을 주도했던 주체들이 새로운 사회적 전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좀 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방향 탐색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초동 검찰청 앞 촛불이나 지금 퇴진 촛불은 오히려 정파적 색채없이 사람들의 요구를 객관화하고 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자기 절제가 필요한 측면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죠. 

지금 시민단체나 조직된 대중단체들이 쉽게 합류하지 않는 것도 광우병 촛불때처럼 한번에 다 나와서 밀리니까 다시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경험도 작용했겠지요. 전략적인 판단을 가지고 결정적인 시기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게 민주당의 문제인데, 그동안 민주당은 너무 많은 반칙을 했고 민중의 성과를 수없이 독점적으로 취했어요.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못참고 나오긴 하지만 '로열티'가 떨어지는 이유에요.

민주당은 자기들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어요.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죠.


□ 그동안 여러 성취도 있고 아쉬움도 있었을텐데, 특히 남북관계 관련 관심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와이엠씨에 총회유치가 가장 보람이 있어요. 한반도 평화문제는 특히 국제사회와 로컬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돼요. 이제 우리가 글로벌운동을 할 수 있는 넓은 표면 하나를 한국에 유치했다는 것이 아주 좋았어요.

작년부터 계속 추진하고 있는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 설치가 큰 관심사죠.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를 만들어야 우리가 평양당국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세계YMCA 결의사항이고 가장 큰 미국YMCA도 이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와이는 상근 직원만 110만명이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컬 조직이고 미국내에서는 노조보다 영향력이 센 강력한 시민사회입니다. 

우리 희망은 세계시민사회와 평양당국이 서로 연대해서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기후협력 활성화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서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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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 신조어 만든 尹에 “도 넘은 노조 때리기” “악마화”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2.22 07:30
  •  
  •  댓글 3 
  •  

[아침신문 솎아보기]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尹 거부권 행사할 수밖에”

사실혼 동성부부 배우자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사회보장제도 권리 첫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의 폭력 행위를 ‘건폭’이라고 지칭했다. 조직폭력배 준말인 ‘조폭’을 연상케 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노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권이 노조 때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이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들 부부에게 사회 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동성 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일부 언론에선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건폭’ 근절 주장에 한겨레 “도 넘은 노조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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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건폭’ 근절 지시에 검경은 합동으로 ‘건폭 수사단’을 출범시켜 대대적 불법 행위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올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 중 50명을 건설 현장 노조 불법 행위 집중 단속 분야에 배분했고, 국토부와 노동부는 각각 타워크레인 조종사 등 특수기술자가 월례비(건설사들이 빠른 일처리를 위해 지급하는 사례비)를 강요하면 면허를 정지하고,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집단 운송거부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22일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며 1면 기사 제목을 <윤 대통령, ‘건폭’ 지칭까지…도 넘은 ‘노조 때리기’>라고 지었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노조만 때리는 윤 대통령식 ‘법치주의’>로 정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건폭’이란 용어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은 용어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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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사설 <왜곡·과장 동원한 정부의 노조 공격, 도 넘었다>에서 “문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부풀리고 있는 점”이라며 “노조를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를 정지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지난달 16일 광주고법은 월례비 관련 소송에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사실상 임금의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며 “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지목하고, 건설 사업자 단체에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에 따르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회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끊고 노조 조합원 세액공제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계 자료를 각각 38.7%와 24.6%만 제출했다고 하며 내놓은 후속 조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61곳 중 60곳을 냈다고 반박했다. 노동부가 표지와 함께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대노총은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조법 14조에 행정관청 보고 의무가 없고 속지까지 내는 건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는 과태료 처분, 양대 노총은 이에 맞서는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양대노총을 비난했다. 한겨레는 “정부 지원금과 노조 조합비라는 별개의 사안을 뒤섞어 공격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의 경우 노동부도 해마다 회계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할 때마다 일부 신문들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정부가 진정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노조 악마화’ 윤 대통령, 노사 불균형 너무 심하다>에서 “대통령이 노조 압박을 진두지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단죄하면 될 관행적 치부나 불법 행위를 앞세워 노조 전체를 악마화하고, 노동개혁과 지지율 반등의 전기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강성·기득권 노조 사례만 부각시켜 청년과 갈라치는 것도 독단적”이라며 “지난해 말 정부가 초강경 진압한 화물연대 파업 후 불신이 커져 있는데 노조 불법 엄단만 외치는 대통령의 ‘노사법치주의’는 균형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눈감고 노조 불법 행위만 문제삼는 것은 공정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존중하고, 노사정의 균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경향신문 만평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대통령 거부권’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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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도, 부자감세·친기업 국정 기조를 짜온 당정도 이 문제는 보다 균형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노란봉투법 ‘거부권’ 꺼낸 여당, 정치 복원부터 힘써야>에서 주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는 발언에 “거부권 행사는 역으로 한층 극렬한 여야 대치와 정치 실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66건에 그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여당이 앞장서서 건건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스스로 국회 권능을 저버리고 행정부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파업 조장 ‘노란봉투법’ 기어코 강행, 제 편과 노조만 보는 민주당>에서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법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도 이 법은 처리하지 못했다”며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말 민노총(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건설 공사는 멈춰 서고 최악의 물류 대란이 벌어져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었다”며 “나라 경제보다 노조가 우선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 뒤 “끝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성커플은 공동체’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한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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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씨와 배우자 김용민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부부다. 사실혼 관계임에도 건보공단이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서 혼인을 ‘남녀 간 결합’으로 규정한다며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 2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사설 <동성부부 건보 자격 인정한 법원, 제도 개선 이어지길>에서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있는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며 “우선,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도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현행 가족제도가 혼인·혈연을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고 각종 공적 사회제도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씨가 승소 판결 뒤 “정부는 그동안 성소수자를 ‘없는 존재’처럼 취급해왔다”며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모욕적이었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겨레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동성 커플의 사회보장 권리 인정한 첫 판결 환영한다>에서 “이날 판결문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의 현 주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현행법상 동성 간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짚었다”고 했다. 이어 “실제 대만을 비롯해 전 세계 34개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며, 일본에선 지방정부가 조례로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에 준해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 판결문을 더 인용했다. 재판부는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또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법원, 동성반려자 건보 인정…소수자 인권 진일보>에서 “세계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성소수자 차별 금지는 다수결에 끌려가서는 안 되는 인권 문제이며, 이번 판결은 그 점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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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정부지원금” “단호한 조치”, 흑색선전 앞세워 노조 겁박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사실과 맞지 않은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넘어, 이 주장을 근거로 노조가 법적 의무도 없는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갖고 “노조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고용노동부의 재정 관련 장부 및 서류 제출 요구에 ‘자주성 침해’를 근거로 응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른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현장의 노사법치 확립을 위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으로서 먼저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의 근간이 된 윤 대통령 발언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민주노총이 받는 정부지원금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내는 본부 사무실 임대 보증금 30억여 원이 전부다. 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민주노총 본부와는 독립적인 회계 시스템을 갖춘 16개 산별노조의 경우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는 있지만, 재정의 대부분은 조합비이고 보조금 비중은 미미하다.

노조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수천억 원’이라는 건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 정치인들이 민주노총 본부와 16개 산별노조의 모든 예산을 구분하지 않고 언급한 데서 파생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여과 없이 사용하며 일종의 흑색선전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윤 대통령의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이 노동부로부터 보조받는 임대료는 매년 정기 감사 대상이며, 용처의 성격상 감사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정부지원금과 조합비를 포함한 전체 재정을 혼동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윤 대통령 말처럼 정부가 노조 회계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는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정식 장관은 대통령실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조는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조합비 세액 공제 상한은 30%”라며 “이 부분은 국가가 노조에 대해 특별하게 세금으로 보조해준 영역”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가 회계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법 26조는 노조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은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17년 대법원도 조합원 요구 시에 열람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조합원 이외에 국가를 비롯한 외부기관이 노조 회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날 낸 참고자료에서 “노조법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건 노조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노조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조직된 단체이므로 자주적 운영이 그 본질”이라며 “노조가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그 운영도 자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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