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지켜보는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정부에 ‘9.19 남북군사합의서’(2018) 효력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에 따르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무인기 대응전력 관련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이같이 우리 영토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다시 우리 영토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극한대결로 치닫는 현재 남북관계로 보아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인 ‘9.19 군사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북·미 모라토리엄’ 파기에 이어 또 다른 한반도 정세의 안전판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4가지를 지시했다.
△감시 정찰과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 수행 합동 드론(무인기) 부대 창설, △소형 드론 대량생산 체계 연내 구축, △연내 스텔스 무인기 생산 개발 박차, △드론킬러 드론 체계 신속 개발 등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회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대한민국 국군에 주문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비단 무인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서 사실상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날들이 지속이 됐다”면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지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이 같은 일보다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4일 오후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분노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이나 “9.19 군사합의의 파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결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어떻게 국민을 위한 결정이란 말인가”라며, “군 미필 대통령의 안보 무지와 무책임한 선동이 남북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국민을 불안에 빠뜨린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안 대변인은 “아무런 고민도, 경각심도 없이 안보에 대해 논하지 마시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초강경발언을 멈추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의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방지를 위한 핵심 합의이자 현재로선 유일한 안전핀”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다짜고짜 이 합의의 효력 정지 또는 파기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경솔하고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전쟁과 군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것은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임에도 “도리어 대통령이 나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즉자적 강경 대응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도, 강대강 군사적 대결의 악순환을 끝낼 수도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먼저 이 점을 인정하고, 대북 기조를 전면 재검토,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안보 문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 연일 대책 없는 강경 발언과 무능한 강경책만 쏟아내게 하는 현 정부 안보 라인 핵심 참모들의 인사를 일대 혁신하고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국가안보실에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남북 합의 효력 정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작성됐다.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명시했지만, 북한은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동안에만 15차례 군사 합의를 깨며 도발했다.
5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섣부른 발언’이라며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는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과,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되었으며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수를 꺼내든 것에 방점을 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 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3면 기사 ‘남북 무력충돌 막을 안전판, 합의 4년만에 존폐 기로’에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 남북 모두 충격 완화 장치가 사라지는 위험을 안게 된다”며 “문제는 남과 북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로를 적으로 몰아세우며 배신(합의 위반)에 보복으로 대응하는 ‘팃포탯’과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겁쟁이 게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 대응을 해야만 북한의 도발 의지가 무력화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남북 정상이 직접 나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애초 남북 간 합의의 의미가 우발적인 확전 방지에 있음을 고려할 때 섣부르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이 “일전 불사의 결기”, “보복과 응징”을 외치는 대신 더 큰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합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3면 기사 ‘북한 더 자극하나…합의 파기 땐 위기 관리 ‘안전핀’ 사라져’에서 “윤 대통령 발언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지난달 무인기 도발 이후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발언 등으로 재확인된 대북 ‘강 대 강’ 기조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에 돌리고 있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해 남측의 합의 파기를 유도하려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가 남북 국방장관들 간 합의인 만큼 윤 대통령이 먼저 나선 것은 섣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윤 대통령이 최근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 상승을 이끈 강경 기조를 외교·안보 영역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진정한 안보는 전쟁 발발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데서 가능해진다”며 “무인기 침범 이후 연일 ‘확전 불사’를 외치는 윤 대통령에게 불안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 했다.
▲ 경향신문 3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에 단독 기사를 실었다. 기사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 뚫렸다” 실토’는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領空)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3㎞ 거리 상공까지 침투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며 “당초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에 대해 “탐지된 것이 없다”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만 침범했다”면서 여러 차례 부인했다. 그러나 군과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을 한 결과,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까지 정찰 활동을 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지는 8면 기사 ‘尹 “北 또 침범땐 9·19합의 효력정지 검토’에서는 “북한이 군사 합의를 이미 깨버린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합의 폐기에 신중을 기해 왔다. 그러다 북한이 작년 하반기부터 도발 수위를 높이는 등 7차 핵실험 감행 가능성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핵실험 시 군사 합의 폐기’ 카드를 검토해 왔다”며 “그런 와중에 북한이 급기야 무인기 영공 침범으로 한국군의 안보 태세를 흔들고 민심 교란까지 도모하자 강수(强手)를 꺼내 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북, 두달새 15회 일상적 도발…9·19합의 사실상 유명무실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합의 정지 검토를 지시한 것은 ‘한국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지키며 안보 위협을 당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독트린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양상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가 자칫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타협과 절충의 공간을 남긴 것은 유연한 조치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이번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고 도발 자체를 단념하기 바란다”고 했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 “‘몰랐다’ 총체적 무책임만 보인 이태원 청문회”
4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기한 종료를 사흘 앞두고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0월29일 참사 초반 현장에 경찰이 2명 밖에 배치되지 않는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드러났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 ‘특수본 ‘윗선 무혐의’ 결론…법적·정치적 책임 다 피한 이상민‘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으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 책임론’을 앞세워 이 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방어해왔는데, 이 장관이 법적 책임도 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4일 행정안전부,서울시에 대해 ‘혐의 없음’ 잠정결론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과 조례를 형사법적으로 좁고 기계적으로 해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달 넘게 끌어온 경찰 수사는 용산 경찰서장·구청장·소방서장과 간부들 처벌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무실 압수수색도 못한 행안부·경찰 수장에겐 면죄부를 주고 꼬리만 자르는 경찰의 ‘셀프 수사’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을 두둔·엄호하다 정무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혼동한 말”이라며 “정무적 책임은 대통령을 대신해 주무장관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159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태원 참사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재난시스템 개선은 열 번의 외침보다 이 장관 문책이 더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4일 이태원 국정조사 첫 청문회는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공직자의 무책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거나 기소한 현장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의식한 듯 책임을 부인했고, 컨트롤타워라 할 지휘부는 모르쇠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상급기관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민 목숨을 지키는 데에 실패하고도 ‘몰랐다’ ‘보고가 없었다’며 총체적 책임 회피만 내보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가 어제 열렸지만 여야 간 지루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며 “여야 의원들은 참사 원인에 대한 속 시원한 규명에 실패했고, 증인들은 보고 체계와 지시 계통이 무너진 데 대해 “제 책임”이라고 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 “이젠 팩트체크도 문제 삼는 여당의 ‘쓴소리 봉쇄’ 시도”
한겨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가 보수진영을 공격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두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도 견제도 말라는 ‘노골적 압박’이라며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팩트체크 결과를 문제 삼으려면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지적하는 게 상식이거늘, 단순 숫자만 들이댔다. 대통령과 수석들의 발언이나 공식 발표자료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 ‘사실 아님’의 결론이 다수였다면 대통령실부터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조직”이라며 “개별 언론사들이 각자 판단해 쓴 기사에 센터가 무슨 영향력을 행사한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박 의원은 ‘문화방송’(MBC)과 ‘오마이뉴스’ 기사들을 사례로 콕 찍었지만, 가입 언론사 중에는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사, 종편 채널 등도 있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극히 정치 편향적으로 운영된 팩트체크 사업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할 사람은 ‘지극히 편향적인 사고’로 근거 없는 발언을 한 박 의원”이라며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건 늘 이런 식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성향 패널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한다고 ‘보수 참칭’ 패널이라며, 여야 균형을 맞춰달라고 방송사에 공문까지 보냈다. 겉으론 ‘균형’ 요구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에 비판도 견제도 말라는 ‘노골적 압박’임을 국민들이 모르겠는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여전히 협치 메시지는 없다. 취임 후 첫 신년사임에도 기자회견 생략이라는 이례적 행보를 보여 소통 부재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는 하나 마나 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신년사에는 2023년 정치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겼다.
윤석열 신년사의 특징
윤 대통령 신년사의 특징은 대미 종속 노골화와 검찰독재 강화로 집약된다.
1) 노골적 대미 종속 선언
물론 한국 정치의 대미 종속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처럼 이렇게 노골적인 정부는 처음이다.
사실 한미동맹은 한일관계 개선 없이 진전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반일 여론을 의식한 역대 정권은 한일관계를 몰래 추진하거나 속도를 조절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유’ 진영과의 연대를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일본과의 연대에 흔들림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통상적인 표현 같지만, 신년사 발표 직전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를 고려한다면 매우 의도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지난 연말 ‘방위 관련 3대 문헌’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해외 선제공격권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국가안보전략’에 처음으로 독도 영유권까지 주장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외교부 장관도 아닌 국장급이 항의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갔다.
예년 같으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전범국 일본의 반성 없는 군국주의 부활과 독도 도발에 대해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던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지상명령이 혹시 잘못될까 봐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며 오히려 일본을 안심시켰다.
윤석열 정부의 대미 종속은 국익과의 충돌 상황에서도 주저함이 없다.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면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어진 신년사에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경제와 산업을 연대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여기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 중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브릭스 참가국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라는 표현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하면서 ‘자유 진영’에 그들과의 교역을 단절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미국에 끝없이 충실한 윤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서 또 ‘보편적 가치’를 거론하며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마저 배제해 버렸다.
앞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자 윤석열 정부는 대러 교역을 17%나 줄이는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사실 미국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자랑하던 일본은 같은 기간 오히려 13% 증가했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미일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의미다.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다”는 윤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이 한국 수출 시장의 50%에 달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국익보다 윤 대통령에게 미국의 지령이 더 우선하는 모양이다.
2) 검찰독재시대 본격화
윤 대통령 신년사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발견은 검찰독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다.
신년사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노(勞勞) 관계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 잡았다.
결국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귀족노조’로 분류한 민주노총을 법으로 때려잡겠다는 소리다.
사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8개월 동안 ‘법만능주의’를 유포해 정적 제거에 짭짤한 성과를 거두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소환해 전직 대통령을 욕보이고, 대선 상대 후보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흠집 내기에 성공했다.
제1야당 당사와 진보당 간부 자택 등 무차별 압수수색을 단행, 검찰은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권능을 과시함으로써 윤석열을 반대하는 60% 국민을 움츠리게 했다.
특히 하청노동자에 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에 때린 ‘업무개시명령’ 등 민주노총 탄압에 진전을 보이자, 급기야 신년사에서 ‘노사 법치주의’까지 들고나와 노조 때리기 본격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신년사를 통해 본 2023 정치정세
‘대미종속’과 ‘검찰독재’ 강화를 특징으로 하는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2023년 정치정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 전쟁위기 가속화
우선 윤석열 정부의 대미 종속 강화는 전쟁위기 가속화로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흔들리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범국 일본의 족쇄(전쟁할 수 없는 나라)를 풀어 한일군사동맹 체결을 서둘러 왔다. 한국의 역대 정권과 달리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무조건 접수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은 북-중-러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본격화했다.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대만을 부추겨 중국과 갈등을 유발했다. 특히 정전 상태인 북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한일군사동맹을 동원했다.
방위 관련 3대 문서를 개정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길을 연 일본과 대북 ‘선제공격’, ‘확전 불사’를 공언한 윤 대통령이 합쳐졌으니 한반도 전쟁 준비는 마친 셈이다.
특히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대중국 압박에 제동이 걸린 반면, 윤 대통령은 미국의 명령이라면 양잿물도 마다하지 않을 기세이니 미국이 전쟁을 속계한다면 이보다 더 호기는 없다.
국내외 전쟁 전문가들 사이에서 4월 위기설, 10월 위기설이 오르내린다.
2) 야당 분열과 진보진영 파괴 공작
다음으로 윤석열 검찰독재 강화는 야당 분열과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파괴를 정조준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에서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것도 문제지만, 야당과의 협치를 일절 삼간 것은 모종의 암시로 읽힌다.
독재가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검찰독재를 결심할 윤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차피 정권의 운명은 국민이 아닌 미국 손에 달렸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독재권력을 어떻게 유지할 결심일까?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워 정적을 제거하고 저항 세력을 탄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고려할 때 정적 제거는 야당 분열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어떻게든 기소해서 야당을 분열시키는 것이 윤석열 검찰독재의 당면 목표라 할 수 있다.
기소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증폭시켜 총선 전 제1야당이 분당에 이르면 원내 1당 자리를 국민의힘이 차지한다는 계산이다. 설사 기소가 안 되더라도 4.5재보궐선거까지는 이재명 수사를 이어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물어 민주당 분열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한 반윤석열 세력인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에 대한 파괴 공작은 윤석열식 독재정치의 상수에 해당한다.
민주노총 파괴 공작은 과거 통합진보당 때처럼 ‘선거 부정’과 같은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예산이 1000억?’이라느니, ‘회계감사를 안 받는다’느니 하는 가짜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민주노총 총무실을 압수 수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닌 말로 민주노총 같은 진보단체의 도덕성을 타격하는 데 회계 부정 의혹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을까.
해산된 후에 ‘통합진보당에 선거 부정은 없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처럼 독재 검찰에게 회계 부정의 진위 따위는 관심이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당에 대한 공안탄압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정원이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를 개소하고, 국방부가 기무사를 부활한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작지만 원내진출 가능성이 열린 진보당을 그대로 두고 볼 정권이 아니다. 독재 검찰의 칼날이 가장 야만적으로 파고들 대상이 진보당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요컨대 지금 검찰독재의 칼끝은 민주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다. 검찰독재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윤석열 퇴진투쟁으로 단결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자료사진 ⓒ뉴스1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발언이 당내에서 논란이다. 2012년 초선의원 시절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들에게 전부 적진 출마를 요청한다”고 했던 그가 2023년에는 “지역구민을 무시하는 패륜적 발언”이라며 ‘차기 당대표 수도권 출마’ 요구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소장파였던 장제원 의원이, 이젠 꼰대가 되었는지, 격전지에 뛰어드는 기개를 패륜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참으로 통한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12년 1월 17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장제원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전원에게 “직전 출마”를 요구했다. 특히 그는 “민주통합당 간판급 후보 주자들의 과감한 승부수에는 뭔가 반드시 이뤄 보려는 ‘치열함’이 보인다”라며 “근데 한나라당은 안주하려고만 한다. 안주하면 지켜질까”라고 자당 후보들을 비판했다.
그랬던 장제원 의원이 11년의 세월이 흐르자 달라졌다. 3일 TV조선은 차기 당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론’에 대한 장 의원의 입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장 의원은 “군소 후보들이 수도권 지역구로 바꾸라고 하는데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이야기”라며 “정치인의 근본인 지역구를 건드리는 것만큼 치졸한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수도권 출마론)은 어떻게 보면 그 지역 구민을 무시한 패륜적 발언이고 허장성세(실력이 없으면서 허세로 떠벌린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드높였다고 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정의철 기자
초선 때 당내에서 소장파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장제원 의원이 이같이 달라진 모습에, 윤 의원은 “그 당시 장제원 의원의 호소가 아직도 들린다”라며 통탄해했다.
한편, 수도권 기반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 분당 갑)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 미추홀구 을)은 ‘차기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 총선 승리를 위해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영남 기반인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과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의 이른바 ‘김장 연대’가 견제에 나서고 있다. 김기현 의원 또한 “한가한 이야기”라며 이 같은 요구를 무시했다.
윤석열 정부를 두고 '무도한 정권'이라 칭하는 이들이 있기에 '무도하다'의 의미를 찾아봤다.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막된 정부라는 의미인가보다. 사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무도한 정권'이라는 표현으로 공격했다. 어찌 됐든 무도한 정권을 보내고 또다른 무도한 정권을 맞이한 국민만 참담할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권력을 잡은 윤 대통령의 행태는 논란과 비판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잠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필독서'로 꼽히고, 특히 정치인들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일부 번역본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필수적 자질 세 가지를 제시한다. 바로 열정과 책임감과 균형적 판단이다.
열정은 단순한 '흥분상태'가 아니라 대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헌신이다. 당연히 상당 기간 축적된, '준비된 열정'이어야 할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급조된 후보였기에 베버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나라를 위한다는 본인의 신념은 확고할 것이므로 이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자 한다.
문제는 책임감과 균형감이다. 국가란 폭력이라는 물리적 강제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한 지배체제이고, 정치는 이를 다루는 것이기에, 그래서 정치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히 정치인의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때로 (좋은) 의도와 배치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결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감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베버는 책임윤리가 없는 정치는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정치적 책임은 사라지고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만 묻는 정치권력
취임 후 약 8개월 간 수많은 논란과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럽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 민간인 탑승 논란은 물론 미국 방문 당시 "날리면"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과 비속어 "XX" 논란 때도 사과는 물론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MBC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 때도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언론 탓으로 돌렸다. 새해 신년사에서도 10·29참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참사와 관련된 "정무적인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거다"라며 사실상 정치적 책임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인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상징적이다. 상식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이러한 국가적 참사의 책임은 당연히 정치인들이 먼저(!) 져야 한다. 그런데 고위 정무직 인사들의 '정치적 책임'은 증발해 버리고 일선 공무원들만 끌려나와 '법적 책임'을 지고 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정치적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둔갑시킨다. 특히 정치적 책임과 달리, 공무원들에게 지우는 법적 책임은 결국 숱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고 이들 가정의 생계를 끊는 과정이다. 참으로 비정한 정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균형적 판단을 상실한 '검찰 정치'
또 하나가 균형감각. 이미 100년 전 베버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균형적 판단을 정치인의 필수 자질로 꼽았다. 재미있게도 이는 한국에서도 동일하다. 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청와대나 내각에서 봉사할 자격으로 전문성과 함께 균형감각을 꼽았다. 그러니까 균형감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필수 요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균형감각은 어떠할까.
지금 정부에선 수사가 정치를 대체했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법적으로도 아니고) '법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전 정부 수사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그렇다. 관행으로 이루어지던 절차나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한 문제들을 다시 들춰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샅샅이 뒤져 수사하고 기소한다.
이 대표와 측근들의 경우 대장동 수사는 뇌물에서 시작해 선거자금, 직권남용, 배임으로 혐의가 떠돌아다니다가 돈을 받았다는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자 갑자기 과거 검찰이 스스로 무혐의로 종료했던 성남FC 광고 건을 다시 들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 잃은 개가 동네를 헤매듯 법전과 규정을 샅샅이 뒤지다가 빈틈이 보이면 새로운 혐의를 창조(?)하는 꼴이다.
이 뿐 아니다. 많은 이들은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검찰이 최소한의 균형은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허언이 되었다. 전 정부에 대해서는 검찰조사를 받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전방위적 수사를 하고 있고, 야당은 당대표와 현직 의원까지 수사하는데 여당 쪽은 끈 떨어진 전직 의원들만 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의 가족에 대한 수사는 수많은 물증과 증언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척이 없다. 균형은 고사하고 이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뻔뻔함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섬멸의 대상인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정치적 영역인 사면에서조차 균형적 판단은 없었다. 지난 연말의 사면은 최소한의 균형도 무시한, 유래 없는 '막가파식' 사면이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때 부패·비리 인사들을 무더기로 사면에 복권까지 해줬다. '국민통합'이 아닌, 사실상 '부패통합' 사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만기출소가 고작 5개월 남아 사면불원서까지 발표하며 사면을 거부했던 김경수 전 지사는 복권 없는 '강제 사면'으로 황망하게 출소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요지경인 것은 이명박은 사면의 결과로 미납 벌금 82억원까지 감면 받아 법적 혜택 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혜택까지 얻게 됐다. 이쯤 되면 차라리 비리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게 낫다.
윤 대통령의 '불균형감각'은 정치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신년사에서 경제와 안보를 강조했지만 평화와 복지는 고사하고 민생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언급도 찾기 힘들었다. 특히 '강성 귀족노조'를 기득권으로 설정하여 전쟁을 선언했다. '범죄와의 전쟁'도 아니고 국민과의 전쟁이라니 이 무슨 궤변인가. 그런데 이튿날 경제계와의 신년회에서는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 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면서 한쪽과는 한 몸이 되고자 하고 다른 쪽은 섬멸의 대상으로 삼는다. 대통령의 신년사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두를 위한 대통령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시설 NBC <투나잇쇼>에 출연해 진행자 제이 레노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나는 흑인이었다." 대통령이란 어느 한 세력이나 집단의 리더가 아니라 그야말로 국민 모두의 지도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윤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 곳곳을 살피고 다른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갈등 조장' 보다는 '갈등 조정'의 최고 책임자여야 한다. 특히 책임감과 균형감을 갖춘 리더이길 바란다. 베버는 정치인의 '무책임'과 '객관성 결여'를 죄악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경제인들과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대통령,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연합뉴스
북한이 새해 첫 날, 올해 신년사에 해당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적시한데다 ‘전술핵 무기’ 증강을 공언하고, 실제로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시험과 배치를 입증해 보여 올해 군사적 긴장은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인 올해를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웠고, ‘당건설 5대노선’을 정식화 하는 등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사상체제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남조선괴뢰 명백한 적’ 규정,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천명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됐다. [사진 출처 1 노동신문]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사흘간 ‘보고’를 통해 현 정세를 분석하고 올해 북한의 진로를 제시했다. 통상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대외관계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핵무력 정책과 대남‧대외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강대강’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2022년을 평가하면서 “공화국 핵무력정책을 공식법화하여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했다고 지난해 9월 ‘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또한 올해 사업계획을 제시하면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바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듯 북한도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남측 보다는 미국 견제용이라고 강조해온 핵무기에 대해서도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증강을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사거리 15,000km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을 사정권에 두게 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자 담화에서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2경제위원회에서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나아가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고, “2023년 1월 1일 새벽 조선인민군 서부지구의 어느한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는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조선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보도했고, 우리 합동참모본부(합참)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의 양산 및 실전배치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사거리가 멀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점타격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핵억지의 3대 조건인 3C(Communication 의사전달, Capability 능력, Credibility 신뢰성)를 확실히 천명했고, 이제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에 따라 ‘핵 교리’도 바뀌었다. [노동신문]은 “보고는 핵무력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성렬 전 오사카총영사는 “북한이 표명한 것은 ‘우리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확증 보복’을 넘어 참수작전 시도와 같이 상대방이 북에 타격을 시도할 경우에도 ‘핵을 먼저 쓸 수도 있다’는 ‘비대칭 확전’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은 물론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는 ‘비대칭 확전’으로까지 적극화 된 것이다.
신냉전 구도의 틈 활용,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응고’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응고’시키고자 하는 것은 현재 조성된 정세와도 관계가 깊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험들이 가득했던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 “8차당대회 이후 우리 당의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이라고 지난해 정세를 언급했다.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공조실현을 본격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신냉전 정세 속에서 일치된 대북 제재를 가하기 어렵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할 적기”라며 “바이든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기대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끝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있는 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내내 떠돌며 한미일 군사협력 명분으로 활용된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도 이같은 국제정세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강경대치 국면을 이어갈 경우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 봄 예고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 남북은 첨예한 힘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 ‘확전 불사’를 외치기도 했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자 미국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 우크라이나 정부를 단속시키는 등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며 “확전을 마다않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기 벅찬데다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경우 미국이 현단계에서 더 중시하고 있는 대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국이 윤석열 정부의 브레이크가 되어 주지 않으면 남북간 군사적 불상사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는 상태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비보강 계획과 당건설 5대 노선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완수를 위한 더 높은 목표와 방대한 과업이 나서고있는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걸음을 내짚는 해, 생산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고 전반적부문과 단위들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8차 당대회에서 정비보강을 제시했고,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까지 3년이 걸린 셈”이라며 “각 분야별 본보기 단위들을 만들고 ‘사회주의 ’태’가 더 나는 경제관리 체제로, 경쟁력 있는 부분들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8차 당대회 이후 시‧군과 농촌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온 북한이 이번에는 “도당위원회와 도당책임비서들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도’ 단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경제까지 충분히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군 단위들이 자체 원료로 소비품 등을 생산, 자립적 경제발전을 도모토록 하는 ‘지방공업 현대화’에서 본보기 사례를 창출했다는 연말 결산이 나왔듯이, 그보다 더 광역단위인 도 단위 역시 같은 방향을 견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건설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식량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자력갱생 노력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빌 언덕’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이어 올해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새로운 3,700세대 거리 형성이 목표로 제시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실제로 김 총비서의 보고는 올해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설정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3년차를 맞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700세대 거리를 하나더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당 비서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겸임했던 군의 대표주자 박정천이 해임되고 리영길이 이어받았다. 박정천의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군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조직 문제 의정 결과를 담은 공보를 5,6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갈무리 사진 - 노동신문]
조직 문제는 대체로 소폭의 자리바꿈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이며, 김수길, 박태덕, 리영길, 태형철, 오일정 등 기존 에이스들이 핵심 포스트에 재등판 했고, 통일부가 제공하는 북한인물 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김상건 중앙검사위 부위원장 겸 당 부장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별도의 의정(의제)으로 ‘새시대 당건설의 5대 노선에 대하여’가 채택돼, 당건설에 관한 이론체계를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률건설, 작풍건설로 새롭게 구성한 점도 주목된다.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연말 결산 정론에서 5대 당건설 방향을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가장 혁명적이고 과학적인 사상과 로선으로 조국과 인민이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는 위대한 수령이시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집권 10년 차를 넘긴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이론 분야에서의 성과를 부각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어 ‘김정은주의’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평가되며, 이는 결국 ‘수령’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조국해방전쟁승리(7.27 정전협정) 70돐과 공화국창건(9.9) 75돐을 기념하게 되는 2023년”은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 행사가 기다리고 있고, 국방력 시위 등을 통해 최근 시대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도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모든 부동산 규제지역을 오는 5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제한, 실거주 의무도 완화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대폭 푼 조치다. 4일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실수요자·저소득층 주거 대책 면에서 우려한 신문과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우선시한 신문으로 나뉘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규제지역 지정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제를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전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바뀐다. 민간 아파트 전매 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2~5년)도 없앤다.
4일 9개 아침신문들은 모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발표를 1면에 올렸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머리기사로 다뤘고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는 상단 오른쪽에 배치했다.
▲4일 조선일보
▲4일 아침신문 1면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다. 지난해 세 차례 해제해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 5곳만 남겨뒀는데, 이번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나머지 지역을 모두 풀었다. 한국일보는 “서울 외곽만 ‘핀셋 해제’할 거라는 시장 예상을 깬 파격 조치”라며 규제지역으로 남은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해서도 “정부가 앞서 규제지역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터라 이들 지역의 규제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선 대출과 세금,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무주택자에 한해 20~50%로 제한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되고, 집을 살 때 자금 조달과 입주 계획 신고 의무도 사라진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도 없어지고, 현행 5억원이던 1인당 대출한도도 폐지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해진다. 한국일보는 “당장 이달부터 서울에서 집을 사고 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규제완화를 평가했다.
반면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줄였다. 소득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앞으로 5년(2023~2027년)간 4만호가량 줄이기로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합쳐 총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세부 계획을 보면 공공분양주택은 14만4천호에서 50만호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63만2천호에서 50만호로 줄어든다”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물량이 46만8천호에서 43만호로 줄어든다.
▲4일 경향신문
▲4일 한국일보
“다주택자 겨냥 정책 없애…우려” 총평, 조선 “서민에 중장기 도움”
신문들은 저마다 이번 발표를 두고 ‘규제완화 폭탄’, ‘파격 조치’, ‘규제완화 끝판왕’ 등으로 요약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규제완화라는 얘기다. 한겨레는 “집값이 상승세를 탔던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5년간 지속된 규제지역 확대 조처가 새 정부 출범 1년 도 안 돼 사실상 전면 해제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규제 완화 속도전의 ‘끝판왕’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평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가 지난 세 차례 규제에 비해 서울을 대상으로 해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봤다.
경향신문도 “국토부는 이날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해 수년에 걸쳐 도입된 굵직한 부동산 규제들을 한꺼번에 해제했다.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라며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규제완화 폭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4일 경향신문
이번 정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떤 효과를 낼까. 경향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는 무주택 실수요자보다는 투자 및 갈아타기 수요에 기댄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실거주보다는 투자 수요 및 갈아타기 수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라며 “하지만 자금 여력이 풍부한 사람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부동산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시장에서는 1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점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로 무주택자의 대출이나 세금은 변화가 없지만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집을 살 때 세금이 줄고 시대수익은 커졌”다며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다주택자의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저렴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기다려온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악재”라며 “분양가 자율화는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시장 과열기에는 정비사업 지역에서 ‘고분양가’와 주변 집값 상승 악순환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고 했다.
▲4일 한겨레
몇몇 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를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높은 금리 탓에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시장 기능을 복원해 중장기적으로 서민 수요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출 금리가 7%대에 달해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조처는)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이끄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청약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한국일보 “투기 불러들이는 부작용 클 것”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우려를 담은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더라도, 규제 완화 속도나 방향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돼 있어, 실수요자 주택 구입보다는 자칫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건 변화에 따라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까지 대거 풀어버리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힘주어 비판한 ‘지대 추구’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택 매수에 나설 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동산 정책은 철저히 민생에 맞춰야 한다”며 “투기 수요는 차단하면서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4일 한국일보 사설
▲4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거래절벽,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 부실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자칫 투기 세력에게 ‘버티면 결국 규제가 풀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다시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추가 대책도 낼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지금까지보다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핵연습 NO” 발언에 대통령실 “공동실행” 해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말을 해 혼선이 빚어졌다. 다수 신문들이 양국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나, 일부 신문은 대통령이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개별 언론사에 먼저 밝힌 것을 화근으로 짚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4일 경향신문
이 질문은 당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와 관련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는 “양국 군당국은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중인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마치 거의 확정된 것처럼 먼저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일 국민일보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긴급 해명에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대통령실 해명에 미뤄 윤 대통령이 발언한 ‘공동연습’이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합의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가운데 ‘공동기획 및 실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과 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수립 등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의미”이고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라고 그 차이를 언급했다.
미국 백악관도 해명을 내놨다. 에이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한·미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매체인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美 “가까운 시일 내 한국과 핵 훈련”’이란 제목의 보도를 내고 “한미 양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공동 기획·연습 추진은 작년 11월 SCM에서도 합의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미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한미가 공동 기획·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보도되자 백악관이 설명에 나섰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용어 사용이 부정확해 혼선을 일으켰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는 ‘공동실행’(Joint Execution)으로 돼 있으나 윤 대통령은 ‘공동연습’(Joint Exercise)이라고 말해 마치 한국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공동으로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했다”고 했다. 또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말 합의했던 사항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곤 하나,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대통령이 개별 언론사에 먼저 불쑥 밝힌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미국이 ‘핵 비확산체제’라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이란 표현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 ‘핵 공유’를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동맹국들도 작전 통제와 사후 평가 등 일부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자칫 북한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점증하는 북핵에 정부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핵 대 핵’ 대치를 불사하는 태도로 비친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상황 관리를 하며 북한의 가능한 모든 도발에 대비하는 것이다. 핵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용어상 혼선 탓으로 치부하며 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라며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대북 대응 전략을 둘러싼 한미 간 기대와 현실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며 30년 가까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윤미향 의원이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조만간 1심 선고를 받을 전망이다. 그가 뒤집어 쓴 주된 혐의의 하나는 단체 경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윤 의원이 더불어민주당(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요집회 등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이 17차례에 걸쳐 정의연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간사부터 대표까지 지내며 오랜 헌신으로 사회적 존경을 받아온 윤 의원이 ‘할머니 돈을 훔친 도둑’으로 몰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숱한 의혹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고 무혐의 처분이 된 것도 상당히 많지만 검찰은 윤 의원이 무려 8개의 법을 위반했다며 기소를 단행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는 윤 의원과 그를 공격하는 검찰과 정부, 그리고 언론들. 재판부는 마지막에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쟁점을 정리하며 사건을 돌아봤다.
1. 후원회원에게 회비를 받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다 불법이다?
일단 정의연이 자금 조성을 어떻게 했는지부터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1990년 발족한 정대협와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2018년 통합돼 출범한 게 정의연인데, 정대협과 정의연 모두 여타 시민단체들처럼 ‘후원회원’을 기반으로 운영됐다. 후원회원을 모집해 이들이 회비처럼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연은 비영리단체인 만큼,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금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 ‘후원회원 모집’ 자체를 문제 삼았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기간을 1년 이내로 하여 법률에 정해진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한 후 관할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 여기서 관할 등록청은 1천만원 이상의 경우 관할 광역단체, 10억원 이상일 경우 행정안전부를 말한다.
이를 정대협과 정의연이 고의로 피하고, 2015년 초부터 2019년 말까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총 25억여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여기에는 후원회원 모집뿐만 아니라 ‘나비기금 후원금’, ‘박물관 후원금’, ‘할머니 미국원정 경비’, ‘김복동의 희망 후원금’, ‘재일 조선학교 마스크 보내기 후원금’,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조의금)’ 등을 모금한 행위도 포함된다.
현재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에 소개돼있는 후원회원 가입 절차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후원회원을 모집한 것이고 그 후원회원들이 회비로 내준 금전이니, 기부금품법상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도 지난 2016년 정대협에 대한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건을 수사한 결과, 정대협이 받은 돈은 후원회비에 해당하며 기부금 모집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비슷한 혐의로 다시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게 윤 의원의 입장이다. 그 외 다른 후원금 모집 역시 후원회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회비를 모집한 것이라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제도적 문제인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부분도 포착됐다. 정대협은 2017년 2월 초 행안부에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등록을 신청했다. 그런데 정대협의 예상과 달리 행안부가 심사를 거쳐 ‘2017년 2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모집 가능 기간으로 기재한 등록증을 발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검찰은 등록증에 기재되지 않은 ‘2017년 1월 1일부터 2월 23일’까지 정대협이 후원금 2천700만원가량을 모집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억울했다. 당시 정대협 측은 이 등록증을 받아들고는 당황해서 정정을 시도하려고 문의했으나, 행안부 측의 답변은 그저 “방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당시 정대협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훗날 법정에서 행안부 담당자는 정대협의 신청서를 접수받을 당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보완 또는 수정 요구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개선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결국은 정대협의 ‘고의적인 범죄’였다기 보다는 ‘제도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실제 매년 기부금품 모집 규모가 상당히 큰 저명한 다른 단체의 등록 현황도 정의연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의연처럼 기소가 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연이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용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라며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총 1억3천만원가량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면서 관할 등록청에 미리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도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보인다. 백보 양보해 ‘장례비용’이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닌 부의금과 다르다고 보더라도, ‘사람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미리 등록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미리 기부금 등록을 신청하더라도 행정적으로 처리되기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윤 의원은 정대협과 정의연 후원회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기감사, 회계 보고 및 승인 등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고 실행됐지만, 일부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된 것에 대해서는 “같은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의원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 행위를 한 것을 두고 기소한 건 나비기금과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용 모금이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 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도 크게 문제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윤 의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정산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정에서 “정대협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해서 특별모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제 개인 계좌를 활용했다”며 “그 전체 모금 내역을 일일이 자료에 정리하고, 남은 건 그 다음 캠페인에 지출하고, 또 남으면 생존자를 방문하거나 대외 활동을 하는 등 공적 활동에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2. ‘할머니 선물’ 진짜로 샀나, 아니면 횡령했나
그 연장선상에서 윤 의원에게 업무상 횡령죄도 제기됐다. 정대협 명의의 계좌, 본인 개인 명의의 계좌 등에 보관돼 있던 정의연(과거 정대협) 소유 자금을 총 217회에 걸쳐 합계 1억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정의연 계좌에서 윤 의원 등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이 이체되거나, 체크카드로 사용, ATM에서 인출된 경우들이다. 그 금액은 적게는 수천원, 많게는 수백만원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선 지출, 후 보전’이었다고 해명했다.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사비로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단체로부터 보전받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는 이체할 때마다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적요(이체할 때 계좌에 적어둔 기록)로 남겨져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OOO 할머니 선물’, ‘해외로밍’, ‘OOO 할머니 바지’, ‘OOO 할머니 운동기’, ‘OOO 할머니 점심’, ‘평화비 건립’ 등이다. 이렇게 적어둔 데 대해 윤 의원은 “나름대로 정산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결국은 실제로 공적으로 사용됐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사적 사용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공적으로 활용했다는 걸) 페이스북 자료 등으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변호인단을 통해 사진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은 오히려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정의연 후원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회비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꾸준히 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은 “사무처장일 땐 매월 만원, 2만원씩 내다가 나중엔 5만원씩 후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연료나 상금을 받아도 특별후원금으로 정대협 등에 줄곧 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그렇게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의연과 김복동의희망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공판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내역을) 찾기 힘들었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기부 영수증으로 자료를 찾으니 1억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원을 횡령해서 1억원을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2019년 1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3.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
윤 의원은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 등을 탈취했다는 준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렇게 총 9회에 걸쳐 합계 7천920만원을 정의연 등이 취득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인 5천만원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일부다.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연 부속기관인 ‘마포쉼터’에서 길 할머니를 돌보던 손영미 소장과 함께 공모해 길 할머니가 상금의 일부를 정의연에 기부하는 의사표시를 강제로 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부는 치매를 앓고 있던 길 할머니의 진짜 의사가 아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길 할머니가 기부한 돈의 상당수는 ‘김복동의희망’으로 들어갔다. ‘김복동의희망’은 길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인 내놓은 5천만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학재단이다. 김 할머니는 길 할머니의 오랜 ‘단짝’ 친구였다. 그런 점에서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의 뜻에 공감하고 ‘김복동의희망’에 기부를 하는 건, 두 할머니의 그간 활동을 돌아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길 할머니의 ‘치매’에 따른 잘못된 기부 행위라고 본 셈이다.
윤 의원은 길 할머니의 기부 행위는 모두 본인의 분명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고는 하나, 당시 의사결정을 못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꽤 많다. 윤 의원의 준사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된 시점 이후에도, 길 할머니는 수차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당장 윤 의원이 2019년 2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재일조선학교 여러분, 저는 서울에 사는 길원옥이다. 김복동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으니 이제 길원옥이가 대신하겠다. 여러분들 힘 많이 내시라. 우리나라 잘 되게 힘써 달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의 생전 뜻에 따라 재일조선학교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영상메시지를 통해 드러낸 것이었다. 이 밖에도 법정에서 길 할머니가 윤 의원을 비롯해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농담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다수 공개됐다.
이 밖에 윤 의원이 기부를 제안했는데 길 할머니가 반대해서 기부를 하지 않았던 사례, 윤 의원이 기부를 하지 말자고 권했는데 길 할머니가 반대해서 오히려 기부를 한 사례 등도 재판 과정에서 소개됐다.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 직후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강제수사와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 과정에서 길 할머니를 오랫동안 돌봤던 손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4.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했다?
윤 의원이 받고 있는 마지막 혐의는 ‘안성쉼터’라고 불린 ‘안성힐링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와 관련된 것이다. 검찰은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정대협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윤 의원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손해를 ‘얼마나’ 입혔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0억원을 사업 지원비로 기부 받았고, 그 한도 내에서 적절한 부지를 20군데가량 돌아다니며 찾다가 7억5천만원에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마저도 ‘깎은’ 액수라는 것이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기부금을 지정기탁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모두 협의한 결과라고 윤 의원은 강조했다.
해당 부지를 지인에게 소개받은 것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지인에게 부동산 이익을 몰아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저희가 본 안성 인근 다른 매물은 훨씬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비용이 비싸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며 “사업 기간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턴 주변 지인 모두에게 (부지를 알아봐달라고) 소문을 낸 상태였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피해자들 거주 공간으로 부적절한 곳인 것 같다’는 검사의 지적에 “거주 공간이 아니라 치유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계획을 세웠고, 현대중공업 측과도 그렇게 협의하고 승인됐다”며 “안성쉼터 부지는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었고 접근성도 좋았다. 그래서 적절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정대협은 실제로 안성힐링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안성힐링센터를 처분해야야 했는데, 이는 모금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모금회는 2015년 12월 안성힐링센터 사업을 중단시키고 기부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안성힐링센터가 사업 평가, 회계 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2015년 한일 합의가 있기 전에는 계획했던 사업들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후에는 치유보다는 다시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길거리로 나서야 했고, 그러다보니 기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안성쉼터가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안성쉼터에서 숙박시설과 설비를 구비해서 약 52회 숙박을 했다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라고 기소했다. 정대협을 ‘먼지 털 듯이’ 수사한 결과, ‘깨알’ 기소였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숙박업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사업 취지에 맞게 역사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의 장소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2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당시 정대협 대표 윤미향 의원의 모습.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운동단체’ 아닌 ‘자선단체’라는 왜곡에서 시작
정의연에 쏟아진 무분별한 의혹, 상당 부분 일찍이 해소
이처럼 윤 의원이 휩싸인 의혹과 혐의는 대부분 정의연이 사회운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피해자를 돕는 자선단체로 곡해된 결과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의 복지 향상에 돈이 쓰이지 않으면, 마치 윤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착복한 것처럼 왜곡돼 보이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저희가 수사하면서 느끼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건 정대협은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대표적 단체라는 것인데 맞느냐”고 묻거나, “정대협이 받은 후원금 중 생존자 복지를 위해 지출된 금액보다 운영비로 지출된 금액이 훨씬 큰 이유가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자선단체’가 아니다. 윤 의원의 변호인도 “정의연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자기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과 뜻을 같이 하며 수요시위를 매주 열기도 하고, 해외원정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사명감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해온 배경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순간에 가해진 ‘여론재판’은 가혹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제기됐던 의혹들 가운데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검찰도 제기된 의혹 11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했다.
대표적으로 윤 의원 부부가 정의연 자금을 유용해 딸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충당했다는 주장, 윤 의원 남편이 운영하는 지역언론사에 정대협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주장, 거주하는 아파트를 정의연 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주장, 보조금 및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을 국세청 홈택스에 허위공시했다는 주장, 보조금을 중복·과다지급 받았다는 주장 등이다. 안성힐링센터에 윤 의원 아버지가 관리자로 등재돼 6년간 7천580만원의 급여를 받아간 것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검찰은 “(윤 의원) 부친이 실제로 쉼터 관리자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배임 등 범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은 윤 의원 외에 정대협·정의연 전·현직 관계자 등 22명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윤 의원에 대한 기소만큼은 강행했다. 윤 의원에 대한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경찰,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도 끝끝내 가로막아…전장연은 3일 오전 시위 재개 예정
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1.03. 00:59:00
2일 오전 8시부터 13시간 넘게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5분 승차' 시위가 결국 가로막혔다. 전장연은 3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다시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의 지하철 지연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치는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10시쯤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2일 1차 지하철 행동' 시위를 종료했다.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13시간 만이다.
전장연은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기자회견에서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 권리 예산 중 0.8%만 국회를 통과했다"라며 오전 9시10분부터 열차 탑승을 시도했다. 전장연은 앞서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 탑승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공사는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조정안을 거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삼각지역에는 오전부터 경찰 기동대 10개 부대가 투입되어 방패를 들고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서울교통공사 또한 삼각지역 현장에서 전장연 퇴거를 촉구하는 방송을 1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활동가들과 경찰 기동대, 공사 직원들 사이의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탑승 시도가 지속되자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되기도 했다. 오후 3시 2분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오후 10시까지 총 13대 열차가 삼각지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결국 전장연 측은 오후 9시 40분쯤 집회 중단을 선언하고 장애인권 운동가인 고 우동민 열사 헌화를 끝으로 해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집회 마무리를 하면서 "(5분은) 서울교통공사의 대변인과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지하철 탑승을 막은 서울시 및 공사 관계자를 비판하는 한편 "장애인이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재차 장애인권리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3일에도 오전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공사 측은 여전히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공사는 이날 2021년 1월부터 약 2년간 총 82차례 진행된 지하철 내 시위에 대해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전장연 활동가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이 단체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강제조정하며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사라지는 것과 잊혀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과 기후변화를 공부했다. 들리지 않았던 말까지, 끝까지 듣는 기자를 꿈꾼다.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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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2월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경제기관에서 2023년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 한국은행은 1.7%, 금융경제연구원은 1.6%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 상세브리핑'에서 1.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성장률 예측이 1%대로 하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보다 높게 나타난다. 정부의 정책효과를 성장률 전망에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정부 전망치가 낮다는 것은 정부에 인위적인 경기부양 의지가 없다는 신호다. 윤석열식 재정긴축, 민간주도 경제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경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외 모든 기관의 예측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0.6%로, 유로존은 0.0%로 크게 낮췄다. 작년 말 해외 경제기관들의 전망치도 크게 수정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렸으며 "2023년에도 금리증가율 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금리인상 기조의 지속, 미국·유럽 시장의 침체로 인한 해외수요의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공급사슬 충격의 회복지연, 중국의 봉쇄 해제 이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여건은 어느 하나 좋은 게 없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 구조조정 등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수침체도 불가피하다. 미국과 금리격차가 1%p이상으로 벌어지면서, 한국은행 또한 금리인상 기조를 역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미국만큼 빠르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투자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지속될 것이다. 올해 새롭게 분양되는 주택 물량이 넘쳐나는 국면에서 건설투자 감소는 불가피하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국면에서 건설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동산에 대한 '가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시장 중심의 경기부양을 외치고 있다. 규제를 풀고 세율을 낮추면 기업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며, 경제체질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에서 202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가장 큰 쟁점이 법인세 인하였다. 2023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이다.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민간 중심의 성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시장 자유를 확대하면 기업의 이윤 기회가 확대되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발상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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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2023년 대통령 신년사 중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할 말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사라진 구시대 유물이다. 이런 기대는 하이예크와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 속에서나 작동할 법하다. 기업투자는 기대수익에 따라 움직이며, 기대수익은 시장전망이 긍정적일 때 높아진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경제가 활성화할 이유가 없다.
여러모로 윤석열 정부와 성격이 비슷한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4대강 사업'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패,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재앙 등 수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필자도 잘 안다. 그 모든 부정적인 유산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조차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을 두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게는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 경기침체, 복지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축소, 기업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며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큰 충격은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 복지 사각지대의 차상위 계층에게 미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정책 기조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노동개혁', 즉 노동시장 전환과 노조의 협상력 약화다. 윤 대통령식으로 표현하면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귀족노조'를 잡겠다는 것이다.
나름 일관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된다. 불황기에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악'으로 보는 정권에게 어울리는 정책 기조다.
노조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들이 있지만, 필자는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 전개'라는 글에서 전투적 경제주의를 표방한 대기업 노조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혁신·제품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가 꾸준히 실질임금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이 노동비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생산공정의 모듈화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상승을 압박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했고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요인이기도 했다. 반면 일본·유럽 등지에서 노조의 협상력 약화는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원인이기도 했다.
윤석열식 반노조주의에는 이런 역사적 결과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무지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이 이 국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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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입니다.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으로 재직중이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대선거구제 찬성 조선, 권역별 비례대표 등 추가 논의 제안한 경향·한겨레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 이태원 참사 언급한 전시 철거 논란…한겨레 “잇단 검열 논란 우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언급하며 새해 정치권 화두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이 떠올랐다. 한 지역구에서 한명만 당선되면서 절반에 가까운 표가 사표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고 비명계 의원들이 이를 찬성하는 것 같은 기사 제목으로 이 사안을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하면서 이 신문은 3일자 사설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소선거구제 폐해에 대해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갈라진 나라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석폐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위성정당 금지 등 다양한 선거구제의 장단점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이 위탁운영 중인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민간 전시회에서 일부 전시물이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이 소식을 전했고, 3일 사설에서 이번 정부 들어 이어지는 ‘검열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썼다.
▲ 3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중대선거구, 이재명은 반대하고 비명계는 찬성하나?
조선일보는 정치면 ‘李 “중대선거구제, 신인에 불리”…비명계는 “논의해야”’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선거구제 개편으로 민주당이 양분된 것처럼 다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장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조선일보에 “정개특위 여야 의원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정치 지형상 국민의힘 현역은 영남에 극히 치우쳐 있는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 의석만 야당에 대거 뺏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6·1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는데, 9명을 뽑는 광주 시범 지역에서는 민주당 6명에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고, 역시 9명을 뽑는 대구 시범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며 “호남에서는 진보 정당이, 영남에선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대선거구제가 국민의힘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조선일보가 주목한 건 민주당 내부 의견 대립이다.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며 “기득권,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돼 신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되레 중진들의 자리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여야할 것 없이 각자의 이해관계나 다양한 의견 대립이 있다고 보는 쪽이 더 가까워 보인다.
조선일보는 “내부적으로는 주로 비명 진영에서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크다”면서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의견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신문에 “수도권과 광역시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확대해 나가는 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기득권의 온상인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썼는데 이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야 모두 계파 갈등과 당대표 리스크 등 불씨를 안고 있다”며 “중대선거구제에 주도적인 의원들이 여야의 합리파, 비주류 성향이라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대통령발 선거구제 개편, 조선일보 적극 찬성
윤 대통령이 2일자 조선일보 단독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신년 화두 “소선거구제 폐지” 갈라진 나라 해법 될 수도’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조선일보는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패가 분명해 책임정치를 구현한다고 하지만 승자독식 구조여서 여야 정당, 지지자 간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키워왔다”며 “(중대선거구제는) 지금처럼 철저하게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현실에서는 도입의 득이 실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개편하려면 지역구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며 “지금 지역구에서 당선 안정권에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반대할 수 있지만 지난해 지방기초의원 선거 때 30개 지역구에서 중대선거구를 시범 실시한 결과 민주당은 이득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부분을 사설에서 다뤘다. 이 신문은 “도농 지역에 모두 도입할지, 2인·3인·4인 이상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한 선거구에 정당 복수공천을 허용할지 등 짚고 따질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고, 의원·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가 중단된 과거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년·여성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다”며 “승자·지역독식을 막는 방법에 중대선거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례대표제를 전국 권역별로 뽑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을 막고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거제의 장단점을 두루 따지고 조합해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만능의 해법이거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자칫 기득권의 과점 체제로 흘러가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례성 강화도 선거구제 개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거대 여야의 위성정당 꼼수로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방안이 됐든 양당 독점을 깨고 다당 구조로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는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또 검열 논란
2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달 29일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개막한 ‘예술과 노동’ 전시회에서 선보이려던 ‘공개법정-“우리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아카이빙 자료전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문화공간 수탁 운영업체가 전시 포스터와 소책자를 걷어가고 영상 전시물 전원을 차단했으며 지난달 31일 서울도서관 쪽 지시로 결국 철거됐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노조 파업’ 등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전시하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로 전해졌다.
▲ 3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3일자 사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잇단 ‘검열 논란’ 우려한다”에서 “공공기관이 전시 장소를 제공하거나 후원을 한다는 이유로 예술 작품의 내용에까지 간섭하는 것이야말로 ‘관치 예술’이요, 예술의 자유로운 창작과 향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지난해 중고생 만화 공모전에서 만평 ‘윤석열차’에 금상을 주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풍주한 만화 전시가 불허됐다. 부마항쟁 43돌 기념식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가수 이랑이 주최 쪽에서 노래 교체 요구를 받다 무대에 서지 못한 일도 있었던 것을 나열했다.
한겨레는 “전시·공연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말할 것도 없는 예술의 자유 침해이고, 실무자들의 눈치보기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정부의 강경 태도가 불러온 위축 효과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며 “‘자유’를 그토록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예술의 자유가 번번이 침해당하고 있으니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했다.
2023년엔 벗어날 수 있을까?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팬데믹이 올해는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3일 한국 정부도 확진자 자가격리 조치와 함께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국경을 열면서 '중국발 변이'라는 변수가 추가됐고, 미국에서도 치명도가 높은 오미크론 변종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긴 아직 일러보인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시민건강연구소 이사장)는 프레시안과 2023년 신년 인터뷰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대해 '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 팬데믹 사태는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누구나 감염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했지만, 동시에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에 걸리고 사망하는 이들은 사회적 취약 계층임을 확인하면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를 재확인시켜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면서 "과학방역"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지역, 소득수준, 성별 등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코로나19 피해의 정도를 유추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통계조차 집계하지 못했다.
또 팬데믹의 '끝'을 예측하기 힘들어도 매우 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는 이슈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다고 김창엽 교수는 제기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의료와 돌봄은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투쟁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문재인 케어' 폐지를 시시하면서 '의료 민영화'라는 보수진영의 익숙한 '답'을 대안으로 제시하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김 교수는 '나라 만들기'의 단계를 지나 이미 '상업화', '자본주의화'된 보건의료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인구 구조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는 "방치하고 모른 척하는 (자본권력과 이에 결탁한 국가권력의) 고사 작전"에 맞서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체계를 갖추는 길"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다서서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따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엔데믹 전환,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코로나19 3년만에 마스크 착용 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스크를 벗는 게 옳은가에 대한 시시비비는 여전하지만….
김창엽 :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방역'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아니다. 전염병, 즉 팬데믹은 공공보건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 분석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개개인의 심리와 행동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사회과학적인 문제다. 따라서 마스크를 쓸 것이냐 벗을 것이냐 하는 문제에 정답은 없다.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부나 관료들이 몇몇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그 과정 자체가 문제 아니겠나. 따지고 보면, 3년 전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할 때부터 그런 방식이었다. 그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아쉽다.
프레시안 : '과학방역'이라는 말을 하셨는데, 솔직히 현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단지 문재인 정부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만 있는 것 같다.
김창엽 : 코로나19 3년 내내 정치적인 고려 사항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죽하면 '정치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런데 코로나19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어 정치화가 되고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방역 문제라거나 장애인과 노인들, 또 시설과 요양원 등의 방역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정치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건데, 좋은 의미의 정치가 갑자기 작동할 가능성은…. 우리 사회의 기본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프레시안 :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그래도 한국은 코로나19를 둘러싼 논의가 반과학주의나 음모론처럼 극단의 또는 아주 부정적인 정치화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김창엽 : 미국과 유럽에서 횡행한 반과학주의나 음모론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포퓰리즘 또는 포퓰리스트가 결합된 일종의 융합 사건이다. 반면, 한국‧일본‧중국‧대만‧홍콩 같은 동아시아의 경우 정치체제적으로 포퓰리즘이 덜한 면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행정과 정책적인 면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또 하나, 동아시아는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일종의 동원형, 국가가 주도하는 전체 사회의 동원에 대단히 유능하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동적‧집단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좋은 유산으로 작동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창엽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한 상황이 될 텐데, 엔데믹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안전하게 가느냐 하는 문제가 이제 나라별로 주어진 숙제가 됐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 단위로 생각하는 총량 지표에 익숙하다. 그러나 똑같이 1만 명의 사망자가 나와도 그 1만 명의 사망자가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개인 또는 사회에 미치는 의미가 굉장히 다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가 인종적‧계급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영국도 마찬가지였고. 한국은 이에 대한 분석이 안 되어 있다. 이 같은 분석이 선행되어야 '누군가를 살리려면 누가 희생되는가'와 같은 다층적 고민이 가능해진다.
지난 3년간 장애인‧독거노인‧외국인노동자, 또 요양시설‧물류센터‧콜센터 같은 집단 근무시설의 경우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떤 기준(정책)이 한 사회에 반영될 경우, 그 사회가 가진 불평등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언제'부터 '무엇'을 한다/하지 않는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엔데믹이 되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팬데믹이든 엔데믹이든 사람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주는 것은 바이러스도 감염병도 아닌 사회적 제도와 대응에 달려 있다.
"'빌딩 백 베터' 되려면 '힘의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 :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인종적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더욱 공론화됐다. 그러나 우리는 소득‧지역‧연령에 따른 건강 불평등 문제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많이 감염됐고 또 누가 많이 사망했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다는 건 굉장히 뼈아픈 지적이다.
김창엽 :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멘탈 블록', 즉 심리적 장벽이 있는 것 같다. 불평등을 입밖에 내지 않거나 또는 불평등을 문제 삼는 게 이상하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왜 자꾸 분열을 조장하느냐'와 같은 반감마저 있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나 경향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물론, 지난 3년 동안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행정명령과 장애인 백신 접종 문제 등을 계기로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불평등'이라는 말이 맞구나' 하는 인식과 감각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이런 인식과 감각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기 마련이다.
불평등 문제라는 것은 사회‧정치‧경제와 같은 아주 해묵은 구조의 문제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많이 사용되는 '빌딩 백 베터(Building Back Better, 재난 이전의 사회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가 되려면, 새로운 힘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 격리자에 대한 유급 휴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아프면 2~3일 쉬게 하자는 것은 '아픈 사람에게 어떻게 계속 일을 시켜'와 같은 도덕적 인식에 기댔다. 고용인은 아픈 피고용인을 쉬게 하고 싶어도 업무 손실이나 임금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지금까지는 아파도 쉴 수 없었다. 전형적인 힘의 문제 아닌가. 그런데 코로나19가 이 같은 힘의 문제에 변화를 가져왔다.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가 그것이다. '꼭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에 따른 '무형의 힘'이 가져온 변화다. 다만, 현재 시범사업 단계인 상병수당이 새로운 사회 구조로 '빌딩'되려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사항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기반에 기초해 선거를 할 때 '상병수당 제도를 제도화 하는 사람을 뽑아야지'와 같은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경제적 분석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좋다거나 그렇데 되어야 한다는 과제, 즉 '무엇을what'이라는 과제보다 주로 '어떻게how'에 관심을 두는 접근이다. (…) '어떻게'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고, 어떤 과정이 그것을 촉발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지, 또는 권력관계가 어떠하며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것이 바뀔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어떻게'를 분석하는 방법 중 한 가지가 과정과 권력에 추점을 맞추어 정책을 기술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영국의 건강정책 분석 전문가인 월트 Gill Wait는 정책에서 과정과 권력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월트, 2016: 85).
정책결정이론은 과정에 관심을 둔다. 이 이론은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춘 분석 양식으로, 미시적 관점을 택한 것과 거시적 관점을 택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거시이론은 정치체제에서 권력을 다루고, 주제에 따라 합의모형과 갈등모형으로 나눈다 (…) 거시적 관점의 두 번째 주제인 갈등모형에서는 누가 정책을 만드는가, 즉 소수 엘리트인가 아니면 다양한 집단인가에 관심을 둔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권력은 반대가 있을 수 있는 강제할 힘을 가리킨다. 정치권력은 "공통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지배할 수 있는 힘의 문제"다.
-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김창엽 지음, 한울 펴냄) 477쪽
▲김창엽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의료와 돌봄, 가장 격렬한 투쟁지 될 것"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문제 삼아 사실상 '문재인 케어' 폐지를 시사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 문제를 민영화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김창엽 : 어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석하는 게 때로는 과잉처럼 보이는, 지나친 해석일 때도 있어 조심스럽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는 현재의 정치나 정책이 갖고 있는 필연적인 방향성이자 '유혹'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같은 공적보험이든 실손보험 같은 민간보험이든 보장성이 축소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용을 줄여야 한다. 당장 민간의료 공급자들은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도 수요가 줄어들면 결국 불리해진다. 따라서 보장성 축소 문제는 공적인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쪽과 괜히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생각하는 쪽의 대치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인의 이해관계는 느슨하다.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는 추상적 가치에 가깝고, 경험할 수 있는 공공(성)의 실체로서 공공의료기관(주로 공공병원)은 '필수불가결'이거나 '대체 불가'가 아니다. 의료를 찾고 이용해야 할 때, 민간기관을 이용하는 쪽이 더 쉽고 편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생활세계에 포함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면, 정치경제는 아예 부재 상태라 해야 한다.(위의 책, 486쪽)
국가권력은 노인들이 소득과 의료와 돌봄을 집단적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책임지며 자신의 결정을 통해서 삶의 질을 고양하기를 바랄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국가권력이 희망하는 것과는 달리) 아직 새로운 통치성의 주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신자유주의적 주체와 국가에 의존하는 주체가 서로 경쟁한다. 한쪽에서는 기초연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흔히 "경제성장의 주역들을 이렇게 홀대하면 안 된다"는 명분이 뒤따른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면서 각자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한 실천 방식이다. 건강과 보건의료도 비슷하다. 돌봄에 대한 공적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각 개인이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의의 책, 491쪽)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가 보수 정권이라서 또는 '애니씽 벗(Anything But) 문재인'이라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보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는 말인가.
김창엽 : 지금 한국의 정치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정당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기 쉽다. 구조적 압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현실 정치에서 이 문제에 있어 다른 기조를 택하기가 쉽지 않다. 고령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재원 마련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모순은 격화될 것이다.
특히 이용자 입장에서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액 실손보험 가입자들과 '건강보험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보장성 축소는 '건강보험료를 많이 늘리거나 높게 인상하지 않을게'라는 메시지가 돼 오히려 '잘한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개인의 지향인 면도 있겠으나, 구조적 압력에 대한 대응에다 정치적 지지를 결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투쟁과 갈등이 야기되는 지점은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의료와 돌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정책적 접근을 해왔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면, 공공병원을 늘리면 나아질 것이다. 진료비 지불 체제를 바꾸고, 의사 수를 늘리면 해소될 것이다'처럼 정책적 접근만 했다. 그러나 정책적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플러스 알파,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알파라는 것은 보건의료 구조의 '탈(脫)시장화'고, 경우에 따라서는 '탈자본주의'다. 이게 바로 '공공성'이다.
지금까지 보건과 의료 정책은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게 많았다. 그런데 지금 의료와 돌봄은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완전히 결합되어 있어 규범과 도덕만으로는 변화를 위한 힘을 만들기 어렵다.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민주적 공공성 확보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그런데 탈시장화 혹은 경제화된 부분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김창엽 : 쉽지 않다. 의료뿐 아니라 교육 등 공적 가치를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 만들기'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나라 꼴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금도, 의료 보장도, 최저임금도 있어야 하니까 국가-정부-관료의 어떤 노력이 틈이 비교적 많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심지어 자본-기업도, 시민사회 간에도 틈이 크지 않았다. 2000년 의약 분업이, 2008년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근대적인 제도의 틀을 갖췄다. 제도 개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 것을 보면, 이런 제도가 잘 이전된 것 같지 않다.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는 국가권력, 경제권력 또는 시장권력, 그리고 사회권력(시민사회)이라는 세 주체 사이의 균형과 긴장에 따라 공공성이 결정된다. 일종의 삼각 관계인 건데, 이 힘의 균형에 따라 제도나 정책이 변화하고 진보하거나 후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은 경제권력이 국가권력과 사회권력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국가권력은 사실상 경제권력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고, 사회권력의 상당 부분도 경제권력에 동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 삼중의 긴장관계와 과제를 해결하려는 지향이 '민주적 공공성'이라는 개념이자 실천 방법이다. 이 개념은 동어반복일 수도 있는데, 민주적 공공성이라고 할 때 공공성 속에는 이미 민주주의라는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위의 책, 612쪽)
이중, 삼중의 긴장관계라고 했을 때 그 핵심 요소는 (현실의) 국가권력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변형할 것인가, 그리고 (현실의) 시장권력을 어떻게 (넓은 의미에서) 공적으로 통제할 것인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오해를 피하려 덧붙이면, 이 통제는 좁은 의미의 관료적 통제가 아니라 넓은 범위의 사회적 통제를 가리킨다. 국가권력은 (공공성에는 문제가 없고) 민주성만 중요한 과제이며 시장은 (민주적이어서)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국가권력은 민주성을 그리고 시장은 공공성을 중심 과제로 한다면, 국가권력과 시장을 어떻게 변형해야 할지 그 지향을 민주적 공공성의 개념으로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범위를 넓히면 시민사회 안에서 그리고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이 개념은 유효하다. 사회권력은 그 토대부터 민주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성립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핵심 존재이유raison d'etre라 할 것이다. 사회권력이 존재만으로 공공성 실현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회권력이 움직이는 '운동'의 방향만큼은 명확하다. 국가와 시장(경제)과의 권력관계 때문에도 항상 불안정하고 동요하는 가운데서도, 사회권력은 민주적 공공성을 지향하는 게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위의 책, 613쪽)
프레시안 :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권력 차원에서 어떤 요구를 해야 할까?
김창엽 : 솔직히 말해, 사회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그러나 새로운 의미의 큰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 문을 닫아 응급 의료 처치도 어려워졌다. 국가가 어딘가에 거점병원을 만들려고 해도 할 데가 없다. 의사와 간호사 등 필수의료인력 또한 유지가 되고 있지 않다. 기존의 보건의료체계가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길은 두 가지다. 방치하고 모른 척하는 고사 작전과 좋든 싫든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체계를 갖추는 길,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이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 힘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그렇게 의료정치‧건강정치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한국 사회에도 의료와 돌봄 시스템과 관련한 근본적인 의문과 과제를 던져줬다. ⓒ연합뉴스
전홍기혜 기자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안이 공개됐다. 연구회는 지난 12일 권고안을 통해 우선 개혁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연공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윤석열 정부에 권고했다. 노사관계의 정치화를 막겠다며 노조 운영의 투명성 보장이나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에 대해서도 법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향후 정부와 여당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과제를 제도화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영역(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으로 나눠 살펴본다.[기자말]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12월 12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제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를 시작으로 노동개혁이 정치권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핵심 축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었는데 노동개혁의 핵심 논쟁이 순식간에 노조의 회계투명성 문제로 바뀌었다.
시작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노조 재정운영 투명성' 강조 발언이었다. 이어 여당 국민의힘에서 노조의 회계감사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으로 강화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입법 지원에 나섰다. 숨 쉴 틈도 없이 26일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와 상급단체 약 250곳에 대해 2023년 1월 말까지 재정 운용에 대한 서류를 비치하도록 하고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요건을 구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회의 권고문 발표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보름 이상 숨 가쁘게 몰아붙인 노동개혁 핵심 목표는 노동조합의 힘빼기다. 윤석열 정부는 전체 노동자의 약 14%가 가입된 노조가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느라 85%가 넘는 나머지 노동자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노동자를 갈라치기 한다.
노조의 대표성 약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
이러한 사전 작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본격화할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노사관계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조의 대표성을 약화 시키고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 확대, 그리고 집단행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윤석열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시행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해당 임금체계의 개편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이뤄지는 직종이나 직군의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묻고 효율적으로 기업이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 한다.
표면적으로 해당 직종 노동자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실은 사용자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주체가 강력한 반대세력인 노조에서 개별 노동자로 바뀌고, 그 수도 전제 노동자에서 일부로 축소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제도 변경에 부담을 덜게 된다. 반대로 노동자로서는 기업의 필요에 따른 연장근로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서만 논의 할 수 있는데, 노사협의회 등을 대표기구로 격상시켜 노조의 힘을 빼려 할 것이다. 회사와 노동자들이 근로조건과 관련해 교섭하다 결렬되었을 때 노조는 파업을 비롯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협상력으로 삼아 사용자에게 부담을 줘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시킨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이러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회사와의 협상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사업장 점거 제한을 법제화 하고, 노조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제도화 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령을 통해 노조설립과 운영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사업장 점거는 쟁의 행위 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에 보다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행 노조법 아래서도 주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노동자의 출입이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면 징역 3년 이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인정하는 부분적 점거까지 금지한다면 사측에 명확하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사 간 분쟁 상황에서도 사용자는 조업을 계속하며 노조의 요구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나 CJ택배 물류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에서 보듯 사업장 점거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실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의 교섭 거부 등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사업장 점거 제한 법제화는 노사 힘의 균형에 기여하기 보다는 기업의 교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노동조합 부패 프레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편향적 경제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약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 기업은 다시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높이 치솟는 금리와 전쟁,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기업의 수출과 수익이 급감하면서 벌써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그래도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노조는 위기의 책임은 왜 언제나 불균형하게 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지를 따지며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강요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힘을 빼려는 핵심적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
▲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11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때릴 때마다 한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은 왜 올라갈까. 윤 정부는 노조를 개혁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치밀하게 개혁의 추진 동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기업의 이해에 충실한 보수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기존 노조에 불만을 지닌 MZ세대 노조를 묶어 내는 것을 기본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기업 노동자를 대상으론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운동으로 인해 연장근로 수당이 줄었다'며 선동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내부 혁신 및 노조활동 방향의 대폭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노조의 필요성이나 정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노조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약 22%에 그쳤다. 노조가 간부나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답이 약 46%를 차지했다. 조사 당시 국민들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향후 노조의 활동 방향(30.1%)으로 주문했다. 당시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노조가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47.4%)이라고 답해 노조가 지나치게 근로조건 개선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기업과 부자에 편중된 세제를 바꾸기 위한 사회 개혁적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러한 국민의 지적에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과연 직장 내 상사의 부당대우가 근절되길 바라고, 노동자의 의견이 수렴되는 기업 경영 문화 정착을 원하는 MZ세대의 요구를 노조 활동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 미조직 취약 노동계층의 임금체불과 부당한 직장 갑질에 도움을 주고 일하는 보편적 시민의 노동권 향상을 꾀해야 할 과제를 직장 갑질 119같은 시민단체의 헌신적 활동에 맡겨 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볼 시점이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있는가도 노조가 반성할 지점이다. 연장근로가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든 근로시간 단축 운동에 반감을 갖는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의 대의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소득 보전의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통상임금 확대를 통해 연장근로를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기획했으나 법률 대응 능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노조만 혜택을 본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노조는 과연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노조는 향후 왜곡된 언론의 노조혐오 프레임으로 잘못 알려진 노조의 활동에 대한 오해는 풀고, 부족한 정책 대안은 가다듬어 노조로 묶이지 못한 85%의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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