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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텃밭서 하마스 고위 간부 살해…레바논·이란 반발

전장서 먼 베이루트서 이스라엘 추정 드론 공격…헤즈볼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4.01.03. 21:00:15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사망하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이 반발하는 등 확전 위험이 고조됐다.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은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물러났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일(이하 현지시각) 하마스 정치 부문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설을 통해 이날 베이루트 외곽 하마스 사무실에서 일어난 폭발로 하마스 고위 지도자 살레 알아루리(57)를 포함해 7명의 하마스 조직원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번 사건이 "우리 국민에 대한 점령군(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노골적 범죄"이자 "레바논 주권에 대한 침해 및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 침략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점령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통해 베이루트에서 알아루리를 살해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무장 조직 카삼 여단 창시자 중 한 명인 알아루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베이루트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간의 연락을 담당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설명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 가량을 납치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중부에 위치한 베이루트는 전선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사건이 발생한 베이루트 교외는 헤즈볼라의 근거지다. 

 

헤즈볼라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AP> 통신을 보면 헤즈볼라는 이번 사건을 "레바논과 그 국민, 안보, 주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보고 "이 범죄를 대응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알자지라를 보면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이번 공격이 레바논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자 "이스라엘의 새로운 범죄"라고 비판했다. 미카티 임시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항의서를 제출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모두 지원하는 이란도 반발했다. <로이터>를 보면 이란의 나세르 카니니 외교부 대변인은 알아루리의 살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역내, 그리고 전세계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또 다른 저항 급증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는 헤즈볼라가 지금까지 확전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랍 전문 연구원인 미 워싱턴DC 아랍센터 연구분석국장인 이마드 하브도 알자지라에 이번 사건이 남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헤즈볼라의 거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위험한 확대"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으로 헤즈볼라 쪽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만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수행에 대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질문을 받고 "오늘 밤 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레바논 및 미국 당국자들이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 7일 습격과 관련된 하마스 요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수행할 수많은 공격 중 첫 번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당국자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확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도 2일 홍해에서 다시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후 9시30분께 예멘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후티 반군이 두 발의 대함 탄도 미사일을 홍해 남부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여러 척의 상선이 이를 보고했지만 피해 신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 플로렌시아 소토 니노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관련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부터 가자지구에서 5개 여단 규모 병력 철수를 시작하며 저강도 표적화된 작전으로의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목격자들과 팔레스타인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자발리아 난민촌, 샤티 난민촌, 알란시티 병원 인근 등 가자지구 북부 일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북부 출신 피난민들이 자신들의 집과 이웃 등을 확인하러 귀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사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것"이라며 가자지구 남부에서의 전투는 "고강도"로 유지될 것이고 작전 종료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달 초 미 하원 반유대주의 청문회에서 모호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사임 요구에 시달려 온 클로딘 게이 미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사임했다. 게이 총장은 2일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개 서한에서 사임 사실을 알리며 "최근 몇 달 간 우리 공동체를 갈라놓은 긴장과 분열을 목격"했다며 "이 가운데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인종적 적개심에 기반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은 두려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하버드대의 첫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었던 게이 총장은 최단기 임기를 수행한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이 교수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의 "유대인 학살을 촉구하는 것이 하버드대의 괴롭힘 관련 규칙을 위반하는가?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에 "맥락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는 이유로 보수 정치인과 고액 기부자 등에 의한 사임 압력을 받아 왔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관련해 하버드대 쪽은 논문에서 인용이 누락된 부분은 수정을 요청했지만 게이 총장이 연구 부정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미국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아 사임한 대학총장은 게이 총장만이 아니다. 지난달 같은 청문회 뒤 비슷한 이유로 사임 압력에 시달렸던 엘리자베스 매길 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청문회 며칠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후 사람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사망했다. ⓒA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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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윤석열 대통령이 핵전력 확대의 '특등공신'"

 

(추가)국방부·통일부, '억지 주장', '궤변', '잔꾀' 반박..."정부 흔들려는 통일전선전술"

2022년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북의 핵전력 확대에 명분을 실어 준 '특등공신'으로 추켜세우는 특이한 형식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라는 부제를 달아 발표한 담화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해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봉쇄할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거론해 "우리(북)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여있다"고 조롱조로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전문 공개한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교해가며 역설적인 표현으로 조롱과 비아냥을 섞어 한국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비난하고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남부문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목표판》으로 만들어놓고 온 한해 때없이 《정권종말》과 같은 수사적 위협을 입에 달고 살며 무차별적인 각종 규모의 합동군사연습들을 확대강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주적》인 우리의 분노를 최대로 격앙시켜주고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것과 같은 그런 《능력》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안보를 통채로 말아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그쪽 세상에서는 장차 더해질 것이 뻔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여있다"고 빈정거렸다.

또 "북 정권과 군대는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하고 떠들어주었기에 우리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고 대적관을 서리찬 총창처럼 더더욱 벼릴 수 있게 되였으며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을 념불처럼 떠들어주었기에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통일》과 같은 환상에 우리 사람들의 눈이 흐려지지 않게 각성시킬수 있었으며 제 먼저 9.19북남군사분야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였다"고 하면서 "그 《공로》 어찌 크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야유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줄 아는 사람이였다"고 하면서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룰(어눌)한 어투로 《한피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여줄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였다"며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였다"고 불편한 상대였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하였더라면 우리로서는 큰 일일 것"이라고 하면서 "무식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한》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좌를 차지한 것은 우리에게 두번 없는 기회"라고 비교하기도 했다.

언뜻 윤 대통령과 비교해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설 화법으로 호의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김 부부장은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보다 상대에 대한 적의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우직하고 미련한 자를 대상하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은가"라며 두 전·현직 대통령을 비유하기도 했다.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여 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사환군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고 "우리에게는 핵과 미싸일발사시험의 금지를 간청하고 돌아서서는 미국산 《F-35A》를 수십대씩 반입하고 여러 척의 잠수함들을 취역시켰으며 상전에게 들어붙어 미싸일사거리제한조치의 완전철페를 실현시키는 등 할 짓은 다한 것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했다. '성질이나 언행이 악하고 모질며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의미에서 '흉교한 인간'에 비유한 것.

그는 "우리가 지금 만족해하고 신뢰하는 막강한 군사력은 윤석열이 광적으로 보여준 군사적 대결자세가 없었다면 또 거품물고 내뱉은 우리 국가에 대한 《붕괴》와 《응징》넉두리가 없었다면 사실상 그토록 짧은 기간내에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면서 "윤석열은 이번 신년사라는데서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력설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방부 입장과 통일부 부대변인 입장을 발표해 김 부부장 담화를 '억지 주장', '궤변', '잔꾀'라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김여정의 담화는 범죄자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를 대는,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이며 궤변에 불과하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부대변인은 "김여정 담화는 격에도 맞지 않는 북한의 당국자가 우리 국가원수와 정부에 대해 현 상황을 왜곡하고 폄훼함으로써 무력 적화통일 의지를 은폐하고 남북관계 긴장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대변인은 "북한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남북대화를 통해 무력증강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결코 멈춘 적이 없으며, 그 결과를 지금 우리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당전원회의 결과 보도를 통해 한국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를 흔들려는 통일전선전술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기만적 술책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부대변인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며 2018년 9.19남북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재래식 무기 및 정찰부문에 열세인 북한측의 희망을 문재인 정부가 수용한 결과물"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합의서 전문과 당일(2018.9.19)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이 내놓은 '해설자료' 등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 내용이다.

9.19군사분야합의에는 남북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 비행금지구역에서 고정익항공기의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 금지 등을 규정했다.

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상과 해상에서 5단계, 공중 4단계의 공동 절차를 적용하기로 하고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철수와 판문점JSA 비무장화 등을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후 한국 정부는 합의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다음 날 북한 국방성이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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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수 없는 강 건넜나? 통일 접고 두 국가론 펼친 김정은, 자신감?

[정욱식 칼럼] 평화의 재발명 (2) : 적대성 완화를 위하여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1.03. 04:23:34

 

'정녕,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일까?' 연말연시에 전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노동당 9차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접하고 내뱉게 되는 탄식어린 질문이다.

 

2023년 12월 30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에서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데 입각하여 대남 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다.

 

발언의 핵심은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은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 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 12월 31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서 올해 각 부문 사업을 총화하고 내년 당 및 국가사업의 발전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로동신문=뉴스1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두 국가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있었던 것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을 전후해 '우리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로 슬로건을 바꾼 것이나 2023년부터 북한 지도부가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거둬내고 두 국가 체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방향 전환이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격화되어온 남북한 사이의 정치군사적 적대감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한에서 "정권이 10여 차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거나 흡수통일을 시도한 것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 인식의 결정적인 전환기는 2019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황금기를 구가했던 남북관계는 2019년부터 악화일로를 걸었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대남 기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담화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북한의 대남 방향 전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대감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극심한 경제난의 탈출구로써, 또 하나는 북한이 간절하게 원했었던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이다.

그런데 북한은 2020년을 전후해 대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오히려 대미 정책 기조를 '강대강, 정면대결'로 거듭 선포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북한의 경제다.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2023년에 목표로 삼았던 알곡 생산을 비롯한 '12 가지 고지'를 초과달성했다고 말했고, 특히 2021∽2023년 국내총생산액이 2020년에 비해 "1.4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2022년 9월 시정연설에서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9차 전원회의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 달성에 이미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대북지원이나 남북경제협력 없이도 경제난과 식량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대남 기조 전환도 이러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선택은 표면적인 것도 일시적인 것도 아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달라진 북한을 어떻게 상대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일각에서도 남북관계를 '두 국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바꾸고 국가보안법 개폐를 통해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남북관계를 재설계해보자는 취지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동시에 이러한 방향 전환이 남북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적대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이든 '두 국가 관계'이든 핵심은 적대성, 특히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험을 품고 있는 정치군사적 적대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비통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군사 문제에 있고, 그 중요성과 위험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군비통제는 상호간의 적대성과 불안감이 커질 때 그 필요성도 커진다. 냉전 시대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사이의 헬싱키 프로세스, 그리고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각종 군비통제와 군축 조약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었다. 경쟁은 하되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또 군비경쟁이 수위를 낮추거나 통제해 가급적 낮은 수준의 군사력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전쟁 위기를 머금고 날로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재설계 실마리를 군비통제에서 찾자는 주장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제안은 본 연재를 통해 하나둘씩 담아볼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빈곤하고 굶주리는 줄만 알았던 북한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진 북한이 남한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도외시한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 설계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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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 테러, ‘민주주의 위협’과 연결하면 안 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한겨레 모두 야당 대표 테러 우려 속 디지털타임스 칼럼 “이재명 테러에 민주주의 들먹,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

한겨레 “경찰·KBS 측 궤변 밑바탕, ‘연예인은 공인’이란 인식 깔려” “연예인, 인지도가 높을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긴급 수술을 받았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대다수 언론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공격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테러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 짓는”것이 곧 “이재명 대표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문제 삼았다. 해당 논설실장은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 없는 경박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배우 이선균 사망 이후 경찰과 KBS 등 언론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경찰이 입증되지 않은 수사 내용과 그의 사생활을 공개했고 KBS가 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론과 달리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이러한 ‘궤변’엔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 3일자 중앙일보 만평

이재명 테러에 “국민의힘도 민주주의 거론, 무개념의 소치”

3일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칼럼 <테러가 들춰낸 우리사회 한없는 경박함>에서 “한 개인의 범죄지만 우리사회 분노제어기제가 고장 났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정치권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 테러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고, 국민의힘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피의자에게) 배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배후가 있어 조직적으로 이 대표를 제거하려고 했다면, 양상은 전연 달라진다. 양당과 정치인들의 말대로 그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하지만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더더욱 못 된다. 그건 한 개인의 야만적 비행이지 민주주의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 3일 디지털타임스 칼럼

이 실장은 “한 정신이상자의 테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면, 그런 허약한 민주주의는 애당초 존재할 수도 없었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한 개인의 적개심으로 발생한 테러를 거대 어젠다로 치환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거론한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이 실장은 “민주당은 그렇다 치자. 국민의힘까지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역시 무개념의 소치다”라며 “자동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로 연결 짓는 건, 그 말이 갖는 함의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이 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고 위협이라고 한다면, 은연중 이재명 대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 무의식중에 국민들 뇌에 그렇게 박히게 된다”고 했다.

끝으로 이 실장은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허무는 것처럼 과한 언사를 써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 3일 한겨레 만평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테러를 ‘비정상적’인 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면서 ‘민주주의 위협’으로 연결하는 주장을 경계했다. 그러나 해당 칼럼에서 이 대표를 향한 테러가 민주주의 공격일 때, 이 대표가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해석이다. 현재 정치권과 언론의 우려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어떤 정치인에 대한 테러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타임스를 제외한 신문에선 테러가 발생한 구조적 배경과 정치문화에 초점을 뒀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명 대표 피습, 반복되는 정치 테러 반드시 근절해야>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불특정 다수의 접촉이 잦아지는데 정치인들이 테러 위협에 휩싸이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 어려워진다. ‘민주주의의 꽃’, ‘축제’에 비유할 만큼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조차 불안감 속에서 진행된다면 민주주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지난 번 송영길 대표 습격 사건 때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한 것처럼 주장하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만약 총선 기간 중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은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진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 풍토가 퍼져 있다”고 진단한 뒤 “정치인들도 이번 일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야당 대표 흉기 피습, 민주주의 위협하는 ‘증오 정치’>에서 “대한민국이 어쩌다 정치 테러를 걱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진영 간 대립은 거세졌고, 진영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상대를 향한 증오가 ‘말폭탄’을 넘어 급기야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표출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역시 이견을 적대시하는 극단적인 분위기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한겨레는 “갈등과 이견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원리”인데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막말과 증오를 일삼았던 일부 정치인들은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터”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총선을 앞두고 진영 간 대립이 격화하면 폭력의 에너지가 또 어떤 형태의 테러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이 사건을 두고 각종 억측과 정치혐오를 담은 댓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라고 우려했다.

▲ 3일자 서울신문 만평

한겨레, ‘연예인=공인’ 비판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은 <‘연예인 공인론’의 불순한 의도>란 칼럼에서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 “수사를 비공개를 진행했다면 (대중이) 용납하겠나”와 KBS 측의 “사회적 관심이 커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명을 비판했다. 이 위원은 “두 궤변의 밑바탕에는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공인에 대한 수사와 보도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 3일 한겨레 칼럼

이 위원은 공인의 사전적 정의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여기서 공적인 일은 국가적 자원 분배, 정책입안, 시장 질서 유지 등 공동체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했다. 즉 공인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을 뜻한다. 따라서 국민은 이들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재산, 납세내역 등 공개를 요구하고 권력 남용에 대해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예인은 이런 ‘공적인 일’에 종사하지 않고 단지 이름과 외모가 널리 알려져 인지도가 높을 뿐”이라며 지난 2022년 대법원이 한 여성 연예인의 사생활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에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연예인의 사생활이 아무리 공적인 관심사라 할지라도 공익과 관계가 없으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위원은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주장은 ‘진짜’ 공인의 비리 행위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연예인)으로 돌리는 데 종종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2011년 ‘연예인 탈세 의혹’의 사례를 들었는데 이 위원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장관들 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의혹이 제기됐지만 뒤늦게 국세청이 ‘세무사의 단순 실수’라고 진화에 나섰다. 해당 연예인들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장관은 무사히 국무위원이 된 사건이었다. 이 위원은 “이번 연예인 마약 수사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 폭력 사건과 겹쳤다”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했다.

▲ 3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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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 기자wit@mediatoday.co.kr

 

#아솎#아침신문솎아보기#KBS#경찰#연예인#공인#궤변#한겨레#디지털타임스#민주주의#위협#테러#공격#이재명#대표#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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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지진으로 일본 원전 변압기 배관 파손, 방사성물질 넘쳐

일본 시가원전 변압기 문제 발생...다행히 2011년부터 정지 상태지만 수년째 재가동 시도

배관 파손 설명하는 호쿠리쿠전력 자료 ⓒ주식회사 호쿠리쿠전력
새해 첫날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시카와현의 시가 원자력발전소에 일부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원전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운영이 중지됐다가 수년째 재가동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다행히 실제 재가동이 이루어지지는 않은 정지된 원전이었다.

2일 일본 공영방송인 NHK 보도 등에 따르면, 시가 원전 1·2호기 변압기 총 2대의 배관이 파손돼 절연 및 냉각을 위해 쓰이는 기름이 누출됐다. NHK는 변압기 주위에 누출된 기름 사진을 공개하며 “1호기 변압기에서 3600리터(L)가 누출됐”고 “2호기 변압기에서는 3500리터의 기름이 누출됐다”고 전했다. 또 1·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는 방사성물질이 일부 넘쳤다고 NHK는 보도했다. (▶NHK)

시가 원전을 운전하는 주식회사 호쿠리쿠전력이 공개한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호쿠리쿠전력에 따르면 넘쳐흐른 방사성물질의 양은 1·2호기 각각 95리터(약 1만7100Bq)과 326리터(약 4600Bq)다. 다만, 넘쳐흐른 방사성물질과 관련해 호쿠리쿠전력은 “외부에 방사능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방사성물질이 넘쳐흐르긴 했으나, 건물 밖으로 흘러나오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호쿠리쿠전력)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중 상당수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이번에 변압기에 문제가 발생했던 시가 원전은 다행히 2011년 이후 장기간 운전이 정지된 상태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시가 원전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학계로부터 제기되면서 운전을 정지한 것이다. 다만 호쿠리쿠전력은 학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활성단층이 아니다”라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계속 끊임없이 재가동을 위한 안전심사를 신청해왔다. 그리고 2023년 3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를 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부지 내 단층은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 후 원자로를 식혀주는 장치의 작동이 멈추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올해 첫날인 1월 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최대 7.6에 달했다. 2011년 발생한 대지진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지진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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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정맥 손상' 2시간 수술..."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위협"

[현장] 민주당 지도부, 서울대병원서 긴급 최고위... "수사당국, 진상 밝혀 달라"

24.01.02 10:38l최종 업데이트 24.01.03 07:26l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고 있다.
▲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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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보강: 2일 오후 8시]
민주당 지도부 "수사당국, 진상 밝혀달라"... 권칠승 "중환자실서 회복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습격 이후 부산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가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수사당국에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수술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됐고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마취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을 전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도전이다"라면서 "부산대 의료진에 따르면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하마터면 큰 일날 뻔 했다"면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당국을 향해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강력 요청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한 "민주당은 야만적인 테러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없이 나아가겠다"면서 "또한 민주당 지도부는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나온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후 오후 7시 40분께 취재진에 수술 경과를 설명하며 "오후 3시 45분 수술이 시작됐고 당초 1시간을 예상했으나 약 2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됐다"면서 "보호자가 확인한 의료진 설명에 따르면 수술명은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로,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 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현재 (이 대표는) 중환자실에 입실해 회복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대병원에서 헬기 이송으로 서울로 이송된 이 대표는 오후 3시 20분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갔다. 담요를 덮고 마스크를 쓴 채 들것에 실린 채였다. 부산에서 오전 10시 27분경 흉기 습격을 당한 지 5시간여 만이다. 서울대병원 현장에는 김영진 정무조정실장과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강선우 대변인, 강훈식, 박상혁 의원 등이 찾았고 곧이어 최고위원들도 긴급 최고위원회의 진행을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모였다.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앞에 경찰이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앞에 경찰이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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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일 오후 4시 2분]
민주당 당직자 "대량출혈 우려... 전신마취 할 상황"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 피습을 당해 부산대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이재명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오마이뉴스>에 "이재명 대표가 곧 전신마취를 해야할 상황"이라면서 "목 상처부위 치료과정에서 대량출혈이 우려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2신 : 2일 오후 2시] 
이재명 대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
민주당 "의료진 의견 기다리는 중, 상황 주시"


2일 부산 가덕도 공항 현장을 방문했다가 괴한에 흉기로 찔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후 12시 40분경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외상센터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방금 인근에서 긴급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우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현재 대표님 상태와 관련해서는 의료진들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라며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그리고 신속하게 수사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한테 피습을 당해 후송되었던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응급실 앞에 일부 지지자와 시민들이 모여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한테 피습을 당해 후송되었던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응급실 앞에 일부 지지자와 시민들이 모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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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 지도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정맥 손상을 입어 과다 출혈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양산을)은 이날 오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다행히 동맥 손상은 입지 않았다 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라며 "아직 이재명 대표를 직접 뵙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려고 했던 단배식을 취소하고 부산대병원으로 온 김 의원은 "무섭다. 정치테러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라고 했다.

이날 부산대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박재호 의원은 "오전에 다른 일정 때문에 가덕도 현장에는 가지 못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왔다. 정치가 극단적인 상황이라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또 병원에는 부산 출신 최인호·전재수 의원이 달려와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부산대병원 주변에는 이 대표의 지지자와 시민 일부가 와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병원 주변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다.

[1신 보강 : 2일 오전 11시 39분]
기자회견 중 한 남성 '사인해 달라' 접근해 공격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부지 방문 중 피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24.1.2
▲ 이재명 대표, 부산 방문 중 피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부지 방문 중 피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24.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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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 후 '서명을 해달라'며 접근한 남성으로부터 목 쪽을 공격 당한 뒤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으나 그는 의식이 있는 채로 구급차에 옮겨졌고, 헬기로 부산대학교 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민주당은 향후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오전 10시 30분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과 관련한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하여 내일 의원총회에게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빌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 소식을 듣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대통령은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한 수사로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방금 전 이재명 대표께서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국민의힘 당원과 저는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피해가 크지 않길 바란다.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논평을 냈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무사와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이번 사태는 명백한 정치 테러다. 일국의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제1야당의 당수를 향한 공격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 민주주의는 폭력의 그늘 속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공당의 대표에게 발생한 명백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며 "부디 이 대표의 빠른 치유와 회복을 기원하겠다. 경찰은 괴한이 왜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부디 이 대표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께서 어서 쾌유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진영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했다.
 

태그:#이재명,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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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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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총선쿠데타와 야권분열

전쟁위기와 공안정국

이준석 신당과 범여권의 노림수

김건희 특검, 총선 블랙홀

용산출신 출마자의 공천 잡음

총선 승부수, 거부권 무력화 투쟁

2023년 윤석열 퇴진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지만, 제2의 퇴진촛불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퇴진투쟁 대중화를 가로막은 가장 높은 장벽은 ‘죽 쒀서 개 준다’는 우려였다. 박근혜 퇴진 이후 촛불 정부의 무능에 대한 민중의 냉소를 빗댄 표현이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퇴진투쟁의 학습효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민중이 우리 사회의 본질을 더 깊이 파악한 결과이기도 하다.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정권을 아무리 바꿔도 산 정상에 바위를 올리는 시지프의 형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체제전환의 가장 확실한 징표는 헌법개정이다. 헌법개정과 윤석열 탄핵은 체제전환의 양 날개다. 동시에 날개짓 해야 역사가 전진한다. 탄핵 없는 개헌은 체제 순응이고, 개헌 없는 탄핵은 그저 정권교체에 멈출 뿐이다.

탄핵과 개헌은 국회의원 2/3의 정족수가 필요하다. 2024년, 역사의 주인인 민중 앞에 체제전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4월 총선에서 윤석열 탄핵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200석을 만들자. 그리고 외세에 빌붙은 매국노, 반통일 평화 파괴자, 반노동 재벌의 하수인은 영원히 권력에 접근할 수 없게 헌법을 개정하자.

이렇게 제7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고, 44년 전 빼앗긴 ‘서울의 봄’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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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개헌 총선의 3대 장애물

총선에서 개헌 의석 확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상되는 난관은 ▲검찰쿠데타와 야권분열, ▲전쟁위기와 공안정국, ▲이준석 신당과 범여권의 음모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의 총선쿠데타와 야권분열

쿠데타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물리적 힘을 동원해 정권을 찬탈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화 ‘서울의 봄’ 같은 군부쿠데타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검찰쿠데타가 진행 중이다. 전두환의 하나회처럼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권력 장악에 나선 형국이다.

검찰쿠데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면에서 군부쿠데타와 같지만, 총 대신 법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사권을 명분으로 검찰이 쿠데타를 합법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렵다. 저항이 약하니 검찰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행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무도한 검찰권력이 총선을 통해 입법권까지 탐낸다는 사실이다.

국회 장악을 위한 검찰의 쿠데타 역시 수사권을 통해서다. 행정‧사법권을 장악해 본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 대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총선 쿠데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여당 후보는 사정기관을 통해 확보한 상대 후보의 정보를 선관위에 고발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검찰이 알아서 한다.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를 만들고,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려 본선 전에 여론재판을 먼저 실시한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도 상관없다. 선관위 고발과 압수수색만으로 상대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을 악용한 검찰 권력의 총선 개입은 야당 분열 공작에 맞춰진다. 야당 의원을 상대로 수사권을 발동한다고 협박해 탈당과 내분을 조장한다. 야당 분열이야말로 여당에 가장 좋은 선거전략이기 때문이다.

 

전쟁위기 고조와 공안정국

22대 총선은 4월 10일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말이면 세계최대 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올해는 일본 자위대까지 훈련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대북 핵 선제공격에 맞춰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북은 “한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든다면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전쟁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은 오히려 무력충돌을 부추기는 행보를 이어간다. 연말 전방부대를 찾은 윤 대통령은 ‘선조치, 후보고’ 원칙 하에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의 정찰위성 발사를 꼬투리 잡아 9.19합의 1조3항의 효력 정지를 선포했다.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1조3항을 콕집어 효력을 정지시킨 이유는 무인기와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 무력충돌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전쟁 불사’의 각오로 북 무인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전쟁위기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라고 했고,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을 맡은 이부영 전 의원은 “언제 남북이 충돌할지, 국지전이 일어날지,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이 전쟁위기를 조장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전쟁위기 조장이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총선승리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권은 무인기를 휴전선 이북으로 날려 보낼 지도 모른다. 이에 북이 만약 무인기를 격추하는 날엔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다.

국지전은 계엄상태를 의미한다. 계엄 하에서는 북과 연계가 있다는 의혹 만으로 구속이 가능하다.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안정국 조성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야당 후보 선거운동원에 대한 북한 연계설을 꾸며 선거 판세를 바꾸려는 시도가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신당과 범여권의 노림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며 신당을 창당했다. 얼핏보면 여권 분열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범여권 확장전략의 하나로 이용될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는 시점에는 득표를 위해 반윤 정서에 기대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언제든 국민의힘과 협력·연대·통합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전 대표는 과거 박근혜 탄핵 때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고 보수 부활을 모색한 바 있다.

범여권이 이준석 신당을 재활용하려는 이유는 어떤 수를 써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과반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석열 사당이 돼버린 국민의힘은 이미 불통‧영남‧검찰당으로 전락해 중도표 결집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윤 대통령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이준석 신당을 이용해 2030표와 수도권 보수표를 결집함으로써 범여권 과반의석을 노리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에게도 나쁜 수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6% 지지로 당선했지만, 지금 윤 대통령 지지도는 35%를 넘지 못한다. 만약 이준석 신당이 이탈한 범여권 표를 결집 할 수만 있다면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하다. 여기에 윤석열 비판 목소리를 높여 야권표 일부를 흡수하고, 금태섭 신당 등 야권 이탈 세력과 힘을 합친다면 제3세력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여권 대선후보로 급부상한다. 이 전 대표의 나이가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밑질 게 없는 장사다.

 

‘범야권 200석’ 가능한가?

탄핵과 개헌으로 제7공화국의 봄을 맞이하려면 총선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여기에는 몇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김건희 특검, 총선 블랙홀

탄핵 총선이 되려면 무엇보다 ‘윤석열 탄핵 사유’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들통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최순실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최순실이 박근혜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것처럼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난무하다. 마침 총선에 임박해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50억 특검’도 같은 시기다. 만약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긴 증거가 나오고, 국정농단 정황이 드러나면 모든 총선 이슈를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쌍특검’이 총선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용산출신 출마자의 공천 잡음

22대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출신 비서관‧행정관 등은 모두 31명이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7명, TK(대구‧경북) 지역이 9명, 수도권이 12명, 충청권이 3명이다.

이들 중 PK‧TK 지역 출마자는 대부분 국민의힘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 공천 대신 임명직 공직을 약속한다고 해도 현역 의원과 윤심 출마자 사이에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은 김 전 대표에게 지역구(울산 남구을)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에게 넘기고, 대표직은 유지하라고 했지만, 김 전 대표는 대표직을 버리고 지역구 출마를 선택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울산 남구을에 최종 공천될지 지켜봐야겠지만, 4선의 김 전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공천 잡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복두규 기획관으로 말하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특수활동비 등을 관리한 대검 사무국장 출신의 최측근이다.

2월 초 국민의힘 총선 후보 공천이 확정된다. 공천권을 가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심 공천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 공천잡음이 얼마나 일까? 잡음의 크기만큼 국민의힘 내부가 균열하게 된다.

 

총선 승부수, 거부권 무력화 투쟁

역대 어느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적 없다. 하지만 22대 총선은 역사의 반동을 멈춰 세운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총선에서 윤석열을 탄핵하고, 37년을 유지한 6공화국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당장은 ‘김건희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이 총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시간문제다. 결국, 국회에서 재의결 여부만 남는다.

재의결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2/3찬성으로 가결된다. 공천에 탈락한 국민의힘 현역의원 20명의 반란표가 생기면 재의결은 가능하다. 부결에 부담을 느낀 국민의힘 의원 30명이 출석하지 않아도 가결된다.

한편 김건희 특검 거부권 반대 여론이 70%에 달하지만, 총선 이후 특검을 시작하자는 여론도 상당하다. 자칫 총선 후 특검이라는 타협안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

반면 거부권 무력화 투쟁이 폭발하면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총선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국민에게 특별한 힘이 생긴다. 그래서 선거 때 국민을 유권자라고 부른다.

유권자의 투쟁은 평소 국민보다 힘이 세다. 유권자는 후보자를 상대로 ‘김건희 특검 재의결에 반대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줄 수 있다. 그러니 거부권 무력화 투쟁에 총선의 승부수를 던지자.

특히 거부권 무력화는 윤석열 정권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를 의미한다. 국민 스스로가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1~2월 모든 힘을 거부권 무력화 투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국news@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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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증거'라는 피해자들, 이들 인생이 지옥이면 되겠나"

 [인터뷰] 가습기 살균제 다큐멘터리 영화 만드는 류이 감독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4.01.02. 05:01:47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이 출시한 '가습기메이트'가 시초였다. 가습기 내부 세균을 없애고 세균번식을 억제해 물때를 방지하는 제품이었다. 인체에 무해한 것은 물론이었다.

 

출시 첫해 10만개가 팔리면서 다른 회사들도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6년부터는 옥시, 애경, LG생활건강 등이 잇달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2011년에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산모들이 줄지어 입원했다. 환자에게는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과 폐가 터지는 증상 등이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의심한 의료진은 여러 검사를 진행했으나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나섰다. 역학조사, 세포독성시험, 동물 독성 실험 등 여러 조사를 7개월 동안 진행했다. 

 

그러한 실험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 피해자와 비슷한 폐손상이 발견됐다. 정부는 곧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그리고 피해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접수가 시작된 이래 현재(23년 12월)까지 총 7890명이 피해를 호소했고 이중 5667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됐다. 

 

반면 가해자, 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기업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면죄부를 부여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대표, 애경산업 대표 등 기업인 13명도 마찬가지다. 오는 1월 11일 2심 선고가 나온다. 3년 전 1심에서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재판 결과는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것과도 상반된다.

 

지난 12월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류이 예술감독은 이번 2심 재판부가 4가지를 유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2021년부터 전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전문가 등 100여 명을 만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류 감독은 2023년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2심 재판을 모두 참관하기도 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류이 예술감독. ⓒ프레시안

 

"1심 재판, 형사법 원칙을 들이밀어서 과학적 논리를 배격" 

 

프레시안 :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제정의실천시연합 등 전국의 71개 환경단체가 주는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은 배경이 궁금하다. 

 

류이 : 2021년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 무죄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우 놀랐다. 당시 뭐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서 피해자들이 진행하는 시위를 찾아갔다. 거기서 피해자 김태종 씨를 만났다. 그때 들은 말이 '나는 아내를 죽인 살인자입니다'였다.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인 기업들이나 정부가 자기들 책임은 없다고 다 오리발을 내미니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식이었다. 아내에게 살균제를 사다 준 사람이 자신이었다. 자기는 살고 아내는 죽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그때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3년째 50가족(100여명)을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 : 상을 받은 배경이 그런 활동을 해서인가. 

 

류이 : 뭐든 기록이 중요한데,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제대로 기록하는 분이 없었다. 그리고 관련해서 두 편의 단편영화가 나왔고 상영회도 진행했다. 그것을 보고 상을 주신 듯하다. 장편영화도 준비 중에 있다. 

 

프레시안 : 3년 동안 유가족을 만나왔기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는 11일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SK케미칼의 홍지호 전 대표,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 대표 등에 대한 2심 선고가 나온다. 2021년 1월 12일 무죄 판결을 받은 지 3년 만이다. 1심에서는 모두 무죄 판정을 받았다. 질환과 살균제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류이 : 1심 재판부는 쥐 실험 결과를 근거로 살균제가 폐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없고, 도달해서도 염증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것은 과학자들의 증언과 배치된 판결이었다. 역학조사에서도 연관이 있다고 했는데, 형사법 원칙을 들이밀어서 과학적 논리를 배격했다. 

 

옥시싹싹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폐손상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의 교차비가 47.3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폐손상 발생 위험이 47.3배 높다는 의미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병에 걸린 이들은 거의 100%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의미다. 

 

SK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도 전 국민 의료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천식 발생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명났다. 중증도(3)를 기준으로 볼 때, 가습기 살균제 노출자는 비노출자에 비해 어린이에서 최고 30배, 성인여성에서 최고 15배로 위험도가 높게 나왔다. 살균제가 어떻게 폐에 도달했는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등은 밝혀야 하지만, 이는 그 다음 문제다. 역학조사로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프레시안 : 2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 

 

류이 : 2심에서도 기업 측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의 폐질환을 '특이성' 질환의 일환으로 삼아 논박했다. 물론 재판에 출석한 전문가는 특이성 질환은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변호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렇게 논쟁되는 것을 두고 보는 식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건드리는 피해자의 죄책감" 

 

프레시안 : 2심 판결이 1월 11일에 나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류이 : 2심 재판부가 도중에 바뀌었는데, 이전 재판부와는 다르게 서승렬 재판부는 공정하게 진행하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항소심이지만 빠짐없이 기록을 다 보려 했다. 새로 나온 증거나 빅데이터 연구결과, 추가 채택 증인 등을 최대한 많이 검토하고 살펴봤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항소심을 다 지켜봤다고 들었다. 항소심에 피해자 당사자나 가족들은 참관을 했는가.

 

 

류이 : 다들 환자 분들이라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변호사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근본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습기 참사 피해자들이 다른 참사 피해자와 유독 다른 성향을 보이는 게 첫째로 스스로가 환자이다 보니 몸이 아파서 어디 참여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렵다.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피해자 김선미 씨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두 번이나 구토 증상을 겪었다. 천식 환자여서 숨을 못 쉬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살균제를 스스로 사다 쓰지 않았나. 이것을 가지고 2차 가해가 심각하다. '니가 사다 써놓고서 왜 기업을 욕하느냐'는 선 넘은 비난이 상당하다. 이것을 겪어본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상당수가 자괴감에 빠져 있거나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다. 다들 자폐 증상이 있어서 집밖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생각해봐라. 자기가 산 살균제로 아이가 서서히 죽었다는 죄책감을 어떻게 씻어낼 수 있겠나. 게다가 불특정 다수가 그러한 죄책감을 자꾸 건드린다.

 

마지막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한날한시에 참사를 당한 게 아니다.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병원이나 군대 등에서 조용히 당했다. 한날한시도 아닌 장시간에 걸쳐서 말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파편화돼 있고 고립돼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 중에는 '인생은 지옥이다' 이렇게 말하는 분이 많다. 

 

프레시안 : 그런 피해자들의 상황을 변화하기 위해서라도 항소심 결과가 매우 중요한 듯하다.

 

류이 : 유죄가 나오면, 희망이 생긴다. 그것을 시작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로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분들이 세상에 나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다. 가해자는 따로 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이번 항소심 결과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항소심이 뒤집힌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류이 : 내가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항소심을 모두 지켜보지 않았나. 재판부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판단을 했음 한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2021년 1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류이 : 첫 번째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아픈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피해자가 두 분이 있다. 이장수 씨 딸은 1995년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했다. 태어나서 50일 정도 밖에 살지 못했다. 최초의 영아 사망자였다. 그런 사실을 판사는 알아야 했다. 그분을 불러서 당시 상황을 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김태종 씨 부인 박영숙 씨의 경우 13년간 투병을 하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그 투병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병원에 23번 실려 가고, 그중 16번을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확신이 생긴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배척하는 것도 문제일 듯싶다. 

 

류이 : 항소심 초반에 증인으로 피해자 두 분이 나오셨다. 80에 가까운 노인 분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 측 변호사가 살균제를 언제 어떻게 썼느냐며 집요하게 과거의 기억을 캐물었다. 그러니 이 노인분이 당황해서 연도를 헷갈려서 진술이 왔다갔다 했다. 변호사는 그것을 물고 늘어져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공격했다. 32년 동안 진행되어 온 참사이기에 기억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런데 재판은 그것을 용인해주지 않는다.

 

이 과정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난 12년 동안 반복돼 왔다. 가해기업과 정부는 진짜 피해자, 가짜 피해자를 나눠서 '넌 피해자가 맞느냐'고 묻고, 피해자는 이에 증거를 수집해서 '나는 피해자가 맞다'고 답해야 하는 식이다. 증거가 헷갈리거나 불분명하면 '가짜 피해자'가 된다. 

 

프레시안 : 이것은 다른 참사에서도 늘 반복되는 문제인 듯하다. 

 

류이 : 두 번째는 재판부가 피해자들이 '내 몸이 증거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학적인 진술이라는 점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집단적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그것으로 피해자의 '내 몸이 증거다'라는 진술은 입증이 끝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893만여 명이 노출 피해를 봤고, 95만여 명이 상해 피해를 봤다. 2만여 명이 죽었다. 이 2만여 명은 기업들이 죽인 셈이다. 집단살인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독성학이나 임상 사례 등을 헤집어서 논박을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재판이 그랬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서 쥐로 실험해보니 이상이 없었다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기업 측 변호사들은 주장한다. 역학조사라는 게 과학임에도 왜 변호사나 판사는 자기가 잘 모르는 그런 과학 분야에서의 과학자 의견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과학적 입증이 된 사안을 다시 재판에서 논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들에게 조그마한 빛 밝혀주는 판결되길" 

 

류이 : 세 번째로 가습기 살균제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균제는 물 분자와 함께 나노 입자로 바뀌어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뒤, 염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피를 통해 여기저기로 들어가 전신질환을 일으킨다. 이런 과정은 이미 입증됐다. 그런데 쥐를 통해 독성 실험을 하니,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위해성이 없다고 기업들은 주장한다. 그렇게 겉으로는 위해성이 없어서 우리 제품으로는 환자가 생길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1심 재판 말미에 중증피해자 11명에게 보상을 했다. 

 

프레시안 : 왜 그런 것인가. 

 

류이 : 그분들이 재판에 계속 참관하면서 탄원서를 내고 추가 고소를 하니, 이렇게 가면 재판에 불리하겠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한 듯싶다. 그렇게 해서 이분들을 재판정에 못 나오게 했다. 재판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철퇴를 내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형량 문제다.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는 98명의 피해자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검찰은 기업 대표들에게 5년을 구형했다. 현재 신청 피해자는 7883명으로 확인된다. 이중에서 환경기술원이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이 5417명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단독으로 쓴 피해자는 308명이고, 다른 제품과 함께 쓴 복합사용 피해자는 2181명이다. 이 중에 98명분의 형량만이 재판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죗값은 어디에서 받아야 하나. 

 

현 재판부는 이런 지점을 감안해서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조그마한 빛이라도 밝혀주는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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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건희 특검 거부권 반대 여론에도 조선일보 “尹, 일단 거부권 행사할 수밖에”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4.01.02 07:43
  •  
  •  수정 2024.01.02 08:51
  •  
  •  댓글 1
  •  

    [아침신문 솎아보기] 지난 1일 1면 삼성 광고, 2일 1면 광고는 SK그룹

    동아일보 “尹 카르텔 같은 문제의 색출 못지 않게 구체적 개혁 실행해야”

    현직 검사들 총선 출마에 한겨레·경향 “위험수위 이른 검찰 정치화”

    4·10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많은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중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30일~31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3%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유튜브 영상 갈무리.

    ▲2일 아침신문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여론몰이용 특검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면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은 건 “그만큼 김 여사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총선 여론몰이 특검법은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일자 아침신문들의 1면 하단 광고는 SK그룹이 차지했다. SK그룹은 “갑진행복. 생각이 달라도 서로 이해할 때, 거기 행복이 있습니다. 당신이 잘되라고 먼저 응원할 때, 거기 행복이 있습니다. 갑진년 새해, 그 값진 행복이 용솟음치기를 SK가 응원합니다. SK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냈다. 지난 1일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세계일보만 1면에 삼성 광고를 실었다. 지난 1일 자 아침신문들은 1면 하단에 <함께라서 용기 나는 2024년> 제목의 삼성 광고를 냈다.

    ▲2일 경향신문 1면 하단 광고.

     

    김건희 특검 거부권 반대 63%에도 조선일보 “尹, 일단 거부권 행사할 수밖에”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여론은 7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과반이 넘었다. 또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도 거부권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겼다.

    조선일보는 4면 <“김건희 특검 거부권 반대” 63%… “총선 이후 특검” 55%> 기사에서 “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0대 66%, 30대 80%, 40대 78%, 50대 63%, 60대 51%로, 70세 이상(34%)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과반이었다”며 “지역별로는 서울 63%, 인천·경기 65%, 대전·충청 61%, 부산·울산·경남 54% 등 대구·경북(46%)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었다”고 보도했다.

    ▲2일 조선일보 4면.

    다른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중앙일보가 지난달 28~29일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5%,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25%로 조사됐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29~30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조사에선 거부권이 적절하다가 23%, 부적절하다가 62%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30일~31일까지 이틀간 성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가상 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이며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은 13.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선일보는 <김건희 특검 총선 이후 실시가 국민 과반 여론> 사설에서 “특검 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하기 전인 10여 년 전 일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1년 반 넘게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김 여사 관련 혐의를 찾지 못했다. 이런 사안을 더 수사해야 한다며 야당이 특검을 임명하는 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김 여사 관련이면 뭐든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대상을 광범위하게 규정했고 수사 기간도 총선을 치르는 4월 10일까지 이어지도록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하게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2일 조선일보 사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렇게 무리한 특검이지만 거부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은 그만큼 김 여사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탓”이라며 “대통령 선거 때는 ‘내조만 하겠다’고 했는데 선거 후 김 여사의 처신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불거진 명품 가방 문제가 특검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 형성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총선 여론 몰이에 초점을 맞춰 국회에서 통과시킨 특검법은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만 윤 대통령이 나서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사안에는 대체로 함구해 왔다. 최근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도 ‘따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쌓여 김 여사에 대한 오해를 키워온 측면도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이 진솔하게 이해를 구하고 총선 이후 특검 실시를 약속한다면 민주당의 특검이 선거 정략임을 짐작하고 있는 국민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尹 카르텔 같은 문제의 색출 못지 않게 구체적 개혁 실행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한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일 동아일보 1면.

    ▲2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1면 <尹, 총선 100일앞 “이권-이념 패거리 카르텔 반드시 타파”>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이권 카르텔’이 아니라 “이념 카르텔”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이후 ‘이념’ 언급을 자제해 온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첫날에 ‘이념 카르텔’을 화두로 올린 것은 4월 총선을 100일 앞두고 야당을 겨냥한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심판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1일 발표된 대통령 신년사 중 ‘이권·이념 카르텔’ 혁파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과 가진 7차례 이상의 독회 끝에 직접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이나 기업 연합을 뜻하는 표현인 ‘카르텔’의 어감이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패거리’라는 표현으로 부정적 어감을 더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집권 3년 차임에도 구체적 개혁의 실행에 진력하지 않고 카르텔 타파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尹 3년차도 “카르텔 타파”… 이젠 개혁과제 실행에 더 진력해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집권 3년 차로 임기 중반에 접어들었다. 카르텔 같은 문제의 색출 못지않게 구체적인 개혁의 실행에 진력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정작 3대 개혁과 저출산 해결에 대해선 공허한 당위론에 그치고 있다. 개혁을 위한 야당과의 협치나 국민과의 소통에도 별말이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이 말뿐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일 동아일보 사설.

    ▲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이념 패거리 카르텔 타파’가 대통령 신년사에 담길 말인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카르텔 척결’을 내세워 일부 노조와 시민단체를 공격해왔다. 카르텔은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는 명분으로도 사용됐으니 전가의 보도인 셈”이라고 운을 뗐다.

    경향신문은 “그 카르텔의 범위를 ‘이념’으로 확장하고, ‘패거리’란 표현도 동원한 것을 보니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비판세력을 상대로 검찰식 통치를 하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야당과 전 정부를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로 몰며 이념전쟁을 촉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정치’로 비판한 데 이어 대통령이 총선을 100일 앞두고 ‘이념 패거리 카르텔’을 꺼내들고 있으니 ‘정치복원’의 기대는 접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검사들 총선 출마에 한겨레·경향 “위험수위 이른 검찰 정치화”

    지난해 29일 대검찰청이 김상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과 박대범 마산지청장을 각각 대전고검과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처하고 감찰과 징계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상민 전 부장은 지난해 추석 때 지인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박 전 지청장은 총선과 관련해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 ‘검찰공화국’이 자초한 기강 해이> 사설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배출 후 첫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찰 간부들이 출마 의사를 밝히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검사가 사표 수리 전부터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은 검찰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일탈 행위다. 검찰 출신이 정부기관 요직에 이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차지하며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으로 만든 현 집권세력이 자초한 일탈 아닌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현직 출마를 버젓이 밝히고 있는 것은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기보다 검찰 조직 전체의 건강성이 나빠지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직에 있을 때부터 상당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검사의 총선 직행은 어려울 것이다. 권력을 좇아 정치에 줄을 대는 이런 ‘정치 검찰’에 어떻게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고 공정한 수사를 맡길 수 있겠나.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검찰은 이 참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현직 검사들 잇따른 출마, 위험수위 이른 ‘검찰 정치화’> 사설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보위하려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마구잡이로 수사한다. 급기야 이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가 현직 검찰 간부들이 총선 출마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정도로 조직의 건강성을 해친 건 아닌가. 총선에 출마하려는 현직 검사를 징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원석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연 기자psynism@mediatoday.co.kr

    #한동훈#검찰공화국#이원석#운동권#카르텔#대검찰청#총선#조선일보#동아일보#윤석열#김건희 특검법#저출산#명품 가방#거부권#SK#삼성#갑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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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물가 비싼 나라라는데... 한국보다 더 쌉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1/02 09:40
  • 수정일
    2024/01/02 09: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24 신년 글로벌리포트 : 세계 장바구니 물가①] 고물가 시대, 이 나라가 국민을 대하는 방법

24.01.02 07:05l최종 업데이트 24.01.02 07:05l

이봉렬(solneum)

'장 보러 가기 겁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신선식품 지수 동향에 따르면 2년 사이 장바구니 물가가 25% 가까이 올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나라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024년 신년특집으로 세계 각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소개하는 '글로벌 공동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통계수치에서는 담지 못하고 있는 생생한 실물 경제의 명암을 공유하려고 합니다.[편집자말]

2023년 6월,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바이 싱가포르, 헬로 말레이시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이 치솟는 물가를 피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 간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한 해만 집값이 26%, 월세는 30%나 오르는 등 주거 비용이 많이 오른 게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이 떠나는 큰 이유가 됐습니다.

 

 

▲ 싱가포르 물가가 비싸서 체류 외국인들이 싱가포르를 떠나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으로 옮겨 간다는 알자지라의 보도

ⓒ ALJAZE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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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크게 오른 집값이 아니더라도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로 꼽혀 왔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계열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2022년 '전 세계 생활비지수'를 발표했을 때 싱가포르가 뉴욕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로 꼽혔습니다. 싱가포르는 같은 조사에서 지난 10년 동안 여덟 번이나 1위를 차지할 정도도 고물가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도대체 어떤 게 얼마나 비싸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라고 하는 걸까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맞긴 맞는 걸까요? 싱가포르에서 사는 입장에서 답을 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어떤 부분이 맞고 또 어떤 부분은 사실과 다른지 하나씩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가 물가 비싼 나라인 이유... 집, 차, 술, 담배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가장 비싸다고 느끼는 건 집값입니다. 전자 회사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이 싱가포르에서 한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구입했는데 그 가격이 약 640억 원 정도였습니다. 싱가포르 부자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나오는 그런 저택들이 실제로 많이 존재하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쌉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중산층이 사는 민간 아파트는 20억에서 50억 원 수준으로 이웃 말레이시아에 비하면 3배에서 5배 정도 더 비쌉니다.

 

 

▲ 싱가포르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이지만, HDB라 부르는 공공임대아파트가 있어서 서민들은 부담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 80%가 이런 HDB에 삽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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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대료는 방이 세 개인 보통 아파트의 경우 500만 원에서 700만 원 정도입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을 위해 정부가 엄격한 기준으로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영 아파트(HDB)의 경우에도 임대료가 월 300만 원이 넘으니, 외국인들은 말레이시아로 이주하든, 집 한 채 임대 대신 방 하나 임대로 전환하는 겁니다.

 

집값이 비싸긴 하지만 싱가포르 국민이 느끼는 건 좀 다릅니다. 정부가 토지를 소유하고 집만 공급하는 HDB가 있어서 모든 국민들이 평생 한 채는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의 80%가 이런 아파트에 삽니다. 비싼 임대료는 싱가포르에 와서 일하려는 외국인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싱가포르 국민에겐 재산 증식의 수단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다음은 자동차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싱가포르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짓고 거기서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5천만 원 정도 하는 그 차를 싱가포르에서 사려면 2억 5천만원 정도를 줘야 합니다. 차에 붙는 세금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차를 사기 위해서는 차량취득권리증(COE)을 별도로 사야 하는데, 이 가격이 1억이 넘기 때문입니다. 땅이 좁은 도시국가라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10년 동안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COE 제도를 도입했는데, 10년이 지나서 차를 계속 타려면 COE를 다시 사야 합니다. 현재 COE 최저 가격이 1억이 넘고, 차종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COE 가격은 1억 5천만 원 정도입니다.

 

 

▲ 싱가포르에서 조립 생산하는 아이오닉 5. 이 차를 사려면 세금과 COE를 더해서 2억 5천만원은 있어야 합니다.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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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차값이 비싸긴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가 워낙 촘촘하게 잘 되어 있어서 차가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자는 "카 라이트(Car-lite)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도로 확장과 공유 자전거 보급에 투자가 많이 이뤄져서 자전거가 또 하나의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영 주차장에 배치해 놓은 전기자동차를 앱을 이용해 필요할 때만 빌려 타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7년을 싱가포르에서 차 없이 살았지만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처럼 비싼 집값과 차값이 물가 지수를 왜곡한다고 해서 이 두 항목을 제외하고 가계물가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한 '근원물가지수'를 정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술과 담배도 비싼 걸로는 뒤처지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생산하는 500mm 캔 맥주 하나 가격이 일반 마트에서 대략 5천 원 정도 하고, 수입 맥주는 그보다 더 비쌉니다. 싱가포르는 개방된 무역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품목을 무관세로 수입합니다. 하지만 담배, 주류, 자동차, 유류 등 4개 카테고리의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무겁게 매깁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수입에 의지하는 와인이나 위스키는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비쌉니다.

 

 

▲ 시내 유흥가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맥주 한 잔에 1만 5천원 이상이라 자주 가지는 못합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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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한 갑 가격이 대략 1만 2천 원 정도입니다. 담배를 판매하는 곳이 정해져 있고 그나마도 바깥에 담배가 보이도록 진열하는 건 불법이라 숨겨 놓고 팝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담배를 면세점에서 많이 사지만 싱가포르는 담배 반입 자체가 안 됩니다. 한 갑도 반입이 안 되고 적발 시 세금을 물립니다. 싱가포르에서 판매하는 담배에는 필터 부분에 세금을 냈다는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산 담배를 몰래 들여왔다고 하더라도 시내에서 피우는 중에 쉽게 구분이 가능하고 적발이 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이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주류통제법에 의하면 저녁 10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공원, 도로, 주민공동공간 등 모든 공공 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도 같은 시간에 술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담배 역시 정해진 장소에서만 피울 수 있을뿐더러 시내 일부에서는 도로 전체를 담배금지구역(No Smocking Zone)으로 설정해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 때문인지 2020년 싱가포르의 흡연율은 10.1%, 같은 시기 한국의 20.6%에 비해 절반 수준입니다.

 

 

▲ 싱가포르 공립중학교의 학비 비교. 싱가포르 국민은 25달러, 외국인은 1931달러로 77배 차이가 납니다.

ⓒ 싱가포르 교육부 (M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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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민들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싱가포르에 사는 외국인들에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학비입니다. 공립중학교 학비는 월 5천 원 정도에 기타 잡비를 포함해서 2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이 학비가 월 190만 원이나 됩니다. 공립중학교가 이 정도 수준이고, 사립이나 국제학교로 가면 이보다 더 받습니다. 외국인에게만 특별히 비싼 학비가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물가 비싼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비교해 보면

 

그럼 이처럼 싱가포르만의 특성으로 인해 가격이 턱없이 비싼 것들 외에 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어떨까요?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마트에 가서 주말에 집에서 해 먹을 식료품 위주로 산 후 한국과 가격을 비교해 봤습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마트인 '페어프라이스'에서 물건을 산 후 한국 '홈플러스'에서 같은 종류의 물건값을 확인해서 비교표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물건도 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어서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물건을 골랐습니다.

 

 

 

▲ 싱가포르 마트에서 산 물건을 한국의 홈플러스와 가격 비교를 해봤습니다. 종류별로 다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싱가포르 장바구니 물가가 더 저렴했습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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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 사과, 파인애플 등 특별히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은 싱가포르가 한국에 비해 저렴했습니다.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농산물 수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렇습니다. 축산물을 보면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한국이 싼데, 미국이나 호주에서 수입하는 소고기는 싱가포르가 더 쌌습니다. 계란, 두부, 식용유는 싱가포르가 더 싸고, 우유하고 과자류는 한국이 더 쌉니다. 한국 제품인 신라면과 빼빼로도 샀는데 한국이 조금 싸지만 가격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관세 없이 운송비만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장바구니에 담은 걸 모두 사는데 싱가포르에선 6만 7천 원 정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이걸 다 사려면 10만 원 정도 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만든 회사나 수입하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몇 퍼센트 차이가 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싱가포르 장바구니 물가가 한국보다는 저렴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 싱가포르는 집, 차, 술, 담배로 인해 부풀려진 통계 안에만 있는 나라입니다.

 

외식 물가는 어떨까요? 금융산업이 발달하고 관광객이 많은 싱가포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유명한 요리사의 이름을 내건 식당이나,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들이 흔합니다. 그런 곳은 가격 또한 극단을 치닫습니다. 미쉐린 별 3개를 받은 한 식당은 단품 음식 하나가 최소 50만 원인 곳도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일 인당 GDP가 가장 높은 싱가포르라서 그런지 그런 곳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 싱가포르의 호커센터 모습. 날씨가 더워서 집에서 조리하기 보단 밖에서 세 끼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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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는 싱가포르 서민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호커센터가 있습니다. 호커는 음식 노점상을 뜻하는데 여러 노점상이 모여서 다양한 음식을 판매합니다. 일 년 내내 더운 날씨의 싱가포르에선 집에서 밥을 해 먹기보단 호커센터의 값싸고 다양한 음식으로 하루 세 끼를 모두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은 한 끼에 4천 원에서 8천 원 사이로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호커센터는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음식 문화의 전승과 생계 수단이 되는 곳으로,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효용을 인정받아 2020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싱가포르 문화유산으로는 최초로 등재됐습니다. 2016년에는 싱가포르의 호커센터 식당 두 곳이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노점 식당에 별을 부여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 식당의 주메뉴인 치킨라이스 한 그릇의 가격은 3천 원이었습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서민 지원 대책

 

장바구니 물가가 한국보다 낮고, 호커센터에서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2021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이 싱가포르 서민들의 삶에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2022년 싱가포르의 물가상승률은 6.1%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3년 9월 말, 싱가포르 정부는 물가 상승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약 1조 원 규모의 생활비 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 지난 9월 말, 싱가포르 정부가 물가 상승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약 1조 원 규모의 서민 생활비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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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성인 250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최소 약 20만 원에서 최대 80만 원까지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집이 두 채 이상 있거나 연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최소 금액만 받고, 연소득 34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80만 원을 받게 되는 겁니다. 모두에게 주지만 형편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현금 지급 외에도 가구당 30만 원의 지역상품권(CDC바우처)이 제공됩니다. 디지털 형식으로 발급되는 이 상품권은 지역의 소매점이나 마트,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도 가능합니다. HDB 거주민만을 위한 공공요금 지원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말고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에너지 가격의 인상 및 임금 인상으로 인해 교통비를 인상해야 하지만 보조금을 통해 그 인상폭을 최소화하여 실질적으로 서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에게는 연 5만 원 상당의 교통비 지원도 함께 이뤄집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편성한 모든 현금성 지원의 대상은 오직 싱가포르 국민뿐입니다. 싱가포르 인구는 약 590만 명으로 그 중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국민은 60%인 약 360만 명 정도이고 나머지 40%를 차지하는 영주권자나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은 싱가포르 인구로 잡히기는 하지만 현금성 지원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싱가포르 국민들이 물가 상승의 충격을 정부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상쇄하는 동안 체류 외국인은 싱가포르가 비싸기만 하고 지원은 없다고 느껴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통계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이긴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다도 낮은 나라가 싱가포르입니다. 2022년 기준 싱가포르의 일 인당 GDP가 8만2000달러로 한국의 3만2000달러에 비해 두 배가 넘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서 조 단위의 추가지원을 결정했습니다.

 

▲ 지난 23년간 한국과 싱가포르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대체적으로 한국이 높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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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5.1%로 싱가포르와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 전에는 한국의 상승률이 더 높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한국의 물가는 떨어질 줄 모르고 계속 오르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서민 지원 대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부의 압박에 상품값을 올리려던 기업들이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양을 줄였다는 뉴스만 가끔 눈에 띌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는 싱가포르가 아니라 한국이 아닐까요? 계속되는 물가 상승 속에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이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분명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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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물가,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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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미국은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1/02 [07:57]

 

<순서>

1. 두 개의 전쟁

2. 새로운 전쟁

3. 감당불가

4. 촛불 승리

 

 

1. 두 개의 전쟁

 

전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유지해온 미국. 몰락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전쟁을 책동하고 있습니다. 침략과 약탈을 생리로 삼아왔으니 스스로 전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부상을 막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앞세웠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한 뒤 급속히 약해진 중동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전쟁이 미국의 마음 같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의 전폭적 지원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완전히 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동부 지역의 주요 격전지인 마린카도 러시아에 내주었습니다. 병력의 손실도 커 50만 명을 추가 징집할 예정이지만, 반발이 큽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론 악화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얼마 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서방 국가들이 휴전 협상을 요청하며 접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도 전쟁의 승리는 물 건너갔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마스 악마화도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국제사회 비난은 학살 만행을 저지르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전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자지구 공격 중단과 구호품 공급을 요구하는 예멘의 후티군은 홍해를 틀어쥐고 군사적 공세를 높이고 있는데,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20개국의 해군을 모아 대응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했는데, 동참한 국가의 절반 가까이가 국가명을 밝히기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후티 반군을 두려워하는 모양새입니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완전히 점령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려 하고, 중동의 전통적인 친미 국가들에는 말이 잘 안 먹힙니다.

 

 

2. 새로운 전쟁

 

전쟁 하이에나 미국은 이미 단물 빠져버린 전장 대신 새로운 전장을 찾습니다. 남중국해와 대만에서의 갈등을 부추기며 중국을 자극하는 이유입니다.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한편, 최근 통과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에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불장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디보다 미국이 탐내는 결정적 전장은 한반도입니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한미의 전쟁연습은 최다, 최대 규모로 행해지고 있고, 미국의 각종 전략 무기는 쉴새 없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현실화해 실전 태세를 갖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 바이든 정부의 10대 성과로 꼽히고 있으니, 미국이 여기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 구상은 윤석열이라는 행동대장을 통해 빠르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윤석열은 경기 연천의 전방 부대를 찾아 “도발을 당하면 즉각 보복 대응하고 나중에 보고해주길 바란다. 선조치 후보고”라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국정원은 때마침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를 끌어다 내년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김건희 특검 위기, 국힘당 총선 위기, 윤석열 정권 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속셈입니다.

 

 

3. 감당불가

 

그러나 미국이 과연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주관적 욕망과 객관 현실에는 차이가 있는 법입니다. 이 답은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전쟁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그나마 앞의 두 개의 전쟁에서는 약간의 이익이라도 챙겼지만, 새로운 전쟁은 그 시작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미국의 불장난을 족족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필리핀을 선동하고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경고를 보내는가 하면, 대만 통일 의지를 거듭 밝히며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내듯,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근무 경력이 있는 해군 출신의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응은 훨씬 공세적입니다. 2022년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각종 전투기 500대를 동원하고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은 한미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2023년에는 핵의 선제적 사용을 포함한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고, 정찰 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과 전 세계 주요 미군기지를 샅샅이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고,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는 화성포-18형 발사 훈련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신속히 발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2023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대해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 “강력한 실력행사로 제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을 넘어서 ‘제압’해버리겠다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구상입니다.

 

대북 적대 정책을 고집하는 윤석열 정권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의 전 영토를 평정”을 언급하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을 앞세우는 대리전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새해에 핵무기 생산을 지속해서 늘이고 3개의 정찰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과연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4. 촛불 승리

 

미국의 한반도 전쟁 구상은 그것을 나서서 실현할 돌격대를 필요로 한데, 촛불 국민의 반 윤석열 투쟁은 이를 좌절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을 겪은 미국도 그 나름의 대응책을 그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촛불의 투쟁력은 미국의 예측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촛불 국민은 정권 초기부터 꾸준한 투쟁을 통해 최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오른 것입니다. 촛불 국민은 윤석열 탄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끼지 않고 싸우고 있으며, 당면한 총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높여 탄핵 국면을 주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촛불 국민은 나라와 역사의 주인으로 자기 사명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에서 해내고 있습니다.

 

조급한 미국은 한동훈을 앞세워 제2의 6.29선언을 꿈꾸고 있으나 뜻대로 잘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동훈 비대위는 민심이 아니라 논란만 집결시키고 있고, 이낙연이나 이준석 바람도 영 신통치 않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힘이 상호작용하며 미국의 수명을 단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명줄은 그보다도 빨리 끊어질 것입니다. 2024년 탄핵의 해, 승리의 해가 밝았습니다. 촛불 국민의, 우리 민족의 앞에 밝혀진 휘황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용솟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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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서방이 나쁜 놈이다

 

12월 2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알 자웨이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소녀가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가자지구 남부의 한 피난민 수용소에서 하루에만 민간인 165명이 사망하는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해를 넘겨 계속 되는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이 29일(현지시각) 긴급조치를 발동해 의회의 심의 없이 이스라엘에 1900억원 상당의 포탄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책임이 있으며 이스라엘이 강력하고 준비된 자위 능력을 발전하고 유지하도록 돕는 게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자 주민 2만 1000명 이상을 죽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공언해도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은 사그라들 기미가 없는 것이다. 서방의 지배 계급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 한, 서방은 이번 학살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Are we the baddies?’ Western support for genocide in Gaza means the answer is yes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국의 한 인기 코미디 코너에서 최전방에 있는 나치 장교 하나가 불현듯 생각난 듯 갑자기 동료 장교에게 묻는다. ‘우리가 나쁜 놈인 거야?’ 지난 3달 동안 그런 순간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 학살 전쟁을 말로 지지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보호하고 무기 등의 군사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인 약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고향을 떠났고, 2만 명 이상이 살해 됐으며, 수만 명이 다쳤다. 서방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서방 정치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공공건물을 포함한 주요 인프라를 폐허로 만들고, 가자지구의 보건 부분을 붕괴시키는 동안 이스라엘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제 남은 팔레스타인인은 굶주림과 질병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은 도망갈 곳도, 폭탄을 피할 곳도 없다. 언젠가 탈출이 가능해진다면 그들은 이웃 나라 이집트로 갈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의 난민 생활 끝에 마침내 고국에서 영구 추방될 것이다.

서방 정권이 하마스를 비난하며 이스라엘의 만행을 정당화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군인과 정착민 민병대가 하마스가 없는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고 살해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파괴를 정당화하면서 이를 드레스덴과 같은 독일 도시에 대한 연합군의 폭격과 자주 비교했다. 그것이 이미 오래 전에 2차 세계대전의 최악의 전쟁 범죄 중 하나로 규정됐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자기가 불법 점령한 땅의 원주민을 국제 인도법이 없던 시절의 식민지적 방법으로 살해하고 하고 있지만,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이스라엘을 서방 지도자들이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나쁜 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노예의 반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변론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인류의 퇴행인 것 같다. 70년 이상 ‘발전’이라는 외피 속에서 인권이 강조되고 국제기구가 발전하며, ‘인도주의’가 확산하는 동안 가려졌던 서구의 원시적이고 추악한 모습이 드러난 것 같다. 그런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베트남,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우크라이나 모두 거짓말에 근거한 전쟁이었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의 진정한 목표는 다른 나라의 자원을 약탈하고, 미국의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며, 서방 엘리트의 배를 불리는 것이었다.

그런 실제적인 목표는 여러 기만적인 이야기에 의해 유지됐다. 전쟁은 소련 공산주의의 위협, 이슬람 ‘테러’, 새로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전쟁은 억압받는 여성을 해방하고, 인권을 보호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갇힌 민간인을 폭격해 사실상 감옥이던 그곳을 완전히 파괴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에 ‘인도주의’를 갖다 붙일 수 없다. 가자지구는 마치 큰 지진이라도 난 지역 같다. 하지만 그 원인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인위적인 재앙이다. 이스라엘조차 이번 학살로 가자지구의 여성과 소녀가 ‘해방’된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증진’에 관심 있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인간 동물’로 가득 찼으며, 가자지구를 완전히 밀어버려야 할 뿐이다.

게다가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수천 명의 전사로 구성된 하마스가 서방의 삶의 방식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믿게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마스는 어떤 종류의 탄두로도 유럽을 공격할 수 없고, 하마스의 근거지는 파괴되기 전에도 서방을 정복하고 ‘샤리아’ 법을 강요할 준비가 된 이슬람 제국의 심장부처럼 보인 적이 없었다.

사실 지난 몇 달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다. 가자지구는 국가도 아니고 군대도 없다. 가자지구는 수십 년 동안 불법 점령 당했고, 16년 동안 완전 포위되어 공격을 받아 왔으며, 이스라엘은 약한 정도의 영양실조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열량을 계산해서 가자지구의 식량 반입을 통제했다.

미국의 유대인 학자 노먼 핀켈스타인이 지적했듯이,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은 ‘전쟁’이라기 보다는 ‘노예 반란’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스파르타쿠스가 로마에 대항해 일으킨 기원 전 1세기의 반란부터 1831년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미국의 냇 터너 반란에 이르기까지 노예 반란은 역사적으로 잔인한 유혈 진압을 당했다. 우리가 유혈 진압을 하는 교도관의 편에 선 것인가. 우리가 노예를 소유한 농장주를 무장시키고 있는 것인가.

집단 가스라이팅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설득력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서방 지도자들은 자국민과, 적어도 그들의 생각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완전히 없애려는 이스라엘이 그럴 권리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 팔레스타인인의 해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것, 이 지역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 등이 이제 모두 ‘반유대주의’와 같은 것으로 취급된다.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이는 폭격을 중단하라고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유대인을 혐오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반유대주의에 해당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배 계급의 집요하고 철저한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았다면 아주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학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자지구의 파괴와 팔레스타인인의 인종 청소,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살해를 원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극우 정부와 군대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유대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진정한 유대인 혐오이다.

이런 집단 가스라이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 2015년 영국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제레미 코빈은 처음으로 반제국주의 의제를 영국 정치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팔레스타인의 굳건한 지지자였던 코빈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자본주의 제도권에게 매우 중요한 미국의 의존국이자, 서방이 석유 생산지인 중동을 군사적으로 장악할 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을 말이다.

서방 엘리트들은 이에 전례 없는 적대감을 보였다. (이를 지켜본 코빈의 후임 키어 스타머는 이후 노동당을 나토의 제일 가는 지지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코빈을 영원히 정계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략을 짰다. 그리고 그를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었다. 이 명예훼손 캠페인은 코빈 개인을 매장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노동당을 분열시켜 정당의 에너지를 모두 내분에 소모하고 선거 승리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흑색선전

서방은 영국과 미국 대중을 상대로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달 미국 하원은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것(지금의 경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을 반대하는 것)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가자지구 학살을 끝내기 위해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라는 구호를 ‘이스라엘 국가와 유대 민족의 멸망을 부르는 구호’라고 비난했다. 이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흑인에게 그랬듯,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평등이나 의미 있는 자유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서방 지배층이 의도치 않게 인정한 것이다.

미국 정치인은 현실이 완전히 뒤바꿔 대량 학살에 대한 반대를 대량 학살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 흑색선전을 가로 막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서구 엘리트가 스스로 나서서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돼야 할 기관에서 이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미국 의회는 차기 지배층을 육성하는 미국 최상위 대학의 세 총장을 불러 유대인들이 가자지구 학살의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 때문에 직면한 반유대주의 위협에 대해 질타했다.

서방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서방은 팔레스타인인을 학살로부터 보호하거나 학살에 반대할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는 것보다 팔레스타인인을 죽일 이스라엘의 권리를 열렬히 지지하는 일부 유대인 학생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을 더 중시한다. 캠퍼스 내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치인의 압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세 대학 총장의 태도는 대학 기부 거부 운동과 총장 해임 요구로 이어졌고, 그중 한 명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은 이미 사임했다.

전방위적 위기

이런 일이 서방의 교육 기관을 덮친 이례적이고 일시적인 집단적 정신병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여러 전선에서 서방의 장기적인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절망적인 증거이다. 첫째, 그것은 지배 계급의 가시성이 커졌다는 신호이다. 일반 대중의 눈에 지배 계급이 다시 띄기 시작했고, 그들의 이해 요구가 보통 사람의 이해 요구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대중이 실감하기 시작했다. 우리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제도권’, ‘지배 계급’, ‘계급 전쟁’이라는 말을 써도 미친 사람이나 옛날 옛적 1950년 얘기를 하는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서방 정치를 떠받친 내러티브가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980년대에 프란시스 후쿠야마와 같은 지식인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와 ‘역사의 종말’을 선언한 것은 이제 터무니없어 보인다.

둘째, 그것은 서구의 엘리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질서의 내재적 모순을 가리기 위해 존재했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 현실이 이데올로기의 외피를 뚫고 있다. 현재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기후 위기인데, 자본주의의 대량 소비와 경쟁을 위한 경쟁 모델은 인류에게 자살 행위임이 증명되고 있다. 특히 석유에 중독된 경제에서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장은 점점 더 큰 비용이 드는 사치라는 점도 증명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보다 나은 생활 수준을 꿈꾸며 자란 세대는 더 부유해지기는커녕 더 실망하고 씁쓸해하고 있다. 그리고 ‘진보’, 그러니까 더 따뜻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평등한 사회를 향한 약속은 이제 45세 미만의 서양인 대부분에게 말도 안 되는 한심한 농담처럼 들릴 것이다.

난무하는 거짓말

이제는 서방 사람에게도 서방이 최고라는 주장이 사상누각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그 주장이 외국에서 무너진 지는 오래됐다. 서방의 전쟁으로 파괴됐거나, 파괴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나라에서는 서양이 줄 수 있는 건 위협뿐이다. 협조하거나 벌을 받거나 해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지금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스라엘이 자기주장대로 싸움의 최전방에 선 것은 맞지만, 그 싸움은 문명 간의 충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자유 민주주의 질서의 민낯이 드러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해롭고 설득력 없는 온갖 거짓말이 난무하는 불안정한 전초지일 뿐이다.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로 가장한 인종차별 정책의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이다. 그리고 ‘하마스 제거’로 가장하고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스라엘은 항상 협박을 통해 이런 거짓말을 감춰야 했다. 그 속임수를 감히 지적했다가는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가자지구 학살을 중단시켜야 하는 당면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이다.

이런 모든 상황의 끝은 무엇일까? 10년 전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이자 학자인 제프 핼퍼는 [민중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서방의 ‘적’만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니다. 특권과 부를 영원히 누리고자 하는 자본주의 지배 계급에게 전 세계 민중도 언제든 지배 계급의 이익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심한 과장처럼 들렸던 핼퍼의 주장이 이제는 선견지명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의 최전선만이 아니다. 가자지구는 서방 엘리트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개척하며, 우리의 존엄성과 인간다움이 존중받듯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인간다움도 존중받을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벌이는 전쟁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그렇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선이 그어졌다. 한쪽에는 ‘나쁜 놈’이 있고, 다른 쪽에는 이들과 한 편이 되기를 거부하는 모든 자가 ‘적’으로 낙인 찍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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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다가오는 엄청난 위험

 

[개벽예감 568] 2024년에 다가오는 엄청난 위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1/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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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사건

2.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토의된 8개 의안

 

 

1.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사건

 

2023년 12월 28일 쎄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로씨야 외무부 장관은 로씨야 국가통신사 따스통신(TACC)과 대담하면서 2024년 새해에 한반도, 대만해협, 아프가니스탄에서 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 위험이라고 말했지만, 전쟁 위험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쎄르게이 라브로브 로씨야 외무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었던 2023년 10월 17일, 미 제국 국방부는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와 미 제국군 전투기가 동중국해 상공과 남중국해 상공에서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해간 정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자료와 사진 자료를 세상에 공개했다. 그 자료들에는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미 제국군 전투기에 바짝 다가가 앞지르며 비행을 가로막는 장면, 미 제국군 전투기를 향해 발사한 섬광탄(flare)이 펑펑 터지는 장면, 적의 레이더 탐지를 방해할 때 사용되는 알루미늄 박막(chaff)을 미 제국군 전투기를 향해 살포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와 미 제국군 전투기가 동중국해 상공과 남중국해 상공을 지나다가 우연히 1 대 1로 마주친 정황이 아니다. 이것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깊숙이 들어가 중국을 자극한 미 제국 전투기들의 도발 행동에 대응해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이 기체 충돌위험을 무릅쓰고 초근접 비행을 하면서 미 제국 전투기들을 축출하는 정황인 것이다. 

 

일라이 래트너(Ely S. Ratner) 미 제국 국방부 인디아양-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그런 영상자료와 사진 자료를 공개하면서 주목할 만한 통계수치를 언급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2021년 가을부터 2년 동안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미 제국군 전투기를 “위협한” 사례는 그 이전 10년 동안에 일어난 사례보다 80~100건 증가해 거의 200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중국과 미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군사 대결이 극한점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조성된 군사 대결상황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 대결상황도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2023년 12월 15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 나타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자기가 당일 미 제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제2차 회의를 마치자마자 백악관에 들어가 존 파이너(Jonathan K. Finer)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났는데, 그 회동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과 동아시아 안보상 황을 “상세하게” 토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 대결상황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 조성된 군사대결상황이 연동되는 것에 백악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주한 미국 대사관

 

주목되는 것은, 2023년 12월 15일 미 제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결정적으로 격화시키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진행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3년 12월 17일 조선 국방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는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얼마나 심하게 격화시켰는지를 말해준다. 조선 국방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15일 워싱톤에서 제2차 《핵협의 그루빠》 모의판을 벌려놓은 미국과 대한민국 호전광들은 다음 해 중반기까지 《핵전략계획 및 운용에 관한 지침》과 《확장억제체제》의 구축을 완성하며 다음 해 8월 《을지 프리덤 쉴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기간에 핵작전연습을 시행한다는 것을 공개하였다”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태한 상황은 우리 무력으로 하여금 보다 공세적인 대응 방식을 택해야 할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으며, “핵타격 수단들의 활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미국의 모험적인 군사교리가 보다 위험한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핵충돌 위기는 각일각 가능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시점에 관한 문제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하였다. 대변인 담화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담화에 나오는 “적대 세력들의 무력 사용 기도”라는 말은, 한국군이 군사분계선에서 조선인민군 경계 초소에 몇 발의 포사격을 가하는 것 같은 군사행동을 의미한다. 또한 담화에 나오는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이라는 말은 조선인민군의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전술핵타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이 사소한 군사행동으로 조선인민군을 자극하더라도, 조선인민군은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전술핵타격을 단행하여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괴멸시키겠다는 뜻이다.

 

조선 국방성이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전술핵타격을 언급한 것은 허세를 부린 것이 아니다.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한반도 핵전쟁 위기에 대처하여 땅에서는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즉응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술핵폭격 비행대가 즉응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바다에서는 전술핵전투 함대가 즉응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조선 국방성은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전술핵타격을 언급한 것이다. 

 

 

2.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토의된 8개 의안

 

이 글의 초점은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 집중된다. 2023년 12월 15일 미 제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부터 살펴보자. 한국측 수석대표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고, 미 제국 측 수석대표는 마허 비타(Maher Bitar)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정보 및 국방정책 조정관 겸 대통령 특별보좌관이었다. 한국 측 주 토론자는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었고, 미 제국 측 주 토론자는 비핀 나랑(Vipin Narang) 미 제국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겸 미 제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 보좌관 겸 미 제국 국방부 싸이버부문 수석보좌관이었다. 

 

핵협의그룹은 2023년 12월 15일 제2차 회의를 마치면서 영문으로 작성된 ‘핵협의그룹 회의에 관한 공동언론발표문(Joint Press Statement on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내놓았다. 이 문서는 영어본만 있고, 우리말본은 없는데, 이것은 핵협의그룹 회의가 미 제국의 구상과 의도에 따라 진행되었고,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들러리를 섰다는 것을 말해준다.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고, 그보다 격이 낮은 공동언론발표문이 나은 것은 그 회의가 실무급 회의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 제국이 고위급 회의에서 방향과 방침을 이미 정해놓았으므로, 이제는 실무급 회의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핵협의그룹 회의에 관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2023년 7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핵협의그룹 제1차 회의가 진행된 이후 핵협의그룹 실무단(working group)이 조직되어 여러 차례 비공개회의를 진행해왔다는 사실이다. 핵협의그룹 실무단은 비공개회의들에서 8개 의안을 집중적으로 토의했는데, 토의 결과를 2023년 12월 15일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 제출했다. 

 

공동언론발표문에는 8개 의안의 제목만 간략히 기술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려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를 마친 뒤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난 간담회에서 8개 의안을 대충 해설해주었다.

 

1) 지침(guidelines)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미 제국과 한국은 조선의 핵공격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그리고 조선이 핵공격을 단행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밝혀주는 지침을 2024년 6월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김태효 1차장이 언급한, 조선의 핵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이라는 것은, 미 제국이 전략핵 자산을 총동원해 조선을 위협함으로써 조선이 전술핵타격을 단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예방지침을 의미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미 제국은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전략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항모타격단을 번갈아 들이밀면서 이른바 “전략자산의 정규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 of strategic assets)”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하는 핵위협에 광분해왔다. 미 제국은 자기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마구 들이밀면서 핵위협을 가중시키면, 조선이 겁을 먹고 위축될 것이고, 따라서 조선의 전술핵타격을 억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략적 오판이다.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미 제국이 자기의 전략자산을 들이밀면서 핵위협을 가중시킬수록 한반도 핵전쟁 위기는 더욱 격화되고,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핵정책과 핵전략은 더욱 발전되고, 조선인민군의 핵무력은 더욱 증강되고 있다. 

 

이를테면, 2023년 8월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진행한 전군 지휘훈련은 미 제국이 전략자산을 들이밀면서 핵위협을 가중시킬수록 한반도 핵전쟁 위기가 극도로 격화되고,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핵정책과 핵전략이 더욱 발전되고, 조선인민군의 핵무력이 더욱 증강된다는 것을 현실로 입증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조선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3년 8월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한미연합군의 “불의적인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령토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 전투문건들”에 의거해 전군 지휘훈련을 진행했고, “유사시 전선 및 전략예비포병 리용 계획과 적후 전선 형성 계획, 해외 무력 개입 파탄계획”을 비롯한 “작전계획 문건들”에 의거해 전군 지휘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미 제국과 한국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것에 대처하여 조선은 2023년 12월 19일 화성포-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단행했다. 화성포-18형 발사훈련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조선에 대한 핵위협을 더욱 가중시키기로 결정한 “엄중한 현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하여금 부득불 변화된 행동 즉 더 공세적인 대응에로 넘어갈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2024년에 조선이 더욱 공세적인 군사행동으로 핵전쟁 위기에 대처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해소하는 방도는 조선인민군이 전술핵타격으로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괴멸시키는 것이다. 조선에 있어서 그것 이외에 다른 방도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선이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전술핵타격을 단행하는 경우 미 제국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도발해 엄청난 핵참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한다. 하지만 조선이 전술핵타격을 단행하더라도 미 제국은 전면적인 핵전쟁을 도발하지 못하고, 조선과 전쟁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미 제국의 침략 전쟁 도발을 강력히 억제하기 때문이다.

 

첫째,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에 대한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과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김태효 1차장이 특파원 간담회에서 언급한, 조선이 전술핵타격을 단행하는 상황은 중국과 미 제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격돌하는 전쟁과 거의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이런 예상에 대해 거의 모든 군사전문가들과 정세분석가들이 공감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하면, 조선은 ‘남반부 해방전쟁’을 즉각 개시할 것이고, 그 전쟁은 전술핵타격으로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을 괴멸시키는 미증유의 전쟁으로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 제국이 동아시아에서 두 핵강국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 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파병하지 않았으면서도, 그 두 개의 전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전쟁이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일어나면, 미 제국은 조선과의 전쟁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전쟁에 전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둘째, 만일 미 제국이 정세를 오판하면, 조선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 제국이 조선을 공격하면, 조선은 화성포 계열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동시다발로 발사해 미 제국 본토에 보복 핵공격을 가할 것이다. 이것은 미 제국이 멸망의 나락에 굴러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은 미 제국이 자기를 공격하면, 미 제국 본토에 보복 핵공격을 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으며, 미 제국 본토에 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도 입증, 과시했다. 미 제국도 자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보복 핵공격이 자기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를 알고 있다. 조선인민군이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에 대한 전술핵타격을 단행하더라도 미 제국이 조선을 공격하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23년 10월 한미경제연구소(KEI)가 미 제국에 거주하는 1,17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어느 동맹국이 미 제국에 더 중요한지를 물은 여론조사였다. 그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제국에 중요한 동맹국 순위는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한국이라고 한다. 미 제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미 제국이 희생을 무릅쓰고 끝까지 지켜주어야 할 중요한 동맹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 제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치명적인 보복 핵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한 전쟁을 벌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백하게도, 미 제국은 서울을 지켜주기 위해 워싱턴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워싱턴을 지키기 위해 서울을 버릴 것이다. 

 

2) 보안 및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계획안(protocols)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미 제국과 한국은 미 제국의 핵무력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미 제국의 핵정보에 관한 보안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2024년 6월까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핵무력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는 최고 국가기밀이므로, 미 제국이 자기의 최고 국가기밀을 한국과 공유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미 제국은 자국의 핵무기와 관련된 하급 정보만 한국과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 위기 또는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핵협의 과정(nuclear consultation process)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미 제국과 한국은 핵전쟁이 임박했을 때 어떤 절차에 따라 협의할 것인지를 2024년 6월까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4) 전략 통신(strategic communications)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는 미 제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의 핵협의 통신보안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미 제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실시간 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2024년 6월까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양측 대통령은 핵위기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지 즉각 통화할 수 있는 휴대통신 장비를 가지고 있는데, 전자기파 공격을 받은 정황에서도 이 휴대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 

  

5) 미 제국 핵무력과 한국 재래식 무력의 통합(conventional and nuclear integration)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지금 미 제국과 한국은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이 “공동작전”을 할 수 있도록 양자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작전개념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이 통합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양자를 통합하기 위한 훈련도 미리 해두어야 하므로, 핵협의그룹 실무단이 양자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2월 2일 국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 소식통은 “미군 핵전력의 공동기획과 공동연습을 작전계획의 ‘부록’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양측 군 당국이 상당히 진전된 수준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명료하게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 미 제국군은 한국군과 공동으로 핵전쟁을 기획하고 공동으로 핵전쟁을 연습하는 문제를 한미연합군 작전계획에 부록으로 첨부시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한미연합군 작전계획은 ‘작전계획 5015’다. ‘작전계획 5015’는 조선인민군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한미연합군이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 조선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한미연합군이 북침 공격으로 북반부를 점령하고, “수복지역에서 치안과 질서를 유지한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위에 인용한 한국군 소식통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 제국군이 한국군과 공동으로 핵전쟁 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으로 핵전쟁 연습계획을 수립하더라도 그것을 작전계획으로 인정하지 않고, 현행 ‘작전계획 5015’의 부록으로 격하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2023년 12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2024년 ‘을지자유의 방패’ 때 현행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작계 5015)이 아닌 별도의 작전계획을 수립하느냐?”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별도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미국 핵자산을 지휘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존 연합사 작계를 수정, 보완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답변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다.

 

첫째, 한미연합사령부는 미 제국 핵무력에 대한 작전지휘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현행 ‘작전계획 5015’를 수정, 보완하지 못한다. 2023년 8월 25일 한국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를 중심으로 3자 협의를 통해 앞으로 2~3년 동안 실시할 3자 군사훈련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보면, 한미연합사령부가 아니라 인태사령부가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을 통합한 군사훈련계획을 수립하였는데, 그 군사훈련계획은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들인 3자 군사훈련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핵무기를 가진 주요 동맹군인 영국군과도 공동 핵전쟁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미 제국군이 핵무기를 갖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작전통제권도 갖지 못해 자기에게 종속된 한국군과 공동 핵전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별도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한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 제국군은 한국군 지휘관들에게 핵정책, 핵전략, 핵전쟁 계획에 관해 교육하고, 핵전쟁 씨나리오를 작성하는 법도 가르쳐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전쟁 씨나리오는 작전계획(operation plan)도 아니고 개념계획(concept plan)도 아니다. 그것은 전쟁 도상훈련(war game)에서 흔히 사용되는 씨나리오에 불과하다.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나온 공동언론발표문을 보면,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이 통합적으로 운용될 것처럼 암시하는 의안 제목이 들어있고, 김태효 1차장도 특파원 간담회에서 양자의 통합적인 운용을 운운했지만, 미 제국군 핵무력과 한국군 재래식 무력은 동등한 관계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주종관계로 통합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시상황에서 한국군 재래식 무력은 미 제국군 전략자산을 따라다니며 호위작전과 군수보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속칭 ‘따까리 작전’으로 불릴 만하다. 따까리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하는 아랫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미 제국군의 핵공격 작전에 한국군의 호위 작전을 종속적으로 통합시키는 것과 함께 일본 자위대의 호위 작전도 종속적으로 통합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2010년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예리한 칼(Keen Sword)’이라는 명칭의 미일 합동군사훈련에 한국군을 “참관자”로 끌어들인 이후 오늘까지 13년 동안 미 제국이 집요하게 매달려온 미 제국·일본·한국 3자 군사협력의 최종 목표다. 2010년 11월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비밀전문을 보면, 한국과 일본은 이미 13년 전부터 “미국의 긴밀한 감독과 사전행동” 밑에서 3자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군사 문제에 관해 비공개 협의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8월 18일 조 바이든 미 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미 제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빗(Camp David)에서 진행된 3자 정상회담에서 3자 군사훈련계획을 수립하고 3자 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11월 12일 로이드 오스틴 미 제국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화상으로 3자 회담을 진행하면서 2024년 1월부터 3자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12월 20일 익명의 미 제국 국방부 관리는 자유아시아방송 취재기자에게 3자 군사훈련에 해군과 공군만이 아니라 지상군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제국의 핵공격 작전에 한국군의 호위 작전과 일본 자위대의 호위 작전을 종속적으로 통합한 시험적인 3자 군사훈련은 2023년 한 해 동안 동중국해 북부 해역(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공해)에서 실시되었는데, 그 사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23년 4월 3일부터 4일까지 한국 해군 구축함들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이 미 제국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의 해상 타격훈련을 호위했다.

 

2023년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이 미 제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의 해상 타격훈련을 호위했다.

 

2023년 10월 22일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미 제국 공군 B-52H 전략폭격기의 공중 타격훈련을 호위했다. 

 

2023년 12월 20일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미 제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의 공중 타격훈련을 호위했다. 

 

위와 같은 3자 군사훈련이 2023년 한 해 동안 동중국해 북부 해역에서 시험적으로 실시된 것은, 미 제국의 핵공격 작전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 제국군의 핵공격 작전에 한국군의 호위 작전과 일본 자위대의 호위 작전이 종속적으로 통합되면, 미 제국군의 핵공격력이 대폭 증강될 것이다. 미 제국군은 대폭 증강된 핵공격력을 동원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을 동시에 상대하려는 것이다.  

 

6) 핵기획 및 전략기획(nuclear and strategic planning)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한국의 외교 부문 실무자들과 국방 부문 실무자들이 미 제국에서 핵정책, 핵전략, 핵전쟁 계획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군은 핵무기를 갖지 못했으므로, 미 제국군과 한국군이 공동핵전략을 작성하고, 공동 핵전쟁 계획을 수립하려면, 한국군이 미 제국의 핵정책, 핵전략, 핵전쟁 계획에 관한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김태효 1차장의 말이다. 

 

하지만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 제국군은 한국군과 공동핵전략을 작성하려는 것도 아니고, 공동 핵전쟁 계획을 작성하려는 것도 아니다. 미 제국은 독자적인 핵정책과 핵전략을 가졌고, 독자적인 핵전쟁 계획을 가졌다. 미 제국의 핵전쟁 계획은 ‘작전계획 8044’인데, 이것은 최고 국가기밀이므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미 제국이 한국군 지휘관들을 교육한 뒤에 함께 작성하려는 것은, 실제 전투를 예상한 핵전쟁 계획이 아니라, 도상훈련(Tabletop Exercise, TTX)에서 모의 전투를 벌이는 핵전쟁 씨나리오다. 

     

7) 연습, 모의연습, 훈련, 투자활동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미 제국군과 한국군은 핵전략에 관한 도상훈련과 핵공격 작전에 관한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도상훈련이라는 것은 적군과 아군으로 편을 가른 도상훈련 참가자들이 커다란 탁자 위에 작전지도를 펴놓고 여러 가지 유형의 모의 전투(simulated combat)를 벌이는 재미나는 전쟁놀이(war game)를 의미한다.   

 

8) 위험감소조치(risk reduction practices)

 

해설 - 김태효 1차장의 간담회 발언에 의하면,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에서 미 제국과 한국은 조선의 핵위협이 발생하는 경우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그 위험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지를 2024년 6월까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조선의 핵위협이라는 것은, 한미연합군의 군사도발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이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전술핵타격을 단행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핵위기를 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핵전쟁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조선인민군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한미연합군이 선제타격을 한다는 내용이 한미연합군 ‘작전계획 5015’에 들어있지만, 핵무기가 없는 한미연합군이 핵무기를 가진 조선인민군을 먼저 타격하는 것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한미연합군의 괴멸을 자초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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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일본과 같은 '입헌군주제' 꿈꾸나

[현안진단] 2023년 북한정세 평가와 2024년 전망

평화재단 | 기사입력 2024.01.01. 05:32:41

 

정치부문 : 김씨 일가의 왕족화를 지향하는 체제 정비 지속

2023년 북한 정치의 중심은 '김주애'의 등장이다. 2022년 11월 18일 화성 17 시험발사 현장에 김주애가 처음 모습을 보였다. 당시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된 행사에는 주로 김주애가 나타났기 때문에 대체로 북한이 미래 세대를 보장하는 상징을 연출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023년 김주애의 등장은 군 행사에만 머물지 않고, 당 관련 행사에도 나왔다. <노동신문>은 리설주를 제외한 단독 앵글 사진을 내보냈다. 군 창건기념일 열병식 시작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손잡은 김주애가 사열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사랑하는',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강조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단순히 김주애를 후계자로 지명할지의 문제를 넘어 북한의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장기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케 한다. 정치체제의 지향점은 영국, 일본, 태국 등을 모델로 하는 '북한식 입헌군주제'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것을 두고 당연하다고 인식한다. 백두혈통이고 왕(김정일)의 아들(김정은)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권력승계 당시 10여 년에 걸친 김성애와의 권력투쟁 과정을 거쳤고, 북한 주민들의 상당수는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투쟁의 과정 없이 곧바로 당·정·군의 '당연한 추대(推戴)' 형태로 권력을 승계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3대에 걸쳐 최고 권력자가 김씨 일가에서 나왔기 때문에 특별한 거부감 없이 과거 조선시대 '임금님'처럼 여긴다.

그러나 정치체제 문제는 다르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정치체제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북한 권력층은 왕조를 유지하며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지속해 나가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입헌군주제를 지향하는 듯한 움직임이 2023년에 구체화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군주와 당·정·군의 분리 작업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당·정·군의 리더들이 직접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노동당의 핵심인 조직비서 및 부장에 조용원을 앉힌 것도 군주와 당의 분리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 창건일에 북한군은 "김정은 위원장과 일가족이 군을 방문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인사를 했다.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의해 대남 및 대외 문제에 책임지고 있다는 식의 발언과 성명을 내놓았다. 이렇듯 시간을 두고 당·정·군 자체의 일들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구조로 전환해 가고 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다양한 법들을 도입했다. 법 자체는 필요한 것들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지향점을 갖고 법체계를 갖춰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진행된 지방대의원 선거도 주목된다. 100명의 후보 선거단이 2명의 후보를 놓고 선거했다.

예전에는 당에서 추천한 후보 1명을 놓고 주민들이 찬반투표를 했다. 이번에 실시한 방식은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북한 최초의 경합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방식이 점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방식으로 확대될 것인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19년 헌법 개정 당시 북한경제의 운영원칙을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바꾸었고, 2023년에는 농장관리법을 개정하여 '농장기업체'를 '농장기업소'로 바꾸면서 농장도 역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범주로 넣었다.

김주애의 지속적인 등장은 이러한 2023년 북한 정치 변화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김주애의 등장 자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변동성을 정치체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하며, 2023년은 이러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한 해였다고 평가된다.

▲ 19일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8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훈련에는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이름 추정, 가운데)가 참관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경제부문 : 시장기능의 재확인

북한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채택하며 그 중심에 '자력갱생'을 두었다. 이를 두고 '과거 계획경제로의 회귀'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더욱이 식량판매소 강화, 중앙은행의 외화환전 및 사설 환전상 단속 등은 북한이 계획경제로 회귀하려는 의도로 평가하게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 계획경제로의 회귀'보다는 '시장 기능의 정상화'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계획경제로의 회귀를 의도했다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경제운영방식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농장관리법을 개정하여 농장들도 기업소의 범주에 넣으며 이른바 '30(국가계획분):70(자체 처분)'을 농업부문까지 확장했다.

식량판매소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지 않아서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지만,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하는 것으로 봐서, 시장 곡물 가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외화 환전과 시장에서의 외환 유통 금지 등의 조치는 통화량 관리를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북한이 외환부족으로 시장의 외화를 모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전체 그림 속에서 본다면 통화관리(정책)를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이 외환유통의 통제와 북한 원화 가치 유지라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

'자력갱생'을 강조함에 따라 북한 조직에서는 과거로의 회귀 성향을 보이지만, 시장 자체를 억제하는 조치들은 보이지 않는다. 시장 침체는 대북 경제제재와 국경봉쇄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북한무역은 국경봉쇄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이 줄어들고, 국경이 개방된 이후에도 아직 신속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자의 30% 가까이는 외부 물자였지만,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시장 침체는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히 물자 30%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비 및 원자재 공급 등에도 영향이 미치면서 공장 가동률도 현저히 떨어지고 시장 공급 물자도 줄어들었다.

현재 북한의 자력갱생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동원 가능 자원을 최대한 끌어 모으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2010년대 이후 내부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외부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장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북한은 대외관계, 중국 및 러시아와의 무역거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국경개방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신속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은 불만이 클 것이다. 경제 관점에서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거래는 정치군사적 목적 이외에 외부자원을 북한 내부에 공급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2023년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년 이상의 국경봉쇄로 인해 내부 동원 자원이 고갈됐을 것이고, 국경개방 이후 기대했던 것만큼 무역이 회복되지 못하다 보니 경제침체의 골은 깊어지고 그에 따른 일자리도 현저히 줄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북한 시장은 북한 경제의 중추가 되었음을 의미하고 2023년은 이를 확인하는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대외부문 : 중-러 사이에서 줄다리기

북한은 미-중 대결의 심화 속에 반미 진영의 결속에 집중해 왔다. 경제요인으로 인해 해외공관을 줄여가고 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의 사회주의국가들(베트남, 라오스)과는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국경봉쇄 해제 및 중국, 러시아와의 무역 재개 등도 북방 협력의 일환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남방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일 것이다.

그런데 2023년의 특징은 이러한 북방협력 가운데 가장 핵심인 중국과의 협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은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북한은 국경개방 시기를 앞당기려 했다. 연초 개방할 것이므로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갔지만 몇 차례에 걸쳐 개방 시기를 연기했다. 그 이유는 중국 측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시장상인들은 국경만 열리면 중국과 무역이 재개되고 시장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국경은 열렸지만 중국과의 무역은 기대 이하로 저조했다. 그 요인은 대부분 중국 측이 예전과 달리 북한과의 무역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무역은 거의 후불(後拂) 조건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과의 무역을 이어가기 위해 후불조건을 수용해왔다. 그런데 국경개방 이후 중국기업들은 후불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역대금을 바로 지불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자연히 북-중 무역은 활기를 띠지 못했다.

북한 근로자들의 해외취업은 경제제재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되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서 유학비자 등의 형태로 북한 근로자 수천 명을 다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거래 등으로 북-러 관계가 좋은 상태에서 진행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새로운 근로자를 받지 않고 있다. 북한 근로자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북한의 주요 행사에 파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예전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한 예우가 예전 같지 않다. 당 창건일 행사에서 갑자기 방문을 결정했던 러시아 대표단을 부각시키는 반면 중국 대표단을 마치 들러리와 같이 대우했던 것이 좋은 사례이다.

북한-중국 관계가 안 좋은 이유는 미-중 대결 국면에서 중국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북한 지원이라는 일 때문에 미국과의 대결에서 대만문제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점) 북한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불만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은 러시아를 차선책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23년 북한의 대외관계는 중-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지속했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러시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과거 냉전시대처럼 양국의 긴장관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계륵'(鷄肋)이다. 버릴 수는 없고, 취하려고 하니 이로울 것도 없는 대상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써 유용할 뿐 아니라 극동지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북한이 필요한 존재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중국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다.

▲ 7월 28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저녁 평양에서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국방장관과 주석단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24년 전망

2024년에도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2023년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김씨 일가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입헌군주제를 지향하는 정비 작업을 지속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공식경제 부문으로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보강에 주력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을 통제하는 표면적 현상들 역시 지속될 듯하다.

대외관계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가능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2024년에는 한국의 총선, 미국의 대선이 있고, 일본의 정치변동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한·미에 대해 공세적 군사행동에 나설 개연성은 적어 보인다. 물론 내치 등 특별한 수요가 있다면 북한의 행동은 언제든지 거칠게 나올 수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이러한 유동성에 빈틈없이 대비하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얼마나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가 가장 큰 변수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필요성이 큰 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가장 적극성을 보이기 마련이다.

반면 중국, 러시아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의 변화를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약하다. 한국이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2024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재단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와 관련한 현안 문제에서 사회 양극단의 갈등을 지양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통일의 환경을 적극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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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우 사태에서 재확인된 한동훈의 인사검증 기능 상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경우 비대위원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9 ⓒ뉴스1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임명 하루 만인 3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폄훼 등 각종 망언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 검증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책임자의 위치에서 숱한 인사 검증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 검증 기능은 한 위원장이 장관으로 있던 법무부로 이관됐다. 법무부는 작년 5월 시행령을 고쳐 윤 대통령 취임 직후 고위직 인사 검증을 하는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고, 이때부터 인사정보관리단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 제도 도입 당시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법무부 권한과의 괴리가 커 위법 논란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밀실에서 진행되던 일을 양지로 옮겨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희석시켰다.

그러나 시스템 개편 이후 확인된 건 인사 검증 기능의 미작동이었다.

금융감독원이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을 앉히거나, 임명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총선에 차출되고, 또 다른 임명직 고위직 인사가 그 자리에 앉는 경우가 잦았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발탁 사유가 설명되지 않는 인사도 더러 있었다.
위 사례들의 경우는 굳이 따지자면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대통령 및 친인척 리스크 확산 등 여러 불안정한 요인들에 의해 적재적소 가용한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뤄진 인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검증 기능이 정상 작동하더도 구조적으로 쳐내기 쉽지 않은 영역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세평 조사 정도로만 확인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기초적인 인사 검증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2월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이 하루 만에 취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임명 직후 정 전 검사의 아들이 2017년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면서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 간 언어폭력을 가해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검사 측은 ‘전학 처분이 과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소송 과정에서 정 전 검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에는 주식파킹, 편법증여, 여성혐오 저널리즘 등 다수의 비위가 불거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청문회장을 도망쳐 나오는 초유의 사태까지 연출했다. 비슷한 시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도 수십억 재산을 수년간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사실 등이 확인돼 낙마했다.

최근 국민의힘 민경우 비대위원 발탁 및 사퇴 역시 이 같은 종류의 인사 검증 문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이 된 민 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 일본 식민지 침략 정당화 발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폄훼 발언 등은 그가 나온 유튜브 몇 개만 들여다봐도 확인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처럼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때도 그렇고 집권 여당의 대표 격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도 인사 검증 기능의 상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한 위원장이 검찰 시절 수사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만큼, 이런 종류의 인사 검증 문제를 단순한 부실이나 무능력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한 위원장은 인사정부기획단 출범 당시 “인사 검증을 법무부-공직기강비서관실로 나눠 상호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증 실패가 누적되자 국회에서 “법무부는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 없이 대통령실에 넘긴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의 이러한 입장은 곧 각종 인사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에 있다는 말로 읽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민경우 전 위원 검증 책임과 관련해 아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31일 “대국민 사과나 반성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무개념 인사였다”며 “장관 시절엔 자료만 수집한다며 인사 참사 책임을 회피하더니, 이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이냐”고 물었다.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의 태도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같은 날 “민 위원은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해 바로 사과했고, 비대위원 사퇴로 책임을 졌다”며 “지금껏 특정 집단과 계층에 대한 숱한 비하 발언과 사회적 비난을 샀던 사안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분명 다르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검증 기능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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