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다닥. 솟아 오르는 연기와 거친 불꽃 뒤에 그을린 금속 매듭이 남는다. 용접사들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진 금속 매듭은 쇳덩이들을 단단히 결합시킨다. 용접은 열과 압력을 이용해 금속을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발전소나 공장에서 가스나 물이 지나가는 배관을 잇는 용접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용접에 속한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50살 김신혜 씨를 만났다. 주로 발전소에서 배관 용접을 하는 신혜 씨는 배관사가 배관을 이으면 그 틈을 용접한다. 이날 용접 훈련장에서 취재진에게 배관 용접을 설명해주던 신혜 씨에게 교육생들이 다가와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신혜 씨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줬다.
용접사로 일하기 전 신혜 씨는 삼성석유화학에서 7년 동안 일을 하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해고됐다. 지인의 권유에 발전소의 화기감시자 아르바이트를 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작업자들 근처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불이 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화기감시자로 현장에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용접사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며 "현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황지현
화기감시자는 화기위험을 감시만 하는 역할이 아니다. 작업장 주변 청소부터 작업자들이 원하는 것을 갖다주는 도공 수준의 업무자다. 신혜 씨는 일하는 짬짬이 용접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유심히 봤다. 불꽃이 튀는 용접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한 번은 탱크 안에서 용접하는 아저씨한테 '아저씨 이거 어려워요?'라고 물으니 '왜?'이러더라.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그래 한 번 해봐. 너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용접사는 기능학교를 통해 용접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신혜 씨가 용접하기로 마음먹은 11년 전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사가 한 명도 없었다. 가족들도 주변 지인들도 모두 신혜 씨의 결심에 "꼭 그걸 해야 하느냐"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동료 화기감시자의 한 마디가 용기가 됐다. 신혜 씨보다 10살이 많던 동료 언니는 "내가 너 나이면 당장이라도 시작한다"며 일을 배워보라고 말했다. 여성 화기감시자로서의 설움을 아는 유일한 동료였다. 그 길로 신혜 씨는 용접을 배우기 시작했다.
신혜 씨는 다른 남자 동기들보다 기술을 빨리 습득했다. 발전소와 같은 플랜트에서 배관 용접을 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여성 용접사가 전무하던 시절,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다. 용접사들은 취직 전 해당 용접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량 시험을 보는데, 신혜 씨에게는 기량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였다. 그는 "용접사로 이력서를 내도 '여자가 무슨 용접을 해', '일 시켜봤자 힘들어서 얼마 못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혜 씨와 함께 배관 용접 기술을 배운 남자 동기들은 모두 서산의 주요 공장과 발전소에 취직했다. 신혜 씨는 다른 동기들과 함께 배웠던 배관 용접을 하는 곳이 아닌, '잡철'이라고 부르는 인테리어 보강 공사를 하는 곳에 취직했다. 동기들은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데 신혜 씨는 그 틈에 낄 수 없었다. 박탈감과 서러움이 몰려왔다. 당시를 회상하던 신혜 씨는 눈물을 훔쳤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용접사로 첫 취직을 할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는 신혜씨. ⓒ황지현
"기능학교 동기생들 10명이 좀 안 되게 모여 선생님을 모시고 밥을 먹었다. 다른 동기생들은 배관 용접을 하는 서산의 주요 4사로 모두 취업했다. 동기들도 저랑 똑같이 초보였다. 나는 하고 싶어도 배관 용접을 못하는데 그들은 배관 용접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끼리 나누는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그때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막 울게 됐는데, 동기들이 '누나 왜 그래?'하며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니들은 남자라고 기회를 줘서 파이프 용접을 하는데 나는 여자라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내가 배관 용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 둬야 하나"며 막 울었다. 그랬더니 동기들이 용기를 줬다. '누나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아크도 못하고 CO2(선급용접, 용접 기술의 일종)도 못하지만 누나는 할 수 있잖아. 기회는 주어질 거야'라면서 함께 울어주고 다독거려줬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서산의 한 공장이 증설에 나섰다. 용접사가 많이 필요해졌다. 신혜 씨는 그제야 회사에서 실시하는 기량 시험을 통과해 공장 현장 배관 용접사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용접사 일당보다 훨씬 적은 조공(보조작업자)의 일당을 받았다. 역시 여자라는 이유였다. 신혜 씨는 "그 당시 충남 서산에서는 여성 용접사를 쓰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거라도 어디냐, 용접만 시켜주면 가서 하겠다는 마인드로 감사히 일했다"고 말했다. 50킬로그램이 넘는 알곤 용접기를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메고 다녔다.
그토록 하고 싶던 용접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남성들만 있는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가 무슨 용접이냐"고 무시당했고,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일을 시작할 때 저도 40대 초반이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연차도 쌓이고 단단해졌다. 내가 단단해지면 누가 쉽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무더운 여름 셧다운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더우니까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준다. 팥빙수랑 우유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어떤 남자 동료가 우유가 떨어졌다고 팥빙수만 받아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우유가 없으니까 우유 좀 짜달라'고 그러더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서 "뭐라고요?"그랬더니 옆 사람이 '니 젖 짜달래잖아'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 순간 너무 열이 받았다. 그 자리에서 쌍욕을 하면서 "내가 애 젖 뗀지가 언젠데 아직도 젖이 나와! 니 며느리한테나 가서 짜달라 그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를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눈물을 훔쳤다. 내가 박차고 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신혜가 왜 그렇게 화를 냈냐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 상황을 전해듣고 우유 달라고 한 사람한테 미친 거냐고,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결국 그 사람이 내게 직접 와서 '아무리 친해도 그런 농담을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서 "미안한 거 알아? 그럼 빨리 일하러 가"라고 사과를 받아줬다.
그런 상황이 오면 사과를 받고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실 고소하면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고소하고 한두 달 안에 판결이 나는 게 아니고 법정공방을 지난하게 이어가야 하지 않나. 그러다보면 내가 피폐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내 마음속에 남는다. 그러면 내가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할 말을 하고 사과를 받는다. 그리고 삭히는 거다. 지금도 욱 할 만큼 열 받는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내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어버린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50살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시대가 바뀌면서 혼자였던 신혜 씨 곁에 이제는 여성 용접사 동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혜 씨가 속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에는 10명의 여성 용접사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남성 조합원이 4000여명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치지만 유일한 여성 용접사로 신혜 씨 혼자 버텨야 했던 시절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용접사 일당이 아닌 조공 일당 12만 원을 받고 일하던 신혜 씨는 이제 20만3000원의 용접사 일당을 받는 12년차 베테랑 용접사가 됐다. 주변 동료들도 "양손으로 용접하는 김신혜"라면서 그를 인정한다. 신혜 씨에게 일하게 만드는 동기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단번에 "일이 재밌다"며 웃어보였다. 자부심 넘치는 엄마를 따라 신혜 씨의 아들도 용접사로 일한 지 2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런 얘기하면 동료들이 미쳤다고 하는데, 파이프(배관)를 보면 반갑다. 용접하면서 '내가 너를 예쁘게 떼워줄 테니까 오래오래 잘 있으라'고 최면을 건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새로운 현장에 가면 설렌다. 현장마다 해야 하는 일도, 분위기도, 냄새마저도 다르다. 그래서 좋다. 더 일찍 용접을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건강하게 정년까지 용접을 하고 싶다는 신혜 씨는 "안되면 말고,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이니까 겁부터 먹지 말고 어떤 일이든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신혜 씨와 나눈 주요 인터뷰 일문일답.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본인과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김신혜 : 열심히 사는 엄마이면서 현장의 작업자, 노동자인 김신혜다. 72년생으로 나이는 50살이고, 용접사로 일한 지 12년차가 됐다.
프레시안 : 몇 시에 일을 시작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김신혜 : 하루 일과는 아침 5시부터 시작한다. 8시까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출근길에 차가 너무 밀려서 일찍 출근한다. 7시 20분쯤 도착해서 동료들과 인사하고 7시 40분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8시 10분쯤 현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한다. 배관사, 용접사, 조공 3인이 한 팀이 되어서 일한다. 배관사는 배관을 연결해서 루트를 이어나가고 저는 배관과 배관을 잇는 용접을 하고 조공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가공을 하면서 저희 일을 보조해준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마음을 맞춰서 일한다.
프레시안 : 일당은 어느 정도인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당과 지금의 일당에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신혜 : 처음에는 일당 12만 원을 받고 일했다. 용접하면서 용접사 단가가 아니라 조공 단가를 받고 일했다. 첫 회사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용접공 단가로 못 주겠다고, 대신 조공단가로 주겠다고 했다. 그 당시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사를 쓰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거라도 어디냐, 용접만 시켜주면 가서 하겠다는 마인드로 감사히 일했다. 첫 현장에서 한 달을 그렇게 일하니 열심히 한다고 다음 달 단가를 14만 원으로 올려줬다. 그렇게 첫 현장에서 14만 원을 받으며 몇 개월을 일했다.
다음 현장에선 시험을 통과해 용접사로 취직했고 용접사 단가로 18만 원을 받게 됐다. (용접사들은 취직 전 해당 용접에 적합한 용접기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량시험을 본다. 편집자주) 남자들과 똑같은 단가였다. 이후 매년 임단협을 통해 조금씩 일당이 올라서 지금 일당은 20만3000원 정도다. 사실 달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다.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날은 20일 정도고 그마저도 비가 오면 일이 없다. 그래도 공장을 세워서 진행하는 셧다운 현장에 가면 자정까지 연장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많게는 1000만 원 정도를 벌 때도 있다.
프레시안 : 신혜 씨는 주로 어떤 걸 용접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 일의 장단점도 궁금하다.
김신혜 : 물이나 기름이 지나가는 워터배관, 오일배관, 그리고 황산이나 질소와 같은 가스가 지나가는 특수 배관을 용접한다.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가스 배관을 이어 붙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하면서 신경 쓰는 건 최대한 빈틈이 없게 용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접 과정에서 배관에 공기방울이 들어가면 그 작은 틈을 통해 황산이나 질소 가스가 새어나가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 그런 위험한 가스가 가득차면 폭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람이 질식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용접 후 엑스레이나 PAUT(위상배열초음파검사) 등의 비파괴검사를 통해 용접의 안정성을 점검한다.
이 일의 좋은 점은 일하는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술자니까 사람들이 인정해준다. 현장가면 내가 여자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용접사님' 혹은 '반장님'이라고 부른다. 누가 나한테 '님'자를 붙여주겠나. 일터 밖으로 나가면 '아줌마', '이모' 이러지. 단점은 남자들과 일하다보니 성향이 조금 안 맞는 점이 있다는 정도다. 금방 잊어버리긴 하는데 여전히 '여자가 용접을 해?'하면서 무시하는 이도 있고,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용접할래'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백에 한 명 정도다. 그런 사람들이 한 이야기는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후배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는 신혜씨. ⓒ황지현
프레시안 : 용접사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김신혜 : 지금은 없어진 삼성석유화학에서 포장 업무를 7년 동안 하다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잘렸다. 그러다 지인이 화기감시자 일을 제안해서 시작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작업자들 근처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불이 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화기감시자로 현장에 와보니 용접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충남 서산 첫 여성 용접사라고 들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
김신혜 : 처음 현장에서 두 달 정도 화기감시자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화기위험만 감시하는 게 아니라 주변 청소부터 작업자들이 원하는 것을 갖다줘야하는 도공 수준의 일을 했다. 그러면서 용접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유심히 봤다. 한 번은 탱크 안에서 용접하는 아저씨한테 "아저씨 이거 어려워요?"라고 물으니 '왜?' 이러더라.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그래 한 번 해봐. 너도 할 수 있다'며 건설노조 기능학교를 통해 용접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줬다. 제가 인복이 많다.
프레시안 : 용접사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김신혜 : 다 반대했다. 꼭 그걸 해야 하느냐고들 했다. 제 지인들도 다른 식당에 자리 있다고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지, 용접하겠다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화기감시자로 같이 일했던 동료언니가 유일하게 날 응원해줬다. 그 언니에게 "언니 저도 용접 한 번 해볼까요? 기능학교라는 곳이 있대요. 저도 배우면 어떨까요"라고 물어봤더니 그 언니가 '내가 너 나이면 당장이라도 시작한다'며 해보라고 말했다. 그 언니는 50살이었고 저는 40살이었는데, 그 언니의 한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됐다. 여성 화기감시자로 일하는 게 또 다른 설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동료 언니도 화기감시자로 일하면서 나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내가 하는 일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엄마가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프레시안 : 여성 용접사가 전무하던 시절에 동료 여성의 격려가 큰 용기가 됐을 것 같다.
김신혜 : 그 언니의 격려 때문에 제가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접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건설노조 기능학교에서 야간에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화기감시자 일을 끝내고 저녁 6시부터 2시간씩 일을 배웠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애들이 어리니 밥도 해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했다. 그러자니 입술이 다 부르텄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용접을 배우는데 올인했다. 내 수업시간은 저녁이었지만 아침부터 나가서 연습을 해도 되느냐고 기능학교 선생님께 물었더니, 요즘 사람이 없다고 얼마든지 하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아침마다 용접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수업을 들었다. 저는 정말 일을 빨리 배워서 3개월 만에 (플랜트 배관 용접사로) 일을 구하러 나갔다. 서산 지역에 현대오일뱅크, 삼성석유화학(한화), 롯데, LG 등 플랜트 배관 용접사로 일할 수 있는 주요 4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저를 안 받아줬다. 여자라는 이유였다. 여성 배관 용접사가 없던 시절이니까...
프레시안 : 기술직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난 기술직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초보 시절에 일을 구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여성과 남성이 같은 초보 실력이어도 현장 관리자는 남성을 선호한다.
김신혜 : 2012년, 일을 시작했을 당시 충남 서산에선 제가 첫 여성 용접사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여성 용접사랑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었다. 내가 용접사로 이력서를 내도 '여자가 무슨 용접을 해', '일 시켜봤자 힘들어서 얼마 못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기량 시험을 볼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배웠던 배관 용접을 하는 게 아니라 '잡철'이라고 부르는 보강 공사부터 시작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그러던 중 기능학교 동기생들 10명이 좀 안되게 모여 선생님을 모시고 밥을 먹었다. 다른 동기생들은 배관 용접을 하는 서산의 주요 4사로 모두 취업했다. 동기들도 저랑 똑같이 초보였다. 나는 하고 싶어도 배관 용접을 못하는데 그들은 배관 용접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끼리 나누는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그때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막 울게 됐는데, 동기들이 '누나 왜 그래?'하며 깜짝 놀랐다. "니들은 남자라고 기회를 줘서 파이프 용접을 하는데 나는 여자라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내가 배관 용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 둬야 하나"며 막 울었다. 그랬더니 동기들이 용기를 줬다. '누나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아크도 못하고 CO2도 못하지만 누나는 할 수 있잖아. 기회는 주어질 거야'라면서 함께 울어주고 다독거려줬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프레시안 : 그러면 어떻게 배관 용접 현장에 갈 수 있었나.
김신혜 : 정말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배관 용접사로 시험 볼 기회가 내게도 주어졌다. 서산의 주요 4사 중 하나였는데, 당시 공장 증설에 나섰다. 증설을 위해 용접사가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용접사 기량 시험에 합격해 배관 용접을 시작하게 됐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알곤 용접기(아르곤 가스를 이용한 용접기)는 50킬로그램이 넘는데,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그걸 메고다녔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왜? 난 여자니까. "무거워서 못해요"라고 해버리면 또 도태되니까 더 열심히 했다. 지금도 그렇게 일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여자라고 무거운 걸 조금 덜 들면 제 팀인 배관사와 도공 그 두 사람이 더 무거워진다.
프레시안 :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보면 '남자 동료들은 힘들면 죽겠다, 힘들다고도 하는데 오히려 여자라서 힘들다는 내색을 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김신혜 : 맞다. 그 분도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겠나. 나도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여자들이 근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집에 가면 온 몸이 다 아프다. 아이 둘을 출산 하다 보니 연골도 안 아플 수가 없다. 신체적인 조건부터 남자들과 다르다. 그래서 피멍이 항상 들어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생겼으니 정말 힘든 날은 남자 동료들한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럼 주변 사람들이 정말 흔쾌히 도와준다.
프레시안 : 용접사 중 여성 노동자 수는 얼마나 되는가. 비율이 궁금하다.
김신혜 : 지금까지 6명 봤다. 대부분 남성들이다. 여성들은 손에 꼽을 수준이다.
프레시안 : 여성 용접사 수가 왜 적을까.
김신혜 : 여성 스스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용접을 배워야하는데 애도 키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까. 그리고 보통 신랑들도 하지 말라고 하니까 여성들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 한 여성 화기감시자 후배가 용접을 할까 고민하길래 해보라고 했는데 신랑이 반대해서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직접 해보니 여자들이 못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접해보지 못해서 못한 것 같다. 충분히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화장실은 충분히 있나. 요새 건설현장에는 대부분 여성 화장실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휴게공간 상황은 어땠나.
김신혜 : 화장실을 가는 것도 일이라 물도 잘 안 먹고 밥도 조절해서 적게 먹었다. 옛날 화장실은 상상도 하기 싫다. 남자들은 바지만 내리면 어디서든 용변을 보던 시절이니 그게 부럽기도 했다.
또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하니까 그게 너무 불편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도 다 낳았으니 자궁을 적출하면 생리를 안 하지 않겠느냐'고 한 적도 있다. 의사선생님께서 왜이렇게 무식한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더라. 생리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바뀌는 일이라고 나를 말렸다. 대신 생리를 억제할 수 있는 미레나 시술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시술 받았다. 피임이나 다른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현장에서 편하게 일하려고 시술 받았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신혜 씨가 서산의 첫 여성 용접사이다보니 남성들만 있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신혜 :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일을 시작할 때 저도 40대 초반이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 용접을 할 때 불꽃이 튀는데 그 불빛으로 눈에 화상을 입었을 때 모유를 짜서 넣으면 빨리 괜찮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되도 않는 소리지. 한 번은 나이가 많은 남자 조공이 눈에 화상을 입었다. 그때 날 보고 '니 젖 좀 짜주라' 이러더라.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요?"이러고 한참을 아무 말을 안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순간적으로 실수한 걸 느끼고 '아니...'이러면서 사과하길래 한숨만 푹 쉬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는 연차도 쌓이고 단단해졌다. 내가 단단해지면 누가 쉽게 상처를 줄 수 없다.
프레시안 : 말 못 할 일들이 많으셨을 것 같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차별적인 순간이 있나.
김신혜 : 한 번은 무더운 여름 셧다운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더우니까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준다. 팥빙수랑 우유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어떤 남자 동료가 우유가 떨어졌다고 팥빙수만 받아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우유가 없으니까 우유 좀 짜달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뭐라고요?"그랬더니 옆 사람이 '니 젖 짜달래잖아'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 순간 너무 열이 받았다. 그 자리에서 쌍욕을 하면서 "내가 애 젖 뗀지가 언젠데 아직도 젖이 나와! 니 며느리한테나 가서 짜달라 그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를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눈물을 훔쳤다. 내가 박차고 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신혜가 왜 그렇게 화를 냈냐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 상황을 전해듣고 우유 달라고 한 사람한테 미친 거냐고,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결국 그 분이 내게 직접 와서 '아무리 친해도 그런 농담을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사과를 받아 줬다.
프레시안 : 명백한 성희롱이다.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넘겨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다.
김신혜 : 그런 상황이 오면 사과를 받고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실 고소를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을 고소한다고 한두 달 안에 판결이 나는 게 아니지 않나. 법정공방을 지난하게 이어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피폐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내 마음속에 남는다. 그러면 내가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고 내가 할 말을 하고 사과를 받는다. 그리고 삭히는 거다. 지금도 욱 할 만큼 열 받는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내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었다.
프레시안 : 부당하고 차별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유지하게 만든 동기가 뭐였나.
김신혜 : 일이 재밌다. 이런 얘기하면 동료들이 미쳤다고 하는데, 파이프(배관)를 보면 반갑다. 용접하면서 내가 너를 예쁘게 떼워줄 테니까 오래오래 잘 있으라고 최면을 건다. 지금도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새로운 현장에 가면 설렌다. 올 여름도 엄청 더워서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내 적성에 맞는 일 같다. 저는 근력은 부족해도 체력이 좋다. 밤새워서 일을 해봤는데, 남자들은 다 떨어져나가는데 저는 아침까지 쌩쌩했다. 체력이 방전된 남자 동료들 일을 대신 해준 적도 있다. 그 친구는 아직도 내 체력이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프레시안 : 고된 일인데도 재미있다고 말하는 신혜 씨의 눈빛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김신혜 : 아들이 크론병을 앓고 있었다. 아이들과 먹고 살고 아들 병원비도 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고단가 일이 필요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아이들이 나를 기대고 일어서게 하고 싶었다. 아들 줄기세포 이식수술이 1500만 원이었는데 45일동안 밤낮으로 일해서 그 돈을 벌었다. 너무 뿌듯했다. 이제는 아들도 완치 수준으로 회복했고 아이들도 날 자랑스러워한다. 내 아들도 나를 따라 용접사 일을 시작했다. 자부심을 가진다.
프레시안 : 아들이 어머니를 따른 건가.
김신혜 : 제가 추천했다. 어느 날 아들이 진로 고민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심각하게 물어보길래 용접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돈도 되지만 열심히 하면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용접을 배우고 일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적성에 잘 맞는다고 했다. 아들이 일하는 곳의 반장님이 저한테 아들이 용접한 배관에 결함이 하나도 안 나왔다고 하더라.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프레시안 : 신혜 씨에게 용접은 어떤 의미를 갖나.
김신혜 : 용접은 내 일상. 지금도 너무 좋다. 파이프만 보면 반갑다. 나는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현장마다 해야 하는 일도, 분위기도, 냄새마저도 다르다. 그래서 좋다. 더 일찍 용접을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프레시안 :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
김신혜 : 최대한 건강하게 정년까지 일하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싶다.
프레시안 :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김신혜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큰 상처라고 하면 큰 상처가 되지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면 별 거 아니게 되더라. 특히 여성분들, 겁부터 먹지 말고 어떤 일이든 도전하면 좋겠다. 안되면 말고.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이니까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박민 KBS 사장이 KBS 2TV '더라이브'를 폐지하고, 뉴스 앵커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집단적인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박민 사장이 KBS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취임한 박민 사장은 취임 첫날 이소정 등 <뉴스9> 앵커를 바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강제 하차시켰다. 또 KBS 2TV 시사 프로그램인 <더라이브>를 편성표에서 삭제하면서 '쿠데타'에 비견되는 조치들을 연일 강행하고 있다.
"더라이브, 주진우 살려내라"... 빗발치는 시청자 청원
그런데 박 사장의 조치에 대한 시청자 반발이 심상치 않다.
18일 KBS가 운영하는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난 13일 KBS 2TV <더라이브>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시청자 청원 10건에 대한 동의자 수가 모두 1000명을 넘었다. 중복은 감안해야겠지만, 1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더라이브> 폐지에 반대한 것이다. 동의자 수가 1000명을 넘은 청원에 대해선 KBS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더라이브>와 <주진우 라이브> 재개, KBS 앵커 복귀 등을 촉구하면서 수신료 납부 거부를 벌이겠다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 이아무개씨는 지난 16일 "KBS에서 보는 것이 9시 뉴스하고, 더라이브인데 왜 당신들 마음대로 앵커 바꾸고, 폐지하는데"라며 "이제 땡뉴스 안 볼거고 더라이브를 재개안하면 KBS에 수신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음, 앞으로 수신료를 안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아무개씨도 지난 15일 청원에서 "정권의 입맛에 안 맞으면 자르나, 지금 시대가 5공때 입니까, 국민 무서워 하셔야 한다"면서 "지금이 영원할 것 같나, 정권 얼마 남지 않았다, 수신료 안내겠다"고 수신료 납부 거부를 선언했다.
수신료 납부 거부를 공개 선언한 2개 청원의 동의자 수는 모두 118명에 달한다.
"땡뉴스 볼 필요 없어, 수신료 안낼 것" 수신료 납부 거부 본격화
지난 14일 "이 나이에 KBS 회원으로 가입하게 될 줄 몰랐다"는 김아무개씨의 청원은 KBS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비판이 담겨 있다. 자신이 중도 보수라는 김씨는 박민 사장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전두환 시절'과 비견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박민 사장에게 "대통령이 또는 국민의 힘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는 방송 폐지하고 진행자 교체하는 것이 공영방송 대표로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며 "취임 첫날에 바로 한다는 것이 진보쪽 색깔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거나, 대통령실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는 프로그램을 폐지를 하니 앞으로 KBS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언론이 정부가 잘 못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지적한다고 해서 이를 진보,좌익 프로그램으로 분류하여 폐지한다면 40년 전 제5공화국 전두환 시절과 무엇이 다르다는 건가"라며 "나 같은 중도보수인 사람도 이번 정부와 KBS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징역 1년 확정 소식을 지상파 3사 저녁 메인 뉴스 중 가장 후순위(30개 뉴스 꼭지 중 17번째)로 다루면서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KBS 구성원들은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 나흘 만에 KBS가 지난 50년 동안 쌓아온 신뢰와 시스템이 한 순간에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걸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 공정성 논란까지 가중, 수신료 수입 급감 얼마나?
이같은 시청자들의 반발과 뉴스 공정성 논란은 수신료 급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방송법 시행령을 고쳐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하면서,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을 방법이 생겼다. 차후 가산세 등 추가금을 물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수신료 납부를 않는 시청자들도 8월 이후 늘고 있다.
KBS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수신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신료 수납률은 평균 99.8%로 100%에 가까웠다. 그런데 분리징수 시행령이 공포된 뒤, 8월 수납률은 96%, 9월에는 94%대로 떨어졌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8월 23억6000만 원, 9월 33억3000만 원의 수신료가 덜 걷혔다.
한국전력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본격화하기로 한 10월부터 수신료 수납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박민 사장의 조치에 반발하는 시청자들까지 수신료 납부 거부에 나선다면, KBS가 입을 재정적 타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KBS의 연간 예산 중 30% 가량은 수신료 수입으로 충당된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국민사과'라고 포장한 '대용산 사과'를 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잇따라 강제적으로 폐지하면서 오히려 KBS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박민 사장이 정권에 충성하려는 일련의 조치들로, 수신료 급감 등 KBS 경영이 악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革新)'에는 '혁'은 있으되 '신'이 안 보인다. 지금 혁신위는 낡은 것(윤핵관)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것이 대통령실의 "신호"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치자. 혁신의 완성은 낡은 것이 나간 자리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흘러간 물을 폐수처리한 후, 그 자리에 들어찰 물의 '수질'이 어떤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권력의 옆자리엔 공백이 없다. 애초에 혁신위가 '윤핵관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윤핵관'을 빼낸 자리를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로 보는 게 맞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누군가(기획자)는 또 누구인가. 짚이는 인물들도 있고, 정치권에 '설'들도 파다하다. 드러난 현상과 어지러운 의지들을 통해 우린 거대한 코끼리의 퍼즐을 맞춰 볼 수 있다.
'물갈이론'이 여권을 헤집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한동훈이다. '한동훈 등판론'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꽤 구체적이다. 이준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된 것 같다. 정치 쪽으로 튼 것 같다"고 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한 장관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병립형 회귀든, 권역별 비례든 선거 룰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한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마침 한 장관의 부인의 공개 활동이 언론에 포착됐다. 부인의 명찰에는 '법무부장관의 부인'임을 가리키는 표식이 있다. 같은 날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다는 공지가 떴다.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은 한동훈이다.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전두환)에 군인 출신 집권당 대표(노태우)의 경우가 있긴 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에 검사 출신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내지는 당의 간판)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한 장관은 성인이 된 후부터 50의 나이까지 평생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검찰 후배, 직속 부하였다. 검찰의 '윤석열 라인'이 범국가적으로 팽창하더니, 결국 '3권 분립'의 두 축을 장악할 기세다. (마지막 한 축인 법원 수장에 대통령의 친구가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과연 뼈아플만 하다.)
'검찰 공화국'의 프레임은 이로써 완성된다.
▲2020년 2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법무부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생각해보면, 한동훈 등판론이 점화된 계기는 검찰 수사관 출신(김태우)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였다.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집권 여당은 선거 패배 후에도 엉뚱한 곳에서 '혁신의 칼'을 휘두르며 되레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하려 노력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에 "지금도 검사 정권이라고 공격받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 검사들이 대거 나오면 전국적으로 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조언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요직을 꿰찼던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이제 줄줄이 내년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동훈 등판론'의 핵심은 '신선함'이다. 1973년생으로 50살인 그는 강남 8학군 압구정동 현대고 출신이고 '86운동권 청산론'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리더급 인사들 중엔 꽤나 귀한 인물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자잘한 '미담'들이 있었으나, 그가 법무부장관 시절 무엇을 했는지 '성과'는 불분명하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지난 정권 시절 축소된 검찰의 권한을 되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을 뿐이고, 몇몇 수준 미달의 야당 의원들과 '말싸움'을 통해 지지자들을 통쾌하게 해 준 게 사실상 전부다. 한동훈 법무부 체제 하 검찰은 야당 대표를 2년간 집요하게 수사해 왔을 뿐인데, 그나마 그 수사조차 지지부진하다.
아픈 부분도 많다. 이번 정부 들어 법무부가 가져간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처참한 수준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며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인사 참사가 나니 "가부 판단은 하지 않고 자료들을 프로토콜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발을 뺀 것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차기 보수 리더 한동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린 한동훈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한동훈의 연금개혁 비전은? 노동 개혁 비전은? 정치 개혁 비전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 경제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인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비전은 있는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계승할 것인가? 그의 유일한 장점은 '나쁜 정치인, 깡패 잡아들이는 일'인데, 당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올라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은 쌍둥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그렇고, '국가 운영 비전'이 무엇인지 드러난 것도 없다.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두루뭉술한 가치들로 정치를 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2년은 앙상한 밑천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경제는 안 좋은 측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갱신 중이다.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경제적 비전'이란 건 어떤 내용인가?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졌다는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가치들은 바로 세워지긴 한 건가? '대통령실 불공정 채용'을 기억한다. 언론자유지수는 하락세이고(국경없는 기자회, 지난해 43위에서 47위로),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만에 측근을 사면해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게 '법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조국 때려잡고, 운동권 때려잡고, 물리적 세대만 바뀐다고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단 한번도 의정활동을 해 보거나, 대중에 나와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는 한 장관은 정치 철학, 비전, 국정 운영 능력 어느 것도 검증된 적이 없다. 심지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젊은 윤석열', '세련된 윤석열'이 또 필요한 것인지 우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때 우린 또 다른 '리틀 윤석열'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
명실상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핵관 중의 핵관'인 한 장관이 당의 간판으로 올라서면 유권자들이 그걸 '혁신'이라고 여겨줄 지 궁금하다. 초보 운전자를 운전석에 앉혀 사고가 났는데, 얼굴과 이름만 다른 똑같은 초보 운전자를 또 내세웠을 때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매우 궁금하다.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현재 법무부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현재 대통령).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박민 KBS 사장이 취임 첫주에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 앵커를 비롯해 주진우 등 라디오 진행자들도 강제 하차시키자 구성원들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 노조는 물론 일선 기자와 PD들도 박 사장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공영방송 역사상 전례 없는 폭압적 조치'라며 책임자 사과 등을 강력 촉구했다.
지난 13일 정식 취임한 박민 사장은 취임 첫주 차에 '쿠데타'에 비유되는 조치들을 속전속결 단행했다. 우선 12일에는 KBS 내 부서별로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 기존 김의철 사장 체제에서 핵심 보직을 맡던 간부들을 대부분 좌천시켰다.
박민이 지적한 '불공정 뉴스', 기자들은 "보도가치 높았다" 반박
취임 첫날에는 이소정 등 <뉴스9> 앵커를 바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강제 하차시켰다. 또 KBS 2TV 시사 프로그램인 <더라이브>를 편성표에서 삭제했다. 기존 뉴스 앵커와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언론노조 KBS 본부의 반발에도 "(이전) KBS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대국민 사과"가 아닌 "대용산 사과"라고 비판했다.
▲ 11월 14일자로 KBS <뉴스9>가 보도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박장범 앵커의 멘트와 사례들로 구성된 리포트로 별도의 기자 이름 표기 없이 나갔다.
전례를 보기 어려운 조치들에 KBS 일선 기자들과 PD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KBS 기자들의 모임인 KBS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내용와 KBS '뉴스9' 보도(제목: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11월 14일자)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책임자 사과를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에 대해 "9시 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며 "그간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공정성 훼손 기사로 지목된)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협회는 '불공정 뉴스 보도'로 지목된 기사를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보도 가치가 높았던 리포트였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생태탕' 검증 보도에 대해 검찰이 취재기자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측량 현장에 간 사실을 부인한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점,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와 관련해서는 균형감 있게 보도했고 보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편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었던 점들을 짚었다.
또 윤지오 인터뷰의 경우 윤지오씨를 둘러싼 후원금 의혹에 대한 KBS의 별도 후속 취재가 이뤄졌고, 검언유착 의혹 오보의 경우 정파적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그러면서 보도본부 책임자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공정성 훼손 보도의 판단 기준과 원고 작성자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KBS 사측에는 박민 사장이 이야기한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징금 처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발령도 안 난 라디오센터장이 주진우 하차 지시"
KBS 라디오 현업 PD들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잇따른 강제 하차에 대해 "공영방송 5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폭압적 조치"였다고 반발했다. 라디오 PD들은 지난 15일 PD협회 라디오구역 비상총회에서 결의한 'KBS 사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이 발령 일자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진우 라이브' PD에게 주진우 하차를 지시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임기 시작 전 발령문조차 뜨지 않은 시점에서 김병진 당시 센터장 내정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고 편성 변경을 시도했다"며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며 "입사 1년 차 피디부터 경력 15년의 메인 피디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겠다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김병진 센터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업 PD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 편성규약 위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KBS 측에 김병진 센터장 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그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3일 성명에서 "박민 사장 임명 재가 이후 KBS 내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점령'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장 임명 직후부터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박민씨가 과연 사장 자격이 있는가,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오는 박민 사장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17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년전인 1998년 11월 28일 관광객 882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동해항에서 출항해 금강산으로 향했다.
어려움이 없던 것 아니지만 2003년 2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돼 중단 직전까지 누적 관광객 수 200만명 돌파를 앞둘만큼 금강산관광은 안팎의 관심과 기대속에 순항했다.
2008년 8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그 이튿날부터 전면 중단되기 까지 금강산관광은 10년 진행되다 지금까지 중단 15년을 넘기고 있다.
금강산관광 2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정부가 허가하고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정부가 청산하라"는 요구이다.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금강산관광은 이제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피해보상특별법으로 국가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강산기업들의 요구"라고 밝혔다.
청산의 핵심내용은 금강산기업들의 손실보전, 투자금 전액 지급 및 대출금과 이자탕감 등을 피해보상특별법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 정치적 이유로 통치권 차원에서 모든 남북경협을 중단시켰다고 하면서 금강산기업들의 피해보상 요구에는 '법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지만, 태풍이나 코로나19 등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도 특별법으로 피해 국민들을 지원하거나 보상해 왔는데 왜 이 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이제 금강산관광은 물거품이 된 상태이니 지금은 완전히 청산 절차를 밟아 남북경협 1세대는 물러나고 훗날 남북관계 개선 후에 2세대들이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업중단 조치로 인해 금강산기업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정당한 지원(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개성공단기업들에게 제공한 피해지원 기준과 형평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요구이다.
특히 개성공단기업인들에게는 투자자산의 90%를 지원한 정부가 금강산 및 5.24조치 피해기업(내륙투자기업 등)에게는 45%만 지급한 것은 문제이니 투자자산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자기자본과 개인 은행대출로 투자한 피해자들인데, 왜 자금지원도 해주지 않은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차별적인 지원기준을 적용하느냐는 것.
개성공단과 달리 관리위원회나 보험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가입할 수도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개성공단기업 중 보험미가입 기업에 대한 지원 기준을 일괄 적용해 45%로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심사에 누락되어 단 한푼도 피해지원을 받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투자자산 100%지원과 함께 △수출입은행 대출금 이자 및 전액 채무면제 △국회 피해보상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 기업들이 요구하는 청산의 내용이다.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2007년 5월 금강산사업을 위해 38억원을 투자해서 맥주공장과 레스토랑, 면세점 5군데를 운영하다 13개월 뒤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사업을 접은 장본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고는 "내가 경영을 잘못해서 사업을 접은 것 아니지 않나? 정부가 승인해주고 호응하고 지원했던 사업을 정부가 중단시키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다시 사업을 해서 잘 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초반에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지금 60대 후반인데 이 빚을 자식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않나. 제발 빚더미에서 벗어나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5.24조치 피해기업 대표로 자리를 함께 한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은 "경협인들은 국가의 지침과 지도를 따라 지구상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북한과 교류하며 투자도 해왔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중단시켰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통일이나 민족 화해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죄없는 자기 나라 국민을 내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25년전 민화협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현대금강호에 승선했을 때 썼던 모자를 쓰고 나온 이장희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남북경협은 처음부터 민의 힘으로 물꼬를 터 온 역사"라고 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이를 공고화, 제도화하며 외풍을 막아주어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중단에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걸고 투신한 기업인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과 보상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통일부는 기업들의 회견문을 전달받았으나,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는 "정부로서는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기업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해나갈 예정"이라는 의례적 답변 이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 바이든 정부 이후 꾸준히 유지해온 강력한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 노선을 약화하며 대중 관계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없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노선 변경을 마다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15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안정화에 대한 공통된 의지를 확인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이지만, 이를 합리적이고 관리 가능하게 해 충돌이라는 결과를 피하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규제나 대만 문제 등 핵심 이해관계와 직결된 현안에서 양 정상 간 이견이 미묘하게 표출되긴 했으나, 포괄적으로는 ‘이제 그만 싸우고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공통적으로 확인한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 변경은 당장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중국과의 경쟁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정가나 재계의 분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팽배해 있었다. 이는 이제 더이상 미국이 중국을 힘으로 굴복시키지 못한다는 상황에 대한 확인 등 자국이 그동안 누려온 패권이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 유의미한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유럽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 다수가 미중 사이에서 중간지대를 자임하며 전략적 균형을 취하려는 모습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중 경쟁의 미래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누구든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를 쉽게 점치지 못한다. 중국이 미국과 완전히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단계까지 온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을 다양한 측면에서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롱 게임(long game)’에 주목, “장기간에 걸쳐 탈동조화나 전면적인 무력충돌 없이 ‘롱 게임’을 펼칠 것으로 본다”며 “양국은 ‘관리된 전략경쟁’을 하면서 상호의존과 함께 공동발전하는 공진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롱게임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 “양국은 평화공존을 위해 전략적 균형 유지와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구축해 전략적 오판을 피하면서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 공산당 체제를 붕괴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미국의 이익은 물론이고 세계평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관점”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내용과 미국 정·재계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가장 현실에 입각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두 정상은 군 고위급 소통과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상시 전화통화 체계 구축 등 군사 대화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재계는 행정부의 중국 디커플링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 이상으로, 경제 협력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애플, 테슬라, 구글, 인텔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 CEO들은 직접 방중해 중국과의 투자 협력을 약속했다. 또한 미국의 디커플링 기조가 유지되던 2022년 미중 간 무역액은 역대 최고치인 7천600억 달러에 달했다. 서로의 외교 정책과 무관하게 양국 간 경제·무역 상호의존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인 셈이다. 다만 미국으로선 전면적인 디커플링 대신 첨단기술분야 중심으로 부분적 디커플링을 밀고 갈 여지는 남아 있다. 이에 중국 역시 내부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분적 디커플링이 중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면 무의미해진다.
팀 쿡(왼쪽) 애플 CEO가 중국 베이징에서 딩쉐샹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쿡 CEO는 "애플은 경제 세계화의 방향을 견지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20. ⓒ뉴시스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분리 정책에 따른 관계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기로 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과 관련해 생산원가 상승, 미국 정부 지원의 불확실성 등 여러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 가동과 관련해 TSMC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전망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과 아시아(한국·대만)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짓고 10년간 운영했을 때 드는 총 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미국에서 드는 비용을 1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대반에서는 78원이 들고, 중국에서는 63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측면에서 미국 공장은 ‘최악’의 카드인 셈이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정책은 불안정한 요소들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는 다른 국가들로서도 리스크를 마냥 감수하고 갈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 행정부 역시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월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동맹 우방국들과 더불어 ‘차이나 쇼크’를 관리하겠다. 이는 중국과의 결별, 탈동조(di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위험 해소(derisking)와 다변화(diversification)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경쟁을 서로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가능한 지점에선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모든 영역에서의 전방위 대중 전면전이 미국, 특히 미국 중산층의 이익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6월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을 계기로 사실상 ‘디리스킹’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안보적으로는 한미일이 삼각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동시에 강화하는 북중러 삼각 공조가 안보 딜레마 현상을 낳는 것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관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까지 극대화할 경우 얻게 될 국가적 손실이 크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친미반중’ 올인한 한국이 설 자리는?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 정부만이 일관되게 디커플링에 경도돼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여기 참여하는 14개국과 공급망 협정을 맺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로도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IPEF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IPEF 협상 분야는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인데, 한국은 4개 분야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안보적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자칭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대중 견제 노선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공식화하는 등 반중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9일(현지시간) 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가 주최한 갈라 만찬에서 환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특히 지난 5월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적 해상 영유권’, ‘일방적 현상 변경’ 등의 표현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것들이다. 역대 우리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 자제해온 표현이다.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건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다소 과격해진 것이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대미 관계처럼 급격한 변화를 추구할 이유는 특별히 없어 보인다.
중국 관가와 꾸준히 접촉해온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전 국립외교원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중국은 일단 한국과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입장이다. 동결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처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든지, 그러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과는 더 나쁘지도 않고, 더 좋게도 할 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그게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은 그런 얘기도 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미국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약식회담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김 이사장의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만나더라도 그냥 상견례같은 풀어사이드(pull aside.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회담장 옆에서 하는 약식회담)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보다 더 강경하게 나와놓고, 지금 미국처럼 빼지도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생각은 미국과 딱 달라붙어 있으면 중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미일이 묶이니깐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풀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해석은 아전인수다. 절대 그런 게 아니고, 오히려 중국이 우리한테 양해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재관 교수는 “한국은 이제 다극화 추세 속에서, 대미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정경분리 접근법을 취하려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의 행보에서 보듯, 제3의 중간지대 국가들의 위험 회피, 즉 헷징(hedging) 전략 혹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 재량권을 추구하려는 주체적인 행보들을 눈여겨보며 반면교사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EU, 브라질 등의 헷진 외교 행보는 우리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광주 남구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언론은 이번 수능을 “불수능”이라고 평가했다. 수능 난도는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수학22번 문제를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문만이 사설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라고 정부 행보를 긍정 평가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문제로 삼은 것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이다. 킬러문항이 존속한다면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저성장기에는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1면.
하지만 이번 2024년도 수능 난도가 대폭 올라갔다는 건 17일 주요 아침신문의 공통적 평가다. 경향신문은 1면 <수능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에서 “수학 영역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고난도 주관식 문제(공통문항 22번)를 상당수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여겼다. 22번을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수능, 킬러문항 없앴지만 국수영 모두 까다로웠다>를 내고 “이번 수능은 킬러문항이 빠져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험생들의 기대와는 배치됐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워 1등급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어와 수학도 어려웠는데 절대평가인 영어까지 어려워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동아일보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으로 세무조사까지 받았던 사교육 업체들은 ‘이번 시험에 킬러문항, 준킬러문항이 있어도 감히 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국민일보는 5면 <수학 공통과목 22번 ‘킬러문항’ 논란>에서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22번을 킬러문항으로 지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입시 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정량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입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킬러문항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번 수능이 킬러문항 배제를 넘어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서울신문은 사설 <킬러문항 뺀 수능, 공교육 정상화 가능성 보여 줬다>를 내고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과목마다 난이도 있는 문제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공교육 범위 내 출제로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고 변별력까지 확보하는 수능이라면 사교육 부담은 줄이고 공교육은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월17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교육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 지시 이후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나오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며 “수능 한 문제로 학생의 입학 대학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번 수능을 앞두고 출제 과정에 들인 노력을 이어 간다면 앞으로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되풀이되는 현실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총선 두고 국힘 혁신위·지도부 갈등 격화, 조선 “혁신위, 국민 상식 부합”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 충돌한 모양새다. 두 사람은 17일 면담을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설 예정이다.
▲11월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희생 거부 ‘친윤’들, 대통령 주변 모인 이유도 결국 사익>에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는 “혁신위는 출범 20일이 지나고 세 차례 혁신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뿐”이라며 “불출마 등 ‘희생’ 요구를 따른 사람은 윤석열 후보 수행 실장을 지낸 초선 이용 의원 외에 아무도 없다. 친윤 핵심 의원은 버스 92대, 4200여 명을 동원해 보란 듯 지지 모임을 열고 희생 요구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혁신위가 당의 변화를 요구하자 그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반기와도 같다”며 “혁신위 권고가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반발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고 어디서 출마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혁신위가 가는 방향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집권당이 먼저 희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때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은 기득권만 챙긴다면 정부의 성공이 아니라 사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사설 <김기현, 인요한 직격… ‘윤심’ 논란이 혁신에 무슨 도움 되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권고안이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법”이라며 “혁신위가 내놓은 쇄신안이 실현되면 국민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혁신위가 과감하고 굵직한 쇄신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실제로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혁신위 성공 여하에 국민의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11월17일 중앙일보 칼럼.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칼럼 <토사구팽 윤핵관>을 내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영남중진의 험지출마'를 요구했다. 창업 공신 장제원에게 정치적 자살을 강요한 셈”이라며 “토사구팽은 2500년전 중국 춘주전국시대 고사에 등장한 이래 동서고금 정치사의 곡절마다 반복돼온 정치판의 상식이다. 세상이 변해도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장모 구속 결정… 한겨레 “윤석열, 사과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차명으로 땅을 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6일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으며,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국경제·매일경제 등은 지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단신으로 사건을 전달했다. 사설을 내고 이번 사건을 평가한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한겨레는 사설 <장모 유죄 확정,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장모는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며 최씨의 범행을 부인했고,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지금은 뭐라고 할 텐가. 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월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상대 후보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장모가 오히려 50억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 사전에 검사 사위하고 의논했으면 사기당할 일이 없었다’며 최씨를 두둔했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찰청이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검찰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윤 대통령 처남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막는 등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자 사과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눈치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특위, 개혁안 제출… 여야 합의·공론화 가능할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4~6%p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금 고갈시점을 연장하는 효과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보험료율이 올라갈 경우 납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국민연금 ‘내는돈 13%-받는돈 50%’ 땐 기금 고갈 7년 연장”> 보도에서 “민간자문위가 내놓은 개혁안에 여야 견해차가 존재하고, 공론화 조사 방식, 모수개혁 구조개혁 조합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민간자문위가 모수개혁에 초점을 맞춘 건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사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 <국회서 먼저 나온 연금 모수개혁안, 공론화 속도낼 전기로>를 내고 여야가 정치적 계산 없이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구체적인 인상 비율 등을 정해 공론화하고 결정하는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노후소득을 더 두껍게 하는 방안 없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을 만들자는 방안은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출범 초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가 없는 ‘맹탕 보고서’를 내놨다”며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뒷짐만 진 것이다. 여당은 한술 더 떠 모수개혁을 미루고 기초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부터 하겠다며 혼선만 키웠다. 당정이 연금개혁 논의를 지체·답보시켰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도 더 이상 변명 말고 함께 답을 찾는 속도를 내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고통분담·개혁 의지를 확장하는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11월17일 경향신문 칼럼.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 상향의 혜택은 상위 소득 집단에게 집중된다”며 “소득대체율 상향이 좋은 대안이 아니라면 급여액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 그러면서 소득계층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론화 의제에 가입기간 확충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구체적 수치 담긴 연금개혁안 제출, 국회 단일안 합의해야>에서 “(민간자문위원회 안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안대로라면 당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며 “‘모수개혁’이 차선책일 수도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 우려 등 정치적 부담 측면에서 보면 여야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핑퐁게임’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13일 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고 18개 조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골자는 한반도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유엔사 회원국들까지 동원해 앞으로 수많은 훈련을 앞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의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달아 열린 두 회의를 통해 한미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한반도에서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 야외기동훈련이 대폭 강화될 것이며, 유엔사의 연합훈련이 연중무휴로 진행될 것이다.
한미는 이번 SCM 공동성명 6항에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유엔사의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연합훈련 확대”하고 8항에서 “2024년에는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종목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며 14항에서 “내년부터 훈련계획에 의거하여 한·미·일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한다고 적시했다.
장창준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는 지난 8월 18일 현장언론 민플러스에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 횟수나 규모, 성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약 450일) 동안 200일 이상, 80회 이상의 군사 연습이 진행됐다. 냉전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볼 수 없는 수치”라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미연합훈련의 횟수와 규모가 역대급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역대급의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훈련이 진행된다면 한반도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북한을 겨눈 전쟁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것을 가만 보고 있을 리 없다.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전쟁훈련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중지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재개됐다. 특히 올해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 한미는 30여 회가 넘는 야외기동훈련을 했는데 역대 최고였다. 2022년의 13회, 올해 상반기 25회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한미는 이보다 더 많은 야외기동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반도의 여기저기서 북을 겨눈 포 소리 헬기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전쟁을 부르는 곡소리와 같다 할 수 있다.
또한 한미가 한·미·일 삼국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것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연합훈련을 하겠다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의 군홧발이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삼국 군사동맹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완성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으로 돼, 동북아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일 것이다.
둘째로 한미는 한반도의 핵전쟁을 상정해놓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SCM 공동성명 3항에 “양(한미) 장관은 최초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지난 2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성공적인 시행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에도 한미 정책, 정부, 군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시뮬레이션 및 TTX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공동 기획 및 공조 절차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돼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이다. 이 말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의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핵억제’라는 표현을 써왔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후에 미 국방부는 “양측(한미)은 어떠한 북한의 핵사용에도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강력한 대응 역량과 결의를 보여주는 다양한 옵션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즉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논의를 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미국은 상관없다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북한만 없애면 된다는 생각을 지닌 것 같다.
셋째로, 미국은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 보기 힘들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유엔사를 대표했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이 회의를 주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패권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북·중·러에 밀리는 형국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어려운 처지인 미국이 동북아에서도 밀리면 끝장난다. 그래서 미국은 유엔사의 이름을 이용해 한국전쟁의 참전국들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지속해서 유엔사 역할을 강조했고, 확대를 언급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라 할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이 공동 대응을 결의했으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국제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한반도를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열린 SCM과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는 한 마디로 한반도의 전쟁을 상정한 채 진행한 회의라 할 수 있다.
(자료사진) 2021년 9월 7일 국민의힘 황교안 대선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2021.09.07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완패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권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4·15 총선 부정선거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선”이 결과적으로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특별위원회까지 꾸려 현행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여권의 압박에 선관위도 선거의 신뢰성·정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에 보고했다. 그러자 민경욱 전 의원은 “국힘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했고, 황교안 전 대표 측도 “부정선거 저지를 위해 3년 이상 싸운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한 것”이라고 반겼다.
민경욱, 낙선 후 “부정선거” 주장
황교안, 총선 당일에도 “부정선거”
민경욱·황교안과 거리두기 했던 여당
보궐선거 후 다시 ‘부정선거론’
여당의원, 민경욱·황교안과 국회서 기자회견
민경욱 “환영할 일”, 황교안 “국민 목소리 수렴”
‘부정선거론’은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직후부터 시작됐다. 21대 총선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총 300석 의석 중 ‘3분의 2’가량을 점유하면서, 국민의힘(당시 당명은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민경욱 전 의원도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자, 민 전 의원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해 5월 11일 민 전 의원은 국회에서 ‘4·15총선 개표조작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대회’를 열고 4·15 총선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세상이 뒤집어질 증거”라며 인천 연수구을 사전투표 결과, 사전투표용지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한 유튜버는 “기도로 계시받은 내용”이라며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심지어 민 전 의원은 그해 10월 2일 페이스북에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총선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까지 주장했다.
2020년 5월 11일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총선 개표조작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당일에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일 종로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던 중 “기표소에 가림막이 없다”며 “심각한 부정선거 의혹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항의한 ‘가림막 없는 기표소’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6·4 지방선거부터 정식 도입된 것이었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래통합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 변경)은 민 전 의원 등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선을 긋는 분위기였다. 2020년 11월 2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미국 대선 글을 공유한 민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제가 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우리 당에서 나가서 더 넓은 미국에서 트럼프와 함께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도 ‘총선 부정선거론’을 꺼내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준석 당시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경선 시작될 무렵 그런 얘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공정함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떨어진 후 ‘경선 조작’을 주장하자, 이 대표는 “갈수록 수준이 낮아지는 데에 깊은 짜증을 느낀다”고 직격했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부정선거론’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부정선거론’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후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보궐선거를 초래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내세우면서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불리하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은 보궐선거 하루 전날인 올해 10월 10일 ‘선관위 투표·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해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민경욱·황교안이 주장하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동안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던 세력을 포옹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예상대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완패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틀 뒤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우리 선거관리시스템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부실한 상태라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관련 이슈에 집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23.10.23. ⓒ뉴스1그동안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민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도 10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민 전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당일 투표에서는 여야 두 후보 간 득표율이 별 차이가 없는데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의 2배를 넘었다”며 “너무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2일 ‘공정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관위에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위 첫 회의는 이달 14일 선거1국장 등 7명의 선관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회의 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투표지에 대한 육안심사 절차를 강화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고, 선관위는 ‘손 개표 절차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특위에 보고했다. 투표용지 개표 때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직접 세어보는 수작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선관위는 특위에 사전투표 용지의 QR코드를 바코드로 바꾸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개표 절차에서 신뢰성·정확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해당 내용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 측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전면적인 수개표를 실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유튜브 채널 ‘황교안TV’의 대변인은 채널 게시판에 “부정선거 소지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전투표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 회의가 15일 평양에서 진행되어 이날 의정서가 조인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 회의가 15일 평양에서 진행되어 이날 의정서가 조인됐다고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10.1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와 로씨야련방정부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회의 의정서가 조인되였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3년 9월에 진행된 '조로'(북러) 수뇌분들의 력사적인 상봉과 회담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무역, 경제,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다방면적인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해나가기 위한 대책적인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토의 확정되였다"고 알렸다.
회의에는 위원회 북측 위원장인 윤정호 대외경제상, 관계부분 일꾼들과 러시아측 위원장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대표단 관계자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 등이 참가했다.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체육부문 교류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문제를 협의해 '2023~2028년 교류계획서'에 조인했다. 태권도전당을 방문한 마티신 장관.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와 별도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체육부문 교류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문제를 협의해 '2023~2028년 교류계획서'에 조인했다.
마티신 장관 일행은 김일성경기장과 청춘거리 역기경기관, 탁구경기관을 비롯한 여러 체육시설을 돌아보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정부 대표단은 14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이날 저녁 평양고려호텔에서 북한 정부가 준비한 환영 연회에 참가하고 15일 부문별 실무회담과 위원장간 회담을 진행했다.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10차회의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한편, 1996년 1차회의를 시작한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는 1990년 한·소 수교와 소련 해체로 소원해진 북러관계를 회복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양국은 2000년 '북러 신조약'으로 일컫는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1961년 7월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의 '비상시 자동군사개입을 담은 군사동맹' 관계를 '상호존중과 내전불간섭, 국제법적 원칙아래 우호관계를 강조한 주권국가들 사이의 관계'로 수정하며 관계 정상화를 넘어 강화 단계로 들어섰으며, 2002년 군사협력협정과 '방위산업 및 군사장비 분야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군사협력을 모색해 왔다.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고위급 내왕과 다방면적 교류협력 심화 △상호 신뢰 증진 △양국 인민 복리 도모를 위한 종합적이고 건설적인 쌍무관계 확대를 비롯해 △반제국주의 공동전선을 위한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 등에 합의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보,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져…KT, 내달 15일 이용량 줄어 서비스 종료
동아일보 칼럼 “땡윤뉴스·고연봉 직원 그대로면 수신료 납부 거부사태, 임기 채우기 어려울 수도”
16일(오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이날 일부 아침신문에선 수능을 앞두고 지난 15일 예비소집일 수험생들의 풍경을 담았다. 보통 수능 시험장 풍경을 담은 사진이 수능 다음날 지면에 실렸는데 올해는 예비소집일 풍경도 여러 신문에서 담았다.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KT는 지난 2일 ‘115 전보 서비스’ 종료 안내를 공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서비스 종료일은 다음달 15일이다. KT는 전보 이용량이 급격히 줄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보는 우편보다 빠르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19~20세기 주요 통신수단으로 활용됐다. 국내에서는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첫 전보를 보냈고 광복 이후에는 체신부와 KT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서비스가 이관됐다. 1990년대 이메일과 휴대전화 등 보급으로 이용량이 급감했다.
박민 KBS 사장이 첫 공식 행보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 이후 KBS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S가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로 자사의 불공정 방송에 대해 다루고 기자들이 반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사장들이 반성문을 써왔다며 정치적으로 휘둘릴 경우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칼럼이 실렸다.
▲ 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마스크 없는 수능, N수생 28년 만에 최다
16일 전국 시험장 1279곳에서 50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2024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진 730여 명(관리 요원 포함)은 16일 수능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약 40일간 합숙한다. 올해는 기존 출제진과 검토진 외에 고교 교사 25명으로 구성된 ‘공정 수능 출제점검위원회’가 추가돼 정부가 밝힌 대로 이른바 ‘킬러 문항’을 집중 검토했다.
올해 재수생 이상을 가리키는 ‘N수생’은 1996년(37.3%)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인 35.3%에 달한다. 또 올해 수능은 4년 만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치른다. 코로나 확산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지만 올해는 하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칸막이 역시 없앴고, 코로나 확진자도 다른 수험생과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다. 다만 점심시간엔 다른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 16일자 한국일보 기사
▲ 16일자 경향신문 사진기사
▲ 16일자 조선일보 기사
▲ 16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통상 수능 시험날 풍경을 담은 사진기사가 수능 다음날 1면에 실렸고, 예외없이 여학생들의 사진이 실려왔다. 이러한 관행은 지난 2019년 11월15일 경향신문이 1면에 수능시험을 마친 남학생 사진을 실으면서 깨졌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로 달라진 시험장 모습들도 실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수능 예비소집일인 지난 15일, 다양한 수험생의 모습이 16일자 지면에 담겼다.
최초 근대 통신서비스 전보, 내달 사라져
과거 빠른 연락방식이던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다수 매체에서 이 소식을 다뤘는데 조선일보가 2면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각 가정에 전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 전까진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연락 수단이었다.
최초 전보는 전신기를 통해 모스 부호를 전달했는데 서울~인천 사이만 연락이 가능했고 한문으로 내용 작성이 가능해 주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공문을 보낼 때 사용했다. 1890년대 후반부터 국문 전보가 가능해졌지만 당시 26자짜리 전보 요금은 10냥4전(현재 기준 약 40만 원)에 달해 국민 다수가 사용하긴 어려웠다.
▲ 16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 타자기로 문자를 입력하면 수신자가 이를 그대로 인쇄할 수 있는 ‘타자 전신기’가 나오고 서울~부산까지 시설이 확충돼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보는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져 ‘쾌유를 기원합니다’를 ‘기쾌유’, ‘결혼을 축하합니다’를 ‘축결혼’ 등으로 줄여 보냈다.
관련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부 위독’ 전보 일화가 유명하다고 전했다. 1950년대 초 김 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조부 위독’ 전보를 받고 고향인 거제도에 내려갔는데 알고 보니 당시 가족들이 김 전 대통령을 결혼시키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 방송인 고 송해씨도 한 방송에서 한국전쟁 휴전 전보를 자신이 직접 쳤다고 밝혔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설립되면서 전보를 전적으로 맡았고, 1984년에는 전보가 공중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역무로 지정됐다. 그러다 1991년 기간통신역무에서 제외됐고 당시 KT는 차별화를 위해 전보와 함께 꽃, 떡 등 선물을 같이 보내는 부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은 160여년 만인 2007년 전보 서비스를 종료했고 독일도 170년 만인 올해 1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앞으로 국내에선 전보와 비슷한 우체국의 축하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축하카드 서비스는 전보와 달리 배송에 2~3일이 걸리는데 메시지와 함께 화환, 케이크 등을 보낼 수 있다.
동아 “반성에서 시작해 사퇴·해임으로 끝난 사장들”
박민 KBS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했다.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정권 바뀔 때마다 반성문 쓰는 KBS 사장>에서 “진행자가 ‘KBS 임원진의 사과 기자회견은 KBS 역사상 처음인 듯하다’며 의미 부여를 했지만 감동은 없었다”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반성이 아니었다. 윤지오 출연, 검언유착 오보, 생태탕 집중 보도,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 모두 전임 사장 시절 있었던 일”이라고 썼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이병순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는 지난 몇 년간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양승동 사장은 보수 정부 시절 KBS 방송을 “10년의 실패”로 규정했다. 이에 이 논설위원은 “좌우 가리지 않고 줄곧 어용 방송을 해왔다는 ‘자백’으로 들린다”고 했다.
▲ 16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KBS 사장이 정권에 휘둘린 과거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KBS 역대 ‘민선’ 사장 13명 가운데 법정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김인규 사장과 문 정부의 양 사장 둘뿐”이라며 “두 사람은 정권이 바뀌지 전 임기가 끝나는 덕을 봤다”고 했다. 이어 “홍두표, 박권상 사장은 연임 후 정권이 교체되자 사퇴했고, 2명은 정권교체 전 전임자의 잔여임기만 마치고 물러났으며 나머지는 초대 민선 사장을 포함해 대부분 권력과 갈등하가 사퇴하거나 해임됐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박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이후 첫 KBS 사장인 점을 거론하며 “이제는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수신료 수입으로 나타난다. 사장 바뀐 뒤로도 9시 뉴스가 ‘땡윤 뉴스’가 됐을 뿐 무보직 고연봉의 ‘기둥 뒤 직원들’은 그대로라면 수신료 납부 거부 사태가 일어나 사장부터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정치적) 외풍을 막고 파괴적 혁신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신뢰가 KBS와 박민 사장을 ‘외풍’에서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본부(탄핵운동본부)는 21대 국회의원 전원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15일 보냈다.
탄핵운동본부는 공개 질의서에서 “대통령 직무상 헌법과 법률위반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정 농단과 국정 파탄 사례가 계속 쌓이면서 국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여야를 떠나 이 문제(윤 대통령 탄핵)는 국민의 편에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이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에 주어진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밝혀야 하는 중대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개 질의서는 여론조사형 질문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차원에서 발송한다”라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국민은 그 근본적인 원인인 윤석열 정권 탄핵을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운동본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아래의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①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 방조: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
②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행사: 군사법원법 위반
③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국정농단
④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대법원판결 부정
⑤ 전쟁 위기 조장: 평화통일 의무 위반
탄핵운동본부는 국회의원들에게 각각의 사례가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대통령 탄핵 발의안에 동참할 것인지를 질의했다. 오는 24일까지 답변을 요구했고, 답변 여부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탄핵운동본부는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됐으며, 오는 18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족을 선포한다.
미국 바이든(J. Biden) 정부의 대외정책 독트린은 무엇인가? 9월 말 미국의 한 시사 저널의 행사에서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번(J. Sullivan)은 자강, 동맹,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 리더십의 강화, 그리고 절제된(disciplined) 군사력 운용방식이라는 네가지 주요한 수단을 통해서 상호의존 시대의 지정학 경쟁을 펼치는 것이라고 답했다(“National security adviser Jake Sullivan delivers remarks on threats to democracy,” PBS NewsHour 2023.9.30).
미국의 '절제된 방식'의 대표적 성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끄(크)라이나를 지원할 여력을 확보한 점, 가자지구의 긴장완화를 포함한 예멘 내전의 휴전 등으로 중동을 9·11 테러 이래 가장 조용하게 관리한 점이었다. 그 효과로 "다른 지구적 중점 과제들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의 새로운 갈등 위험을 줄이고 미국의 이익이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보호되었다." 10월 2일 설리번은 이러한 주장을 담은 '미국 힘의 원천'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했다(“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Foreign Affairs 2023년 11-12월호).
중동의 안정이 깨지고 미국 힘의 한계가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월 7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내에 침입하여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감행하였다. 이스라엘은 즉시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천명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식량, 연료, 물 공급을 끊고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고, 27일부터는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전개했다. 한달 만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4000명이 어린아이들이었다.
10월 18일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 이후 설리번은 「미국 힘의 원천」의 웹 버전에서 중동 관련 내용을 수정하였다. 중동의 안정에 대한 선전은 삭제되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2국가론이 언급되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원과 함께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에 힘쓰고 있는 바이든 정부는 여전히 '절제된 접근'을 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 10월 31일(현지시각)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맨 앞) 뒤로 시위 참가자들이 빨간색 손을 들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절제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의 공식명칭이기도 한 '(이스라엘에 의해서)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The Occupied Palestine Territory)의 비극을 전혀 대변하지 않은 채 하마스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방공망과 탄약 등을 긴급 지원하면서 오스틴(L. Austin)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지원이 무조건적이며, 이스라엘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아랍,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가 비판한 연료와 식량 등의 금수 조치를 통한 가자 포위(seizure)나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수반하는 공습과 지상전이 모두 하마스의 절멸을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구떼흐스(A.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처럼 하마스의 테러가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 바이든 정부는 뒤늦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소규모 정밀포격 등을 조언하고, 인도적 교전중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미국의 ‘조용한 외교’에 대해서는 2차대전 중 미국이 독일과 일본의 도시들을 폭격한 사례, 특히 핵무기를 사용한 것을 자위권의 전례로 일깨워주며 제한적으로만 인도적 교전중단에 합의하고 있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하마스가 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사원과 병원, 난민촌 등을 자위권을 명분으로 거침없이 폭격한 이스라엘의 '살육극 공범'이 되었다. 그 후과로 중동의 갈등에 다시 발목이 잡히면서, 대내외적 중점 과제에 투자할 도덕적·물질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발생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경제회랑 건설 등은 적어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진행되는 동안은 실현 불가능하다. 도덕적 권위에 대한 타격도 심대하다. 요르단 등이 제한한 휴전결의안은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120개국)으로 통과되었는데, 미국은 소수의 반대국가(14개국) 중 하나였다. 국제사회, 특히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비교해서 지니는 대안적인 가치(value proposition)를 제고하고자 했던 설리번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글로벌 사우스의 반발을 사는 동안 뿌찐(V. Putin)이 시 진핑(習近平)이 주재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회의에 참석한 것은 대단히 시사적인, 미국의 고난을 상징하는 국제적 풍경이다.
설리번이 미국외교의 주요 수단으로 제시한 자강과 동맹에 미치는 파장은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러시아의 우끄라이나 침공에 맞서 바이든 정부가 주요 7개국과 우끄라이나의 대응을 조율하면서 나토(NATO)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바이든 정부는 G7과 서구 전반은 물론 미국 내부적으로도 단합된 대응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서구 전반의 이념적, 종교적, 정치적 분열의 이슈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석유 의존 등으로 중동문제 전반에서 여타 G7과 궤를 달리해온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대부분 유엔총회 휴전결의안에 기권한 것과 달리 찬성을 하며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관료조직 내부에서 폰데어라이엔(U.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의 친이스라엘 편향에 대한 반발도 심각한 상황이다. 나토와 인도·태평양지역의 동맹을 현대화하고 서로 연계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정책 이상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정치의 분열과 기능장애는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직전에도 하원의장 축출로 계속 악화일로에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끄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도전을 연계시키며,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필수국가' 미국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우끄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중국 대응 명목 등으로 1060억 달러의 긴급 대외원조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관성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다며 국무부 고위 관료가 공개적으로 사직을 발표하기도 했고,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민간인 살상에 이용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국무부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반발과 비판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지원으로 아랍 유권자와 청년세대의 반발이 거세어 바이든의 범민주연합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공화당과 트럼프(D. Trump)의 미국우선주의 추종세력은 우끄라이나에 대한 추가 원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내 진보진영은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지원을 찬성하는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도 이스라엘에 지원되는 무기 내역을 의회에 공개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설리번은 중산층 재건과 경제안보, 그리고 군비증강을 자강의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는데, 이들을 위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분배할 것인지에 관한 기존 대립구도에 더해 대외원조 전반에서의 제정파들 간 대립이 착종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전 9시, 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 <주진우 라이브>를 위해 KBS에 출근하던 주진우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KBS 라디오 신임 간부의 '하차 통보' 전화였다. 그 간부는 주 기자에게 'KBS에 오지 마라, 방송은 끝났다'고 통지했다.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할 기회를 달라'는 주 기자의 간절한 요청도 단칼에 거절당했다.
주 기자는 "순간 멍했다"고 했다. KBS 주차장에 막 도착한 그는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2020년 5월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온 KBS '주진우 라이브'는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금요일, '주진우 라이브' 방송 끝머리에서 그가 했던 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청취자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15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만난 주 기자는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짤린 지 이틀"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라디오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가에 잠시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주 기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시대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강제 하차에 대해 주 기자는 "당장 오지 말라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지난해 말 TBS 라디오 하차할 때) 그때는 숨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단칼로 내려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이 정치적 편향을 지적해왔다는 말을 꺼내자 주 기자는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사장이 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글을 보라,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라고 얘기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훈수를 뒀다"라며 "그 사람(박민)이 하는 말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박민은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기자는 역대 보수 정부의 언론 정책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후졌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선 그 후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YTN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구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 1년 새 두 번의 강제 하차를 겪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TBS 라디오, 이번에는 KBS 라디오다. KBS 하차는 좀더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TBS의 경우 돈줄을 말려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숨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이다. 쿠데타 같다. 진짜로 그냥 쿠데타 같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은 예감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그리고 법도 어겨가면서 무리할 이유가 있었나 이런 생각은 계속 든다. 프리랜서지만 라디오 하차 한달 전에는 통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지금 '특집'이라고 붙여 놓으면서 꼼수를 쓰는데 자기네들(KBS간부)도 다 안다. 법을 어겼다는 걸. 지난주 금요일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이니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그 얘기를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 정확하게 하차 통보를 받은 시점이 언제였나?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부족한 진행자여서 KBS에 일찍 가서 준비도 하고 공부도 한다. 9시쯤 KBS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라디오 간부라는 사람이 자기가 발령을 받았다면서 '오지 말아라, 너의 방송은 끝났다' 이런 얘기를 했다. 사장의 뜻에 의해서 특집 방송으로 대체될 거니까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차를 돌려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편향성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 제재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행정 제재 내용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여론조사를 소개할 때 개요를 일부 빼먹거나, 외국 여론조사를 애기할 때 확률 등에 대해 고지를 안한 게 대부분이다. 편향적이라고 하는데, 가장 최근 사례를 들어보겠다. 강서구청장 선거할 때 우리가 김태우 (국힘) 후보자 측에 인터뷰 요청을 먼저 했다. 여러 번. 그리고 나중에 나오겠다는 답변을 받고 진교훈 (민주당) 후보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측에서 방송통신심의위에 '편파적'이라고 걸었다."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 사장(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사설) 글을 보라. 그게 편향이다.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로 묘사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계속해서 훈수를 둔다. 나중에 보면 '나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추파다. 그래서 사장도 된 거 아닌가.
기레기, 기레기 하는데, 정치 쪽에 편향돼 한발을 담그고 편향적인 글을 쓰다가 자리 얻어 가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기레기다. 이 사람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그걸 편향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이 사람(박민)은 저널리스트,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사과는 그 사람이 해야지, 왜 KBS가 (대국민) 사과를 하나."
- 박민 사장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휴가를 가셨으면 좋겠다. 언론의 자존심을 짓밟고, 언론이 해야 할 역할과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언론에 대한 타노스(파괴자) 역할이다. 그런데 자기가 칼을 휘둘러야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아무 것도 말고 휴가 갔으면 좋겠다."
- 사실 주진우 기자가 보수 정부 입장에선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이명박과 이명박 주변 사람들이 잘못하는 기사, 박근혜가 잘못하는 기사를 썼다. 권력의 잘못된 점,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기자였다. 그런데 부정부패한 세력들이 다시 복귀해 나를 편향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나를 빨갱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박근혜 주변 인물을 문제 제기하니 그때는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 강제 하차 등을 통해) 숨통을 말려 죽이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공격, 고소고발에 이어 밥줄을 끊는 걸로 진화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후졌다. 윤석열 정부 때는 '이명박 정부의 후짐'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막 밀어붙이다만 것들, 그때 생각을 지금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명박 측근들이 정권 바뀔 때마다 왔다갔다 골치아프니 방송사 다 민영화 시켜서 우리 편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녔다.
말도 안 되는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해서 지금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YTN 사영화도 그렇고, KBS도 그렇다. 모든 언론을 마비시키는 게 목표처럼 움직인다. 언론이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들, 혹은 독재자들은 지금까지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도 그 길을 가고 있다."
- 현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는 언론사도 많지 않고, 시민들도 예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자들,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타깝다. 이동관 패거리가 약한 고리, (기자를 업으로 하는) 생활인들의 약한 고리를 잘 파고들고 있어서, 저널리즘이 계속 위기의 늪에 빠지는 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 할 위치도, 능력도 안 되지만 이 얘기는 남겨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기자 하겠다고 한 거 아니지 않나, 세상이 조금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기자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 초심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면 그 답은 명쾌하다. 깡패들이 어린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옆에서 소리도 지르고 누구는 신고를 해줘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은 그 깡패들이 나한테 왔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동관이 하는 일, 우리(기자)가 잘못됐다고 써야 한다."
-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
"아직 경황이 없다, 기사 쓰고 싶은 생각은 많다. 사실 이명박(정부 시절 인사들)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대로 다 돌아왔다. (그들에게) 제가 쫓기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를 배경으로 이동관, 김효재 등 이명박 정부 때 있었던 사람들 사진을 채우고, 가운데 이명박 사진 대신 윤석열 대통령을 채워넣으면 다 똑같아진다. '(각 인물마다) 커버 스토리가 15개씩 있다, 이거 써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조금 있다."
-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가.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펜 기자였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성실하게 살았다. 항상 방송 3~4시간 전에 와서 신문을 다 읽었다. 3년 반 동안 진행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도 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들으면서 진행자로서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그렇게 열심히 성실히 살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지금 당장 라디오를 진행한다면 어떤 사람을 초대석에 부르고 싶나.
"첫번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솔직히 부끄러우시죠?'를 첫 질문으로 던질 것 같다.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 '왜 그렇게 못하세요?'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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