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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브리핑]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총선 이슈 브리핑] 2월 4일 D-66

-새로운미래 창당, 조응천‧이원욱 의원 불참

-‘목련 피는 봄, 김포’, 내년 봄 착각?

-마리 앙투아네트, 김경율 결국 불출마

-문재인, 이재명에 ‘명문정당’ 강조

새로운미래 창당, 조응천‧이원욱 의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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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중심의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창당을 선언했다. 공동대표는 김종민 의원과 이낙연 전 총리가 맡았다. 하지만 민주당을 함께 탈당한 미래대연합 조응천‧이원욱 의원은 불참했다.

두 의원은 입장문에서 “수평적 통합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묻지마 통합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간만 이동하는 통합은 불협화음만 낳을 뿐”이라며, “더 큰 통합을 위해 뛰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조응천 의원이 ‘새로운미래’ 당대표로 유력했다가 막판에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체제로 급선회한 것이 두 의원의 이탈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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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된다”며 ‘메가서울’과 경기분도 공약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에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목련 피는 봄’이 무슨 1년쯤 남았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 ‘목련 피는 봄’에 해야 할 것은 김포시 편입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이라고 일갈했다.

홍 대변인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김포시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법’은 공직선거 60일 전부터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요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올 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불가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오세훈, 유정복, 홍준표 등 당내 주요 광역단체장과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기북도에서 김포, 구리, 고양, 의정부를 떼어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인데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이런 형태의 분도를 원할지 의문”이라며 “메가서울과 경기북도 분도 동시추진은 결국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둥근 사각형과 같은 모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김경율 결국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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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의 난잡한 사생활’에 비유했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발표한 지 18일 만의 번복이다.

김 위원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이 여당 당직에 이어 총선 공천까지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선거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문재인, 이재명에 ‘명문정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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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문(재인)정당’을 언급하며 “우리가 하나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 즈음에 친명, 친문으로 나누는 프레임이 있어 안타깝다”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라며, 총선승리를 주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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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국가청렴도 하락 이유? 민주주의 후퇴 때문"

24.02.05 07:19l최종 업데이트 24.02.05 09:52l김성수(wadans)


[인터뷰]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부패에 대한 리더의 분명한 입장 필요"지난 1월 30일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국가청렴도)'를 발표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점수였고 국가순위는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해 한 계단 하락했다. OECD 가입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상승했고 순위는 21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순위는 7년 만에 하락했다(관련 기사: 7년만에 첫 하락한 국가청렴도... 권익위는 상반된 입장 https://omn.kr/27b89 ).

한국투명성기구는 이에 대해 "사회 상층의 부패가 핵심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의 부패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로 특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부패 청렴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30일부터 2월 2일까지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이상학 박사와 '7년 만에 하락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와 관련해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 역할 하는지 의문... 부패에 대한 경각심 사라져"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4.1.30
▲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4.1.3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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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7년 만에 하락한 주요원인이 어디에 있나고 보나?

"촛불운동 이후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빠르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상승이 정체되거나 일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멈추고 국가순위가 하락한 것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후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와 정당의 운영에서 민주주의적인 원칙이 후퇴하고 있으며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서 우선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는 사회 상층에서 보이는 불공정과 부패다. 흔히들 말하는 '내로남불'이 대표적이겠다. 정치인과 재벌들, 고위공직자들의 불공정 행위와 부패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러했고 현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촛불운동 이후에 진행되었던 제도적인 조치가 약화 되거나 제도의 작동이 잘되지 않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들 수 있다. 청탁금지법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문제가 되는 선물이나 식사비는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조항인데, 문재인 정부 후반부부터 계속 완화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위직 공직자들이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얼마나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막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이나 정무직 고위공무원의 이해충돌이 어느 정도 제어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선관위에서 채용특혜가 불거졌지 않나.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공직자와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을 어떻다고 판단할까. 

국정농단사태를 불러왔던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권 핵심부 인사들과 정치인, 재벌 기업인은 물론이고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촛불운동 이후 제도화 되었던 반부패 제도 장치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이러한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가 한국의 특징"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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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 문제와 관련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 리더가 부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한가? 자신과 주변에 대해서 제기되는 의혹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상태에서 반부패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 올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2023년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와 경제영역의 점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를 산출하는 원천자료 10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와 정치영역을 측정하는 원천자료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패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영역이 정치부문과 경제부문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 영역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의심스러운 거래, 인·허가나 법원 판결 등에서의 부패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대표적으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일 수 있다.

이들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2023년 나빠졌다. 이 지표들이 전체 점수를 낮추는 측면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지표들이 우리나라의 부패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들이라는 점이다. 이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이 전체 점수 개선 보다 더 중요하다."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과 관련 지난 1월 25일 영국 BBC가 <영부인의 디올백이 국가 리더십을 흔들다.(First lady's Dior bag shakes country's leadership.)>라 보도했다. 지난 1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보도했다(<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A $2200 Dior Handbag Shakes South Korea's Ruling Party.)>. 지난 1월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여사 의혹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통찰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외신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국내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는 것과 외신들이 다루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함정이라는 내용이 많은 반면에, 외신들은 정치와 정권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준이 상당히 다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디올 가방 등) 수수와 관련 지난해 12월 19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오전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가 지금까지 사실상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성역인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디올 가방 등) 수수와 관련 지난해 12월 19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오전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가 지금까지 사실상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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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외신보도들도 향후 한국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단편적인 부패사건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작동과 관련된 사건이거나, 또는 부패사건을 처리하는 정권의 태도나 수사와 처벌 등 관련 시스템의 작동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핵심은 이 사건이 일어난 메카니즘과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다. 권력 핵심부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부패라는 점, 그리고 정권과 관련 당국이 이 부패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처리방식은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언론 자유와 부패문제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나?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자란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햇살이 들지 않는 엄습한 곳을 좋아한다. 언론이 바로 이러한 햇볕의 역할을 조금은 하지 않나? 언론이 사명감을 가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어두운 곳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 부패가 심한 나라와 청렴한 나라들의 특징은?

"청렴도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사회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상거래를 비롯해 채용과 같은 과정이 공정하고,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을 비롯한 각종 조직의 운영에서 각 기관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의 가치와 잘 조화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패한 나라는 정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사회 운영에서 공정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를 깨뜨리거나 침해하는 특징이 있다. 특정 집단이 카르텔을 형성해 권력을 주무르는 경우도 있다. 몰론 그 모습은 각양각색일 수 있다."

- 검사 출신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이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다.  대한민국을 두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고 검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운영에서 검찰이나 검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검사가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방송은 방송에 대한 식견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를 비롯한 법률전문가가 사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잘 해결할 수는 없다. 법률전문가는 법률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십상이고, 검사는 검사라는 특정한 직업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개연성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검찰 출신이 정치와 정부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때 군인들이 정치와 정부를 장악한 시절이 있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정부 주요 인사들이 군인으로 채워졌던 시절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는 다양한 세력이 함께 운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균형이 공익과 사회발전에 유리하다."

-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정책 추진 대책 중 "청탁금지법 등 반부패 행위규범 내 현실과 괴리된 부분을 합리화"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금품이나 식사비의 액수를 상향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렇게 하지 않기 바란다. 청탁금지법의 식사나 선물가액을 손대는 일은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정부의 반부패의지 약화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 촛불이후 우리사회가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았고 그 결과가 사회전반의 반부패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부패인식지수의 빠른 개선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에 이러한 분위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조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으며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이 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후퇴는 이러한 경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투명성기구 이상학 대표는 서울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대한민국 열린정부위원회(OGP) 민간의장. LH공사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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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개벽예감 573] 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2/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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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홍해와 아덴만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이한 현상은, ‘최강의 불침함대(the most powerful invincible fleet)’로 자처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이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Ansar Allah Armed Forces)과 맞붙은 전투에서 고전하는 것을 말한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최강의 불침함대’가 고전하는 꼴을 슬금슬금 감추고 있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미 제국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에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 아랍인 전통 복장을 하고, 잠비야(Jambiya)라고 부르는 전통 단검을 허리춤에 한 자루씩 차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에 흙먼지 묻은 양가죽 쌘들(sandal)을 신었다. 군모, 군복, 군화를 착용한 군대가 아니다. 그래서 무장군이라 부른다. 육군, 해군, 공군을 두루 갖춰야 정규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전투기나 헬기가 한 대도 없고, 전투함도 단 한 척이 없으며, 전차나 장갑차도 갖지 못한 후줄근한 민병대 수준의 지상군 전투부대만 있으니, 영락없는 3류 군대다. 오죽했으면, 미 제국이 그들을 ‘후티 반군(Houthi Rebels)’이라고 부르겠는가. 

 

그에 비해, 미 제국 해군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굉장하다. 핵추진 항공모함 1척, 미사일 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4척, 핵추진 잠수함 1척, 보급지원함 1척으로 편성되었다. 제2항모타격단의 지휘함인 100,000t급 핵추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USS Dwight D. Eisenhower)는 함재기 약 80대와 작전 헬기 약 10대를 가득 싣고 대서양이 좁다하게 활개를 치며 싸돌아다닌다. 항공모함을 따라다니는 전투함 5척은 9,600t급 미사일 순양함 필리핀씨호(USS Philippine Sea), 9,2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그레이블리호(USS Gravely)와 메이슨호(USS Mason), 6,9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카니호(USS Carney)와 라분호(USS Laboon)다. 거기에 더하여 핵추진 잠수함 1척도 바다 속에서 항공모함을 졸졸 따라다닌다.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웬만한 나라의 전체 무장력을 능가할 만큼 엄청나다.

 

‘최강의 불침함대’로 자처하는 제2항모타격단이 전투함을 한 척도 갖지 못한 3류 군대를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대제국의 체면을 왕창 깎아내리는 ‘창피 사건’인데, 전투가 벌어지면 제2항모타격단이 3류 군대를 단숨에 제압할 줄 알았더니, 제압은커녕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분석, 고찰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살육하는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를 중단시키기 위해 화물선들이 홍해와 아덴만을 드나들지 못하게 봉쇄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페르샤만에서 홍해에로 긴급 이동 배치된 미 제국 제2항모타격단을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무인기로 공격하고 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의 살육만행과 무관한 중국의 화물선이나 로씨야의 화물선은 홍해를 무사통과하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2024년 1월에 들어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 미 제국 제2항모타격단의 불꽃 튀는 타격전은 다음과 같이 벌어졌다. 

 

1월 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과 아덴만을 향해 지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하고, 자폭무인기 20대를 발진시켰다. 당시 그 해역에서는 화물선과 유조선 약 50척이 항행하고 있었다. 제2항모타격단은 황급히 반항공망을 가동하여 미사일과 자폭무인기를 요격했다. 

 

1월 12일 공습에 나선 미 제국은 예멘 각지에 있는 군사시설 10개소를 73차례 집중폭격했다.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 150발을 발사했고, 제2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60발을 발사했다. 영국 공군도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공습에 가담했다. 이것이 제1차 대공습이다. 미 제국 국방부는 제1차 대공습으로 타격 대상의 약 90%를 완전히 파괴했거나 손상을 입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들의 큰소리는 큰 헛소리에 불과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운용하는 미사일 발사대차들은 미 제국의 공습을 피해 신속히 자취를 감추었고, 지상에 고정되어 대피할 수 없는 무장 장비 20~30%만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을 뿐이다. 안사르 알라 대변인은 미제국의 대공습으로 자국인 5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제1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 제국은 대공습을 감행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13일 홍해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 발사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레이더기지를 공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습은 실패했다. 예멘 정보부 차관은 미 제국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레이더기지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강의 불침함대’가 그처럼 많은 정밀유도폭탄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으면, 3류 군대는 전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인명 손실과 시설 피해를 입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들은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2024년 1월 23일 미 제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보도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단서를 찾아냈다. 보도에 의하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란혁명수비군으로부터 미제국의 공습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미사일 발사대차와 이동식 레이더를 전부 안전지대로 대피시킨다는 것이다. 

 

미 제국 항모타격단의 제1차 공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이번에는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반격을 시작했다.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의 반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2024년 1월 14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지대함 순항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라분호는 이 순항미사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때마침 인근에서 비행하던 미 제국 전투기가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발견하고 공대공 미사일을 황급히 발사해 요격했다. 

 

1월 15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에 인접한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bulk carrier) 지브롤터 이글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암브라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제코 피카르디호를 향해 자폭무인기 여러 대를 동시에 발진시켜 그 화물선의 좌현을 타격했다. 

 

1월 18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쳄 레이전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은 빗나가 유조선 부근 해상에 떨어졌다. 

 

1월 22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데만을 지나던, 미 제국 군수 해운사령부가 임차한 17,000t급 대형 수송선 오션 재즈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이 명중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미사일 공격과 자폭무인기 공격을 거의 매일 계속하자 백악관은 제2항모타격단에 제2차 대공습을 명령했다. 

 

1월 22일 미 제국 항모타격단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군사 거점 8개소를 여덟 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제1차 대공습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제2차 대공습에서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했고,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제2차 대공습도 실패로 끝났다. 미 제국 국방부는 제2차 대공습에서 어떤 전과를 거두었는지 발표하지 못했고, 안사르 알라 무장군도 공습피해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23일 미 제국 국방부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대공습으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무장력 약 20%를 제거했다고 월스트릿저널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제2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제2차 반격에 나섰다.

 

1월 24일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화물선들인 머스크 디트로잇호와 머스크 체서픽호가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의 호위를 받으며 아덴만을 지나고 있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2시간 동안 지대함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구축함 카니호는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덴만을 지나던, 영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이튿날 아덴만에서 인디아 해군 7,400t급 구축함 비사카파트남호(INS Visakhapatnam)는 미사일 타격을 받고 구조요청신호를 보낸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에서 선원 23명을 전원 구조했다.  

 

1월 2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해군 소속 90,000t급 초대형 원정 이동기지선 루이스 풀러호(USS Lewis B. Puller)에 지대함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다. 미 제국 해군은 루이스 풀러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1월 30일 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또 다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순항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그 미사일이 1.5km 밖까지 날아왔을 때, 구축함을 타격하기 불과 2~3초 전에 포착하고 황급히 팔랑스 속사포(Phalanx CIWS)를 발사해 요격했다. 팔랑스 속사포의 유효 사거리는 1.5km이므로, 유효 사거리에서 간신히 요격한 것이다. 미 제국 해군 출신 전문가는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구축함까지 날아가 손상을 입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알 하쉬드 알 샤아비(Al Hashd al Shaabi)는 이라크 각지에서 활동하는 반미민병대들이 2014년에 결집한 군사협동체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 대중동원군이라는 뜻이다. 반미민병대 67개가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했는데, 총병력은 약 230,000명이다.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한 반미민병대들 중에서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 아사이브 아알 알-하크(Asaib Ahl al-Haq),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 누자바(Harakat Hezbollah al-Nujaba), 카타이브 사이이드 알 슈하다(Kataib Sayyid al-Shuhada)는 2020년에 시아파 반미민병대들끼리 뭉친 연맹체를 결성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이라크 이슬람 저항(Islamic Resistance in Iraq)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은 쿠드스군(Quds Force)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 쿠드스군은 이란혁명수비군이 1988년에 창설한 해외 주둔 특수작전부대다. 쿠드스군 병력은 5,000명이다.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이 쿠드스군과 직접 연계되었다는 말은, 쿠드스군으로부터 무기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지원, 정보제공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소속된 4개의 반미민병대 중에서 가장 강한 무장력을 가진 반미민병대는 카타이브 헤즈볼라다. 이 반미민병대는 2003년 10월 미제국이 도발한 이라크 침략전쟁 중에 창설되었는데, 이라크를 침공한 미제침략군을 상대로 20년 동안 맞서 싸운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총병력은 약 30,000명으로 추산된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추구하는 목적은 이라크에서 미제침략군을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다. 현존 이라크 정부는 이란과 미 제국 사이에서 중립노선을 지키고 있는데,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중립노선을 폐기하고 이란처럼 반미노선을 견지하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한다.

 

미 제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2009년에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미 제국이 어떤 교전단체를 ‘테러단체’ 목록에 올려놓은 것은 그들을 죽여 버리겠다는 살해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반미민병대가 미 제국을 상대로 결사 항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속한 4개의 반미민병대는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2023년 10월 18일 하마스를 지원해주기 위한 반미-반이스라엘 무장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그들은 이라크, 요르단, 수리아에 있는 미제국군과 이스라엘군을 150차례 이상 계속 공격했다. 

 

그런데 이라크 반미민병대의 무장력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보다 더 약하다. 반미민병대는 살상력이 약한 로켓포, 박격포, 자폭무인기, 기관포, 유탄발사기, 자동보총밖에 갖지 못했고, 허름한 철공소 같은 무기제조소에서 선반, 망치, 줄칼로 만들어 도로에 매설하는 급조폭발물을 사용한다. 무장력이 빈약한 반미민병대가 세계적인 ‘강군’으로 자처하는 미 제국군과 이스라엘군을 공격했으니, 몇 명의 부상자만 발생하는 경미한 피해만 입혔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요르단-수리아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요충지에 요르단 영토인 룩반(Rukban)이라는 지역이 있다. 미 제국이 중동을 무력으로 지배하기 위해 건설한 전초기지가 룩반에 있다 그 전초기지가 ‘타워(Tower) 22’다. 

 

2024년 1월 17일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타워 22’를 향해 폭탄을 장착한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원래 그 전초기지에는 적들이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를 격추하는 카요티(Coyote) 무인기요격망이 24시간 작동되기 때문에, 야간에도 자폭무인기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가 카요티 무인기 요격망을 뚫고 들어가 전초기지에 있는 전투원 막사를 직격한 것이다. 막사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미 제국군 병사 3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노련한 전투 경험을 가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그날 밤 미 제국군 무인정찰기가 야간 정찰비행을 마치고 전초기지로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그랬더니 전초기지 경계부대는 그 자폭무인기를 자기들의 무인정찰기로 오인했고, 그래서 카요티 무인 요격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 상황실에 전투상황 보고가 도착할 때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혹시 이번에 미 제국군 전사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4년 1월 27일 밤에 반미민병대의 자폭무인기 공격을 받고 미 제국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니, 백악관이 받은 충격은 컸다. 

 

2024년 1월 31일 백악관은 이번 자폭무인기 공격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소행으로 특정하고 보복 의지를 밝혔다. 2024년 2월 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이 작성한 보복 타격계획을 승인했다. 미 제국이 반미민병대에 대한 보복 타격을 과연 어떻게 감행할 것인지 전 세계의 시선이 일제히 이라크로 집중되었다. 

 

2024년 2월 2일 오후 7시 40분경 미 제국 본토 텍사스주에 있는 다이어스 공군기지에서 정밀유도폭탄을 가득 실은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이륙했다. B-52H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31.5t밖에 되지 않는데, B-1B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56.7t이나 된다. 미제국이 ‘최강의 전략폭격기’라고 추켜세울 만하다.  

 

그날 밤 B-1B 전략폭격기 2대는 9,600km의 항로를 7시간 11분 동안 비행한 끝에 2024년 2월 3일 오전 3시경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 상공에 진입해 정밀유도폭탄 125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미 제국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을 공격할 때는 항모타격단을 동원하고, 이라크 반미민병대를 공격할 때는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한다. 

 

존 커비(John F. Kirby)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라크의 3개소와 수리아의 4개소에 있는 85개 시설물을 30분 동안 폭격한 이번 공습이 “성공적”이었는데, 공습으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인명손실에 관해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미 제국 B-1B 전략폭격기 2대의 야간 공습으로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에 있는 이라크 영토 안바르(Anbar)의 아카샤트(Akashat) 마을에서 알 하쉬드 알 샤아비 반미민병대 지휘소가 파괴되어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안바르(Anbar)의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서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무기고로 사용했던 가옥 3채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수리아 정부는 이번 야간 공습으로 민간인과 전투원 23명이 사망했고, 사회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야간 공습 상황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타난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로, 만일 새벽 3시에 집중발사한 정밀유도폭탄 125발이 85개 타격 대상에 명중했다면, 현장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00명 이상이 사망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라크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수리아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과 민간인 23명이 사망했다. 수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이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보다 컸고, 수리아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도 이라크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보다 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연유를 파헤쳐보자.

 

1)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 본부는 국경지대에 있는 게 아니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주르프 알사카르(Jurf al-Sakhar)에 있다. 그러므로 미 제국은 이번에 주르프 알사카르에 있는 반미민병대 본부를 공습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제국은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330km 떨어진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작은 주둔지를 공습했다. 그 주둔지는 미 제국 공군이 2024년 1월 23일에 이미 한 차례 폭격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폐허화되었다.

 

미 제국은 정작 폭격했어야 할 본부는 그대로 놔두고, 거기에서 약 330km나 떨어진, 이전에 공습을 받아 거의 폐허화 된 변방의 작은 주둔지를 폭격하는 척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제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과거에 변방의 무기고로 사용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가 3채를 공습으로 파괴해놓고 그것을 ‘보복 공습’이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미제국은 아무 것도 없는 폐가 3채를 파괴하기 위해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출동시켰고, 값비싼 정밀유도폭탄을 마구 발사했다. 그리고 폐가 3채를 파괴한 것을 마치 전과를 거둔 것처럼 둘러대면서 세상을 속였다.  

 

2) 미 제국의 어설픈 기만극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번에 야간 공습을 실행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습하기 전에 공습계획을 미리 알려주다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흥미로운 것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이라크 정부 산하 보안군에 정식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보안군 소속 전투부대들은 이라크 총리의 지휘를 받으며, 이라크 정부에서 보안군 월급도 받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합법적인 교전단체다. 그래서 그들은 정당을 건설하여 2021년 총선에서 여러 의석을 차지하고, 원내 정당으로 등장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라크 정부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 제국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변방 주둔지를 공습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라크 정부는 미 제국의 야간공습계획을 당연히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에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미 제국 공군의 야간 공습을 받게 될 현장에서 대피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명 손실이 적었다. 

 

그와 달리, 미 제국은 이번에 야간 공습을 감행하기 전에 수리아 정부에는 야간공습계획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리아 반미민병대는 자기들이 공습대상으로 정해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야간 공습을 받는 바람에 이라크 반미민병대보다 더 많은 인명 손실을 입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미 제국이 반미민병대가 대피할 수 있도록 야간공습계획을 사전에 알려주고 나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미 제국 본토에서 출격시켜 변방의 주둔지를 폭격하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만극이다. 

 

여기서 강한 의문이 생긴다. 미 제국은 왜 그런 기만극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한 것일까? 기만극에 감춰진 백악관의 저의는 무엇일까?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쿠드스군은 4개의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무기 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 지원, 정보제공을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준다. 이란은 이라크를 점령한 미제 침략군을 하루빨리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이라크에 세울 수 있도록 반미민병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라크가 반미동맹국으로 재건되면, 이란-이라크-수리아-예멘 4국 동맹이 자기들의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압박을 가할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란의 전략목표다. 

 

그런데 만일 미 제국 공군이 B-1B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켜 이라크 이슬람 저항을 궤멸시키면, 이란은 자기의 전략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이란이 그런 절망적 상황에 빠지면, 이란혁명수비군은 중동 각지에 건설된 미 제국 군사 기지들을 공격하는 보복을 단행할 것이다. 이것은 이란과 미 제국의 정면충돌을 불러와 중동전쟁이 폭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제국은 이란의 전략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미 제국은 이란이 전략목표를 실현하지 못하게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란을 너무 극도로 자극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미 제국의 중동전략은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하고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다. 미제국이 이번에 연출한 공습기만극은 미제국이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2월 3일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 제국의 야간 공습으로 중동 정세의 주도권이 이란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월스트릿저널은 미 제국과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반미민병대들의 공격을 미 제국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 제국이 하마스와 정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이스라엘을 강하게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와 미 제국의 전략적 패배를 예고해주는 징후들로 보인다.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반제국주의 진영과 제국주의 진영이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2024년에 들어오면서 진영의 충돌은 이러다가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격화되었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연안에 이르는 동유럽에서 로씨야와 벨로루씨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제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나토 산하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페르샤만에서 아덴만을 거쳐 홍해에 이르는 중동에서 이란, 안사르 알라 무장군, 반미민병대들이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 제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과 로씨야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 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가 연합한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첨예한 군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는 조선이 미 제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국주의 진영의 우두머리인 미 제국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중심축을 형성한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을 이른바 ‘악의 축’이니 뭐니 하면서 중상비방하고, 공격과 대결을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미 제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대응 속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고, 이전처럼 강력한 무력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 미제국은 공갈이나 협박만 늘어놓거나, 제국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미적지근한 무력 행사를 하고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 제국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의 무력충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라크 반미민병대와의 무력 충돌도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낮추었다. 이런 정세변화는 미 제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뒤흔드는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무력을 투입, 대처하는 즉응능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허약한 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얼마 전까지 미 제국이 보여준 모습과는 생판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제국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미 제국의 태도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미 제국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첫 전면전으로 폭발했던 6.25전쟁에서 강력한 무력을 행사했었고, 1961년부터 1973년까지 지속된 윁남전쟁 무력 개입에도 그러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광란적인 무력 행사를 감행한 미 제국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도 그러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된 이라크전쟁에서도 그러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미 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저강도 무력 침공을 도발했다. 이를테면, 1961년 꾸바 침공, 1965년 도미니까공화국 침공, 1982년 레바논 침공,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9년 빠나마 침공, 1993년 쏘말리아 침공, 1994년 아이띠 침공과 보스니아 침공, 1999년 꼬쏘보 침공, 2011년 리비아 침공, 2017년 수리아 내전 무력 개입 등 저강도 무력침공을 도발하였을 때도 즉시에 무력을 행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 제국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미 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적함대’는 3류 군대와 맞붙은 타격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 미 제국은 반미민병대를 폭격하는 척하는 공습 기만극에 ‘최강의 전략폭격기’를 출연시키면서 이란의 눈치나 슬슬 살피고 있다. 미 제국의 그런 모습은 그들이 반제국주의 진영과의 전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이 연대의 손을 잡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힘은 허약해진 미 제국을 누르기 시작했다. 21세기는 반제 반미 자주화의 시대로 전변되고 있다. 최근 한(조선)반도에서 격화되는 전쟁 위기를 반제 반미의 관점에서 인식할 때, 전쟁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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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동훈 향해 “정치 신인이 나쁜 것부터 배웠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05 09:28
  • 수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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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 발언 비판 나와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불출마 배경 분석 엇갈려

KBS와 대담한 윤석열 대통령, 어떤 말 내놓을까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2.05 07:40

  • 수정 2024.02.0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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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말 내놓은 발언에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김포시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이끌겠다는 것인데 지난해말 국민의힘이 제기했다 비판을 받고 한발 물러선 이슈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어 이번 발언은 파장이 더욱 커졌다.

가장 비판적인 종합일간지는 동아일보다. 5일 동아일보 1면 <한동훈 “김포, 목련 피면 서울 될것”… 野 “못지킬 공약 또 꺼내”> 기사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던 서울 편입론을 총선용으로 급조해서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며 “편입을 위한 단계인 주민투표가 불발된 상황에서 ‘공약(空約)’을 내놓는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노래 가사에나 나올 법한 사기 공약으로 시민들을 현혹하려는 것인가”라고 한 반발 발언을 인용했다.

 

한동훈 위원장 발언, 사실상 불가능

동아는 “한 위원장이 최근 강조하는 공약들은 도시 한 곳에만 해당되는 국지적 이슈가 아닌, 수도권 전반이 영향을 받는 사안들로 수도권 승리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공약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임 지도부가 내놓았던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발표 2개월여 만에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던 상황이 채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한 위원장 공약이 공수표가 될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내용이다.

▲ 동아일보 5일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韓 “목련 피는 봄 오면 김포는 서울 될 것”… 이건 또 무슨 말인가>에서도 한 위원장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는 “한 위원장 발언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이 꺼냈다가 사실상 흐지부지됐던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다시 4·10총선 이슈로 되살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당 지도부가 바뀌고 김포시의 총선 전 주민투표마저 무산되면서 공수표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불을 지피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한 위원장 말대로라면 3, 4월에 목련이 피니 그때까지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 약속으로 들린다. 하지만 국회 입법까지 거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특히 동아는 “지난해 여당이 발의한 특별법은 상임위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한 위원장도 모를 리 없다”며 “국민의힘 측은 ‘봄이 오면 좋은 진전이 있을 거라는 얘기’라고 말한다. 감성적 언어로 한껏 기대심리를 올려놓는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신인이 나쁜 것부터 배웠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3면 기사에서 “한 위원장이 당·지방자치단체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목련이 개화하기까지는 2개월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김포의 서울 편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김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김포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투표도 총선 전 실시가 무산됐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도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3면

경향은 “(김포 서울 편입은) 법도 통과되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3~4월에 편입이 되겠나”라며 “(한 위원장이) 그 시기에 김포가 편입된다고 한 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율이 되지 않고 논란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에 가깝다.

반면 조선일보는 4면 <한동훈 “목련 피는 봄 오면 김포는 서울 될 것”>에서 논평 없이 담담히 한 위원장 발언을 전하는데 그쳤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불출마가 남긴 것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날 아침종합신문이 주목한 이슈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를 ‘사천’이라고 하면서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경율 위원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김건희 여사를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에 여권은 일제히 침묵하기 시작했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 갈등이 봉합되는 그림이 나왔다. 그리고 김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김 위원은 4일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침신문은 김 위원 불출마 선언에 따라 ‘사천’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배경을 놓고 분석은 갈렸다.

동아일보는 친윤계로 분류된 이철규 의원이 “본인의 서울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 봐 이런 대승적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들었다”고 말한 대목을 비중있게 다뤘다. 여권 관계자가 “자신의 발언으로 한 위원장이 좌우 양쪽에서 협공받는 구도에서 김 위원이 불출마로 한 위원장 운신의 폭을 넓혀준 측면도 있다”고 한 발언도 인용했다.

▲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도 5면 <출마 포기로 짐 덜어준 ‘한핵관’…김경율 “비대위원 역할에 충실”>에서 “사천 논란에 시달린 김 위원이 출마하면 한 위원장 입장에선 현역 의원 물갈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여당 인사의 말을 인용하고 “한 위원장의 고육지책으로 풀이했다”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차선책으로써 무게를 둔 내용이다.

반면 한겨레는 1면 <‘김건희 도화선’ 불붙인 김경율 돌연 불출마…마포 띄운 한동훈 침묵>에서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추어올려 ‘사천 논란’이 일었던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의 압박에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이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신-구 권력다툼의 연장선상으로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내용이다.

한겨레는 “당내에선 ‘사천’ 논란을 고리로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이 용산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향후 ‘윤심 공천’의 서막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된 후 여당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 요구를 중단하고, 대표적인 한동훈표 공천이었던 김 비대위원 출마까지 접으면서 윤 대통령 직할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1면.

경향은 “당은 ‘윤·한 갈등’ 봉합 후 거듭 대통령실의 요구에 밀려나는 모양새가 됐다. ‘당은 당, 정은 정’이라던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만나 90도로 숙인 후 김 비대위원은 더 이상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에서도 김 여사 사과론이 사라졌다. 이어 김 비대위원이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한 위원장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민주당 저격 공천이 대통령실의 압박에 의해 무산된 셈이 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사설 <김건희 공격한 김경률의 불출마, ‘윤심 공천’ 예고편인가>에서도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은 갑작스러운 불출마 결정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특히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구상하는 ‘운동권 정치 심판’ 공천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위원 불출마가 대통령실의 거취 압박 때문이라면 ‘한동훈식 공천’ 기조는 후퇴하고, ‘윤심 공천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은 “지금도 여당 내에는 ‘윤심의, 윤심에 의한, 윤심을 위한’ 총선 공천이 될 거라는 말이 팽배하다”며 “여당이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공천도 윤심 잣대로 좌우되면 ‘용산 출장소’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호된 심판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대담, 윤석열 대통령 무슨 말 내놓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촬영했다. 신년 기자회견은 사실상 무산됐다. 아침신문도 주요 이슈로 다뤘다. 7일 방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지만 연기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 국정 구상을 밝히는 동시에 총선 앞 최대 악재로 거론되는 김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이 대응을 늦추는 사이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서도 김 여사 논란을 보도하는 등 총선 앞 ‘김건희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라고 전했다. 어떤 형태든 대국민 소통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동아는 특히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가방 전달 전후 사정이 정확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최재영 목사 측이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건넨 뒤 ‘가방을 메고 공개 석상에 나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여권 인사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친북 성향 종교인이 김 여사를 여러 차례 함정에 빠뜨리려는 공작 성격도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런 사정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2년째 신년 회견 회피 윤 대통령, 이래서 소통 되겠나> 통해 “KBS 대담도 생중계가 아니라 4일 촬영해 내보내는 녹화 방송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회견을 조선일보 인터뷰로 대체했다”며 “여러 언론사들과 공동회견을 하게 되면 난처한 돌발 질문이 나올 수 있으니 윤 대통령이 ‘편한 언론사’만 고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은 “특히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이유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 봐 그랬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며 “배우자나 자녀의 껄끄러운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어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자세가 이렇듯 보통사람들처럼 소극적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이미 ‘김건희 특검법’ 문제가 정치이슈화되고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이상 윤 대통령은 방송 마이크 앞에 서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길이 정수였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9%(부정평가 63%)로 대폭 떨어진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9%) 문제가 가장 크지만 ‘소통 미흡’(11%),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 등이 눈에 띈다”며 “대통령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때 국정 성공의 길이 열린다.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게 국가지도자”라고 꼬집었다.

▲ 국민일보 4면.

국민일보는 4면 <尹, KBS대담 녹화 7일 방영 유력… ‘명품가방’ 수수 의혹 입장 밝힌 듯>에서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서 국민의 이해를 구한 만큼 논란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세하다. 그러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질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방송 시점은 오는 7일 저녁 시간대가 유력하지만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또한 “김 여사는 이번 설 영상 메시지(8일 공개)에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앞서 명절마다 함께 한복을 입고 영상을 통해 대국민 인사를 했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5면 <尹, 신년 대담 사전녹화… 명품백 입장 밝혀>에서 윤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어떤 언급을 했는지 대통령실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씨가 김 여사가 15세 때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집요하게 만남을 시도해 왔었다”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께서 사안의 성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서도 김 여사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대통령 사과해야

손준성 검사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동아일보 칼럼이 눈에 띤다.

유성열 동아일보 기자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검찰은 엄중히 보고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은 형사사법체계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유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했다. 유 기자는 “고발을 받아야 하는 검찰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라서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해자가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피고발인은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여권 정치인이었기에 특히 더 그렇다”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 동아일보 유성열 기자 칼럼.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설 <‘고발사주는 정치공작’이라던 윤 대통령 사과해야>에서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고발장을 만들어 특정 정당에 전달한 국기문란급 범죄가 법원 판결로 확인됐는데도,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윤석열 대통령이 모른 체하는 것은 검찰총장 출신이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장으로서 지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재판을 받고 있던 손 검사장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인사 책임자이기도 하다. 무리한 인사라는 비판에도 승진을 강행함으로써 손 검사장을 비호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보도자료 하나로 10초만에 기사 작성…기자 업무에 큰 영향 전망

보도자료 하나로 10초 만에 6가지 문체의 기사를 작성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출시된다. 기자·블로거와 각종 콘텐츠 창작자들의 업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겨레 17면.

미디어스피어는 문체 변경 인공지능 ‘오웰’(orwell.bluedot.so/)베타(정식 출시 전 시험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기자 등 콘텐츠 창작자들이 기사 작성 시 겪는 번거로운 작업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설계된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오웰은 문체 변경, 번역, 제목 작성, 맞춤법 교정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원자료 내용을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하는데, 단순히 어조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글의 형식과 구조까지 변경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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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참고로 기자가 이번 미디어스피어 보도자료를 갖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56분 걸렸다. 보도자료 내용을 이해하고, 검색을 통해 관련 내용과 뉴스 가치를 확인하고, 중요한 내용을 앞세워 기사체로 정리하고, 맞춤법 등을 점검하며 퇴고하고, 이미지를 내려받아 기사에 붙이고, 제목을 뽑는 등의 작업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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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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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김건희 성역화’ 끊어내고 갈까? 금주 메시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2024.01.2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총선 핵심 이슈인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이번 주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4일 KBS와 신년 대담 녹화를 진행했고, 이 촬영분은 편집을 거쳐 오는 7일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같은 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중후반 ‘김건희 명품가방’을 매개로 한 차례 충돌한 뒤 충남 서천 화재 피해 현장에서 만나 화해 그림을 연출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봉합 수순을 밟아왔으나, 갈등의 도화선이 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등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대외적으로 발신할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이번 주에 현안 전반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 자리가 예견돼 있는 만큼, 그때 나오게 될 ‘김건희 리스크’ 관련 메시지는 이후 총선 정국에서도 여권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대부분의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해당 사안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들어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총선 돌파라는 과제를 떠안은 채 출범했다. 한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됐고, 김 여사가 통일운동가 목사로부터 디오르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 비위와 관련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탁한 김경율 비대위원과 이수정 교수가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뒤이어 한 위원장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두 사람의 견해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한 위원장이 마포을 지역구 도전장을 던진 김경율 비대위원을 지지한다는 공개 발언을 하는 실수를 해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발 압력이 가해졌다. 한 위원장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직접 공개하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표면화됐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갈등이 봉합된다는 식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김건희 명품가방’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만남 이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과 관련한 질문에 다소 절제된 답변을 해왔고,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수그러들었다. 다만 그 이후에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했다”고 한 것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봉합인 듯 아닌 듯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다가 지난달 29일 용산에서 윤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하거나 답변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같은 달 30일 “덫에 빠진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취했고,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다가 급기야 4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모두가 ‘김건희’ 앞에서 무릎 꿇은 모양새다. 대중들은 여권 내부에서 ‘김건희 성역화’가 매우 공고해져있다는 현실을 거듭 확인했다.

이번 주 중에 방송될 것으로 전해진 윤 대통령의 KBS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메시지는 결국 사전 조율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형태로 나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공방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관훈토론회 메시지 내용 및 수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충돌 이후의 흐름과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는 김 여사 관련 메시지들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이 밝힐 메시지 수위는 김 여사의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 메시지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른바 ‘몰카 공작’과 ‘김건희 피해자론’을 부각하면서 명품가방을 수수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희석시키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으로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를 할 경우 ‘뇌물’ 프레임에 갇혀 사후 처분 의혹, 책임 소재, 수사 필요성 등에 관한 야권의 공세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여론 추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4일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재갈 물린 방송’을 앞세워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김 여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윤 대통령이 만약 정부 여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전날 대구 칠성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에 대한 소명이고 해명이 있다고 한다면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졌으면 한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한 어조로 하신다고 하더라도 대리사과 또는 대리유감 표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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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개 현수막 들고 ‘정부 심판’ 행진한 유가족 “국민 선택 받는 날 후회할 것”

야당에도 “거부권 남발하지 못하게 200석 이상 압도적 승리로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결의 보여달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3일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159개 현수막을 들고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촉구하는 행진에 나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개 보라색 현수막이 줄지어 나부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사 희생자를 상징하는 159개의 현수막을 들고 도심 행진에 나선 것이다. 유가족들은 이 행진을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이라고 명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 앞 분향소 앞에서부터 종로, 을지로를 거쳐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거부권 통치 막아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헌법 유린! 국회 부정! 윤석열 정권이 위헌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가족의 행진에 박수로 응원을 보내는 시민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고 신애진 님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사회적 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으로 삼고자 제정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리가 뽑은 대표자들의 손으로 논리도 없는 이유로 내팽개쳐진 오늘, 살아있음이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여 동안 진상을 규명하겠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 재난에 대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반복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참사 초기부터 자식을 팔아 돈을 벌려 한다, 시체팔이를 한다는 패륜적인 댓글이 난무했다. 그 말들은 독이 되어, 칼날이 되어 저희들의 가슴을 난도질했다”며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하고 지원책을 내놓자 다시 댓글이 난무한다. 저들은 우리 유가족들의 바람인 진상규명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발가벗은 저희들을 댓글부대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저의 바람은 단 하나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고,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랐던 제 아이의 죽음이 의미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월호와 오송 지하차도와, 채 상병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 인권이 존중받는 대한민국, 진실이 묻히지 않는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3일 159개 현수막을 들고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에 나서기 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행진의 종착지는 정부가 지난달 30일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논의했던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이었다. 당시 유가족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특별법 공포를 간절하게 촉구했지만, 정부는 끝내 유가족들의 염원을 외면했다. 유가족들은 159개 현수막을 정부서울청사 건물 주위에 묶으며 항의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결국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경찰 펜스에 현수막을 달고 행진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신고한 행진 경로를 이탈했다며 경고 방송을 반복했다. 

고 이주영 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끝내 거부했다. 어떻게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믿기 어려웠다”며 “야당에 묻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도한 정권을 보고만 있을 겁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무능한 국회를 지켜봐야 합니까.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정부에 맞서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입니까”라고 물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현실에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해달라. 두 번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국민의 아픔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입법부를 무시하며 거부권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200석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이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무책임한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방치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며, 잘못된 정치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그대로 고스란히 돌려주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며 “두고 보십시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맺힌 한이 얼마나 크게 당신들의 가슴과 눈에 박히게 될지. 몸서리치도록 사무치는 이 한을 당신들은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 선택을 받는 날, 다가오는 그날에 우리에게 피눈물을 맺히게 했던 잔인한 집권여당은 자신들의 판단이 얼마나 우매한 짓이었는지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거침없이 갈 것”이라며 “어떠한 짓을 해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이미 지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에게도 연대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 사회로 한 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해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 길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2년만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 9개를 거부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이어갔다.

정부는 반복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유가족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유가족과의 소통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단 한 줌의 진정성도 없다”며 독립된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 외에 어떠한 것도 정부와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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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뉴욕타임스 1면에 “두 명의 VIP 있어, 그중 No1.은 김건희”



김건희 명품백 수수, 뉴욕타임스 1면에 “두 명의 VIP 있어, 그중 No1.은 김건희”

 

 

홍민철 기자 plusjr0512@

발행 2024-02-03 10:42:18수정 2024-02-03 11:19:00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위 기사는 2일자 1면 하단에 실렸다. ⓒ출처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뉴욕타임스가 2월 2일자 1면 하단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명품 수수 사건과 이를 다루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비상식적 대응에 대해 “한국인들이 ‘대통령실에는 두 명의 VIP가 있다. 그중 넘버원은 김건희’라는 농담을 하는 이유”라고 말한 안병진 경희대 문명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부인과 디올 백(A First Lady and a Dior Pouch), 한국 사로잡은 정치적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사건은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사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장면이 어떻게 촬영됐는지, 화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 “촬영자(최 목사)는 김씨가 고위공직자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고 그때 ‘폭로’를 결심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어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에게 스파이 캠과 송아지 가죽 디올 백을 제공했고, 최 목사는 2,200달러짜리 디올 백 사진을 김씨에게 보내며 다시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와 그 배우자는 잠재적 이해충돌이 없더라도 75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사건이 보도되고 된 후 정부와 여당의 대응도 자세히 전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김건희씨를 ‘함정취재 피해자’로 몰아간다거나, 여당 일부에서 제기된 김건희씨 사과 요구 과정에서 벌어진 당 대표 교체,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에서 벌어진 사퇴 파문을 설명하며 “불안한 휴전(uneasy truce)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정치 분석가들은 이 스캔들 처리가 김씨가 대통령실 내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며 “한국인들이 ‘대통령실에는 두 명의 VIP가 있다. 그중 넘버원은 김건희’라는 농담을 하는 이유”라고 말한 안병직 경희대 문명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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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약속…"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제1호 지정"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2/04 09:22
  • 수정일
    2024/02/04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함께 사는 길] 생태 중심적 사회체제로의 대전환 '생태법인'이 의미하는 것

 

 

 

 

 

독일의 현대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행위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집'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면서 인간의 이성 영역과 도덕적 수준을 높여 왔다.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의 선구자들의 역할이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영감을 창조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는 총 1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 <기하학 원론>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수학 고전이다. 그의 책 첫 문장에는 '점이란 부분이 없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등장한다. 부분이 없다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존재를 이른다. 그러나 유클리드는 수학적 사고와 활용에 꼭 필요한 '점'을 오직 언어만으로 세상 속에 존재할 수 있게 했다.

 

생태법인의 등장 

 

새로운 '언어'의 탄생은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의미한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사고는 더 확장되고 세상의 존재는 더 넓어진다. 그 새로운 언어가 법률적 용어라면 새로운 사회 질서를 창조하고 인류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은 자연 존재에 법적 권리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창안한 법률 용어다. 예전에 생태학이나 법학에 등장하지 않았던 언어다. 지난 2020년 필자가 국내 한 철학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래세대는 물론 인간 이외의 존재들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대하여 법적 권리를 갖게 하는 제도"의 뜻으로 처음 사용하였다.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윤리적 수준과 사회체제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에 조응하고 미래세대의 생태적 권리를 법(Law)으로 담아내기 위한 목적이다. 이후 후속 논문을 통해 생태법인 제도를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 남미 국가들에서 자연의 권리가 선언적 의미로 헌법에 수록되거나 입법된 사례가 있고 뉴질랜드나 스페인에서는 각각 강과 석호에 법인격을 부여한 사례가 있다. 그 이전 1997년에 유네스코는 야생동물들이 그들의 자연환경에서 생명과 자유를 누리고 번식할 권리 '세계 동물권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Animal Rights)'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생태법인은 선언적 수준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자연계의 특정 동물이든 종이든 혹은 생태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으로 자연의 권리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념의 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생태법인이라는 용어가 학문이 발전한 서구에서 차입한 용어가 아닌, 온전히 우리 스스로 내재적 사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오랜 기간 인간은 생태계에 존재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대지나 숲, 강과 바다, 다양한 생명 존재들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만 취급해 왔다.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자연 자원을 남용하거나 변형하는 일을 가속해 왔다.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도 소홀했다. 하지만 자연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무분별한 남용과 훼손으로 이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지구의 자연은 인간에게 가장 취약하고, 그 자연의 변화에 가장 취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이제 지구의 자연이 인간의 무지와 오만을 꾸짖는 엄중한 경고장을 인류에게 보냈다. 인류세(Anthropocene)의 등장이 그것이다. 

 

생태법인은 자연을 더 이상 착취의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에서 도출된 용어다.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에는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이 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성찰한다면 생태 위기 극복도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선택할 줄 아는 도덕적 존재다. 만일 현세대가 생태 위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이는 곧 미래 세대에게 재앙을 물려주는 무책임한 행위가 된다. 이런 이유로 현세대는 미래세대의 생태적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

 

▲ 제주 남방큰돌고래. ⓒ함께사는길(이성수)

 

제주 남방큰돌고래 

 

인간은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수많은 문화와 제도를 창조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법(Law)이고 법은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체제 작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 제도이다. 법 제도 가운데 법인(legal person)이 있다. 법인 제도는 근대 법치주의 체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있어 인간 이외의 존재에 법인격 부여 필요성에서 생겼다.

 

근대 법치주의는 인간 평등사상에 기반하지만, 법이 공동체의 작동 원리를 초 권력자의 권력이 아니라 오로지 법에 근거하려고 할 때 자연인의 권리만으로는 완벽한 작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자연인 이외의 존재인 회사나 사단법인, 재단법인 같은 형태의 법인격 주체들이다. 

 

이후 법인 제도는 사회 환경 변화나 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인간 이외의 자연 존재가 영원히 법인격 주체가 되지 말라는 절대 원칙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원래 법이란 하나의 명제일 뿐이다. 그리고 법인은 하나의 법 기술적 산물이다. 따라서 새로운 법, 즉 생태법인 또한 오직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차원의 문제이고 공동체의 입법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가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면 우리는 생태 위기에 조응하는 새로운 법적, 사회적, 윤리적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선박 교통량 증가, 어구 설치, 수중 구조물에 의해 서식지 교란, 특히 최근 돌고래 관광선이 급증하면서 생존 위협에 놓여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가까운 장래에 야생에서 멸종 우려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적색목록의 준위협 단계(Near Threatened, NT) 종으로 등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실효적인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12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어쩌면 다시는 제주 바다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영원히 보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제주도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할 것" 

 

어떤 존재가 보호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과 법적 지위를 갖고 그의 이익을 스스로 실현 시킬 수 있는 권리주체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처지에 속한다. 자비로운 노예주 밑에 사는 노예와 자유를 찾은 해방된 노예의 처지가 다른 것과 같다. 만일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 제도를 통해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되면 불법 포획되었을 때 긴급 구제신청을 할 수도 있고 중요한 돌고래 서식지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공동체의 새로운 가치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상풍력 설치 지역과 돌고래 중요 서식지가 충돌한다면 돌고래 서식지를 우선 고려하게 된다. 특정 중요 서식지가 종의 보존을 위해 대체 불가능한 필수지역이라면 해상풍력 설치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생태법인을 여·야 합의 1호 법안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법제화하고, 2025년에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제주특별법은 제주 지역에 한정해 적용하는 법이다. 아직은 자연의 권리가 기존의 법체계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여건임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생태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가 생태법인을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실현하려는 방향 설정은 바람직한 입법 전략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함께했다. 10년 전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갇혔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주는 일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최재천 명예교수는 제주도의 요청으로 지난해 3월부터 철학, 인문학, 법학, 해양 생태 보호단체와 연구소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이끌어 제주특별법 개정 법률 자문 작업을 수행하였다. 강원대 박태현 교수가 만든 세부적인 법률 조항 초안이 4차례의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안이 마련되어 발표에 이른 것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생태법인 법률은 두 개의 안으로 제시되었다. 첫 번째 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권리능력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안은 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얻어 제주 지역에 특정 자연 존재 대상을 핵심종 또는 핵심 생태계로 지정하고 이를 생태법인으로 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안이 다른 나라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라면 두 번째 안은 예전에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온전히 새로운 안이다. 제주도는 두 개의 안이 국회에서 병합 심사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위 두 개 안에는 각각 '생태후견위원회'를 두어 제주 남방큰돌고래 권리 행사를 담당하게 하였다. 생태후견위원회에는 돌고래의 습성이나 생활환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선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문명을 바꿀 수 있는 법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생태법인 입법에 대한 방향과 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자연은 인간과의 공존의 대상이며, (중략) 제주가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습니다. 제주의 생태법인 제도 도입은 단순한 법적 제도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인류 공통 과제를 해결하고, 인간 중심의 문명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는 사회 혁신입니다"라는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제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법 '생태법인'은 이제 인간과 자연의 행복을 위한 제주 미래의 비전이며 새로운 실천의 약속이 되었다. 

 

어떤 법은 문명을 바꿀 수 있다.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고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첫 번째 주역이 되는 현실은 단지 멸종 위기에 처한 긴급한 생명체를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주체로 하고 자연을 객체로 하는 근대 법치국가 체제의 인간 중심적 규범 체계에 금이 가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공동 대응이냐? 아니면 집단 자살이냐?' 선택을 요구받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인류사회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생태 중심적 사회체제로의 대전환을 모색한다면, 생태법인 도입이 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 남방큰돌고래 무리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김솔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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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유가족 "참을 만큼 참았다, 총선 때 온몸으로 심판"

[인터뷰]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윤 정부에 호소 끝, 진상규명 초조한가"

24.02.02 18:16l최종 업데이트 24.02.02 18:16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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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62)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1년 3개월 동안 참고 또 참았다"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시위 참여 요청에 불응하고, 1주기 추모제 때 윤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이 위원장은 "더 이상 윤 정부엔 애원하고 호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단식, 삭발,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목숨을 내놓는 것 빼곤 다 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낙선운동을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와 달리 가족들이 직접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이 정부가 '살인 방조' 집단이라는 것을 알리면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측이 4월 총선에 대한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다.

"지금까지 참고 또 참았다, 총선에서 심판할 것"
 

▲ 이태원 유가족 "참을 만큼 참았다, 총선 때 온몸으로 심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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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0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잔인하다. 큰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는 그동안 정말 자제해왔다. 우리가 언제 작은 몸싸움이라도 낸 적 있나. 유가족들 중에도 '윤 대통령 탄핵하자, 끌어내자'는 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제가 억누르고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촛불행동' 같은 데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이 와도 우린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끝이라고 봤다. 뭔가를 끌어내기 위해선 참아야 한다고 봤다. 우리가 할 것은 애원하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봤다. 그렇게 1년 넘게 호소만 한 이유가 바로 이 특별법이었다. 인간이라면 이 정도로 사정하면 한번은 돌아볼 줄 알았다. 아니었다."

-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부권 행사 소식을 듣고 "우리를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참사 초기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일이 오래 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100명 넘는 국민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었는데 이게 예삿일인가. 당연히 국가가 알아서 설명도 하고 조사도 하고 발표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국정조사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게 어느새 유가족들이 무릎 꿇고 제발 국정조사 좀 열어달라고 울고불고 있었다. 바짓가랑이 붙잡으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맞나 싶었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가족들이 5만 명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오체투지를 해 만든 게 특별법이다. 더 이상 할 것도 없다. 목숨을 내놓는 것 외에는. 이제 우리는 이 정부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 더 이상 이 정부에 애원하고 호소하지 않겠다."

- 이 정부 내 단체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니다. 특별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 다시 입법 과정을 거치려면 그 방법뿐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진짜 제대로 된 싸움을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다. 이 정부가 얼마나 포악하고 야비했는지 몸으로 알리겠다. 몇 명 안 되는 유가족들이 뭘 할 수 있냐고 가볍게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식 잃은 부모가 얼마나 무서운지 못 느껴서 그렇다."

-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총선에서 여당이 지대한 타격을 받을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보 하나하나의 낙선 운동을 한다기보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대했는지, 이 정부가 왜 살인 방조 집단인지, 우리의 목소리로 직접 알린다면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이 되지 않겠나."

"정부 피해자 지원 대책 발표, 유가족 공격하라는 신호"
 
큰사진보기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1월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 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15,900배 철야행동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1월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 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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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한 대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놨는데.

"바로 그 점에서 우리가 격분했다. 우리는 진상 규명만 얘기했지 배·보상 얘기는 한 적이 없다. 마치 우리가 돈을 원하는 것처럼 정부가 프레임을 짠 것이다. 이건 (여권) 지지층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번에 정부가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조사로 국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벌써 '혈세 낭비하지 말라'며 가족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년 전 세월호 때와 똑같은 수법이다. 우리를 악마화시켜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그 틈을 타 빠져나가려고 한다. 더 이상 이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남겨야 한다.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 발표 전 정부 측에서 사전 설명이 없었나.

"전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정부 발표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대책이라면서 피해자는 제쳐두고 언론사 카메라에만 대고 발표했다."

- 그럼 발표 후에라도 정부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나.

"전혀. 정말 뻔뻔하지 않나. 이 정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평생 검사만 했고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윤 대통령은 공감력이 전무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참사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손 한번 잡아준 적 있나. 단 한 번도 없다. 카메라만 보고 얘기했을 뿐이다.

나는 대통령이면 국민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현장에 나타나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정치 아닌가. 실무적인 행정이야 아래 각료들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정치를 안 하고 있다. 불행한 시대다. 대통령이라면 가식으로라도 제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거부권 정부, 무엇이 초조한가... 핵심은 마약수사대 행적"
 
큰사진보기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1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 거부권에 반대하며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1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 거부권에 반대하며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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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때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방해는 극심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2014년) 자체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국가가 10년 전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무리수다. 나는 이 정부가 초조해 보인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얼마나 초조하고 여유가 없으면 유가족들이 1주기 때 대통령을 초청했는데도 오질 않겠나."
 
- 무엇을 초조해한다는 건가.


"진상 규명을. 이번에 대통령이 특별법을 거부한 것은 조사 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놓은 피해자 지원책이 사실상 특조위 부분만 빼고 특별법에 다 들어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우리와 비공개로 만났을 때 '특조위만 빼면 지금이라도 바로 특별법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거기에 우리가 '안 된다, 진상 규명이 본질이다'라고 하면 매번 무산됐다. 그리고 그 뒤에 용산이 있었다. 독립된 조사 기구는 절대 안 되고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초조함이 느껴졌다. 결국 칼끝이 정부로 향할 거라는 걸 아는 것이다. 심지어 참사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각료 단 한 명도 우리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 정부는 거부권을 쓰면서 이미 검·경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겨우 2주 전에 기소된 것 하나만 봐도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지 알 수 있다. 당초 수사팀에서 김 청장에 대한 기소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은 1년 동안이나 뭉개고 있다가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떠밀려 억지로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에 불기소 의견까지 냈는데, 향후 재판이 열린다 해도 김 청장 죄를 제대로 추궁할까? 국정조사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조사 기간 45일 중 절반을 날렸었다.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도 0명이다. 참사 직후 속죄한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은 이제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진상 규명이 됐다는 건지 정말 한번 묻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보나.

"핵심은 경찰 마약수사대 50여 명이 이태원 현장에서 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얼 했느냐다. 골든 타임이었던 그때 실제 경찰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직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경찰 신분을 숨기고 사복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던 50명 넘는 수사대가 현장에 있었다. 그들이 정말 그 심각한 상황을 몰랐을까? 그들 중 정말 아무도 상부에 보고를 안 했을까? 했다면 상부는 무슨 지시를 내렸을까? 혹시 마약 수사 실적을 위해 방치한 건 아닐까? 조치가 늦어 참사를 키운 건 아닐까?

우리가 이 정부를 살인 방조 집단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정부가 억울하다면 따져보자. 그게 상식 아닌가. 왜 애초에 거부하나. 너무나 많은 목격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몰라 두려운 것은 아닌가. 하다못해 50명 넘는 마약수사대 경찰 중 단 한 명이라도 입이 열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건 아닌가."

[관련 기사]
"피해지원" 정부 일방 발표에 이태원 유가족 "한줌의 진정성도 없다" https://omn.kr/279cf
유가족 이정민씨 인터뷰 딸 결혼 허락한 날, 그 표정 여전히 또렷한데 https://omn.kr/228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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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윤석열대통령#거부권#특조위#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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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가 간첩에게 속았다'는 건 더 무시무시한 일 아닌가?

[박세열 칼럼] 위기에 빠진 영부인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2.03. 05:02:06 최종수정 2024.02.03. 05:04:08

 

연일 자살골을 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스캔들을 대하는 국민의힘 이야기다.

 

국회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재영 자칭 목사"가 "북한 이적 영상물들을 송출하여 지난해 1월 중단된 <통일TV>에 부사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리고 통일TV가 국가보안법상 찬양·선전죄(제7조 1항)와 이적표현물 반포죄(제7조 제5항)에 해당하는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 자의 신뢰할 수 없는 일방적 주장과 몰카 사기취재 영상을 공익제보인양 그대로 국민에 전달한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은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북한 방송을 그대로 들여와 소개한 <통일TV>처럼 '북한 방송 개방'은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하며 추진했던 사안이란 점이다. 그해 7월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언론‧출판‧방송 등의 단계적 개방" 방안을 업무보고했고, 그해 10월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단기간 내 남북 상호 개방이 어려운 현실 감안해 우리가 먼저 북한 방송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TV>도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 등에 방영된 영상을 합법적으로 들여와 소개하는 형태로 방송을 제작했다. <통일TV>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면, 북한 방송 개방을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는 뭐가 되는 걸까. 

 

여하간 최재영 목사에 대한 국민의힘의 '간첩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한발 더 나간다. 그는 최재영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은 바 있고 북한을 옹호하는 책, 발언, 글을 끊임없이 써온 사람"이라며 "전형적인 종북 인사"라고 했다. 태 의원은 또 "최재영은 4년 전 21대 총선 기간 저를 낙선시키라는 김정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저를 낙선시키는 운동을 벌였던 정연진 'Action One Korea' 대표와 함께 친북·종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각종 군사적 도발로 전쟁 위기론을 만들어 보려는 김정은의 대남 총선 전략이 이제는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공작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과 태영호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영부인이 '간첩'의 공작에 당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떻게 국가보안법을 어긴 자가, 간첩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자가 대한민국의 영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단 말인가. 간첩은 어떻게 대통령실 경호를 뚫고 영상 촬영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차고 들어가 영부인이 '간첩에게 금품 받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었을까.

 

이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장인수 기자는 김건희 영부인이 머물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어느 나라 첩보기관이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도청기를 설치하고 도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첩 의혹'을 받는 사람이 착용한 몰카 손목시계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반입됐는데, 이런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기엔 너무 엄중하다. 김건희 영부인이 '간첩에게 당했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안보 태세를 깎아내리는 형국이다. 영부인과 대통령경호처, 국정원을 모두 '바보'로 만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김영란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혐의'보다 북한의 공작에 당한 '바보'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 판단했을까?

 

 

 

최재영 목사가 북한 정권과 깊숙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김건희 영부인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989년 민주당 부대변인이던 김부겸은 지역주민이라 속이고 접근한 북한 공작원 이선실이 "생활이 어려울 것이니 돈이 생길 때까지 빌려주겠다"며 준 500만 원을 받았다. 이듬해 이선실이 "나는 평생을 김일성주석과 통일사업을 함께 해온 사람"이라며 신분을 밝히자 돈 400만 원을 돌려줬으나 100만 원을 못 돌려줘 국가보안법 위반(불고지, 금품수수, 회합, 통신)으로 구속됐다. 이 사례에 따르면 김건희 영부인은 '불고지, 금품수수, 회합, 통신'의 종합 선물세트다. 설사 김건희 영부인이 최재영 목사의 정체를 모르고 받았더라도 지금은 그 정체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전히 수수한 '금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박성중 의원과 태영호 의원은 대체 뭘 주장하고 싶어서 김건희 영부인을 이런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일까.

'최재영 목사 간첩설'과 함께, 김건희 영부인이 '피해자'라는 주장도 여권의 '김건희 스캔들' 출구전략의 하나인 모양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도 수원정 지역구에 출마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덫을 놓은 책임이 덫에 빠진 짐승한테 있는지 아니면 덫을 놓은 사냥꾼에게 있는지 하는 것은 한번 국민 여러분도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윤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는 사기 몰카 취재에 당한 피해자다. 왜 피해자보고 사과하라고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올수록 매우 불편한 내용이란 점을 무릅쓰고라도 <서울의소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재영 목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울의소리>와 본인이 미리 준비한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건네고 김건희 영부인은 "이걸 자꾸 왜 사오느냐"고 하면서도 선물을 거절하지 않는다. 최재영 목사에 따르면 김건희 영부인에게 10여차례 면담 요청을 했지만, 딱 두 번, 명품 선물을 준비해 미리 고가 상품의 사진을 보내 확인받았을 때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상은 더 있다고 한다. <서울의소리>는 "국가의 국격'과 관련된 문제"라며 차마 공개하지 못한 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재영 목사는 만남 당시를 회상하며 "(영부인의) '애티튜드' 및 '의전 프로토콜'은 고사하고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된 것 같았다"고 주장했고 "대북 문제, 남북 문제를 진영에 관계 없이 조언을 하고자 김건희 여사를 만난 것인데 그 자리에서 인사청탁을 받으며 마치 자신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인 것처럼 발언하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만약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영부인의 '애티튜드'가 담긴 영상이 추가로 공개된다면 '김건희 피해자론'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물론 이런 방식의 취재 보도 행태를 옹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피해자다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위 '친윤' 그룹의 '김건희 스캔들' 대응 방법들에 '정무적 감각'이 완전히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재영 목사가 진짜 간첩으로 밝혀진다면, 그 간첩을 만나 '금품을 수수'한 영부인에 대해서는 뭘 어떻게 설명하겠다는 건가? 정공법을 피하고 본질을 뒤집으려 시도할수록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추가 의문이 줄줄이 달려 나오는 해명을 '대응'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김건희 스캔들' 프레임에 걸어들어가는 여권 인사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갈무리.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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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격론 끝 이재명에 선거제 입장 결정 권한 위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일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 결정을 이재명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도부는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택지를 두고 격론이 벌였지만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도시락 오찬을 겸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에서는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허심탄회하게 소통이 있었고, 선거제도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이 대표에게 구체적인 선택지를 주지 않는 채 포괄적 형태로 위임했고, 답변 시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입장을 정하면 의원총회 추인 절차는 필요 없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까지도 다 열려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제도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을 하나로 좁히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한 최고위 회의는 비공개를 포함해 4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선거제와 관련한 당의 향로를 당원들에게 맡기는 ‘전 당원 투표’가 요구됐지만, 반대 의견 역시 팽팽했다. 전 당원 투표를 실행하게 되면 일정 착수에 소요 시간이 있는 만큼, 주말 내 지도부 입장 결정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을 통해 반기를 들었다. 고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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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



 

[신년인터뷰]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2024년 연초 한반도를 강타한 북측의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북측의 근본적인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의견이 둘로 갈라지고 남측 정부는 정확한 입장을 못내고 있으며, 통일운동 진영도 당황해 하고 있다. ‘쿠오바디스 한반도’인 것이다.

북측의 의도와 향후 통일운동의 방향을 듣고자 대표적인 재미 정세분석가 한호석 소장을 찾았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산다”는 그의 소신처럼 칠순을 한 해 앞둔 그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고하듯 그가 25년 넘게 이끈 ‘통일학연구소’도 ‘정세연구소’로 개칭했다.

한 소장은 이번 북측의 시정연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꼽았다. 북측이 남쪽 국경선을 그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즉 이 같은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 뿌리가 시정연설에 나타난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정세관에 기인한다고 한 소장은 짚었다.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데, 이럴 경우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진다는 것.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와 관련 그 조짐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특히, 한 소장은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의 원인으로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에는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대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가 맞선 형국이 된 것이다.

아울러, 한 소장은 북측이 조국통일3대원칙 폐지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등 그동안 남북이 맺은 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로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출구 없이 ‘강대강’으로 치솟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대처 방안으로 한 소장은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을 촉구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1월 20일(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으며, 미비한 점의 보강을 위해 이후 이메일을 통해 한차례 서면 문답을 가졌다. 본 인터뷰 녹취록은 보다 정확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문맥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 편집자 주

미국 뉴욕에서 만난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건강했다.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창창했다. 한 소장은 최근 북측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나타난 대남 노선 전환과 관련한 모든 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북측의 대남 노선 변화 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 때문”

□ 이계환 기자 :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에서 뵙습니다.

■ 한호석 소장 : 서울에서 만난 지 1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통일운동 인사들과 통일뉴스 독자들을 위해 근황을 전해주시죠.

■ 며칠 전 생일을 맞아 제 나이 어느덧 예순아홉이 되었지만, 언제나 청춘의 기백을 안고 삽니다. 1981년 7월 유학생으로 뉴욕에 도착한 저는 5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스물아홉 나던 1984년 6월에 거의 끝나가던 박사과정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청년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다른 길에 한눈 팔지 않고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미국에서 제가 모시고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임창영 박사님, 홍동근 목사, 선우학원 박사, 문동환 목사를 비롯한 대선배님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우리 후배들에게 유업을 넘겨주시고 먼저 떠나셨으니, 저로서는 노년기에 기력이 쇠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국내에 한호석 소장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북측에서 지난해 말 전원회의와 올해 1월 중순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대남 정책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하고 또 해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장님을 직접 만나 북측의 변화된 대남 정책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이번에 북측 8기 9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많겠지만 크게 보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로 보겠다’, 그다음에 ‘남측을 주적으로 규정하겠다’, 그리고 ‘대남 사업과 관련 대남 기구를 정리하겠다’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남 노선의 근본적 변화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북측이 그간 80년 남북관계사를 지워버리는 듯, 이렇게 대남 정책을 확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요?

■ 2024년 1월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한 정세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남관계가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하였습니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만이 아니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정세관입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적대관계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에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 1민족 1국가의 원칙 위에 성립된 연방제 통일정책의 존립근거가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정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된 정세인식에 기초해 적대적 두 국가론이 성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연설 원문을 인용하면, 북측은 오랜 기간 남측 역대 정권들을 “동족이고, 동포라는 관점에서 대범한 포옹력과 꾸준한 인내력,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며... 조국통일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논하기도 하였”으나 남측 역대 정권들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대결광증이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졌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권들 중에서 남북관계를 가장 많이 개선하였다고 하는 문재인 정권마저도 북측 정권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하려는 대북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되레 더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부대를 2017년 12월 1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해놓고 2018년 1월 10일 첫 신년사에서 “한반도에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참수작전을 은밀히 준비하면서, 그 무슨 ‘평화의 촛불’을 켜겠다고 했고, 남북정상회담장에 나가 김정은 총비서와 악수를 했으니, 그처럼 뻔뻔스러운 행동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추종하기 때문에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귀결된 근본원인이 한국 역대 정권들의 대미 추종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70년 동안 6.25전쟁의 교전이 잠정적으로 중지된 정전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해왔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그런 기존 인식을 폐기하고 오늘의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윤석열 정권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참수작전 준비를 문재인 정권보다 더욱 본격화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해서 북측도 윤석열 대통령과 남측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대한민국 점령작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죠.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준비는 전쟁의 임박성과 불가피성을 유발한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 북측이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민족해방민주주의’ 노선의 폐기였는데, 당시 이를 두고 남측에서 북측의 ‘남조선 혁명론 폐기’, ‘적화통일 폐기’ 나아가 ‘두 개 조선 인정’, ‘조국통일 포기, 평화공존 모색’이라는 평가가 난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북측의 대남노선 변화가 당시 당규약 개정과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요?

■ 2021년 1월 초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문장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용어는 삭제되었지만, 남측 사회의 자주적 발전은 민족해방혁명과 일맥상통하고, 남측 사회의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민주주의혁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표현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전경.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되었으며,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또한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한다는 문장이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조국통일의 3대 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이라는 명시적 표현 대신에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표현만 바뀌었지 내용은 바뀌지 않았죠. 그러므로 2021년 1월 당규약 개정에서는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는 김정은 총비서의 제8차 당대회 개회사 인사말에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측 동포들에게 보내는 인사를 생략하고, 북측 인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만 인사를 보낸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조짐은 김여정 부부장의 2023년 7월 10일자 담화에서의 《대한민국》 표기”

□ 그렇다면 북측에서 이러한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계기나 또는 그럴 만한 조짐이 있었는가요?

■ 정책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북측의 대남 정책은 언제 변화되었는가? 변화의 시점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변화의 조짐은 나타났어요. 2023년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는데, 거기서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어요.

□ 맞아요. 기억이 납니다.

■ 그땐 몰랐어요. ‘대한민국’ 국호를 왜 갑자기 썼는지 알 수 없었지요.

□ 당시 대한민국 국호에 부호를 붙였어요.

■ 이중꺽쇠괄호(《》)이지요.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어요. 대한민국 국호에 이중꺽쇠괄호를 한 것은, 북에서는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중꺽쇠괄호를 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대남 담화에서는 인용부호를 붙여서 국호를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었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이중꺽쇠괄호마저 없어졌어요.

□ 그러니까 지난 연말 전원회의 이전에 없어졌다는 말이지요.

■ 그렇지요. 2023년 12월 17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 없이 대한민국 국호를 썼는데, 당시에는 저는 이런 변화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이렇게 보면,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0일 대남 담화에서 처음으로 이중꺽쇠괄호를 붙인 대한민국 국호를 쓰기 전에 이미 북측 내부에서 대남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 그렇게 봐야겠군요.

■ 저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호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대남정책 변화 징후가 그의 대남 담화에서 처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남정책은 북측 최고영도자가 직접 지도합니다. 그러므로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중요한 계기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여정 부부장이 총비서의 전권을 받아서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는 것이군요.

■ 2023년 9월 26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했는데, 그 연설에서 대남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가 또 나타났지요.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대미 관계와 대외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했는데 대남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맞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북측은 총화보고 등을 하면 먼저 국내 문제를 보고하고 이어 대남 문제 그리고 대미 문제 순으로 언급하지요.

■ 그렇죠. 이제까지 그런 순서로 언급하였는데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대남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당시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대남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였지요. 2023년 12월 27일, 그러니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둘째 날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고, 적대국가인 대한민국을 평정하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 점령, 편입하겠다고 했지요.

■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편입’이라는 말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편입’이란 말을 처음 썼고 ‘수복’이라는 말도 처음 썼어요.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이라는 4개 단어를 모두 썼습니다. 작년에는 ‘평정’이라는 단어만 썼습니다.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북측이 추진해온 평화통일이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화통일 정책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언급했어요. 그런데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그 문제를 더 명시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 그러한 평화통일 포기를 두고서 남측에서는 그러면 북측이 무력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 우리가 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남측에서는 북측이 그 동안 평화통일을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북측에서 평화통일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남측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그간 통일운동을 해온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

■ 북측에서는 오래전부터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어요. 평화통일과 무력통일 2개의 전략 목표를 추구해왔는데, 그 동안 무력통일 정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에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북측은 평화통일 정책과 무력통일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왔고, 실제로는 무력통일 정책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자료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한호석 소장과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의 카페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중대 발언은 최근에 이르러 평화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무력통일 정책으로 전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전에도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군사 부문을 시찰하면서 또 남북관계가 긴장 상태에 빠졌을 때 인민군 장병들에게 ‘조국통일대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요. 통일대전이라는 말과 무력통일이라는 말은 동의어입니다. 같은 뜻이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무력통일이라는 용어를 썼고, 김정은 총비서는 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썼어요.

그런데 지금 사정은 전혀 달라요. 통일대전을 하려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점령, 편입하려는 거예요. 조국통일대전과 대한민국 점령, 편입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조국통일대전은 북측 영토인 남반부를 무력으로 ‘해방’하고, 전민족회의를 소집하고, 거기서 남, 북, 해외 대표자들이 통일의 절차, 방법, 일정을 합의해서 연방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이에요. 이게 통일대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인민군이 남측을 무력으로 ‘해방’했을 때, 통일을 지향하는 남측의 진보정치세력이 적극 호응을 해줘야 해요. 그래야 전민족회의가 성립되지요.

□ 그렇죠. 남쪽에도 주체가 있어야 하니까요.

■ 그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전에 북측에서 말한 조국통일대전은 연방제 통일을 폐기한 것이 아니었어요. 만일 그들이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하면, 남측의 종미우익세력이 제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측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들, 진보세력들이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해서 북측 지역정부와 손잡고 연방국가를 건설한다는 게 북측의 시나리오였으므로, 연방제 통일과 통일대전은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나리오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근본적이고 급격한 정책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남측이나 해외측 활동가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 지금 남측의 통일운동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요.

■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 편입한다는 말은 남측의 진보세력이 ‘해방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정부를 수립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어요. 그것은 북측이 ‘점령지역’에서 군정을 실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원래 ‘해방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지역정부가 수립되지만, 점령지역에서는 군정이 실시되는 법이지요. 군정이라고 해도, 남측의 진보세력이 참여하는 민정부서가 군정 내부에 설치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북측에서 왜 이런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일어났느냐 하면,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 남측에 없기 때문이죠. ‘없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데,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남측에 있기는 있는데 힘이 미약해서 그들이 집권할 수 없고, 설령 어떤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집권하더라도 미국과 종미우익세력에 의해 전복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남측의 진보당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만한 대중적 지지기반과 정치역량을 갖지 못했어요. 대중들 속에서 진보당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요. 진보당의 집권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것은 연방제 통일이 실현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 현실적으로 남측의 정치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봐야죠. 일부에서는 10년, 20년 가도 장담을 못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북측이 그런 식으로 남쪽에 대한 상황을 일단 다 파악했다는 것이네요.

■ 북측 시각에서 보면, 연방제 통일의 상대가 남측에 없는데 어떻게 연방제 통일을 실현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데, 왜 두 적대국가라고 규정했는지 이것도 이해가 잘 안 되잖아요. 지난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두 적대국가로 규정하지 말고 그냥 ‘남반부’ 혹은 ‘남조선’이라고 해도, 북측이 남측을 점령할 수 있을 텐데, 왜 남측을 굳이 적대국가로 규정해놓고 점령하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시정연설에서 핵심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쪽 국경선을 긋는 문제를 검토하고,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헌법적으로 확정하겠다는 것이에요. 국경선을 확정하기 위한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는 머지않아 열릴 겁니다. 헌법을 개정해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려는 것이죠.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다른 나라 헌법의 영토 조항이 어떻게 돼 있는지 검토했다고 했어요. 북측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 남측의 학자나 전문가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에 대한 규정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남 노선의 전환 의지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서해 해상 국경선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북측의 서해 국경선은 남측의 ‘북방한계선’과 겹치기 때문이죠. ‘북방한계선’은 미국이 6.25전쟁 직후에 북측의 대남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남측의 대북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상당 기간 외부에 발표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므로 국제법적 근거를 전혀 갖지 못합니다. 북측으로서는 그런 ‘북방한계선’을 지킬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요.

그러므로 북측 시각에서 보면, ‘북방한계선’을 무력으로 고수하려는 남측의 행동은 북측의 서해 국경선을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북방한계선’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이나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월선행동과 국경선을 넘어가는 영토침범행동은 완전히, 법적으로 다른 거예요.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면, 침범을 당한 나라는 자위권 차원에서 무조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영토침범에 대응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상 합법적인 행동입니다.

□ 북측에서 시정연설이 나오자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한반도의 현 상황이 1950년 6.25전쟁 이래 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지금 그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둘로 갈라졌어요. 한쪽은 남북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전쟁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남북관계에서 국지적 무력충돌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전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연평도 포격전처럼 몇 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무력충돌을 벌인 것이어서 금방 끝났지만, 앞으로 일어날 무력충돌은 영토 침범 문제를 두고 벌어질 것이므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 향후 한반도 상황을 예고하듯이 연초에 서해에서 남북 사이에 포사격이 있었지요?

■ 남측이 ‘북방한계선’을 고수하고 있는 서해 5도 수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화약고’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어요. 북측 최고인민회의 차기 회의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면, 남측이 고수하는 ‘북방한계선’은 북측 영토를 1~2km 침범하는 것으로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남측이 북측에 전쟁을 도발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죠.

□ 그렇다면 남측 정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응을 준비해야 할 텐데요.

■ 윤석열 정부는 대응할 수 없게 돼버렸어요. 윤석열 정부가 ‘북방한계선’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윤석열 정부는 북측에서 전쟁도발로 간주하게 될 매우 위험한 길을 따라 그냥 가는 수밖에 없어요. 상황은 아주 심각합니다.

□ 그렇다면 남북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이네요.

■ 그렇죠. 무시무시한 ‘화약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국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급속히 확전될 가능성은 100%입니다.

□ 지금 남북 사이에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잖아요. 핫라인도 없고.

 

■ 남북통신연락선이 전부 끊어졌으니까 확전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도 없어요. 그래서 올해의 군사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 북쪽의 동향이 그렇다면, 남쪽에서는 정부나 아니면 민간이나 전쟁을 막아야겠지요. 지금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기본 인식은 다 돼 있는 거니까요. 남쪽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민간이라도 그런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 시기를 놓쳤어요. 윤석열 정부는 전쟁위험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그간 남북합의를 무효화한 이유는 연방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 때문”

□ 대담이 무겁게 흘렀네요. 이번에 북측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폐지한다, 그런 다음에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철거한다고 했어요.

조국통일3대원칙이나 3대헌장기념탑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것을 폐지하거나 철거하는 것은 북쪽 입장을 다 바꾸는 것인데, ‘유훈통치’도 그만두는 것이고...

■ 핵심적인 내용은 ‘선대 수령들의 조국통일유훈을 더 이상 관철하지 않는다’는 것에요. ‘더 이상 관철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 충분히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북측에서는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가요?

무거운 내용의 대담 분위기에서 가끔 벗어나 한 소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 다른 뜻은 없어요. 문자 그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북측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실현될 수 없게 되었다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지난 시기에 남북이 합의했던 모든 합의를 무효화시킨 것이에요.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 민족제일주의’를 강조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어요. 제가 가끔 범민련 남측본부의 민족학교에 가서 민족 문제에 대해 강의합니다. 김남식 선생이나 정수일 선생의 민족론에 입각해 강의를 하지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국가 10대 상징물 등을 만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민족 문제를 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 시정연설을 보고는 ‘이제 달리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민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이해는 ‘주체의 민족관’에 집약돼 있습니다. 주체의 민족관은 주체사상의 구성부분입니다. ‘주체의 민족관’에 의하면, 민족을 형성하는 징표는 핏줄, 언어, 문화, 지역의 공통성으로 해명됩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전부 갖추어야 민족의 실체가 완성되는 것인데, 우리는 5천 년 역사 속에서 핏줄의 공통성, 언어의 공통성, 문화의 공통성, 지역의 공통성을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형성해오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돼 왔어요. 그러므로 북측에서 말하는 ‘주체의 민족관’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남북관계가 두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되었다고 해서 단일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닙니다.

□ 두 국가로 분리되었지만, 민족이 둘로 갈라진 것은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이 땅에 두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해서 민족이 둘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고대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존립했었지만, 당시 아직 형성단계에 있었던 우리 민족이 셋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 후 약 2,000년 동안 민족성이 점차적으로 공고해지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된 우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두 민족으로 갈라질 수는 없어요.

□ 이번 일을 두고 일부에서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 얘기를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서양에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서양에서 말하는 민족국가(nation)라는 개념은 완전히 다르죠. 민족이라는 말은 서양말로 직역할 수가 없어요. 기록을 보면, 지난 시기 동독 측에서 도이췰란드 민족은 두 개의 민족으로 갈라졌다고 했어요.

□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 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한 개념을 우리쪽에서 번역하면서 ‘민족’이라는 말로 번역했기 때문에, 혼동이 생겼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갈라졌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사회주의 민족국가와 자본주의 민족국가로 갈라졌다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히틀러를 우두머리로 한 파시스트세력은 ‘내셔널 쏘시얼리즘(National Socialism)’을 주장했고, 이것을 우리쪽에서 ‘민족사회주의’라고 잘못 번역했는데, 민족국가사회주의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내셔널 쏘시얼리즘’이라는 말을 줄여서 나찌즘(Nazism)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서양에서는 ‘민족’을 강조하면 나찌즘을 연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도이췰란드의 민족국가주의자들은 아리아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인종우월주의와 아리아인의 ‘세계사적 사명’을 떠들어대면서 국내적으로는 악랄한 파쑈통치를 자행했고, 대외적으로는 극악한 침략전쟁에 광분했습니다. 반나찌투쟁을 벌였던 동독의 사회주의세력은 히틀러의 민족국가주의를 철저히 배격했습니다. 그래서 동독에서는 도이췰란드가 두 개의 민족국가로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도이췰란드 민족이 두 민족으로 분리되었다는 뜻이 아니었죠.

주목되는 것은, 요즈음 북측에서 ‘대한민국 족속’이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동족의식이 거세당했다’고 지적했어요. 동족의식이 거세당하면 동족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에요.

그 다음에는, 우리가 같은 민족이지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국가로 나눠졌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서, 하나의 민족인데 대한민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는 민족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민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둘로 갈라진 게 아니고, 두 국가가 성립되면서 민족성이 둘로 갈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된 것”

□ 그렇다면 민족 문제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 있고, 통일은 민족이 합쳐지는 문제니까 통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 글쎄요. 민족이라는 존재가 둘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고 해서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북측 시각에서 보면, 민족과 통일은 완전히 분리되었어요. 만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하고, 수복하고, 편입, 귀속시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사라지는 것이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그리고 그것을 보위하는 군대와 경찰이 없어지는 거예요. 만일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로 편입되면, 대한민국 영토에서 사는 국민들은 공화국 공민으로 편입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는 것은 민족 문제라고 볼 수 없어요. 따라서 민족 문제와 국가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제는 “동족이라는 개념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도 쓰지 말고, 동족의식으로 오도될 수 있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을 동족이라고 오인할 수 있는 개념을 폐기한다는 뜻이죠.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임영태 기획위원]

지금까지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 한 민족이니까 당연히 우리는 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통일의 당위성, 통일의 근거는 동족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었는데, 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통일을 실현하려던 지난 시기에 쓰던 낡은 개념들은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평화통일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 근거가 되는 동족의식을 강조할 필요도 없어진 거죠.

남측의 역대 정부들은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어요. 북측을 마치 다른 나라처럼 대했죠. ‘우리는 한 민족이고 한 국가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않았어요. 그들은 남과 북의 민족성을 외면하고 이민족과의 동맹, 한미동맹에 집착했습니다.

□ 일반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왜 통일해야 하냐’ 하고 물으면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답하는데, 정부는 민족을 중시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보적인 학자들조차 ‘탈민족’을 주장했지요.

■ 남측에서는 북측을 ‘북한’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북부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자기 나라의 일부인데도 마치 북측을 다른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순을 범했어요. 남측에서는 북측을 다른 나라처럼 대했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대북관을 국민들에게 주입해 왔어요.

그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동족의식을 강조해 왔고 그에 기초한 조국통일의 당위성과 통일국가 건설의 역사적 필연성을 강조해 왔어요. 그런데 남측 정부는 조국통일운동을 탄압해 왔고, 이제는 북측에서도 통일정책이 폐기되었어요. 그러면 남측의 조국통일운동세력은 이제 누구를 상대로 통일운동을 해야 하나요? 통일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 참 난감하네요.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꾸다

■ 그동안 조국통일운동에 헌신해 왔던 활동가들과 진보적 대중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진로문제를 숙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남측과 해외의 진보세력은 자주·민주·통일 3대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왔는데, 지금은 제3강령인 통일 강령이 폐기됐어요. 2대 강령만 남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민족자주 강령과 민주주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그래서 그런가요. 남측의 통일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조용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 ‘민족’, ‘화해’ 그리고 ‘6.15’ 등의 단어가 들어간 명칭에 변화를 주거나, 단체의 지위와 역할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급변하는 정세에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며칠 전에 통일학연구소의 명칭을 정세연구소로 바꿨습니다.

□ 앞에서 북측이 조만간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하면, 서해에서 남북 간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시대에 ‘반전 평화’는 가치 있는 담론 중 하나이고,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극도의 전쟁위험이 이 땅에 조성된 근본원인은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연습과 전략핵자산이 동원되는 미국의 핵전쟁연습에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핵협의 그룹’을 만들어놓고 핵전쟁계획을 오는 6월까지 완성하고, 오는 8월에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에 사상 처음 합동핵전쟁연습을 감행하겠다고 얼마 전에 합의했어요.

병리학적 비유로 말하면, ‘핵협의 그룹’ 결성과 핵전쟁연습은 질병의 증세라고 볼 수 있는데, 질병의 증세만 제거하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질병의 근원을 제거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자주화 투쟁에 더욱 힘쓰면서, 민주강령의 기치를 높이 들고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렇게 뉴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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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살인 사건 CCTV 영상, 몇날 며칠 계속 떠올랐다"

[현장]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증언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2.02. 08:12:58 최종수정 2024.02.02. 08:43:25

 

"시간에 좇기며 사는 저에게 소중한 아이가 생겼지만, 유산기가 있어도 근무를 해야 했고, 실제 두 번의 유산을 했습니다. 심지어 유산한 당일에도 일을 했습니다. 세 번째 아기가 생기고 나서도 문제였습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없는 저는 쉬는 날짜를 정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을 했고, 실제 날짜를 정해서 출산했습니다. 아기 낳고도 쉬지 못하는 건 여전했습니다.(중략)

 

갓난쟁이 아기를 돌보며 제한 시간 내로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글이 밀릴까 두려웠고,(중략) 고열, 오한 통증도 3일의 시간을 참고 참다가 쉬는 날 응급실을 갔고,(중략) 당장 입원하자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으신가요? 제가 대답한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중환자실 가서 노트북 사용해도 되나요?' 

 

제가 오랜 시간 일하면서 회사에서 느낀 감정은 일할 때 아프면 죄가 됩니다."(9년 차 콘텐츠 모더레이터 정혜선)

 

20대에 한 회사와 프리랜서 도급 업무 계약을 맺고 포털사이트 게시글, 댓글 등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담당해 온 콘텐츠 모더레이터 정혜선(가명) 씨는 주 6일 근무에 주말이면 8~10시간씩 근무를 한다. 

 

그러나 회사는 '15분 이상 글이 밀리면 메신저를 통해 모니터링이 밀렸다며 해고하겠다'고 협박을 일삼거나 '근무자들끼리 대체근무가 필요하면 쓰고 갚아라'라며 모든 업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그럼에도 정 씨는 "20대 절반을 바친 회사라 쉽게 그만둘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대신 "이제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일하고 싶다"며 "사람이 사람답게 일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정 씨와 같은 콘텐츠 모더레이터를 비롯해 영화산업 노동자, 방송 프리랜서, 방문 점검원, 배달 라이더, 대리 운전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에 참여했다.

 

증언대회는 1부와 2부로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근로기준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2부에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각각 이야기했다. 증언대회는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이 주최하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이 진행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신림역 살인 사건 CCTV 영상, 몇 날 며칠 계속 떠올랐다" 

 

3년 차 콘텐츠 모더레이터 김민정(가명) 씨는 "이 일은 많은 사건사고를 여과 없이 가장 빠르게 보게 된다"며 사건 사고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겪게 되는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김 씨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들을 봐왔지만(자살, 사고 및 자해) 가장 힘들었던 건 최근에 있었던 '신림역 살인 사건' CCTV 영상이었다"며 "누군가 올린 링크를 클릭했고 뉴스에 보도된 영상의 모자이크가 처리되지 않은 영상을 봤다. 당시에는 영상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올린 게시글을 빨리 지워야 해서 아무렇지 않았는데 몇 날 며칠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다. 

 

'신림역 살인 사건(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과 지상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피의자 조선이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조 씨의 범행부터 검거 당시까지의 상황이 인근 가게 CCTV에 찍혔고, 해당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상을 본 누리꾼 다수가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김 씨의 업무 특성상 그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에 강제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도급 형태의 계약 노동자인 상황에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 등 상담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에 김 씨는 "이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게끔 노동자로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 4년 차인 김지윤(가명) 씨 역시 "매일 같이 잔혹한 장면과 저속한 욕설, 혐오/음란 이미지, 폭력적인 콘텐츠들을 마주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검수로 다른 수백수천 명의 이용자들이 폭력적인 콘텐츠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며 "계속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또 "기업의 꼼수 계약으로 이용당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없도록",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가 2월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

 

"다시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외칠 수밖에 없다" 

 

'꼼수 계약'은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영화산업 노동자와 방송 프리랜서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촬영 일을 하고 있다는 안용호(영화산업노조 조합원) 씨는 2014년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도입된 영화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씨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 제작 현장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고 제작 인력들이 OTT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라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 씨는 따라서 "이제 다시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라는 예전에 했던 요구들이 현재도 유효하다"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진 위원장은 방송 노동자의 경우, "법적 다툼을 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부당해고로 인정받아서 다시 복직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지만 "복직을 해서 들어갔더니, 법적으로는 노동자성이 인정됐지만, '우리 회사는 우리 방송사는 널 인정할 수 없어'라고 하면서 계속 괴롭힘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비판했다.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는 지난 2021년부터 광주MBC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세 차례 법률 구제 끝에 광주고용노동청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단을 받았지만 회사는 경력 인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산하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5년여를 일하다 해고당한 뒤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됐으나 회사는 현재까지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진 위원장은 또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이 결정되면서 주연배우인 이정재 씨의 회당 출연료는 100만 달러(13억 18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이 씨와 같이 출연하는 단역배우들의 출연료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작비의 대부분을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로 지출하고 단역배우나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1시간 일하면 국밥 한 그릇은 사 먹을 수 있어야" 

 

방문 점검원, 배달 라이더, 대리 운전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이 참여한 2부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이룬 성과도 많지만, 일할 때 소요되는 교통비·통신비 등 각종 비용 문제 및 퇴직금도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LG 제품 케어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원 씨(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차량 유류비 월 평균 1만4000원 지원과 고객 부재로 발생한 헛걸음 지원비 월 평균 1만5000원 지급 등을 성과로 꼽으면서도 "지난 2023년 3월에 시작한 교섭이 해를 넘겨 오늘 조인식이 진행됐다"며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계정 갑질 또는 왕따, △ 고객 괴롭힘에도 고객 편만 드는 사무소장에 대한 대응, △ 근무 중 부상에도 계약 해지가 되는 경우 등에 대한 안전 장치 마련에 애썼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가정 방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반려동물 공격으로 인한 부상이 자주 발생해 "방문 안내 문자에 '반려동물을 분리해 달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더니 '여러분의 소중한 반려견이 기계 작동 소리로 인해 놀랄 수 있으니 분리해 주시라'라고 안내가 나갔다"며 노동자가 아닌 고객의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춘 회사 측의 안내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 우선으로 '매니저들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 반려동물을 분리해 달라'라고 바뀌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50대 대리 운전기사라고 소개한 이창배 씨(서비스산업노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교육국장 서울지부 사무국장)는 "1시간 일하면 국밥 한 그릇은 사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1만 원짜리 콜'을 수행하면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5000원도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만 원짜리 콜'을 수행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를 수행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 운전기사들도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작년에 최저임금 투쟁이 있었을 때 '최저임금 보상해 달라'라고 요구했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얘기만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여성 기사들이 콜을 잡으면 '남성 전용 콜'이라며 배차를 바로 빼버리거나 60대 이상 기사들이 콜을 잡으면 설명도 없이 빼버리는" 식으로 차별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기사들은 모멸감에 빠져서 노동조합에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노동조합이 자료를 수집해 문제 제기를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달 라이더 구교현 씨(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는 "배달료 2500원이 1초 후에 2600원이 되기도 하고 3000원이 되기도 한다"며 "거의 코인 수준"이라는 말로 업체의 횡포를 고발했다. 

 

구 씨는 고객이 취소한 콜, "귀책 사유가 노동자에게 있지 않은 경우에도 기준 없이 그냥 합의된 금액을 지급하겠다"며 통상 3000원 정도를 지급하더니, "1500원으로 약관을 바꾸고서는 '이 약관에 동의하라'고 나오는데 동의를 안 할 수가 없다. 동의를 안 하면 일을 못한다. 콜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강요다. ('동의'는) 강요된 것을 확인할 거냐? 말 거냐? 이런 정도의 선택이다. 또 언제 0원이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구 씨는 또 회사 측의 무한경쟁 유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프로모션(일종의 보너스)에서 저는 2만 원짜리를 받았는데, 옆 라이더는 1만5000원짜리를 받았다. 기준이 뭔냐? 모른다. 알 수가 없다"며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다. 새로 들어온 라이더들한테 (보너스를) 준다.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이런 방식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22년 1월 적용된 고용보험에서 추가 보장된 '출산 전후 급여' 항목을 언급하며 손에 꼽는 여성 라이더를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보험 설계사 오세중(사무금용서비스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정부로부터 '법내 노조'를 인정받은 뒤 한화생명에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고, 삼성화재에서도 설계사 노조가 정규직 노조에 편입됐으며, KB금융그룹 보험판매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 노조와 우체국FC노조 등이 결성돼 약 1만 명 정도가 조직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는 개인사업자 형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상 노조 활동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조도 있을 뿐 아니라 보험 설계사의 잦은 사직과 이직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 따른 비용, 보통 7년 이내면 끝이 나는 보험 설계사 몫의 '계약 관리 비용' 이후 관리 비용 등 일체의 수당이 주어지지 않아 도입하게 된 '1일 1만 원'과 같은 활동 지원비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22년 차 학습지 교사인 오세영 씨(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조합원)는 "지난 20여 년간 학습지 노동자의 요구는 노조할 권리 보장, 단체 교섭 쟁취"였는데 2022년과 23년에 걸쳐 이 같은 권리가 인정되고 난 후에도 노동조합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며 △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온라인 교사에 대한 산재고용보험 적용 문제, △ 업무에 필수가 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구입 비용 및 교통비 지원, △ 퇴직금과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등을 예로 들었다.

 

오 씨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 20년 동안 투쟁해서 만든 내용을 모아서 임단협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같이 손을 잡고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증언대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잇수다''가 2월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할말잇수다 기획단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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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선거제 전당원 투표 확정 아냐...늦어도 주말 내 입장 결정”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자료사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선거제 개편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할지 여부에 대해 “오늘이나, 늦어도 이번 주말 안으로는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거친 뒤, 지도부 방침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 당원 투표를 꼭 하겠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하겠다’고 해서 사무처에서 그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좀 과도하게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제 전 당원 투표를 실행할 시 필요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만약 전 당원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예를 들어 ‘복수의 안을, 1안과 2안을 선택해달라’ 이런 방식이 아니”라며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정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받고, 그 안을 당원들에게 물어서 다시 한번 당원들로부터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복수의 안을 갖고, 그중에서 일종의 당원들의 힘을 빌려서 ‘지도부가 책임을 떠넘기겠다’ 그것은 잘못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면 의석 확보 측면에서 민주당 지지층에 선호도가 높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당론’을 파기하는 것이기도 한 병립형 회귀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도부 입장에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전 당원 투표는 지도부에게 일종의 ‘명분 쌓기’인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쯤 계속 여러 차례 일정을 비워놓고 회의를 한다. 오늘이나, 늦어도 이번 주말 안으로는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입장 결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가능성은 병립형과 연동형 중 어디가 높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홍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반반”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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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자 안전이 우선” 조선 “일자리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없이 시행하기로 결정

노동자 안전 중시한 경향·한겨레… 산업계 안정 먼저 생각하는 보수·경제지

조선일보,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승진 두고 문재인 정권 탓

윤석열 대통령 7일 KBS와 대담 예정… “김 여사 피해자 입장 강조할 듯”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2.02 07:42

  • 수정 2024.02.02 07:43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중대재해법 제정 진행 당시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 장면.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유예 없이 실시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법 적용 유예를 요구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2일 주요 일간지의 논조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통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신문사가 있는가 하면, 보수·경제지는 이보다 산업계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우선 경향신문·한겨레의 경우 사설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정상적으로 시행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노동자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생명 우선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정부는 연착륙 힘쓰라>에서 “2022년 중대재해법 발효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을 2년 미룬 것은 준비가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며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개선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틈만 나면 ‘민생 살리기’를 외치면서 진짜 일터의 안전 문제는 챙기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했다.

▲2월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잇따르는 산재사망,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 중단해야>를 내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일어난 사망사고는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가 계속되는 사이에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이 잇따랐다. 법 시행 뒤 2년간 유예 기간을 둔 것은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더 이상의 유예 조처는 ‘노동자 안전’은 뒷전이라는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노동자 안전보단 산업계 안정 중시한 보수경제지

보수·경제지의 관점은 정반대에 있었다. 이들 언론은 노동자 안전보다는 산업 현장의 안정과 업계 혼란 완화를 우선시했다. 민주당이 기득권노조의 표를 위해 중대재해법 유예를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 <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요구 다 수용하자 ‘그래도 안 된다’니>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라면서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2월2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 <巨野가 끝내 외면한 83만 中企·자영업자 하소연>을 내고 “83만여 곳에 이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장이 큰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눈치는 중요하고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온갖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처지는 외면하면서 민생정당이라고 외칠 자격이 있나”라고 썼다.

 

▲2월2일 디지털타임스 사설.

문화일보 자매지인 디지털타임스는 <중처법 합의 거부한 민주, 민생보다 기득권노조 표가 더 급했나> 사설에서 “영세 기업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협상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생보다는 표만 보였다”며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 노조의 표를 의식해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가 급하다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망쳐야겠는가”라고 했다.

▲2월2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여야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정부나 산업계가 법 유예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합의 불발... 타협정치 불능 안타깝다>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면서 타협을 이뤄내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작동 불능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줘 씁쓸함을 더한다”면서도 “이미 3년 유예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정부나 기업의 무책임에 귀책 사유가 있는 건 자명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유예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부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법 안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21대 국회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한 손준성 검사장,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탓?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지난달 31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과 관련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며 기자들과 유시민‧최강욱 등 인물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가 김웅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을 인정했다. 손준성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가 미묘하게 다르다. 동아일보는 손 검사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승진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조선일보는 ‘비정상적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이전 정부 탓을 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피고인 돼 재판받는 검사가 승진, 결코 반복 안 돼>에서 “과거엔 검사가 피의자로 수사만 받아도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손 검사처럼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이 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며 “무리한 승진 인사엔 윤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손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그의 측근인 정보 책임자였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그때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다음 문단에서 돌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손 검사 승진에 이전 정부가 관여한 바는 없다. 조선일보는 “비정상적인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한 것”이라며 “친정권 검사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권력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시키면서 임기 말 ‘방탄 검찰’을 만들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했다”고 했다.

▲2월2일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고발사주’ 손준성, 檢 면죄부 받고 검사장까지 됐으나 유죄>에서 “(손 검사는) 대통령 취임 이후 요직인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 났으며 지난해 4월에는 대검 감찰 결과 ‘비위 없음’으로 면죄부를 받고 그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며 “손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김웅 의원은 손 차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편에서는 손 차장검사와 김 의원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 한 당시 법무부 장관, 검찰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서로를 보호하면서 의혹을 뭉개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중앙일보 8면.

윤석열 대통령, KBS와 대담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와 대담을 진행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2일 조간신문에서 나왔다. 경향신문은 5면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7일 방송>에서 “의혹의 본질은 최재영 목사의 불법적인 함정 몰래카메라 공작이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러 매체 기자들이 직접 질문하고 윤 대통령이 답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질문만 받으며 소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8면 <여권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유력”…신년회견은 안할 듯>에서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없던 일이 된다”며 “윤 대통령이 언론 대담에 나서는 것을 두고 총선 전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여권의 건의를 대통령실이 받아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밝혔다.

▲2월2일 서울경제 칼럼.

손철 서울경제 정치부장은 칼럼 <민심을 들어라>에서 최근 지지율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총선이 온전히 ‘당(黨) 대 당(黨)’의 대결로 정책과 인물 경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용산에서 국민 앞에 담대하게 나서 신년 회견을 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국민이 의심쩍어하는 부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라며 “의혹은 감출수록 커지고 시간을 끌수록 확산되는 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떳떳이 설 때 김 여사를 지키는 길도 열린다는 것을 정치의 역사는 웅변한다”고 강조했다.

 

MBC 라디오 하차한 신장식 “방심위, 원님재판”

MBC에서 뉴스하이킥을 진행하던 신장식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하차했다. 신 변호사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하차 이유를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했는데, 신 변호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MBC 경영진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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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경향신문 인터뷰.

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방심위 징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합의제 행정기관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와 토론에서 설득력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최고결정자가 집행력을 행사하는 독임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방심위원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는 걸 보면 합의제 행정기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이 있는지보다 기소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검사식 사고방식”이라고 기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언론관’이 없고 ‘공보관’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신 변호사는 현재 방통심의위 운영이 제대로 되고있지 않다면서 “법률가 입장에서 봤을 땐 ‘원님 재판’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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