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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조선일보 6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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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5월 7일자 3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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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경향신문 4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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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서울신문 8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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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세계일보 9면 |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무위, 프랜차이즈법 등 3개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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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5-07 08:27:45 노출 : 2013.05.07 08:27: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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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 "한미정상, 평화협정과 비핵화 협상 전기 마련하라" | ||||||||||||||||||||
| 평통사 등,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대사관서 기자회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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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7일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민주노총, 교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협상의 전기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가 낭독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통해 “미군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 등을 포함한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이에 상응하여 북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조중동맹을 폐기하며, 한반도 군축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인 제재와 압박을 더 이상 지속하지 말고, 조건 없이 북과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당장 시작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동북아 MD 구축과 한미일 동맹을 추구함으로써 동북아에 신냉전을 초래할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백지화 기도 즉각 중단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해체 △미국산 무기도입 중단 △미군주둔비 부담금 증액 압박 포기 및 미군주둔비부담 특별협정 폐기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우리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련료 재처리 허용은 한국의 핵무장의 길을 트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반대한다”며 “북의 핵실험을 이유로 제기되는 한국에 대한 미국 전술핵 재배치도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기 때문에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는 점과 “(박 대통령이)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한반도의 전쟁위협, 전쟁기운이 오롯이 바로 우리 노동자, 서민들, 민중들의 폐해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민주노총은 평화협정을 원한다. 어떠한 전쟁위기도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양 직무대행은 “이번 방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될 일은 조속히 미국의 적대적 모든 것들을 걷어치우고 남북 간의 대화를 요구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며 “전체 노동자들이 함께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걷어내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도흠 민교협 상임의장 최근은 한반도 긴장상황에 대해 “한반도에 대립과 갈등이 있어야만, 양쪽의 민중이 피를 흘려야만 이들을 볼 수 있는 군산복합체와 이들에 기생한 권력층 만이 이해관계가 있다”며 “남북한이 대립체제 하에서는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전체주의적 상황 속에서 남북한의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그 피눈물의 고통은 서민과 민중이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의장은 “동북아가 극도의 우익들이 발호하는 상황에서 남북한을 떠나서 동북아에도 고도의 긴장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동북아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서 우리는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평화를 통한 안보, 안보와 평화를 통해서 경제가 선순환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변미군문제연구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예수살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여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NCCK화해통일위원회가 함께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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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05 오후 1:55:33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대통령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미국을 방문한다. 취임 전에는 핵실험, 취임 이후에는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박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느새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 됐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메시지가 도출되지않으면 향후 5년 동안 남북관계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화협정이라는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미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뜻을 부시 정부 때도, 오바마 정부 1기 때도 내비쳤다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미국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잠정 폐쇄 상태에 빠진 개성공단 역시 북핵 문제가 풀리는 실마리 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북핵문제 해결 수순이 시작되어야 그 틀 속에서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고 협상의 모멘텀이 생겨날 수"있다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5년으로 예정돼있는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정 총장은 전작권 환수를 미루면 북한에 계속 도발과 위협의 빌미를 주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예정된 전작권 환수를 또 다시 연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공격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것도 "전작권이 없으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며 공격 원점 타격은 지지하면서 정작 그러한 타격을 자유자재로 가할 수 있는 조건인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이율배반적인 입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오는 7일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합니다. 아무래도 관심은 북핵 문제일 텐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보기에 '이 정도면 협상 테이블에 나가도 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개성공단 문제도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핵문제 해결 수순이 시작되어야 그 틀 속에서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고 협상의 모멘텀이 생겨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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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여기서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은 바로 평화협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평화협정 논의의 가능성을 북한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왔다는 점입니다. 오바마 1기 행정부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평화협정 문제를 3차례나 거론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사실은 지난번에 얘기했지요. 그런데 심지어 부시 행정부도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평화협정 문제를 적극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쪽에서 먼저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서 평화협정 문제를 북핵 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북핵 협상의 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지요.
1993년 3월 북한의 NPT 탈퇴로 시작된 1차 북핵 위기를 마무리한 제네바 기본합의(1994년 10월 20일)와 2002년 10월 켈리 차관보의 방북으로 비롯된 2차 핵위기를 수습한 2005년 9.19 공동성명은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북한이 핵활동을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고, 경제지원을 하며, 최종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제네바합의는 북미간 양자회담의 산물이니까 북미 관계 정상화만 나왔고 6자회담에 의해 탄생한 9.19 공동성명에는 북미는 물론 북일 관계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최대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입니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과 60년 이상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니까요.
그런데 수교를 하려면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합니다. 법리상 이를 바꾸지 않으면 수교로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수교는 외교행위이고 그것을 하려면 법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던 미북관계를 평화상태로 바꿔놓아야 합니다. 즉 관계정상화를 해주겠다는 것은 곧 수교와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해주겠다는 것입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제4항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돼있습니다. 평화협정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라는 말이 들어갔고 또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였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평화협정 문제를 너무 앞으로 끌어올리면 조금 위험하지 않나, 미군이 철수해야 상황이 오지 않나 하는 계산 때문에 우선순위를 낮춰서 뒤로 넣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북한은 평화체제 문제가 4항으로 우선순위에서는 밀려있을망정 일단 올려놓았다는 점에 만족했기 때문에 9.19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9.19 성명 바로 다음 날인 9월 20일부터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 북한 자금을 동결하면서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BDA문제가 불거지면서 9.19 공동성명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으니까 북한은 이듬해인 2006년 10월에 첫 번째 핵실험을 단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시 정부가 '아차, 대충 약속해서는 안 되는구나'하고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화협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2006년 11월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는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었죠. 곧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2007년 9월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가 그 이야기를 또 꺼냅니다. 당시는 10월 노무현-김정일의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던 때라 그 이야기를 듣고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10.4남북공동선언 만들 때 4항에 평화체제를 논의한다고 명시를 했습니다.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밝힌 것이죠. 10.4선언 발표 하루 전날 베이징에서 6자회담 합의문이 나왔는데 거기에도 이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표현은 좀 다르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합의가 6자 회담 참가국 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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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최형락) |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이런 합의를 했지만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2007년 2.13 합의, 그리고 11월 합의 등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합니다. 그동안 사례를 보면 미국의 정권교체기가 되면 합의들이 잘 이행되지 않던데 아마도 예산 집행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번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 힐러리 국무장관이 평화협정 문제를 우선순위로 당기자는 말을 세 차례나 했다는 겁니다. 힐러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북 수교하겠다, 평화협정 체결해주겠다, 경제지원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의 반대로 이 문제가 진척되지는 못했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시 정부 말기부터 1기 오바마 정부까지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 평화협정 논의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하고, 미국은 이미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6년 11월부터 오바마 행정부 1기에도 그럴 용의를 보여주었으므로, 이번에는 우리가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부시 정부나 오바마 1기 정부 때 미국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나갔기 때문에, 지금 오바마 정부 2기가 평화협정 문제를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미 정상회담에서 물꼬를 텄으면 합니다. 북핵문제는 현 단계에서 보면 '평화협정'이라는 말이 들어가느냐의 여부에 따라 6자회담이 시작되느냐 안 되느냐로 결론이 날 겁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4월 13일 말했던 2자, 4자회담 방식으로 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 좋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정부는 필요하다면 4자회담으로 가기 전에 북미 양자회담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줘야 합니다. 평화협정 문제를 어떻게 진행시킬 것이냐는 점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만 되면 북한이 오바마 정부 2기 임기 중에 핵문제 해결에 협조적으로 나오리라고 봅니다.
걱정되는 것은 케리 장관이 자꾸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는 겁니다. 중국 역할론을 이야기하는 의도나 배경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에는 북핵문제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습니다. 중동문제입니다. 미국 정책이나 외교에서 중동문제가 최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핵 문제에 큰 힘을 쏟을 여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대략적으로라도 상황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정책 판단에서 중국 역할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미국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우리가 바쁘다'라는 의도라면 이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중국과 손을 잡고 한-중-북 3자 간 셔틀외교를 하든지 어떤 형식으로든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서 미국에 협의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하나는 미국이 갖고 있는 중대한 착각 중 하나가 강대국이 찍어 누르면 약한 나라가 말을 듣게 되어 있다는 논리인데, 즉 평화협정은 도외시한 채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한미 동맹보다 북중 동맹이 더 강합니다. 중국이 북한을 찍어 누르는 식으로는 북핵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이러면 사실 우리가 괴로워집니다. 우리로서는 빨리 북핵문제 해결 수순을 밟아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해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북핵 문제 해결 간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정세현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으로 내놓고 표를 얻어서 당선된 박근혜정부로서는 임기 내에 남북관계의 상당한 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북핵 문제 해결 수순을 밟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핵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평화협정 문제 쉽게 안 끝납니다.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미간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이고, 한미 간에도 상호 방위협정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도 대두될 것입니다. 또 전작권 문제도 있죠. 관련 당사국들 간, 심지어 양자 간 조율하는 것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북핵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안에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상당 부분 진전시켜야 합니다. 사실 북핵 문제가 당장 해결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5년 안에 못 끝낼 수 있습니다.
북핵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이름의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문제 해결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서로 신뢰가 생기니까 핵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면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발전되어 나가고 대북 지원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부시 정부마저도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매번 남북장관급회담 또는 차관급회담 등을 앞두고는 한국정부에 사전 조율을 해달라는 등등의 요청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즉 남북관계가 좋아진 상황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국도 그런 주문을 우리한테 했던 겁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전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으로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 그 물꼬는 평화협정입니다. 평화협정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확실하게 입장을 정해 미국에'이렇게 풉시다라고 제안해야 합니다. 올해가 한미 동맹 60주년인데 60년 동안 동맹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인 북핵 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현재 소강상태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한국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면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북한이 남한을 괄목상대할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이'남한은 미국에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라구나, 저기(남한)에 이야기해야 수교문제도 풀리고, 경제문제도 풀리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박근혜정부는 서울 프로세스를 북핵문제를 푸는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것 같은데요?
정세현 : 박근혜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 북핵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말하자면 남북대화를 입구로 삼아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출구로 나간다는 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논리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옳은 구상입니다. 그러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즉 서울 프로세스를 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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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최형락) |
그리고 서울 프로세스를 워싱턴에 가서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것은 워싱턴 프로세스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어떻게 한미 정상 간에만 논의를 해서 발표한단 말입니까? 동북아 평화협력과 관련된 당사국들의 정상이든지 외무장관들이 서울에서 모여서 합의한 합의서를 토대로 동북아평화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갈 때 그걸 서울 프로세스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헬싱키 프로세스도 헬싱키에 관련 당사국들이 모여서 합의한 헬싱키 협정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을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말하면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가 빠진 조건에서 박근혜-오바마 양자 간 합의를 서울 프로세스라고 하면 조금은 내용에 비해 이름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현실적으로 그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프로세스는 북핵문제가 해결된 연후에 추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어 나가면서 6자회담 참가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핵문제 이외의 안보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결국에는 군축 문제도 논의할 수 있게 되겠죠. 헬싱키 프로세스가 나중에는 미·소 간 핵무기 감축으로까지 연결되지만 초기에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대(對)동유럽 및 소련에 대한 경제 지원으로 시작된 겁니다. 경제지원이 기본인데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경제, 과학, 기술, 환경 분야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자면서 동유럽과 소련이 서유럽과 미국의 경제 지원이라는 틀 속에 들어오도록 만들어서 거기서 상호의존성이 생기게 만든 연후에 군사문제나 인권문제도 논의를 시작한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서울 프로세스는 핵 문제 해결 이후 비로소 추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큰 욕심 부리지 말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협조를 약속 받아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입구는 남북대화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인 평화협정 이야기가 나와야 남북대화라는 대문도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한미 합의에 주력해주기 바랍니다.
프레시안 :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계속된다고 봐야 합니까?
정세현 : 그렇죠. 우선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커질 겁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중지할 수 있는 명분을 주지 않으면 북한 입장에서는 그 노선을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면 결국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는 겁니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사실상 실패라고 본다고 해도 2009년 2차 핵실험과 올해 3차 핵실험은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2~3번 더하면 경량화 및 소형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제3국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될 겁니다. 파키스탄, 인도가 그렇게 된 것 아닌가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핵폭탄을 '부시의 핵폭탄'이라고 불렀습니다.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빌미로 부시 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하면서 핵실험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죠.
박근혜정부가 이 시기를 놓치면 북한이 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면 두고두고 박근혜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어줬다는 누명을 써도 벗어날 길이 없게 됩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 앞으로 5년 동안 남북관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한다면 5년 후에 '박근혜의 핵폭탄'이란 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사실 북한의 핵능력을 키운 것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협상의 가능성을 봉쇄한 지난 5년 동안 북한은 열심히 핵능력을 키워 핵실험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성공했죠. 만약 앞으로 5년 동안에도 이명박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핵문제를 방치한다면 북한은 정말로 온전한 핵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땐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박근혜 정부에게 화살을 돌릴지도 모르지요. 잘 생각해야 할 겁니다.
프레시안 :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정세현 : 전작권 반환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는 북핵문제와 연계되어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전작권을 찾아오는 것이 위험하지 않느냐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종의 빅게임이라고 할까? 이게 핵문제입니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인데, 어떻게 보면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은 인질처럼 잡혀있습니다. 우리를 인질로 삼는 핵심 고리가 전작권입니다. 이번 개성공단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위협적인 언사를 내놓았지만 사실 남한을 대해서도 위협적 언사를 내뱉었습니다. 북한이 이런 발언을 쏟아낸 이유가 있습니다. 남한을 상대로 연평도 사건과 같은 공격 행위를 하더라도 남한은 한 대 맞고 끝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한에는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꼼짝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삼는다면 인질 구출작전을 펴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북한이 여기에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사죄하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외부에 대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속마음은 아마 '구출작전? 해봐' 이랬을 겁니다. 구출작전 벌이면 북한이 반격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 최소한 개성공단에서 소규모의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러면 반드시 미국이 남한을 잡아당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하라고. 이것을 북한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따라서 전작권이 우리에게 없는 한, 북한은 한국을 군사적으로 우습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작권이 없는 남한의 군사책임자가 북한에 위협적인 언사를 한다? 그래 봤자 이것은 북한에 먹혀들어가지 않습니다. 핵문제든 개성공단 문제든 남한에서 북쪽에 대고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는 그런 입장을 발표해도 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한 북한은 속으로 콧방귀 낄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전작권을 찾아오는 겁니다. 또한 군사문제 등에 대해 북한과 대등한 협상을 하려면 전작권을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
전작권은 당초에 2012년 4월 17일부로 우리 군이 환수하기로 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0년 6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조정했습니다. 이걸 또 미루겠다는 얘긴데, 별로 바람직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전작권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내 보수진영의 입장이 이율배반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군 당국자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대남공격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하면 환호하고 지지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타격을 자유자재로 가할 수 있는 조건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거든요.
정세현 : 대단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북한의 공격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전작권이 없으면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전작권을 가능한 한 빨리 환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우리를 함부로 넘보지 못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자주국방을 국정의 주요 목표로 삼고 투자도 많이 해왔는데 아직도 군사력 면에서 북한에 뒤진단 말인가요?
프레시안 : 하지만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쪽에서 핵무장 등 강력한 반응이 나오니까 미국도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는 문제를 재고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옵니다. 지난 2월에 성 킴 대사가 그랬고 최근에는 바월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런 식이면 전작권 회수가 또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세현 : 주한 미국대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군부 입장에서는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고 나면 연합사를 둔다고 해도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미제무기 시장으로서의 한국의 비중이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것 때문에 미국의 군부 쪽에서는 한국 내에서 전작권 환수 연기론이 나오는 것이 '불감청이나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감히 드러내놓고 청할 수는 없지만 내심 그렇게 되기를 바람)일 수 있습니다.
[현장] <나는 시민기자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감동 먹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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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전대원, 신정임,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이종필, 최병성, 김용국, 윤찬영. | |
| ⓒ 권우성 | |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장래 '스타 시민기자'를 꿈꾸는 100여 명의 글쓰기 지망생들이 모였다.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들이 책으로 못 다한 글쓰기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 위해 독자들과 만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저자로 참여한 12명의 시민기자 중에서 9명이 한자리에 모여 2시간 동안 진지하거나, 혹은 명쾌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독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기사로 수 천만 원을 벌었다고요?
아마도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첫 기사가 생나무로 처리되거나, 밤을 꼴딱 새워 의욕적으로 출고한 기사가 주목받지 못한 채 잉걸에 머물다 내려간 쓰라린 기억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명불허전. 이날 참가한 작가들은 이번 책이 처음인 사람도 있고, 이미 3권, 10권에 이르는 저서를 출간한 사람들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 원고료와 상금, 출판 인세 등으로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부수입(?)을 올린 저자도 있었다.
사실 이날 행사에서 오연호 대표는 특유의 유머(?)까지 섞어가며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버전의 예능형 대담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허언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날 대화가 예능방송의 재미와 교육방송의 학습효과를 낚아챈 수준 높은 생방송(이날 행사는 <오마이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다양했다. 저자들이 시민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나 행복했던 순간, 지금 시민기자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등.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비로소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저자들의 글쓰기 비밀노트를 정리해 보았다.
[#1. 김혜원]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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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구체적으로 취재 아이템을 찾거나 하지는 않고요, 그냥 그때그때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을 뉴스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접하면 '아! 이거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겠구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겠구나'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관심을 갖는 부분, 그것에 저도 관심이 있고, 그게 곧 저의 취재 아이템이 되는 거죠."
"저는 취재원을 만났을 때 명함을 잘 주지 않는 편이에요. <오마이뉴스>에서 (기자증은 없구요) 명함을 만들어 주긴 했는데, 저는 명함으로 저를 설명하지 않고요. 명함을 주는 행위가 '나는 기자야'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시민으로 취재원을 만났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웃사람 만나면서 명함 주고 만나지 않거든요. 그렇게 눈높이를 맞추고 들어가면 당연히 취재 방법도 (시민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자가 취재를 해야지 취조를 해서는 안 되죠!"
[#2. 신정임] 직업기자도... 사람이 만나주기는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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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정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그러니까 노력이 필요하죠)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는 거죠. 이철수 판화가 같은 경우는 전시회장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메일을 보내달라고 해서 돌아와서 메일을 보내드렸고요.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거나, 메일로 취재 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공을 들이는 거죠. 그리고 몇 다리를 거치더라고 가능한 인맥을 총동원해서 노력하죠. 만나야 되겠다는 절실함이 생기면 다양한 방법들이 생각나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겁니다. 기존의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들 일색이잖아요. 저는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 이야기들 중에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잘 끄집어내느냐 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최병성] 다른 목사님들한테 욕을 엄청 많이 듣는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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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많았죠! (제가 영월지역 강 지키기 기사를 쓰면서 영월군수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니까) 영월지역의 교회 관련 공사 인허가가 중단되었다는 의혹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영월지역 모든 목사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우리 교회는 당신 때문에 건축허가가 안 나고, 우리 교회는 당신 때문에 교회 앞에 도로가 안 난다고 하면서, 그중에서 제일 원로인 목사님이 저에게 목사를 그만 두든지 강을 지키는 일을 내놓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강을 지키는 것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이고, 목사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일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퍼져 나가면서 이제는 교단의 다른 지역이기는 하지만 동료 목사님들로부터 제가 자랑스럽다고 그렇게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하나님도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4. 이종필] 글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표현하셨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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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기사쓰기가) 감정 노동이라고 하는 표현한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쓰기의 어려움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단어가 그것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기사 아이템에 대한 본인의 감정에 대한 실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런데 기자의 개인감정에 대해서 독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개인사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일 사건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 중에서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 공감 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가려내야 하는데 그 포인트를 찾아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해체하고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내 재구성하고, 상황에 맞는 단어와 표현 심지어 기사의 리듬감(운율)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5. 이희동] 어떤 기사로 데뷔하면 좋을까요? 직업기자 욕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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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동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저는 사실 처음에는 여행과 영화에 관한 글들을 써왔는데요. 그런데 쓰다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일상적인 걸 가장 잘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직장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지위를 먼저 분명히 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둘 사이의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체화하느냐 입니다. 직업기자는 객관성과 팩트 위주로 가야한다면, 시민기자는 객관성은 살리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솔직히 녹이는 게 중요하죠."
[#6. 김종성]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 주로 저녁에 쓴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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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대중이 아는 걸 나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또한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대학로를 지나다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요. 그분들이 두세 마디로 손님을 불러들이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 글쓰기 노동의 가치는 돈이 아닙니다. 작품을 쓰는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습니다."
"저는 기사를 저녁시간에 쓰고 사진까지 준비한 뒤, 새벽에 일어나 두 번 정도 검토를 한 후에 편집부에 송고합니다. 예전에는 (글쓰기와 검토를 거의 동시에 해서) 곧바로 송고하니까 실수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철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7. 전대원] 인용할 때 저작권 문제는? 정치할 생각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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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대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저작권 문제는 사실관계만 파악할 뿐이지 그 글을 그대로 베껴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고요. 자기가 가진 관점에 따라 정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산재한 정보들 가운데 어떤 정보를 취사할지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속에 있는 기억들이 가장 좋은 정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사를 쓸 때 자신의 삶과 연관된 것들이 현실의 문제들과 연결될 때 좋은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 합니다."
"(정치 입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정치라는 것은 사실은 되게 좋은 직업이기는 해요. 정치란 쓰레기통에서 피는 장미이고,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쓰레기통에서 뒹굴 자신이 없고 내 몸에 진흙을 묻혀가면서 꽃 하나를 피운 자신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8. 김용국] 직장 생활이 빡빡해도 글쓰기와 연관이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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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저에 대한 오해가 있어요. 제가 글을 많이 쓰니까 '저 사람 시간이 많구나!' '근무를 태만하겠구나' 하는 오해를 하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노는 사람도 글 하나 쓰라면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쓰는 기사가 주로 제 업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처리한 업무 중에서 기사 아이템을 발견되면 그날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기사를 작성 합니다. 집중해서 시간을 확보한다면 직장인이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공무원이다 보니) 제 기사로 인해 내부에서 상당히 불편해 합니다. 때로는 비공식적으로 압력이 오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섣부른 기사를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더욱 완벽한 기사를 통해서 그런 압력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9. 윤찬영] 생애 최고 작품은 언제? 전문 분야도 경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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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찬영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 ⓒ 권우성 | |
"비평은 요약이 아니라 화두를 잡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글쓰기에서도 이러한 화두를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최고의 작품은 쓰이지 않았다는 책 내용에 대한 답변으로) 앞으로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와 같은 그런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없는데요(일동 웃음). 사실 다른 분들은 책을 여러 번 내신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는 저도 20대에 책을 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10년 만에 성사된 셈입니다. 독자님도 지금부터 한 분야를 열심히 개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시민기자다2>를 기대하며
그날 2시간의 분위기를 모두 기사로 담기는 어렵다. 그날의 생생했던 현장분위기는 다시 <오마이TV>를 통해서 확인하시길.
2015년 2월 <오마이뉴스>가 창간 15주년을 맞이한다. 이번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100여 명의 새내기 시민기자들 중에서 또다시 스타 시민기자들이 탄생하길. 그리하여 선배 시민기자들을 뛰어넘어 창간 15주년 기념 <나는 시민기자다2>의 저자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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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와의 대화'. | |
| ⓒ 권우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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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전대원, 신정임, 오연호 대표,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이종필, 최병성, 김용국, 윤찬영. | |
| ⓒ 권우성 | |
| 반공화국대결 파멸 재촉하는 어리석은 망동 |
| 기사입력: 2013/05/06 [09:06] 최종편집: ⓒ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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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제2의 조선전쟁이 발발하면 지난 조선전쟁(한국전쟁)과는 대비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6일 전세론 해설을 통해 “지금 북남관계는 미국과 야합한 남조선당국의 악랄한 반공화국적대행위와 북침핵전쟁소동으로 말미암아 전시상황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동신문은 “6.15의 산아이며 북남협력사업의 마지막보루인 개성공업지구사업마저 폐쇄위기에 처하였다. 지난 시기 북남관계사가 아무리 복잡다단했어도 오늘과 같이 극단적인 대결국면에 이르렀던 때는 일찌기 없었다.”며 “그러나 남조선괴뢰들은 이에는 아랑곳없이 그 누구의 《도발》이니 뭐니 하며 반공화국대결자세를 계속 악랄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괴뢰들은 말로는 ‘대화’니, ‘신뢰’니 하는 것을 운운하면서도 실제에서는 우리와 한사코 엇설 흉계를 감추지 않고 있다.”며 “최근 괴뢰패당이 극우보수단체의 늙다리산송장들을 내몰아 서울에서 반공화국집회를 벌려놓고 우리 최고 존엄의 상징을 감히 훼손하는 특대형도발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한것은 그 대표적 실례”라고 반발했다. 신문은 “최근 조선반도에 일촉즉발의 핵전쟁발발국면이 조성된 것은 동족의 사상과 제도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의식에 사로잡혀 외세와 야합하여 우리를 고립 압살하기 위한 대결소동에 미쳐 날뛴 괴뢰패당의 반민족적 책동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북정책에 있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다름이 없음을 언급하고 “조선반도에 오늘과 같은 일촉즉발의 핵전쟁위험이 조성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면서 “이것은 현 괴뢰당국이 우리의 위성발사와 핵시험을 북침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면서 미국과 함께 우리를 해치기 위한 날강도적인 《제재》와 핵 선제공격연습에 피 눈이 되어 날뛴 결과”라고 한반도 긴장 정세가 남측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을 계속 추구하며 나라와 민족을 반역하는 매국역적들이 살판 치는 한 북남관계는 언제 가도 개선될 수 없으며 민족의 운명문제에 돌이킬 수 없는 엄중한 후과가 초래되게 된다는 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 남조선괴뢰들은 반공화국대결정책이 빚어낸 오늘의 엄중한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고 저들의 반민족적정체를 가리기 위해 《대화제의》니 뭐니 하며 오그랑수를 쓰고 있다.”고 말하고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전쟁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괴뢰들에게 파멸의 운명밖에 가져다줄 것이 없다.”며 “남조선괴뢰들이 북남대결에 계속 발광적으로 매어 달린다면 종국적 멸망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공세에 나섰다. 특히 “대결정책은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넣고 핵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반민족적정책이다.《대북정책》의 실패가 현 남조선당국의 집권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만일 남조선괴뢰들의 악랄한 반공화국대결정책으로 이 땅에서 또다시 전쟁이 터진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참혹한 재난은 지난 조선 전쟁 때와는 대비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론 해설은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이 아니라 저들의 무분별한 반공화국대결정책이 빚어낸 파국적 후과에서 교훈을 찾고 그에 대해 전면적으로 사죄하여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은 동족을 적대시하며 반공화국대결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면 민심의 지지는 고사하고 대중적인 항거를 불러올 것이며 종당에는 이명박《정권》처럼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남북고나계가 해법을 찾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 비현실적인 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 | ||||||||
| <칼럼>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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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한미연합사령부는 1978년 11월에 생긴 조직이다. 이 사령부가 창설되기 두 달 전인 9월 9일에 ‘제2회 MBC 대학가요제’가 열렸는데, 단국대 2학년이던 만 21살의 노사연이 ‘돌고 돌아가는 길’로 금상을 받았고 명지대생 23살의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그 노사연이 지금 56살이고 심수봉이 58살로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그와 더불어 세상도 엄청나게 변했다. 그런데도 한미연합사령부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우리가 안보의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던 70년대의 자화상을 간직한 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도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 한미연합사령부만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핵 개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박정희 대통령도 미군 철수 이후를 대비하여 작전권 환수를 추진한 바 있고 노태우 대통령은 아예 작전권 환수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바 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에 원하던 작전권 대신 평시작전권이라는 희한한 개념으로 반쪽도 안 되는 작전권 환수가 이루어졌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그대로 계승하여 남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로 2006년에 미국과 2012년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전작권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그 전환 시기가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예비역 장성들이 주도하여 전작권 전환 자체를 아예 무력화하려고 있음을 볼 때 노사연과 심수봉이 환갑을 넘겨도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한미연합사는 우리가 기본적인 무장도 충족하지 못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에 대해 아무런 재량권도 없는 주한미군의 선임 장교에게 우리 안보의 핵심기능을 위탁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정도 되면 미국의 태평양 사령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는 되어야 한반도의 전략적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 태평양 사령부의 예하 1개 부대장에게 우리 민족의 미래를 건 전략적 문제를 협의하고 의존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2010년 11월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그 작전참모인 맥도널드 장군은 한국 측의 작전협의 요청에 대해 “군사적 대응은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냉정하게 거부했다. F-15K 전투기를 출격시키건 말건 자신들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협의 요청이 귀찮았는지 포격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월터 샤프는 “자위권에 대한 사항은 한국정부 결정사항”이라는 입장을 담은 서신을 우리 국방부에 보내는 일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고 한미연합사를 존치하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을 전략적인 동맹이 아니라 전투지휘의 수준에 귀속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전략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의 대전략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러려면 상대를 바꾸어야 한다. 전략이 아니라 전투가 곧 국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진부한 안보관, 발육 부진의 안보사상이 20세기에나 어울릴법한 연합사 존속 주장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언젠가 북한과 평화적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주변국을 관리하면서 스스로 독자적인 외교안보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군사주권이 확립되지 않은 우리는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기반도 부실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평화와 통일을 논하기가 어려워진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더 이상 노사연과 심수봉이 아니라 강남 스타일도 나오고 소녀시대도 나와야 하는데 “전작권 전환 무력화”는 아직도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르라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령부가 한국의 안보세력에게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지원한다는 69만명의 증원군이라는 ‘공수표’ 때문이다. 69만 증원군은 미군 병력이 240만명이던 레이건 시절에 만들어진 수치로 현재 병력이 140만으로 감축되었고, 앞으로 더 감축될 미군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비현실적인 수치다. 군사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규모는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미군 숫자인 13만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나마 미국은 “한반도에 더 이상 6.25와 같은 전쟁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증원군 숫자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 게다가 미국은 한반도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치되더라도 미국이 우리 대신 국지전을 치룰 생각도 없다. 냉전시대의 낡은 틀에 목숨을 거는 원로 장성들의 기대를 이미 미국은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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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없고 온도 낮은 건기 6~7달 동안 땅밑 또는 나무구멍서 잠자
몇분에 한 번 숨쉬고 차가운 몸…인간 동면, 장기 우주여행 적용 기대
» 건기인 7달 동안 나무구멍에서 동면을 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 2004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열대 지방의 동면 포유류이다. 사진=프랑크 바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다가스카르 동부 고지대의 열대림에서 연구자들은 조심스럽게 바닥의 낙엽과 나무뿌리 등을 걷어냈다. 한 뼘쯤 깊이에서 조그마한 털 뭉치가 나왔다.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작은 몸집에 큰 눈과 긴 꼬리가 달린 여우원숭이에 틀림없다.
온대와 극지방의 포유류 가운데 일부는 먹이와 물이 부족하고 극심한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을 잠으로 보낸다. 하지만 열대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가 있다.
마리나 블랑코 미국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동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3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여우원숭이 2종이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새로 발견된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열대우림 바닥의 표면 흙을 걷어내고 꺼내고 있다. 사진=듀크대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난 종은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와 크로슬리난장이여우원숭이로, 마다가스카르 동부 친조아리보 지역의 열대우림에 서식한다.
해발 1660m 고지대에 위치한 친조아리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평균 기온은 13도이지만 최저기온은 5도에 머물며, 가끔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또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건기가 계속되는데, 이 시기에 여우원숭이는 가장 중요한 먹이인 과일을 찾기 힘들게 된다.
조사 결과 이들 여우원숭이는 4~9월 사이 3~6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 밤중에 열매를 따 먹으며 살다가 건기가 본격화하면 나무에서 내려와 낙엽과 나무뿌리, 부식토로 덮인 흙을 10~40㎝ 깊이로 파고들어가 겨울잠에 빠진다.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혹한기를 넘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진대사를 줄이고 몸의 안쪽까지 외부와 온도를 같게 만들며 핵심적인 생리기능을 중단시킨다. 체온을 30도 이상 유지하는 곰을 뺀 다른 동물은 외부 기온으로 체온을 낮춘다.
■ 마다가스카르 동부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조사하는 연구진(유튜브 동영상=듀크대)
이들 여우원숭이도 외부 기온과 비슷한 15도로 체온을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열흘에 한번쯤 체온을 올려 대사율을 높이는, 온대나 극지방 포유류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을 보였다. 앤 요더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동면중인 여우원숭이도 다른 동면하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떨어집니다. 꼼짝하지 않는 몸은 차갑고 몇 분에 한 번 숨 쉬어 보통 관찰자에겐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우원숭이의 목에 기온을 측정할 수 있는 원격 탐지기 부착해 동면 중 체온을 측정한 결과이다.
사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가 동면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 섬 서부에 서식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가 겨울잠에 빠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원숭이는 건기에 7달 동안 겨울잠을 자는데 그 전에 열매를 포식해 지방을 두툼한 꼬리에 저장한다. 겨울잠 직전 체중은 평소보다 40%나 증가한다.
» 열대림 바닥에서 동면하는 사실이 밝혀진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 사진=맥길대
흥미롭게도 섬의 서부와 동부 여우원숭이는 겨울잠을 자는 곳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서부 여우원숭이는 땅속이 아닌 나무구멍에서 잔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동부는 토양이 습하고 푸석한 반면 서부는 메마르고 단단해 발톱이 없는 여우원숭이가 파기에 곤란한 생태적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또 서부의 여우원숭이는 겨울잠 동안에도 체온이 급변해 3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는 단열이 잘 안 되는 나무구멍에서 자기 때문이기도 한데, 서부는 겨울 동안 온도차가 극심해 30도까지 온도차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의 여우원숭이는 외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자신의 체온이 변하도록 수동적으로 내맡기는 전략을 쓴다. 다른 지역의 월동 포유류처럼 규칙적으로 대사율을 높이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마다가스카르에서 땅속 겨울잠이 정상인지 아니면 예외인지는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나무에 사는 소형 영장류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이 동물의 고대 서식조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여우원숭이는 초기 영장류의 특징을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특산 동물로 정면을 향한 큰 눈을 지니고 있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한편, 사람과 생리적으로 가까운 원숭이에게서 동면이 발견되면서 심장 수술이나 장거리 우주여행 등에 동면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Underground hibernation in a primate
Marina B. Blanco, Kathrin H. Dausmann, Jean F. Ranaivoarisoa & Anne D. Yoder
Scientific Reports Volume: 3, Article number:1768
doi:10.1038/srep017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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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05 오후 12:04:27
어느 연말 모 학교 교무실에서 여교사 8명이 '남녀 간의 차이와 그로 인한 오해'에 대해 길고 깊은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밤에 학원이나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기 힘들어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들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이어졌다. 추운 겨울밤 버스 두어 정거장 거리를 걷는 것이 안쓰럽다. 엄마 입장에서는 '픽업'하거나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하고 싶은데 애비라는 이들이 꼭 반대한다. 남자들은 어찌 이리 매정하게 생겨먹은 것인가? 여교사들은 모성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공분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남교사 한 명이 있었고 그들은 그에게 해명이나 비슷한 걸 청하였다. 자녀가 아직 어린 그는 나름 솔직하고도 외교적으로 답했다.
다 큰 친구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춥고 바람 부는 겨울밤에 캄캄한 길거리를 헤매는 작은 초등학생들과 그 애들이 매고 있는 그 크고 무거운 책가방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구미(歐美)기준으로 분명한 아동학대다. 그러자 네 명이 콧방귀나 감탄사로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다. 자애롭고 모성 넘치는 엄마에서 졸지에 과거의 아동학대범이 되버린 셈이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 혹은 아동학대범 혐의를 벗으려, 나머지 여교사들은 한국인 특유의 한국적 논리를 구사했다. 다른 나라는 그 나라의 사정이 있고 한국에는 한국의 사정이 있다. 그럼 남들 다하는 데 어쩔 것인가… 몇 시간 화기애애했던 대화가 그렇게 냉랭하게 끝났다.
그 남교사는 한국의 평균적인 어머니들을 아동학대범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한국 여성들이 아동학대범 내지는 잠재적 아동학대범일 리도 없다. 이 일화는 보통의 여성이 가지는 모성이 곧장 아동학대라는 결과를 자동적으로 가져오는 어떤 지옥의 사정을 드러낸다. 그 지옥에서는 아이들을 학대할 때 반드시 '너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혹시나 엄마들이 문제라고 쉽게 단정 짓는 남성들이 없기를 바란다.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다면 학원과 학습지 '돌림빵'이라는 풍습 말고 자녀를 위해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핀란드나 독일같이 한국과 전혀 분위기가 다른 나라에 가서도 선행학습이라는 한국적 풍속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이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라면 그 사람이 오히려 변태에 가까울 것이다.
과연 그러면, 중간고사 잘 보면 어린이날 에버랜드가고 보통이면 서울랜드 가고 시험 못 보면 동네 공원 갈 거라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우리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설마. 대체 어린이날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명절 며칠 빼고는 공휴일과 주말에는 체험학습, 평일에는 교과학습 등등 '학습할 자유'만 누릴 뿐 다른 자유에 대해 상상할 시간조차 못 내고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어린이날 하루라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어른들이라고 자부하기 위해서이다. 상업화된 어린이날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대로 내수를 진작시키는 훌륭한 성과를 이루지 않는가? 선물을 사주거나 놀러 다닐 자금이 없는 빈곤계층 아이들은 하루 종일 어린이날 특별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날은 원래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로운 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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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날에만 어린이에게 자유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
어린이날이 선포되고 최초의 행사가 있었던 곳은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대교당'이었으며, 날짜는 5월 1일 즉, 메이데이였다. 어린이날의 시초가 이러했으니 소파 방정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저 마음이 따스한 아저씨라고 볼 수만은 없다. 일제 시대에 그는 불순분자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존재였다. 1937년부터 어린이날이 당국에 본격적인 탄압을 당하면서 몇 년간 폐지되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족 종교에 노동절, 좌파 우파 진보 보수가 어울렁더울렁 한 1920년대 어린이날의 사연이 90년이 지난 지금도 변주되고 있다. 그 애비 애미가 좌파건 우파건, 진보건 보수건 무관하게 아이들은 공부할 권리밖에 없는 유례없이 멋진 신세계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신세계의 미성년들이 보통으로 겪는 학업 노역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아 명백한 아동학대임을 말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코리안스 아 크레이지'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이들에게 초등학생 때 경쟁을 많이 하고 시험을 많이 봐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한국적 진리를 말해보았자 입만 아프다. 한국 아이들도 어린이날 하루는 큰소리도 치곤 한다는 걸로는 약하다. 그들에게 자랑할 만한 걸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시민단체를 만드는 거다. 평범한 아이들이라면 모두 가지는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어떻게 어른들이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린이 놀이 헌장>같은 걸 영국처럼 만드는 거다. 그리고 11월 20일 아동인권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거다. 어린이달까지는 곤란해도 싱가포르와 그리스처럼 어린이 주간을 정하면 어린이날 대목이 7일이 되니 자유시장과 자본 권력을 위한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선거 연령을 대폭 내리고 어린이들과 관련된 정책은 어린이 의회에서 결정하게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어린이(청소년) 의회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장관급까지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 한국은 세계 최초로 어린이를 국정의 주체로 인정한 나라가 된다.
이것저것 곤란하면 매달 하루를 '어린이 자유의 날'이나 '놀이의 날'로 정해서 학교를 가건 말건 자유로이 놀도록 하는 거다. 한 달에 하루는 좀 쩨쩨하니까 계절마다 어린이 주간을 만들어 학원이라도 강제적으로 쉬게끔 하자. 이러면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멀쩡해 보일까? 생각만 해도 자랑스러울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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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에서 개최된 어린이날 행사에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
*이 글은 '아이들의 놀 자유와 놀고 싶은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1인 조직 '놀이네트(www.playkorea.net)'의 조원식 대표가 보내주셨습니다.
게릴라칼럼] 일본 우경화만 위험한 게 아니다
|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종북 활동하시는 분들 머리속엔 뭐가 있는지 머리를 쪼개 가지고 해부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국정원은 뭐하나요. 이런 분들 안 잡고.." TV조선 4.23. 뉴스12 김진희의 댓글열전 중
듣기에도 섬뜩한 이 말, 종편 TV조선 엄성섭 앵커가 뉴스12 진행 중 '페이스북에도 북 찬양 계정…SNS 이적 행위 늘어'라는 뉴스꼭지를 다루면서 마지막에 한 발언이다. 출연자의 돌출 발언이라 하더라도 제지하거나 편집되었어야 말들이 앵커의 입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 뱉어지고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엄성섭 앵커가 해 보고 싶다는 그 행위로 통해서 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사람의 머릿속을 해부해서 사상을 검증해 보고픈 욕구. 그것이 바로 파시즘의 광기 아닐까?
표현이 지나치다는 점잖은 비판조차도 '너도 똑같은 종북주의자' 라며 파상 공세로 퍼붓는 보수 인사들, '종북 세력에게 그 정도 말도 못하냐'며 두둔하는 보수 언론들. 이런 현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우경화를 과연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마저 생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침략 행위', '반성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행동'. '국제 공조를 통한 응징' 등 날선 반응을 보인 보수 언론과 종편 방송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의 우경화에는 어떤 비판도 없다. 아니 오히려 '종북 세력 척결'이라는 보검을 휘두르며,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의 우경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일본 우경화는 국제범죄...우리사회 우경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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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일본 대사관 앞 반일 시위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한어버이연합과 보수국민연합 회원들이 일본 역사왜곡과 신사참배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뒤 아베 총리를 규탄하고 있다. | |
| ⓒ EPA/연합뉴스 | |
혼란스럽다. 일본의 우경화는 국제적 범죄 행위이라는데, 우리 사회의 우경화는 애국적 흐름이며 칭송의 대상일 수 있을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일본 내 소수의 양심 세력들은 존경의 대상이고 우리나라 우경화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머리를 해부해 보아야 할 종북 세력이란 말인가? 한일 두 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극단적 우경화의 해악과 위험성은 별반 다르지 않다. 편협한 국수주의가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냉철한 비판의식마저 마비시켜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 보수 세력의 뿌리는 다르지 않다. 일제 패망과 함께 찾아온 해방. 그러나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는 반공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또다시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일제의 앞잡이로 살았던 고등계 형사들은 해방 이후 경찰 수뇌부로 자리를 옮겼고, 독립군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황국신민을 자처했던 군인은 해방 후 미군정에서 장군이 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일제에 충성했던 세력들도 해방 정국에서 고스란히 지배 세력으로 다시 군림했다. 일제 때는 하나 같이 일왕(천황)을 칭송하며 대동아공영을 외치고 비행기를 헌납하던 세력들, 해방 후 반공의 궐기는 친일 내력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패망에도 반성 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것이 일본의 보수 세력이었다. 전범들의 위폐를 신사에 봉안하고 영웅 대접을 하며 지난 역사를 정당화하고자 했던 그들. 군인들에게 성노예가 되기를 강요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마저도 여성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억지를 앞세웠다. 일제의 침략이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주장 또한 수시로 반복돼 왔다. 침략 역사의 정당화. 그것은 일본의 보수 세력이 존재 이유를 확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에 맞장구쳐온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비난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것이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역사 인식이었다. 2008년,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보수 세력들은 근현대사의 좌편향을 바로 잡는다는 미명하에 새로운 대안 교과서를 집필했다. 식민사관의 무비판적 수용이라는 역사학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이 책을 기반으로 교과서 수정시도를 수차례 감행했다. 또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보수 세력 거들기에 나선 이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일제시대 우리 조상은 일본제국을 자신의 조국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많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역사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12월 16일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의 압승은 우경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경제 침체와 대지진에 지친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을 약속했던 아베 정권. 그는 집권 시작과 더불어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돈 풀기(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국민들에 경제 회생의 환상을 제공했다. 그러나 돈 풀기로 되살아 난 경기가 이후 더 큰 경기 침제로 이어지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진실은 이명박 정권이 처절하게 보여준 교훈이다. 또 과거 침략의 부정은 당장 지지율은 끌어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수주의를 심화시켜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차례 반복된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과거의 부정을 통해 도를 더해가는 일본의 우경화. 그러나 미래를 부정하면서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우리 사회의 우경화도 그 위험성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도를 넘는 종북주의자 낙인찍기가 정치와 사회, 경제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 대통령 후보까지 종북주의자로 몰아 댓글을 만들고 퍼 날랐던 국정원 직원과 보수 세력들. 그들에게 이념의 소통이나 남북통일은 부정하고픈 미래일 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집권을 위해서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있다는 극단적 우경화의 산물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폭거다.
복지와 분배 정의 부정하는 세력들
그 뿐 아니다. 경제 민주화 요구조차도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는 종북 세력의 농간으로 치부하는 1% 경제 권력들과 대자본들. 그에 편승해 수많은 논리를 개발하며 각종 경제 민주화의 개혁 입법을 막아서는 보수 언론과 종편들. 그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숱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이루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미래일 뿐이다. 복지와 분배를 부정하는 극단적 우경화. 이것은 현재의 부정에 그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꿈꾸어야 할 미래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복지와 분배의 정의가 없다면 1% 경제 권력을 제외한 99%의 아들딸들은 우리보다 더 혹독한 미래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침략의 과거를 부정하면서 극단으로 달려가는 일본의 우경화와 통일과 복지, 분배의 정의가 구현되는 미래를 부정하며 험악한 논리를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우경화. 이 둘의 모습은 제국주의와 냉전적 사고로 생겨난 기형적 보수의 준동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험한류를 넘어 떠나지 않는 한국인은 테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협박을 일삼는 일본의 보수우익. 머리를 해부해서라도 사상을 검증해 보겠다는 대한민국의 앵커. 한일의 우경화는 서로 닮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우경화, 일본의 되살아나는 침략 야욕 만큼이나 위험하다. 일본 우경화에 대한 우려와 반감. 우리 스스로에게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북, 김정은 원수 사회주의 강화로 나간다 | |||
| 기사입력: 2013/05/05 [10: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
조선은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세계에서 김정은 원수체제에서 개혁개방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억측임을 강조하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세상이 열백 번 변하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다 해도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승리의 한길로 꿋꿋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작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를 발표한 22 돐을 맞이해 밝힌 논설에서 “지금 우리 군대와 인민은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펼쳐주신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을 병진시키며 주체혁명의 최후승리를 이룩해나갈 불타는 결의에 충만 되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사회주의위업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위업이며 인류가 사회주의에로 나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역사발전의 법칙입니다.”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어록을 게재하고 “사회주의는 과학이며 진리이다. 자주적인민의 지향과 염원을 가장 철저히 구현하고 있는 우리 식 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위원장)께서는 노작에서 우리나라 사회주의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구현하고 있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는데 대하여 명백히 규정하시었다.”면서 “노작에는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생활력 그리고 수령, 당, 대중이 일심단결 된 주체의 사회주의의 공고성과 불패성이 전면적으로 밝혀져 있다. 노작은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사회주의승리에 대한 신념을 깊이 심어주는 사상정신 적량 식으로, 제국주의자들의 반사회주의책동에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는 강 위력한 무기로 된다.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위대한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확고한 지도적 지침으로 하고 있는데 있다.”고 피력했다. 신문은 ‘사회주의의 위력과 전도는 지도사상의 과학성과 혁명성에 달려있다.’는 소제목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시고 어버이장군님께서 심화 발전시켜 오신 주체사상, 선군사상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승리 적 전진을 힘 있게 추동하는 사상적 무기”라며 “주체사상, 선군사상은 인민대중 중심의 혁명이론과 영도방법을 확립함으로써 인민대중이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이론과 전략전술, 방법에 의거하여 그 어떤 어렵고 복잡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혁명과 건설을 성과적으로 전진시키고 인민대중의 자주위업을 빛나게 완성할 수 있는 길을 뚜렷이 밝혀주고 있다. 자주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보편적이며 생활력 있는 혁명사상이 바로 우리 당의 주체사상, 선군사상이다. 선군의 기치 밑에 백승을 떨쳐온 우리 혁명의 영광스러운 역사와 주체사상의 빛발아래 세계적 범위에서 자주화의 기운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 당의 혁명사상이야말로 세계를 밝히는 횃불이고 지구를 움직이는 지렛대이며 시대를 이끄는 기관차라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동신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일심단결을 근본초석으로 하고 있는데 있다.’는 작은 제목을 통해서는 “일심단결은 우리 혁명의 천하지대본이다. 하나의 중심, 하나의 사상에 기초하여 굳게 뭉친 불패의 통일단결, 바로 여기에 우리 식 사회주의승리의 근본원천이 있다.”며 “우리의 일심단결은 국가와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공고성을 확고히 담보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조국을 수호하고 혁명과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나가는 추동력으로 되고 있다. 영도자는 인민을 믿고 인민은 자기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사상적 통일체, 영도자와 천만군민이 사랑과 믿음, 정과 의리로 굳게 결합된 혼연일체가 바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참모습이다. 우리의 일심단결이야말로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천하제일국력”이라며 일심단결의 위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신문은 “오늘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있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이시며 모든 운명과 미래를 전적으로 맡기고 따르는 위대한 어버이이시다.”라면서 김정은 원수의 현지지도를 부각 시켰다. 신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필승불패성은 인민대중이 사회주의를 생명으로, 생활로 여기고 있는데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는 “사회주의의 기초는 인민이다. 뿌리가 든든한 나무가 그 어떤 광풍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사회주의가 인민대중의 심장 속에 깊이 간직될 때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오늘 주체의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자주적 삶을 수호하고 끝없이 빛내주는 행복의 보금자리로 되고 있다.”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과적발사와 제3차 지하 핵 시험의 성공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사회주의승리에 대한 확신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고 있다. 우리 인민이 핵 강국의 덕을 입으며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은 천만군민을 기적과 위훈의 창조자로 되게 하는 자양분으로 되고 있다.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야말로 인민의 이상과 행복을 굳건히 담보해주는 삶의 터전이며 사회주의를 지키는 길에 영원한 승리와 번영이 있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간직된 드팀없는 신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매체는 “사회주의는 인류의 미래이며 주체의 우리 식 사회주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세상이 열백 번 변하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다 해도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승리의 한길로 꿋꿋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일부 나라들에서 김정은 원수체제에서 개혁개방을 사도 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오히려 조선식 사회주의의 길을 강화 할 것으로 보여 대북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 |
사모스의 구세주, 이솝
"이솝과 겨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그와 겨룰 생각이 전혀 없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던 날 이솝의 내공을 인정하며 한 말이다.

*벨라스케스의 '이솝'
기원전 6세기 인물인 이솝은 외모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추했으나 천재성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빛났다. 이솝은 머리가 크고, 눈은 검고 날카롭게 찢어졌으며, 턱은 길고, 목은 휘고, 종아리는 두툼하고, 발은 컸으며, 입도 큼지막하고, 곱사등에 배불뚝이고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그가 아프리카 흑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노트르담 사원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는 이솝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닐까. 죄없이 누명을 쓰고 죽은 콰지모도처럼. 이솝도 델포이를 여행하던 중 주민들로부터 신전의 신물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절벽에서 떠밀려 죽은, 비운의 인물이다.
*사모스섬의 모습
노예였던 그는 어린 시절 머나먼 땅으로 잡혀가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에게 팔렸다가 노예상에 의해 그리스의 사모스까지 왔다고 한다.
그가 사모스에서 크산토스란 철학자의 노예로 있을 때 사모스에 우환이 닥쳤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세금과 조공과 추징금을 보내달라고 협가한 것이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려 명령에 따르려 했다.
그때 이솝은 리디아로 가서 특유의 지혜로서 왕을 설득해 사모스를 구한다. 두려움에 떨며 강국 리디아의 식민지가 되어 노예의 길을 선택하려는 사모스인 앞에서 노예 이솝은 이렇게 말했다.
"운명은 이 생에서 인간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해주었다. 하나는 자유의 길로, 시작은 고되고 견디기 힘들지만 끝은 아주 평평하고 견디기 쉽다. 또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 처음은 들판처럼 가볍고 평평하지만 끝은 매우 혹독하고 크나큰 고통 없이는 걸을 수 없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5장 천재 지식인들의 섬, 사모스' 중에서
기사입력 2013-05-03 오후 7:42:34
혹시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하세요?
맞습니다.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를 풍비박산을 낸 직후인 1998년 잇따라 개봉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딥 임팩트>)과 소행성(<아마겟돈>)을 막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불과 지름 800미터(0.8킬로미터)짜리 혜성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줬죠?
15년이 지난 2013년 2월 16일 새벽 3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영화를 연상시키는 일이 일어났어요. 지름 17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이 폭발로 첼랴빈스크를 포함한 러시아 지역 다섯 곳과 카자흐스탄 지역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1459명이 다쳤고, 가옥 7200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로 보기)
이 폭발은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20~30배에 해당하는 위력입니다. 히로시마 핵폭탄처럼 고도 850미터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만약 첼랴빈스크가 아니라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첼랴빈스크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에 떨어졌다면요?
이번 사건은 새삼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Near-Earth Object)'가 얼마나 지구에 위험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줬습니다. 실제로 지름 300미터 정도의 소행성만 떨어져도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는 지구에서 사라집니다.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요.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은 대재앙이죠. 지구 위의 생명체 50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재앙을 막는 데는 핵폭탄보다 흰 페인트가 더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새 돈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튼 몇몇이 수상한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소행성의 희귀 광물을 채취해서 팔아먹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옥타늄'을 얻고자 나비 족을 괴롭히는 인간을 묘사한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죠? 그런데 바로 이 회사 중 한 곳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 통신 에너지 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도 이미 2003년에 소행성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소행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를 놓고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거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 하는 '과학 수다'에서 이런 궁금증을 모두 해결합니다. 한국의 첫 소행성 전문가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가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부산대학교),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이 때로는 가이드로 또 때로는 독자를 대신한 질문자로 수다에 참여했고요. 수다 정리는 소행성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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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손문상) |
'딥 임팩트'의 공포
이명현 : 오늘의 주제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Near-Earth Object)'입니다. 이렇게 영어로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가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에요. '지구 접근 천체', '지구 근접 천체' 또 '지구 위협 천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근(近) 지구 천체' 혹은 '지구 근 천체'라고 부르더군요.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웃음)
문홍규 : 좋은 지적이에요. 사실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학계에서 합의된 번역어는 아직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국내에 거의 없어서요.
강양구 : 몇 명이나 있나요?
문홍규 : 소행성으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서 연구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요.
강양구 : 한 명이요?
문홍규 : 네. 그리고 혜성으로 학위를 받은 동료 과학자가 있습니다. 역시 한 명이네요. (웃음) 그리고 마사테루 이시구로 서울대학교 교수가 소행성, 혜성을 다 연구합니다. 그러니 니어 어스 오브젝트를 연구하는 사람은 국내에 딱 세 명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 우리 세 명이서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서 번역어가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했어요. (웃음)
이명현 : 이제 사정이 어떤지 짐작이 되죠? 사실 앞에서 말했던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 변천사는 여기 문홍규 박사가 불러온 궤적과 일치합니다. (웃음) 그런데 이렇게 번역어가 계속 바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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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 ⓒ프레시안(손문상) |
문홍규 :
처음에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무엇인가 지구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걸 강조하는 게 주목을 받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지구 접근 천체'라고 불렀어요. 엄밀히 따지면 맨 앞의 'Near'는 형용사잖아요. 꼭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죠. 그런 식이면 다 언젠가는 지구와 충돌한다는 얘기니까요.
고유한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혹은 비주기적으로 지구 근처를 지나는 모든 천체를 포괄하는 번역어를 찾다 보니 요즘에는 '근 지구 천체'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당연히 근 지구 천체 안에는 '근 지구 소행성(Near-Earth Asteroid)', '근 지구 혜성(Near-Earth Comet) 등이 포함되죠.
김상욱 : 그런데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원래는 지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태양으로 접근하는 거죠? 명칭만 지구 중심으로 붙였을 뿐이지.
문홍규 : 정의를 해볼게요. 근 지구 천체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근일점 : 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1AU=약 1억5000만 킬로미터)의 1.3배 안에 들어오는 걸 말해요. 특히 근 지구 소행성은 근일점이 0.983AU와 1.3AU 사이에 있는 걸 말합니다.
이명현 : 그러니까 근 지구 천체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그 궤도가 지구 궤도와 엇비슷한 것들이군요.
강양구 :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가 몇 개나 되나요?
문홍규 : 나사(NASA)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거의 매일 갱신이 됩니다. (☞바로 가기) 그러니 이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2013년 4월 24일 현재, 일단 혜성이 94개입니다. 그리고 소행성은 9797개나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 전체 숫자는 9891개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큰 소행성은 861개군요.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도 지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은 155개고요.
이명현 : 그러니까 소행성이 약 1만 개 정도인데 그 중에서 약 150개 정도가 위험한 셈이네요.
문홍규 : 더 얘기하기 전에 흥미로운 아래 그래프부터 보세요. 이 그래프에서 왼쪽 끝이 1980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고 오른쪽 끝이 2013년에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입니다. 파란색은 발견한 모든 소행성의 개수고, 빨간색은 그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더 큰 것의 개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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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o.jpl.nasa.gov |
김상욱 : 갑자기 올라가네요.
문홍규 : 네, 1998년부터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하죠? 이 시점에 무엇인가 시작된 거죠.
김상욱 : 1998년에 할리우드 재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잖아요.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이요.
강양구 : <딥 임팩트>는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내용이었고, <아마겟돈>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내용이었죠. 물론 둘 다 겨우 막아내긴 했습니다만. (웃음)
문홍규 : 특히 <딥 임팩트>는 나사 과학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영화였어요. (웃음)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서 미국 의회에서 1998년부터 '우주 방위 목표(SpaceGuard Goal)' 프로젝트의 예산을 승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지름이 1킬로미터보다 큰 근 지구 천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찾아서 목록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죠.
2008년에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 후에 나사는 우주 망원경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를 대기권 밖에 설치합니다. 지름 40센티미터 정도의 이 우주 망원경은 애초 적외선으로 별, 은하를 보려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 WISE가 소행성을 비롯한 굉장히 많은 근 지구 천체를 발견합니다.
근 지구 소행성은 제일 큰 게 지름 35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사실은 거의 몇 킬로미터도 안 되는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가시광선으로 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행성을 적외선의 눈으로 봤더니 훨씬 밝고 더 많이 보이는 거예요. 이런 사정으로 WISE 덕분에 현재까지는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94퍼센트 정도 발견했습니다.
강양구 : 여기서 왜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한 번 따져보죠.
문홍규 : 먼저 'PHO(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의 정의부터 해보죠. 보통 '지구 위협 천체'라고 번역을 하는데요. 근 지구 천체 중에서 크기가 지구 접근 거리가 약 750만 킬로미터 이내이면서 크기가 지름 150미터 이상인 것을 지구 위협 천체라고 합니다. 당연히 지구 위협 천체 안에는 소행성도 있고, 혜성도 있지요.
아까 봤던 나사의 웹사이트로 돌아갈까요? 그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면 근 지구 천체 9891개 중에서 'PHA'가 1397개입니다. 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는 150미터보다 큰 지구 위협 소행성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킬로미터보다 큰 것이 아까 얘기했듯이 155개예요.
그러니까 1킬로미터보다 작은 소행성 중에서도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것이 150미터 이상인 것만 약 1200개가 있는 셈이죠. 사실 150미터보다 작은 것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지름이 30미터 이상의 소행성이 폭발하면 다이너마이트 200만 톤과 같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 정도면 반경 5킬로미터 안의 모든 물체가 날아가요.
지름이 100미터인 소행성은 다이너마이트 8000만 톤과 폭발력이 같아요.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죠.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 지름 30~50미터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8킬로미터 상공에서 폭발해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크기가 더 커지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죠. 지름이 한 300미터 정도면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가 풍비박산이 납니다. 지름이 1.5킬로미터 정도 되면 유럽 정도가 파괴됩니다. 이런 소행성이 지각의 얇은 부분을 뚫고 맨틀로 들어가면 더 위험하죠. 화산체, 쇄설물이 나오고 이게 지구 전체를 덮으면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지름이 한 3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전 지구적으로 즉각적인 위험을 야기하죠. 아마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지름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이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요. 지구 위의 생명체 50퍼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죠.
김상욱 : 실제로 <딥 임팩트>를 보면 지구로 혜성이 날아옵니다. 핵폭탄을 장치해서 폭파를 시키긴 하는데, 완전히 폭파가 되지 않고 둘로 쪼개져요. 하나는 큰 것(지름 4.8킬로미터)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것(지름 0.8킬로미터)이죠. 큰 것은 비켜가는 데 작은 것은 지구로 떨어져요.
영화에서는 0.8킬로미터 작은 것이 떨어지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서 뉴욕이 다 물에 잠기고 수백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와요. 다들 4.8킬로미터 큰 것이 떨어질 줄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데 극적으로 막죠. 방금 설명을 듣고서 영화 내용을 떠올리니,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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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욱 부산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손문상) |
문홍규 :
맞아요. 나사 과학자들이 비교적 정확한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1998년에 개봉한 데는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요. 그 충돌을 보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이 흥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거든요.
1994년 7월 14일부터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서 목성에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충돌로 생긴 화염의 크기가 지구보다 더 큰 거예요. 지구가 실제로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이명현 : 그 때는 멋있었죠.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면 등골이 오싹해지죠. (웃음)
흰색 페인트로 지구를 구한다?
강양구 :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요. 현재까지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의 94퍼센트 정도를 파악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 중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게 있다면, 그 충돌 여부는 얼마 전에야 예측할 수 있나요? 슈메이커-레비 혜성도 목성과 충돌하기 1년 4개월 정도 전에야 확인했었죠?
문홍규 : 제각각 다릅니다. 사실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을 발견한 것으로 끝나면 안 되죠. 일단 꼬리표를 달아놓은 거잖아요? 그 다음부터는 추적 관측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궤도를 파악해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따질 수 있는데 그걸 확인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충돌 여부를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강양구 : 그럼, 운에 달렸군요. 운이 좋아서 충돌 예상 시점 몇 년 전에 발견할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한 3개월 전에 확인할 수도 있고요. (웃음)
문홍규 : 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지구 위협 천체는 계속해서 추적 관측을 하니까 아무래도 조기 발견의 가능성이 크겠죠. 사실 천문학자의 몫은 정밀 궤도를 얻고서,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데서 끝납니다. 일단 충돌이 거의 확실시 되면 그 뒤부터는 천문학자의 몫은 아니죠. 그 때부터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 되는 거죠.
강양구 : 지구 위협 천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을 결정하는 것도 정치인과 관료니까, 사실 모든 단계가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죠. (웃음)
문홍규 : 듣고 보니 실제로도 그러네요. 2005년부터 이 지구 위협 천체 문제를 유엔(UN)이 주도하고 있어요. 유엔 산하에 지구 위협 천체 문제에 관한 세 개의 그룹을 만드는 움직임이 추진 중입니다. 경보 발령 자문 그룹, 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 재난 방지 자문 그룹, 이렇게요.
김상욱 : 그런데 과연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덮칠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강양구 : 방금 충돌 궤도 변경 얘기를 언급했는데,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저는 그런 궤도 변경이 더 큰 재앙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궤도가 변경된 소행성이나 혜성이 어떤 연쇄 효과를 낳을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문홍규 : 좋은 지적입니다. 아폴로 9호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스티 슈웨이커트가 만든 B612재단 궤도 계산 결과를 보면, 아포피스 소행성이 2039년 4월 13일 금요일 지구 가까이 지나갑니다. 하필이면 13일의 금요일이죠. (웃음) B612재단은 이 아포피스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에요.
그런데 이 아포피스 소행성이 뉴욕이나 워싱턴에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되어서 진로를 바꿨는데, 그 결과 이 소행성이 런던이나 파리에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지구 위협 천체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이런 골치 아픈 논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죠.
김상욱 : 칼 세이건도 <창백한 푸른 점>(현정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이미 그런 문제를 지적했어요. 세이건은 인간이 개입해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그런 능력을 확보한다면 그 능력은 인류를 구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이용될 거라는 겁니다.
문홍규 : 맞아요. 바로 '카이네틱 웨폰(kinetic weapon)'이죠. 어떤 나라가 소행성의 궤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나라가 소행성 몇 개를 마음에 안 드는 나라에 일부러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몇 개도 필요 없죠. 300미터 소행성 하나면 한반도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상욱 :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1997년)를 보면, 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선전포고를 할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죠. 벌레 외계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소행성을 떨어뜨리잖아요. 그 일을 계기로 인간과 벌레 사이에 우주 전쟁이 일어나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도 막기는 막아야 될 것 아녜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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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궤도 변경이 가장 유력한 대응 방법입니다. 궤도 변경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지구와 충돌 위협이 있는 크기가 작은 소행성의 경우에는 로켓을 꽂아서 추진을 시키는 거예요. 이 로켓이 소행성을 약간만 밀어도 장기적으로는 궤도가 바뀌어 지구를 스쳐서 지나가는 거죠.
김상욱 : 2012년에 유엔이 지원해서 '소행성 움직이기 대회(Move an asteroid competition)'를 했어요. 과학도와 과학자에게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서 우수한 제안에 상을 주는 행사죠. 그런데 2012년 우승자가 MIT의 한국계 대학생 백성욱 씨입니다. (웃음)
이 백성욱 씨의 아이디어가 아주 재밌어요. 소행성에다 흰색 페인트 통을 던지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물론 흰색 페인트가 소행성 전체에 골고루 묻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햇빛을 반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빛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요.
앞선 과학 수다에서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의 성질을 띤다고 했잖아요. 빛의 입자인 광자는 공기의 흐름인 바람처럼 압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그 힘이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빛을 반사할 때, 그 태양광 압력의 반작용으로 궤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죠.
이런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있었어요. 2008년에 첫 번째 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우승했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런 햇빛 입자의 흐름, 즉 태양풍을 이용한 거예요. 태양풍을 받을 돛을 소행성에 달면 굳이 로켓과 같은 것이 없더라도 궤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굳이 그런 돛도 필요 없이 흰색 페인트면 충분하다는 거죠. (웃음)
이명현 :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기존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준 거죠. (웃음) 사실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 변경을 말하면 곧바로 핵폭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크기가 큰 소행성의 경우에는 궤도를 바꾸려면 핵폭탄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렇게 폭탄을 터뜨려서 소행성이나 혜성이 파괴되면 그 파편이 지구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요. 반면에 이런 흰색 페인트 아이디어는 비용, 효과 모든 점에서 탁월하죠.
김상욱 :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쉽지가 않아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우주 공간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웃음) 그러니까 미국이든 중국이든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려면 국제 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문홍규 : 네, 여기서 현재까지 나온 방법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폭파, 미는 것, 끄는 것. 폭파는 방금 언급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때문에 재래식 무기만 가능하죠. (웃음) 핵폭탄을 실제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방금 얘기했듯이 폭파 후 통제 불가능한 조각들만 더 많아질 거고요. 얼마나 많은 핵폭탄이 필요할지, 그 효과는 어떨지도 미지수고요.
미는 것. 아까 얘기했듯이 가장 먼저 로켓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장 소행성이나 혜성에 로켓을 어디에 어떻게 꽂을지가 문제에요. 소행성도 자전을 하거든요. 정확히 계산해서 로켓을 꽂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소행성을 밀어서 지구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이런 위험 덕분에 방금 얘기한 흰색 페인트 칠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는 겁니다.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과연 한 세기 안에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양구 : 그 정도 고출력 레이저면, 당장 살상 무기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문홍규 : 그렇죠. 마지막 방법은 끄는 것. 소행성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거의 상호 작용을 할 만큼의 비슷한 크기의 우주선을 보내서 견인을 하는 거죠.
이명현 : 우주선을 보내서 소행성을 끄는 방법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디어로 나왔던 거예요. 사실 지구 주위에 널려 있는 인공위성도 근 지구 천체에 속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위성 숫자가 계속 많아지면 그것도 아주 고약한 골칫거리가 될 거예요.
김상욱 : 우리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이니까 우주선을 보내서 끌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건 끌 수도 있겠죠. 이렇게 작은 걸 끌어다가 큰 소행성에 충돌을 시켜서 궤도를 바꾸는 방법도 얘기가 되는 모양이던데요. 마치 당구공이 서로 부딪쳐서 진로가 바뀌는 것처럼.
문홍규 : 네, 그런 방법이 아까 언급한 유엔의 두 번째 자문 그룹(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에서 논의가 될 거예요. 물론 아직은 다 탁상공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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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 ⓒ프레시안(손문상) |
강양구 : 사실 진짜로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이 목전에 닥쳤을 때, 저런 대응 방법 중 하나가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명현 : 지구 위협 천체의 위험을 얘기하면 꼭 제1차 세계 대전이 생각나요. 그 전쟁 전에 인류는 현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전 지구적인 전쟁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이죠. 철모도 전투에서 쓰기엔 너무 비실용적이고, 군복도 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이고. 그러다 보니 피해도 엄청났죠.
김상욱 : 어쩌면 지금 얘기되는 대응 방법이 낭만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명현 : 예.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잖아요. 당연히 실제 상황이 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김상욱 :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을 축적해서 다음에 더 잘 할 수도 없잖아요.
문홍규 : 지난 2월 15일에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예행연습을 하긴 했죠. 일종의 경고라고나 할까요? 지름 17~20미터 정도의 소행성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은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일어났는데, 가장 큰 폭발은 13킬로미터 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계산이 되고 있어요.
김상욱 : 그럼 소행성 하나가 들어와서 여러 개로 쪼개져서 여기저기 떨어진 건가요?
문홍규 : 맞아요. 피해 지역이 마치 첼랴빈스크 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러시아 다섯 곳, 카자흐스탄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첼랴빈스크의 피해만 놓고 보면, 가옥 7200채가 폭삭 내려앉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그 과정에서 1459명이 다쳤어요. 그 중 어린이가 300명이고요. 다행히 운석을 직접 얻어맞은 사람은 없었어요.
만약에 운석 중 하나가 핵발전소를 뚫고 지나갔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간 것도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에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 폭발한 것도 다행이었어요. 피해가 가장 큰 고도 850미터 정도에서 폭발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강양구 : 그런데 이런 17~20미터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도 드문 일이죠?
문홍규 : 생전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일은 100년에 한 번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미터 정도는 250년에 한 번이죠. 1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1만 년에 한 번, 3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5만 년에 한 번입니다. 물론 당장 몇 달 뒤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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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손문상) |
소행성대의 기원은 제5행성이 아니다!
강양구 : 이런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은 뭔가요?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왔죠? 소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죠.
이 소행성대는 과학 소설(SF)의 단골 소재죠. 에드먼드 해밀턴의 <The Lost World of Time>(1941년)이나 혹은 SF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제임스 호건의 <Inherit the Stars>(1977년)가 대표적이죠. (호건의 <Inherit the Stars>는 <별의 계승자>(이동진 옮김, 오멜라스 펴냄)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대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애초 행성(제5행성?)이 하나 더 있었고, 이 행성이 어떤 이유로 사라졌고(화성인과의 대립은 흔히 쓰이는 설정입니다), 그 행성의 흔적이 바로 소행성대라고 가정합니다. 심지어 이 행성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연결을 시키기도 하고요. (웃음)
문홍규 : 흥미로운 설정이긴 합니다. 예전에는 과학자 중에도 그런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어요. (웃음)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태양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보죠. 태양과 같은 별은 우주 가스가 응축해서 만들어집니다.
가스가 응축하면 중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핵융합을 할 정도로 뜨거워져서 점화가 되면 비로소 별이 됩니다. 이렇게 가스가 응축해서 별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기 태양의 모양은 원반에 가까운데요. 이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은 중심이 뜨거워지면서 돌기 시작해요. 자연스럽게 아기 태양 주변에 있는 가스도 따라서 돕니다.
바로 이렇게 원반 모양의 아기 태양과 그 주위의 가스들이 돌면서 태양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태양을 따라서 도는 먼지 덩어리들이 연쇄 충돌을 일으키면서 점점 커지면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되지요. 태양계 안쪽에는 금속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 태양계 바깥쪽에는 기체로 이뤄진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처음에는 태양계의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어요. 그러니까 태양과 해왕성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거죠. 그런데 38억 년 전에 태양을 돌던 목성과 토성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이 궤도가 불안정해집니다. 이 불안한 궤도가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목성과 토성의 궤도가 지금처럼 커지게 됩니다.
이 때 자연스럽게 토성 바깥쪽에 있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천왕성, 해왕성도 같이 밀려나면서 전반적으로 태양계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런데 해왕성 바깥쪽에는 소행성, 혜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못한 작은 천체들이 길게 띠를 형성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어요. 태양계의 크기가 커지면 당연히 이 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겠죠.
띠가 불안정해지면 그것을 구성하던 일부가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겠죠.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온 소행성, 혜성이 바로 근 지구 천체의 기원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이 길게 늘어서 있는 소행성대가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참, 이런 과정에서 명왕성도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왔죠.
이명현 : 2006년에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되었죠? 이런 기원의 차이도 퇴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족보를 따져보면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이죠.
강양구 : 지금 설명은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죠? (웃음)
문홍규 : 맞아요. 그런데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지구나 달에 바로 이 38억 년 전에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유입된 소행성, 혜성이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특히 달은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 충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그런데 그 충돌 연대를 살펴보니, 38억 년 전에 굉장히 많은 소행성, 혜성이 융단폭격을 한 거죠.
강양구 : 그럼 38억 년 전의 일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은 없나요?
문홍규 : 38억 년 전부터는 태양계의 궤도가 상당히 안정적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소행성이나 혜성의 융단폭격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융단폭격이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이게 몇 초, 몇 분 동안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웃음) 수만 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난 일일 거예요.
강양구 : 정말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제5행성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웃음)
문홍규 : 아닙니다. (웃음) 소행성대에 흩어져 있는 소행성의 질량을 다 합해도 도저히 행성이라고 할 만한 질량이 되지 않고요. 그리고 방금 얘기한 달 또 지구가 융단폭격을 당한 38억 년 전의 시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대의 제5행성 기원설은 폐기된 것으로 봐야죠. 물론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충돌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이명현 : 태양계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는 충돌이 다반사였죠. 지구도 충돌해서 달이 나온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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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그럼, 근 지구 소행성의 상당수는 38억 년 전에 형성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오는 것으로 보면 되나요? 그런데 소행성대가 38억 년 전에 만들어지고 나서, 그 후에 궤도가 상당히 안정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계속해서 소행성이 지구 쪽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있나요?
문홍규 : 근 지구 소행성의 대부분은 소행성대에서 옵니다. 그 이유는 소행성의 궤도와 목성의 궤도가 역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 상호 작용의 결과 소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지는데요. 이렇게 불안정해진 궤도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소행성들이 튀어나갑니다. 그 중 안쪽으로 들어온 게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거예요.
김상욱 : 덧붙이자면, 사실 목성과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1:2나 1:3처럼 정수배가 되는 경우, '비선형 공명' 현상이 일어납니다. 비선형 공명이 일어나면 소행성의 운동이 혼돈 혹은 카오스를 보이며 불안정해지죠. 즉,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명이 일어나는 부분마다 소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틈이 만들어 지는데, 이를 커크우드 간격이라 부르죠.
일단, 공명에 해당하는 소행성이 모두 없어지면 더 이상 궤도를 이탈하는 소행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와 같은 다른 이유 때문에 소행성들이 궤도를 조금씩 바꾸다가 결국, 커크우드 간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비선형 공명에 의한 혼돈 때문에 소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다시 지구 쪽으로 날아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암튼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이 다 고갈되면 더 이상의 소행성 유입은 없을까요?
문홍규 : 그런데 소행성대의 소행성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는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이 거의 100만 개가 있는 것으로 봤어요. 현재는 그 숫자가 70만 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주 많은 숫자죠. 이 중에서 1킬로미터 이상의 근 지구 소행성의 경우는 거의 94퍼센트 정도 확인을 했고요.
근 지구 소행성 중에서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80퍼센트, 300미터에서 500미터 크기의 소행성은 한 54퍼센트 정도 파악한 상태입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운석이 떨어지던 날 2012DA14 소행성도 지나갔어요. 그 지름이 40~50미터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소행성대에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한 50만 개가 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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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지금 계속 소행성대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사실 소행성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가 많이 되고 있죠. 우주선이 소행성대를 지날 때 곳곳에서 출몰하는 소행성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이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면 소행성대가 굉장히 비행에 위협적인 곳으로 나오죠.
그런데 나탈리 앤지어가 쓴 <원더풀 사이언스>(김소정 옮김, 지호 펴냄)를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옵니다. 1977년 6월과 8월에 보이저 1호, 2호가 각각 발사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저 1호, 2호가 소행성대를 지나면서 소행성을 기적적으로 딱 2개 발견했다고 합니다. (웃음)
문홍규 : 맞습니다. 영화 속에 묘사된 소행성대와 실제의 소행성대는 달라요. (웃음) 보이저 호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로 소행성대는 텅 비어 있어요. 소행성 사이이 평균 거리가 10의 7승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0이 7개가 붙으니까 소행성 사이의 거리가 1000만 킬로미터네요. (웃음)
김상욱 : 10의 7승 킬로미터요? 보이저 호가 2개를 봤다는 게 정말 기적이네요. (웃음)
이명현 : 다음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혜성 얘기만 잠깐 하고 넘어가죠?
문홍규 : 근 지구 천체 중에는 근 지구 혜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구 가까이에 출몰하는 혜성 중에서 분명히 해왕성 바깥쪽에서 왔을 법한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1997년에 지구 근처에 나타난 헤일밥 혜성이 그렇죠. 이 혜성은 주기가 4300년이 넘어요. 저는 '단군 혜성'이라고 부르는데요.
김상욱 : 그러니까, 38억 년 전에 지구 근처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진입한 천체들, 바로 이것들이 우리가 아는 근 지구 천체 대부분의 기원이겠죠. 그런데 그 외에 지금도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가 있다는 말이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헤일밥 혜성처럼 주기가 긴 혜성이고요.
문홍규 : 맞습니다. 과학자들은 일단 이 혜성이 '오르트 클라우드(구름)'라는 곳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르트 클라우드는 지름이 5만 광년 혹은 그 이상 되는 태양계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덩어리예요. 이곳에서 간헐적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헤일밥 혜성 같은 것이 오는 거죠.
탐욕의 손길, 소행성을 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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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손문상) |
강양구 :
오르트 클라우드에 얽힌 뒷얘기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갈 길이 머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최근 몇 년 새에 흥미로운 기업 두 곳이 창업을 했죠?
문홍규 : 2010년 11월에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가 그리고 올해(2013년) 1월에는 'DSI(Deep Space Industries)'가 창업했습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만 살펴보면,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이 중심이 되어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면면이 화려해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또 전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아바타>의 카메론 감독이 투자자로 참여한 건 참 의미심장한데요. <아바타>를 보면 나비 족이 사는 행성에 인간이 들어가는 이유가 그 행성에 있는 광물 '언옵타늄' 때문이잖아요. 얻기 어려운 원소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플래니터리 리소스의 목적이 바로 지구에서는 얻기 어려운 희귀 광물을 소행성에서 캐려는 거예요. 얼토당토않은 망상 같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에요. 과거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혜성이 만든 운석구가 충돌해 만들어진 구덩이를 확인해 보면 거기에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가 많이 발견이 됩니다.
이명현 :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곳에 뜬금없이 텅스텐 광산이 있거나 혹은 우라늄 광산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에 소행성이 그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에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거예요.
문홍규 : 지금 세계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전자 산업, 통신 산업, 태양광 산업 등 21세기의 핵심 산업에 희토류가 꼭 필요하니까요. 2010년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분쟁이 났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일본이 꼼짝도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플래니터리 리소스나 DSI 같은 회사가 소행성에서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캐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이는 거예요. 플래니터리 리소스에서는 현재 우주 망원경으로 소행성의 표면을 관측해서 어떤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적외선으로 관측을 하면 표면 성분을 분석하는 게 가능하니, 그걸로 소행성과 매장 광물의 목록부터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소행성의 표면 성분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소행성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소행성에서 광물을 캐서 그것을 지구로 가져오는 겁니다.
강양구 : 그게 경제성이 있을까요?
이명현 : 나사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했으면 혀를 찼겠죠. 허황된 얘기라고. 그런데 정말 돈 냄새를 맡는 데는 도가 큰 사람들이 큰돈을 투자하고 또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걸 보니 '정말로 저 방향으로 가겠다' 싶은 거예요.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허황된 얘기가 아니에요.
문홍규 : 달이나 화성보다 소행성에 가는 게 훨씬 쉬워요. 실제로 소행성대까지 가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근 지구 소행성은 가깝습니다. 지난 2월 16일 지구를 스쳐지나간 소행성 DA14는 2만7000킬로미터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인공위성이 보통 지구 정지 궤도 3만6000킬로미터 상공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그보다 가까운 거예요.
그럼, 실제로 광물 채취를 어떻게 할까요? 굳이 사람이 갈 필요도 없습니다. 광물 채굴을 위한 로봇을 보내면 됩니다.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앞으로 자기와 똑같은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기 복제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등장하리라고 봅니다. 이런 기능을 갖춘 광물 채굴 로봇을 소행성에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채굴된 광물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캡슐에 넣어서 지구로 쏴주면 됩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한몫을 하겠죠. 지구에서 가지고 간 도구를 소행성의 채굴 현장에서 그대로 프린팅해서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미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 중이고요.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는 실제로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 도구를 만들어서, 채굴을 하고, 그걸 지구로 보내는 모든 일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어요.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의 위험도 기업의 탐욕이 해결하는 건가요? (웃음) 너도나도 혈안이 되어서 근 지구 소행성을 캐내다 보면, 소행성이 없어질 테니까요.
김상욱 :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죠.
문홍규 : 맞습니다.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면, 소행성이 가벼워질 거예요. 그럼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지구 쪽으로 더 끌려올 가능성이 큽니다. 더 위험해지죠.
강양구 : 현재 소행성 자원을 이용할 권리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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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현재 1984년 발효된 '달과 기타 천체에서의 국가 행위를 규율하는 조약'이 있어요. 그런데 이 조약에도 가입을 안 하고 있는 나라가 굉장히 많습니다. 내심 미래의 어느 순간에 달의 자원을 이용할 궁리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특정 기업, 특정 국가가 소행성의 자원을 독점하려고 나서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도 공공연히 이렇게 공언을 합니다. "모든 법률 검토가 끝났다!" 법률이 없는데 법률 검토를 했다는 게 우습긴 한데요. (웃음)
강양구 :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 아닐까요? (웃음)
김상욱 :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얘기를 듣고 있네요. 근 지구 천체의 위험만 생각했는데….
강양구 : 심지어 거기에 투자를 하고. (웃음)
김상욱 : 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문홍규 : 기업만 저렇게 나선 게 아닙니다. 아까 희토류 때문에 일본이 중국에 굴욕을 당한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바로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일본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본 로켓 개발의 아버지가 이토카와 히데오 박사입니다. 이 이토카와 박사의 이름을 딴 소행성이 '25143 이토카와'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소행성에 탐사선 '하야부사'를 보냈어요. 2003년 5월에 발사해서 2005년 9월에 이토카와 표면에서 먼지를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13일 7년 만에 지구로 귀환했어요. 귀환 과정에서 본체는 대기권과 충돌해 연소했고, 소행성의 물질을 담은 캡슐은 그 전에 본체와 분리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캡슐 안에는 소행성의 미립자 1500여 개가 들어 있는데, 그 분석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어요. 당연히 그 안에는 희토류도 있겠죠.
이명현 : 소행성 탐사선을 미국, 일본이 보냈고, 중국은 보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행성의 물질을 채취해서 온 것은 일본이 처음이죠. 일본은 지금 하야부사 2를 만들고 있고요.
문홍규 : 한국에서는 소행성 연구자가 없으니, 이런 얘기가 막연하게 들리겠죠. 그런데 미국과 같은 곳의 천문학자 사이에서는 미래에 가장 잘 나갈 만한 연구를 꼽을 데 일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입니다. 미국 나사도 지금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요.
강양구 : 박근혜 대통령은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홍규 : 창조적인 발상은 아니죠. 이미 1969년에 미국이 달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2020년 이전에 중국, 일본, 인도도 한 차례씩 다녀올 거예요. 그 때 달에 가서 태극기를 꽂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따져봐야 하는 거죠. 기왕에 우주 개발을 한다면 어떤 방향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겁니다.
이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만, 좀 더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수는 없을까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소행성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달보다는 소행성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틈새를 노리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요? 소행성 연구자의 욕심인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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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망원경도 지구를 지킨다!
이명현 :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근 지구 천체 연구의 현황을 살피고 마무리하죠.
강양구 : 딱 세 분이서요. (웃음)
문홍규 : 가슴 아픈 일이죠. (웃음) 그런데 지금 엄청난 일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망원경 네트워크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준비 중입니다. 지름 1.6미터 망원경으로,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1.8미터보다 약간 작죠. 그런데 이 망원경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에 배치가 됩니다.
이렇게 망원경을 배치해 놓으면 지구 자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하늘의 한 곳을 관측할 수 있어요. 이 망원경 네트워크의 원래 목적은 은하수의 중심부를 관측해서 지구와 같은 크기의 행성을 찾는 거예요. 남반구의 여름에만 은하수의 중심부를 보니까, 1년에 6개월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6개월간 망원경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서 프로젝트를 응모를 받았어요. 제가 근 지구 천체를 찾는 프로젝트를 제안을 했는데, 응모한 15개 프로젝트 중에서 2등을 했습니다. (웃음) 그래서 망원경 한 대당 65~70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 합치면 약 210일입니다.
이명현 : 근 지구 천체를 찾는데 망원경 네트워크를 210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 정도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문홍규 : 물론 혼자서는 절대 못하는 프로젝트고요. 전략적으로 소행성 발견에 성과를 많이 낸 미국의 팀에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그들도 당연히 흥분했죠. 현재 소행성을 찾는 제일 큰 망원경이 지름 1.5미터짜리인데, 그보다 큰 망원경을 세 대나 소행성 발견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국제 프로젝트 팀을 꾸린 게 선정된 중요한 이유고요. (웃음)
강양구 : 소행성을 발견하는 국제 프로젝트 팀을 이끌게 된 거잖아요? 정말 축하합니다. (웃음) KMTNet이 대단한 재앙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문홍규 : 맞습니다. 그런 역할을 해야죠. 며칠 전에 확인을 해보니까, 발견한 소행성 중에서도 공전 주기, 자전 주기, 표면 물질 등의 특성이 제대로 밝혀진 게 5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어떻게 이용할지 등의 질문에 답하려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 거죠.
올해 가을부터 칠레 망원경에서 실험 관측을 시작할 거고요. 예정대로라면 2014년 10월부터는 망원경 석 대가 다 정상 가동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올해 가을부터 2018년 말까지 5년간의 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 5년 동안 KMTNet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명현 : 원래 KMTNet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발견할 목적으로 만든 거고, 근 지구 천체 관측은 두 번째 임무인데요. 그런데 과학사를 보면 이런 두 번째 임무에서 오히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가미오칸데 실험이 그랬죠.
가미오칸데 실험의 원래 목적은 물 분자의 원자핵 안에 들어있는 양성자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양성자 붕괴도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가미오칸데 실험을 통해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죠. KMTNet도 근 지구 천체 관측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올지 몰라요.
김상욱 : 듣고만 있어도 흐뭇하네요. (웃음)
문홍규 : 원래는 은하를 공부하다가 이쪽 근 지구 천체에 발을 담그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돌멩이를 연구하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고 저도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이게 공부를 할수록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어요. 앞으로 천문학을 공부할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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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돌멩이에 숨을 불어넣다!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 책을 몇 권 소개하고 싶은데요. 서점에서는 쉽게 찾을 수가 없더군요.
예전에 최 교수의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천문학과 지질학의 경계를 넘나들던 명쾌한 강의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소행성과 운석은 천문학, 지질학이 미묘하게 얽힌 교집합입니다. 지질학 지식이 짧은 저도 이 책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천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킬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는 물론 별의 탄생과 진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운석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어요. 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별(항성)의 일생까지 끌어들여야 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줍니다. 당연히 운석의 모체인 소행성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요. 최 교수는 한국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운석을 채집하기 위해서 몇 차례 남극 원정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 뒷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다음 책에서는 꼭 그 얘기도 읽고 싶습니다. 또 다음 책을 쓸 때는 문체도 살짝 덜 건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문홍규 : 혜성에 관해서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은 1982년과 200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Comets> 1, 2권입니다. 혜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대학원생을 위한 책이죠. 하지만 국내에는 번역도 안 되어 있고, 번역될 가능성도 아주 낮죠. (웃음) 그래서 저 역시 방금 언급한 <혜성>을 권하고 싶습니다. 과학 전반에 걸친 칼 세이건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 그리고 문화와 역사에 관한 깊은 이해는 <혜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이 책은 태양계 외곽의 오르트 클라우드로부터 시작해서 태양계를 여기저기 가로지로다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일생을 마치 한 편의 그림책을 보듯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하늘에서 떨어진 돌, 운석>이 드라이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유할 수 있다면, <혜성>은 맛과 향이 풍부한 '시라즈'에 비유하고 싶네요. (웃음) 강양구 : 딱 책이 두 권뿐이라서 아쉽네요. 앞으로 근 지구 천체에 대해서 문 박사님이 직접 쓴 책을 읽고 싶습니다.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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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호석의 개벽예감](61) 용인전투, 쌍령전투 참패의 원인 | |||||||||||||||||||||||||||
| 기사입력: 2013/05/04 [15: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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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전투와 쌍령전투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 전쟁재발위험이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전쟁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수행의 근본원리는 500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같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사에서 교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 계속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부산에 처음으로 상륙한지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하였다. 포장도로와 자동차가 없던 16세기 말에 하루 평균 40km씩 북상한 왜군의 북진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왜군은 어떻게 그처럼 초고속으로 진격할 수 있었을까? 왜군의 지상전력은 기병, 총병, 궁병, 창검병 순으로 배열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전투대오의 맨 앞장에 선 기병이다. 조선군은 왜군의 조총보다 더 강력한 화약무기들인 총통과 화차로 무장하였으면서도, 왜군 기병의 불시기습전술과 고속진격전술에 맞서지 못해 참패를 당하였다. 경기도 용인에서 벌어진 용인전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용인전투는 조선군 50,000명이 왜군 1,600명과 맞붙은 전투였는데, 어이없게도 조선군이 참패하였다. 50,000명 병력이 1,600명 병력에게 참패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용인전투에서 왜군 기병들은 조선군의 휴식시간이나 아침식사시간을 골라서 급습하는 전형적인 기습전을 펼쳤다. 또한 왜군 기병들은 쇠로 만든 기괴한 탈을 얼굴에 쓰고 나타나 조선군들 속에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런 괴상한 군장을 한 왜군 기병 1,600명이 칼을 휘두르며 불시에 기습해오자 방심하던 조선군 50,000명은 너무 놀라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50,000명이 한꺼번에 달아나면서 넘어지고 엎어져 자기들끼리 깔려죽고, 벼랑에 떠밀려 떨어져 죽었다. 원래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보병은 말을 타고 달리는 기병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법이다. 기병에 맞설 상대는 기병뿐이다. 임진왜란 중에 왜군의 기병전술에 그처럼 치욕적인 참패를 당한 조선왕조 봉건지배세력은 전후에 깊이 반성하고 기병을 키워 국방력을 강화해야 했으나 무능에 빠진 그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조선군은 임진왜란에서 겪은 치욕적인 참패를 또 다시 겪었다.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침략한 청국군은 파죽지세로 남진하여 무력침공 12일 만에 한양을 점령하였다. 청국군의 남진속도는 임진왜란 시기 왜군의 북진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다. 그 까닭은, 청국군 주력부대는 전투병 대부분이 말을 타고 달리는 기병군이기 때문이다. 병자호란 중에 경기도 광주에서 벌어진 쌍령전투에서 조선군 40,000명과 청국 기병군 300명이 맞붙었는데, 어이없게도 조선군이 참패를 당했다. 청국 기병들은 높은 곳에 진을 쳤고, 조선군은 낮은 곳에 진을 쳤다. 방패를 들고 칼을 휘두르는 청국 기병들이 높은 데서 밀려 내려오자 조선군은 조총을 쏘며 맞섰으나, 조준도 하지 않고 마구 쏘아댄 헛총질이었다.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기병들을 보고 겁을 먹은 보병들이 헛총질이나 하였으니, 기병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사태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났다. 헛총질을 하다가 화약이 떨어진 조선군은 코앞에 다가온 청국 기병들의 위세에 눌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하였는데, 청국 기병들이 휘두른 칼에 맞아 죽은 게 아니라 아수라장 혼란 속에서 달아나다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자기들끼리 밟고 밝히며 무수히 깔려죽었다. 만일 조선군 40,000명이 조총이 아니라 돌팔매로 맞섰더라도, 40,000개의 돌을 던져 청국 기병 300명을 능히 제압할 수 있었던 싸움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참패를 당한 것이다. 용인전투와 쌍령전투의 역사가 말해주는 뼈아픈 교훈은,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기동전이야말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결정적인 전투방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있었던 때로부터 수 백 년이 지난 오늘 21세기에도 진리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기동전을 펼치는 쪽이 보나마나 이길 것이다. 군사분계선 동서구간 70m마다 전차 한 대씩 배치한 조선인민군 북에서 가장 중시하는 최정예부대가 있다. ‘근위서울류경수 105땅크사단’이다. 부대명칭부터 특별하다. 6.25 전쟁 시기 북에서 말하는 ‘서울해방전투’를 승리로 이끈 당시 105땅크려단을 사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105땅크려단 지휘관의 이름을 붙여 ‘근위서울류경수 105땅크사단’이 되었다. ‘땅크사단’이라 하지만, 실제 규모는 군단급이다. 북에서 105땅크사단을 그처럼 중시하는 까닭은, 105땅크사단이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의 맨 앞장에서 진격하는 ‘철갑무력’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시나리오로 예상할 때, 특히 기동전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전차→자행포→장갑차→보병차량 순으로 남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전개할 기동전은 무한궤도 또는 차륜이 달린 기동수단을 대량으로 동원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민군의 기동전이 다른 나라 군대들의 기동전보다 한 급 높은 고속기동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인민군 측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급파할 방대한 규모의 증원군이 출발준비도 미처 하지 못하도록, 제주도 서귀포까지 빠른 속도로 남진해야 하므로 그처럼 고속기동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중에서 비행하는 전투기가 지상에서 진격하는 전차, 자행포, 장갑차, 보병차량보다 비할 바 없이 더 빠르지만, 전투기는 전선을 뚫고 진격하는 적진점령수단이 아니라 적진을 파괴하는 공중타격수단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전투기 공습으로 상대의 전쟁능력을 파괴하는 타격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선을 뚫고 남진하는 점령전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북은 ‘철갑무력’을 앞세운 고속기동전을 매우 중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현대 기동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전투수단은 강한 화력, 빠른 기동력, 튼튼한 방호력을 모두 갖춘 전차밖에 없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의 고속기동전이 전차, 자행포, 장갑차, 보병차량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전 전선에 걸쳐 남진시키는 총진격으로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방측 자료에 따르면, 전차 보유량에서 러시아군, 중국인민해방군, 미국군에 이어 세계 제4위에 오른 인민군은 중전차 6,038대와 경전차 560대를 보유하였다. 그 가운데서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전차가 60%에 이른다고 본다면, 중전차 6,038대 가운데 3,600대가 전방에 배치된 것인데, 이것은 군사분계선 동서구간 70m마다 전차 한 대씩 배치한 최고의 밀집도를 나타낸다. 중국, 러시아, 미국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지닌 대국들이므로 그처럼 많은 전차를 보유해야 하지만, 영토도 그들 대국의 영토에 비할 바 없이 좁고, 인구도 비할 바 없이 적은 북이 그처럼 많은 전차를 실전배치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전차사단 1개를 창설하려면 보병사단 2개 이상을 해체하여야 할 만큼, 전차부대 창설과 운영에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웬만한 나라에서는 전차 1,000대를 거저 받아도 운용하기 힘들다. 그런데 북이 중전차 6,038대와 경전차 560대를 운용하는 전차강국으로 등장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은, 전차를 앞세운 고속기동전에 총력을 기울여 전쟁을 신속히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철갑무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강해야,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군은 전차부대를 보병전의 지원전력으로 배치하였지만, 인민군은 전차부대를 고속기동전의 주력군으로 배치하였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측의 거의 모든 도로들은 피난을 가려고 쏟아져 나온 수많은 민간차량으로 완전히 막혀버릴 것이고, 교량들도 상당수 파괴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민군 전차는 남측 도로를 질주하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하고, 도로가 아닌 비포장 평지 또는 낮은 언덕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과 하천에 놓인 교량들이 끊어진 경우, 강과 하천을 신속하게 건널 도하기능도 전차에 갖추어야 한다. 북에서 자력으로 만들어낸 성능 좋은 전차들인 ‘천마호’와 ‘폭풍호’는 그런 한반도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차들이다. 단위면적당 지상화력 밀집도에서 세계 최강인 인민군 포무력 미국 군부와 한국 군부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공공연한 군사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포무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2011년에 펴낸 자료 ‘군사균형(The Military Balance) 2011’에 나온 인민군 야전포 보유량과 남측 국방부가 2010년에 펴낸 <국방백서>에 나온 인민군 야전포 보유량을 대조하면서 계산하면,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 총수량은 25,500문이다. 단위면적당 그처럼 막강한 지상화력을 밀집배치한 군대는 전 세계에서 조선인민군밖에 없다. 단위면적당 지상화력 밀집도를 따져보면, 군사대국이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세계 최강의 지상화력이 북에 있는 것이다. 특히 인민군에게는 야전포들 중에서도 화력과 기동력이 가장 뛰어난 방사포와 자행포가 다른 나라 군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테면, 한국군, 중국인민해방군, 일본자위대가 보유한 다련장로켓포는 모두 합해도 2,700문밖에 되지 않는데, 인민군이 보유한 방사포는 5,100문이다. 또한 한국군, 중국인민해방군, 일본자위대가 보유한 자주포는 모두 합해도 3,652문밖에 되지 않는데, 인민군이 보유한 자행포는 4,400문이다. 2013년 4월 8일 중국 언론 <환구시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 소장 겸 중국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부부장은 조선인민군 전방부대들에 야전포 10,000여 문이 배치되었다고 지적하였지만,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하면 인민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각종 야전포는 15,300문이다. 이것은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를 포함한 전체 야전포 25,500문 가운데 60%를 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인민군이 보유한 전체 야전포와 인민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야전포는 아래와 같이 네 종류로 분류된다. 방사포 5,100문 가운데 60%인 3,06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자행포 4,400문 가운데 60%인 2,64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견인포 8,500문 가운데 60%인 5,100문이 전방에 배치되었고, 박격포 7,500문 가운데 60%인 4,500문이 전방에 배치된 것이다. 위의 통계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에서 포병전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의 포병전은 고속기동전에 선행하는 선공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논한, 전차 3,600대로 구성된 강력한 ‘철갑무력’을 앞세운 인민군의 고속기동전 시나리오는 간단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전상황에서 전차는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는 게 아니라 매우 복잡한 작전환경을 뚫고 진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애물’부터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인민군 전차 3,600대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국군기지들에 배치된 대지공격기(A-10) 30대와 공격헬기(AH-64D) 24대가 인민군에게 첫 번째 ‘장애물’이다. 전차가 지상을 누비는 ‘철갑무력’이라고 해도, 대지공격기나 공격헬기의 대전차미사일 공습을 피할 능력은 없다. 예컨대 이라크와 리비아가 각각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았을 때, 그 두 나라 전차부대는 미국군 전차부대와 맞서 싸운 전차전에서 패한 것이 아니라 대전차미사일 공습을 받아 궤멸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민군은 주한미국군의 대지공격기와 공격헬기를 불시의 밀집화력전으로 파괴하고 나서 전차 3,600대를 동원한 고속기동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인민군이 주한미국군의 대전차미사일 공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전방에 배치한 것이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박격포 15,300문으로 구성된 막강한 포무력이다. 위에 언급한 자료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런 포무력에 더하여, 야전포보다 파괴력이나 살상력이 훨씬 더 큰 금성-1, 금성-2, 금성-3 같은 금성 계열의 지대지 단거리미사일 1,000여 기와 고속무인타격기 100여 대로 구성된 강력한 선제타격체계가 인민군 전방부대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분석 관리가 한 말을 인용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WMD> 2013년 4월 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군과 한국군(위치)은 북이 이미 타격좌표로 사전에 입력해놓았기” 때문에, 북이 야전포와 미사일을 일제히 쏘면 “그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밀집화력전과 고속기동전에 관한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두 가지 작전상황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민군이 펼칠 밀집화력전과 고속기동전에 관한 시나리오에서 두 가지 작전상황을 추가로 예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전이 벌어지면, 인민군 야전포는 지하갱도에서 튀어나와 초탄을 발사한 즉시 상대의 대응타격을 피하려고 지하갱도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민군이 야전포를 지하갱도 안에서 쏘는 것으로 상상하는 데 그것은 착오다. 만일 야전포를 지하갱도 안에서 쏘면, 엄청난 발사폭음과 화약연기 속에서 포병들이 견디지 못한다. 야전포는 지하갱도 밖에 있는 야외포대로 나가서 발사하는 것이지, 지하갱도 안에서는 쏘지 않는다. 인민군이 보유한 모든 전차, 장갑차, 보병차량, 지원차량은 지하갱도 안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인민군 전방부대에 배치된 야전포 15,300문이 지하갱도에서 밖으로 나와 적진을 향해 불을 뿜을 때, 고속기동전에 동원될 인민군 전차 3,600대, 장갑차 3,000대, 보병차량 3,000대, 각종 지원차량들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의 대응포격을 피해 지하갱도 안에서 그대로 대기하게 된다. 그런데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는 인민군 포격으로부터 자기들의 야전포를 지켜줄 지하갱도가 없다. 이것이 지상화력전에서 나타날 결정적인 차이다. 지하갱도에 대피하지 못하는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야전포, 보병차량, 지원차량들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야전포 15,300문이 일제히 불을 뿜는 엄청난 밀집화력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들에 배치된 전차들은 인민군 야전포의 일제사격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군 전차는 모두 2,451대인데, 그 가운데 60%를 전방에 배치하였다고 보면, 한국군 전방부대들에는 전차 1,470대가 배치된 것이고, 주한미국군 전차는 모두 180대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군 전방부대의 전차 1,470대와 주한미국군 전차 180대는 인민군 전차 3,600대의 남진을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물’이다. 지상전에서 전차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기는 전차다. 한미연합군 전차 1,650대가 가로막으면, 인민군 전차 3,600대는 더 이상 남진하지 못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전차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그런 전차전이 벌어지면, 인민군의 고속기동전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민군은 한미연합군 전차 1,650대를 제거하기 위해 세 가지 공격작전을 펼 것이다. 첫 번째 공격은 대지공격기(SU-25) 34대, 공격헬기 84대, 폭격기 80대를 동원하여 한미연합군 전차를 대전차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공습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공격은 남하갱도를 통해 한미연합군 부대 후방에 나타난 인민군 저격병들이 반땅크미사일(대전차미사일)로 한미연합군 전차를 배후에서 타격하는 것이다. 세 번째 공격은 인민군의 대량공습과 반땅크미싸일 공격을 받고서도 용케 살아남은 한미연합군 전차들을 인민군 전차들이 파괴하는 것이다. 전방부대 근무경험이 있다는 탈북자의 발언에 따르면,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관리하는 특수포탄창고에 전차에서 사용할 특수탄 보관상자들이 비축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전시상황에서만 상자를 개봉하여 쓸 수 있는 ‘비밀병기’인 비공개 특수탄이 들어있다고 한다. 전차장갑을 뚫을 강력한 열압관통탄인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의 결정적 시각이 왔다고 판단하는 경우,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인민군 전방부대들에게 선제타격 밀집화력전을 즉각 명령할 것이다.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 이전에는, 미국의 보복핵타격을 예상해야 하였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에게 선제타격을 가하는 밀집화력전을 주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민군이 밀집화력전으로 한미연합군 전방부대를 궤멸시킨다고 해도, 미국의 보복핵타격을 받는다면 전쟁에서 신속하게 완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은 미국의 핵타격을 억제할,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력을 갖추었으므로,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타격 밀집화력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만일 미국이 오판하여 북에게 보복핵타격을 가하면, 북도 미국 본토의 주요거점들을 초토화할 섬멸핵타격을 가할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미국은 주한미국군 28,500명이 인민군의 밀집화력전으로 전멸당하는 경우에도 북에게 감히 핵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것이다. 전쟁재발위험이 최고조에 이른 요즈음 인민군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최후 발사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미연합군에 대한 엄포가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상황변화를 반영한 발언인 것이다. 그런데도 북의 군사력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북이 엄포를 놓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만둘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인민군 전차부대가 진격로를 열어놓으면서 고속으로 남진하게 되면, 그 뒤를 따라 장갑차 3,000대와 보병차량 3,000대에 탑승한 인민군 전투병력이 전 전선에 걸쳐 물밀듯이 진격할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3일 안에 제주도 서귀포를 포함한 남측 각지의 주요거점을 거의 무혈점령함으로써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히 끝내려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전쟁을 시나리오로 예상하면, 3일 동안의 지상작전은 밀집화력전→고속기동전→거점점령전 순으로 매우 신속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2013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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