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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된 노량진 수산시장, 붉은 글씨로 가득

 

[르포] 반으로 쪼개진 수산시장의 하루

16.03.24 21:07l최종 업데이트 16.03.24 22:2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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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중'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량진 수산시장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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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오전 10시 40분, 노량진 전철역에서 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육교를 지나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한구석에 래커 스프레이를 하나씩 손에 쥔 장정들이 대여섯 모여 있었다. 주차장 벽면 이곳저곳에는 이미 '철거중', '위험', '신축으로' 같은 글자들이 붉게 휘갈겨져 있었다. 곧 장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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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벽에 래커 칠을 하고 있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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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두 층을 내려가면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2층엔 상인들이 쓰는 사무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장정들은 계단을 내려가며 보이는 벽면마다 붉은 래커로 똑같은 글자들을 휘갈겼다. 

'철거 중', '위험' 

글자가 없는 곳은 'X'자로 채워졌다. 장정들을 발견한 상인들이 시장 여기저기서 호루라기를 불어댔고 성난 상인들 수십 명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2층으로 올라왔다. 장정들은 아랑곳없이 래커로 글씨를 쓰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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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내벽에도 래커 칠을 하고 있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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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을 한 바퀴 훑으며 벽을 온통 붉은 글씨로 채운 장정들은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시장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상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우르르 뒤를 쫓았다. 상인들과 잠시 몸싸움을 벌이던 장정들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대신 상인들은 얼마 전부터 새로이 영업을 시작한 '신축 수산시장' 건물 입구로 밀고 들어갔다. 

장정들이 상인들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 나가세요!" 상인들은 쫓겨났고 곧 방패를 든 경찰들이 몰려와 입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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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건물 입구를 막아선 경찰들. (사진 :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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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 측이 노량진 수산시장에 게시한 공고문. 상인들이 직접 공고문을 떼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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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사이에 두고 신축 건물과 반대편에 있는 주차장 앞으로 상인들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집회가 벌어졌다. 상인들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전면 중단!', '전통 노량진 수산시장을 꼭 지키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박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상인들 다 죽이는 현대화 사업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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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를 열고 있는 수산시장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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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이후, 수산시장은 전쟁터가 되었다

2004년경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2012년 수협중앙회가 시장 부지 옆에 새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오랫동안 단층으로 있어 온 수산시장을 6층짜리 건물 안으로 집어넣겠다는 것이 수협의 계획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수협은 거의 다 지어진 새 건물로 예외 없이 들어와야 한다고 상인들에게 통보했지만 상인들은 "새 건물에 들어가면 다 망한다"며 격렬히 맞섰다(관련 기사 : 새 노량진 수산시장... "저기 들어가면 다 망한다"). 결국 임대차 계약 만료는 3월까지 연기되었다.

계약 만료일인 3월 15일을 앞두고 일부 상인들은 새 건물로 들어가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단층 수산시장 군데군데엔 이 빠진 듯 휑하니 비어 버린 자리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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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상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현재 비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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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매상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새 건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수협이 "3월 15일 이후에는 명도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상인들은 완강했다. 23일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에게서 15일 이후의 상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월요일(21일)부터 용역이 들어와서 건물 외벽에 폐쇄 경고문을 붙이고 래커 칠을 하고 있어요. 각 정당들이 걸었던 현수막도 다 찢었고요. 그게 다 불법이에요. 저희 상인들은 불법적인 행동을 한 게 전혀 없어요. 

수협은 현재 저희한테 아직 정식으로 명도 소송도 걸지 않았어요. 내용증명 하나 떨렁 보내 놓고서, 3월 15일 이후부터 너희들은 불법 점유다, 이렇게 나오는데 오히려 이게 불법 아닌가요? 이건 위화감 조성해서 저희를 내쫓으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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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글씨로 가득한 수산시장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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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투입되기 시작한 용역들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화물 차량을 못 들어오게 막았어요. 해수(바닷물)하고 경매용 물건들 같은 것들이 들어와야 저희가 장사를 하는데 그걸 막은 거예요. 어제(22일)도 해수 차량을 용역들이 막았지만 저희 상인들이 몸으로 차량을 에워싸 겨우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수협 측은 자꾸 해수를 끊으려 해요. 밸브를 잠그기도 하고. 수족관에 해수가 안 들어가면 고기들 다 죽는데 저희들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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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뒤에 'security'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산시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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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할 때 필요한 얼음도 공급을 끊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비용을 부담해 얼음을 인천 쪽에서 따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얼음은 수협이 실수한 거예요. 저희가 얘네 얼음 다 팔아 주고 있었는데."

"쓰레기 문제도 있어요. 수협 측과 일부 상인들이 새 건물로 이사 가면서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걸 저희가 비용까지 부담해 가며 다 치웠어요. 이미 25톤 차량 8대 분량이 나갔고 오늘도 두 대 분량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마비시키려고 고의적으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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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를 치우는 수산시장 상인들. (사진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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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측은 저희가 공간이 좁고 임대료가 올라서 새 건물에 안 들어간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지금 총체적인 난국이에요. 새 건물 자체가 노량진 수산시장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아닙니다.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어요. 새 건물 가 보시면 천장에 다 구멍 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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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외기를 연결하기 위해 천장에 구멍을 뚫어 놓은 새 건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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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측에 요구합니다. 용역 철수시키고 저희 장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건 영업 방해나 다름없습니다. 수협 측은 지금 여러 가지 위법 행위를 알면서도 저지르고 있는데 저희도 변호사를 통해 고발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수협 측의 이야기 "상인들이 불법 점유를 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담당하는 수협 측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시장에 용역이 들어와 있다는데.
"용역이 아니라 시설 관리업체 직원입니다. 현재 직원들 인력으로는 구시장까지 관리가 안 되니까 시설 관리업체를 따로 선정한 거죠." 

- 시장으로 들어오는 해수 차량을 막은 사실이 있는가?
"막은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안내를 한 거예요. 그 해수 차량은 저희 쪽에서 처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이러이러한 차량이 들어온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들어오게 해 드렸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이 갑자기 들어오니 저희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막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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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새 건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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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공급도 끊었다고 하는데 
"16일부터 얼음 공급을 끊었습니다. 새 건물에서 신시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저희가 기존의 인력으로 구시장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어요. 직원 수는 똑같은데 면적이 두 배로 늘었으니 관리가 힘듭니다. 얼음은 상인분들께서 자체적으로 구입을 하시겠다고 했어요."

- 쓰레기 무단 투기는?
"새 건물로 들어가신 분들이 다 치우고 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며칠 동안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긴 했습니다. 구시장 쪽에 계신 상인 분들께서도 거기다 버리기도 했고요. 어쨌든 지금은 다 치워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현재 사태에 대한 향후 대책은?
"일단은 저쪽(구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점유를 하고 계시는 건 사실이잖아요. 아직 명도 소송을 들어가진 않았지만 현재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쪽(신시장)으로 오시는 걸 희망하시면 그 부분도 병행해서 검토를 해야 할 거고요. 지금 비대위 분들 접촉을 해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동안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타결되기는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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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시장 내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상인들. (사진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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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쪼개진 시장,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수협 측은 '신시장'과 '구시장'이라는 언급을 통해, 새 건물로 들어온 일부 상인들과 기존의 수산시장에서 여전히 영업을 하는 상인들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수협'과 '상인들' 사이에 선을 긋는다. 수산시장이 반으로 쪼개진 것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어느 쪽과 어느 쪽으로 쪼개졌는지는 서로 의견이 다르다.

3월 23일, 용역 혹은 관리업체 직원이 시장 벽면에 래커로 붉은 글씨를 휘갈기고 있는 동안 새 건물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정례회의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서울시, 수협, 상인연합회가 참여한 그 회의에서는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 보자는 가닥만 잡혔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수협 측은 상인들에게 무조건 새 건물로 들어오라 통보했고, 상인들은 수협 측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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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를 열고 있는 수산시장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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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명도 소송도 걸지 않은 상태에서, 계고장 하나 없이, 어디선가 데려온 외부 직원들을 동원해 벽에 붉은 래커로 '철거', '위험'이라는 글씨를 휘갈기는 모습은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철거민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철거촌에서 용역들이 쇠망치와 곡괭이를 들고 쳐들어오기 직전에 흔히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상인들은 수협 측이 동원한 '관리업체 직원'들을 서슴없이 '용역'이라 부르고 있다. 최악의 사태까지 치닫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오는 4월 첫째 주에 노동당 서울시당 주최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현황을 짚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상인연합회 측은 "수협에 공청회 관련 공문을 보냈으나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진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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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삼성전자 10년 안에 망할 것"

 

[e사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의 도발적 문제제기

16.03.24 08:44l최종 업데이트 16.03.24 08:44l

 

 

'e사람'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장 노동자부터 학자, 관료, CEO, 사회단체 등 그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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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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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문제는 삼성전자가 망했을 때 한국경제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죠." 

그의 표정은 답답한 듯 했다. 인터뷰 시간이 100분을 훌쩍 넘어섰다. 기자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전세계 IT(정보통신) 기업 가운데 100년이상 유지해온 곳은 없다"라고 했다. 게다가 이미 삼성전자의 위기는 시작됐고, 삼성그룹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 문제는 한 기업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혹독한 시련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파산은 관련 중견기업들의 잇단 도산으로 이어지고,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기업들의 잇단 도산은 해고와 실업 증가로 이어지고, 금융시장에선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나갈 것이 뻔하다.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그는 "향후 한국경제가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남미형 경제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삼성발 경제위기'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전형적인 재벌개혁론자다. 그동안 정부와 재벌주도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양극화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역시 그의 화두였다. 최근엔 정보통신분야에서 관련 기업과 경영전반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3년 동안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이었던 노키아의 실패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노키아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가 무너질 경우,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대비해야할지로 이어졌다. 그 내용이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이라는 제목의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지난 10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노키아가 진짜 망한 이유

- 노키아를 연구하기 위해 핀란드를 두차례 다녀왔다고 하는데.
"2011년에 처음 갔을 땐 노키아가 망하기 전이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노키아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지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삼성 현지법인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게다가 애플이 2007년에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이미 노키아에선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빨리 무너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그런데 노키아는 그후 3년 만에 무너졌다.  
"2014년에 핀란드에 다시 갔다. 노키아 몰락에 대해 국내외 분석이 대체로 판에 박힌듯, 피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핀란드 알토대학의 부오리 교수를 만났다. 그는 노키아 핵심 경영진 50여 명과 수차례 인터뷰한 사람이었다. 그 역시 노키아 몰락을 연구해 왔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후 여러 연구소를 찾아다니고, 자료도 모으고,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는 그렇게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몰락을 따라갔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잘나갈 땐(2000년)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4%를 담당했다. 해외언론들은 이런 핀란드를 두고 '단일 기업경제(one firm economy) 체제'라고 불렀다. 그런 노키아가 결국 망했다. 대체로 애플 아이폰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의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노키아는 2006년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였어요. 그것이 노키아의 경쟁력이었죠. 2007년 이후에도 노키아는 앱이나 소프트웨어보다 원가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실제 이런 전략이 노키아 성공의 원동력이었고... 물론 노키아도 스마트폰 시대를 예상하고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준비를 했죠. 실제로 시장에 나오기도 했고."

- 그럼에도 사실 노키아 스마트폰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노키아는 이미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휴대폰의 틀 안에서 점진적인 혁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휴대폰 시장 판도를 바꾸는 단절적 혁신, 창조적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담아낸 것이다. 사실 애플 같은 후발 도전자 입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노키아도 내부적으로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았지만, 내부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박 교수는 "기득권이 큰 기업일수록 그 기업은 더 비대화되고 관료화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에선 결국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을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키아가 아이폰과 같은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그들이 기존 시장에서 갖고 있던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노키아의 몰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제2의 노키아?... "2014년부터 위기 시작됐지만 이재용 승계에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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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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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삼성전자로 넘어갔다. 박 교수 역시 노키아 몰락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과연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다를까. 삼성전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도 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라고. 게다가 삼성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삼성의 위기는 말 그대로 아찔하다. 

- 삼성전자도 위기라고 한다. 
"(고개를 저으며) 이미 위기가 상당히 진행됐다.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여러가지로 닮은 점도 있다. 이건희 회장과 올릴라 CEO라는 인물의 강력한 리더십이나 원가절감, 지역특화 모델 개발 등도 비슷하다. 게다가 매출 증가에 따라 조직이 관료화되는 모습도 그렇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익 대부분을 내고 있는 휴대폰 사업이 심각하다."

- 최근에 내놓은 갤럭시 에스7(S7) 역시 시장 반응이 밋밋하다. 
"그동안 삼성의 강점은 알다시피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 전략이었다. 창조적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갤럭시 S4까지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에 따라 큰 성과를 올렸지만, 이후 S5, S6 등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이미 신흥시장은 중국의 중저가폰에 밀리고,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에 뺏기는 상황 아닌가. 노키아도 비슷했다. 삼성도 이대로 가면 노키아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 실제 삼성전자 매출이나 이익 등을 보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2012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찍은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그 당시에만 보더라도(2012년-2013년) 이 회사의 매출(50%)과 이익(70%) 대부분이 휴대폰에서 나왔다. 하지만 2014년엔 전체 매출이 2013년보다 10% 가까이 줄어서 206조2100억 원, 작년엔 더 줄어들어 간신히 200조65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도 2014년에 25조300억 원, 작년엔 26조4100억 원이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0%이상 줄었다. 노키아처럼 불과 3년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 삼성전자 역시 위기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룹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을 개편하고 있는데.
"물론 어느정도 (위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의 위기는 이미 2014년부터 시작됐는데,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계열사 합병이나 사업 매각 등은 이재용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것 아닌가. 삼성 스스로 위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관심은 오너의 승계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삼성발 경제위기... 삼성전자 이대로라면 5년, 10년 안에 사라질 것"

그는 답답한 듯 말을 이어갔다. 박 교수는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히 독보적"이라고 했다. 핀란드가 노키아에 의존한 것을 두고 '단일기업 경제'라고 했지만, 한국은 더 심각하다. 오히려 '단일기업 집단'인 삼성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2014년 기준으로 삼성그룹 총 매출액이 303조 원이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전체 GDP가 1485조 원이예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GDP대비 20%가 넘죠. 노키아와 비교하면 삼성 쏠림은 더 심하죠. GDP 점유율(GDP대비 부가가치 생산액의 비율)이 2000년에 노키아는 4.0%였지만, 삼성그룹은 2013년에 4.7%였어요. 법인세도 노키아가 14.2% 책임졌지만, 삼성은 19.3%(2014년기준)나 냈어요. 수출도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7%(2000년)였지만, 삼성은 28%예요."

여기서 그의 생각은 만약 삼성전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도 늙으면 죽기 마련"이라며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화가 필연적인듯 기업도 언젠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이 망하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 그는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놓고, 삼성 몰락 시나리오를 직접 그렸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 책을 보니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자못 놀랐는데. 
"휴대폰 판매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대비해 70% 하락할 경우, 그룹의 여타 계열사 주가도 폭락하게 된다. 지배체제의 핵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주가는 각각 70%, 63% 급락한다. 이 영향으로 다시 삼성전자 주가는 87%까지 폭락한다. 이것은 사실상 삼성그룹 계열사의 파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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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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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망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삼성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삼성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면 금융시장이 휘청거린다. 삼성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위태롭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외국인이 돈을 빼내가면 외환위기가 오게된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아까 법인세 이야기했지만,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에 19조 원을 투자하고 있어요. (삼성이 망하면) 이 돈도 다 날아가는거예요. 삼성전자와 관련된 중소하청업체들도 타격을 입죠. 사람들은 삼성이 망하도록 가만히 있겠느냐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노키아도 한순간이었어요. 이번 시뮬레이션은 그나마 보수적으로 잡은건데... 정말 예전 IMF 이상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어요."

- 이런 가정이 실제로 언제쯤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잠시 생각하더니) 좀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빠르면 5년 안에 일어날 수도 있다. 10년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이 남긴 것 

- 5년 안에, 10년 안에 삼성전자가 망하고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
"그렇다. 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한국경제는 살아남아야 하고,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 근간이 흔들리고, 앞으로 중남미식 경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의 대안은 뻔하다. 다시 재벌개혁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메뉴다. 박 교수는 "왜 아직도 재벌개혁이 나오나"라고 반문한다.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소개한 것은 이스라엘식 재벌개혁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3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경제력집중법을 통과시켰어요. 우파정권이 지난 2010년부터 준비를 했던 것인데, 핵심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바꾸고, 경제력 집중을 거의 없애는 거예요. 아주 강력한 법이에요. 이스라엘의 1, 2대 재벌은 금융 또는 비금융 사업 가운데 택일을 해야 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지배구조를 짜야 합니다. 그것도 법 시행 후 6년 안에 하도록 했어요."

그는 지난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이런 강력한 재벌 개혁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고 했다. 이같은 특정 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으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시장경제도 되지 않고, 정치적 민주화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또 총선과 대선에 맞춰, 경제민주화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제대로 된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것이기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마지막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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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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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북제재 아랑곳 없이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축전'

북, 대북제재 아랑곳 없이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축전'
 
국내. 해외, 동포 예술인들 축제 마음껏 공연 펼칠게 할 것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3/24 [11:0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일성 주석 탄생을 기념하는 4월의봄친선예술축전이 오는 4월 자주 친선 평화의 이념아래 열린개 된다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조선이 유엔안보리와 서방의 제재 소동에서도 제30회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축전'을 개최한다.

 

연합뉴스는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해외에 거주하는 조선 예술인들을 포함해 국내외 유명 예술인들과 동포단체 공연예술이 평양대극장, 동평양대극장, 모란봉극장, 중앙서커스 및 여타 광장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30차 4월의 봄 국제친선예술 축전 주최 측은 해외에서 건너온 예술인들이 마음껏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참가 인원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4월의 봄' 축전은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축하 전야에 열리는 행사로 2년에 1회 개최된다.

 

2014년 행사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쿠바 등 기타 국가들의 예술인들이 평양을 방문해 행사를 빛냈다. 당시 러시아는 내무부 산하 군악대의 군인들이 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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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무모한 도전?②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민주노총이 흔들다.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임병도 | 2016-03-24 10:18:3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정희 사진과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모습이 담긴 현수막.

#총선아바타팀은 3월 21일 대구 달성군을 찾아갔습니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3선 의원을 거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보니 대구 달성은 오로지 그녀의 사람들만이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박정희의 사진이나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현수막은 선거 전략의 기본이자 달성 지역 출마자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야당 후보자들은 나와도 패배하기 일쑤였고, 야당에서는 거의 포기한 지역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3월 21일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후보 중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는 없었습니다. (3월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조기석 대구시당위원장을 달성군에 전략공천했다.)

▲대구 달성군 예비후보자 명단 (3월 23일 오전 8시 기준)

야당조차 포기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이외에 무소속 후보 한 명이 등록돼 있습니다. 그는 바로 민주노총의 조정훈 후보입니다.

조정훈 후보는 금속노조 대구지역에서 추천하고 민주노총 회의에서 심의돼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민주노총은 7대 전략 지역구를 선정했는데 당선 가능성 있는 곳,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대구 달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3선을 하고 박 대통령 내정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곳으로 정치적 의미가 있는 전략 지역구에 속합니다.

다음은 조정훈 후보와 #총선아바타팀이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무소속 후보인가? 아니면 당이 있거나 바뀌나?)-일부 언론에서는 조정훈 후보를 정당 후보로 표기
=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했다. 당은 실제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각기 지지하는 정당들이 있다. 이번 총선투쟁의 가장 큰 의미가 노동개악 저지이자 새누리당 심판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해서 출마한 거다.

(지금 보면 조정훈 후보자 없으면 무득표 당선이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다른 진보정당에서 아마 출마를 했다면 굳이 저희가 무리해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야당도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는 심지어 곽상도라는 민정수석 실장이 공천을 받기 위해 내려왔다가 더 친박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에게 쫓겨나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현직인 이종진 의원은 선거운동 중간에 어떤 외압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원래 예비후보 세 명인데.. 별 이야기도 없다.)
=세 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했다. 추경호 권영석 구성제. 여론조사에서 구성제 후보가 일등을 했고 추경호 후보는 이등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쟁 통해 추천한 게 아니라 단수 추천으로 공천 확정한 거다.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공천 돌려주겠다 온동네 플랜카드 걸었지만 결국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실한 사람, 국무조정실장 추경호를 공천하는 일로, 공천이 마무리됐다. 그래서 자기들 내부에서도 구성제 후보가 이걸 인정하지 못한다고 재심 청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공헌한 상황이다. 이를 보면서 국민은 온데간데없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실한 사람만 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민주노총 후보로 대구 달성에 출마한 조정훈 후보

( 민주노총, 노조가 왜 지역구 후보 낸 배경은?)
=민주노총은 2015년도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일년간 했다. 또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서, 민중 요구를 담아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통해서 민중 요구를 여러 가치를 통해서 투쟁으로 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정권은 민중 요구 묵살하고 심지어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살인 진압하고. 쉬운해고 막겠다는 한상균 구속하고 탄압을 더욱 거세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3일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 선거가 박근혜 노동개악 추진하려는 사람들로 대거 당선되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밥쌀용 쌀수입 개방과 세월호 진실규명 은폐 등이 분명하게 일어난다.

특히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곳 사업장에 많다 있다. 금속 노조 조합원이 한 1800명, 민주노총 조합원이 전체가 3500명이 된다. 이 분들이 박근혜의 노동개악과 반민주를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총선 투쟁 통해 새누리당 심판하고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출마하게 된 거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로는 당선된다고 보기 어렵다)
=달성군은 사실 막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선을 한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계속 국회의원 했던 곳이다. 그래서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저조한 곳 중 대표적인 곳이다. 투표해도 별로 실효성이 없다. 야당이나 다른 곳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기때문에 투표를 포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하면 희망이 있다. 노동개악 저지. 재벌들에게 세금을 내게해서 복지 확장하고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막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온다.  화원구 선거구에 젊은 세대들 많이 유입됐다. 그분들이 적극적이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본다. 또 3500명 조합원들이 다 달성 사는거 아니지만 지인분들 친지들에게 우리 민주노총 정당성을 이야기하면 그 파급력은 새누리당이 가진 것 못지않게 더 넓게 퍼질 것이라 확신한다.

▲총선아바타팀이 찾은 3월 21일 조정훈 후보 사무실 전경. 흔한 현수막 하나 없었다.

(선거운동에서 가장 어려움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예전엔 박근혜 대통령 당선되기 전에는 왜 박통 욕을 하느냐는 비판 여론 있었지만, 현재는 후회한 사람이 더 많다.

(달성에서도?)
=당연하다. 왜냐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에 사는게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경제 민주화한다고 하고 재벌들만 배부르게 하고 사내유보금 700조 800조 쌓이게 하고 국민들 가게 부채는 1200조 넘게 해서 감당이 안 된다.

달성군도 테크노폴리스 등 아파트가 생겼는데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다. 서울에서 온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대구 아파트값을 엄청나게 높여 놨다. 실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더 크게 됐고, 어렵게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 조금만 나가도 장사가 안된다. 소득 줄고 가게 부채 늘어나니 돈을 쓸 수가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아이엠에프보다 더 심한 경제 위기라고 말한다.

이 책임은 누가 지나? 박근혜 대통령 너무한 거 아니냐. 달성 위해 한 게 없다. 아무것도… 달성에서 다리놓고 지하철 연장, 개인이 한 거 아니지 않나? 달성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박통이 3번하고 박통이 내정한 사람들이 국회의원 네 번째 다섯 번째 하려는 이 상황에서 달성군민들은 삶이 힘겹다 아우성 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 말하면 이구동성 다 맞다고 한다. 그분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게 제 투표 전략이다.

(추경호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추경호 후보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부했다.
=추경호 후보 개인에 대해 폄하하거나 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국회의원은 20만 달성 군민들을 대표해서 입법기관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들을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행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은 달성구민 자존심을 완전히 무참히 짓밟는 행위이다.

차라리 국회의원 하지 말고 장관 하던가 아니면 국무조정실장을 계속하던지 해야지. 명실상부한 국민들 위한 입법기관인 독립기관인 국회의원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위해 일하겠다고 버젓이 플랜카드 걸었다. 저렇게 하는 건 달성 군민들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다. 달성군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 그래서 우리의 권리를 다 위임받아서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권리 되찾아서 아까 말씀드린 여러 가지 민생의 노동자 서민 위해 입법기관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전과가 많다. 노조 활동하다가 벌어진 일인가?)
=상신브레이크 해고자다. 지금 6년 차다. 2010년도 팔월에 창조컨설팅과 상신브레이크가 공모해 노조를 파괴했다. 용역깡패가 들어와서 실제 조합원들 폭행하고 나쁜 짓하고 그랬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의원에게 중재 요청했다. 그런데 모르쇠 일관하고 대통령이 됐다. 2014년에는 특정 노조 파괴 해고, 복직 판정 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 2016년의 노동개악은 대한민국 전체 노동조합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특히 저성과자 취업규칙 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무분별하게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2014년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당시 박근혜 의원을 찾아가지 않았나?)
=(박근혜 의원) 보좌관 통해서 연락하고 찾아가고 했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보좌관에 전화하니까 알아서 하세요라는 말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간에 대구 방문했을 때도 만나긴 했지만, 그냥 외면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하는 짓과 똑같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왜 아이들이 죽었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해도 유가족을 물대포로 폭력으로 진압했다. 더 이상 이런 정권 유지하면 안 된다.

해고되고 나서 화원장에서 8개월간 닭집에서 알바를 했다. 일하면서 노동자 서민들이 주머니가 두툼해야 돈을 쓴다는 것을 체험했다. 특히 삼월에 대학등록금 내는 시기가 되면 사람들이 돈을 못 쓴다. 닭도 안 팔린다. 그리고 월급날 직전에는 돈이 없다. 서민들 삶이라는 게 아득바득 힘들게 하루하루 산다. 이런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복지 위해 써야 할 재원들이 일부 정치인과 재벌을 위해 사용된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

▲민주노총은 영남노동벨트를 비롯해 20대 총선에 7군데의 전략지역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민주노총이 후보를 내고, 전략 지역에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연대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 활동의 핵심은 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임금. 복수노조, 비정규직, 해고 등 각종 법에 따라 노조 운동은 위축되고 엄청난 손배상 소송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노조가 법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대회나 시위, 거리 투쟁, 삭발 등의 방법을 동원해도 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론과 정부는 색깔론이나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노조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미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노동조합은 정당이나 정치에 참여하거나 선거를 통해 집권 또는 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조원 1명당 10표를 만드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법을 바꾸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나선 모습은 민주주의 사회에 가장 합당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노동자를 위한 노조의 정치 참여가 끝까지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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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유승민 역풍, 새누리 과반 무너질 것 같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박근혜가 독재자? 유승민도 언동 돌아봐야” … 더민주에 "도로 운동권당" 비난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6년 03월 24일 목요일
 
 

유승민 의원이 결국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이 되기 1시간 전에 탈당을 밝혀 새누리당과의 ‘치킨게임’을 끝낸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찍힌 유승민 의원을 내치면 역풍이 불 여론을 인식해 시간끌기만해왔다. 이에 언론은 새누리당의 행태가 졸렬하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유승민 의원에게 언동을 돌아봐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의 공천과정도 비판받고 있다. 23일 사퇴를 고민하던 김종인 대표가 당무에 복귀했다.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셀프 공천’으로 논란이 됐던 비례대표 2번도 되찾았다. 이러한 잡음에 보수언론은 ‘운동권의 패권’을 이유로 들고 나왔다.

다음은 24일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 1면 제목이다.

경향신문 <유승민 “당이 보여준 모습 정의가 아니다”>
국민일보 <유승민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
동아일보 <결국, 그가 떠밀려 나갔다>
서울신문 <유승민 “새누리 탈당…무소속 출마”>
세계일보 <내쫓긴 원조친박… 총선 중대 변수로>
조선일보 <1시간 남기고 탈당한 유승민>
중앙일보 <유승민 “시대착오적 정치보복” 무소속 출마>
한겨레 <내쳐진 유승민, 결국 무소속 출마>
한국일보 <유승민 “권력이 버려도 국민만 보고 간다”>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탈당했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 대구 동을의 공천을 계속 늦추면서 사실상 탈당을 유도한 것이다. 4.13총선에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려면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전날인 23일 밤 12시까지 당적을 옮겨야하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은 1시간을 남기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23일 밤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한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의 모습은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다”라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 3월24일 동아일보 1면.
유승민 의원은 작년 원내대표를 시작하면서부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에 이어 ‘국회법 파동’으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4.13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후폭풍이 이어졌고 유승민계 의원들은 경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이러한 여당의 결정이 여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정두언 의원은 “역풍은 이미 불고 있다”며 “(과반의석 확보는)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인 9개 신문의 1면은 모두 유승민 의원은 탈당 소식이었다. 신문의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새누리당이 공천을 미뤄 유 의원을 탈당으로 유도한 것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뒤탈 겁나 자르지도 못한 여(與)’라고 쓰고 3면 분석 기사를 통해 “새누리당 공천위는 어떻게 하면 후폭풍을 최소화하며 유 의원을 공천 배제할지만 고민해왔다”고 썼다. 동아일보도 1면 제목을 ‘결국 그가 떠밀려 나갔다’로 짓고 2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눈치 보기 공천이었음을 공관위가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고 썼다. 한겨레 역시 이런 상황을 “유 의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끝까지 치졸한 고사작전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잃은 것이 유승민 의원뿐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공천 잡음으로 새누리당의 옛 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을 포함해 주호영, 류성걸, 윤상현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탈당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5명의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과반에서 한석 모자란 146석이 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입법을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상반기에는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됐다”며 “가뜩이나 여야의 극한 대립에 뛰쳐나간 비박(비박근혜)계의 반발까지 겹쳐 국정과 개혁입법은 수렁 속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종합일간지의 사설 역시 모두 비판 어조였다. 사설 제목을 보면 ‘대통령 눈 밖 난 유승민 탈당 몰아간 여는 공당 자격 없다’(조선일보), ‘통치권에 무릎 꿇은 집권당 국정 포기했나’(동아일보), ‘유승민 밀어내기, 정치사의 수치로 남을 것’(중앙일보), ‘국민 손으로 넘어간 ‘박근혜-유승민’ 대결’(한겨레), ‘유승민 축출, 막말 비례로 끝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경향신문), 집권당의 한계 보여준 유승민 탈당(서울신문), ‘유승민 찍어 낸 집권당, 과정도 결과도 졸렬하다’(세계일보), ‘새누리, 유승민 꼭 이렇게 내쳐야 했나’(국민일보) 등이다.

 

▲ 3월24일 조선일보 사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어조를 취하는 듯하면서도 유승민 의원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유 의원은 (작년)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마치 독재자라는 인상까지 줬다”며 “유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여당 원내대표로서 적합한 언동이었는지는 유 의원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 공천잡음에 보수언론 일제히 “운동권 패권 때문”

여당 못지않게 야당의 공천과정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퇴를 고민해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 잔류를 선택했다. 비례대표 2번도 되찾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고 “나의 입장만을 고집해 우리 당을 떠난다면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잔류 이유를 밝혔다. 또한 논란이 됐던 ‘셀프공천’에 대해서는 “내가 당을 끌고 가기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며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 의원직을 던진다는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김종인 대표가 주장했듯 김 대표를 2번에, 김 대표가 전략 공천한 인사들도 모두 앞번호에 배치했다. 또한 ‘제자 논문 표절’ 등으로 논란 가운데 있는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여전히 1번에 놓았다.

 

 

▲ 3월24일 동아일보 1면.
보수언론은 이 상황을 두고 ‘운동권에 밀린 김종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비례대표 공천에서 김 대표는 친노·운동권의 벽 앞에서 물러서고 말았다”고 썼고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도 ‘도로 운동권黨(당)의 김종인, 무슨 낯으로 표 달랄 건가’라고 김종인 대표가 당 내 운동권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진보 패권 세력’, ‘운동권 출신’이 공세에 나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진보 패권 세력은 그동안 김 대표의 중도·실용 공천 개혁에 반격하지 않았다. 당장 공천과 총선준비가 급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공천이 마무리되자 이번에 대거 공세에 나섰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표 시절 운용됐던 혁신위, 친노 성향의 당내 을지로위원회, 외곽에서 당을 지원하는 원로 원탁회의의 주요 인사, 정봉주 전 의원, 강금실 전 장관 같은 외곽 그룹 등을 진보 패권 세력이라고 묶었다. 이러한 세력이 막판에 공세를 멈춘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라며 “그들이 지지하는 시민단체·운동권 출신 수명이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실리가 확보됐고, 당장 김종인 대표의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김종인 대표의 ‘노욕’이라고도 분석되는 이번 상황을 ‘운동권의 패권’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 외 언론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고질병인 패권을 지적하긴 했으나 패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약점이 함께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 3월24일 한국일보 6면.
한국일보는 이날 6면기사에서 △총선 20여일을 앞두고 수장이 당무를 거부했음에도 문제 수습에 나선 인사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 △중앙위의 표결결과가 김종인 대표의 추천과 달라지면서 드러난 갈등이 계파 패권을 드러낸 점 △경쟁 세력이 당권을 잡을 경우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통해 리더십 약화를 자초해온 것을 또 반복한 점을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제가 총선이 끝나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비례대표 파동’의 상처 큰 더민주’에서 “이번 파동의 직접적 계기는 비례대표 의원 공천 문제이지만 갈등의 밑바탕에는 당의 정체성, 이념, 철학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잠복했던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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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평가 후 정부가 인수하라”

개성공단포럼, 한명섭 변호사 “어렵다면 보상 특별법 제정해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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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3  1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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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이 23일 개최한 제12회 개성공단포럼에서 한명섭 변호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실효적 방안으로 정부가 기업의 우선 환매권 부여를 전제로 기업자산을 인수,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취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입주기업에 대한 공정한 자산평가를 한 뒤 이를 모두 인수하여 북한에 소재한 우리의 국유재산으로 편입시켜 관리하는 한편, 재가동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주기업에게 환매권을 부여하자.”

개성공단기업협회와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회에서 열린 제 12회 개성공단포럼에서 한명섭 변호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실효적 방안으로 정부가 기업의 우선 환매권 부여를 전제로 기업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지난 2013년 공단 잠정 중단 때와는 달리 사실상 영구적 폐쇄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수를 통해 일괄 정리하고 북한에 남아있는 자산은 정부 자산으로 일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 남북교류협력소위원회 위원장인 한 변호사는 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서, 또 다른 나라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서 법적 근거는 없지만 부득이하게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하면 보상 문제 역시 정치적 결단을 통해서 다 인수해주고, 그게 어려우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특별법을 제정해서 보상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특별법안이 제기된 바 있으니 조금 손을 봐서 제정하면 된다는 생각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에서 서두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총선 이후에도 원 구성에 바쁜 20대 국회에서 서둘러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에 대한 보상과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 중단, 5.24 대북제재 조치, 개성공단 폐쇄 등은 입법 미비 상태에서 먼저 정부 주도로 사업이 추진된 경우였기 때문에 정부 책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미비 상황에서 처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달리 손실에 따른 보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후입법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 기업들이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다며, 이를 보상을 회피하는 근거로 제시하는데 대해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안보상의 필요를 이유로 공단을 폐쇄하고 기업을 철수시켰다면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공단 폐쇄 조치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조치이므로 입주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법적 구제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합리적 보상도 없이 전면적으로 추진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행정행위’라는 낯선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정은 법에 의거해서 해야 하며, 정치적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결국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헌법에 근거한 긴급명령이나 긴급조치이지만 그마저도 요건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요건이 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교류협력법에 있는 조정명령제를 활용한 것도 아니어서 나온 표현이 ‘정치적 행정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쟁점이 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고도의 정치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서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결이 날 것”으로 짐작했다.

지난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몇 개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통치행위론을 법원이 받아들였고, 이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하는 지원대책이라는 것은 손실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개성공단이 유일한 생산기지인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피해 보상의 현실적인 필요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진 왼쪽부터 한명섭 변호사,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와 관련,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빨리 피해 보상을 받아서 그 자금으로 사업을 재개하고 그 계기에 대출도 받아야 하는 경영정상화의 순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애로”라며, 대출 일변도의 정부 지원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경영손실이 법적 근거없이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대외 불신감은 경제적 손실보다도 씻기 어려운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은 “4월 13일 선거를 앞두고 개성공단 현안을 공약으로 내거는 정당과 후보는 없으며, 5월 31일 열리는 제20대 국회까지 제19대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원 구성하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며, 개성공단 기업들이 장기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방안은 나올 수 있지만 1년 안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각오를 하면서 살아남는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제재 다음의 수순은 대화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는 그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개성공단의 가치는 보는 시각에 따라 상생발전, 공동번영의 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둘 수도 있다”며, “개성공단 문제를 남북공단이라는 관점보다는 우리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진 왼쪽부터 홍양호 개성공단포럼 공동대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김태훈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홍양호 개성공단포럼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부에서 발표한 북핵문제는 최고의 안보위기이고 정부가 이에 대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우리 기업들도 정부가 보호해야할 국민이고 자산이기 때문에 기업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금까지도 정부는 기업에서 보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고 있다. 배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무책임하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정 회장은 “정부는 신속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그 보상의 대가로 해외든 국내든 (기업들이)투자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태훈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법리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남북관계발전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개성공단에서 기업활동을 해 왔다면 기업들이 실제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만큼은 보상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개성공단 기업을 제대로 평가해서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만 포럼 상임대표는 개성공단포럼이 12회에 이르는 동안 북한 경제전문가들의 관심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전만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포럼은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김영수 현대아산 상무, 박정원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유현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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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 치던 풀 · 꽃이 가슴에 들어와 사랑이되었다

그냥 스치던 풀·꽃이 가슴에 들어와 사랑이 되었다

김정수 2016. 03. 23
조회수 230 추천수 0
 
권희정 생물다양성교육센터장
1458641167_00553727001_20160323.JPG» 식물종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인 생물다양성교육센터 권희정 센터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홍릉수목원 숲에서 봄꽃 탐방을 하던 중 활짝 꽃을 피운 풍년화 나무 옆에 잠시 멈춰 섰다.

“선생님, 이게 무슨 식물이에요?”

 

새내기 교사는 당황했다. 생물교육 전공으로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강의까지 들었던 그다. 하지만 교실 주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물들의 이름은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1984년 첫 발령을 받은 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주변의 생물에 관한 단원을 가르치는 중이었어요. 애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식물종의 이해를 통한 자연 보전’을 내건 생물다양성교육센터의 권희정(55·이학박사) 센터장. 그가 20여년 교사 생활을 접고 식물종 전문 교육 프로그램 운영자로 살아가도록 이끈 밑바탕에는 그때의 당황스러움과 미안했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19일 그와 함께 이른 봄꽃들을 찾아 서울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생물교사 생활을 하면서 식물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애들 키우느라 엄두를 못 냈어요. 그러다 2003년 큰애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시간을 낼 수 있게 됐을 때 마침 동북아식물연구소에서 낸 ‘교사를 위한 자생식물 워크숍’ 광고를 보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이름을 알면 흥미가 생기고
흥미는 이해로 이끌고
이해하다 보면 아끼게 된다

 

 

아이들이 물은 흔한 식물조차 몰랐다 

20여년 교사 생활을 접고

식물종 교육 운영자가 된 밑바탕엔

새내기 교사 때의 미안함의 기억

 

 

규제와 감독 벗어나려 지원 안 받아

1억원 자본금 갉아먹고 있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행복이 있다

 

 

젊은 사람 일 빼앗지 않고

사회에 기부한다는 마음으로

 

 

‘분류학 바탕한 식물종 익히기’ 첫 박사

 

교사들에게 필요한 연수점수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었고, 100만원이라는 참가비도 적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뤄뒀던 식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저만큼 앞서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해서 자연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생물 교사라고 자연을 아는 게 아니에요. 카페만 가다가, 식물 공부를 하러 산에 가니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자연을 알게 됐죠.”
1458641198_00553761401_20160323.JPG» 홍릉수목원 숲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복수초 군락.

 

1년 가까이 진행된 자생식물 워크숍은 2004년 워크숍 참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교사식물연구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그는 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아 신생 단체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

 

그러던 2005년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이 그에게 학생 식물캠프를 해보자고 했다. 제안을 받고 기존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니 성에 차지 않았다. “생태나 숲과 같은 포괄적인 주제의 교육 프로그램들만 있었고, 식물종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거죠.”

 

식물분류학에 기초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솟았다. 그러려면 좀더 공부가 필요했다. 2007년 순천향대 생명과학과 신현철 교수를 지도교수로 삼아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한 학기를 다녀보니 교직과 새로운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 했다. 47살 때였다.

 

00553727101_20160323.JPG» 권희정 센터장이 2008년부터 식물종 익히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접 제작해 사용한 교육자료들.

“뭘 정리할까 하다가, 다른 분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생물 교사를 그만두기로 했어요. 공부를 더 해 좋아하는 식물만 가르치면서 사는 것이 더 재미있고 보람될 거 같아서였죠.” 그로부터 4년 만에 그는 박사모를 썼다. 국내에서 분류학적 접근에 기반한 식물종 익히기 프로그램 개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홍릉수목원 숲 탐방길에서 맨 처음 만난 봄꽃은 복수초, 다음은 풍년화였다. 홍릉수목원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의 하나인 풍년화는 네 장의 기다란 꽃잎이 각기 약간 꼬이듯 비틀려 있는 특이한 꽃이다. 풍년화라는 이름은 잘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해서 붙여졌다. 올해 농민들은 풍년을 맞을 수 있을까? “저 정도면 잘 핀 것”이라는 것이 권 센터장의 판정이다.

 

학생들에게 식물종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연 속에 들어간다는 것, 자연 자체가 일단 교육 프로그램의 반이에요. 거기다 그냥 풀, 꽃이라고만 아는 것과 그것들의 이름을 아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되죠.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생각은 일단 식물의 이름을 알아야 생기는 겁니다. 식물의 이름이 흥미를 유도하는 매개가 되고, 그것이 발단이 돼 이해로 나아가고, 이해를 하다 보면 사랑하게 되죠.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남긴 소감글들을 보면 그런 것이 녹아 있어요.”

 

 

새롭게 눈뜬 아이들 마음 곳곳에

 

정말 그랬다. “산에 가면 구경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식물과 내가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2015년 식물종 익히기 전문캠프 참가 명덕여고 1학년 황지우) “이름 없는 꽃은 없고, 비슷한 듯해도 각자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요즘엔 엄마와 집 근처 산에 오르며 꽃 얘기를 한다. 나도 모르게 잎차례를 보고 있다.”(2013년 식물종 익히기 전문캠프 참가 장평중 3학년 장유미)

 

봄꽃 탐방을 마치고, 서울 강남 수서역 근처에 있는 센터 사무실에 들러 들춰본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의 탐구보고서에는 학교와 부모가 보내서 별 기대 없이 참가했다가 새로운 세상에 눈뜬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꽃, 아직 덜 피어나 연둣빛이 도는 히어리꽃, 뾰족 봉오리를 내민 진달래 등을 더 만나고 숲길을 한 바퀴 돌아 거의 내려왔을 때다.

 

어디선가 향긋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한 발짝 앞서가던 그가 “여기 어디쯤 올괴불나무가 필 때가 됐는데…”라며 주위를 살피더니 “아, 저기 있네” 하고 외친다. 인동과의 자생식물인 올괴불나무는 산수유와 함께 우리 숲에서 일찍 피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그를 뒤따라 길옆 언덕으로 올라가니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분홍의 앙증맞은 꽃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매달린 꽃송이들 가운데는 자주색 꽃술이 떨어진 것들이 더 많았다. 주변에 모인 탐방객들이 “일찍 성숙해 벌써 수정을 마친 꽃들”이라는 권 센터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생물상 조사 등 연구 프로젝트도

 

생물다양성교육센터는 그가 2008년 교직을 떠나면서 맡아온 동북아식물연구소의 교육 부문을 분리해, 자본금 1억원의 주식회사 형태로 2012년 출범시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 형태도 고민했으나,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규제와 감독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는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학생 교육 프로그램 외에 교사 연수 프로그램, 식물 준분류학자를 양성하는 일반인 대상 파라택소노미스트 과정, 생태관광인 ‘꽃 따라 숲길 따라 힐링여행’ 프로그램 등을 4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센터는 자본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 상태다. 언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동행한 홍숙윤(55) 센터 이사가 “아마 영원히 안 될 것”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권 센터장과 같은 사범대에서 화학교육을 전공하고 한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홍 이사는 센터 설립 때부터 권 센터장과 함께했다.

 

외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들이나 엔지오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경쟁하며 수익을 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생물다양성센터는 그래서 교육과 함께 생물상 조사와 같은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 참여 수입을 통해 사무실 운영 경비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그에게 적자를 내면서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답변이 궁금했다. “부담이 될 정도의 적자는 아니고 연구 파트에서 고정 수입을 만들어가면, 시간이 지나면 적자는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고, 저를 믿고 주식이 모인 데 대한 책임감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이것은 젊은 사람들 일 빼앗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기부도 하는데, 사회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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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늪에 빠트린 4명의 '미친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3/23 10:36
  • 수정일
    2016/03/23 10: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메이지헌법(明治憲法), 메이지 천황 시절 만들어진 구 일본제국의 헌법이다. 일본에서의 공식명칭은, 

 

‘대일본제국헌법(大日本帝國憲法)’ 

 

이 헌법의 제1장은 ‘천황’에 관한 내용으로, 나라의 성격을 규정하는 제일 첫머리를 ‘천황’이 장식했다는 것만으로 구 일본제국이 추구하는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제2장은 신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은 제국의회, 제4장은 국무대신 및 추밀고문, 5장은 사법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메이지 헌법 제1장의 몇 가지 조문을 소개할까 한다.

 

Meiji_Kenpo04.jpg  

'대일본제국헌법' 제1장

 

제1장 1조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

 

 

 

제1장 5조
천황은 제국의회의 협찬으로써 입법권을 행사한다.

 

 

 

제1장 7조

 

천황은 제국의회를 소집하여 개회, 폐회, 정회 및 중의원의 해산을 명령한다.

 

 

 

제1장 11조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

 

 

몇 가지 조항만 추려봤음에도 천황의 권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이 제1장 11조다.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 이 11조 때문에 일본제국은 군부의 손에 놀아났고, 전쟁국가 일본이 되었다. 

 

국가에게 있어선 ‘최후의 주권’이라 말할 수 있는 군사력이 국민의 손이 아니라 군인의 손에 떨어졌다. 당시 깨어있는 일본 정치인들은 군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군권(軍權)을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의 정치인에게 양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는 생각뿐이었고, 현실적인 목표는 ‘군부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였다. 그러나 군 통수권에 대한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보일라치면 군부는 메이지 헌법 제1장 11조를 들고 나와 상대방을 압박했다. 

 

“군 통수권은 신성한 천황의 권한이다. 그런데 일개 신하가 감히 천황의 통수권을 침범하려 하는가?”

 

군부는 천황을 방패로 내세웠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대본영(大本営)’

 

이었다. 원래는 육군성 내 일개 국의 위치였으나, 육군성에서 독립해 천황 직속의 참모본부가 된다. 덕분에 천황은 육군성이나 육군대신, 해군대신의 도움 없이도 직접 군대를 통솔하고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원래는 전시(戰時)에 조직되는 천황 직속의 통수기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전쟁국가 일본의 컨트롤 타워가 돼 버렸다(평시 일본제국 육군의 지휘부는 참모본부, 해군은 군령부였다. 그러나 전시 체제가 돼 대본영이 꾸려지면서 참모본부는 대본영 육군부, 군령부는 대본영 해군부로 바뀌고, 천황은 대원수로서 육군에 내리는 명령인 ‘대륙명大陸命’, 해군에 내리는 명령인 ‘대해령大海令’을 내리며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대본영은 전시(戰時)가 아닌 사변(事變)에도 대본영을 둘 수 있게 전시 대본영 제도가 ‘살짝’ 바뀐다. 그럼 사변이 뭘까? 

 

‘전쟁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병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적 사태나 난리 또는 선전 포고 없이 이루어진 국가 간의 무력충돌’

 

즉, 전쟁은 아닌데 전쟁인 상황 혹은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움직임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바로,

 

‘지나사변(支那事變)’

 

이다. 

 

 

1. 지나사변, 전쟁인 듯 전쟁 아닌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벌써 70년이 넘어섰음에도 일본 우익들은 중일전쟁을 ‘지나사변’이라 부르곤 한다. 어째서 일본은 ‘전쟁’을 ‘사변’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말 그대로 ‘사변(事變)’으로 중일전쟁을 바라봤던 당시 일본 군부의 자신감(?)
둘째, 국제정치학적 필요. 

 

우선 ‘사변(事變)’으로 바라본 당시 일본 군부의 시각이다. 중일전쟁 발발 직후 일본 군부는 중국군과의 전투를 만주사변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대륙을 3개월 이내에 완전히 장악하겠다.”

 

이 호언장담을 눈여겨봐야 한다. 당시 일본 군부는 중국군을 얕잡아 보고 있었고, 만주사변과 같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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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노구교사건(일본과 중국의 군대가 노구교에서 충돌한 사건. 중일전쟁의 발단이 됨) 직후 일본 군부 내의 강경파들은,

 

“이 참에 화북지방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자!”

 

라며 전선확대를 주장했다. 솔직히 당시 일본 군부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만주사변, 상하이 사변, 러허사변을 일으켜 중국의 땅을 야금야금 갉아 먹었고 그때마다 중국은 무기력하게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중국은 병든 돼지였고, 옆구리를 찌르면 땅을 떼어주는 자판기 같은 존재였다. 이런 경험치로 인해 일본은 지나사변을 ‘가볍게’ 생각했다. 

 

“화북지역 5개성 정도를 가볍게 접수해서 만주국 같은 괴뢰국을 하나 더 세우자. 그렇게 되면, 화북지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로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중일전쟁을 지나사변이라 부르는 두 번째 이유는 국제정치적으로 ‘꽤’ 중요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맺어왔던 각종 조약과 이 조약에 의한 명분의 유지, 그리고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전쟁’을 할 수 없었다. 

 

우선 생각해 볼 건 그 동안 일본과 중국이 맺었던 각종 조약들이다. 몇 번의 사변과 전쟁을 통해 중국과 일본은 수많은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때마다 일본은 조계와 치외법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만약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동안 누려왔던(?) 일본의 특권이 모두 무효가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야 할까? 분명 전쟁인데,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조약상의 특권을 유지하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이 대외적으로 맺은 조약들도 걸림돌이 됐다. 대표적인 게 부전조약(전쟁포기에 관한 조약)과 9개국 조약(일본의 중국진출을 억제함과 동시에 중국의 권익보호가 목적)이다. 자위적인 전쟁은 인정하지만, 침략전쟁은 용인할 수 없다는 부전조약에 사인했던 게 일본이다. 국제연맹을 탈퇴하고, 워싱턴 해군 군축체제를 붕괴시킨 일본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최소한의 ‘명분’은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일본을 압박한 최고의 동인은 ‘미국’이었다. 1935년 미국은 ‘중립법’을 통과시킨다. 전쟁 당사국에게는 무리 및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원료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금융거래를 제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제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지하고 있었던 일본으로서는 이 중립법을 피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이런 이유가 모여 중일전쟁은 ‘지나사변’이 됐다. 그러나 전쟁 당사국인 중국과 주변의 열강들, 그리고 일본조차도 이 사태가 ‘사변’이 아니라 전쟁이란 걸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일본만이 자신들만의 명분과 아집에 아직까지 ‘사변’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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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늪에 빠지다 ① 

 

일본에게 있어서 태평양 전쟁의 시작은 1937년이다. 많은 이들은 태평양 전쟁이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1941년 12월에 시작된 걸로 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본군을 발목을 붙잡은 것은 ‘중국’이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사망자 200만 명 중 절반이 중국 땅에서 죽었고, 1943년 중반까지 일본군 예산의 50% 이상이 중국에 투입됐다. 이것만 보더라도 일본군의 주 전선이 중국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일본은 이런 무모한 전쟁을 시작한 것일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 일본군은 중일전쟁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3개월 안에 중국대륙을 점령하겠다는 호언장담. 이 호언장담이 결국 일본군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은 더 이상의 타협을 용인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1937년 7월 12일 장제스는 장시성 노산(盧山)에서 노산 국방회의를 열었다. 중국의 주요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5일간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여기서 그 유명한 ‘노산담화’가 나왔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전민족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중략) 우리는 철저히 희생하고 철저히 항전할 뿐이다.”

 

장제스의 결의가 중국 전역과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중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그때까지의 중국이 아니었다. 

 

이 당시 일본은 어떠했을까? 당시 총리였던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麿)가 ‘노구교사건’을 보고 받은 것이 1937년 7월 8일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전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내각 회의를 열어 확전방지 대책을 강구하려고 했지만, 육군대신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가 길길이 날뛴다(일본 패망과 조선 독립에 앞장선 훌륭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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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 

 

“이번 노구교 사건은 중국의 계획적인 도발이다! 그동안 중국이 보여준 반일성향을 보라! 중국은 계획적으로 우리를 공격한 것이다. 당장 3개 사단을 증파해 중국군을 쓸어내야 한다!”

 

스기야마 하지메의 생각 없는(!) 외침에 제동을 건 것은 해군 대신이었던 요나이 마쓰마사였다. 육군 참모본부 내에서도 중국 침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는데(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개념’있는 장교가 많아서인지 신중론이 우세했다), 관동군이 멋대로 일으킨 충돌을 전쟁으로까지 비화시킨다는 것이 영 성미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상식적으로 중국과의 전쟁이 이치에 맞을까? 

 

관동군과 내각에 있었던 육군대신의 면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동군 참모장은 그 유명한 도조 히데키(東条英機)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주역이었고(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관동군 참모는 ‘근성론’의 대가이자 한때 ‘작전의 신’이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병신 중의 상병신 츠지 마사노부(辻政信)였다. 츠지 마사노부의 명저 <이것만 읽으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를 보면,

 

“(미국과의) 전쟁은 승리다. 비행기와 전차와 자동차와 대포의 숫자는 (미군이) 지나(중국)군 보다 훨씬 더 많으므로 주의해야 하지만, 구식인 것이 많을뿐더러 그 무기를 쓰는 병사들이 약하므로 쓸모가 없다. 따라서 야습은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만 봐도 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훗날 대본영으로 들어가 일본 패망에 앞장 선 훌륭한 인물이다. 

 

그리고 무타구치 렌야(牟田口廉也).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니 가다가 길가에 난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

 

“무기의 부족이 패배의 원인은 될 수 없다.”

 

“...황군은 먹을 것이 없어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병기가 없어, 탄환이 없어, 먹을 것이 없어 싸움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유가 안 된다. 탄환이 없으면 총검이 있다. 총검이 없으면 맨손이 있다. 맨손이 없으면 발로 차라. 발도 없으면 물어뜯어라. 일본 남아에게 야마토 정신이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일본은 신이 지켜주는 나라다.”

 

김성종 원작의 <여명의 눈동자>에 잘 묘사돼 있는 ‘임팔작전’의 책임자였던 무타구치 렌야가 내뱉은 말들이다. 당시 노구교사건의 해당 부대(연대) 연대장이 무타구치 렌야다. 

 

노구교사건을 어떤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는 <JSA – 공동경비구역>의 이병헌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무타구치 렌야가 연대를 훈련하던 도중 휘하 병사 중 하나가 사라졌다. 이 병사는 급한 용무, 그렇다. 똥이 마려워 화장실로 사라진 상황. 그러나 무타구치 렌야는 이 병사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무턱대고 중국군 소행이라고 판단을 내려 이를 상부에 보고한다. 그리고 중국군을 공격했다(한 병사의 장 트러블이 이후 8년 동안 2천만의 중국인을 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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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도조 히데키, 츠지 마사노부, 무타구치 렌야

 

도조 히데키, 츠지 마사노부, 무타구치 렌야. 이 3명이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 일본에게는 ‘불행’이었다. 무타구치 렌야가 노구교사건을 일으키자마자 도조 히데키는 즉각 혼성 2개 여단을 편성해 출동시켰고, 츠지 마사노부는 무타구치 렌야에게 달려가, 

 

“뒤는 관동군이 받쳐주겠습니다. 마음껏 때려 부수시오!”

 

라면서 부채질을 했다. 그리고 당시 육군대신이었던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

 

히로히토: 일본과 미국 사이에 일이 터지면, 육군은 얼마 만에 정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시오?

 

스기야마: 남쪽 방면만 한다면 3개월 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히로히토: 스기야마, 그대는 중국사변 발발 당시 육군대신이었소. 그 때 그대가 중국사변 이후 우리 일본이 중국을 1개월 정도면 정리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짐은 아직 기억하오. 그렇지만 4년이나 질질 끌었고 아직도 정리를 못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스기야마: 중국은 오지가 넓기에 예상과는 달리 작전을 못 폈습니다. 허나 폐하, 태평양은 도서지역이기 때문에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히로히토: 뭐요? 중국의 오지가 넓다면 태평양은 더 넓소이다! 대체 무슨 확신이 있어 3개월이라는 소릴 하는 것이오?

 

 

 

<쇼와사> 中 발췌

 

 

한도 가즈토시가 쓴 <쇼와사>의 한 대목이다. 태평양 전쟁 개전 직전에 히로히토 천황이 스기야마 하지메에게 태평양 전쟁에 관해 묻자, 자신 있게 ‘3개월’이라고 대답한 대목이 인상 깊다. 상식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과도한 자신감이 발로일까? 중일전쟁 개전 초기에도 히로히토에게 1달 안에 전쟁을 정리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전쟁은 8년을 끌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답이 없다(스기야마는 훗날 참모장과 작전과장이 결사반대한 ‘임팔작전’을 무타구치 렌야의 얼굴을 봐서 결재해 주라고 명령했던 인물이다).

 

이 네 ‘미친놈’들이 일본을 늪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 참고자료

 

1. 전쟁국가 일본/ 살림출판사/ 이성환
2. 호호당 선생의 ‘프리스타일’
3. 세계전쟁사/ 육군사관학교 전사학과/ 황금알
4. 러일전쟁과 을사보호조약/ 이북스펍/ 이윤섭
5. 조선역사 바로잡기/ 가람기획/ 이상태
6. 다시 쓰는 한국근대사/ 평단문화사/ 이윤섭
7. 대본영의 참모들/ 나남/ 위텐런 지음, 박윤식 옮김  
8. 나모위키 
9. 쇼와 16년 여름의 패전/ 추수밭/ 이노세 나오키 지음
10. 『중일 전쟁』 용, 사무라이를 꺾다/ 미지북스/ 권성욱 지음 
11.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서해문집/ 김효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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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북, “박 대통령 제거 작전 돌입" 중대 보도

 
조평통 중대 보도 “청와대 안 또는 근접에서 진행 될 것”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3/23 [08: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며 작전은 청와대 안이나 근접에서 지행 될 것이라고밝혔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조선이 한국 공군의 북 핵심 군사시설 타격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중대 보도를 통해 “이 시각부터 조선인민군 정규부대들과 노농적위군, 붉은 청년근위대를 비롯한 우리의 혁명무력과 전체 인민들의 일거일동은 박근혜 역적패당을 이 땅, 이 하늘 아래에서 단호히 제거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지향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평통 중대보도는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미국과 박근혜 역적패당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망동이 극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평통은 지난 21일 한국 공군의 조선 핵심시설을 겨냥한 정밀타격 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치 떨리는 도발이며 추호도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대결망동"이라고 강조했다.

 

조평통은 이어 "우리의 보복전은 청와대 안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청와대 가까이에서도 전개 될 수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우리 전략군의 실전배비(배치)된 초정밀타격수단들의 첫째가는 타격대상이 청와대를 포함한 남조선 지역 안의 모든 적 소굴들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미 선포한 상태"라면서 "무적을 자랑하는 우리 포병집단의 위력한 대구경방사포들도 박근혜가 도사리고 있는 청와대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격동상태에 있다"고 경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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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의 늪으로 내모는 우리교육 언제 바뀔까?

 
무한경쟁의 늪으로 내모는 우리교육 언제 바뀔까?
 
 
 
김용택 | 2016-03-23 09:07: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는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학교 간 성적 편차가 거의 없다. 네덜란드는 지원자가 가장 많은 의과대학 입학생을 성적순이 아니라 추첨제로 뽑는다. 서유럽 강대국 독일은 사설학원이 없다. 선행학습은 부정행위에 준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져 철저히 금지된다. 정은균이 쓴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가을이 왔다고/담임 선생님이 창가를 내다보며/미소 지었다.
아이들의 눈꺼풀에는/아침잠이 아직도 덕지덕지한데
담임 선생님이 몇 마디 더 해도/아이들은 꿈벅꿈벅/송아지 같이 앉았다
넓은 교실/담임선생님 혼자 인간같이 서 있다...
수학시간이 끝나고/난사된 총알을 맞은 듯
여기저기서 아이들이/퍽퍽 쓰러진다....
김수영을 배운다/바람이 불고...
풀이 눕고.../ ‘풀이 눕는다’ 한 줄 읽을 때마다
풀포기 같이 누워가는 아이들...’

컴퓨터 검색 창에 뜬 어느 고3학생의 ‘잠과의 전쟁’이라는 시다. 수능준비를 하는 교실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이런 참혹(?)한 현상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것이다.

아침 6시 학교 출발 정규수업, 오후 4시 정기 수업 및 보충 수업이 끝나면 한 시간 동안 저녁 식사 시간, 밤 10시가 지나서야 자율 학습을 마친다. 이 시간이면 집에 돌아가 지친 몸을 쉬고 내일의 학습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데 정작 고 3학생들의 일과는 지금부터다. 밤 열 시 반부터 새벽 두 시까지.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한다. 집에 돌아가 씻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3시다. 우리나라 고 3학생들의 일과다.

고 3학생들의 사당오락(四當五落)은 이미 진부한 얘기다. 이제는 초등학생들의 ‘3당 4락’이라는 선행학습이 유행이다. 3과목 선행학습을 하면 떨어지고 4과목 선행학습을 하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소수 몇째 이하 자리까지 점수를 내 서열을 매기는 우리나라와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핀란드… 수능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꿈이라도 꿀 수 있는 학생이나 지원하는 의과대학을 추첨제로 뽑다니… 우리와는 왜 이렇게 다를까?

학교가 길러내겠다는 인간상은 어떤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법 제 1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친구가 경쟁의 대상이 되는 학교에는 홍익인간이 아니라 일류대학입학을 위한 점수따기가 목표다. 일류대학 몇 명을 더 입학시켰는가의 여부로 일류학교가 가려지는 학교에 어떻게 북유럽교육선진국이 길러내는 인간을 길러낼 수 있겠는가?

교육을 살리겠다고 안간 힘을 다 쏟고 있다. 정부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해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겠다고 한다. 진보교육감지역에서는 혁신학교를 운영해 수업방식을 바꾸고 민주적인 학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진보교육감지역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하면 입시학원이 된 학교가 교육하는 학교,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까?

<이미지 출처 : 경북도민일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 학벌사회를 놓고는 그렇다. 교육이 상품이 되어 수요자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 한 백약이 무효다. 의과대학 입학생을 추첨을 통해 뽑고 학교 간 성적편차가 없는 나라, 선행학습을 부도덕한 행위로 보는 관행은 교육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다. 교육이 상품인 한 수요자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양질의 상품, 고급 과외를 받아 일류대학 진학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결국, 경기 전에 승패가 가려지는 공정하지 못한 경기로 서열이 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사회구조는 현대판 카스트제도만 현실화 될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성실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는 잘못된 제도를 방치하고는 불가능하다. 건강한 사회, 학교가 교육할 수 있는 사회는 교육의 기회균등이 보장 될 때만 가능하다.


이 기사는 전라북도교육청이 발행하는 ‘가고 싶은 학교’에도 실려 있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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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IS... 파리 이어 브뤼셀 테러 '공포의 유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3/23 09:24
  • 수정일
    2016/03/23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벨기에 수도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연쇄 테러... 30여명 사망

16.03.23 07:46l최종 업데이트 16.03.23 07:4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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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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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3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오전 8시께 브뤼셀의 자벤텀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두 차례 커다란 폭발이 발생했다. 공항 유리창과 천장이 산산이 부서졌고,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아비규환이 됐다. 이 폭발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96명이 다쳤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폭발 직전 공항 출국장에서 총성이 울리고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소 1차례 폭발은 미국 아메리칸항공 체크인 구역에서 발생했다.

공항의 수하물 보안 담당 직원은 "크게 다친 한 사람이 피 웅덩이에 누워 있었고, 근처에 있던 6∼7명은 다리가 완전히 부서졌다"라며 "모두가 극심한 공포에 떨며 공항 밖으로 뛰쳐나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공항 폭발이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폭발 현장에서 자살폭탄용 벨트와 자동소총 등이 발견됐으며 수색팀이 불발된 폭탄 1개도 찾아내 안전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소방 당국은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전면 금지하고 공항을 폐쇄했다. 또한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와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유럽항공관제기구 유로콘트롤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브뤼셀 공항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공항 폭발 직후 브뤼셀 도심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탄이 터지면서 20여 명이 사망하고 106명이 다쳤다. 말베이크역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날 공항과 지하철역 테러로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다쳤다. 하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중상자가 20여 명에 달해 총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IS "시작에 불과"... 추가 테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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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경찰이 공개한 브뤼셀 공항 테러 용의자 사진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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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날 영어와 불어로 성명을 발표해 브뤼셀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IS에 대적하는 모든 국가에 결과로 답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알라의 뜻에 따라 모든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폭발은 파리 테러를 일으킨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도주 4개월 만인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체포된 지 4일 만에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국립 축구경기장, 공연장, 카페 등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하면서 130명이 숨지자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이 공조해 테러 주범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압데슬람은 "경찰을 피해 숨어다니는 동안 브뤼셀에서 새로운 (테러)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만약 체포되지 않았다면 실행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곧이어 경찰은 공항 자살폭탄 테러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도했다. 공항 건물 안에 설치된 CCTV로 촬영한 사진에서 검은색 상의를 입은 두 남자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고, 흰색 점퍼와 모자를 쓴 남성은 도주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테러범들은 공항과 지하철역에 사람이 많고 혼잡한 출근 시간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정부는 테러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리고 도심에 경찰을 전면 배치했다. 또한 국경을 전면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도 대피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국영 방송을 통한 생중계 연설에서 "맹목적이고 비겁한 테러에 당했다"라며 "(파리 테러 이후) 우리는 테러를 두려워했고, 오늘 바로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벨기에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했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은 벨기에로 가는 교통편을 모두 중단했다. 또한 자국 내 주요 기관과 대중교통의 경계를 강화하면서 테러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 대테러 연대 강조... 누리꾼들 '애도 물결'

국제사회는 일제히 브뤼셀 테러를 규탄하며 연대를 강조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열린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맹목적인 폭력을 거듭 비난하며 신께 평화의 선물을 간청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IS에 의해 파리 연쇄 테러를 당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테러는 브뤼셀이 아닌 유럽 전체가 공격당한 것"이라며 "중대한 위협 앞에서 연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가 강력히 단결해야 한다"라며 "무고한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됐고, 이번 테러를 일으킨 책임자들을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뤼셀 테러는 미국 대선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때까지 국경을 완전히 폐쇄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국경을 폐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번 테러는 오히려 극단주의에 맞서는 국제사회를 더욱 단결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세계 누리꾼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파리 테러와 마찬가지로 "벨기에를 위해 기도하자"(Pray for Brussels)라는 해시태그와 게시물을 퍼뜨리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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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그림: 어쨌든, 판은 흔들렸다

 

 

 

 

 

변화의 시작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상황은 근래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변화의 밑바닥에 어떤 맥락이 숨어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고, 새누리, 더민주 양당의 공천 작업이 슬슬 결과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희미하게 어떤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더민주의 김종인표 비례대표 후보의 목록을 보자면, 뭔가 앨리스가 뛰어 노는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글은 그 생소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옳든 그르든 속는 셈 치고 일단 한 번 따라와 보시길 권한다. 

 

 

새누리당의 공천상황

 

이쪽은 이해하기 쉽다. 그냥 한 마디로 표현해서 친위대를 구성하는 거다. 청와대에서 뭐라 한 마디만 던지면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 거수기 집단을 만드는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냥 믿어주는 집단을 원하는 것이다. 

 

유승민계는 초토화 되었고, 그 중 다수는 탈당을 불사하고 있다. 옥새를 들고 튀기까지 했어도 김무성계 역시 빛을 잃었다. 그래도 뭔가 최후의 한 방이라도 숨겨 놓았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긴 했지만 역시나 별것 없었다. 친박들은 지난 시절 있었던 공천 학살의 분풀이를 하며 흥분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바로 박근혜 자신이 되어 버렸다. 즉, 박근혜에게 대드는 사람은 당과 정체성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유승민에게 던지는 친박들의 지적, “당신은 우리 새누리당과 정체성이 안 맞아”라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 박근혜 주변에서 샘솟은 관료들, 행정가들은 모두 투입된 셈이다. 어차피 지리멸렬 분당이나 하고 있는 더민주 따위 신경도 안 쓴다. 아니, 총선에서 패배해도 상관없으니 우리 사람들만 남기겠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총선이 지나면 새누리당에는 친박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의 수족같은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차기 대선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청와대에서 찍어 주기만 하면 무조건 그 후보 밑에서 일렬종대로 헤쳐 모일 예정이다. 그걸 원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사람들'이 경쟁력은 있을까? 실제로 단수공천되지 못한 진박계 후보들이 경선에서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신의 능력은 하나도 없이 박근혜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바보들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는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총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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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헌? 물 건너 갔다. 200석은 어림도 없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시킬 180석? 그것도 어림없다. 새누리당도 그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 걸 목표로 삼았다면 저렇게까지 칼춤을 추진 못한다. 저들은 그저 과반으로 만족할 예정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그 대선 후보, 박근혜의 낙점을 받은 후계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대통령의 눈에 든 누군가가 되겠지 뭐. 

 

새누리당이 이런 급수 낮은 밑그림을 그려 준 점,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도저히 승산이 안 보이던 싸움판에 싸워볼 여지가 생겼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덕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찬양하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대통령님 화이팅!!

 

 

더민주의 지리멸렬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더민주는 '지리멸렬'이라는 단어를 현실정치에 구현하면 바로 이런 꼴이겠구나 싶은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당 중앙은 무력하고, 의원들은 뭘 해야 할지를 몰랐으며, 총선 준비는 커녕 일상적인 업무까지도 마비 수준으로 떨어졌고, 분당의 공포와 어디에 줄을 서야 살아 남는가 눈알 굴리는 소리만 가득찬 그런 정당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분당이 되었다. 물론 지금와서 보기엔 분당 수준은 아니고 그냥 몇몇 의원이 작당해서 몰려나간 꼴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당대표 문재인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는 걸로 보였고, 원내대표 이종걸은 연일 헛발질(당무 거부 포함)을 하고 있었고, 의원들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있었고, 총선은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역대급 참패, 80석 이하를 점유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성질 나쁜 사람들은 80석도 과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00석이면 승리라는 정청래 의원의 말이 나온 것도 이 시점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중앙은 위기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제일 답답한 것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의원들이다. 공천의 룰도 확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번 총선은 지역구 결정도 안되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거기에 경선을 해야 하는 건지 전략공천을 요구해야 하는 건지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각개전투를 벌이고 어떤 사람은 중앙에 기웃거리고 어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활동에 힘을 쏟고 다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 채로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종인이 오자마자 총선 준비를 이렇게 안 해놓은 정당은 처음 봤다고 외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민주는 어떤 집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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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보자. 더민주,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정당일까? 진보정당인가? 보수정당인가? 대안 정당인가? 수권 능력은 있는가? 사람들의 신뢰는 얻고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어떤 지지자들은 더민주는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 정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보수정당, 새누리 2중대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과거의 유물로 남아 해체될 날만 기다리는 좀비 정당이라고 생각을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의심스러웠다. 어떤 포스터에는 김대중 노무현보다 김영삼이 앞에 나와 있기도 했었다. 김영삼은 삼당합당을 통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을 건설한 파운딩 파더잖아. 

 

분명히 정권을 잡았던 경험도 있는 걸로 보인다. 자당의 대선 후보를 지독히도 흔들었고, 당선되자 마자 탄핵을 해버린 정당이었지만 말이다. 과반 의석을 점유해 본 경험도 섞여 있다. 물론 그건 열린우리당이었고, 더민주가 열린우리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지는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로 혼란스러운 정당이다. 그런 과거를 지닌 정당, 원내 과반은 못되어도 당당하게 제2의 정당인 더민주는 도대체 왜 이러고 있었던 것일까? 박근혜 정권이, 새누리당이 아무리 깽판을 치고 터무니 없는 실정을 해도 더민주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꼴을 보기 힘들었다. 박근혜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씩 떨어져도 절대 더민주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핵심은 사람들의 신뢰다. 정권이 아무리 깽판을 쳐도 대안이 되어야 할 더민주를 신뢰하지 못하니까 지지율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새누리당의 골수 지지자들은 언제나 새누리를 선택한다. 나라를 팔아 먹어도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더민주의 골수 지지자들은 당원으로서 당해서는 안될 꼴을 당해가면서까지도 더민주를 선택한다. 자신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이 없다. 더민주가 보수든 진보든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건 상관이 없다. 저 나라 팔아먹을 놈들, 친일 매국노의 후예들이자 공약도 하나도 안 지키는 사기꾼 집단인 새누리당으로부터, 유신의 후예, 스트롱맨의 딸 박근혜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올 집단은 더민주 밖에 없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정된 새누리 지지자 35%, 더민주 지지자 25%를 합쳐 보면 60%가 된다. 나머지 40%의 유권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어 투표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투표는 하는 사람들이 '부동층(浮動. 물위에 떠서 움직이는 계층)'으로 존재한다.

 

이 부동층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에 실망하고 꼴보기도 싫은데 그렇다고 더민주를 지지하자니 영 신뢰가 가질 않아서 고민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더민주가 신뢰만 보여주면 선택을 아끼지 않을 집단이다. 이들의 선택을 받으면 이긴다. 

 

그러나 신뢰가 없다. 그게 더민주의 최고의 문제였던 것이다. 

 

 

신뢰가 없는 이유

 

부동층은 현실적인 계층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한다. 정치적 사상적 정체성 보다는 현실적 합리적 대안을 요구한다. 고정된 지지자들에 비해 자유도가 높다. 언제든지 선택을 바꿀 수 있고, 정당의 성공 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어찌보면 얄미운 사람들이다. 신분 상으로도 중산층일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일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집단이기도 하다. 

 

이들 거의 대부분은 보수적이다. 당연한 것이 이 사회에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자신있게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민주에게 조차 불만족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이익에 따라 새누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보는 지극히 소수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한다. 이 사회에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스탠스가 진보인 사람은 많이 잡아야 5% 전후다. 최소한 아직은 그렇다. 한 때 민주노동당이 10%를 넘는 정당 지지율을 획득했던 것은 노무현의 탄핵에 이은 열광 속에서 발생했던 일이고, 그 뒤로 다시 쪼그라붙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런 부동층들은 실무적인 능력을 우선시 한다. 그리고 예측가능하게,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예를 들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격한 정치인들 보다는 합리적이며 일관된 행동을 하는 관료를 신뢰한다. 과격한 주장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호한다. 복지 문제를 꺼내면 증세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다.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고, 사회에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변하길 원한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무현의 참여정부도 과격했었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정권 말기로 갈수록 급락했던 것은 단지 언론의 조작 때문만은 아니다. 바닥으로부터 다양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친노, 386운동권, 이런 이름이 붙은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정당인 더민주는 그런 부동층에게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등의 조폭재벌언론들은 사실상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언제나 이 중간 부동층의 구미에 맞는 말로 위장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더민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의혹을 부채질한다. 아니 어쩌면 중간 부동층의 그러한 어리석은 속성은 이들 메이저 언론들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들어 놓은 사회적 차원의 어리석음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참여정부의 인재풀이 부족했던 것, 몇 가지 정책이 실패했던 것, 그런 흠결들은 이런 부동층에게는 실무적 무능으로 간주된다. 동의하기 힘들지만, 약간 부패하더라도 메인 스트림에 속한 사람들에게 국가 권력을 맡겨야 된다는 판단도 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비슷한 이유다. 최소한 갑자기 망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그들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 인식은 조중동 등에 의해 강조되고 권장되며 유포된다. 저들은 위험한 집단이다. 언제 나라를 김정은에게 팔아먹을지도 모르는 집단이다. 이러면서 말이다. 

 

정청래? 386 운동권 출신으로 탄핵 때문에 졸지에 의원 뱃지를 달게된 막말이나 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내가 아니라 이 부동층들이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이해찬? 왕년의 운동권 시절의 경력으로 그런 불안정한 386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총리라고 맡겨 놨더니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당에게 욕이나 하는 과격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속해 있는 정당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는 것이다. 거기다가 곳곳에 박혀있는 과격한 운동권 스타일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통일의 꽃이네 뭐네 하면서 북한까지 갔다온 임수경도 있다. 지금도 핵을 개발하네 미사일을 쏘네 그러면서 우릴 괴롭히는 북한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에게 꼭 금뱃지를 줘야 했는가? 라고 묻고 있다. 그들의 시선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얄미운 부동층들이 현실사회에서 더민주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실무적 무능과 사상적 불안감. 이 두 가지가 부동층들로부터 더민주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 버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지적, 부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중간의 부동층, 조중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 사회의 허리를 감당하고 있으며 “난 정치는 잘 몰라”라고 뒤로 물러서는 척 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나와 새누리의 당선을 돕는 그 집단이 우리 사회 유권자 중에 최소한 20%는 된다.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적인 의제들을 목청높이 외치는 2~30만의 네티즌들은 이들에 비하면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들이다. 

 

참고로 우리 사회 총 유권자의 수는 4천만 명 정도이며, 부동층이 20%라면 8백만 명이다. 진보적 네티즌을 크게 잡아 40만이라고 잡아주면 유권자의 1%다. 이게 바로 더민주가 각종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마법같은 현실의 핵심이다. 

 

 

김종인, the 국보위원

 

문재인 당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김종인을 불러 들인다. 그리고 자신은 뒤로 물러서 버린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김종인은 문재인으로부터 당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고, 특히 공천에 관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받는다. 거기에 김종인이라는 한 개인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출신성분과 경력에서 오는 권위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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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김병로의 손자, 박정희 전두환 시절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관료, 현행 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한 장본인, 그리고 전두환의 쿠데타 이후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이 함께 하고 있다. 심지어 직전 대선에서 문재인의 상대였던 박근혜 진영에 참가해 당시 민주당의 공약보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버린 경제민주화 공약을 직접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물론 박근혜는 이 모든 공약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 한다는 거 아닙니까, 라고 말해놓고 대통령이 되자 일체를 생까버렸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김종인이라는 한 인간의 성격을 100%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박정희 시절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도입한 부가가치세를 거의 유일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70년대 말 그 엄혹했던 시기에 말이다. 박정희 정권은 그로 인해 무너진다. 물론 박정희 정권이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인해 무너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정희 암살의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던 부마 항쟁에서, 시위대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시민들의 주류는 부가세로 인해 고통받던 상인들이었다는 정도의 현실적 연관성은 있다. 

 

그러더니 '쿠'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가세 폐지를 논의하자 김종인은 '기껏 도입해 몇년 지나면서 이제 좀 안정이 되려는 부가세를 이제와서 다시 폐지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라는 이유로 홀로 반대한다. 직접 국보위에 참여하여 전두환과의 독대까지 하는 과정을 거쳐 부가세 폐지 정책을 없던 일로 해버리고 만다. 

 

그게 옳은 건지 그른 건지는 경제전문가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두 철권통치자들에게 단신으로 정면으로 맞섰던 사람이다. 그게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이 믿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김종인은 국보위 시절 맺은 인연으로 민정당 소속 의원을 하기도 했고, 나아가 노태우의 경제분야 선생 역할을 한다. 그 인연으로 결국 큰 사고를 친다. 누구나 다 아는 87년 경제민주화 조항 관련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 당선된 노태우 정권에서 전세계적인 호황의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가격이 폭등하자, 노태우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전권을 주고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김종인을 불러들인다. 이 때 김종인이 내세운 정책은 주요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즉, 부동산 투기용으로 구매해 짱박아 뒀던 토지들을 '강제 매각' 시켜 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정책은 실현되었고, 갑자기 쏟아져 나온 물량으로 인해 실제로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안정이 된다. 

 

이 조치는 해방이후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시행된 가장 강력한 재벌규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재벌을 상대로 이렇게 큰 손해를 끼친 역사가 없다. 놔두면 놔둘수록 올라 떼돈을 벌게 해줄 알토란 같은 땅을 생으로 헐값에 팔게 된 재벌들은 김종인을 증오하게 된다. 오죽하면 현대 왕회장 정주영은 김종인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치를 떨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김종인의 입각이 거론될 때마다 전경련이 결사반대하고 결국 제대로 입각 한 번 못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김종인은 경제부총리 인선에 올랐지만 결국 김진표로 대치 되었다. 삼성의 입김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다. 김종인이라는 무서운 할배가 바로 이런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김종인, 국보위 출신 김종인, 가인 김병로의 손자 김종인은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 한 명과 싸울 줄은 알지만, 정치적 경험은 없다. 즉,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집단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발을 어루만지며 무난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재주는 없다는 뜻이다. 재벌의 땅을 강제매각 할 때에도 그 스스로 환경을 만들고 일을 추진한 것이 아니다. 노태우라는 막강하고 무소불위한 권력을 등에 업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저 '전권'을 위임받아 독선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현실화 할 줄 아는.. 전형적인 고위 관료 스타일이다. 

 

이게 문제가 된다. 

 

 

김종인의 그림

 

김종인은 모종의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뭔지 알기 힘들었지만, 아마도 그 그림을 대략 설명하고 문재인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을 것이다. 그 그림은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이 반상에 돌을 놓듯이 하나하나 현실 세계에 놓여가기 시작했다. 문재인이 이에 대해 사전 동의 했을까? 아니면 그냥 묵인하는 걸까? 아니면 당권을 줬다 뺏기 미안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그림은 모종의 일관된 맥락이 있다. 그 하나는 중간 부동층이 기존의 더민주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제거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실무적 무능? 사상적 불안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는 바로 386 운동권 출신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진 후보들을 쳐내는 작업이다. 정청래는 하필 그 이미지가 가장 강력했던 사람일 뿐이다. 지지자들에게는 속시원함을 주었겠지만 부동층들의 이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그 특유의 막말을 연상해 보면 왜 그가 그런 이미지의 대표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신들도 쳐냄을 당한다. 문희상, 유인태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두 분이며, 순순히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점은 적어 두자. 그러나 김종인의 그림에 그 두 사람이 설 자리는 없었다(이 글을 완성한 뒤에 문희상 의원은 구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내부적 반발이 극심했거나, 대체할 인물이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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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이미지의 최고 좌장인 이해찬을 쳐내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실제로 큰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해찬은 더민주의 불안요소를 쳐낸다는 의미에 한가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바로 두 번째 맥락. 문재인의 앞길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김종인의 공천을 친노패권주의 척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하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왜냐면 똑같은 친노 중에서도 어떤 친노는 쳐내고 어떤 친노는 남겼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준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정청래를 쳐낸 자리에 손혜원을 공천하는 모습을 보고 확실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더민주의 이미지를 바꾸는 공천이며 동시에 '친문공천'이었던 것이다. 친노 중에서도 문재인과의 거리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비문과 친문이 존재한다. 비문은 쳐내고 친문은 전진배치했다. 한 명 한 명 분석해 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의미있는 머리수를 가지고 있던 정세균계도 대거 탈락되었다. 아마도 문재인 이후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박원순의 사람들도 대거 탈락했다. 이건 대놓고 걸림돌 치우는 작업이며, 박원순에게는 이번 말고 다음에 나오라는 명시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문재인이 당대표 시절 영입했던 대부분의 사람들, 문재인 키드(Kids)라고 볼 수 있는 후보들은 전진배치 되었다. 쉽게 정리하자면 문재인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는 자들은 쳐내고, 그 길을 도와줄 동력을 대신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의 끝에 이해찬이 있었다. 이해찬은 문재인이 비서실장 하던 시절에 이미 총리를 했던 사람이다. 문재인보다 배분이 더 높다. 그런 사람이 당내에 잔류하고 있을 때,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력은 문재인의 대선 가도에 분명히 방해가 된다. 그러나 문재인의 손으로 그를 쳐낼 수는 없다. 이건 서열의 문제이며 도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종인의 그림에 있는 차기 대권은 문재인의 것이었다. 김종인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변화

 

필리버스터가 있고 난뒤, 그 지저분한 마감처리를 모두가 기억하실 것이다. 그 때 이런 글을 썼었다. <파괴된 필리버스터: 야당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글에서 '과연 더민주는 가치지향적인 야당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여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던 의원들이 이야기한 가치는 매우 진보적인 그 무엇이었다. 국가는 개인의 정보를 훔쳐봐서는 안된다, 테러방지를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국정원은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얘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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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는 이 가치를 채택하지 않았고 나는 실망했다. 그러나 당시 김종인은 이미 더민주의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들고 있었고, 그는 더민주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싶어했고 더 이상 확대하기를 거부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더민주는 '진보적 가치'라는 깃발을 버려야 했던 것이다. 김종인의 그림 속에 있는 더민주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 깃발은 중도 부동층에게 실무적 유능을 보여줄 수 있는 정당이어야 했고, 막말하지 않는 정당이어야 했고, 사상적 안정감을 보여 줄 수 있는 정당이어야 했고, 나라를 맡겨도 망치지 않을 불안하지 않은 정당이어야만 했다. 김종인은 이 사회의 중간 부동층이 가지고 있는 인식, 그 인식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보고 그걸 설득해서 바꾸거나 하는 노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 중간층 다수의 현재 인식에 영합하기 위한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 속의 더민주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을 것이다. 

 

'합리적 보수'

 

상상해보자. 더민주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합리적 보수라고 부여하는 광경을 말이다. 이에 대비되는 새누리당은 자동으로 '무능한 극우'로 자리매김한다. 왜냐면 하필 그 시점에 새누리와 함께 정권을 쥐고 있는 자가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들에게는 더민주가 합리적 보수든 혁명적 좌파든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도 부동층이다. 그들은 이미 박근혜의 실정에 지쳐 버렸다. 아마도 무리한 개성공단 폐쇄 같은, 골수 지지자들조차 갸웃거리게 만든 그런 실정들이 누적된 탓이겠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더민주는 이제 친노의 정당이 아니다, 이제 386 운동권의 정당이 아니다, 보았잖은가, 이해찬도 쳐내고 정청래도 쳐냈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 유능? 그것도 보여줄 수 있다. 이 이미지는 아마 여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지자들에게는 투사 정청래를 자르고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홍보책임자 손혜원을 꽂은 것이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난폭하게 막말하는 운동권을 자르고 자본주의의 첨병인 마케팅 프로페셔널 손혜원을 선택한 걸로 보인다. 지지자들에게는 전설의 운동권 맏형이자 친노의 좌장이며 새누리를 혼쭐낸 대찬 총리 이해찬이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강경하고 고집만 센 늙은 운동권, 맨날 데모하느라 공부도 안하던 운동권 떨거지들의 우두머리이자 해찬들 세대를 양산한 무능한 정치꾼 이해찬을 자른 걸로 보인다. 

 

이 변화는 숫자로는 이렇게 표현된다. 맨날 지지하던 25%의 지지만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25% 중에서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대략 1%가 채 안되는 시끄럽고 말 많은 SNS의 지지자들)를 잃고, 부동층 20%를 얻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남는 계산이다. 

 

김종인은 확실하게 더민주를 우측으로 옮겨 놓고자 하고 있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를 제쳐 놓고 판단하자면, 이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전략적으로 지극히 유리한 선택이고, 또한 박근혜의 실정을 틈탄 효율적인 선제공격이다. 

 

조중동은 일제히 김종인의 선택을 찬양하고 나섰다. 운동권 정당, 친노 정당 더민주가 갑자기 김종인을 만나 합리적 보수로 이미지 쇄신을 하고 나서는 것, 조중동에게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다. 왜 희소식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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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2번이라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조중동 3사 홈페이지 메인에 김종인 후보가 등장한다

 

이들은 사실 누구의 편도 아니다. 이들의 노선은 결국 자사이기주의이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독재적 권력 박근혜와 거기에 맞서는 대형 야당 민주당이라는 판은 이들 조중동에게는 결코 맘편한 운동장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개의 보수정당이 서로 교대로 권력을 잡아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할 말은 하면서' 대대손손 해먹을 수 있다. 그런 판에서 더민주가 갑자기 보수의 깃발을 들고 나오며, 메인 스트림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로만 판을 채우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김종인의 등장 이래, 더민주는 근래 몇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중동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도 자주 나온다. 그렇게 필리버스터를 해도 단신 보도도 안해주던 언론들이 김종인은 연일 사설로 칭찬을 해 준다. 

 

 

인터넷, SNS에서는 연일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김종인, 그러나 중도 부동층에게 보이는 그는 신뢰할 수 없는 문제아들만 모여 있는 민주당에 들어가 엉망진창인 체계를 바로 잡아 주고 있는 전문적이고 노련한 관료이자 능력있는 어르신이다. 

 

거기다가 이 행보로 인해, 국민의당은 설 땅이 없어져 버렸다. 공중분해될 지경이다. 연일 보도되던 안철수의 모습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판을 그렇게 그려놓고 국민의당에게 “생각 있으면 한 명씩 돌아오든가 말든가”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김종인은 정말로 잔인한 노인네이기도 하다. 

 

이 그림이 현실화 된다면, 새누리는 좀더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더민주는 부동층을 포함한 중원을 차지한다. 행마도 이런 행마가 없고 포석도 이런 포석이 없다. 

 

이 분석이 옳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리고 김종인은 드디어 더민주에게 107석을 약속한다. 내 분석으로는 그보다 더 나오게 될 걸로 보인다. 김종인은 그저 '최소한'을 말했을 뿐인 것이다. 80석을 우려하던 판을 이렇게 만들어 놨다. 문제는 그 숫자의 의석 위에 앉아 있을 금배지의 얼굴이 사람들이 생각하던 민주당의 전통에 걸맞는 얼굴들이 아니라는 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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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일은 문재인의 복귀다.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문재인은 과격한 진보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합리적인 보수에 가까운 정치인이다. 얼마든지 중도 부동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이며, 실제로 그렇기에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서 더민주를 보수 정당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종인이 깔아 놓은 판 위에서라면 얼마든지 새누리당을 대치할 수 있는 대안정당의 리더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문재인이 복귀하고 대선판에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재인이 대권을 잡을 확률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김종인에게는 자신의 경제 민주화 공약들을 실제로 실현할 기회가 주어진다. 얼마나 열받았겠는가 생각해 보시라. 칠순 노인이 사력을 다해 만든 필생의 작품이 박근혜의 대선 사기극에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꼴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는 문재인을 통해 이 꿈을 다시 이루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김종인은 총선판이 끝난다고 해도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자신을 비례대표 2번, 남성 후보 중에서는 맨 앞이니 1번과 다름없는 2번에 올려 두었다. 민망한 일이고 남사스러운 일이다. 많은 더민주 지지자들은 이 점에 폭발했다. 노욕이며 노추이며 말바꾸기이며 독선적인 결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뜻은 뭘까? 자신이 남아 대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당을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자신은 당을 움직이고 문재인은 대권을 잡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휘어잡고 나가겠다는 얘기이다. 박근혜에게 한 번 속고 난 김종인은 더 이상 사기 당하지 않기 위해 담보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추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변화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당장 과반을 차지하고 박근혜 정권이 몰락의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새누리는 건재하고 과반을 손쉽게 넘길 것이며, 박근혜 친위대가 의회에 생긴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은 이제부터 불기 시작한다. 더민주가 만약 김종인의 그림대로 중간 부동층의 지지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정계는 아주 크게 변화한다. 합리적 보수라는 깃발은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포섭할 수 있는 깃발이다. 야당으로서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정을 받는 것은 대권을 향한 가장 중요한 포석이 된다. 

 

박근혜 정권은 진짜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며 박근혜 지지자들은 고립되기 시작한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순간, 언제나 메이저만을 따라 다니는 권력지향형 인사들이 제일 먼저 새누리에게 등을 돌리게 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어차피 똑같은 보수당인데 새누리에서 더민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어진다. 

 

의석수가 과반이어봤자,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정권의 의지는 관철되지 못한다. 거기에 여론까지 가세하면 청와대는 더욱 더 고립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에서 먼저 이탈자가 생긴다. 이미 총선판에서부터 쫓겨난 자들이 이탈을 시작했다. 그 중에 박근혜 정권의 초대 보건부장관 진영 같은 사람이 첫 스타트를 끊을 모양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무회의는 사실상 회의가 아니며 받아쓰기 경진대회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관직을 그만두었던 진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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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유승민의 행보도 궁금해진다. 어찌되었거나 '합리적 보수'라는 타이틀은 원래 유승민 같은 사람들의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타이틀을 빼앗아 갔다고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할 재주가 없다면 그 타이틀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쪽으로 옮겨 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재오 같은 사람은 더 자연스럽게 옮겨탈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거나 중요한 것은 새누리의 강고한 제방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위력적이며, 더민주가 그 타이틀을 확보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진영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더민주가 좀더 우측으로 옮겨가는 것은 진보진영에게는 희소식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진보도 아니었던 더민주가 애매하게 진보로 취급되던 시기에 진짜 진보들은 동호회 놀이나 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민주가 우측으로 옮겨가는 순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운동장은 따따블로 넓어진다. 더민주에서 이탈한 진짜 진보주의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점도 있다. 정의당은 땡잡았다. 누가 알겠는가? 이제 변화된 운동장에서 극우로 몰려 쪼그라드는 새누리만큼의 사이즈가 진보좌파 정당들에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이 변화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70대 중반의 노인 하나가 대한민국 정가에 불러온 변화의 물결은 이제 진짜로 시작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후세 사람들은 이걸 실질적인 '대규모 정계 개편'의 시작으로 규정할지도 모른다. 

 

잘 될까? 

 

 

옳고 그름, 보수와 진보

 

보수와 진보는 결코 '옳고 그름'으로 나뉘지 않는다.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것은 신뢰와 협잡, 유능과 무능, 정직과 거짓 등이다. 보수와 진보는 선택일 뿐이다. 

 

나는 당연히 더민주의 우측이동을 기뻐하지 않는다. 그나마 원내 제1야당이 진보의 깃발을 버리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과반은 아니더라도 굉장한 의석을 보유한 더민주가 진보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더민주를 지지하던 수많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문제가 된다. 그들은 더민주를 왜 지지했을까? 비록 진보정당은 아니더라도 더민주는 최소한의 '진보적 가치'를 손에 들고 서 있는 대형 정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뛰어 들어온 김종인이라는 전두환 꼬붕(사실 이 표현은 모함에 가깝지만)이 더민주를 보수정당으로 바꾸고 있으니 억울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들이 화내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 사회의 진보는 5%다. 이건 현실이다. “정치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을 선도할 의무도 있다”는 말을 떠올려 보더라도 더민주가 진보정당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실제로 더민주의 지지자들 상당수는 진보라기 보다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이며, 정치에 기대하는 것 역시 진보적 가치라기 보다는 신뢰할 수 있고 부패하지 않은, 그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를 원할 뿐이다. 심지어 애국이나, 경제발전, 성장, 부국강병 등의 보수적 가치를 선호하는 더민주 지지자들도 많다. 

 

자신을 스스로 더민주의 지지자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진보적 가치를 얼마나 원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신 적 있냐고 말이다. 비록 소수지만 분명히 진보의 깃발을 든 정당들이 있는데 왜 더민주에 남아 있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가 힘들다면 당신은 진보적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증오 때문에 그저 카운터 파트를 지지한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더민주의 보수화를 좋아해도 되고, 지지해도 된다. 당신들 주변에는 중도 부동층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게 될 것이다. 더민주의 진보성이 미약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좌클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참에 아예 진보정당으로 옮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맘 편한 일이 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그게 옳다고 권해 드리고 싶다. 

 

 

변화는 항상 개인에게 선택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더민주의 지지자들에게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만약 이 글에 담겨 있는 믿기 힘든 분석이 사실로 드러나고 더민주가 성큼성큼 우측으로 걸어가 버린다면, 차라리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 보낼 생각이다. 아니 그게 맞다. 새누리와 박근혜 정권에게는 더 이상 합리성과 정직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극우 수구 부패 거짓말쟁이 정당의 위치를 주는 것이 맞다. 차라리 더민주가 새로운 합리적 보수로 탄생해서 그나마 합리적인 보수 정권을 창출해 내길 기원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그게 김종인의 뜻이며, 그렇게 탄생한 정권은 또 하나의 보수정권이 되겠지만, 최소한 박근혜보다는 훨씬 나을 것 아니겠는가? 

 

원한다면, 또 필요하다면 내 소중한 한 표도 아낌없이 주겠다. 그리고 스스로가 진보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합리적 보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 명이라도 더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설득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머나먼 미래가 될 지언정,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게 되는 그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뒤섞여서 무능하고 부패한 극우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혼전을 벌이는 이 상황,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보다는 깔끔하게, 보수와 진보로 갈려 논쟁을 벌이자. 그 쪽이 훨씬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부디 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번 총선판이 이런 장대한 변화의 시작이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김종인 어르신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현실화 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어르신, 화이팅!!

 

 

뱀발

그래도 비례 2번은 너무 하셨어요. 창피하게 그게 뭡니까. 그걸로 사람들이 뭐라 한다고 당무거부까지 하는 건 더 창피합니다. 삐지지 마시고 빨랑 돌아오세요.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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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백악관 청와대 박대통령 조준 폭파 영상 공개

 
‘예술영화 명령만내리시라 후편이 준비되고 있다’ 동영상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3/22 [08:1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준 장면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조선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백악관을 조준 폭파하는 장면을 만들어 공개했다.

 

연합뉴스는 2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TV가 22일 '예술영화 명령만 내리시라 후편이 준비되고 있다'는 제목으로 3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유튜브에 지난 19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동영상은 3분 12초짜리로 조선이 백악관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은 2분 11초부터 16초까지 4초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은 2분 16초부터 22초까지 6초까지 편집되어 있다.

 

▲ 조선이 백악관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동영상은 조선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전경을 담은 사진을 하얀색 '+'자 모양의 조준경 안에 넣은 뒤 "자멸을 재촉하는 박근혜 역적 무리들이 들어있다"는 자막을 깔고서는 곧바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산산조각나는 장면을 넣었다. 이 장면 바로 앞에 백악관을 폭파하는 장면이 편집되어 있다.

 

최근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온갖 욕설로 거칠게 비난한 적은 많았지만, 이처럼 박 대통령을 겨냥한 뒤 폭파시키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명박 전대통령 시절에는 사격 표적판으로 이 전대통령 모형을 세우고 사격한 적은 여러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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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평화협정과 ‘우리 안의 사대주의’

 
이빨을 감췄다고 해서 악어가 아닌가
 
김갑수 | 2016-03-22 07:59: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미평화협정과 ‘우리 안의 사대주의’
- 미국 권력 이동기의 속성 간파해야
- 이빨을 감췄다고 해서 악어가 아닌가


요즘 조미평화협정 사안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친미진보언론들이 먼저 낙관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친미수구언론 중앙일보의 시론에서까지 북미평화협정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바람잡기가 크게 작용한 같다. 이에 따라 민족진보주의자를 자부하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이런 분위기에 들뜨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세 가지, 즉 “1)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계가 드러났다. 2) 북의 고성능 핵 위력이 미국을 위협하게 된 마당에 미국도 달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 따라서 조미평화협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주장의 근거는 빈약하면서도 아전인수식이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지난 2월 23일에 있었던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 미국 국무부장관 케리 사이의 워싱턴 회담 발표 내용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강대국의 장관 회담록에 나타난 일부 문장만을 떼어서 우리 형세 낙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한 마디로 해서 ‘소경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먼저 지난 2월 23일의 왕이 - 케리 회담은 조선반도 평화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 왕이는 인접국 한국 내 사드 배치 제지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워싱턴으로 급거 날아갔을 뿐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중국과 담합 중인 미국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해 준다’는 조건을 관철시키는 선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 나는 이 발표문에 언명된 비핵 - 평화협정 동시 타결은 순전히 립 서비스에 불과한 강대국들의 사탕발림이었다고 본다.

1876년 이 땅에 외세가 ‘합법적’으로 침탈한 이래 130년 동안 우리는 지속적으로 강대국들에게 농락만 당해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근저한다. 하나는 국제정세를 읽어내는 ‘실력의 부족’이고 또 하나는 우리 안에 잠재된 ‘사대주의적 요행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힘과 자주'가 약하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먼저 우리는 미국 권력 이동기의 속성을 간파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권력 이동기에는 예외 없이 평화공세를 취하며 자국의 권력 이동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노선을 취해왔다. 우리가 알듯이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종결을 선거구호로 내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은 대선 기간 중에는 전쟁을 일체단결로 치를 수 없는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이다.

전전 직 미국 대통령 클린턴의 임기는 1993년 1월 ~ 2001년 1월이었다. 그런데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0년 10월에 조선 조명록 차수와 미국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상호방문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평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물론 이런 평화 분위기는 후임자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등으로 일거에 무색해졌다.

후임자 부시의 임기는 2001년 1월 ~ 2009년 1월이었다. 호전주의자였던 부시마저 임기 종료가 다가오자 노무현 한국 대통령을 만나 북핵 해결과 정전협정의 동시 타결을 약속했었다. 미국이 ‘뉴욕 필’을 평양에 보낸 것은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위장책이었다. 부시가 조선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성의(?)를 보여준 것 역시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8년이었다.

오바마 역시 취임하자마자 대북유화책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임기 말이 다가오자 대북강경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마마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 말 평화공세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퇴행한 수준이다.

나는 최근의 미국 대통령 중 오바마를 가장 저평가한다. 그는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체는 잘 하지만 기실 네오콘과 기득권자들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심한 대통령이다. 그의 무능은 이런 천부적(?)인 비굴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한심하게도 오바마보다 더 비굴한 것은 한국의 지식인, 전문가, 정치인들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미국의 이기, 이중적 속성과 친미 지식인들의 무지, 위선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미국 앞에서 ‘어르고 *먹이는 남자에게 번번이 *만 받아먹고 일시적으로 쾌감을 갖는 가련한 여자로 있을 것인가?

일찍이 1972년 중국의 천재 지도자 마오쩌둥은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을 관철시켰다. 북경공항에 내린 닉슨은 일성으로 자기는 제국주의자라고 실토했다. 마오쩌둥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총리 겸 외상 저우언라이에게 미국 대선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줬을 뿐이다. 중국과 미국은 단 한 번에 평화협정을 넘어서는 중미수교를 이루어냈다.

약한 주먹을 가진 자는 그 주먹으로 눈물밖에는 닦을 수 없는 법이다. 국제역학관계에 요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악어가 잠시 이빨을 감춘다고 해서 악어가 아니란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실력을 기르고 우리 안의 사대주의를 청산하자. ‘힘과 자주’ 외에 우리의 전쟁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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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그 난리 치더니... 가관이다"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미국과 우리의 국익이 동일하다는 착각 깨야"

16.03.22 09:00l최종 업데이트 16.03.22 09:5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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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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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 4월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되자, 북한 무인기 공포가 '전국'을 휘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공망이 뚫렸다고 개탄했고, <조선일보>는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고 사설로 썼다. 군 당국은 20~30kg까지는 아니지만, 북한이 3~4㎏ 정도의 폭탄을 무인기에 매달아 우리측 주요 핵심시설에 부딪혀 폭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스라엘제 저고도탐지 레이더 PPS-42 10여대를 도입했다.

"복원된 북한 무인기를 날려보니 3~4㎏ 무게의 폭탄을 달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껏 400~900g정도의 수류탄 1개를 매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20일 <연합뉴스>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당시 발견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성능시험을 했다면서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탑재된 엔진과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은 모두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으로 조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 2년 전의 '호들갑'과는 크게 다른 결론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이에 대해 "정부는 2년 전에 청와대가 북한의 국방위원회나 정찰총국의 손바닥 안에 들어간 것처럼 하지 않았느냐"면서 "결국 국민들은 바보가 된 거다. 가관이다. 가관"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 특히 국방부가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해 얘기를 해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6자회담 재개 모멘텀 없으면 북한 5차 핵실험 할 것"

정 전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북한은 지휘부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 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6자회담 재개 모멘텀이나, 최소한 중국 주재하에 미국과 북한 간 접촉과 같은 상황 변화가 없으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전후와 5월 7일 사이에 5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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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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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동일하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는 북핵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비극"이라며 " "북한 핵문제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북한 공포 마케팅'구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의 배경, 북한의 추가 핵실험 문제에 대해 짚어본 <한통속> 102회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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