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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은 ‘올림픽 난민'을 발생시켰다. 30년 전, 서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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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승전보와 미담, 그 외 갖가지 해프닝이 함께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올림픽의 화려함에 가려진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알려지는 중이다. 8월 17일 허핑턴포스트US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공원 근처에 있는 ‘오트드로모’(Autódromo)라는 빈민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평온한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이곳이 더 살기 열악해진 건, 지난 2009년 IOC가 리우데자네이루를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수많은 빈민가처럼 이 마을 또한 정부의 계획하에 철거당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쫓겨나야 했다. 한때 600가구 이상이 살던 ‘오트드로모’에는 현재 20가구 정도만이 남아있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공원과 가까운 곳에 빈민가가 있다는 사실을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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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때문에 생겨나는 ‘올림픽 난민’의 사연이 리우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체육대학교의 박보현 박사가 지난 2010년 ‘한국스포츠개발원’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경우 매월 1만 3천명이 올림픽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도시에서 쫓겨난 가운데 총 150만 명에 이르는 도시 난민이 발생”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1만 여명의 로마계인들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때는 11,000여명이,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때는 624가구 2,000여명의 도시 난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88 서울 올림픽도 ‘올림픽 난민’을 발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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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현 박사는 이 글에서 올림픽 준비와 함께 시작된 도시재개발사업으로 인한 “‘도시빈민운동’은 1983년부터 1988년을 지나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각 빈민지역, 오금동, 사당동, 신정동, 하왕십리, 암사동, 신당동, 양평동, 오금동, 송파·강동지구 등 200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상계동’ 173번지에 살던 80여 세대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1985년 8월부터 88년 2윌까지, 상계동 주민들의 주거권 투쟁사를 담은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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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역시 도시 미관 개선과 재개발 사업을 유도하며 상계동 173번지를 철거하려 했다. 주민들은 시청을 찾아다니고, 전경과 맞서며 버텼다. “때린 사람이 풀려나고 맞은 사람이 잡혀가는 이상한 싸움” 속에서 “빨갱이 같은 놈들”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던 그들은 당시 시청 관계자로부터 “주민들끼리 하는 재개발이기 때문에 아는 게 없다”거나, “딱한 처지는 이해하지만 우리 후손과 올림픽을 위해 조금 손해를 감수한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듣곤 했다. 그리고 결국 87년 4월 14일 상계동을 떠나게 된다.

갈 곳이 없는 그들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 곳은 명동성당이었다. ‘상계동 올림픽’에 따르면, 두 개의 임시천막을 남자-여자 숙소로 세워 살던 그들은 “살다보니 한 평에 1억원짜리 땅에서 산다”거나 “어차피 집이 없으니, 쫓겨날 집도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는 등의 자조적인 대화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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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8년 1월, 그들은 부천시 고강동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 “고속도로에 바로 인접한 곳이었지만, 우리는 야산에 둘러싸인 새 삶터가 대견스러웠다.” 그들은 일단 다시 가건물을 세웠다. 하지만 이 마저도 다시 철거되고 만다. 부천시청 직원들과 전경들이 그들의 새로운 집을 철거한 이유는 “고속도로로 성화가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상계동 178번지 사람들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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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그들은 당장 겨울을 나기 위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10개월을 살았다.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시간 동안에도 그들은 땅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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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계동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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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계동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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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계동 올림픽'
     

당시 상계동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상계동 올림픽’을 찍었던 김동원 감독은 지난 2007년 9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후일담을 이야기한 바 있다.

“서울시와 천주교, 상계동 재개발 건축업체는 돈을 모아 그들에게 내줄 땅을 마련했지만 평당 30만원이던 땅값이 1년 새 240만원으로 8배나 뛰어오르면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다. 결국 그들에게는 가구당 8평씩의 땅이 나눠졌다. 땅을 팔 사람은 팔고 나가고 이곳에 살 사람은 살라는, 합리적인 듯 보이나 손쉬운 방책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상계동 주민들이 보여준 이상적인 공동체 운동의 움직임에 끌렸던 김동원 감독은 서로 믿었던 사람들이 불신을 안고 이별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씁쓸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30년 전,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 이후 4년 마다 반복되었고 결국 리우에서 다시 반복되었다. 4년 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여는 도쿄의 사정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머니투데이’는 재팬타임즈의 기사를 인용해 도쿄에서도 경기장 증축으로 인해 200여 가구가 강제 이사를 가야할 처지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중 한 노인은 1964년 올림픽 때도 집을 내주어야 했는데, 2020년 올림픽 때문에 또 다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올림픽 난민'은 그 이후의 올림픽에서도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강제 이주를 당한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제공받게 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상계동 올림픽'은 철거민, 노동자, 도시빈민에 관한 3편의 다큐멘터리를 엮은 '이상한 나라의 데자뷰'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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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이 위험하다

 
미국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와 클린턴이 각각 제시하는 미국의 미래는 판이하다. 기존 아메리칸 드림을 지지하는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외치는 위대한 미국의 바탕은 ‘두려움’과 ‘배척’이다.
  조회수 : 3,106  |  유혜영 (밴더빌트 대학 교수·정치학)  |  webmaster@sisain.co.kr
 

 

 

특집


‘아메리칸 드림’이 위험하다

공화당의 위기가 곧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미 대선을 뒤흔드는 러시아 해킹 배후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남성과 여성, 평생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든 적이 없는 후보와 평생을 정치 무대에서 대중의 환호와 비난을 함께 받아온 후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두 전당대회에서 각 당의 후보자보다 더 확연히 드러난 차이는 바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현재의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를 토대로 그린 미래 미국의 모습이었다.

7월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제로 안보·경제 정책, 국가 경쟁력, 화합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바로 ‘두려움(fear)’이었다. 전당대회 내내 연설은 대부분 현재 미국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범죄가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불법 이민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라는 규탄이 이어졌다. 외교정책도 비판 혹은 비난 일색이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공화당은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정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중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며, 불법 이민자를 막으려 멕시코와의 국경에 대대적으로 장벽을 세우고,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 임시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EUTER</font></div>지난 7월21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그는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REUTER
지난 7월21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그는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2065년 미국의 백인 비율 46%

미국 언론은 주요 인사들의 연설과 발언이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사실관계를 검증해 보도했다. 사실 확인 결과를 보면, 이들 주장의 근거 가운데 실제가 아닌 것이 꽤 많았다. 먼저 FBI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의 범죄율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였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했지만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실업률은 5%로 금융위기 직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일자리 870만 개가 창출되었다(물론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은 순전히 사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불법 이민자의 숫자도 2007년에 12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는 계속 감소 중이며,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2290명에 불과하다(참고로 유엔 난민기구가 집계한 시리아 난민은 총 480만명으로 이 중 300만명이 레바논·요르단·터키에 있다. 2016년 4월 기준 독일은 6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전당대회 무대를 장식한 주장들을 토대로 지금 공화당이 가는 방향을 가늠해보면 과거의 공화당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선택한 듯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미국 예외주의를 강조해왔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며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그려왔다. 현상 유지나 기득권 체제에 대한 불만은 늘 진보와 민주당의 몫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그 역할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지금까지와 달리 백인이 살던 방식이 주류의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이 공화당,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변화하고 있다. 1965년에 미국은 인구의 80% 이상이 백인이었다. 이 비율은 2016년 현재 64%로 낮아졌고, 2065년에는 46%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지난 50년간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는 5900만명으로 대부분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출신이다. 현재 히스패닉(중남미계 이주민)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지만 2065년에는 24%로 높아질 전망이다. 아시아계 인구도 현재 5%에서 2065년에는 전체 인구의 14%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1965년에는 미국 인구 가운데 미국 밖에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이 5% 정도였다. 이 비율은 오늘날에는 14%에 이른다. 인구 구성의 변화는 곧 유권자 지형의 변화를 뜻한다. 2000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백인은 78%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 비율이 69%로 떨어질 예정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EUTER</font></div>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구호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이다. 지난 7월31일 애슐랜드 유세 장면.  
ⓒREUTER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구호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이다. 지난 7월31일 애슐랜드 유세 장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여론도 급격하게 바뀌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동성 결혼에 관한 여론이다. 2001년만 하더라도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하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오늘날 미국 인구의 55%가 동성 결혼을 찬성한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네 명 중 세 명이 동성애를 지지한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만 해도 아무런 종교가 없다고 말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6%였지만, 이 비율은 2014년에 23%로 늘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같은 기간 78%에서 71%로 줄었다.

이렇게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반대 선택을 했다. 공화당은 여전히 백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미국적인 삶이 곧 백인의 삶이었던 ‘전통적인 미국’을 이상화한다. 선거분석 전문 기관인 업샷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미국이 가장 위대했던 시절이 언제인지를 물었을 때 75%는 지금보다 1960년대 중반이 훨씬 좋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달랐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을 포용했고 이를 당의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했다. 다양성의 포용은 민주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의제가 되었다. 민주당 의원이라고 해서 모든 정책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경선 기간 드러난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정책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면서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은 어느새 민주당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구호 “함께할 때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는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핵심은 바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누가 표를 주는지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살펴보면 흑인의 95%, 히스패닉 유권자의 70%가 민주당을 지지한다. 지난 20년간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 변화는 훨씬 더 극적인데, 대체로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고 종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공화당의 지지층과 유사한 면이 많았다. 실제로 과거 대선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공화당을 지지했다.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아시아계 유권자들로부터 36%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7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2010년 4월15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공화당 지지 티파티 운동원들.  
ⓒEPA
2010년 4월15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공화당 지지 티파티 운동원들.

공포, 공화당의 강력한 선거 도구가 되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다른 인식은 자연히 다른 정책 대안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을 미국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은 이민을 확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쪽으로 이민 정책을 개혁하고자 한다. 반면, 이민자들이 들여오는 ‘다른 방식의 삶’과 종교가 ‘전통적인’ 미국인의 가치를 위협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며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은 미국에 와 있는 이민자들을 다시 돌려보내거나 앞으로 들어올 이민자들을 최대한 차단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주요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트럼프를 둘러싼 분열과 불신이 감지되지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트럼프 지지를 이끌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두려움의 원천은 어디이고, 왜 이런 두려움이 트럼프가 떠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진보와 보수가 경계심을 느끼는 정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증명해왔다. 특정 이미지나 자극을 주었을 때 뇌파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통해서 학계 연구는 보수적인 사람이 훨씬 더 경계심이 강하며 자신과 다르거나 불편한 이미지를 보았을 때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한 설명은 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올랐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경계심이 강한 건 원래 보수적 유권자들의 특징이었는데 왜 이번 선거에서는 두려움을 공략한 전략이 먹혔을까? 공화당 지도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끌어올린 구조적인 원동력이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공화당의 정책과 지지 기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은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외치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지지해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부자 감세와 탈규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미국 인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소득이 높을수록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긴 하지만, 2008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블루칼라 백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오바마 집권 이후 시작된 공화당 내의 풀뿌리 조직 티파티의 영향으로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이 공화당 예비 경선 과정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었거나 과거보다 실질임금이 줄어든 사람들이다. 티파티의 주장은 공화당 지도부나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의 정책과 다르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상·하원 선거에서 이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당내 지지 기반 사이에 큰 균열이 있음에도 이를 계속해서 묵인해왔다. 공화당 내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지속적인 실질임금 감소와 일자리 감소, 불안한 노후 대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문제에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여전히 기업과 부자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을 펴면서 선거 국면에서는 이민자의 증가와 관련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가진 두려움을 적극 활용했다.

1873년부터 2009년까지 의회 연설문을 분석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1952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 다수당이 된 이후로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하거나 당파성이 짙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Matthew Gentzkow, Jesse M. Shapiro, Matt Taddy. <Measuring Polarization in High-Dimensional Data:Method and Application to Congressional Speech>).

사회안전망 부족했던 미국이 맞을 부메랑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친기업 부자 중심의 정책에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던 공화당 내의 저소득·저학력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집단은 백인이면서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 그리고 과거 제조업이 중심일 때 경제 번영을 누렸지만, 기술과 정보,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면서 적응에 실패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이민자들 때문이고, 중국이 미국과 공정하지 않은 무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민자를 제한하고 중국에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세계화가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일자리에 타격을 준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가 제시하는 정책이 공화당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판단 가능하다.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은 세계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 비해 미국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 여론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학자들은 정부가 세계화로 인해 제조업이나 농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제공하거나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식은 무역과 사람들의 국경을 넘어선 이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 관련 지출을 늘리거나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해 큰 변화를 겪게 될 사람들이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공화당의 기조,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은 그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을 오히려 트럼프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만들어낸 두려움의 수사는 공화당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계층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권한을 줬지만, 역설적으로 이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신들의 선택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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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겨진 비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8/19 10:57
  • 수정일
    2016/08/19 10: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과도한 전력기금 징수, ‘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부담 5천억 줄어’
 
임병도 | 2016-08-19 09:23: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전기요금에는 요금에 따라 3.7%의 전력기금이 추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전력기금 중기 운용 전망 ▲2014년 기준 전력기금 요율을 1%P 만 낮춰도 국민부담은 5,652억이 줄어든다. ▲국가별 kWh당 주택용 전기요금 자료출처:동아일보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구 요금이 얼마인지만 봅니다. 그러나 청구 내역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전력기금’입니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입니다. 준조세에 해당합니다.

전기요금의 3.7%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진제 등으로 전기요금이 늘어나면 전력기금 부담액도 증가합니다.

만약 4만원의 전기요금을 냈던 가정이 누진제로 12만원을 낸다면 전력기금도 1천480원에서 4천440원으로 2천960원을 더 납부해야 합니다. 누진제 요금에 누진 전력기금까지 되는 셈입니다.


‘과도한 전력기금 징수, 사용은 흥청망청’

전력기금중기기금운영전망

 

 

국민들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력기금’이라는 항목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2015년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수입을 보면 2조 1,440억원이 징수됐습니다. 사업비 지출은 1조9106억원으로 2천394억원이 남았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전력기금 수납액은 전기요금 인상과 전기사용량의 증가로 2013년 1조 8,275억원에서 2015년 2조 1,440억원으로 지난 3년간 2천865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준조세로 징수한 전력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어질까요? 아닙니다. 박완주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09년 1천7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 350억원을 까먹는 등 혈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연구개발비(R&D)가 무상 지원되고, 대기업인 민간발전사 민원처리비용으로 1000억원씩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박완주 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전력기금은 사업비 대비 여유 자금율이 무려 73%에 달하며, 이는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율 10∼15%(1684억∼2527억원)와 비교해 4.9∼7.3배나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부담 5천억 줄어’

전력기금요율조정국민부담경감액

 

 

과도하게 징수되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전력기금, 조금만 줄이면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먼저 0.5%P를 내려 3.2%로 조정하면 국민부담은 1조8,086억원으로 2,826억원이 경감됩니다.

1%P를 내려 2.7%가 되면 국민부담은 1조5,260억원으로 5,652억원이 줄어듭니다. 1.7P%를 내려 2.0%로 조정하면 국민부담은 1조1,304억원으로 경감액만 8,888억원이나 됩니다.

지난 8월 11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420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마치 정부가 큰 특혜를 보이는 듯하지만, 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 부담은 5,652억이 줄어듭니다.


‘낮은 전기요금이 정전 사태의 원인이라고요?’

새누리당정전기요금TF손양훈교수-min

8월 18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태스크포스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2011년에 열린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전기요금의 인상 수준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돈 반면, 고유가로 석유·석탄·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수요 전환이 물밀듯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9·15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류이근 경제부 기자는 ‘손 교수와 다른 토론자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낮은 전기요금→전력 수요 증가→전력 공급 기반 약화→순환 정전’이란 도미노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 전기료 왜곡, 전력대란 또 부를 수도)

국가별 kWh당주택용전기요금

 

 

주택용 전기요금이 낮다는 논리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실제 가정용 전기요금을 kWh로 계산하면 kWh 200원이 됩니다. 미국(116원), 프랑스(142원)보다 높고, 일본(202원)과는 비슷합니다.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7%에 불과한 주택용 소비전력보다 월등히 많은 77%의 산업용 전기 때문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 요금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합리한 전력기금 등의 과도한 징수나 징벌적 누진제 등의 개편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도 전기 요금 때문에 벌벌 떠는 국민이 ‘죄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폭염 때문에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났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당정 TF팀을 구성해 전기요금을 전면 개편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지만, 그러나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전기요금 항목이 있습니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 체계가 합리적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숨겨진 비밀’

전기요금고지서1-min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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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극한의 외침, 그들은 그늘을 찾지 않았다

 

[현장]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 쏟아지는 햇볕을 온 몸으로… “더위엔 이골이 났다, 끝까지 싸울 것”

 

정민경·손가영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6년 08월 19일 금요일

 

기록적인 폭염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일부 지역 낮 기온이 39.2도까지 치솟는 등 찜통더위가 20여 일 넘게 지속됐다. 미디어오늘은 폭염 속에서도 농성을 할 수 밖에 없는 서울·강원·울산의 투쟁 현장을 방문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 “산으로 온 4대강 사업, 삽 못 뜨게 할 것”

농성장에 들어서니 약수터에서나 볼법한 대형 물통과 대야가 눈에 띄었다. 고창규씨(58)는 “달궈진 정수리를 식히는 데 쓴다”고 말했다. 대야에 물을 붓고 머리를 담가 열을 뺀다는 것이다. 그래도 못 참겠으면 물에 흠뻑 적신 티셔츠를 입고 선풍기 ‘강풍’ 바람을 쐰다. 고씨는 지금은 그것마저 힘들어 오후 1~3시 경엔 농성장을 잠깐 비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 농성장’ 지킴이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도청 앞 농성장이 설치된 지 302일째에 접어들었다. 최고온도 36도를 기록한 지난 12일 정오, 고씨가 강풍 버튼을 눌렀지만 뜨거운 열기만 전해졌다.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 농성장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대형 물통과 대야. 사진=손가영 기자
“4대강에서 재미를 다 본 토건개발업자들이 산을 노리고 있다.” 이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는 전 국토 산지 개발을 허용하는 빗장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시한 ‘설악산 종합관광모델’의 일부다. 이 안은 설악산을 산지관광 특구로 지정해 산림스포츠 기반시설, 4성급 관광호텔 등을 짓는 계획이다. 케이블카 설치 추진 과정이 곧 산지 개발 허용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고씨는 설악산이 한국 산지 중 보호 규정이 가장 까다롭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산이다. “설악산이 뚫리면 백두대간이 모두 뚫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자체가 가진 흠결도 심각하다. 양양군이 작성한 오색케이블카 사업 경제성 분석 보고서는 조작 판정을 받고 담당 공무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 사업의 입지적절성과 사업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 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서도 허위 작성, 부실조사, 자료 누락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장의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경제성도 문제다. 고씨는 “오색지역의 남부설악은 풍경이 멋들어진 내·외설악과 달리 일반 야산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처음엔 입소문 때문에 사람이 모이겠지만 발길을 끌지 못해 곧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먹거리, 놀이, 숙박 등의 지역 경제도 관광객이 오래 머물러야 활성화되는데 오색은 잠깐 거쳐 가는 곳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는 허위·부실 작성 평가를 받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검토 중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강원행동은 본안 통과를 막을 때까지 환경청 앞을 지킬 예정이다. 고씨는 “4대강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며 “마지막 관문을 지켜낼 것”이라 말했다.

천막은커녕 파라솔도 못 치게, 땡볕 아래 현대중 하청 노동자들

“그늘 될 만 한 가지는 다 잘렸다. 그늘조차 가지지 말란다.” 2주 전 현대중공업 사측은 울산 공장 정문 맞은 편 인도 주변의 나무를 다듬었다. 노숙농성에 돌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던 나무였다. 최고기온 34도를 찍은 지난 15일 농성장에서 올려다 본 나무엔 ‘햇빛 구멍’이 숭숭했고 그늘 색깔은 옅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달 25일부터 ‘고용승계’와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에겐 파라솔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다. 농성장 물품이라곤 녹색 편의점 의자 예닐곱 개, 스티로폼 재질의 깔개, 식음료를 보관하는 아이스박스가 전부다. 하청 노동자들은 사방이 뚫린 곳에서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며 24시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파라솔, 천막 등의 시설은 설치 즉시 현대중공업 측의 민원에 따라 울산 동구청에 의해 제지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자리를 지킨다.

 

▲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정문 맞은 편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장.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15일 주간조를 맡은 정재운(50) 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지금 싸움을 노조 존폐가 걸린 절박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청노조 조합원은 ‘노조 한다’는 이유로 표적 해고돼 생계의 낭떠러지에 처해 있다”며 “노조가 조합원을 지키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체가 위장폐업 후 조합원의 고용만 승계하지 않는 경우는 대조립1부의 태산테크가 대표적이다. 태산테크는 지난달 12일 기습적으로 폐업을 선고했다. 조합원 둘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보강, 광림ENG 등 다른 업체로 옮겼다. 조합원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 배후엔 원청의 개입 흔적이 있다. 하청노조가 직접 하청업체에 고용 승계를 문의한 결과 “원청이 이 둘에 대한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해명을 들었다. 태산테크와 같은 하청업체는 현재까지 확인된 곳만 4곳이 더 있다. 모두 조합원이 있는 곳으로 기습 폐업 공고가 났다. 고용 승계 여부는 불확실하다.

노조 탈퇴 회유 정황도 뚜렷하다. 하청노조와 개별 하청업체 간 교섭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에만 업체 4곳이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다”는 내용 증명을 보내왔다. 조합원이 없으니 하청노조와 교섭할 이유가 없다는 엄포였다.

하청노조는 일련의 흐름을 원청 발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정 부지회장은 “공장 안은 60도 넘게 올라간다. 폭염이라 하는데, 열이라면 이미 우린 이골이 났다”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노숙농성은 계속 된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 해고자들의 두 번째 여름, “작년이랑 비교 안 되게 덥네요”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은 ‘위장도급’ 판정을 받은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해고됐다. 동양시멘트(현 삼표동양시멘트)는 2015년 2월13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으로부터 “동일과 두성(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입사 때부터 동양시멘트 정규직”이라는 판정을 받은 즉시 하청업체 ‘동일’과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4일 후 노동자 101명이 해고됐다. ‘직접고용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지 537일째, 이들에게 올 여름은 투쟁 후 두 번째로 맞는 여름이다.

“작년이랑 비교가 안 되게 덥네요.” 지난 12일 삼척에서 만난 이재형 조합원은 막 서울 농성장에서 복귀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변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없는 서울 농성장엔 선풍기는 사치인데다 모기장을 설치해 바람마저 통하지 않는다. 이 조합원은 “연대방문 온 손님도 농성장을 들어서자마자 열기를 느끼고 도로 나가는 정도”라면서 “밤마다 베개가 땀에 흠뻑 젖는다”고 토로했다.

 

▲ 삼척에 위치한 동양시멘트 농성장.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이 위장도급 노동자인데다 부당해고 됐다는 확인은 여러 차례 받았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해고가 부당하고 이들이 입사 때부터 동양시멘트 소속이라고 판단했다. 사측은 그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해고자들은 국회,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삼척시청, 강원도청, 삼척시의회 등 찾아갈 수 있는 곳은 다 찾아가봤다. 어떤 기관도 사측을 움직이는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537일이 지났고 이들은 ‘직접고용 정규직’임을 확인받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1심을 진행 중이다.

 

해고자들은 부당함이 명백한데 사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은 어디 있냐고 묻고 있다. 현재 남은 인원은 23명. 1인 시위, 농성, 출·퇴근 및 점심 선전전 등을 유지해나가는 이들은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게 현재 목표”라면서 “생활비 등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앞으로 산적해있는 법정 다툼을 계속해나가며 ‘직접고용’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 말했다.

“닭장차 공회전은 단속 안 하나” 유성기업 농성장의 탄식

“더워 죽겠는데 경찰들은 농성장 바로 앞에 전경차를 세워놓고 안에서 에어컨을 쐰다. 열기는 물론이고 덜덜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도 잘 안 온다. 어느 날은 화가 난 한 조합원이 약 올리냐고 소리 지른 적도 있다. 에어컨을 끄더니 한 5분 있다가 더웠는지 다시 켰더라.”

서울 양재역 현대차 본사 앞에서 3개월째 농성 중인 유성기업 조합원들은 현대차 직원과 경찰들의 감시에 더해 전경차의 ‘공회전’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공회전은 멈춰져 있는 자동차에 계속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5분 이상 공회전을 할 경우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되는 행위다.

 

▲ 서울 양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위치한 유성기업 농성장. 조합원들이 머무는 곳 바로옆에서 경찰들이 전경차를 세워놓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연일 최고 기온이 36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유성기업 농성장을 감시하는 경찰들과 현대차 직원들은 24시간 건물 곁을 지킨다. 12일 오후에도 현대차 본사 앞에는 10여명의 직원과 6명의 경찰이 서 있었다. 지금은 서로 가만히 대치하는 상태지만 농성을 시작한 5월에는 농성 시작 후 5일간 47명이 연행되는 등 진압이 이뤄진 적도 있다.

 

더위에 감시, 공회전까지 농성장의 조합원들을 괴롭히지만 농성장의 분위기가 어둡지만은 않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의 박정성 조합원은 “최근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보고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조합원들도 그날 함께 가서 박 전 대표가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지금 농성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 최고기온이 36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자 경찰들도 우산을 쓰고 현대차본사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현대차 본사 앞에서의 농성은 3개월째지만 유성기업과 조합원의 싸움은 6년 전부터 시작됐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유성기업이 실행한 노조파괴 문제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어용노조를 만드는 등 노조파괴행위를 해왔다. 이러한 노조파괴를 현대차가 지시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사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농성장의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을 하다가 사측의 고소와 노조파괴 압박에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 조합원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농성을 그만둘 수 없다고 밝혔다. 엄기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대외협력부장은 “사측이 휴가 기간이었던 8월 첫째 주에는 영동공장에 있는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철거하는 등 관혼상제에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끝을 보려고 온 거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오는 17일 투쟁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도 열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때문에 회사 망했다고? 김무성 사과 끌어낸 콜트콜텍

콜트콜텍 노동조합은 317일째 여의도 비닐하우스에서 농성 중이다. 지난해 방종운 콜트 지회장은 45일 동안,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13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고 이후로도 3~4명이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16일 찾은 콜트콜텍 노조의 비닐하우스에는 사람이 들어가 있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나 뿜어져 나왔다. 에어컨은커녕 발전기를 끌어다 켜는 선풍기도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 선풍기를 켜봤자 오후에는 뜨거운 바람만 나와서 아예 비닐하우스를 떠나 주변을 서성인다. 3일에 한번 여의도 주변 찜질방에서 샤워를 하지만 온몸은 항상 끈적거린다.

 

▲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콜트콜텍 천만 안.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천막을 지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폭염 속 여의도 비닐하우스에 그나마 시원한 소식이 들어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해 8월3일 “콜트콜텍 등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가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발언을 한데에 사과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7월15일 서울남부지법 상임조정위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공개 장소에서 콜트콜텍 노조에 사과를 표명해야한다는 강제조정 결과를 밝혔다.

 

16일 서울 여의도 농성장에서 만나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이 유감표명 정도로 끝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우선 김 전 대표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과 그로인해 노동조합원이 받은 상처에 사과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사과는 법원의 강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있는 건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07년 4월 56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 콜트악기와 자회사 콜텍악기는 10년간 복직투쟁을 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콜트콜텍 노조 측은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 이후에도 농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근 지회장은 “공장 정상화와 해고자 문제가 담보되는 수준이라야 농성을 접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서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콜트콜텍 강경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었다. 결국 법원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 사과를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야당마저 외면한 세월호‧ 백남기 “19대는 새누리당 때문, 20대는 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백남기 대책위원회도 서울 한복판에서 무기한 농성을 접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광화문 광장에서, 백남기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이 입원 중인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각각 농성 중이다.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지난 12일 여야3당 원내대표 합의에서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세월호 특조위는 9월 1~2일에 개최예정이었던 3차 청문회에도 문제가 생겼다.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강당에 대관절차를 완료했으나 사학교직원연금공단 측에서 돌연 대관 취소요청을 해왔다. 

심성보 세월호 특조위 대외협력담당관은 “교육부가 사학연금관리공단에 압박을 넣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예산 문제에 이어 청문회 장소 문제까지 겹쳤는데 국회 합의에서도 전혀 진전이 없으니 해결책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세월호 특조위의 농성장. 더위 때문에 30분간격으로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국회는 백남기 농민 청문회 문제를 아예 외면했다. 야3당이 추경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기로 한 8개 합의 사항에 백남기 청문회 개최가 빠지면서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은 “국회가 19대 때는 새누리당이 다수여서 힘들다고 하더니, 20대 여소야대 임에도 사안을 외면했다”며 “새누리당뿐 아니라 무기력한 야당까지 함께 압박하기 위해 여성농민회가 단식농성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 혜화 서울대입구에 차려진 백남기 대책위의 농성장. 이곳에서는 매일 4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8월3일 농성 300일을 맞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도 서울 삼성 본관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300일이 넘게 농성을 하며 삼성과 재발방지 대책에 관해서는 합의를 보았지만 아직 보상과 사과에 대해서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과 공감이 모아져야하는 사안이라 매일 선전전과 이어말하기 등 행사를 하는데 여름이고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잘 하지 않으니 제대로 선전되지 않는다는 어려운 점도 있다”며 “삼성이 피해자에게 약속한 공식적 대화를 통해 사과와 보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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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사진', 찬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신동필론, 부르지 못한 노래16.08.18 21:51l최종 업데이트 16.08.18 21:51l글: 이광수(gangesh)편집: 박혜경(jdishkys)사진이 보여주는 모양새를 서로 나눠 보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서로 헤아려 보고, 그 안에서 내 세계를 그려보고, 그로부터 지적 유희를 즐기고, 그것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그런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 안에는 주류도 없고, 패거리도 없는 그런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재미있게 말하자면, 이 땅에 숨겨진 고수를 찾아서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한 세상 멋지게 놀 수 있는 이 땅의 고수를 찾는 놀이다. 2016 갤러리 브레송 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 ⓼ '신동필론'은 8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전시된다. - 기자 말

사진가 신동필은 80년대 중반부터 둑 터지듯 터져버린 그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5·18 광주학살부터 시작된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는 '양키 고 홈'을 거쳐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에서 정점을 찍는다. 분단된 조국의 아픈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하나된 대동 세상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당시 '운동권'은 모두가 다 민족 해방을 외쳤고, 그것이 역사요, 진실이요, 길이었다. 

그 치열한 시간을 역사의 증언자로 기록하고자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30년, 1985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뜨거운 역사의 현장에 대한 30년간의 기록이다. 시간은 흘렀는데,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이한열을 잃고 효순이·미선이를 잃더니 이제는 세월호에 이르러 304명을 잃었다. 그래서 중단할 수 없다.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낀다. 민족 혹은 사람에 관한 노래, 그 노래를 이제 부르지 못한다. 다시 불러야 하는데...

1. '화염병 사진'을 찬양하노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세계관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많다. 그 시대는 영국 제국주의가 꽃을 피우는 시기였으니 그 안에서 남성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당연히 모험, 용기, 희생 등이 지고의 선이었고, 그래서 발견과 정복을 최고 가치 행위로 간주했다. 

소위 '예술적'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예술의 창의성을 처음 시도하는 즉 발견이나 발명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표현 방식의 창의성으로 이해하는 풍조가 아직도 팽배하다. 그러한 '새로움'의 추구에는 공동체의 선이나 인간 존엄 그리고 역사성에 관한 가치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러한 근대적 개념의 작품 평가가 권력의 토대가 된다. 삶과 유리된 가치를 순수하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타당하다는 말인가? 예술이란 외부인은 간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낭만주의의 사술(詐術)일 뿐이다. 아직도 여전히 사진계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한낱 예술 권력의 시각일 뿐이다. 

예술은 인간의 존엄, 진리, 정의 등을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것이 예술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 정치에 복무하는 것을 문제시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정치적 예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정치에 타락하여 독재에 부역하는 정치 예술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자를 나쁘다고 평가하면서 기계적 중립으로 후자까지 마찬가지로 평가하는 것은 한낱 '예술을 위한 예술'로 예술 지상주의에 복종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 사진계의 권력이 이 안에 있다. 그들은 바른 정치적/역사적 태도를 지닌 사진을 '화염병 사진'이라 폄하한다. 예술의 이름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편 가름은 거대 권력의 통제 담론일 뿐이다. 

신동필의 사진에는 특별하다고 할 만한 새로운 기법은 없다. 소위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들 하는 창의성이란 없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감동을 준다. 새로운 형식이나 창작 기법에 의해서가 아니고 모두가 힘들게 지내온 그 시대의 모습에서 오는 감동이다. 대상이 그 자체로서 극적인데 다른 극적 요소를 새롭게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30년 전 '우리'가 처절하게 싸워서 쟁취했지만, 지금은 다시 빼앗길지 모르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켜줌으로써 뜨거운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 그의 사진이 주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그의 사진을 보는 우리는 당시 그 아스팔트 위로 돌아가 그때 그 처절했던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노동해방'의 깃발 아래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노맹의 사진을 보면 소름이 끼치면서 눈물이 난다. 북으로 돌아간 그 '선생님들'은 지금 어떻게, 잘 살고 계실까? 분단과 세월이 만들어내는 파토스의 이중주 앞에서는 그저 지내 온 시간이 먹먹하기만 하다. 

신동필의 사진은 감상자가 주체적으로 감성을 계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예술적이다. 다만, 내가 말하는 예술과 그들 권력이 말하는 예술이 다를 뿐, 그의 사진이 무미건조한 자료, 다큐멘트일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 1985~2005. 신동필 사진집>은 그 어두웠던 터널을 함께 뚫고 왔던 우리 모두로 하여금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우리 시민 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그리고 그 위에서 전율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작품이란 심장을 열어젖히는 것이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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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열 장례식(1987)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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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위(2002)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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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2015)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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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1991)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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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 앞 (1991)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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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족의 이름을 부르노라

사진가 신동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그 많은 민족사의 문제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였다. 50년 만의 정권 교체에 의해 독재의 40년 사슬이 끊어지면서 맨 먼저 떠오른 문제는 분단과 민족의 아픔이었다.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신동필은 이 모든 문제에 온 몸을 던졌다. 거리의 투사이자, 시대의 양심 지킴이면서 역사의 목격자이자 증인으로서 사진 기록을 남겼다. 

"당신 때문에 빨갱이로 낙인찍혀 인생을 망쳤어!"... 2000년 9월 2일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 뒷덜미에 남은 가족 누군가가 던진 비수보다 더 아린 한 마디. 그 응어리진 비극의 현장을 기록한 <우리 다시 꼬옥 만나요>. 감옥에서 출소한 후 북한으로 송환되기까지의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장기수 63명의 삶을, 그들과 같이 살면서 기록한 정통 다큐멘터리 사진집으로, 국내 유일이다. 예술이기 이전에 기록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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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향장기수(2000)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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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문제는 결국 핏줄의 문제다. 신동필은 독재와 산업화와 민족의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킨 시궁창 같은 한국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동 해외 입양의 문제에도 앵글을 들이 댄다. 1997년부터 2005년 봄까지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떠나가는 입양아, 돌아와 그들 앞에 선 그 입양아들을 기록하였다. 피사체가 사람인 것은 여느 사진과 다를 바 없으나 말도 못하는 어린 핏덩어리들을 피사체로 대해야 하는 사진가라는 직업에 괴로워 한 적이 많았다는 말을 듣는다. 피사체와 교감을 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딱 적격이다. 

사진가는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양육모가 자신이 키우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가지게 된 과정을 의사에게 설명하면서 아기를 품에 꼭 껴안고 바닥에 쭈그려 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그 사진은 없습니다. 그동안 내가 기록하며 함께 아파했던 모습들은 사진이나 필름이 아닌 가슴 속에 영원히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가족>은, 그래서, 붓다가 말 한 바 고해(苦海)다. 태어나자 떠나고 부모 아닌 부모 손에서 자라지만 다시 돌아오는, 그 핏줄이라는 게 도대체 뭣이라고, 생모의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양아버지 품에 안기는 사진을 보면 눈물을 훔치지 않을 자신이 없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슬픔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이 없으니, 사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도, 그 사람을 바라보는 옆 사람들도, 그 사람들을 카메라로 찍는 사진가도, 그 사진을 바라보는 독자도 모두 눈물이니, 눈물로 기록한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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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송공사 별관(2001)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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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필의 첫 작품은 1999년에 연 <교토 40번지>다. 대학 졸업 후 그의 말대로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교토 40번지를 만나게 된다. 운명적인 만남이라지만 사실 그의 가슴에 묻힌 민족에 대한 정념이 당긴 필연이었으리라. 사진가는 교토 40번지에서 강제 징용 1세대들을 만나 그들의 처절한 역사를 담는다.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는 어느덧 '우리는 하나다'가 되고, 그 우리는 일본에 대한 우리로 확장된다. 

그 연장선에서 신동필은 원폭 피해자, 민족 학교와 관계를 맺는다. 권철이 야스쿠니에 꽂히고, 양승우가 신주쿠에 꽂힐 때 신동필은 민족에 꽂힌 것이다. 신동필은, 누구나 그랬을 듯, 교토 40번지를 암울함과 '희망 없음'으로 재현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처박고, 철조망에 갇혀 있으며, 그냥 멍 때리고 있거나 하염없이 저 쪽만 쳐다본다. 아픈 세월의 흔적은 주름진 얼굴, 깊게 패인 손, 퉁퉁 부은 발에 담겨져 있고, 담배와 약봉지가 그들의 아픔을 대변해 준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끝내진 않는다. 신동필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온 대부분의 그 투사들이 그랬듯, 대동 세상에서 하나 되는 민족을 찾는다. 마을 사람들이 명절에 모여 잔치를 하고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는 장면을 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보라, 비록 힘없고 멸시당하며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우리' 아닌가, 결코 잊지 말아야 되는 우리 핏줄 아닌가, 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한 핏줄'은 2004년 작업인 <재일 민족학교>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교토 40번지>에 비해 밝고 희망적이다. 일본어 책과 국어 책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들이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워는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디아스포라임을 보여준다. 표정은 항상 밝고, 당당하며, 우아하고 사랑스럽다. 

신동필의 핏줄에 관한 노래로 부르는 기록은 '위안부 할머니'와 '원폭 피해자'로 이어지면서 인물 사진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 한(恨)의 세월, 필설로는 말할 수 없는 그 세월을 사진 같은 단면적인 매체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인물 사진이다. 인물 사진을 통해 사진가는 은근히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러면 거기에서 그 한과 세월을 독자가 읽어내야 한다. 역사가 기록하는 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덧 읽는 사람의 것이 되기도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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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40번지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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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4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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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4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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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4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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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4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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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민족학교(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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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피해자(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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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 사람을 노래하리라

사진가 신동필이 지난 30년 동안 했던 작업 가운데 한 민족, 한 핏줄의 범주에서 약간 벗어난 <광부 이춘하>라는 작업은 바로 이런 지원을 받아 완성을 한 작업이다. 탄광 노동자 이춘하씨를 중심으로 1997년부터 2005년 까지 한 작업인데, 1차 마무리를 한 후 2004년도에 강원 다큐멘터리 사업에서 기록 보존 작가로 선정 지원을 받아 추가 보충 촬영을 하여 완성하였다. 

이춘하라는 이름의 노동자 한 사람을 통해 탄광, 탄광 일, 그들이 사는 곳, 그들이 사는 이모저모를 일상사 차원에서 기록했다. 초점은 먹고사는 문제에 맞춰져 있다. 도시락 먹는 사진이 몇 장 등장한 것은 사진가가 동어반복을 몰라서가 아니었으리라.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밥'을 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사진가가 이 작업을 할 때, 한국 사회는 노동의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소위 IMF 시기로 빠져 들어갈 때였다. 노동이란 죽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목숨의 문제였다. 그것은 단순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밥의 문제였다. 그래서 사진가가 그린 탄광 노동자의 삶은 처절하다.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그 시대를 노동자로 살아온 이 땅 아버지들의 존재 방식이다.

<광부 이춘하>의 끝 부분에 그려진 몇 장의 사진에 눈길이 멈춘다. 누군지 모르지만, 어떤 이가 죽었다. 그러더니 본인이 병상에 눕는다. 그러더니 누군가가 다시 시커먼 갱도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다. 살고자 하는, 살아야 하는 노동자의 절규를 보여주는 이야기 방식이다.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 작업은 사진 하나하나가 개체적으로 특별한 미감을 발산시키지는 않는다. 한 장 한 장이 각각 완성된 미장센을 갖추거나, 뛰어난 물성을 갖추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미지 하나하나에서 아름다움을 얻어내는 것보다 하나로 구성된 전체를 통해 감동을 느껴야 한다. 전체가 하나로써 감동을 줄 때 돌이켜 다시 읽으면 하나하나의 사진이 다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초록색 지하 세계에 서 있는 초췌한 탄광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개체로서 볼 때는 어눌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이 사진이 주는 느낌은 매우 강력하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연상되는 것은 노동하는 인간의 위기를 말하고자 하는 사진가의 의도 때문이다. 이런 확장된 느낌에서 그 사진은 뛰어난 물성을 갖추는 법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힘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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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이춘하>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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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이춘하>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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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이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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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이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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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 이춘하>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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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다큐멘터리 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핏줄로서의 민족'에서 '노동하는 인간(Homo Laborans)'으로 주제를 확장시킨 신동필은 이후 사진가로서의 존재 방식에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사람을 찍어야 하는 다큐 사진가가 사람이 싫어지는데, 어떻게 작업을 한다는 말인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종류의 부정부패, 연줄, 인맥, 짜웅, 갑질, 나눠 먹기, 뻔뻔함, 치졸함... 이 모든 것들이 조합으로 만들어대는 무례와 무염치의 군상이 사진계를 쥐락펴락 하는 판에서 다큐 사진을 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 나도 그들처럼 도구로서의 사진을 버리고, 예술로서의 사진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2004년 즈음의 일이다. 

다큐 사진가로서의 존재론적 고민에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의 문제가 겹치면서 사진가 신동필은 이내 카메라를 던지고 사진판을 떠나버린다. 그러다 2013년 홀연히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로 간다. 그리고 돌아오니,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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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티강 (2014)
ⓒ 신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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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신동필은 '우리'라는 범주 밖에 있는 노동자를 만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유명한 포카라의 세티강변에서 모래, 자갈 등 골재를 파고, 개발 현장으로 나르는 노동자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노동자. 가난한 노동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한 1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 신동필은 다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람'의 힘 속에서 카메라를 다시 든다. 

사람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일까? 그동안 나이가 들어서일까? 사진으로 말하는 방식이 더 유연해졌다. 강제하지 않고, 계몽하려 하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는 태도는 사진을 찍기 위한 프레이밍(framing)의 한 일환일 수도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뷰잉(viewing)의 일환일 수도 있다. 가까이서, 세상에 더욱 밀착하여 사는 것이 치열하게 세상을 사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멀리서 바라보듯 세상을 사는 것도 또 다른 세상살이일 수도 있다. 그러면 장자(莊子)와 붓다가 어떻게 마르크스와 통하는지를 몸소 깨달을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동필의 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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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고위 외교관의 탈북과 의사출신 탈북자 청소부의 죽음

북 고위 외교관의 탈북과 의사출신 탈북자 청소부의 죽음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6/08/18 [23:1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영국주재 북 고위 외교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 보도

 

타이밍이 참으로 기막히다. 이른바 “집단탈북사건”에서 남성 지배인을 제외한 12명 여성들이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회로 나갔는데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흘러나와 잠깐 파문을 일으킨 뒤에 이어, 조선(북한) 주영대사관의 공사가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했다는 기사와 추측, 분석들이 언론을 도배하는 18일에 북에서 의사였던 40대 탈북자가 인천에서 청소부로 되어 안전모도 없이 빌딩 청소를 하다가 추락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 '그래도 북에서는 의사였는데...' 의사출신 탈북자 청소부가 유리창을 닦다 추락사한 사건을 여러 언론에서  다루었다. 특히 아내의 간질환 치료를 위해 탈북했다는 사실과 고향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일기장을 남겨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했다. 고용한 미화원 업체 측에서는 도의적 책임만 있다며 오히려 유족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남녘의 실상이다.  © 사진설명 이창기 기자

 

의사가 북에서 뭇사람의 존경을 받는 직업이기는 해도 남보다 특별히 잘 살지 않으므로 의사로부터 청소부로의 변신 자체는 특기할 점이 없다. 단 한국식 개념으로는 그런 대조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딱이다. 의과대를 졸업하고 청진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 사람은 아내의 병을 치료하겠다며 2006년에 탈북했는데 남에 가서 본업에 종사하리라고 예상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았다. 적잖은 “탈북자”들이 남에 가서 원래 직업에 종사하리라고 믿었다는 자료들이 있는데, 너무 순진한지 아니면 탈북브로커들이 속였는지 알 수 없다만, 북에서 1%만 다닌다는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으로 오래 일했다는 여자가 남에 가서 시시껄렁한 일만 하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분단국이라 남과 북이 서로 학력을 인정해주느냐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한국의 국산고학력무직자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대학교수였다 해서 의사였다 해서 어느 대학이나 어느 병원이 어서 오십쇼 하고 모셔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남의 대학에서 무슨 교수로 일하는 “탈북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개의 사위라는 신분 덕 따위 그럴 만한 사연이 있어서이다. 나쁘게 말하면 교학이야 잘 하던 못하던 신분 때문에 이용가치가 충분하지 않느냐 말이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물론 중국에서 일하는 조선사람들(정식취업이던지 불법취업이던지)에 대해서도 사회주의사회에서 나서 자라 게으르다는 평이 늘 붙곤 한다. 그런데 전직 의사는 남에 적응하기 위해 지게차 자격증을 비롯해 자격증들을 따는 등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니까 게으르다고 할 수는 없겠다. 어쩌다가 어렵사리 딴 자격증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단순한 체력노동인 청소를 하다가 추락사했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10여 년 전에 어느 조선족 문필가가 쓴 한국체험기를 본 적 있다. 그 문필가의 친구로서 역시 조선족 문인인 사람이(글에 이름을 밝히지 않았음) 한국에 가서 일거리를 찾아 하다나니 개똥을 치게 되어 스스로 무척 한심했다 한다. 나도 조선족문학계에서는 꽤나 명성을 날리는 사람인데 이런 짓을 하게 되다니? 그러나 곧 생활체험 하는 셈 치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단다. 그 문인의 심리에 여겨볼 점이 있다. “체험”으로 간주하는 것. 한국에 간 조선족들 가운데 워낙 배운 기술 예컨대 용접 따위를 갖고 꽤나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만, 한국인들이 꺼리는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3D업종에 일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허나 한동안 고생해서 돈을 좀 모으면 중국에 돌아와 상대적으로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덕에 버텨나간다.

 

조선족들과 달리 “탈북자”들은 돌아갈 데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극단적인가? 돌아갈 데가 마땅치 않다고 말해보자. 물러날 길이 없으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한국 대통령은 한국을 비하하는 신조어들을 비난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발휘하기를 주문했다. 의사로부터 청소부로 된 사람은 그 경축사를 듣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 10년 가량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발휘한 모양인데 결국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중국에서 멀리 바라보노라면 지금처럼 “헬조선”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도 드물다.

 

갑자기 궁금해난다. 탈북단체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모아놓고 한국 입국을 기다리게 하는 “탈북자”들에게는 추락사 소식이 전해질까? 한국입국 후보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사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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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불법도청? 정권 운명 걸린 초대형 스캔들"

 

[아침신문 솎아보기] 우병우 가리키는데 MBC의 특별감찰관 때리기… "누가 흔드나" 한 목소리 낸 조선일보와 한겨레

조윤호 기자 ssain@mediatoday.co.kr  2016년 08월 18일 목요일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SNS를 통해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누설했다는 MBC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특별감찰 흔들기’라는 관점에서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 “MBC는 SNS 입수경위 밝혀라”

MBC는 지난 16일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유출한 SNS를 입수했다고 단독보도했다. 특별감찰관법을 어겼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17일에는 “모 언론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공세를 이어오던 조선일보가 MBC 보도에 대해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MBC 보도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우 수석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특별감찰관 흔들기'라며 '불법 사찰'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며 MBC의 SNS 입수 경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합법적인 감청 절차를 거쳐 입수한 SNS 내용을 MBC가 나중에 확보했을 가능성이다. 조선일보는 “합법적인 감청 대상이 되는 범죄의 종류는 내란죄나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경우처럼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에 나섰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이 특별감찰관 등 대화 당사자들이 대화 내용을 SNS를 통해 제3자 등에게 알려준 것을 나중에 MBC가 입수했을 가능성이다. 조선은 “이 경우 MBC의 보도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5면

세 번째는 누군가가 도청이나 해킹을 통해 문제가 된 SNS 내용을 불법으로 빼냈을 가능성이다.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경우다. 불법 해킹 등을 통해 SNS 내용을 빼내고, 이를 MBC가 입수해 보도했다면 정보를 빼낸 개인·기관이나 이를 유포한 언론사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통비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으로 얻은 SNS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더 큰 문제는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별감찰관 흔들기' 차원에서 국가기관이 불법 도청이나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 사건은 정권의 운명이 걸린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공산이 크다. 국가기관의 불법 사찰은 용납되지 않는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MBC가 입수경로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선은 “MBC는 이틀째 관련 보도를 이어가면서도 정확한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SNS 내용이 당사자 동의 없이 유출된 것”이라며 “누군가가 해킹 등 방법으로 이 SNS 내용을 입수한 것이라면 SNS를 통해 숱한 대화를 주고받는 대다수 국민을 엄청난 불안으로 밀어넣는 게 된다. 따라서 '불법 사찰 및 특별감찰관 흔들기'라는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MBC가 즉각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법조계 의견을 빌려 이 특별감찰관의 행동이 감찰 내용 누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이라고 보도한 부분들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

MBC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라는 대목,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부분, 감찰 대상을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라고 말했다는 부분 등 세 가지다. 조선일보는 “내용 대부분이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거나 특별감찰관법에 특별감찰관의 업무로 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지방법원 한 부장판사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오히려 특별감찰관이 그간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며 애로사항을 겪었다는 점도 보도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제가 알아본 결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요구한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가 말하는 ‘자료’는 규정을 위반해 의경으로 입대한 뒤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선발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의 아들인 우아무개(24) 상경과 관련된 자료와 우 수석의 가족 회사인 ㈜정강 관련 자료를 뜻한다.

조선일보는 “경찰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은 감찰 개시 직후인 7월 말 30건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일주일 넘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제출을 미뤘다”며 “경찰은 특별감찰관실뿐 아니라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곧바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뜸들이기'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비슷한 한겨레, 조선일보와 다른 동아일보

한겨레도 MBC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와 비슷한 관점을 취했다. 한겨레는 “이 감찰관과 대화를 나눈 기자 본인이 직접 유출한 것이 아니라면, 제기되는 가능성은 외부 해킹이다. 만약 대화가 오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청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대화 내용을 누설한 쪽은 물론 공개한 쪽도 모두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이미 송수신이 끝난 대화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가 누설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실정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감찰 내용을 외부로 누설한 것이 법 위반이라는 MBC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5일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실상 ‘공개 감찰’이 된 상태인데다, 이 감찰관이 언급한 감찰 대상도 당시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이 감찰관의 대화 내용을 문제 삼으려면,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사실을 언론에 알려준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나아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되레 우 수석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흔드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이에 여권이 호응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MBC 보도 이후 친박계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누설 의혹이 사실이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아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언론인 동아일보는 조선, 한겨레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부적절 행보’”라는 단독 기사를 통해 “이석수 특별감찰관(53·사법연수원 18기·사진)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내용과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유출했을 뿐 아니라 감찰 착수 당시부터 우 수석의 사퇴를 전제로 한 감찰을 진행해 공정성을 훼손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MBC 보도에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는 17일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록을 입수했다며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 수석) 아들인 (의경) 운전병 인사와 (우 수석 가족 기업인) 정강”이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특별감찰관은 “다음 주부터는 본인과 가족에게 소명하라고 할 건데, 지금 ‘이게 감찰 대상이 되느냐’고 전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런 식이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된다. 검찰이 조사해 버리라고 넘기면 되는데. 저렇게 버틸 일인가”라고 적시했다. 그는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한다”며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그거 한번 (기자) 애들 시켜서 어떻게 돼가나 좀 찔러 봐.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 감찰관이 “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 그런데 뭘 믿고 (우 수석이) 버티는 건가…자기가 수석 자리에서 내려서면 막을 수 없을까 봐 저러는 건가”라고 말한 대목이나 우 수석 가족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내겠다는 언론사 간부에게 “일단 좀 놔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걸로 돼서야 되겠느냐. 힘없는 놈이 기술을 쓰면 되치기 당한다. 조금 시간을 보자”고 말한 대목이 사례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이런 발언들은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라는 직무 범위를 넘어서 정치적인 판단까지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별감찰관이 이 기회에 이름을 날려 야당 공천 받으려 하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정치권 일각의 이야기까지 전했다.
 

▲ 동아일보 6면

특검 꺼내든 더민주, 입 다문 새누리당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흔들린다는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카드를 꺼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 수석 의혹을 검찰도, 특별감찰관도 제대로 파헤칠 수 없다면 특검 도입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 바로 여야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특검의) 명분은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이 청와대 방해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을 재확인한 8·15 경축사, 8·16 개각 직후라는 점에서 보다 큰 겨냥점이 엿보인다. 임기말로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 독주의 상징으로 ‘우병우 거취’를 매김하며, 국정 견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로 취임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개각에서 우 수석이 빠진 데 대해 “우 수석이 개각 대상이냐. 이번은 개각이니까…”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8·9 전당대회 과정에선 ‘선 진상규명 후 조치’에서 ‘사퇴’로 입장을 바꿨다가 당선 이후에는 아예 입을 닫고 있는 모양새다.

우 수석 거취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겠다’던 이정현 대표 체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경향은 “우 수석 문제가 ‘신밀월’로 표현되는 이정현 체제 당·청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평양 금수저’ 태영호 주영 공사 일가족 망명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태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로 남한에 망명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던 최고위급 외교관이 망명했다는 점이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긴급 브리핑에서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입국 경위 등에 대해서는 “해당국과의 외교 문제와 당사자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상세하게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평양 ‘금수저’ 가문 출신이다. 중앙일보는 단독보도를 통해 “태영호 공사의 부인은 오혜선(50)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오금철(69) 부총참모장의 일가”라고 밝혔다. 오금철 일가는 북한에서 최고 특권층에 속하는 ‘항일 빨치산’ 가문으로 오금철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아들이다.

중앙일보는 “빨치산 가문이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대북제재 국면에서 빨치산 집안의 엘리트까지 체제에서 이탈하는 양상”이라는 대북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 중앙일보 1면

통일부가 밝히는 탈북 이유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이다. 정준희 대변인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으냐 하는 판단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북한 체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언론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고위급 엑소더스로 이어지고, 김정은 체제의 구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국민일보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 추세가 점점 더 핵심부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올 상반기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 시대’를 선포했지만 체제 불안과 공포정치 속에 외교관, 군 관계자, 해외 근로자 등이 잇달아 탈출하는 등 내부 결속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북한 최고위층의 심기를 불편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5월 영국 재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태 공사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이 보험회사를 이용해 약 600억 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다. 이곳이 폐쇄되면 유럽 금융 중심지인 영국에서의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또한 “고강도 제재로 북한 대사관의 외부 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되는 가운데 본국의 잇단 압박 움직임이 부담감이 됐다”며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도 그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엘리트’들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해석했다. 세계일보 역시 “북한 내 핵심 엘리트 계층으로 분류되는 고위급 해외 외교관의 탈북은 엘리트 그룹 내 심리적 동요가 확산하고 김정은 체제의 구심력이 흔들리는 방증”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3면

선별적인 탈북자 공개, 대북제재의 효과 강조하기 위해?

뒤집어보자면 정부가 북한 체제의 허약성과 대북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위급 탈북을 공개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겨레는 “정부가 17일 저녁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실을 긴급 공개한 것은 ‘북한 체제 동요설’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초 정부가 중국 북한식당 지배인·종업원의 이른바 ‘집단탈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사례도 있다. 한겨레는 “북한에서 엘리트나 상류층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며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가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이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이 정부의 의도를 또렷이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실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10시 30분 정례 브리핑에서 태 공사 관련 질문을 받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앞서 16일 “탈북민 관련 제반사항은 탈북민의 신변 안전, 관련국과의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해 구체사항을 밝히지 않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브리핑 후 8시간30분 만에 통일부의 입장이 태 공사의 탈북을 공식 확인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는 “태도가 돌아선 데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부처 회의가 상시 열리고 있다”는 다른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다른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정부가 입맛에 맞는 탈북자만 선별적으로 공개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이날까지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태 공사의 망명 사실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한 영국 정부의 태도와도 대비된다”며 “태 공사의 망명일, 한국 입국일은 물론 동행 가족의 수도 공개하지 않아 정부가 ‘북한 고위 외교관 탈북’이라는 발표에만 초점을 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가 직접적으로 탈북으로 이어졌다는 정부의 해석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겨레는 “탈북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탈북자들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대기 중이고 보통 절차에 빨라야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대사관이 절차를 더 빨리 앞당기면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최소한 작년이나 재작년에 나온 경우가 많은데, 제재 효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탈북단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탈북 북 고위 외교관 태영호 일가족 입국>
국민일보 <北 외교 최전선 ‘붕괴’…駐英 공사, 한국 망명>
동아일보 <‘김정은 선전맨’이 넘어왔다>
서울신문 <北 태영호 駐英공사 가족 동반 귀순>
세계일보 <태영호 주영 북 공사 가족과 함께 귀순>
중앙일보 <북 빨치산 가문 첫 귀순>
한겨레 <우병우 감찰 종료 코앞 특별감찰관 흔들기>
한국일보 <駐英 북한 공사 태영호, 가족과 함께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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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건국절 법제화하자”…SNS “헌법에 이미 있는데 뭘 법제화?”

 

“김구 ‘친일파 263명 살생부 명단’ 등 감추려?…친일파 후예 실토하네”민일성 기자  |  balnews21@gmail.com
 

   
▲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에 이어 새누리당이 17일 “건국절을 법제화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심재철‧정갑윤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앞다투어 박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을 옹호하며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됐다”고 주장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이승만이었다”며 “김구 선생만큼이나 이승만 대통령도 독립에 기여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에 건국됐다. 건국과 함께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 박사가 됐다”면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건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를 터무니없이 폄하하고 있다. 건국세력, 정통세력은 임시정부 수석을 지낸 김구 선생이란 주장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자는 주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역사적 사실은 사실”이라며 “이승만 박사의 공과는 공과대로 인정하고 김구 선생과 같은 독립지사의 애국은 애국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부의장이자 5선인 심재철 의원은 “이승만 대통령이 권위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건국일을 깡그리 무시하는 건 우리나라의 생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면서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다, 8.15는 광복절이자 건국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은 “건국절을 법제화해 8.15는 광복절이면서 건국절로 모든 사람이 새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19대 국회부의장이었던 5선 정갑윤 의원도 “법제화하는데 우리(새누리당)가 국민들의 중지 모아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중진들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번 충분히 토론해 보자”며 “원내대표단과 상의해 국민들이 생중계로 볼 수 있는 곳에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건국절 발언에 대해 ‘역사 왜곡, 헌법 부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아예 법제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SNS에서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정청래 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국절 논란 이 한방으로 끝내자”며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제1호 관보” 역사 기록물 사진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대한민국 30년 9월 1일. 1919년 건립된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 1년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관보1호를 부정하는가? 답하라”고 촉구했다.

   
▲ <이미지출처=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북궁 서쪽 자하문로에는 제헌회관이 있지요. 근데 저 눈치 없는 종로구청장께서 48년 8월15일을 정부수립이라고 써 놓았네요. 건국절이 아니라요. ㅎㅎ”라고 인증 사진을 올렸다.

   
▲ <사진출처=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SNS에서는 “이런 게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 나라가 정상이 아니란 거다”, “뭘 법제화하자는 거지? 이미 헌법에 3.1운동을 통해 건국되었다고 했고 그래서 기념일로 삼은 건데”,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나 헌법을 먼저 고쳐야 위헌 시비가 없어요”, “김구 선생 작성한 친일파 263명 살생부 명단 이거 감추려 건국절 얘기하는 것, 그때는 우리가 나라가 없으니 반역죄가 안된다고..”, “친일파의 후예임을 만천하에 고백하는군~”, “새누리당이 건국절 추진한답니다.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된 날은 1783년 9월3일, 미국의 정부가 만들어진 것은 1789년 4월30일, 하지만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우리의 3.1운동처럼)대표자들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1776년 7월4일입니다”,

“헌법에 써있고 이승만도 1948년 8.15 정부수립 대통령 기념사에 건국 30년이라고 했는데 니들은 도대체 뭔데 난리냐”, “이로써 새누리당은 헌법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단체임이 명명백백해졌다”, “그래 토론 한번 하라, 친일의 조무래기들이 원하는 그 건국절의 근거가 처참히 박살나는 꼴이 보고 싶다”, “이렇게 가면 국정교과서에 건국절이 명시되겠군요. 1948년 이전에 나라가 없었으니 독립투사도 친일파도, 애국도 매국도 없었다, 이런 애길 하고 싶은 거겠죠? 친일을 청산해야지 감추고 숨기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 친일파처럼 보입니다. 대통령님”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 관련기사 : 정청래 “朴정부, 이게 백범 품고왔던 친일263명 살생부 명단”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2015년 12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정 국무위원 김승학이 김구 지시로 작성한 친일파 263명 반민특위 살생부 초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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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뉴스타파’ 기자들, 10년 넘게 ‘친일 훈장’ 취재

‘2005년 시작된 탐사보도, 2016년까지 이어지다’
 
임병도 | 2016-08-17 09:46:4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4부작 다큐멘터리 ⓒ뉴스타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이하 뉴스타파)는 특별 기획 ‘훈장과 권력이라는 4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 중에는 일제강점기 친일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각종 훈,포장과 감사장을 받은 친일인사들이 대한민국의 훈,포장을 받았던 사실도 있습니다.

악질 친일경찰 노덕술 등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친일인사들의 서훈은 이승만과 박정희 집권 기간에만 무려 368건이나 됐습니다.

프롤로그: KBS가 지른 빗장, 뉴스타파가 열다
1부:“민주”훈장이 없는 나라
2부: 최초공개 대한민국 훈장 받은 친일파
3부:건국훈장의 그늘
4부:훈장의 수사학
에필로그

뉴스타파가 보도하고 있는 ‘훈장과 권력’은 단순한 친일파의 기록이 아닙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민주 행위자들의 서훈 내역은 물론이고 역대 통치자들이 어떻게 서훈을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2005년 시작된 탐사보도, 2016년까지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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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KBS 탐사보도팀의 김용진 기자가 보도했던 ‘최초공개,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2016년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에서 ‘훈장과 권력’ 취재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은 단순한 취재물이 아닙니다. 10년이 넘은 탐사보도의 결과물입니다. 2005년 당시 KBS 탐사보도팀은 일본 국립공문서관의 서훈 기록을 뒤져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는 방송을 내보냅니다.
 
2016년 뉴스타파는 친일인사들이 일제로부터 받은 훈장은 물론이고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까지 모두 조사해 보도합니다.
 
2005년 KBS 김용진 기자의 모습과 2016년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의 모습은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훈장과 권력’에 담긴 탐사보도는 세월을 뛰어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송을 위해 KBS에 사표를 던진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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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팀 기자들이 취재했던 ‘친일과 훈장’ 내용은 방송되지 못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새노조 캡처
 
뉴스타파가 보도한 ‘훈장과 권력’의 시작은 KBS였습니다. 2005년에 이미 친일파의 훈장 내역을 보도했던 KBS는 2015년 정부를 상대로 3년간의 소송 등을 통해 서훈 기록 60여 만 건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KBS 탐사보도 기자들은 ‘간첩과 훈장’,’친일과 훈장’이라는 ‘훈장 2부작’ 시리즈를 준비했지만, 1부 간첩과 훈장은 난도질당한 후 극히 일부만 보도됐고, 3부 친일과 훈장은 언제 방송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훈장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던 최문석 기자는 지난 3월 KBS에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 이직했습니다. 최승호 앵커는 “기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나가던 탐사기자 최문호씨는 이 기사를 지키기 위해 KBS를 그만뒀습니다.”라며 최 기자가 왜 KBS를 떠났는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명했습니다.
 
기자가 기사를 위해 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참 지독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라면 기사를 목숨처럼 여기는 일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친일파의 훈장 기록이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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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친일파 재판 관련 신문 보도와 뉴스파타가 공개한 친일파 훈장 내역
 
‘전후 일본에 있어서도 정의에 반항한 간악한 무리들은 전범자로서 공직에서 추방되고 또 이미 단죄를 받았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해방과 동시 처단되어야 할 그들은 또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정치적 힘을 만들어 새로운 승리자에게 아부하여 자기들의 죄상을 은폐하고 심지어는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였던 것이다.’ (1949년 3월 26일 경향신문)
 
1949년 3월 26일 경향신문은 친일파의 반민특위 재판을 보도하면서 그들이 세력을 규합하여 자기들의 죄를 은폐하고 친일 행적을 또 재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친일파들이 처벌은커녕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훈장까지 받으며 국가유공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마치 예견하는 듯한 글입니다.
뉴스타파는 2016년 220명이 넘는 친일인사들이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친일파 고발이 아닙니다. 우리의 삐뚤어진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입니다.
 
끈질기고 지독한 뉴스타파 기자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누가 헌법 정신을 위배하고, 반민족 행위자인지 쉽고 빠르게 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타파훈장과권력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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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전광판은 ‘좋음’인데 왜 숨쉬기가 힘들까

김정욱 2016. 08. 17
조회수 661 추천수 0
 
미세먼지·이산화질소 세계 꼴찌 수준, 전광판은 연평균기준과 비교해 '좋음'
서울시민은 발표농도보다 3배 나쁜, 도로변이나 지하상가는 7배 나쁜 공기 호흡
 
05552047.jpg»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게 흐린 서울의 하늘.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디젤차과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선진국 대도시보다 높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올해 미국 예일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이 세계경제포럼과 공동으로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16)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평가 대상인 180개국 가운데 173위였고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꼴찌였다.
 
이들의 농도는 위성사진으로도 발표되었는데 과연 우리나라 하늘의 오염이 심하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당연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발전소 밀도, 수도권의 자동차 통행 밀도, 온실가스 배출 밀도가 다 세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epi_2016.jpg» 2016년도 환경성과지수를 지도로 표시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80위였지만 대기오염 분야는 꼴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수도권에서만 해마다 80만 명가량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그중 2만 명가량이 사망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도심 가운데에 설치된 대기오염 전광판을 들여다보면 거의 매일 공기가 좋다고 나와 있다. 올해 7월27일 오전 11시경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대기오염전광판을 보니, 이산화질소 현재 오염도 0.029 ppm, 환경기준 0.100 ppm, 상태 ‘좋음’이라고 나타나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이 전광판을 들여다본 시민은 거의 매일 공기 ‘좋음’이라는 표시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기오염도가 세계에서 꼴찌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air1.jpg» 지난 7월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시청 앞 대기오염 전광판은 이산화질소 오염 0.029ppm이 '좋음'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 시각 시청 앞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0.029 ppm은 환경기준 0.100 ppm에 견줘 분명히 훨씬 낮다. 그러나 문제는 이 비교의 잣대가 올바르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질소 환경기준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연간 평균치 기준은 0.03 ppm이고, 24시간 평균치는 0.06 ppm, 1시간 평균치는 0.1ppm이다. 
 
연간 평균치는 만성 호흡기 질환 피해를 고려하여 정한 기준치로서 말 그대로 오염도의 1년 동안의 산술평균치가 이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24시간 평균치와 1시간 평균치의 기준은 24시간 혹은 한 시간 동안만 이런 공기를 마셔도 병약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급성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정한 기준치로서 최악의 경우에도 이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정해진 기준치이다. 
 
전광판은 당연히 그 시간대의 오염도를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비교해야 할 기준은 급성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해진 1시간 평균치 기준이 아니라 연평균 기준치와 비교를 해야 공기가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정부가 ‘좋은 공기’라고 주장하는 0.029ppm의 공기를 1년 365일 마실 경우, 이는 연평균 환경 기준치에 육박하는 공기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산화질소의 권고기준을 연평균 0.021ppm(40 μg/m3)로 정하고 있어서 이는 분명히 인체 건강상 좋지 않은 ‘나쁜 공기’이다.   
 
air2.jpg» 같은 시각 초미세먼지의 전광판. '좋음'이라 표기돼 있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기준과 견주면 안참 나쁜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그 시각 시청 앞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7μg/m3로 나타났고 이를 1시간 기준치 50μg/m3와 비교를 하였는데, 이것도 연평균 기준치인 25μg/m3과 비교해야 마땅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은 10μg/m3인데 이와 비교하면 분명히 한참 ‘나쁜 공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름 10μm 이하의 먼지(PM10)를 ‘미세먼지’, 직경 2.5μm 이하의 먼지(PM2.5)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PM10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로 흡입되는 먼지(respirable particle)라고 부르고, 그중에서 특히 인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먼지(PM2.5)를 미세먼지(fine particle)이라 부르는데 주로 PM2.5를 가지고 공기의 질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180개국 중에서 173위를 했다고 보도된 것도 우리나라의 용어로는 ‘초미세먼지’이다.)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은 대도시나 공업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인체 건강피해를 고려하고 또 현실을 고려하여 만든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달성한다고 해서 좋은 공기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환경 정책을 잘하는 나라들에서는 국가 기준이 있지만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지역 환경기준을 설정하되, 총량규제를 엄격히 시행하여 현재의 오염 상태보다 더 나빠지는 사업은 대개 승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경기도와 제주도가 지역 환경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국가의 환경기준을 잘못 적용하고 있어서 마치 이 기준만 달성하면 좋은 공기가 보장되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35조에는 환경권이 명시되어 있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이 법이 실제로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개발업자들에게 환경기준까지는 얼마든지 더 오염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05590923_P_0.JPG»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뜻으로 방독면을 쓴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친환경자동차법에 포함된 클린디젤자동차 조항 삭제'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은 대도시나 산업도시에 적용되어야지 농어촌이나 관광휴양지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인천에 있던 주물공업단지가 충청남도 예산의 농촌 마을에 들어오려고 환경영향평가를 했는데,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환경기준은 달성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그 보고서 내용은 엉터리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서류가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는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중요하게 본다고 예전에 석궁을 맞은 판사가 말한 적이 있다). 
 
주민들이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까지 가서 주민들이 패소했다. 주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다가 공업단지 수준의 환경에서 살도록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는 분명히 농촌 주민들의 환경권을 무시했고 헌법을 위반한 판결이다.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에서는 환경권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인권은 존중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측정소에서 측정한 오염도가 국민이 숨 쉬는 공기를 대표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에 서울을 대표하는 지점의 공기를 측정하려면 어디가 가장 적합하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시민은 사대문 안 도심이라든지, 강남의 번잡한 도로변 지역을 꼽겠지만 대기오염 측정소는 그런 곳에 있지 않다. 
 
많은 측정소가 녹지나 녹지와 인접한 지역에 붙어 있다. 예를 들면 한남동 측정소는 남산에, 불광동 측정소는 북한산에, 신림동 측정소는 관악산 자락에 붙어 있다. 
 
서울시민들은 그런 녹지 인근에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전철과 버스를 탔다가, 찻길을 걷다가,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상가에도 들리고, 직장에서 일하다, 집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대기오염 측정소에서 측정한 공기를 마실 시간이 없다. 
 
air3.jpg» 서울시민들이 숨 쉬는 공기 오염도(이산화질소) 직업과 생활공간에 따라 대기측정망의 오염도보다 1.5배 내지 3배 더 높다. (출처: 조재현, 직업별 생활공간, 시간에 따른 이산화질소의 피폭량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92)
 
서울시민들이 실제로 숨 쉬는 공기의 오염도를 평가한 바에 의하면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기오염도를 숨 쉬는 시민은 찾기 어렵다. 대개가 정부가 발표한 대기오염도의 1.5배 내지 3배 정도 더 오염된 공기를 숨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길바닥이나 지하상가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가 가장 나빴다. 도로변에 가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 오염도가 많이 올라간다. 나흘 동안 서울의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산화질소 오염도를 측정해 보았더니, 정부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대기오염도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7.4배나 더 높았다. 
 
air4.jpg» 서울 시내버스로 이동 중 측정한 대기오염도. 대기오염측정망에서 측정한 오염도보다 2.3배 내지 7.4배 정도 더 높다.
  
우리나라의 공기가 나쁜 원인 중에는 분명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도 있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변 오염도가 특히 높은 것은 분명히 서울의 교통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서울만큼 자동차 교통이 많은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자동차 교통이 45% 정도를 차지하는 데 반하여 도쿄와 빈은 자동차가 15%, 도보와 자전거가 25%를 차지한다. 
 
■ 세계 대도시의 교통 분담률
    
서울은 자동차 교통이 47%를 차지하는 데 비하여 도쿄는 자동차 교통이 16%, 자전거와 도보가 25%를 차지하고. 빈은 자동차 13%, 자전거와 도보가 25%를 차지한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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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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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7.jpg
 
대개의 대도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80% 이상이 전철로 출퇴근하는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40% 이상이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전철과 버스 교통 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자동차로 다니는 것이 더 편한 것이 또한 서울이다. 자동차로 다니면 전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에너지는 9배가량 많이 들고, 이산화질소는 200배 이상, 먼지는 15배 이상 더 많이 나온다.
 
air8.jpg» 수송수단별 연료 사용량. 자동차는 기차의 거의 9배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air9.jpg» 수송수단별 대기오염 배출량 (승객 30인을 1㎞ 수송할 때의 오염배출량). 자동차는 기차보다 질소산화물 220배, 먼지 16배, 탄화수소 42,000배를 배출한다.
  
대기오염 중에서도 인체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단연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라고 해서 모든 미세먼지가 똑같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성분의 미세먼지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흙먼지나 고등어를 구울 때 나는 먼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석탄을 태운 매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누구라도 숨을 한번 들여 마셔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가 있다. 
 
자동차 중에서도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인체에 특히 유해하다. 미국 캘리포니아(South Coast Air Quality Management District)에서 2015년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 중에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가 68%의 책임이 있고 나머지도 자동차의 책임이 크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디젤 자동차의 점유율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젤 차량이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디젤 자동차로 인한 건강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흡연이 줄었는데도 폐암 사망률이 다른 모든 암을 압도하며 많이 늘어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등, 전기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숨만 쉬어 보면 다 공기가 나쁜 줄 아는데 그래도 계속 ‘공기 좋음’을 외치는 대한민국. 제발 자기 최면에서 빠져나와라. 그래서 진짜 공기 좋고 물 좋고 살기 좋은 나라 한번 만들어 보자.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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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60억 매출 올린 두 청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8/18 08:37
  • 수정일
    2016/08/18 08: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농업에서 길찾는 청년들 ①] 꼬마감자로 500억 원 매출 꿈꾸는 기업가, 록야 박영민 대표

16.08.17 21:27l최종 업데이트 16.08.17 21:27l

 

기사 관련 사진
▲ '꼬마감자'팀으로 창업대회에 참가 중인 록야 2015 농식품창업콘테스트 <나는 농부다> 대회 기간 중 만난 박영민 대표와 권민수 대표
ⓒ 남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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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향후 10, 20년 안에 젊은이들이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농업이다'라고. 그 과정이 녹록지는 않지만, 취업에 쏟는 열정의 일부를 농업을 이해하는 데 할애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난 7월 27일, 강원도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공간에서 만난 '록야'의 박영민 대표(33)는 자신감이 넘쳤다. 목소리에서는 젊은이의 힘과 열정이 느껴졌다.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노고가 헛되지 않을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록야(綠野)는 2011년 창업한 농업회사법인으로 감자를 유통해서 지난해 6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농식품창업콘테스트 - 나는 농부다"에서 우승한 벤처기업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감자 재배농가와 식품업계에서는 활기차고 일 잘하는 청춘들의 기업으로 이미 유명했다.

꽃청춘, 농업에 뛰어들다

 

여느 벤처기업가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시작은 막막했다. 농업이라고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씨감자 기술을 전수했던 경험이 전부였던 박영민 대표는 국내에 돌아와 백수가 되었다. 함께하는 권민수 대표 역시 다니던 농업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실업자가 되었다.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판로에 관심이 많았다. 제스프리, 선키스트처럼 단일 작목으로 성공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들은 감자에게 미래를 걸어 보기로 하고 창업을 했다. 강원도에서 자란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다른 작물은 잘 몰라도 감자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할 일이 없었죠.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정말 많은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했습니다. 감자 종서 생산부터, 농가들과 연대, 감자 가공식품까지 우리가 만든 브랜드로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감자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원대한 꿈을 꿨죠. 벼 육묘장에서 꼬마감자를 만들자는 계획도 그때 세웠습니다."

10년쯤은 걸리겠지 했던 그들의 꿈은 불과 5년 만에 현실이 되었다. 양구에서 종서를 생산하고, 제주부터 대관령까지 전국에 있는 감자 재배 농가들이 그들의 고객이 되었다. 꼬마감자 아이디어는 5년 후에 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회사의 자산도 가지게 되었다. 원주에 곧 완공될 예정인 록야의 사옥이다. 여느 청춘들처럼 젊은 패기 하나로 출발한 그들은 황량한 대지 위에 그들의 꿈을 쌓았다.

창업한 후 처음 3년 동안 집에 월급을 가져간 게 일 년에 서너 달에 불과했다. 한번 집을 나가면 두세 달은 농촌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십 년 정도면 농업에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창업한 지 5년 만에 이 정도까지 왔으니 오히려 좀 당황스럽습니다."

박영민 대표와 권민수 대표가 창업대회에 들고나온 아이템은 '꼬마감자'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작은 감자구이나 감자조림처럼 한입에 먹기 좋은 감자 시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모델이었다. 꼬마감자를 찾는 기업의 수요는 늘어났지만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없어 항상 공급이 달리는 품목이었다. 

두 사람은 '육묘장'에 주목했다. 육묘장은 벼의 모를 기르는 온실로 벼농사를 짓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있는 시설이었다. 내부에는 여러 층의 선반이 있어서 모판을 층층이 쌓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벼농사의 특성상 1년에 한 달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비어 있는 데, 여기에 재배 상자를 이용해서 감자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노지에서는 감자의 일부가 꼬마감자 크기로 생산되지만 토심이 얕은 재배 상자에서는 꼬마감자만 생산된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이었다. 큰 감자만 인정받던 시장에서 작은 것만을 생산한다는 아이디어는 단번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은이들의 창업이라면 으레 ICT나 빅데이터 같은 트렌디한 아이템이 들어가 줘야 할 것 같다는 편견도 함께 깨뜨렸다. 젊은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창업멘토인 씨엔티테크의 전화성 대표가 <스타트업 교과서>에서 강조한 것처럼 그들은 시장의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했고, 그들만의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1억 원의 상금은 제대로 주인을 찾아갔다.

따뜻한 마음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기사 관련 사진
▲ 감자를 수확 중인 농민들 수확 현장에는 항상 록야의 직원들이 함께 한다.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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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씨감자 기술을 전수하는 일을 했다. 권 대표도 감자 회사에서 일했다. 둘 다 처절하게 실패했지만 감자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들은 현장부터 시작했다. 그때까지 감자 시장을 주름잡는 기득권은 대부분 60대였다. 반면에 그들은 젊었다. 현장 경험은 부족했지만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뛰어들 때는 대기업 구매 담당자를 편하게 하면 되겠다 싶었죠. 대기업 직원들은 문서작업에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서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현장에서의 대응도 당연히 빨랐죠. 우린 젊었으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패기 하나로 기존의 공고한 시장에 끼어들긴 쉽지는 않았다. 거래처를 찾아가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고, 농민들은 '애들이 뭘 하겠냐'며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때 그들은 '농민들이 돈을 벌게 하면 우리에게도 마음을 열겠지'라며 들판에서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마음 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마음을 열면 그만큼 따뜻한 분들이 없다는 걸 그들은 이미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만 평, 이만 평 하는 농가들은 돈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가들은 대개 천 평, 이천 평 정도 농사를 짓습니다. 이 농가들은 우리에게 물건을 다 넘기면 정말 돈이 안 됩니다."

그들은 농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는 농가와 계약할 때 재배면적의 70%만 합니다. 이게 우리의 성공 비결인데요, 왕특 크기의 감자는 시장 가격이 높아 수익이 좋습니다. 농민들이 그 크기의 감자는 전부 골라서 시장에 팔게 합니다. 시장에서 가격이 나오지 않는 작은 사이즈만 골라서 계약재배 물량으로 우리가 가져갑니다."

청년 기업가는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농가의 이익을 우선했다. 전체 수확량 중 30% 정도는 크고 품질이 좋은 감자가 생산된다. 이 왕특 감자는 시장에서 kg당 천 원 정도를 받는다. 반면에 그보다 작은 크기의 감자는 600~700원에 불과하다. 상인들은 전체를 가져간 후 큰 크기의 감자를 팔아서 수익을 남긴다. 그런데 이 수익을 농민들에게 넘긴 것이다.

"우리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농가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감자만 팔겠다고 한다면 기존의 중간상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했겠지만, 우리에겐 더 큰 꿈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업은 농사의 근간인 씨앗부터 시작한다. 양구에서 생산한 종서를 농가들에게 공급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은 감자 산업 가치사슬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우리는 농민들이 정말 농사를 편하게 짓게 하고 싶습니다. 농사에만 전념해서 좋은 감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좋은 농가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좋은 종자를 공급하고, 또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해서 싸게 공급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서 모든 자재를 공급하기는 어렵지만 비닐과 같이 모든 농가가 사용하는 자재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있습니다. 농민들과 우리는 운명공동체라고 느낍니다."

록야는 계약재배를 통해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농업서비스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최종 수요처인 식품기업에게는 믿을 수 있는 품질과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는 청년사업가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는 감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농민들은 감자만 재배하지 않습니다. 감자를 수확한 후에는 벼, 콩, 단무지용 무를 또 심습니다. 감자에서는 1년 치 농비를 뽑고, 후작물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문합니다. 그런데 후작물이 판로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우리가 도와드립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을 돕다 보니 또 다른 사업 기회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박 대표는 농민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다 보니 자신과 같은 후발 주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이더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이익을 극대화하여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시키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업기반을 만드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는 듯했다. 젊어서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 부러움도 들었다. 

농업이 청춘들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이야기는 농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방향을 틀었다. 젊은이답게 그가 바라보는 농업은 내가 서 있는 농업과는 또 달랐다.

"국민들에게 농업은 떼쓰는 사람들, 고령화,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남아 있는 데 젊은이들이 올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뛰어들면 뉴스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관심 있게 들어준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입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한다. 향후 10년 안에 흙수저 청춘들이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고. 취업에 쏟는 열정의 일부만 쏟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려면 농업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농업을 이끌고 가는 기업들은 농업의 현장을 건드리지 않고 마케팅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놓치면 지구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젊은 사람들도 농업에 들어오면 유통만 하겠다고 합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SNS를 하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판을 생각합니다."

록야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유통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통을 알아갈수록 어설프게 준비해서 낄 수 있는 판이 아니란 걸 느꼈다. 

"진짜 유통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아, 하는 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매출액에 취하다 보니 빈껍데기만 남더라고요. 처음 하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소비자들이 사주면 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생각하면서 몸서리쳤다. 수업료는 컸다. 처음 1년 동안 1억 원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유통은 원가관리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일반 산업이랑 농업이랑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는 걸 배웠습니다. 현장에서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다 까먹고 가는 게 농산물 유통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함께하는 농업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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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어스(Grower's) 첫 모임 스타트업과 농민들과 소통을 만들어 가는 그로어스 창립 행사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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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청년들에게 농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그로어스(Grower's)라는 커뮤니티 모임을 조직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임은 모두 남이 만든 판이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뛰어드는 데 꼭 성공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농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질 것 같습니다. 길잡이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스타트업들에게 농업의 본질에 대해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현장에서 구르며 체득한 것을 나누고 싶어 했다. 그로어스에서는 농민과 스타트업을 같은 비율로 섞어 놓았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자 마음을 여는 것,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곳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했다.

"우리 또래의 청춘들에게 농사지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농업에만 빠지지 말고 농업 전후방을 두루 살펴보고 무엇이 농업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농업이 있다. 배경과 배움이 다른 청춘들에게 그들 나름대로 농업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타산업 분야에서 배운 지식이 결합하면 어떤 '케미'를 만들어 낼지 벌써 가슴 설레인다. 그런 면에서 농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기성세대들이 농업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나 역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꼬마감자에 승부를 걸다

"우리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마흔 살이 되면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 추세를 보면 그보다는 더 빨리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들의 포부가 그리 무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 록야는 아산시에 소재한 들녘경영체와 함께 벼 육묘장에서 꼬마감자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감자 가공공장은 아산시에서 설치하고 운영은 록야가 맡게 된다. 록야는 땅과 시설에 돈이 묶이지 않아서 좋고, 지자체는 그 지역에서 생산한 감자를 판매할 수 있어서 좋다. 록야는 그들이 꿈꿔왔던 감자 전문 브랜드를 이번 기회를 통해 출범시키게 될 것이다. 

이 사업모델이 성공한다면 록야와 함께 우리나라 감자 재배는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은 젊은이들에게 우리 농업에 뛰어들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라서 더욱 반갑다. 그들은 농업이 낙후되었다고 외면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가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runch.co.kr/@ecotown)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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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쩌렁쩌렁 울린 사드반대, ‘통일로GO' 함성

준비위, 북과 해외의 청년학생들에게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제안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기사입력: 2016/08/17 [01:4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청년학생본부

 

▲ 2016 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청년학생본부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노래패 우리나라와 청년들의 뜨거운 합동무대     © 청년학생본부

 

▲ 2016 '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6.15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전준호 상임대표의 대회사, 이 행사에서 북과 해외의 청년학생들에게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을 제안하였다.     © 청년학생본부

 

광복 71주년을 맞아 14일 늦은 밤부터 15일 새벽 동이 틀때까지 서울시청광장에서 ‘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이 개최되었다.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준비위원회(이하 통문한준비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6.15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전준호 상임대표의 대회사와 통일선봉대·통일대행진단 환영식,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통일무도회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 행사에서 북과 해외의 청년학생들에게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을 제안하였다.

 

통문한준비위가 주최, 주관하는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이하 통문한)은 통문한준비위 참여단체들의 율동 및 노래공연과 노래패 '우리나라' 등이 무대에 올라 청년학생과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청년학생본부

 

통문한준비위에는 6.15남측위 청년학생본부 소속단체인 대한불교청년회,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원불교청년회, 천도교청년회, 통일맞이청년위원회 늘봄,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대학생문화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한국청년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외에 대안대학 청춘의 지성, 대학생겨레하나, 동행실천단, 사이다실천단, 평화나비, 흙수저당이 참가했다.

 

통문한준비위는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제안문’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민족경제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최근에는 우리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사드가 배치된다고 발표되며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까지 전면적으로 차단되어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며, 한반도에는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측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정부,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북측과 해외측에서는 연석회의를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남측 정부의 대결정책으로 인해 815에 즈음한 연석회의는 성사가 불가능해졌다”며 “남측 정부는 외세와 손을 잡고 대북대결정책을 벌일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당면한 한반도의 위기상황의 해법은 외세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로 가는데 있다”고 제언했다.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청년학생본부

 

통문한준비위는 “우리 청년학생들은 조국이 분단된 이래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해왔다”며 “우리 남측의 청년학생들은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을 통해 통일세대로서 우리 청년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대단결의 장을 마련하길 기원한다. 그를 위한 실무접촉을 빠르게 진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통문한준비위가 주최·주관한 이날 행사는 전국에서 모인 약 1000여명의 청년학생과 시민들이 함께하며 통일을 향한 뜨거운 열기로 새벽까지 이어졌다.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청년학생본부

 

 

 다음은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만당 공개 제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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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해외 청년학생들에게 드리는 공개제안문]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담아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을 제안합니다.

 

오늘 우리는 광복 71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광복 71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오늘, 이 땅의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있고 조성된 정세는 엄중합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민족경제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최근에는 우리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사드가 배치된다고 발표되며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드배치에 대해 북은 물론이거니와 중국과 러시아까지 강력하게 반발하고 상황입니다. 
거기에 더해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까지 전면적으로 차단되어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며, 한반도에는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8월 말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UFG)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을 두고 한미 당국은 연례적인 훈련이라 말하지만,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북의 핵관련 시설을 비롯한 주요기관을 타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연습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북미, 남북간의 모든 대화 채널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조그만한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전쟁으로 번지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입니다. 

 

최근 북에서는 광복 71주년 8.15에 즈음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정부,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를 제안했습니다. 남측의 많은 단체들과 인사들은 북측의 이번 제안이 경색, 파탄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북측과 해외측에서는 연석회의를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남측 정부의 대결정책으로 인해 815에 즈음한 연석회의는 성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남측 정부는 외세와 손을 잡고 대북대결정책을 벌일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땅의 현재 세대이자, 미래를 책임질 주역인 우리 청년학생들은 당면하여 조성되어 있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수 없습니다. 
당면한 한반도의 위기상황의 해법은 외세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로 가는데 있습니다.

 

만나야 통일입니다. 
오늘 광복 71주년을 맞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에 모인 우리 남측의 청년학생들은 북측과 해외측의 청년학생들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해 남북해외청년학생통일한마당을 제안합니다.

 

우리 청년학생들은 조국이 분단된 이래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해왔습니다. 남북해외 3자가 만나는 공동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고 북녘으로 가기도 했으며,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에는 어떤 세대와 계층보다 남북해외 청년학생들의 공동행사를 통해 평화, 통일의 분위기를 고취시키는데 청춘의 열정을 쏟아왔습니다.

 

오늘 우리 남측의 청년학생들은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한마당을 통해 통일세대로서 우리 청년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대단결의 장을 마련하길 기원합니다.
그를 위한 실무접촉을 빠르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정의롭고, 애국의 열정이 가득한 북과 해외 청년학생들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민족의 기둥이자 통일의 주축세대인 남북해외청년학생들이 평화통일을 위해 더욱 분연히 떨쳐나섭시다.

 

                                            2016년 8월 15일
                남북해외 청년학생 통일문화한마당을 염원하는 남측 청년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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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모저모]

 

▲ 2016‘광복 71주년 8.15청년학생통일문화한마당'     ©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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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반드시 사드에 대응할 것이다”

“중국은 반드시 사드에 대응할 것이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반도는 전무후무한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냉전 해체 후 짧은 평화 시대가 끝나고 말로만 떠돌던 신냉전의 문턱에 갑자기 다가서게 된 것이다. <시사IN>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가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미래를 예측하고 해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그 첫 순서로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과 처방을 소개한다.

사드 배치 선언 이후 나온 중국의 반응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아직까지 특별히 큰 반응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고 의지도 크지 않을 것이라 한다. 또 사전 연구 결과 보복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결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각 부처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당사자 의견도 취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응이 미흡하다고 해서, 중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리라거나 대응 수단이 적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한 중국은 사드를,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균형 정책과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한다. (사드를) 미·중 간 전략 경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이후 한국에 대한 정책을 ‘친선혜용(親善惠容)’이라는 우호적 주변 외교정책 차원에서 추진했다. 전통적 사고를 고수하는 부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 편향 외교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외교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중대한 좌절을 맞보게 됐다. 시 주석 차원의 대응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김흥규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 대학 박사(국제정치학). 현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 등 정책 자문위원. 저서로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외 다수.  
ⓒ시사IN 조남진
김흥규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 대학 박사(국제정치학). 현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 등 정책 자문위원. 저서로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외 다수.

종합적 대응 방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대구의 ‘치맥 행사’나 한류 스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인적·문화적 교류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제재가 시작된 것 아닌가?

이번에 베이징 갔을 때 한반도 분야에서 상당히 고위급 정책 결정 라인에 있는 분으로부터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종합적 대응 리스트가 완성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조치에 대한 점검이 끝났다는 얘기다. 아직 한국 측의 구체적 행동이 다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면서 리스트대로 차근차근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전에 이미 한국 방문객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제시키는 조치는 취해지고 있다. 중국 여행사들에 한국 여행 자제 통지가 내려간 걸로 알고 있다. 중국 단체나 지방정부의 준자발적인 여행 자제 조치들도 산발적으로 있다고 한다.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는 조치들이 이미 취해졌다. 한편 중국 측 비중 있는 인사들의 한국 방문을 자제시키거나 절차를 엄격하게 만드는 조치들도 취해지는 걸로 안다.

종합 리스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추후 중국이 고려할 수 있는 조치로는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에 대한 제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관세 장벽 따위로, 스탠더드(기준)를 바꾸고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조치도 있을 것이고, 특히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방산 협력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다. 서해의 해상경계선과 관련해 그동안 한·중 어업협정에서 합의한 중간선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온 관행도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하고, 가거초와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를 폐쇄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어도 해상에 대한 점유 시도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인 조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미일의 MD(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부라고 중국이 확신한다면 (유사시) 제1차 타격 대상이 될 것은 확실하다. MD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또 다른 군비경쟁, 즉 중국의 또 다른 MD라든가 공격무기 배치, 이와 동시에 북한 카드의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현재 유엔 수준의 대북 제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에 의한) 제재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중국 진출 대기업까지 타깃이 된다면 우리 경제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그것만이 아니다. 내년 만료되는 64조원(3600억 위안)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왑을 중국이 연장해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순간이라도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카드가 많다. 일본도 견뎌냈는데 한국은 왜 못 견디느냐는 말도 있는데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규모에 이미 동남아 등지로 위험을 분산하는 등 대비해왔다. 일본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약 20%라 하지만 GDP 중 무역 비중이 낮아서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GDP의 4% 미만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25%(홍콩까지 치면 30%)다. 더욱이 GDP 가운데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 역시 80%에서 110%(실질 GDP 기준으로 추산한 듯-편집자)에 달한다. GDP의 30% 가까이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거의 90%라고 하지만, GDP 내 무역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데,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나 민감도는 한국이 훨씬 높다.

서해의 해상 경계와 관련해 기존의 중간선이 아니라면 중국이 제시할 새로운 기준선은 뭔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역사적 연원이나 대륙의 크기, 대륙붕의 사이즈를 고려해 경계선 설정을 주장해왔다. 북한과 중국의 경우를 보면 신의주에서 직선으로 내려오는 선이 해상 경계의 기점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식으로 할 경우 대륙붕이 거의 목포 앞바다까지 오게 된다. 중국이 자신들 뜻을 관철하고자 한다면 충남이나 목포 앞바다에 수시로 중국 군함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영해선을 관철하기 위해서인 만큼 힘이 있으면 밀어낼 수 있지만 주권 문제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나 더 중국 쪽으로 가게 되나.

기존 중간선에서 우리 쪽으로 절반 정도 더 들어오고, 서해 전체로는 3분의 2 정도가 될 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8월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 앞에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용 복수비자를 받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졌다.  
ⓒ연합뉴스
8월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 앞에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용 복수비자를 받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졌다.

국내 일부 논자는 한·중 간 경제관계가 부품 공급 등으로 얽혀 있고,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때문에 중국이 한국까지 적으로 삼기는 부담스러울 거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중국은 한·중 간의 상호 의존 관계를 통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나름 상징성도 가진다. 따라서 한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치를 취해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그런 걸 과신하고 한국이 앞장서서 한·미 동맹을 중국을 억제하는 지역동맹으로 전환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중국이 받는다면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또 한·중 경제 관계에서 과거엔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며, 심지어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대체재가 있지만 한국은 중국 시장 외에 없다. 이미 중국은 한국이나 북한과의 관계를 동일하게 ‘강대국 대 약소국’ 관계로 보고 있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맞서면 대가를 치르게 해준다는 게 시진핑 주변의 전략적 사고이다.

지난 1월6일 북한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통화가 불발된 것이 사드 배치 선언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대북 제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왜 하필 사드 문제를 이슈화한 건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 내 사드 배치 추진 그룹에게는 몇 가지 다른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미국 내에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대선 국면의 신고립주의가 그렇고, 최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동북아 군사력을 재편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역량은 강화되는데 우리는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고, 미국이 동맹에 대해 어떤 신뢰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림받기 싫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미국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자이고 또 공세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제1강자 편에서 우리 생존과 안위를 추구하는 게 낫다는 외교안보 라인 일부 주류의 사고가 반영됐을 것이다. 두 번째, 일부 민족주의자 그룹에서는 추후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들여오기 위한 사전 신뢰 구축 차원에서 사고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현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우리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는 결국 한·미 동맹의 강화라는 것에 여러 그룹의 생각이 일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사드로 인한 대북 외교 실종에 비판적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국무부나 특히 오바마 자신도 미·중 관계를 협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5년 말부터 미·중 관계가 협력보다는 경쟁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중국이 급격히 떠오르자 미국 내 초조감이 강화되면서 지금이 중국을 밀어붙여야 할 시기라고 미국 주류들이 판단한 것 같다. 한반도 정책이나 북핵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등 협력적 미·중 관계로 가야 한다는 국무부 측 목소리가 약해지는 듯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환구망 갈무리</font></div>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왼쪽)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인터넷판인 <환구망>(위)에서는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환구망 갈무리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왼쪽)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인터넷판인 <환구망>(위)에서는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이어 ‘제3의 전선’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전략과 지정학을 놓고 보면 한·미 동맹을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더욱 당면한 미국의 국가 이익인 대중국 관계에도 투입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당연히 한·미 동맹을 지역동맹화하면서 반중국 동맹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사드는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중국은 그 함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지금 막 랜드 연구소에서 미국의 새로운 전쟁 계획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상대방의 목표를 순식간에 타격하는 전쟁 방식은 미·중 간에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대신 오래 지속되면서 간헐적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중국의 ‘반접근·영역거부(A2AD:Anti-Access and Area Denial) 전략’에 대한 대비를 해상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육상에서의 충돌과 사드 배치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즉 사드를 육상의 A2AD 견제용으로 만들어가려는 것 같다. 한국은 사드를 북한 대비용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앞으로 진행될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과연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성주는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닌가?

7월8일 발표 내용은 미국 전략가 시각에서는 불만스러울 것이다. 대북용으로 사드 한 포대를 미국 돈으로 배치하고 종말단계 레이더만 도입해 한 방향으로 고정시킨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결코 원치 않는 합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는 기능과 운용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면서 추가 배치를 추진할 것이다. 기존 미·일 MD에 통합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비용도 한국이 대도록 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도 내년 말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비용을 댄다는 것인데, 아직 예산 책정도 안 됐다고 한다.

미국도 곤혹스러울 거다. 원래는 올해 말쯤 사드 논의를 시작해 내년 초쯤 결정하고 내년 말에 한국으로 들여오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국내 안보 전문가들도 9월4일 대통령의 방중 스케줄이 있고 그때 시진핑 주석도 만나게 돼 있어서, 그 후에나 (사드 관련 결정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훨씬 앞당겨졌다. 그 배경엔,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바람에 당초 시나리오대로 갈 경우 사드 배치가 물 건너갈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내년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더욱 어려워지리라고 봤을 것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 추진파들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이 명분을 만들어줬다. 미국도 총선 결과를 보면서 한국 측이 주장하는 ‘사드의 한반도화’에 일단 타협했지만,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할 것이다. 이 지점이 한·중 관계를 푸는 접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주는 너무 남쪽이어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평택 미군기지조차 방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레이더 기능이 사실 더 중요하다. 백두산 뒤쪽 중국 퉁화 시에 둥펑(DF) 계열 미사일 기지가 있다. 사드의 레이더 탐지거리가 600㎞이지만 조정하기에 따라서는 (퉁화 시 미사일 기지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더욱 우려하는 점은 성주에 배치될 사드보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A2AD를 차단하는 전략의 일부분으로 사드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한 한·미 연합군의 전쟁 계획에 따르면, 유사시 미군을 어떤 형태로든 보호해서 다시 반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주 이남의 기지들은 유사시 증원 물자나 인원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성주 외 다른 미군기지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사드를 더 들여올 명분이 된다. 이 경우 한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한국이 비용을 대라고 할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7월13일 저녁 성주군청 광장에 군민 3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7월13일 저녁 성주군청 광장에 군민 3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찰위성이 이미 중국을 샅샅이 보고 있는데 중국이 사드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정찰위성으로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놓치거나, 훨씬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더욱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기지국이 많을수록 잘 터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의 기능 확대와 추가 배치로 베이징 뒤에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지가 노출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파격적인 친한(親韓) 행보를 보였던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로 타격을 받아 어려운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런 점이 중국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까?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중국 권력 구도가 대단히 미묘하고 민감하다. 시진핑 주석이 공청단 계열을 교체하고 세력 약화 조치를 취하는 중에 사드 문제가 터졌다. 그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타격을 주고 권위와 정당성에 흠집을 낼 수 있어 국내 정치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시진핑 자신이 이 문제에 너무 깊이 들어왔던 점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수차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설득하려 했는데, 한국 정부가 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정면으로 거부하는 조치를 취한 셈이 돼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주 군민의 저항, 중국의 반발 등으로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을까? 아니면 닥쳐올 재앙을 최소화할 방안은 뭐가 있을까?

철회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다. 두 번째로 추진 그룹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한·미 동맹이 중요한 타격을 입고 또다시 붙들 기회도 많지 않다고 우려할 것이다. 현재의 정부 정책 결정 과정과 권력 구조 아래서는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 합의한 것은 사드의 한반도화라는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는가, 그것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제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사드 추가 배치의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를 제도적으로 합의하고 지킬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사드가 대(對)북한 용도라고 주장할 명분이 된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접점이 될 것이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기초는 경제적 협력의 굳건함에 있다. 그것이 약해지면 중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국 경제가 약화되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무기들을 사줄 수 없기 때문에 한·미 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한·미 동맹에도 좋고, 한·중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녹취 도움·김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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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쓰고 있는 성주 ‘사드반대 투쟁’


[현장취재]‘사드배치’ 발표 한 달여… ‘투쟁’이 ‘일상’이 된 성주군민들
▲ 8.15광복절에 성주군에선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들 '815인 삭발식'이 진행됐다.

“어디 간다꼬? 이거 달고 가야지. 좋은 거이니끼네.”

성주군청으로 가는 길, 낯선 남자에게 파란 나비리본을 스스럼없이 달아준다. “나도 쫌 이따가 가게 문 닫고 가 볼끼라.” 카톡방 ‘1318+’에서 아이디 ‘주형맘’이 달아주었다. 가슴에 리본하나 달았을 뿐인데 취재 온 기자가 아니라, 성주군민들 집회에 함께하러 온 ‘외부인’ 같은 묘한 이 기분은 뭘까. 군민들은 이렇게 성주를 찾는 모든 이를 사드반대 투쟁에 참가시키고 있었다.

▲ 성주 '유림'에서 5명과 여성 신청자 9명이 삭발을 한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삭발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머라 카노? 삭발 이기 머라꼬. 삭발 아이라 내 목이라도 내놀끼다.” 사드반대 ‘815인 삭발식’에 참여한 홍영옥(64) 주민은 걱정이 돼 건넨 질문에 버럭 화를 냈다. 어떤 결심으로 이 싸움에 임해 있는지 모르는 게 어이없단 표정이었다. 기자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지난 15일 성주읍 ‘성밖공원’에선 815인 삭발식이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실제 삭발을 한 성주군민은 모두 908명. 8.15광복절에 맞추기 위해 815명으로 제한했지만 접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그보다 100명 가까이 더 신청한 것. 여성도 5명으로 한정했는데 11명이 접수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니라’ 효경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을 외우던 유림(儒林) 회원들도 5명이 접수했다. 908명의 삭발식은 예상과 달리 겨우 30여분 만에 끝났다. 대구경북 미용사협회 소속 70여명의 미용사가 자원봉사를 와준 덕이다.

‘단일장소 최다인원 동시 삭발’에도 도전한 이날 삭발식엔 한국기록원에서 공식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 한국기록원에서 전국 동시 최다인원 삭발을 기록하기 위해 성주를 찾았다.

성주군민들의 ‘일상생활’이 돼버린 투쟁, 하지만… 

815인 삭발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을까? “그냥. 8월엔 뭘 해볼까 하다가… 머리나 깎아 볼까? 815명이. 8.15광복절 때. 이렇게 하게 됐어요” 뭔가 특별한 기획 배경이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빗나갔다. 파란나비 리본 때도 그랬다. 누군가 ‘사드가 들어오면 우리모두 죽게 되니 검은 리본을 달자’고 제안했고, ‘검은색은 좀 그러니,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리본을 달자’는 참신한 수정 제안에 바로 삼삼오오 모여 리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장례식도 그랬다. “내일 새누리당 지도부들 온다는데 우리 장례나 확 치라뿌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룻만에 장례는 준비됐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래서 성주군민들의 ‘일상생활’이 돼버린 투쟁. ‘위대하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런 집체행위를 기자는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왜 하필 광복절에 이런 항의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는지가 궁금했다. “너무 닮지 않았어요?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광복절에 미국의 압력으로 설치되는 사드를 반대하고 있잖아요. 광복이 저절로 온 게 아니잖아요. 우리도 사드를 배치한 미군의 폭정에서 벗어나려면 싸워야죠. 목숨 걸고. 광복절은 우리 민족의 생명과 안전을 되찾은 날이죠? 이런 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사드반대 투쟁을 하니 얼마나 뜻깊어요. 그렇죠?” 역시 ‘우문’에 ‘현답’이였다. 지난달 23일 청계광장에서 서울시민들에게 ‘성주군민들이 선거 때마다 1번만 찍어 죄송하다’고 말한 전영미 성주투쟁위 부위원장의 대답이었다.

▲ 사드 반대를 새긴 독특한 삭발을 한 주민도 있었다. [사진출처 성주투쟁위원회]

성주군이 생긴 이래 최다인원, 8천여 명이 모인 이날 삭발식에선 “성주가 대한민국이다”는 구호가 높이 울려 퍼졌다. “한번 결정된 성주에서 사드배치를 철회시키면, 대한민국 그 어디에 사드를 설치하겠어요? 그래서 5만 성주군민이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사드를 반드시 막아낼 겁니다!” 앰프를 진동하는 사회자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내 땅에서 ‘난민’이 된 우리 일상을 찾아주십시오”

“7.21상경투쟁, 평화나비리본, 새누리당 장례식, 10만 백악관 청원, 815인 삭발”을 성주투쟁 5대 사건으로 꼽은 이재동 성주투쟁위 집행위원장은 승리를 확신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승리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외부세력’ 논란이 있을 때 (성주군민이)직접 상경해 우리 스스로 외부세력이 돼 논란을 잠재웠다. ‘님비’로 몰릴 때도 성주배치가 아니라 한국배치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평화나비리본을 달았다. 새누리당의 오만함은 장례식으로 응징했다. 무엇보다 사드는 미국과 주한미군의 전쟁무기임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에 청원서를 전달하는 뜻깊은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오늘 광복절 815인 삭발식으로 5만 성주의 결심이 5천만 대한민국의 평화의 날개가 됐다.”

“성주군민들의 일상을 찾아주십시오. 지난달 13일 날벼락처럼 성주 사드배치가 발표되고 한 달. 우리 성주 군민들은 일상을 잃어 버렸습니다. 여름 한철 마을 주민들끼리 관광버스를 타고 나들이 한번 가는 즐거움을 잃어 버렸고, 방학을 맞은 아이들 데리고 계곡으로 물놀이 가는 기회도 놓쳐 버렸습니다. 올림픽 경기도 눈에 안 들어오고, 저녁 먹고 촛불문화제에 가는 게 새로운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참외농사를 짓던 평화로운 고장 성주는 전쟁터가 되었고, 성주군민은 내 땅에서 난민이 돼버렸습니다.” 삭발을 한 어느 성주군민이 대통령께 띄운 호소문의 일부이다.

일상을 잃어버린 성주군민들. 한국민을 ‘대표’해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한 달 넘게 벌이고 있는 이들의 호소를 먼저 귀담아 들어야 할 사람은 전국의 이웃사촌들 아닐까. 

성주=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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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사드, 송로버섯 오찬과 전기료 폭탄

 
 
[칼럼] 문정왕후-윤원형, 박근혜-이정현에게 백성은 무엇인가?
 
임두만 | 2016-08-16 11:50: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15일)은 광복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71주년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서다.

▲독립유공자 초청 청와대 만찬을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그는 또 “이 땅의 평화는 물론,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진정한 광복은 8천만 민족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더 이상 이산의 아픔과 고통이 없는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 전쟁의 공포를 걷어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였다”며 “저는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이런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반대파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허공을 때리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지금 누구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충정’을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보질 않는다. 특히 작금 터져 나온 ‘송로버섯 요릿상’ 이야기는 폭염에 찌든 서민들의 복장만 더 터지게 한다.

문화는 늘 시대를 이야기 한다. 문화가 말하는 시대 이야기는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놀랍도록 그 시대에 딱 맞는 드라마와 영화들이 등장, 시청자와 권력자를 함께 깨운다.

현재는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옥중화’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조선 명종시대 감옥을 바탕으로 당시 권력자와 서민들의 모든 삶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즉 ‘전옥서’라는 당시의 감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 군상들의 작은 권력을 둔 이전투구와 불법비리, 여기에 당대의 권세가인 윤원형과 그의 부인 정난정의 권력과 금력을 향한 욕심과 패역, 더 나아가 권력 최상층인 명종이 모친 문정왕후와 최고 권력을 놓고 겨루는 권력쟁투까지 매우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몇 주 전 윤원형의 부인 정난정의 생일잔치를 통해 상당한 메시지를 던졌다. 즉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고, 전옥서에 감금된 죄수들은 하루 멀건 죽 한 그릇도 못 먹이는 현실인데 정난정은 사흘간의 생일잔치를 벌이며 벼슬을 노리는 전국의 토호들에게 뇌물을 받기에 여념이 없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그리고 이 방송은 정난정의 최후를 미리 예감케 했다.

이뿐 아니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명종을 대신하여 수렴청정으로 국가의 대사를 장악했던 문정왕후는 명종이 성장하여 친정체제로 넘겨준 뒤에도 실제 뒷전에서 모든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에 명종은 반발하며 어머니의 권력행사를 제어하려 하지만 문정왕후는 윤원형 등 조정을 장악한 소윤일파를 앞세워 왕의 친정을 방해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대비의 봉은사 중건 사건을 놓고 또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즉 앞의 정난정 생일사건에서 그린 대로 것과 유사하다. 당시 흉년에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다. 이에 국고가 비어 있으므로 아무리 천하의 대비라도 대형국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자 대비는 정난정 등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뒷전에서 긁어모은 ‘불의한 돈’으로 봉은사 중건을 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의 세금을 책임진 ‘평시서’를 통해 상인들을 쥐어짜는 모습도 그려낸다.

이 드라마는 이처럼 당대의 권력자들이 어떻게 망해가고 있는지를 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민심을 잃어가는지, 또 민심은 이미 떠났는데 이를 알지 못하는 불의한 권력자는 어떤 탐욕을 부리는지, 그리고 이에 호응하며 아부하는 세력들은 어떤 군상들인지 드라마 한편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미 역사는 그들의 최후를 기록해놓고 있다.

문정왕후 사후 윤원형과 정난정은 자결했다. 그런데 그 자결과정이 전해지는 내용으로 보면 참 어이없다. 문정왕후 사후에 윤원형과 정난정은 탄핵을 받았고 명종은 이를 윤허하지 않았으나 하인의 금부도사가 온다는 기별 한마디에 정난정을 자결했다는 설, 그 설이 진위이든 지어 낸 이야기든 스스로의 죄업이 잡히면 ‘사형’임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드라마는 이처텀 불의한 권력의 최후를 미리 예견하며 그 사전 작업으로 정난정과 윤원형 문정왕후의 불의한 권력남용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2016년 8월, 전국은 가마솥 더위에 설설 끓고 있으며, 이에 국민들은 한전과 산업부에 가정용 전기료의 누진제 해결책을 요구하며 민심도 끓고 있다. 그런데 이 더운 여름에 청와대 ‘송로버섯 요리’ 오찬 소식은 끓는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터지게 만들고 있다. 서민들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송로버섯이란 식재료, 알려지기론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비싼 요리가 청와대에서 서민들 전기료 깎아주기 협의를 했다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만찬에 나왔다고 한다.

현재 국민들이 공분을 느끼고 있는 송로버섯이 포함된 이른바 ‘박근혜 초청 청와대 초호화 오찬’의 얘기는 이렇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대표와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가졌다. 이 오찬상은 송로버섯과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샥스핀 찜, 한우갈비, 능성어 요리 등 최고의 메뉴들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송로버섯은 국내에서는 구할 수조차 없는 식재료이며 이 외에도 바닷가제, 캐비아, 샥스핀 등도 서민들은 이름만 들어 본 요리재료들이다. 그런데 이런 요리들을 먹으면서 대통령은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의 삶도 지금보다 더 편해질 수 있고, 나라도 튼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이정현 대표는 이런 요리들을 대접받으며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그러므로 곧 이는 문정왕후와 윤원형이 ‘백성’ 운운한 것과 같다.

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라나는 이유로 돼지를 이용해서 채취해야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채취된 적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일부 최고급 호텔에서 송로버섯 스프를 특선요리로 내는 날에는 그 가격이 1천만 원대를 훌쩍 뛰어 넘는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타나는 프랑스산 ‘냉동’ 송로버섯은 500g에 158만 원, 어떤 보도를 보면 유럽에서는 이따금 발견되어 1kg이상을 캐는 경우 수억 원대의 가격을 호가하는 땅속 로또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어떤 송로버섯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민전기료 운운하며 먹을 식재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도 달려있다.

“金樽美酒 千人血(금준미주 천인혈 : 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백성의 피요) 玉盤佳肴 萬姓膏(옥반가효 만성고 : 옥쟁반에 담긴 맛난 요리 만백성에게 짜낸 고혈이라) 燭淚落時 民淚落(촉루락시 민루락 : 너희들 촛대에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 원성고 : 노랫가락 높은 곳에 백성들 원성도 높아간다)”

이 시조는 판소리 춘향전에 나온다. 원작자는 성이성, 실제 춘향전의 이몽룡은 성이성이 주인공이다. 춘향전에 나오는 잔치연에서 이몽룡이 변학도를 질타하면서 읊은 시조는 성이성이 짓고, 읊었다. 이는 성이성의 4대손 성섭의 저서 <교와문고>와 그의 스승 조경남이 쓴 <난중잡록>에 기록되어 있다.

드라마 옥중화의 배경에서 서민들은 가뭄과 흉년으로 고통 속에 있다. 2015년 대한민국 여름은 온열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병원을 찾은 환자 역시 수천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서민들은 ‘징벌적 누진세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기조차 마음 편히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오찬 참석자 모두가 긴팔 양복 정방에 넥타이까지 차려메고 대통령 또한 긴팔 상의를 입고 송로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언필칭 서민을 말했다면 그것은 허위이며 거짓이다. 그들이 말하는 서민이 문정왕후와 정난정이 보는 백성과 하등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치사 또한 모두가 허언으로 들린다. 그가 사랑하는 나라와 백성이란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린다.

▲전우용씨 트위터 캡쳐

송로버섯 요리 소식에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 캐비어, 송로버섯 등 초호화 메뉴…. 저런 거 먹으면서 서민 가정 전기료 6천 원 깎아 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거군요. 고작 몇 천원 가지고 징징대는 서민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였을까”라고 개탄했다. 이게 민심이다.

그래서다. 박근혜와 이정현, 그리고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윤원형과 정난정, 문정왕후와 변학도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71주년 광복절이 쓰는 시일야방성대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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