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뉴스 : 먼저 'DMZ 국제평화도시' 구상의 핵심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 배경환 'OPERAPLAZA ONE' 회장 : 남쪽 입구로 들어가 북쪽 입구로 나오는 '교차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국적 관광객과 자본이 24시간 상주하는 구조를 만들어 발생한 수익을 참여기업들이 합리적으로 분배하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구조입니다.
정권 교체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남북 정부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다국적 민간 합작 사업'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런 구상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한반도 정세 속에서 남북 간 직·간접적인 완충 지대를 조성하여 물리적 도발을 억제하고 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추진한 일입니다. 남북 당국 간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상호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 구역을 구축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언젠가 정전상태가 종전으로 전환된 이후 DMZ의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습니다.
□ 이번에 처음 제안하시는 사업인가요?
■ 실은 2008년 2월 뉴욕필하모닉 평양공연 이후 2011년부터 북측이 홍콩에 설립한 대풍그룹을 통해 일차 제안했던 내용입니다. 당시 북에서는 '조용히 진행하라'며 묵인·방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에 따라 한국에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던 중 발생한 국방위원장 유고로 인해 중단되었죠. 2013년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사업가능을 다시 타진했어요. 디즈니랜드 회장을 평양과 DMZ 일대로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려고 실제로 초청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측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정중한 거절 의사를 받았는데, 저는 그 때 일을 계기로 미국 국무부 등에 관련 기류가 전달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DMZ 국제평화도시를 통해 남북은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요?
■ DMZ 국제평화도시는 북한에는 '체제 안전 명분과 합리적인 경제적 수익 분배'를 제공하고, 남한에는 '군사적 도발 억제와 정권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완충지대 확보'라는 실리적 이익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측은 당장 경제적 실리 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죠. 국제평화도시를 위해 만들어지는 인프라를 통해 남북 입구를 왕래하는 '교차 관광' 및 물류 상권이 형성됩니다. 다국적 자본과 대규모 유동 인구를 통해 발생하는 관광·물류 수익을 북에 합리적으로 상시 분배함으로써, 경제적 난국을 타개할 실질적인 자금원을 얻게 되죠.
미국과 중국, EU를 비롯해 다국적 자본과 인원이 24시간 상주하는 중립화 구역이 형성되어,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일방적인 무력 도발이나 압박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자연스러운 완충지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이들과의 민간합작 거래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타개하고 합법적으로 국제 거래질서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죠.
한국 역시 다국적 자본과 인원의 상주로 인해 쌍방의 물리적·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인 '완충 지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건 남북 직접 충돌 위험을 줄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정부 주도의 기존 대북 사업과 달리 '다국적 민간 합작' 구조로 추진되어, 국내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 환경이 바뀌더라도 사업이 백지화되지 않고 지속되는 신뢰 구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DMZ 교차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남쪽 입구로 들어가 북을 거쳐 중국·러시아로 이어지는 국제 물류·관광의 활성화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 국제평화도시 구상이 낯설지는 않은데, 그동안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DMZ 세계평화공원', 문재인 정부의 'DMZ 국제평화지대' 등과 비교해 어떠한 차별점이 있습니까?
■ 요약하면 과거 정권들은 안 될일을 안되게 하였거나 가능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았지요. 한국 정치의 한계라고 봅니다. 구조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가 없으니까요.
△남북 정부 개입의 최소화와 '다국적 민간 합작' 구조 △다국적 인원 상주를 통한 일종의 '인간방패(Human Shield)' 메커니즘 △일방향 관광이 아닌 '교차 관광(Cross-Border Tourism)' 방식 △실질적인 경제적 실리와 수익 분배 구조로 차별점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정치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남북 정부의 직접적인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다국적 민간 합작 사업 형태로 구상되었다는 점, 물리적·군사적 무력 도발을 다국적 민간 인원 및 자본의 상주라는 자연스러운 안전장치를 통해 차단하는 실질적인 억제 구조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 기존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처럼 남측 인원만 특정 구역에 들어갔다 되돌아오는 '단방향·격리형' 관광 방식이 아니라 남쪽 입구로 들어가 국제평화도시를 거쳐 북쪽 문으로 나가 중국·러시아로 연결되거나, 반대로 북쪽 입구로 들어와 남쪽 문으로 빠져나가는 '인프라 교차 관광 구조'를 제시합니다. 인적·물적 자원이 끊임없이 통과하고 흐르게 만들기 때문에 유동 인구 기반의 실질적 거점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퍼주기논란이나 단순 경제 지원형태가 아니라 다국적 자본을 유치해 국제 물류·관광 상권을 형성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관광·물류 수익을 북한에 합리적으로 상시 분배하는 구조를 취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스스로 국제사회 거래 질서에 참여하고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디즈니랜드에 초청의사를 전달했으나 공식적으로 거절했다고 했는데, 현재 입장은 어떻습니까?
■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2013년 디즈니랜드 회장에게 직접 평양방문 초청 서한을 전달했으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정중하게 거절하는 답신을 보내와 최총 참여는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디즈니랜드 측의 수락은 받지 못했으나, 이 과정에서 과거 뉴욕필하모닉 평양공연 때와 유사하게 미국 CIA 및 국무부 등 관련 당국에 이같은 기류와 정보가 보고·전달되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 디즈니랜드 측의 공식 거절에도 불구하고 이 구상을 낙관하면서 계속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디즈니랜드 회장 같은 글로벌 거물이 평양이나 DMZ로 초청을 받으면 기업 차원에서 독자적으만 판단하지 않고 반드시 CIA나 국무부에 보고 및 상의를 거치게 됩니다. 디즈니의 기업적 거절과 상관없이, 이 제안을 계속 추진하려는 것은 미국 외교·정보 당국에 메시지가 전달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 기류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디즈니 투자유치' 자체보다는 '미국 당국의 기류 자극'이라는 본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봤기 때문이죠.
과거 2008년 뉴욕필 평양공연 때도 뉴욕필하모닉 재단 측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이 제안이 미 국무부에 보고되면서 김계관과 크리스포터 힐을 대표로 한 미·북 당국간 외교회담으로 격상되어 성사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국제평화도시 구상을 하면서도 처음부터 디즈니랜드 유치가 100% 쉽게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고 접근하지 않았어요.
북측에도 "반드시 성사된다"고 부풀려서 말하면 오히려 믿지 않았겠죠. 디즈니랜드 초청과 같은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카드를 던져서 핵심부의 반응을 유도하고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전략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죠.
말하자면 "안 될 줄 알면서도 던져보는 '허허실실'(虛虛實實)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이 사업은 디즈니랜드에만 의존하는 단독 사업이 아니라 남북 정부의 직접 개입을 배제한 '다국적 민간 합작 사업'을 지향하는 것이니까요. 디즈니랜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몽골이나 중국계 법인, 제3국의 자본이나 인프라 기업 등 다양한 다국적 민간 자본을 결합할 수 있는 거대한 판이 바탕에 깔려 있죠.
게다가 북한 지도부는 어쨌든 고립을 타개하고 안전보장을 이뤄야 하는 궁극적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거대 자본이 참여하는 'DMZ 완충구역 조성'과 '교차 관광 수익 분배 모델'은 북한 지도부로서도 체제 안전(완충지대)과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이므로, 언젠가 판이 깔리면 북측이 응하리라 봅니다.
□ 다시 한번, 하나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교차관광'의 주요 내용과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 기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처럼 남측 인원만 특정 구역에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단방향 체류형'이 아니라 '양방향 통과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쪽에서 진입해 DMZ 국제평화도시를 거쳐 북쪽으로 나갑니다. 거기서 중국이나 러시아 대륙으로 이동하는 거죠. 반대로 중국, 러시아에서 북쪽 입구를 통해 국제평화도시로 들어와서 남쪽으로 들어오는 '교차통행' 방식을 취합니다. 대륙 및 일본, 미국 등 제3국으로 자유롭게 연결하는 허브가 되는 거죠.
여기서는 남북 주민들 뿐만 아니라 중국, 몽골, 유럽, 미국 등 다국적 관광객, 그리고 물류 관련 직원과 자본이 24시간 끊임없이 흐르고 상주하는 구조가 생겨납니다.
교차관광 및 물류 통로 조성 과정에서 유입되는 다국적 자본과 상권 수익, 통행·관광 수익을 조선에도 합리적이고 제도적으로 상시 분배하는 겁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비난하는 퍼주기 논란을 피할 수 있구요, 조선 스스로 합법적인 거래 질서에 참여해서 경제적 실리와 외화를 얻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십여년 전에 중국 관광객을 남북으로 통과시키는 교차관광 사업을 위해 몽골 법인과 중국 국영회사, 북한 OO무역 등과 3자 합작 형태로 평양 및 금강산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북측으로부터는 승인서까지 발급받았으나, 당시에는 중국쪽에서 관광 버스 등 인프라 비용 부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최종 성사되지는 못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과 중국은 사이가 나쁘지 않잖아요. 될 겁니다.
2018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극단인 '라 스칼라'와 300명 규모의 전세기로 이동해 평양, 금강산 공연을 한 후 고성 동해선 도로를 통해 한국으로 내려오는 남북 교차 이동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북측 정치 일정으로 무산된 적도 있습니다.
□ 북쪽과 대화 통로가 다 막혀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시나요.
■ 남북 사이에 공식 통로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의 창의적 구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당국 간 교류가 활발할 때는 역설적으로 민간의 입지나 역할이 줄어들지만, 남북 당국의 모든 대화와 공식 통로가 막혀 있는 지금과 같은 국면이야말로 신뢰를 가진 민간이 나서서 새로운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정세가 냉각되어 있을 때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거창한 확언보다 '안 될 줄 알면서도 던져본다, 하지만 될 수도 있다'는 식의 가벼우면서도 명확한 구상을 던져 상대의 반응과 판을 흔드는 전략이 실효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게 제가 역사적 흐름속에서 공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지금과 같이 남북 당국 간 통로가 끊긴 상태에서 한국 정부나 특정 정권이 이런 일을 주도하려고 들면 시작도 할 수 없을 겁니다. 남북 정부의 직·간접 개입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남북이 직접 대화하지 않더라도 다국적 기업과 자본이 이해관계를 걸고 판을 짜면, 조선 역시 명분과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제안을 검토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런 메시지는 민간이 과거 뉴욕필하모닉 평양공연(2008)이나 디즈니랜드 회장 초청(2013)과 같은 대형 제안을 하면 CIA나 국무부와 같이 해당 국가의 정보기관, 외교당국에 자연스럽게 보고되고 전달됩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민간의 제안이 제3국 정부를 거쳐 국가간 외교 당사자 회담으로 발전하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프로세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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