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명분으로 60개국 관세
상호관세 제동 이후 꺼내든 ‘301조 카드’
공급망 전쟁… 미국 중심 통상전략의 확대
미국이 ‘강제노동’을 명분으로 한국을 비롯한 60개 교역국에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최고 수준인 12.5%의 추가 관세 대상이 됐다. 한국을 강제노동이 있는 나라로 지정한 것일까? 아니다. 한국 정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다.

‘강제노동’ 명분으로 60개국 관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국제 공급망을 거쳐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미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를 제대로 막지 않았고,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과도하게 낮은 단가를 형성해(원가 절감), 그 상품들이 국제시장으로 유통돼 결국 미국 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과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관세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중국 등 제3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태양광 패널 관련 제품과 면화 등 부품·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데, 이를 차단하는 수입 통제 체제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시행하고 있다.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은 강제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기업이 이에 반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수입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번 조치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 근절이라는 명분과 달리, 통상정책의 성격이 더 짙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 위구르 자치구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를 근거로 수십 개 국가의 수출품에 일괄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했다. 거의 미국의 모든 주요 교역국(60개국)에 해당하며, 해당국은 미국 전체 교역의 약 99.4%를 차지한다.
이는 UFLPA와 같은 미국 국내법 상의 기준을 사실상 국제무역의 기준으로 만들면서 미국 기준에 맞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통상압박을 가하고, 광범위한 보호무역을 이어가려는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즉, 미국의 정책은 결국 노동권 보호 등 국제노동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기보다 자국의 통상질서를 확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상호관세 제동 이후 꺼내든 ‘301조 카드’
이번 조치가 발표된 시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상호관세 정책이 법원의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 이후 새로운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기존 상호관세 대부분을 무효로 하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0일 동안 적용되는 임시 10%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10% 보편관세가 종료되는 시점에 즉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새 관세를 적용해 글로벌 관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노동·인권 문제를 미국의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각국 언론에서도 이번 관세 조치가 기존 관세 정책을 대체하는 수단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찾기 위해 강제노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명백히 보호무역을 위한 구실”이라고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기존 관세가 무효화된 이후 미국이 새로운 법적 틀을 통해 관세 장벽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전쟁… 미국 중심 통상전략의 확대
여기에 더해, 미국이 위구르 문제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견제를 위한 통상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문제를 인권 의제로 제기하면서 이를 태양광을 비롯한 전략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연계해 추진해 왔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경제안보 정책은 인권, 공급망, 산업경쟁력, 대중국 견제를 상호 연계해 추진해 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이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고, UFLPA를 발의한 의원들도 당시 “미국 기업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UFLPA와 이번 301조 ‘강제노동 관세’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UFLPA를 통해 중국 견제에 활용됐던 미국의 규범이 이젠 한국, 일본, EU,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교역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중심의 통상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인권 보호를 내세웠지만, ‘강제노동 관세’의 실상은 결국 미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 그리고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통상압박 수단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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