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1 ~ 2010.01.24
Thailand, Cambodia, Laos
요즘 sbs방송의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로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패떴의 출연자인 김종국이 낚은 참돔이 사실은 낚시질로 걸린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걸어 놓은 것란다.
이에 일부 시청자와 네티즌은 방송 조작이라며 소동을 피우고 언론은 이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어처구니 없군.
언제부터 패떴이 다큐 프로그램이 되었나? 그거 웃자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 아닌가?
방송국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드라마도, 교양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 맞단다.
예능 프로그램에 사실성을 따지는 꼬라지라니...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꼴이다.
그럼 거기 나오는 출연자들의 성격이 평소 성격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들이 실제로 농촌일을 돕는다고 생각하나?
얼마 전에는 MBC 방송국의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는 한 아역배우의 안티 카페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 아역배우가 매우 얄미운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게 꼴보기 싫어서란다.
이제 사람들은 미디어의 환상을 실제로 여기는 지경에까지 다다른 것인가?
지금이 바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이로운 순간이란 말인가?
실제의 세계에서는 온갖 불법과 비리, 불의가 판을 치는데, 사람들은 환상 속 장난질에 분노하고 있다.
마치 현실과 가상이 뒤바뀐 듯 하다.
현실에 외면하고 가상에 빠져버린 사람들.
그리하여 현실을 지배하려는 악당들은 손쉽게 세상을 얻고 있다.
사람들을 가상 속 허수아비 괴물과 맞붙이면서 말이다.
내일 아침 조회 시간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애들아, 이제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네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우리나라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단다.
이번 중간고사에 우리반이 꼴등했잖니. 기말고사 때에는 모두 컨닝페이퍼를 만들자.
그래서 당당히 전교 일등을 하자.
그래도 괜찮냐고? 당연하지.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는데, 2009년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상식이고 진리란다."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의 '주옥같은'(빨리 발음할 것) 판결을 존중합니다.
덧붙여,
"부당한 일을 당하거든 맞서지 말고 그냥 포기하렴.
괜히 목숨 걸고 나서면 나쁜놈만 된단다.
그리고 억울하면 돈 많이 벌어서 복수하렴.
참고로 돈을 벌 때에는 훔치든지 사기를 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할 거야."
2009년 10월 28일 사법부의 '주옥같은'(역시 빠르게 발음) 판결을 존중합니다.
오후 8시 33분 시작.
글쓰기를 가르치면서도 글쓰기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이제부터 꾸준히 글을 쓰기로 했다.
허나 문제는 글을 한 편 쓰기로 마음 먹으면 적어도 1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대기만성형...혹은 묵힌 김치형이라 믿고 있는 터라 즉흥적인 글쓰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뒤 맥락 없는 자동기술은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예전에 교사 연수에서 1분 글쓰기를 했는데, 연수생 80여명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글자를 적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남자라는 사실에 주변에서 개미 눈꼽만큼 놀라더라.)
하지만 논리적인 글은 머릿속에서 대강이라도 완성을 해야 쓰기 시작하는 습성이 있는지라
평소 욱~하지 않는 한 잘 안 쓰는 편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 때까지는 수십번의 퇴고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고로
글 한 편을 쓰려면 큰 결심이 서야 한다.
그런 어느날 문득 이러다가 그동안 쌓아 놓은 -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 글쓰기 능력을 홀랑 까먹을까봐
꾸준히, 대신 짧게 20분 동안만 가벼운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까지 정확하게 10분 걸렸다.
원래는 10분 글쓰기를 하려고 했는데 글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10분이면 중간도 못가서 글이 끊길 것 같더라.
마치 볼 일보고 뒤를 닦지 않은 기분이랄까? (난 그런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그리하여 10분 추가라는 세기의 결단(?)을 내리게되었다.
앞으로 20분 글쓰기는 주 3회 정도를 실시할 예정이고, 주제는 '니 맘대로' 아니, '내 맘대로'일 것 같다.
우선은 쓸 말이 많이 없으니 학교 이야기(말이 좋아 이야기. 솔직하게 표현하면 푸념 내지는 뒷얘기)
혹은 빌어먹을 미키마우스와 그 악당들 이야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쓰니 5분 남았다.
그런데 쓸 말이 없다.
더럽지만 아까 들었던 화장실 비유로 얘기하자면
모든 것을 놓아주었는데도 뱃속에 잔당들이 남은 것 같은...그러나 나오는 것은 한숨뿐인 그런 상태??
뭐, 애초 계획이 20분 내에 글 한 편을 쓰자! 였으니 이만 마치련다.
8시 49분 끝.
가을비가 내렸던 지난 월요일의 일이다.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중간중간에 비가 그친 터라
퇴근 길에 보니 우산이 없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게다가 빗줄기도 굵지 않은 부슬비라 사람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빗속의 정취라 유유히 우리집 단지에 들어서는데,
어느 유치원 꼬마 아이가 자기 몸통만한 가방을 들고 비를 맞고 가는 것이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에 우산을 씌워주려 했다가, 어린 아이인데다가 여자아이여서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래서 얼른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입구까지 왔는데, 알고보니 같은 동의 아이였다.
아이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그리고 용기를 내어 도와주지 못한 내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날 저녁 사촌 동생들과 오랫만에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옆동네로 걸어서 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역시나 우산 없는 이들이 몇몇 보였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그때 내 옆에서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힘겹게 비를 피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까 오후에 있던 일도 있고 해서 슬그머니 다가가 우산을 씌어주었다.
아이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길래 씨익 웃어주면서 잠깐만 비를 피하라고 나긋나긋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아이는 무슨 위험(?)을 느꼈는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 했고
때마침 신호가 바뀌자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 아이는 멈춰 서서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자 더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리고 몇 번 더 뒤를 돌아보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그 아이는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 지겹게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납치, 유괴, 실종 뉴스도 접했으리라.
이 모든 것이 보잘 것 없지만 순수한 선의을 위협으로, 악의로 착각하게끔 만들었으리라.
언제쯤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착하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