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33분 시작.
글쓰기를 가르치면서도 글쓰기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이제부터 꾸준히 글을 쓰기로 했다.
허나 문제는 글을 한 편 쓰기로 마음 먹으면 적어도 1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대기만성형...혹은 묵힌 김치형이라 믿고 있는 터라 즉흥적인 글쓰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뒤 맥락 없는 자동기술은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예전에 교사 연수에서 1분 글쓰기를 했는데, 연수생 80여명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글자를 적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남자라는 사실에 주변에서 개미 눈꼽만큼 놀라더라.)
하지만 논리적인 글은 머릿속에서 대강이라도 완성을 해야 쓰기 시작하는 습성이 있는지라
평소 욱~하지 않는 한 잘 안 쓰는 편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 때까지는 수십번의 퇴고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고로
글 한 편을 쓰려면 큰 결심이 서야 한다.
그런 어느날 문득 이러다가 그동안 쌓아 놓은 -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 글쓰기 능력을 홀랑 까먹을까봐
꾸준히, 대신 짧게 20분 동안만 가벼운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까지 정확하게 10분 걸렸다.
원래는 10분 글쓰기를 하려고 했는데 글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10분이면 중간도 못가서 글이 끊길 것 같더라.
마치 볼 일보고 뒤를 닦지 않은 기분이랄까? (난 그런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그리하여 10분 추가라는 세기의 결단(?)을 내리게되었다.
앞으로 20분 글쓰기는 주 3회 정도를 실시할 예정이고, 주제는 '니 맘대로' 아니, '내 맘대로'일 것 같다.
우선은 쓸 말이 많이 없으니 학교 이야기(말이 좋아 이야기. 솔직하게 표현하면 푸념 내지는 뒷얘기)
혹은 빌어먹을 미키마우스와 그 악당들 이야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쓰니 5분 남았다.
그런데 쓸 말이 없다.
더럽지만 아까 들었던 화장실 비유로 얘기하자면
모든 것을 놓아주었는데도 뱃속에 잔당들이 남은 것 같은...그러나 나오는 것은 한숨뿐인 그런 상태??
뭐, 애초 계획이 20분 내에 글 한 편을 쓰자! 였으니 이만 마치련다.
8시 49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