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를 보려고 특별히 온 것은 아니고, 가끔 심심할 때 한 번씩 들르는데
평소에는 나 잠깐 보고 2,3학년 때 담임이셨던 여선생님들께 쪼르르 달려가던 녀석이
오늘은 군대 얘기까지 꺼내면서 한 시간 내내 나와 수다를 떨어주었다ㅎㅎ
그러다가 요즘 책 읽는 데 재미를 붙였다면서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란다.
...
함께 지내던 시절, 힘 좀 쓰고 껌 좀 씹었던 녀석이었어도
강한 책임감으로 또래 및 후배 말썽쟁이들 지도(단속)에 함께 했던 놈이라
안 그래도 예뻐했는데, 올만에 와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기쁘게) 했다.
요즘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며
명언도 많이 나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기에
함께 인터넷 서점을 들여다 보면서 책을 골랐다.
그 중에서 제목도 목차도 딱 맘에 드는 책을 하나 고르더니
집에 가는 길에 사 본다고 제목을 적어달란다.
무심결에 그러마하고 포스트잇에 제목을 옮겨 적다가
불현듯 예전부터 품었던 소원 하나가 떠올라 펜을 놓고 대신 키보드를 끌어 당겼다.
"너 어디 사냐? 주소 불러봐"
"예? 왜요?"
"잔말 말고 읊어봐."
"서울시 어쩌고 저쩌고~"
마지막 결제 버튼을 누르고 뿌듯한 마음에 그 녀석을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네가 집에 사들고 가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하겠지? 재미나게 읽어라."
녀석은 학교 놀러왔다가 책 한 권 얻어갔고,
나는 선물같이 놀러 온 그 녀석 덕에 제자에게 책 선물하는 소원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