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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8  ...첫 제자 덕에 소원을 풀다...
  2. 2013/03/26  ...빨간 고양이 탐 이야기...
  3. 2013/03/18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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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3/01/18  ...어린왕자의 가면...을 읽고
  8. 2012/12/05  대선 토론 후기
  9. 2012/12/01  ...우리집...
  10. 2012/11/14  ...퇴근 길 풍경...
첫 제자 놈이 학교에 놀러왔다.
뭐 나를 보려고 특별히 온 것은 아니고, 가끔 심심할 때 한 번씩 들르는데
평소에는 나 잠깐 보고 2,3학년 때 담임이셨던 여선생님들께 쪼르르 달려가던 녀석이
오늘은 군대 얘기까지 꺼내면서 한 시간 내내 나와 수다를 떨어주었다ㅎㅎ
그러다가 요즘 책 읽는 데 재미를 붙였다면서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란다.
...
함께 지내던 시절, 힘 좀 쓰고 껌 좀 씹었던 녀석이었어도
강한 책임감으로 또래 및 후배 말썽쟁이들 지도(단속)에 함께 했던 놈이라
안 그래도 예뻐했는데, 올만에 와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기쁘게) 했다.

요즘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며
명언도 많이 나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기에
함께 인터넷 서점을 들여다 보면서 책을 골랐다.
그 중에서 제목도 목차도 딱 맘에 드는 책을 하나 고르더니
집에 가는 길에 사 본다고 제목을 적어달란다.

무심결에 그러마하고 포스트잇에 제목을 옮겨 적다가
불현듯 예전부터 품었던 소원 하나가 떠올라 펜을 놓고 대신 키보드를 끌어 당겼다.
"너 어디 사냐? 주소 불러봐"
"예? 왜요?"
"잔말 말고 읊어봐."
"서울시 어쩌고 저쩌고~"

마지막 결제 버튼을 누르고 뿌듯한 마음에 그 녀석을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네가 집에 사들고 가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하겠지? 재미나게 읽어라."

녀석은 학교 놀러왔다가 책 한 권 얻어갔고,
나는 선물같이 놀러 온 그 녀석 덕에 제자에게 책 선물하는 소원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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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0:20 2013/04/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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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털을 가진 고양이가 살았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고양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어떤 고양이도 그에게 그루밍을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털색이 불운을 몰고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자신의 꼬리와 술래잡기를 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때 탐은 마을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무작정 길을 나서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둥이를 높이 들고 우아하게 뻗은 자신의 수염을 바람에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전해주는 무수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그의 수염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수염이 제일 흡족하게 떨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습니다. 세 번의 낮과 밤이 지난 후 도착한 곳은 어느 바닷가 마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수염을 간지럽힌 것이 바로 바다를 가득 채운 생선의 비릿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탐은 바다 가까이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마을에서도 미움을 받은 그였기에 작은 몸 하나 숨길 수 없는 텅 빈 해변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쌓아 놓은 그물 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저 멀리 흔들리는 바다를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꼬리를 말아 앞발 위로 올려놓고 바다에 푹 빠져 있던 탐은 혀를 동그랗게 말며 하품을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웬 꼬마아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탐은 두려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욕을 하며 돌을 던질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는 예상과는 달리 잠시 동안 탐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는 휙 뒤돌아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순간, 탐은 아이 입가에 번진 작은 미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빨간 고양이 탐은 용기를 내어 그 아이를 따라 갔습니다. 고양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눈치 채지 않게 걸을 수 있었기에 아이 몰래 따라가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깡충거리며 뛰어가던 아이는 빼꼼히 열린 대문 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탐은 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아이가 들어간 현관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탐은 그 사이 아이에게도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담 아래로 뛰어내리려 앞발을 허공으로 내딛는 그때 현관이 다시 열리고 아이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탐의 눈에 비친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품에는 탐스런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탐의 수염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 마을을 떠날 때 자신을 이끌었던 그 떨림이었습니다. 두 고양이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뛰어내리더니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수염의 미세한 진동이 점점 커졌고 이윽고 심장에까지 다다르자 둘은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르릉 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서로의 고운 품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바닷가 마을에서는 빨간 고양이와 주황 고양이가 사이좋게 바다에 앉아 그들의 털만큼이나 고운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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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6 21:51 2013/03/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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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그렇게 말한 건.

그 문장이 평소처럼 가슴에서 솟구쳐 머리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폐를 거쳐 혀를 타고 그 사람 귀에 가 닿은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람을 보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지겨우리만큼 상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건 남자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거였다. 짜릿하고 황홀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그 말도 그랬다. 그 사람이 들으면, 어쩌면 흘려듣는 게 당연한 의례적인 칭찬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품어서는 안 되는 마음을 들켜버린 듯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방금 전, 나를 스쳐 앞으로 뛰어가던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서며 나를 보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겨우내 입 속에 간직한 그 말을 터트리고 말았다.

“옷이 참 잘 어울려요.”

웃으며 돌아서는 그 사람 뒤로 밤사이 내린 봄비에 젖은 운동장 모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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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22:59 2013/03/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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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2013/03/18 22:59 세상쓰기(소설)

일요일이다. 성스럽게 미사를 보고 집에 와 거룩하게 밥을 먹고 회개하듯 잠을 잤다.

 

소파 속에 빠진 절대 반지를 찾아 헤매다가 경건하게 해가 질 때 쯤 정신을 차렸다.

 

새롭게 선출된 교황의 첫 강복 메시지를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첫 소설을 쓴다.

 

또 다시 시작될 내일의 출근길에 늘 그렇듯 등 뒤에 붙어갈 가방 속에는 일거리가 수북히 쌓였다.

 

할일 없어 시작한 소설도, 해야만 해서 시작한 소설도 아니라 일감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볍다.

 

가벼운 글자들이 무거운 출근길에 설레는 봄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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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7 20:56 2013/03/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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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7... :: 2013/03/17 20:56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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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19:46 2013/02/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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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월... :: 2013/02/26 19:46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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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01:46 2013/02/2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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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쓰는 서평이다.


김상태 씨가 쓴 <어린왕자의 가면>을 읽고 몇자 적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어린왕자'라는 이야기에서

우리가 간과해던 어두운 이면을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삶과 연관지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일단 주제만을 놓고 보면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에 딴죽부터 걸고 보는

나와 같은 삐딱이 부류에게는 참으로 군침 도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이 책을 이번처럼 페이스북의 어느 유명한 작가를 통해서 추천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서점에서 들춰보고 맛보아 가며 골랐다면 아마 내 수중에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주제를 전달하는 표현방법이었다.

작가는 어린왕자가 순수의 결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오만과 배제의 폭력으로 점철된 '배척과 추방의 화신'이라고 하고 있다.

그것이 어느 삐딱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엉뚱하고 어설픈 해석이 아니라는 것도

생텍쥐페리의 여러 작품과 삶 그리고 관련 자료를 인용하여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것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가지 화자의 거친 숨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의 책은 화자가 흥분하지 않고 조곤조곤 풀어나갈 때 그 충격이 배가된다.

화자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인식의 틀에 아주 가느다란 균열을 조금씩 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때로는 화자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더욱 더 강하게 웅크려 조금의 균열도 허락치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화자는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려는 듯 거칠게 달리고 있다.

마치 썰 잘 푸는 선배가 악거리집에서 한 두 잔 걸치고는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모든 것을 쉼없이 늘어 놓는 일장연설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 책의 의도와 주제는 매우 훌륭하다.

이와 같은 신선한 시각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의 화자가 그렇게 거칠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이 서평을 쓰는 내가 괜한 딴죽을 걸고 있는지

그대가 한 번 판단해보라는 뜻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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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9:24 2013/01/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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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선 토론은 정책 검증 시간인가?
 대답은 '아니오'일시다. 대선 토론은 서로의 정책을 '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없다.
 정책이 궁금하면 그들의 정책 공약집을 보면 된다. 또는 각종 언론에서 비교해 주는 데이터를 봐도 무방하다. 어차피 공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일 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SF 블록버스터급 구라가 아니면 그럴싸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대선 토론 나와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내가 내일부터 한 시간 일찍 일어나겠다는데 그걸 가지고 논증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그럼 대선 토론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의 미래, 비전만을 보고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짐작하여 관계를 맺는다. 대선 토론도 마찬가지이다. 공약은 미래의 일이다. 공약 검증은 임기 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대선 토론은 대선주자의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의 행적에 의해 공약의 현실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넌 내일 일찍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어제까지는 늦잠 잤잖아.'라는 얘기만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의 토론을 총평하자면 박근혜는 멍청했고, 문재인은 순진했으며, 이정희는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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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13:04 2012/1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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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13:22 2012/12/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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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 2012/12/01 13:22 풍경
퇴근하는 길, 골목 입구에서 수컷 고딩 두 마리가 자전거를 세우더니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직업병 발동하야 두 마리에게 성큼성큼 접근,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어 담배를 요구하는데...

...
이건 뭥미?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손에 든 두 개비의 담배를 내놓길래
옳거니 호구구나 하고 주머니에 있는 담뱃갑도 함께 바치거라 하니 고딩 왈,
구석에서 피우는데 왜 참견이시냐, 그리고 왜 형한테 내 놓아야 하느냐며
겁대가리를 안방 장농에 고이 쟁여두고 온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더이다.
형이라는 한 글자에 너에게로 날아가 한 마리 형이 되고 싶었으나
스며오르는 미소를 어금니로 꽉 채워두고는
두 마리를 머리어깨무릎발 무릎발 순으로 훑으니,

순간 섬광처럼 낯익은 교표가 내 동공을 거쳐 망막에 들어오더라.
오호 백운대 정기 받아 우뚝 선 영광의 전당 내 모교 아니던가?!
겉옷을 젖혀, 어쩌면 집안 어르신이 크게 되라고 큰 돈 쥐어주고
지어 왔을지도 모를 그 녀석의 이름 석 자를
소리 내어 읊으며 내 두 눈에 고이 박아두고는
본인은 자네 학교의 8회 졸업생이며,
무엇보다 형이 아니라 중학교 생활지도 교사이니라 하고 신분을 밝히니
두 눈으로 우리가 주옥같이 되었구나 하더라.

마지못해 꺼내는 마.세 한 갑을 조심스레 건네 받아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고이접어 나빌레라 하고
내일 학교로 연락하여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 주마 한 마디만 남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니
두 고딩은 부지소종이니라.

<방선감의록 중에서>

문> 위 소설의 주제로 알맞은 것은?

① 부러진 담배도 다시 봐야 한다.
② 담배는 외진 곳에서 피워야 한다.
③ 골초 고딩 두 마리는 열 교사 안 부럽다.
④ 담뱃갑은 허리띠와 등 사이에 숨겨야 한다.
⑤ 주인공 방씨는 최강동안으로 고딩에게도 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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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 17:55 2012/11/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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