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다, 그렇게 말한 건.

그 문장이 평소처럼 가슴에서 솟구쳐 머리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폐를 거쳐 혀를 타고 그 사람 귀에 가 닿은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람을 보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지겨우리만큼 상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건 남자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거였다. 짜릿하고 황홀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그 말도 그랬다. 그 사람이 들으면, 어쩌면 흘려듣는 게 당연한 의례적인 칭찬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품어서는 안 되는 마음을 들켜버린 듯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방금 전, 나를 스쳐 앞으로 뛰어가던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서며 나를 보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겨우내 입 속에 간직한 그 말을 터트리고 말았다.

“옷이 참 잘 어울려요.”

웃으며 돌아서는 그 사람 뒤로 밤사이 내린 봄비에 젖은 운동장 모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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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22:59 2013/03/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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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2013/03/18 22:59 세상쓰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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