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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9
    그냥(5)
    손을 내밀어 우리

그냥

그냥 쓴다.

 

술 실컷 마시고 나서도

술을 더 마시고 싶은 날이 있는데

 

술을 실컷 마신 것도 아니고

얘기를 시원스럽게 듣거나 얘기를 한 것도 아닌 날에는

술을 더 마셔야 하나, 얘기를 더 들어야 하나.

 

가로등 아래

남은 네 사내가 함께 걸었고

나머지술을 (나머지공부처럼) 쬐금 마셨고 아쉽지만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면서

서울에서 술마시는 동무들과 전화통화를 했고

집에 오자마자 대전에서 술 마신 동지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내일 아침 도시락 반찬을 하나 만들었고

30분의 반신욕에 몸을 묻었고

음, 부자가 된다는 책을 30페이지쯤 읽었다.

(나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더라!)

 

그냥 얘기를 하거나

그냥 얘기를 듣고 싶다.

 

오늘 내가 받은 문자메시지에 담긴 처절한 투쟁과 인간의 실존에 대하여,

차라리 취하지 않음으로 하여 차곡차곡 저장해야 하는

하루치의 기억과 하루 이상의 망각에 대하여

(망각 속에는 남고자 하는, 기억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나는 말하고도 싶다.

 

누구라도 전화를 걸어온다면

누구라도 내게 술이나 말이나 공감을 청한다면

오늘 하루쯤은

그냥 다 될 것 같다.

 

이렇듯 내가 나 아닌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나를 나처럼 인식할 때가 있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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