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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1
    이름(6)
    손을 내밀어 우리

이름

"당신은 몇 명의 이름을 부르며 살고 있습니까? '팀장님!', '저기요~', '엄마야?'에서 '야!'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대체할 만한 수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기억하는 건, 행인1과 그를 구별하는 첫 번째 신호탄인 셈입니다. 누군가에게 붙은 고유한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인물의 기운이 담겨있기 마련이지요."

 

아침에 무심하게 신문을 보다가 덜컥 눈에 밟히는 구절이 이것이었다. '당신은 몇 명의 이름을 부르며 살고 있습니까?'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이름들을 부르며 살았다. 대학시절까지 친구들의 일상적인 별명조차 무시하고 이름만 부르곤 했는데, 피씨통신으로 사람들과 사귀면서 아이디가 슬그머니 이름을 자처하고 나서기 시작했고, 한 때의 직책이 이름을 대신하기도 했다. 산오리, 바두기, 날세동 같은 이름들이 앞의 것이라면, 권부, 연부, 꽉부 같은 이름은 뒤의 예가 되겠다.

 

내가 만난 사람들, 무수히 많고, 삼사십년 전의 이름일지라도 기억에서 지워진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의 연인은 하나지만 남몰래 그리던 님들은 열손가락이 모자라고, 또한 나의 벗들은, 동무들은 셀 수가 없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논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감사의 글에 나는 감히 이렇게 썼었다. 그 때 셀 수 없이 많았던 그 이름들은 지금은 전지구적으로 흩어져 살고 있지만, 내 머리 속에 내 가슴에 뜨겁게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때 무수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살아왔으니 어떨 땐 내 머리와 내 심장이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실없는 소리를 스스로 하곤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들이고 그만큼 그 이름들이 소중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내가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고 스치는 한 사람 한 사람 또한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가.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이름을 알고 모르는 것의 차이인듯 싶다.

 

여지없이 취해서 들어온 다음날 아침, 신문 기사 한조각에서도 내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취가 느껴져서 한마디 썼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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