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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우리 아파트는 1992년 12월엔가 입주를 시작했고

내가 들어와서 살기 시작한 것은 1993년 3월부터이다.

아파트를 지은지 어언 18년이 지났고

몇 년전에 주민들 사이에 큰 분쟁이 있기도 했지만

낡은 중앙난방을 지역난방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3천 세대가 넘는 규모 있는 아파트 단지라서

공사기간만 하더라도 석달쯤 되는 모양인데,

드디어 이번 주가 우리 집 차례이다.

주방과 주방에 연결된 발코니에 구멍을 뚫고

새로운 난방관을 집어넣고 계량기도 설치하는가 본데

문제는 주방과 연결된 발코니를 비우는 일이었다.

 

지난 일요일 밤새

발코니에 설치된 붙박이 책장에 있던 것들과

그 앞을 가리고 있던 케케묵은 박스들을 정리하느라 땀 꽤나 쏟았다.

대학 이후 30년간 내가 살았던 흔적들이

수첩, 노트, 메모지, 소식지 따위에 즐비하다.

 

거기에서 발견된 것들,

내 것이기도 하면서 낯설기도 한 옛날 옛적의 흔적들을

틈틈이 여기에 정리해 보자.

이번 공사가 아니었으면

이것들을 언제 한번 들여다 봤을까 싶다.

 

우선, 아래 수첩들은 81년, 84년, 86년에 내가 썼던 메모장들이다.

여기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는 천천히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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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래 술병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묵직한 박스가 하나 있어서 열어봤더니

95년인가 다른 연구소에 다니던 친구가 프랑스로 2년간 포닥을 나가면서

나한테 맡긴 술인데, 다 마셔 버려도 상관없다면서 그냥 준거나 다름없었다.

(그 친구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으니 아마 시골 부모님이나 친척이 주신 거 아닌가 싶다.)

 

근데 받아서 보관만 하고는

세월이 지나면서 이 술병들의 존재 자체를 깡그리 잊고 살았던 거다.

라벨을 보니 1991년 2월 8일로 되어 있다.

더덕주 2병, 그리고 매실 비스무리하게 생긴 2병.

20년 가까운 세월을 저 혼자 익어간 이 술들은 맛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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