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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새순] 에 관련된 글.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 장보러 가는 길에 충남대에 들렀다.

 

목련과 개나리는 한바탕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있었고

길 가로 늘어선 벚나무들은

울창한 아치형의 꽃길을 만들어 사람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헐벗은 나뭇가지에서 

연두빛 바탕에 보라색이 은은히 감도는 새순이 움트는 것을 보고는

그냥 사진 몇 장 찍었는데,

그것이 라일락이라는 걸 풀소리 덕에 오늘에야 알았다.

 

'라일락 꽃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송이 잎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이런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교정에서 늦도록 막걸리를 마시던 때도 있었는데,

라일락 대신에 수수꽃다리라는 우리말로 부르면서

이것저것 아는 체 한 적도 있었는데,

대충 살다보니

라일락도 어느새 꽃내음만 기억하는 추상명사가 되어버렸구나.

 

오늘, 우리 아파트 앞마당에서

변종이나 개량종이 아니라 토종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수수꽃다리속의 나무 한 그루 찾아서 사진 몇장 더 찍었다.

 

내 가까운 곳에 늘 있으면서도

나한테 잊혀지는 존재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아프게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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