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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맨날 술을 마신다.

 

술 마신다는 사실이 어찌 중요하겠는가,

술을 사이에 둔 숱한 관계들을

나는 술이 취해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더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오늘,

초저녁에 회의 하나 마치고

회의 성원 중의 한 동지가 결혼한 짝도 만나고,

밤늦게 약속했던 동지랑 장례식장에도 가고,

그 장례식장에 넘치게 모였던 오늘/옛 동지들도 드디어 가고,

하루 종일 빼놓은 일정은 하나도 없지만.

 

맨날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기실

맨날 사람들이 웃통 벗어제끼고 한 바탕 하는 것,

맨날 명동 한가운데서 버럭버럭 차력하는 사내들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따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

 

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연구소에 들어가서

곧 짤려나갈 동료의 해고사유가 말도 안된다는 것,

그 사유가 곧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훨씬 더 멋드러진(괜찮은) 성과를

그가 낼 것이라고, 그걸 믿게 하자고,

역설했다.

 

내일 다시 나는

어떤 누군가에게 사정하게 될 것이다.

살게 하라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당신들이 권력을 쬐금 가졌다고는 하지만

무엇 하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권한을 가지지 않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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