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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음식의 맛은

두말 할 것 없이 신선한 재료에서 시작된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음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조화로움은

바로 손맛의 근원이다.

 

하지만 이따금 난

우리네 향신료들에게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청양고추 하나만 넣어도

된장찌개의 맛이 선연하게 달라지고,

초생강이나 고추냉이가 없는 생선회는 차라리 구이만 못하다.

 

장충동 족발은 생마늘 하나 얹어야 소주 맛을 더하고,

마른 고추를 기름에 볶으면

뜨거운 국물에서 오는 절세의 시원함을 미리 맛본다.

 

파는 간혹 넉넉히 쓰기도 하는데,

황태국이나 육개장에 그득한 대파의 허연 살을 베어먹다 보면

방금 마신 술기운조차 온데간데 없다.

 

내 몸뚱아리,

신선한 재료가 되기에는 너무 낡았고,

내 머리 속 온갖 잡생각들,

해묵어도 좋을 말린 향신료보다 남루하고 쓸모없다고,

일요일 자정 넘도록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생강 몇 덩어리를 정리하다가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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