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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사춘기에 접어들고부터

내복이라고 입어본 적이 없는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나 남방으로 보면

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그대로인 내가,

오늘은 이거,

바지 아래 내복이라도 입어야 했나 하는 생각,

두꺼운 쉐타라도 걸치고 나올 걸 하는 생각,

10년 전에 썼던 가죽장갑은 어디다 두었지 하는 생각,

그런 생각들.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서울은 영하 11.6도까지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로 치달렸다는 날,

소소한 집회 기껏 두 개 참석하면서

그렇게 맘 약한 생각 참 많이 했다.

 

한밤중까지 여의도에서 동장군과 씨름할 줄 알았는데,

한나라당이 사학법 강행처리를 빌미로 개기는 바람에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가 무기한 미뤄지고

그 덕/탓에 우리 투쟁 일정도 바뀐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만큼 여러 날을

더 고생해야 하는 동지들 보면서 당장에 한판

붙자고 짐짓 큰소리라도 치고 봐야 하나,

그런 쓰잘 데 없는 생각도 틈틈이 들었다.

 

추워서인지

나태해져서인지

긴장이 풀린 탓인지...

 

오늘 청와대 앞에서는

전용철 범대위 소속 전농대표단이

천막도 치지 못한 채 이 강추위 앞에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는데-



여의도, 낮 2시,

비정규권리보장 입법쟁취/ 긴급조정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300명이 모이기로 결정했는데, 100명이 채 안되더라. 작은 카메라에 쏘옥 들어왔다.

 

언제나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우리 수석부위원장.

 

요즘 집회에서 빠지지 않는 산비노조 깃발,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동지들, 파업이 오늘로 47일째던가, 모범적이고 헌신적으로 투쟁하다가 벌써 3번씩이나 줄줄이 연행되었다.

 

산업인력공단 안, 산비노조 천막농성장 앞 풍경.

 

중앙노동위원회, 여기도 공권력이 없이는 위태로운 듯...저 뒷편 로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오후 4시, 긴급조정 발동에 대한 규탄집회, 중노위 앞.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신만수 위원장의 연설, "우리 노조는 비정규투쟁에 함께 할 것입니다. 여기 공개적인 장소니까, 이렇게 얘기하겠습니다. 우리 노조가 지난 8일에 우연히! 파업투쟁을 했지않습니까? 내년에도 우연히! 동지들과 함께 파업투쟁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2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습니다. 긴급조정으로 분루를 삼킨 것을 반드시 투쟁으로 되갚아줄 것입니다." 이런 요지의 얘기였다.

 

저녁 6시, 을지로 입구 지하철역, 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와 서울지하철노조가 함께 마련한, 시민공연 "광화문 음악회" - 오늘로 세번째 봤지만, 볼 때마다 좋다. 지금 공연이 곧 투쟁이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을 정도로.

 

관람중인 시민들...남.녀.노.소...그리고 우리 동지들.

 

언제나 밝은, 저 동지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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