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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나는 나대로 바쁘고

아내는 5월에만 2번의 국외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가문비는 다음 주에 첫 시험이라고

평소보다 잠자는 시간을 늦추어 아빠의 귀가 시간까지 견디는데...

 

오향장육에 소주 한잔 가볍게 걸친 날에

가쁘게 집에 왔더니

하, 아이들 반찬거리가 떨어졌단다.

 

막 잠자리에 든 가문비에게 묻는다.

-뭐 먹고 싶으냐?

=갑자기 햄버그스테이크가 먹고 싶은데...

-그것만으로 되겠냐?

=고추장볶음도 있고, 오늘 김은 샀어...

-그래 잘 자라, 아침까지 해 놓으마.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24시간 문을 여는 할인점을 찾아가서

아이들의 먹을 거리들에다가 내 도시락반찬까지 찾는다.

 

일찍 자고 싶은 날에, 그래서 또 늦었다.

 

쇠고기며 돼지고기며 야채며

모두 다지고 섞고 한꺼번에 치대고...

그렇게 주방의 모든 일 다 끝낸 다음에

음식물찌꺼기만 따로 모아 현관을 벗어나니

 

헉---

숨이 막히다.

털썩, 주저앉을 뻔 했다.

 

아직도 지지 않은

라일락 꽃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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