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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일시: 2005년 3월 9일 수요일 오후 3시
ㅇ. 장소: 민주노총 2층 상황실
ㅇ. 참석: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ㅇ. 사회: 차남호 편집국장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다고 속시원히 다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3월 15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들은 서로 공유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3의 대안도, 절충의 가능성도 잘 보이지 않고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이다.
정리한 내용을 메일로 받았는데, 내 말뜻이 조금은 다르게 정리된 내용도
있지만, 그것도 기록자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말을 정확히 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어서, 특별히 걱정되는 표현 한두군데만 손보고 그대로 인정했다.
<노동과 세계>에 실릴텐데, 여기다가 미리 올리면 혼날려나....?^^;;
참...
당초 주어졌던 주요의제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교섭'에 대한 역사적, 종합적 판단
2. '참여:불참'의 대립구도를 벗어나 '제3의 대안'은 없나?
3. '사회적 교섭안'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판단(평가)
4. 3월 15일 임대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거기에 임하는 대의원의 태도는?
5. (상대방이 아닌) 의견을 같이하는 분들(조합원, 대의원)에게 당부의 말씀
<좌담> 사회적 교섭과 민주노총의 진로
“2004년 결정 따라 처리하고, ‘충돌’은 피하자”
대체로 의견접근…갈등해소 돌파구 될까
◇일시 : 2005년 3월9일(수) 오후3시
◇장소 : 민주노총 2층 상황실
◇참석 :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사회 : 차남호 편집국장
사회> <노동과 세계>는 그 동안 사회적 교섭과 이를 둘러싼 조직내 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힘써 왔다. 오늘은 3월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이견의 주요 당사자들을 모시고 그 동안의 논의를 총정리하는 한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사회적 교섭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이상학> 우선 용어 문제인데, 사회적 교섭이란 ILO 등에서 쓰는 ‘사회적 대화’라는 넓은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코포라티즘)도 사회적 대화의 하나지만 민주노총이 제시한 사회적 교섭을 곧바로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노사정을 비롯한 사회․경제주체들이 주로 사회적 의제를 놓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교섭의 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합의가 가능할 수도, 쟁점화로 끝날 수도 있는 열린 공간이다.
유럽 사례를 들어 사회적 합의주의가 가능하려면 높은 노조조직율, 노사단체의 중앙집중화, 강력한 진보정당․친노동정부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이는 70년대의 ‘구 코포라티즘’의 경우에 해당한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조건에서는 이것이 작동하지 않음이 입증됐다. 과거엔 계급타협적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유럽을 보면 지난해 엄청난 파업이 일어난 네덜란드에서 보여지듯 다른 양태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경험이 없는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는 노사정 주체들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기도 한다.
참여-불참은 여전히 '팽팽'
이성우> 이름을 사회적 교섭이라 하든 노사정협의체라 하든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노동계는 과거 노사정위를 통해 한번도 무언가를 이뤄낸 경험이 없다. 얼마전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노사정위 합의사항 중 이행되지 않은 건 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했던 ‘단협실효성 보장’의 경우 사용자 처벌조항을 다 빼서 현장은 말도 못하게 당했다. 공무원노조도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화와 투쟁의 산물이었는데 결국 제한적인 단결․교섭권만 법제화하는데 그쳤다. 이밖에도 더 있는데 굳이 유럽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노사정 대화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학> 한국의 노동정책은 ‘노동배제’가 기본이고 지금도 방법이 바뀌었을 뿐 마찬가지다. 군사정권 때는 물리적으로 배제했는데 지금은 대화로 포장해서 배제하고 있다. 또 하나 교섭의 성과는 어차피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단체교섭에 합의하더라도 언제 휴직조각이 될지 모르니 ‘휴전협정’이라 할 만하고, 전투는 계속되는 것이다. 법의 보호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여기서 교섭과 투쟁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우리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투쟁과 조직력인데, 이것과 교섭을 잘 배치해서 궁극적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성우> 사회적 교섭을 잘 배치해서 활용할 측면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 이전에 ‘왜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실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은 자본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IMF 경제위기 이후 재벌 계열사 일부를 포함해 우량기업은 초국적자본에 먹혔다. 과실을 초국적자본에게 빼앗기고 그 몫을 안에서 찾다보니 비정규직 양산, 경기위축, 빈부격차 심화 등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법과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자본의 이익을 공고히 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서 사회적 교섭은 우리보다는 자본쪽에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은 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이 계속 양보하고 빼앗길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상학> 사회적 교섭을 놓고 ‘참여냐 불참이냐’로 논의되는 건 안타깝다. 사회적 교섭 ‘전술’의 유용성과 우려되는 점, 고려사항에 대해 논의해야 할 텐데 참여파-반대파로 나뉘어서 본질적 문제를 놓치는 것 같다. 그 본질이란 어떻게 하면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이익과 전체사회를 위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쪽은 참여하는 게 유용한 전술이라고 보는 반면 한쪽은 참여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참여와 불참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그런 논의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이 처장의 주장과 관련해 한국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처지는 다르다. 개별자본으로서는 이익을 최대화하면 되고, 또한 그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권으로서는 권력을 유지하고 재창출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려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불만이 해소돼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등은 곧바로 정치적 부담이 된다. 이렇게 봤을 때 자본은 사회적 대화를 원치 않는 반면 정권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필요로 한다.
한편 1998년 이후 우리 경제구조는 외국자본에 크게 잠식당하는 등 급격히 바뀌었다. 세계화 추세 속에 자본도 어려워졌고, 정부 또한 운신의 폭이 줄었다. 설령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자본에 대한)근본적 규제는 어렵다. 이런 환경변화를 고려해 노동이 적극 개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본다. 또 하나는 노동배제․통제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에서 개입하고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득실은 힘에 달려 있는 것이니 만큼 교섭의 장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성우> 개입의 여지가 확대됐다는 데 동의할 수 있는데, 그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 과연 대의원대회 파행까지 무릅써야 할 문제인가. 개입력 확대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단결력이 약화되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본다.
박순희> 70년대부터 노동운동 해왔지만 교섭은 ‘소리 없는 투쟁’이다. 교섭은 ‘문지방’ 같은 것으로 단결과 투쟁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반드시 교섭은 필요하다. 예전엔 단위사업장에서 교섭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웠다. 이와 비교해 볼 때 10년차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놓고 논쟁하는 것은 발전이고, 노동문제가 그만큼 사회화됐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사회적 교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사회적 교섭에 대해 거부반응이 나올까. ‘98년 노사정위의 악몽’이라 표현했는데 왜 나쁜 기억, 실패한 경험만 생각할까. ‘자라보고 노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는데 거기서 탈피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조합원 대중과 함께 힘있게 조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념적이고, 관념적이며, 외국사례와 학문적인 것으로 꼬여 들어가니 답이 안 나온다고 본다. 노동운동은 노동자만 살자는 게 아니라 국민, 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사회적 교섭은 노동문제를 알려내고, 국민과 함께 가는 전술을 택해야 된다는 것이고,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대중도, 국민대중도 이에 대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 예로 비정규직 없는 가구가 없고, 문제를 느끼면서도 이 문제로 파업해도 정부와 기업주 대신 노동자를 욕한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적 교섭으로 끌어내서 예를 들어 노사정 공개토론 제안하고, 그것을 생중계 한다든지 알려낼 방법은 많다. 그걸 우리 틀로 끌어안고, 우리 것으로 삼을 생각을 하면 하나도 문제될 게 없다. 힘있는 놈들한테 먹힐 텐데 하고 걱정만 하면 노동운동 말아야지.
사회적 교섭틀을 통해 노동자의 힘을 키우고, 교섭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그 힘으로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들도 교섭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 투쟁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사회> 오늘도 확인됐듯이 민주노총 안에는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조직의 갈등과 파행을 부를 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참여와 불참 이외에 제3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
‘반조직행위’를 보는 시각
박순희>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이 2월1일 대의원대회처럼 단상을 뒤집어엎고, 신나를 뿌리고 하는 것은 폭력행위 이전에 반조직적 행위라고 본다. 집행부가 어떤 폐해를 끼쳤는지 하는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어용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몰아붙이는 행위가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가. 노동자가 분열되고,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좋아할 일이다. 집행부만 대의원대회 치르는 게 아니다. 조직적 관점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3월15일 대의원대회를 치러야 된다고 본다.
사회> 이 문제는 다음 주제인데 한 발 앞서셨다. ‘제3의 대안’은 없겠는가.
이성우> 방금 말씀하신 ‘반조직적 행위’ ‘폭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아주 예민한 문제다. 일단 민주노총 집행부가 있고, 그 뜻을 지지하는 상당수 대의원이 있고, 또 거기에 반대하는 견해도 상당수 있다. 만약 반대하는 일체의 의사표현이나 행동을 ‘반조직행위’로 규정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립하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대의원대회 논의에 참여하고, 책임 있게 이끌어갈 의무는 의장과 대의원 모두에게 있다. 사실 과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부의 폭력행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질을 비켜 가는 것이다. 두둔하거나 정당성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정부-자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민주노총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건 우리가 의연하게 딛고 가야 되는 것이지, 정부가 우리에게 그랬듯이 동지를 내치자, 배제하자, 처벌하자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주제로 돌아와 ‘제3의 대안’에 대해 얘기하자면, 참여와 불참의 대립이 너무 명확하고 크다 보니까 2월1일 대의원대회를 지나면서 우리 스스로 절충의 여지를 축소해버렸다. 민주노총이 일단 이 질곡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의 대의기구나 조직들이 정말 냉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회복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제3의 대안이 설 수 있는 여지를 함께 만들어야 된다.
이상학> 진정으로 노동자, 노동운동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될 수 도 있다. 딱 부러지게 제3의 대안을 얘기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이 어떻게 가야 되는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적 교섭은 그 점에서 작은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노동운동이 정말 민감한 현안을 놓고 이렇게 치열하게 토론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단순히 한 안건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거다. 지금까지 사회적 교섭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해서 결정이 계속 연기돼 왔는데 사실 이 문제만큼 많이 논의한 주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절차적 측면에서 집행부가 상당히 노력했고, 내용에서도 원칙만 정하고 논의하자는 것으로, 집행부안은 열려 있다고 본다.
이성우> 사회적 교섭만큼 많이 논의한 게 또 있느냐고 하는데 대의기구를 통한 공식논의는 2월1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전부 아닌가. 국고보조금 수령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견줘볼 때도 사회적 교섭에 대한 공론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또 내용에서도 열려 있다고 하지만, 차이가 큰 상황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하면 상황이 연장되는 것일 뿐 이게 제3의 대안은 아닌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상학> 더 심각한 문제는 과연 민주노총이 내부의 합의된 질서가 있고,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도 관련돼 있다. 집행부가 서두른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회적 교섭을 활용하는 정책과 전술을 구사하는 집행부를 뽑았으면 사실상 맡겨두는 게 맞다. 그리고 다음에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박 지도위원 말씀처럼 마음 속에 큰 괴물 하나를 그려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지금 대응책을 못 세우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휩쓸려버린다. 지금이 중요하다.
박순희>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그래서 집행부에서 빠르게 집행할 책임이 있는 거다. 중간논의가 없고, 현장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알려내지 못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잘못한 거 논박하다가 우리끼리 코피 낼 일 없다. 조직을 팔아먹는 게 아닐 바에야 집행부를 뽑았으면 결정에 승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 이 시점에서 중간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애초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제3의 대안을 찾아본 뒤, 사회적 교섭안 논의․처리과정을 평가할 예정이었는데 두루 짚어보는 흐름이 됐다. 갈등해소의 실마리로 지혜를 모으자거나 충분한 논의를 위한 분위기 조성, 진지한 성찰 등이 제안됐는데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다. 이제 3월15일 대의원대회를 어떻게 할지 짚어보면서 논의를 발전시켰으면 한다.
“중층적․총체적 교섭제도에 주목한다면…”
이성우> 집행부를 믿고 맡겨줘야 하지 않느냐는 얘긴데 실제로 재신임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본다. 누가 불신임을 제기한 적도 없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한 언론매체 기고에서) ‘정부내에서 사회적 교섭을 주장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는 앞서의 이상학 원장 진단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면서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기구안’을 주장했다. 이는 전술적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교섭기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지난해 정기대의원대회의 위임을 받아 중앙위에서 확정된)2004년 사업계획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보면 ‘기업별 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 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한다’고 돼 있다. 이석행 사무총장은 당시 “현재 노사정위는 안 되고 바꿔서 들어가자”고 분명히 정리한 적이 있다.
앞서 제3의 대안이 어렵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찾기 전에 집행부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처음엔 사회적 교섭에 모든 걸 투입하겠다고 한 적 없고,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하는데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처리과정에서 사회적 교섭을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이 있고, 그것은 집행부의 오류였다고 본다.
그러면 3월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행부가 ‘믿고 맡겨달라’고 할 것 같으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 마련을 위해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또 이수호 위원장은 재신임을 물을 게 아니라 중앙집행위원들의 건의를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맡겨지는 역할 다하겠다, 지지해달라”고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며 재신임 안건을 스스로 정리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적 교섭안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수 동지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면서 힘있게 갈 것을 결의하는 대의원대회가 되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사회적 교섭에 대한 원칙을 의연하게 천명하며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해야 한다.
사회> 그렇다면 사회적 교섭 안건은 어떻게 되는가.
이성우>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어제 “사회적 교섭과 상관없이 정부 비정규법안 무조건 통과시킨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힘을 하나로 모으는 대의원대회가 돼야지 사회적 교섭 결정문제로 다시 갈등을 빚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현재 제시된 사회적 교섭안이 3월15일 대의원대회에 상정되면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빠지게 되니 2004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교섭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박순희> 찬성이다, 반대다 이런 용어 쓸 필요 없이 2004년 사업계획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에 동의를 모으고, 이 힘을 모아 사회적 교섭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를 확고히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것도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이상학> 2004년 사업계획은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가 필요한데 산별교섭과 사회적 교섭, 노정교섭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교섭은 사실 지난 1999년 대의원대회 결정(노사정위 철수)이 별도로 있다. 또 2003년 대의원대회 때도 이 문제가 표결 직전까지 갔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따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 따로 안건을 올리다보니 ‘사회적 교섭만 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 같다. 아무튼 이성우 처장의 제안이 대중적으로 확인된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고 본다.
박순희> 사회적 교섭을 하려면 투쟁을 더 강고히 해야 된다. 투쟁이 밑받침되지 않는 교섭은 시간낭비다. 교섭만 따로 한다면 그건 60, 70년대에 했던 한국노총 행태다. 그런 점을 문제제기하는 건 서로 성찰의 계기가 되고, 2월1일 같은 사태가 걸림돌만 되는 건 아니다. 서로 정신차리는 계기도 되고, 정부가 봤을 때도 민주노총이 만만치 않다, 조합 내부에 민주성이 회복되고 있구나 하고 인식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중층교섭이나 사회적 교섭으로 갈수록 조합원들이 진짜 의식화되고 투쟁력을 갖추고, 두 눈 부릅뜨고 보지 않으면 금방 어용이 될 수 있다. 이번 일을 좋은 계기로 삼으면 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한다면, 걸림돌보다는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오늘 모처럼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 같다. 지난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위임받아 사업계획을 결정한 중앙위원회의 사회적 교섭 관련 결정내용을 확인하면서 일단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사회적 교섭안을 다루지 않는 방안을 이성우 처장이 제안했고…
이상학> 다루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이미 결정돼 있으니까 그것대로 집행부가 집행하겠다, 그걸 대의원대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안건이 정리되는 거 아닌가.
이성우> 이것은 사실 대의원대회 결정을 얻지 않고도 집행부가 뜻을 펼칠 수 있는 집행과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것에 대한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상학>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대의원대회 결정 무시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뒷부분(사회적 교섭안 처리문제)은 나중에 정리하는 것으로 하면 이성우 처장의 제안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모처럼만의 의견접근
사회>오늘 이 자리는 대의원대회가 아니니 이성우 처장 제안을 ‘통과’시킬 순 없는 일이고, 여러 경로를 통해 타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의미 있는 자리가 된 것 같다. 끝으로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에게 당부말씀을 전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하겠다.
이상학> 노동운동이 위기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데 기본원칙인 연대의 위기가 가장 크다고 본다. 계급계층간 연대도 있지만 특히 노동계급내 연대가 도전 받고 있는데 크고 길게 봐야 된다. 너무 당면한 것에 집착하다 보면 진짜 위기로 갈 수 있겠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가 무엇이 틀린지 확인하고 통합점을 정확히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문제를 잘 해결해야 내부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긴다.
이성우> 지금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위기로 전가하는 국면이다. 게다가 노동자들끼리 분열돼 연대와 단결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정부-여당이 4월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말 그대로 선언적 총파업을 결의했다면 이번엔 통크게 총파업을 결의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들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결의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박순희> 진통을 겪으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차이도 인정하고, 다름을 숙고하면서 하나로 가는 그야말로 통큰 운동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 큰 꿈을 꾸면, 작은 꿈들은 실현됨을 순간순간 느낀다. 자본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하면 여러 방법이 나온다. 지렛대 역할도 할 수 있고, 문지방 역할도 할 수 있고, 디딤돌 역할도 할 수 있는데 각자의 역량을 모으되 서로 신뢰하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비판엔 단호하되 비난은 아끼는 동지애로 조직을 지켜나가는 정신으로 가면 이번에 겪은 아픔도 빨리 치유된다. 힘내시고, 동지애로 좀더 결속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린다.
정리=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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