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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선운사는 동백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나처럼 번잡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선운사 경내에서 동백꽃을 가까이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절 안으로 물밀듯이 밀려온 관광객들은 대개 동백꽃 울타리 앞으로 몰려가 단체사진을 찍어 매우 번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주 한적하게 선운사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말이다.
김성수 별장의 호화로운 꽃담
선운사에서 마애석불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선운사 담이 막 끝나는 지점에, 오른 쪽으로 작은 오솔길이 있다. 보통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길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 길은 친일파로도 유명한 김성수의 별장에서 끝난다.
별장으로 오르는 길 오른 쪽 산비탈은 선운사 뒷동산 동백숲과 어어지는 곳으로 온통 동백숲 천지이다.
더욱이 이곳은 철책도 없어, 숲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들어가도 누구하나 제지하는 이 없다.
김성수 별장으로 가는 길 옆의 동백숲/ 동박새 소리가 가득하다.
꽃이 한창인 요즈음은 이곳은 새소리로 가득하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어 벌과 나비 대신에 새들이 수정을 돕는다고 하는데, 동백꽃의 꿀을 찾아 수정을 돕는 대표적인 새가 동박새라고 한다.
동박새(오마이뉴스) 워낙 작고 숨길 잘 해 소리는 들려도 모습은 보기 힘들다.
동박새는 워낙 은밀하게 숨어 있어, 경쾌한 울음소리가 숲에 가득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동박새의 경쾌한 울음소리는 기분마저 가볍게 해준다.
김성수 별장.
김성수 가문은 친일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들 한다.
그리고 지역의 유력한 지주로써, 선운사의 대시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얼마나 큰 시주였는지 모르지만, 김성수 가문에서 선운사에 올 때 묶었다는 별장이 있으니, 적어도 큰 시주였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길가까지 가득한 시들지 않고 뚝뚝 떨어져 있는 동백꽃/ 누군가는 굽히지 않고 저항하다 스러저간 젊은 전사의 모습 같다고 했던가...
김성수 별장은 솟을대문에, 유약을 입힌 기와로 지붕을 하고, 꽃담을 두른 당시로는 호화로운 집이었다. 예전에 왔을 땐 대문을 꼭 잠가놓고 보호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대문이 열려 있었다.
왠일인가 들어가보니 본채가 텅 비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근자 불이 났었나보다.
무너진 집터를 보니 흥망성쇠는 필연인가보다. 내 생애에 내가 원하는 흥망성쇠를 다 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불타 주춧돌만 남은 김성수 별장
김성수 별장 뒤로는 김성수 할아버지의 무덤이 있다.
부잣집에 장가들어 그 집안이 유력한 지주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놓은 이라고 전해오는 이다.
김성수 별장 뒷산에 있는 김성수 할아버지 무덤/ 문인석이 당당한 크기에 비해 형식과 전혀 맞지 않는 게 졸부의 허세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김성수 집안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자리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여, 조상들 묘소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풍수쟁이들의 답사가 끊이지 않느다고 한다.
김성수 할아버지 묘소도 유명한 명당자리라고 하는데, 글쎄 난 모르겠다. 명당이 누구를 위해서 있는 건지.
하늘은 무심하다고 했는가. 누가 잘 되어야 하고 못 되어야 하는지는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해야겠지. 마애불의 비기를 꺼내든, 죽창을 들든...
김성수 별장 굴뚝 옆에 자라고 있는 꽃무릇/ 상사화의 일종으로 선운사의 또 다른 명물로 쳐주기도 한다.
<다음은 곰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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