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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홍실이님의 [그들의 입을 빌어...] 에 관련된 글.
진 할배가
바쁜 일들 (반전 운동)이 한 풀 정리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어 했던 일이 엠마에 관한 희곡을 쓰는 거였단다.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글 속에서 마음을 끄는 "실존인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미국 민중사]를 읽으면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W.E.B Du Bois의 삶과 학문 세계가 그토록 관심이 가더라.... (관심이 간다고 헌책방 뒤져 책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음 ㅡ.ㅡ) 이전에 부르디외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에게 인간적인 관심이 폭주했던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그런데 [미국 민중사]를 읽다보면, 이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에 대한 진 할배의 애정이 그냥 막 느껴진다. 이건 편애야...
하여간....
얼마 전에 2막으로 구성된 희곡을 읽었는데...
[marx in soho] 보다는 재미가 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 삶의 전형적인 "몇몇 순간"들을 포착하여 재구성한 것이라 본래 삶이 가지고 있던 그 풍부한 결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이야기가 그 '현재성'으로 인한 재미가 각별했다면, 엠마의 이야기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기에 그리 새롭지가 않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엠마가 생각하고 주장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다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관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녀의 사상과 삶이 얼마나 급진적이었는가를 유추해야만 하는 것이 좀...
그런데... 몇 가지 기억할만한 대사들이 있다.
1.
예술가인 동료 페이다가 자수로 장식된 셔츠를 입고 나타나자 Sasha (Alexander Berkman)이 완전 못마땅해하면서
* 사샤 : ... 저 셔츠 좀 봐. 너는 항상 에술가라고 말하고 다니는구나..
* 페이다 : 사샤가 내 셔츠 때문에 짜증이 나나봐.
* 엠마 : 내가 보기엔 멋진데
* 사샤 : 사람마다 모두 취향이 있지. 근데 우리가 가진 모든 돈을 운동에 쏟아부어도 모자른 판에 저런 데에다 돈을 써야 될까?
* 엠마 : 미래의 어느날 인생이란게 과연 어때야 할지를 우리가 잊지 않게끔 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필요 없다는 거야?
* 사샤 : 사람들이 빈곤 속에 살고 있는데 아나키스트들이 사치를 즐겨야 되겠니?
* 엠마 : 혁명적이 되려면 음악과 라일락의 향기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거니?
2.
사샤가 헤이마켓 사건 을 언급하면서 언제든지 때가 오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사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아직 너는 너무 젊어.
... (중략.. 아 길다. 포스팅 시작한거 후회 중 ㅡ.ㅡ)
* 엠마 : 나도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 하지만, 단 한 번의 영웅적 순간이 아닌, 50년에 걸쳐서 그걸 하고 싶어. 운동이 필요로 하는 건 우리가 살아서 그걸 하는거야. 죽는게 아니라...
* 사샤 : 아마도 우리 손자 손녀들은 인생을 다 살 수 있을거야.
* 엠마 : 나는 그런 말을 안 믿어.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해. 그것도 아름답게.. 인생이 어떻게 살 수 있는 거라는 걸 보여주면서...
3.
페이다가 엠마에게 연정을 품지만, 친구 사샤와의 우정 때문에 괴로워하니까 엠마가, 사샤와 자기는 서로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소유한 건 아니라고,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위로(?)하면서...
* 엠마 : 우리가 왜 사니? 왜 우리가 투쟁을 하고 조직을 하니? 이건 다 무얼 위해서니? 물론 나도 이 모든 혼란과 동요 속에서 가끔씩 그 본래의 목적을 잊고는 하지만, 그러면 처음으로 삶이 황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 첫 순간을 기억해내고는 해...
(그러면서 어릴적 풀밭에서 동네 청년이 안아주던 기억, 오페라에 가서 감동먹은 이야기를 풀어놓음)
4.
사샤는 열라게 찌라시 만들고 있는데, 엠마가 모스트라는 유명 아나키스트랑 만나 밥먹구 꽃을 들고 돌아오니까 사샤가 짜증을 화르륵~~
* 엠마 : 사샤, 이해 못 하겠니? 우리 모두가 항상 가장 억압받는 수준으로 살 수는 없어. 우리 삶에서 아주 작은 아름다음이라도 가져야 해. 심지어 투쟁의 와중에서도...
5.
1차 대전 터지고 반전 연설에서, 청중 중 하나가 이 땅에 태어난 국민으로서 '애국심' 이야기를 하니까...
* 엠마 : 나 역시도 기꺼이 이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습니다. 예, 바로 이 나라. 산과 강과 대지와, 그리고 민중들, 바로 이 나라를 위해. 이 전쟁을 원하는 대통령, 장군과 사령관, 자본가, 은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Marx in Soho] 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진 할배는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엠마 입을 통해 했다. 5번에 썼던 이야기는 할배 자신이 반전 운동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질문이자 그 자신의 답변이었다.
X-Files 에 보면 스컬리가 멀더를 두고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열정(passion)이 부럽다"는....
엠마 골드만의 열정 만땅, 자유분방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썰렁 유전자를 가진 나로서는 극복 불가능의 과제로다.... ㅡ.ㅡ
송충이 솔잎 복용 학설로 회귀....
소개 부분에 진 할배가 아나키즘에 매혹된 과정과 관련 문헌들을 일부 소개해놓았는데.. 이거에 부쩍 관심이.....
[Marx in Soho]에 대한 짧은 감상이자,
NeoScrum님의 [부활한 맑스와 맥주 한잔] 에 관련된 글.
일전에 네오님이 책을 부탁했을 때, 헌책방에 가니까 떡하니 꽂혀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사서 보내드렸는데.. 알고 보니 그게 헌책방에 잘 안나오는 책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읽고 보내줄 것을... ㅜ.ㅜ
그리고 나서 거의 세 달만에 다시 책을 발견했는데 무려 3불이나 더 비싸게 주고 샀다. 원통하여라....
어쨌든....
책 앞장에 보면, 앨리스 워커가 "하워드 진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건 사실이다.
물론 더글라스 아담스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
이 양반 글쓰기는 정말 재밌다.
골 때리는 장면 중 하나.
부인 Jenny가 자본론에 대해 Marx 를 공격하는 부분인데...
"왜 검열 당국이 이 책을 출판하도록 허락했는지 알아?
그 사람들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고, 역시 다른 사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구"
Marx 아주 구차한 변명을... 그래도 서평은 꽤 괜찮았다구!
Jenny 답변.... (어처구니!) 그 서평들 대부분 Engels 가 써준 거잖아!
바쿠닌이 불쑥 찾아와서 비싼 브랜디를 벌컥벌컥 마셔대니까 마르크스가
"저기, 우리 와인 많거든. 브랜디 비싸니까 그거 먹지 말고, 이거 먹을래?" 살살 꼬드기고,
바쿠닌이 "와인 맛 없어. 브랜디 마시면 너의 생각이 좀더 명료해질 거야" 답하면서 완전 고주망태가 되는 장면 ㅎㅎㅎ
사위들이 맘에 안 들어 어쩔 줄 몰라하는 Marx의 모습
막내딸 엘레노어의 바보같은 연애질에 황당해하면서도, "그나마 그 인간은 프랑스인이기라도 하지".
첫째 사위는 영국인 ("영국 남자는 영국 음식과 똑같아. 내가 더 설명 안해도 알겠지?")
둘째 사위 라파르그가 사람 많은 곳에서도 자기 딸의 엉덩이에 손은 얹으면서 공개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너무너무 못 마땅.... ㅎㅎㅎ
그리고 하녀 Lenchen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끊임 없는 구차한 변명.... ㅜ.ㅜ
그런데...
그 재미나고 재치 넘치는 장면 장면들 속에서,
진 할배가 그토록 하고팠던 이야기들이 이들의 입을 통해 재현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를테면, Jenny 가 "우리가 정말로 닿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손길이 미치고 있는 걸까?" 하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나,
Marx 가 오늘날의 신문을 뒤적이며 "도대체 요즘 학교에서는 어떤 망할 놈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거야!"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들...
연대와 해방의 정신으로 가득찼던,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파리 코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Marx 의 달뜬 목소리... 사회주의를 자처했던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분노어린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재능 있었던 두 여성 Jenny와 Eleanor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자신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생활력이라고는 빵점인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야 했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나.... 말로만 페미니스트인 혁명가의 아내 ㅡ.ㅡ
(진의 이러한 비판적 시선은 일찍이 '미국 민중사'에서도 두드러졌던 것이고, 그래서 다음에 읽으려는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의 생을 그린 희곡 "Emma"가 무지하니 기대된다. 과연 어떻게 그렸을까나.....)
또한, 마르크스의 입을 통해 빈정거리고는 있지만, 바쿠닌이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적 아나키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진은, 60-70년대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 운동 속에서 풀뿌리 운동, 자생적 민주주의의 동력을 확인하면서 아나키즘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쓴 적이 있다.
이러다가...
노빠 황빠의 뒤를 잇는 Zinn 빠가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집 주소도 아는데... 스토커처럼 찾아가서 "할배... 알라뷰" 라도 한 번? ㅡ.ㅡ+
마지막 장면
'내가 이렇게 돌아와서 너를 성가시게 만들어 짜증나니?
이렇게 생각해봐
이건 말하자면 재림이야.
그리스도는 그걸 할 수 없었어. 그래서 Marx가 온 거라고...'
가 비슷한 시기에 끝났음.
대개 한 시즌(?)에 동시 세 군데에서 책이 굴러다니는데
하나는 가방속 - 출퇴근용 (절대 가벼운 책)
다른 하나는 화장실 - 사색(?)용
마지막으로 침대 위 - 수면 촉진용
물론 항상 엄격하게 용도를 지키는 건 아니다.
지나친 흥미 유발로 인해 한 책이 세 군데를 동시에 지키는 경우나, 지루함으로 인해 다른 책 밑에 깔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 ([적대적 공범자들]은 화장실에서 수개 월째 유기당하고 있음)
최근
1번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 Douglas Adams
2번 Trotsky and Marxism - Tariq Ali & Phil Evans
3번 Billions & Billions - Carl Sagan
칼 세이건 할배 책도 마지막 챕터만을 남겨 둔지 어언 몇 주가 지났지만 중간에 다른 책들을 보느라 좀 미안하게 되었다. ㅎㅎㅎ
잠깐 단상을 정리하고 지나간다면...
1. 히치하이커를 위한 은하계 안내서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의 뇌 구조를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전세계를 떠돌며 기괴한 과학쇼를 벌이고 있는 아인쉬타인의 뇌표본만 중요한 건 아닐 듯....
출퇴근 셔틀버스, 혹은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발작적으로 터지는 웃음을 참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과 실전 훈련을 필요로 했다.
지구인들에게 임박한 파국을 경고하면서 물고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사라진 돌고래들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새도 없이 추락해버린 미사일 출신 정자고래와,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로봇으로부터 우주선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고 자학하는 로봇 마빈... 그리고 우리 소심쟁이 주인공 아서 덴트....
이들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세상은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은하계를 여행하려면...
이런 든든한 안내서 하나쯤은 반드시 구비를 해야!!!
2. 트로츠키와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뻔히 죽은 거 아는데, 걸핏하면 "죽었다"고 재탕삼탕 다시 사형을 언도하고...
또 한 편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를 외치며 아무 구석에나 이름을 가져다 붙이며 자신이 진정한(?) 마르크스의 후계자임을 일삼는 무리들이 있으니, 사후가 참으로 평화롭지 못한 대표적 인물이라 하겠다.
그래도 트로츠키에 비하면 마르크스는 양반이다.
그의 이름이 풍기는 불손함, 분열주의, 공상주의자의 아우라는 '트로츠키주의자' 라는 딱지 속에서 좌파 대대손손 불명예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왔다 (뭐 내 편견인가? 여기에는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나름 생각)
그래서, 궁금했다. 정말 그렇게 욕을 먹을 만큼 뭘 잘못했나?
이 책은 인물이나 사상, 현상에 대한 만화 입문서 시리즈 중 하나로, 아주 평이 좋은 편이다. 집 앞 헌책방에서 재고 싸게 처분해서 몇 권 ^^
뭐 책을 읽고 얻은 결론을 말하자면. (다분히 작가의 평가를 따르고 있지만)
첫째, 전세계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트로츠키의 분열주의, 반혁명주의자로서의 모습은 스탈린으로부터 비롯된 상당한 왜곡의 결과 (물론, 좀 미운 구석도 없지 않아 있음. 너무 잘났거든... ㅡ.ㅡ)
둘째, 이론적으로 지나치게 빼어나고 예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레닌만큼 단호하지 못했음. 바로 여기에서 비극이...
셋째, 그 또한 가슴이 뜨거운 혁명가였음.. 그리고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겼음.....
첫번째 부인과 어린 딸은 스탈린에게 살해당하고, 큰 딸은 자살하고, 아들 또한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지구상 어느 곳에도 갈 곳이 없는 망명객이 되어 (결국 멕시코에 묻힘) 떠돌다가 얼음 송곳에 살해당한 이 위대한 혁명가의 영혼은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나....
한국에서도 과연 개봉의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개봉한다면..... 강추하고픈 다큐
감독 : Eugene Jarecki
선댄스 영화제의 지원금을 받아 만들었으며, 2005년도에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까 스탭 중에 웬 Jarecki 가 그리도 많은지.. 온 가족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단 소린가? 원...
http://www.sonyclassics.com/whywefight/main.html
[Why we fight]라는 제목은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유명한 고별 연설 중에서 따온 것. 그는 이 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군산복합체 (military-industrial complex)'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려는 점점 정확하게 현실이 되어왔다.
미국은 어떤 대통령 시절이던, 민주당/공화당 상관 없이,
매 정권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침략과 전쟁을 벌여왔다.
그 동인은... 군산복합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팽창욕구에 있다는 것.
군산복합체란 단순히 거대 무기 생산 기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군사기업이란 미사일과 전투기를 만드는 곳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군화를 만들고 세탁물을 처리하며 식량공급을 하는 곳일 수도 있다 (딕 체니가 대표로 있던 핼리버튼이 대표적). 이들은 거대한 서비스 섹터로서 지역 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역 출신 상원의원들은 이들을 유지하는데 정치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펜타곤의 신무기 개발 전략과 도입은 정확하게 거대 군수업체에 의해 "준비된" 수순을 따르기 마련이다. 911이 터지고 나서 수 십개의 무기 생산 업체들이 모여 입찰과 계약 논의를 하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분노지수를 상승시킨다.
과거에 군사기업, 국방부, 상원의원이 모여 이들 복합체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여기에 더하여 각종 씽크탱크들이 그림자처럼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대중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베일에 싸인 그림자들이 미국의 국방 정책과 전 세계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바로 오늘날 군산복합체의 진실인 것이다.
영화에는 911 테러에 아들을 잃고 그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백만장자가 아니라 기념 도서관도 학교도 건립할 수 없는 베트남전 출신 평범한 뉴욕 경찰 아저씨) 이라크에 투하되는 폭탄에 자기 아들 이름을 새겨넣어달라고 간청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라크를 침공하는게 테러에 대한 응징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단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 이름을 거기 넣어달라고 이메일을 보내 간청을 했단다......
또한, 이라크 전 당시, 최초의 바그다드 공습 미사일을 투하했던 스텔스 기 조종사가 등장한다. 새벽에 갑자기 바뀐,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내려온 지령에 따라 미사일을 투하했고.... 그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사이공 출신의 여성 과학자도 등장한다. 그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자신을 구출해 준 미국 사회에 걸출한 폭탄을 개발함으로써 보답했다. 그것이 과연 어떻게 쓰이고 있나...
펜타곤에서 이라크 침공 당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가 실상을 깨닫고 그만둔 전직 여성 관료도 등장한다. 자기 아들은 절대로 이런 더러운 전쟁에 군인으로 내보낼 수 없단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가난 때문에 학업을 지속할 수 없어, 결국 "군인"으로 자원하는 가난한 청년도 등장한다. 그에게는 유일한 탈출의 길이다....
바그다드 시내 시체 안치소가 등장한다.
안치소 문을 열면.... 반쯤 타버리고 반쯤 썩은 시체들이 그냥 방안 가득 널부러져 있다.
냉동고도 없고, 관도 없고, 하다 못해 하얀 천 쪼가리도 없다.
그리고....
딕 체니와 럼스펠드가 등장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 끈끈했던 관계들........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비하면 백만배는 훌륭하다.
[화씨 911]을 보고 드는 생각은
부시 참 또라이 같구나 내지는 저 놈의 부정선거 때문에 우리(?)가 망했다...인데 비해..
이 영화는 참으로 냉정하고 담담하다. 누구도 조롱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미국 현대사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대결의 역사였다면, 점차로, 자본주의가 승리하고 있다고.... 이 놀라운 전쟁과 학살의 역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해보자고...
영화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객들이었다.
평소 한산하기 그지 없는 극장에..
더구나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반 이상의 좌석이 차 있었고,
다음 회에도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딕체니와 럼스펠드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계속될 때마다
여기 저기서 나즈막한 한숨과 볼멘 목소리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기분이 그렇게 엿 같은데... 정작 미국인들 자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싶었다.
이런게 "연대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께 저녁, 바람난 토끼님이 오밤중에 갑자기 영화를 보자구 하셔서.....
일하는 사무실 같은 건물에 극장이 있다는 건 역시 축복이다.
다만, 좋은 영화들을 별로 안 해준다는게 재앙....
브로크백 마운틴은 여러 모로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중 하나고,
그 동안 줄곧 봐야겠다는 마음만 먹고 선뜻 시간을 내지 못했던 작품.
(골든글로브 상을 싹쓸이 한데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되고,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유타 주 같은 데에서 상영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으며, 부시의 한 강연에서 대학생이 이 영화를 봤냐구 질문하기도 했더랬다)
줄거리만 보자면 아주 간단.
60년대, 남루하고도 보수적인 남부 (와이오밍, 텍사스), 브로크백 마운틴 산자락에서 함께 양치기 알바를 하던 두 카우보이 청년이 사랑에 빠지고,
이후 20여 년간 비밀스러운 사랑을 지속해간다는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머물렀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던 게다.
(거기다 음악까지 한 몫 해서) 뭐든지 거기에 가져다 놓으면 아련한 추억이 아니 될 수 없는 형편이었으니, 이건 남/녀, 녀/녀, 남/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나 아닌 외부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성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연애 소설, 드라마, 영화, 심지어 순정만화까지 셋트로 싫어하는 나조차 그들의 애틋한 관계에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었다. "애틋"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랴....
미디어 속에서 메트로섹슈얼로 상징되는 최근의 '세련된' 게이 문화에 비추어본다면,
지나칠만큼 완전 구질구질한 남부의 일상,
자기 부정과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형적' 카우보이 청년들의 분열,
이들을 받아들일 수도 내칠 수도 없는 '평범한' 가족들의 상처....
이런 것들은 cool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비루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애틋한 걸 어쩌랴....
이안 감독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아무리 원작 대본이 뛰어나다 해도 감독 자체가 가진 미국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남녀]나 [결혼피로연]에서 [아이스스톰], [와호장룡]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관계에 대한 감독의 탐구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헐크]에서 잠시 대실망 모드 ㅡ.ㅡ)
허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 놈의 우물우물 남부 사투리를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는 거다.
아마 두 주연배우가 나눈 대사의 10% 정도 밖에 못 알아들었던 거 같다. 그동안 보았던 영화들 중 거의 최악의 수준.
감동이 북받쳐 오르려 하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정말 환장하는 줄 았았다.
그래서, 영뚱하게도...
부시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나 표준말도 잘 하는지.... ㅜ.ㅜ
Human Right Watch 국제 영화제에 갔었는데...
보고 싶었던 영화 하나는 매진되서 놓치고,
또 역시 보고 싶었던 두 편은, 관람에 성공했으나 그닥 맘에 들지 않았음
http://www.hrw.org/iff/2005/traveling/titles.html#11
1. 놓친 영화 : State of Fear
테러 (무장 게릴라 조직 빛나는 길 Shining Path) 소탕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페루에서의 잔혹한 국가폭력을 다루고 있다고 함. 줄거리만 놓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해방 전후 좌/우에 의해 (특히 우익에 의해) 자행되었던 민간인 학살과 민주주의 탄압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고, 현재 시점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으로 자행되고 있는 미국의 해괴한 행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수작이라 들었음.....
미국 와서 표가 매진되어 못 본 영화는 이번이 두 번째... "다윈의 악몽"에 이어...
2. 진짜 맘에 안 든 영화 : Private
팔레스타인 점령 지구 중산층 가정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무차별 점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군인/팔레스타인 가족, 아버지/나머지 식구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음. 여태껏 보아온 팔레스타인 관련 책자, 만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잘 사는 집 ㅡ.ㅡ
근데.. 플롯이 너무 작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라 진짜 공감이라고는 조금도 하기 어렵더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초소로 쓰겠다고 떡하니 집안 2층을 점거하고 가족들을 1층에 가두어버렸는데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아버지 ("버티는게 이기는 거다" "지금 우리가 집을 떠나 이 상황을 피해버리면 나중에 아이들이 비난할 거다" "지금 떠나버리면, 이스라엘인들을 영원히 미워하게 될거다"???) + 이스라엘 군인들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2층 벽장에 숨어 이들을 구경하는 철딱서니 없는 고등학생 딸 (심지어 나중에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까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비약) + 우연히 손에 넣은 수류탄을 온실에 설치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면서 쓸데없이 갈등상황을 연출하는 아들 + 말도 안 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투정....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공감 안 되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 지난 번 Paradise Now 보면서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던 극한의 정서 경험에 비한다면, 정말 짜증이 화르륵......
3. 좀 어설픈 영화 : Mardi Gras - Made in China
뉴올리언즈의 유명한 카니발 축제인 마디그라에서 사용되는 구슬 목걸이를 통해 세계화 시대의 자본주의 생산 체계와 전지구적 차원의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 근데.. 너무 도식적이라 도무지 몰입이 안 되더라는... ㅡ.ㅡ
흥청망청 미친 듯이 즐기고 있는 마디 그라 현장 사람들한테 중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장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어보는 건 무슨 악취미? 농촌 출신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홍콩 출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중국 자본가의 대조적인 시각, 삶의 환경을 보여주는 건 너무 식상하지 않나?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이 어린 이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14시간 넘게, 3천번의 반복 동작을 통해 만들어 낸 그 구슬 목걸이들이, 지구 반대편 광란의 축제에서, 젊은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내는 댓가로 주어지는 선물이며, 아침 나절이면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되어 온 길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 (일부는 재활용되어 이라크에 선물로 ㅡ.ㅡ).... 자신들이 죽도록 고생해 만들 상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망연자실해 하는 중국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아마도... 여기 비친 중국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광경인데다, 노동자들의 입으로 재현되는 지나친 직접 화법이 맘에 안 들었던 거 같다. 그래도 영화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까지 치는 걸 보면, 여기 사람들이 느끼는 건 좀 달랐던 걸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게 (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두르고 있는 그 목걸이가 사실은 중국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있니?) 불편하기는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최소한 개인적인 죄책감이라도 불러 일으키는게 중요하다는 것...
Ursula Le Guin에게 처음로 Hugo & Nebular award 를 동시에 안겨준 소설
(나중에 The dispossessed 로 다시 2관왕을 차지하면서 Sci-Fi계에서 처음으로 두 작품이 동시에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나 뭐래나....)
뭐 줄거리는 간단.
Winter 행성에 파견된 은하연합 Ekumenecum 사절이 갖은 오해와 위험을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수교 맺기에 성공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에는 몇 가지 놀라운 미덕이 존재하는데.
우선, 그 풍부한 서사와 글쓰기..... Winter 행성의 잔인하리만큼 압도하는 자연 환경과, 주인공 Genry AI과 Estravan 이 경험하는 극한에 대한 묘사는 어메이징.... 일부 서평에 Tollkin의 반지 시리즈에 비견할만한다고 한 것이 전혀 손색 없을 지경...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전복적 사고 (이거야말로 Sci-Fi의 정수 아닌가) 또한 최고였다. Winter 행성의 인간들은 androgynous (암수동체)... 따라서, 우리가 흔히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고 정형화하는 특징들을 고루 가지고 있으며, 월력에 따라 (마치 여성의 월경주기처럼) 생식 주기가 움직인다. 그래서, 아빠로 보이는 저 사람이 옛날에는 엄마 (ㅡ.ㅡ)였고, (여왕도 왕비도 아닌) 왕이 임신을 하기도 한다. 중간에 잠깐 이야기가 나오지만 작가는 동양의 "음양론"에서 영감을 받아 이러한 상상을 하게 된 거 같다. 극 중에서는, 아마도 과거 인간이 우주개척을 하던 시절 (인류는 모두 지구에서 기원했다고 가정),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형태의 개체가 생성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80여 개의 유인 행성 중 이런 곳이 아무데도 없고, 도대체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부분이기에....
그러나!!!!!
역시, 모든 글에는 시대적 맥락이 중요한 법...
이런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칠 않았으니....
양성인간의 세계를 그리면서 정형화된 남/녀의 역할, "인간본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 생활 (생식 주기인 kemmer 가 아닌 때)에는 잠깐씩 모호하게 내비치는 여성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체들이 "he"로 지칭되었고, 왕위는 "son"에게 계승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들이 "유약함과 섬세함이라는 여성성"(이건 사실일까?)도 가진 남성들의 이야기로 비춰졌을 뿐이다. 아마, 작가가 지금 시대에 이 소설을 썼다면(63년 원작임), 좀더 예민한 시각으로 이를 그려내지 않았을까 싶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허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다른 문제....
은하연합의 우주선이 굳이 성단 끝에 위치한 이 얼음행성까지 행차한 이유는 "수교"를 맺기 위해서다. 자유 무역과, 지식과 문화의 교류와, 인간 계발의 증진....... 그 어떤 사심어린 이해도 없이, 단지 전 은하계 인류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런 숭고한 대의에 감화를 받아 현지인인 Estravan 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Genry의 임무 수행을 도와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멀리는 신대륙 점령과 제국주의 침탈에서부터, 작금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수사가 너무도 유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게 아닌데..... ㅜ.ㅜ
어쨌든..
읽을 때는 재밌었지만, 나의 Sci-Fi 취향에는 그다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빼어난 글쓰기를 통해 과학/기술이 훌륭한 메타포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좀더 논리와 기술적 세부 (technical details)에 집착하는 취향힌 것 같다.
Light is the left hand of darkness
and darkness is the right hand of light
Two are one, life and death, lying
together like lovers in kemmer,
like hands joined together,
like the end and the way.
엑스 파일을 보면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psychic energy 도 아니요,
alien-human hybrid 도 아니요,
외계 바이러스에 노출되도, time accelerated zone 에 들어갔다 나와서도 멀쩡히 살아 있는 멀더와 스컬리의 불사신 같은 행각도 아니요,
그렇다고 EBE (extraterrestiral biological entity) 도 아니다.
바로, 어디서나 터지는 휴대 전화....
벌써 10 년된 이야기들인데, 어찌 저렇게 아무데서나 휴대전화가 잘 터진단 말이냐?
보스턴 시내에서도 잘 안 터지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지하철에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No Service Area'라고 화면에 뜨는게 작금 2006년의 현실인데 말이다!
산골 촌 동네, 지하실을 가리지 않는데다가
심지어는 뉴 멕시코 사막 한복판에서까지 터지는 걸 보구 아주 격분했더랬다
저렇게 허무맹랑한 설정이라니!!!! 말이 되냣!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FBI 요원에게는 특별히 위성전화가 지급되는게 아닐까 의심도 해보았지만,
아까 보니 NSA 요원의 전화기는, 심지어 지도에 표시조차 안 되는 비밀 철로에서도 터지는게 아닌가.... 이 양반 것도 역시 위성전화?
오호... 궁금하고도 궁금하도다.......
사족.
그나저나 엑스파일 등장 인물들 중 가장 불쌍한 두 사람
첫째는 Skinner 부국장
멀더와 스컬리 때문에 상부에서 시달리는 데다가, 이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얻어 터지고 죽을 고생하고, 그나마 이들한테도 의심받고 (멀더와 스컬리는 부국장을 밥으로 아는지 걸핏하면 총으로 협박하고 목 조르고 아주 가관도 아니다) .... 베트남전에서 죽을 고생 하고 돌아왔다던데, 그 인생도...
둘째는 펜타곤 소속의 Cancer man
이 아자씨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어두운 구석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으로 일관한다. 촬영 도중 피운 담배 만으로도 아마 건강에 심각한 장해를 초래했을 듯...
홍실이님의 [R.Daneel Olivaw] 에 관련된 글.
아시모프의 또다른 Hugo, Nebula 수상 작품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지구 이야기
항구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electron pump의 개발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임박한 위험 - 경고를 외면하게 만드는 도그마에 대한 이야기
2부: Pararell Universe 이야기
여태까지 아시모프가 무수한 외계 이야기를 썼지만, 사실 인간과 다른 형상- 그것도 완전 존재 방식이 다른 외계 생명체를 그린 건 이것이 독보적이지 않나 싶다. Rational- Parential-Emotional이 Triplet 을 이루면서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과정은 한편 인간 심성의 비유이자, 잔인한 보존 본능의 비유이기도 하다. 결국 electron pump가 지구에 파멸을 가져올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오히려 그 폭발을 통해 영구한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도그마적 존재와, 그 내부에 자리한 인간적 본성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지.
3부: 달 이야기
지구 식민지 달로 이민간 과학자 Denison (1부에서 지구의 도그마적 존재 때문에 인생 확 꼬여버린)가 창조적 직관을 갖춘 Intuitionist 와 함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Cosmeg pump 를 건설하는 이야기. 물론 여기에도 달의 절대 독립을 추구하는 도그마들과의 투쟁이..
포인트라면...
무엇보다, 아마도 기묘하게 시점이 들어맞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과학에서 절대 도그마에 대한 준열한 경고로 읽혀짐. 학문적 업적이 그 영역을 벗어나 일종의 신성불가침성을 띄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사회적 - 아니, 전 우주적으로 초래될 비극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번의 황우석 스캔들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2부 Para-universe 에 대한 부분은 진짜 어메이징.... 기발한 상상력 + 정서적 몰입... 훌륭하더군... 허나... 3부는 지나치게 허접하더라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남녀 상열지사는 너무 생뚱맞았다. 아시모프 할배가 가끔 이런 삑사리 나는 짓을 잘 하는데, 로봇 3부작 잘 끝내고, 막판에 Robots and Empire 에서도 이런 황당한 짓거리를 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ㅡ.ㅡ) 주책이라고 말 할 수도 없고 참......
기초 물리학과 빅뱅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만도 흥미진진했는데...
가장 엽기적인 것은 달의 정신나간 과학자가 cosmeg 에너지를 이용하여 달을 지구로부터 독립시켜 보겠다는 - 그 추진력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가버리겠다는 주장.... 물론 소설에서도 이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주로 비용-편익 관점에서만 이야기하고 (이를테면 우주선 건설해서 나가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둥...) 지구에 미치는 대재앙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이 없었다.
만일 달이 없어진다면?
일단,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겠지.
음력으로 작동하는 모든 자연사들 - 특히 농사일... 쫄딱 망하고 생태계 완전 파괴...
오, 그런데 늑대인간(were-wolf)들이 인간으로만 살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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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엠마 골드만이에요. 멋진 희곡이고, 대사들도 가슴에 와닿네요. 히히. 이 책 나도 읽어보고 싶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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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 / 그동안의 포스팅들로 미루어 짐작컨데, 아마도 돕도 엠마와 같은 지향, 삶을 살고 계신게 아닐까... 은근 부러워하고 있음 (^^).. 근데 한국에는 아직 번역서가 안 나온 거 같더라구요. 별루 팔릴만한 책은 아닌지라...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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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나도 읽고싶다. 홍실아 네가 번역해서 올려줘잉.출판하면 내가 50권은 팔아줄께.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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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 50권 팔아준다구요? 딱 50권만 팔리겠네 ㅎㅎㅎ 나중에 한국 가면 빌려드릴께요. 저걸 언제 번역하고 앉아 있어요.. ㅡ.ㅡ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