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 국회선진화법, 그리고 또 뭐?
법원이 이례적으로 검찰의 약식기소를 뒤집고 정식재판에 회부한다. 왜? 사안이 약식기소 벌금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검찰은 뭘 이렇게 약소하게 처리하려다가 법원으로부터 망신을 당했나? 세간의 평가로는 검찰이 주제넘게 정치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란다. 정치적으로 짱구를 굴려서 쎄게 때려야 할 일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했다는 거다.
그러면 이 건이 정치인들과 엮여 있는 건이었는가? 바로 그렇다. 소위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이배 감금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해 검찰이 대충 봐주려고 한 것이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거다.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검찰이 많이 봐주는 편이고, 그런 검찰의 태도에 대해 법원이 거의 따라주는 기존의 관행에 비춰보면, 이 건이 도대체 얼마나 큰 건이길래 법원이 검찰의 결정을 뒤집었던 것인가?
검찰은 해당 사건이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니 국회선진화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아니었고, 가해자들도 채이배를 감금하는 과정에서 부상도 당했으니 정상참작을 했다는 거다. 이건 말이 안 되는게, 채이배를 감금했기에 본회의가 무력화된 것이고, 채이배가 감금당한 장소가 의원실도 아닌 사개특위 회의장있던 걸 보면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게 아니라는 건 괴변이다. 게다가 가해자가 부상당했으니 봐줘야 한다는 논리는 절도범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가 담을 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으니 죄를 면해주겠다는 건데 이게 뭔 개소린가?
그러니 정치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급기야 법원에서 검찰의 결정을 뒤집어버린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검찰은 욕을 들어 처먹어도 싸다. 이것들이 되지도 않는 짱구 굴려서 정치질 하려고 하니 검찰이 상갓집 개처럼 사방에서 두드려 맞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잠깐, 검찰의 이러한 태도는 다만 검찰의 대가리가 닭대가리 수준만도 못해서 발생한 일인가? 그냥 돌대가리가 잔대가리 굴리다가 자갈밭에서 쪼개진 헤프닝인가?
그게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단 검찰. 얘들 까는 건 이제 손가락이 다 아프다. 그런데 이것들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지들 입에 맞는 건 대충 넘어가고 입에 쓴건 삼대구족의 샅추리까지 훑어대는 짓을 하는 건 이것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이거 완전 해체수준으로 뜯어고쳐야 하는데 잘 안 되다보니 검찰들이 기고만장한 거고.
그런데 이 경우,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해서 원내의 사건 사고를 죄다 검찰에게 갖다 바치는 짓을 하도록 합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해놓은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아니, 그럴깝사 국회의장을 의원끼리 호선하지 말고 검찰총장을 앉혀놓으면 되지. 거기서 정치적 판단이고 나발이고 따져 묻지 말고 법대로 하라고 맡겨놓은 후 원내에서 소란이 나면 일단 국회의장 자리 앉아 있는 검찰총장이 바로 법원에 기소해버리고. 이건 뭐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이라는 것들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기 귀찮으니까 대충 쪽수로 밀어버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잡음은 그냥 법원으로 넘겨버리려고 만든 게 국회선진화법 아닌가?
국회선진화법이 언제든 국회의사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검찰에 넘겨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검찰이야 뭐 노난 거고, 대충 사안에 따라 입맛에 맞게 법원에 넘기면서 강약중강약 해놓으면 그걸로 법적 처분이야 정리되는 거 아닌가? 난 이지경을 만들어놓고서 검찰이 뭐 하면 그게 정치적 판단이니 정치검찰이니 이러니 검찰 개혁해야 한다느니 별 개소리가 다 나오는 게 더 웃긴다. 아오, 이거 내가 검찰 편을 다 들어주는 날이 올줄이야 어찌 알았겠나만...
더 웃기는 건, 이걸 또 옆에서 좋다고 추임새 넣고 있는 진보정당 내지 (자칭)대안정당이다. 대표적으로 정의당과 녹색당. 아니 그래 이 자들은 나중에 국회 들어가서 거대 양당이 짝짜꿍해가지고 되도 않는 법 만들어 제낄 때도 국회선진화법 운운하면서 이빨만 까고 있을라고 그러나?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지들도 그다지 용을 쓰고 싶지 않을 때, 아유 기냥 법이 그래서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럴라고 그러나보다. 에라, 이 썩을...
국회선진화법이고 나발이고 간에 정치적 사안을 정치인들이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난다. 국회의원들이 지들이 법을 만들면서 발생한 일에 대해 "법대로 해" 이러면서 기껏 검찰에다가 고소장이나 접수하고, 검찰의 판단에 따라 어떤 때는 곡을 하고 어떤 때는 춤을 추면 이게 정치인이냐 광대냐.
여기 저기 돌개가리가 잔대가리 굴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어떨 때 그 뚝배기 터지는 소리가 퍽퍽 나는데 이게 무슨 국가차원에서 호러영화찍는 것도 아니고 뭔 짓들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