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이 헌법사안이라는 변명 또는 사기
대선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출마자들이 내놓는 각종 공약들 중 정치관계법 개혁에 대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 '결선투표' 도입에 관한 논란을 들여다보는데 괘씸한 건 여전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를 헌법사안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이거 하도 이야기해서 입이 아플 정도고 하도 글로 올려서 키보드 치는 손가락이 아픈 실정이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헌법의 규정을 보자.
제67조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⑤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한국의 현행법으로는 유일하게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대한 규정이다. 딱 이거 하나만 헌법에 박혀있다보니 말 돌리기 좋아하는 자들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법률사안이 아니라 헌법사안이라고 우겨대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저 2항 규정을 잘 보라. 저건 하늘 아래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국회의 판단에 맡긴다는 내용에 불과하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반드시 헌법에 정한대로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게 되면, 저 규정의 취지는 현행 헌법 하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라는 건 하지 말라고 헌법이 정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이건 헌법이 필요 최소한의 원칙만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토록 하는 법체계의 일반적 원칙을 부정하는 거다. 이런 원칙을 부정하려면 그 중대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하는데 정작 헌법의 체계는 이런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를 엄금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해서는 안 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헌법이 스스로 어떠한 중대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헌법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이건 어떠한 해석론에 따르더라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합목적적익이고 법적 정의에 입각한 헌법해석에 따르면, 저 규정은 도저히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주권자가 행해야 할 권한의 일부를 국회에 위임했다고 보아야만 한다. 즉, 주권자의 의사가 완전히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려 있을 때 이러한 극단적 대립을 완화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걸 표현했을 뿐이고, 그러한 사정 이외의 상황일 때는 제5항에 따라 선거법에 결선투표에 관한 사항을 정하면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걸 지들 멋대로 필요에 따라 어떤 때는 법률사안이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헌법 사안이라고 하는 갈짓자 행태가 벌어지는 거다. 기실 입법부나 그 외 법 전문가들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헌법 사안이라고 하는 건 무지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면 대국민 사기질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현행 헌법에 저 67조 2항이 삽입된 건 거의 아무 생각 없이 과거 제1차 개헌 당시의 규정을 그냥 갖다 넣었기 때문이다. 즉 기존 대통령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꿀 때, 간선에서나 통하던 결선투표방식을 별다른 생각 없이 직선에도 꽂았기 때문인데, 이걸 박정희가 쿠데타 헌법 만들면서 얼씨구나 집어 넣었고, 그 이후 관성적으로 개헌안에 넣어놨던 게 오늘날 이 사달을 만들고 있다.
헌법은 헌법이지만, 헌법의 해석원리로 볼 때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법률사안임이 분명하다. 제발 헌법사안이라고 사기치는 짓은 이제 그만 좀 하자, 이 사기꾼들아...